-
-
여행, 인생을 유혹하다 - 이석연의 인문탐사기행기
이석연 지음 / 까만양 / 2013년 7월
평점 :
실학적이고 유목적인 떠남^^ - 여행, 인생을 유혹하다
휴가철이어서 그런지 요즘 온통 여행이야기다.
여행을 왜 가는 걸까.
명품 여행이란 무엇일까.
오늘날의 진정한 유목민은 누구를 말할까.
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보러 가는 것일까, 새로운 시각을 얻으러 가는 것일까.
물론 후자가 고차원적 명품 여행일 것이다.
자유롭게 돌아보고 자유롭게 사유하고 자유롭게 공부하는 여행은 누구나가 바라는 여행일 것이다.
저자처럼 해박한 역사와 문화 지식을 가지고 여행을 한다면 보이는 것, 느껴지는 것이 예전과 다를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는데....
역사를 알고 여행을 하는 자는 인생을 두 배로 산다고 한다는데....
만권의 책을 읽고 만 리 길을 여행하라. (서문 중에서)
가슴에 와 닿는 말이다.
밑줄 쫙- 긋게 하는 부분이다.
만권의 책을 읽는 것도 대단한 것이지만 만 리 길 여행은 더 대단하다.
책 만 권 읽기를 목표로 하면서 삶의 달라짐을 느끼기에 만리길 여행도 생각해 봐야 겠다.
인생이 여행길이라지만 세계는 좁다지만 그래도 일상을 털고 훨훨 날아 다니기가 쉽지가 않은 건데.....
저자가 말하는 실학적이고 유목적인 여행이란 무엇일까.
다른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통해 우리의 사회를 발전시킬 수 있는 배움의 계기를 마련하는 실학적 동기와 끊임없이 이동하면서 나의 정신을 자유롭게 만들어 고착된 삶을 갱신하고 치유하는 유목적 동기가 바로 내 여행의 원천이자 철학이다. (서문 중에서)
자기성장이나 치유는 아름다운 것만을 보는 것만으로는 반쪽 여행일 뿐이다. 사람들이 사는 모습과 그 사회의 역사와 문화를 탐색하는 인문적 시야까지 갖는다면 여행의 참 의미를 살리는 것이다. 온전한 여행이 되는 것이다.
인간은 어떤 곳에서도 자신의 마음에서 보다 더 많은 안정과 평화를 찾을 수 없다.
영혼은 소용들이 치고 운명은 헤아릴 길이 없으며 명성은 불확실하다. 인생은 찰나에 지나지 않고 인간의 실체는 끊임없이 유동하며 육체는 부패하기 쉽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본문 중에서)
로마 5현제의 마지막 왕인 아우렐리우스 황제는 죽기 전 빈 근처의 도나우 강변의 전선 숙영지에서 <명상록>을 그리스어로 집필했다. 그는 기독교인이 아닌 로마인으로서 모두에게 공감가는 글을 전선에서 남겼다. 그러나 그의 아들 코모두스는 아버지의 뜻을 배반하고 폭정을 하면서 평화의 시대는 막을 내린다. 러셀 크로우 주연의 <글라디에이터> 는 코모두스의 폭정에 픽션을 가미한 영화다.
빈. 음악과 예술과 역사의 도시.
그리고 아우렐리우스가 전염병에 걸려 생을 마감한 곳.
징키스칸의 손자 바투가 이끄는 유럽원정군이 헝가리와 폴란드를 무너뜨리고 빈 앞에 왔을 때 오고타이칸의 사망으로 철수명령이 떨어졌던 곳.
원정대가 유럽정복을 코앞에 두고 눈물 흘리며 되돌아 간 곳.
오고타이칸의 죽음만 아니었다면 유럽정복은 순식간에 이뤄졌을 것이다. 그들의 기동성과 잔학성은 이미 유럽 전체에 퍼져 있었으니까.
그리하여 빈은 유럽엔 안도의 한숨을 쉬게 한 장소이자 간담을 쓸어내린 곳이다.
이 책에는 로마 5현제의 흔적과 안달루시아의 흥망성쇠를 찾아 떠난 빈과 스페인 여정, 함경남도 함흥, 신포, 북청, 그리고 평양 방문기가 있다.
인도양의 진주, 바위틈에 피어난 난초의 섬 스리랑카의 낭만과 문화에 대한 이야기가 있고
미얀마의 풍요와 비극의 역사를 짚어보기도 한다.
화산과 운하의 나라 코스타리카와 파나마의 과거와 현재, 가족과 함께 한 북유럽 탐사여행, 미국 국무부 초청 30일간의 미국탐방기까지 긴 여정의 기록이 있다.
저자는 여행지를 단순한 지리적 장소 이동이 아니라 미리 공부한 지식을 바탕으로 직접 역사체험의 장소로 활용하고 있다.
휴식같은 여행 뿐 만이 아니라 삶에 도움되고 쓸모있는 여행이 되고자 평소에도 준비를 많이 한 듯하다.
이 책은 여행에세이라기 보다는 이성에 근거한 역사문화탐사기에 가깝다.
여행은 온 몸으로 떠나는 독서라는 저자의 말이 공감 간다.
여행이란 바깥의 풍경들이 마음 안쪽으로 스며들어 성찰의 시간을 제공하는 것임을, 그리고 역사적인 안목을 가지고 사유를 했을 때 훨씬 유익한 여행이 된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책이다.
여행을 꿈꾸면서도 단순한 흥미거리에 혹했던 지난날을 반성하며 이제부터라도 알고 떠나는 알찬 여행을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