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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악한 늑대 ㅣ 스토리콜렉터 16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3년 6월
평점 :
까악~ 늑대가 나타났다!! -사악한 늑대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을 통해 넬레 노이하우스의 타우누스 시리즈를 처음 알았다.
인간의 본성이 얼마나 추악할 수 있는지를 잘 다뤘던 이 작품을 통해 작가의 매력에 빠져 들었고 그녀의 다른 작품들 <사랑받지 못한 여자>. <나쁜 친구들>, <깊은 상처>, <바람을 뿌리는 자>까지 모두 읽어 버렸다.
이번에 나온 <사악한 늑대>는 이전의 작품들 보다 완성도가 높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작가 스스로도 자신의 최고의 작품이라고 한다.
600여 쪽의 분량이지만 술술 읽혀지는 작품인 <사악한 늑대>.
9년 전, 동료들 보다 잘 나가던 변호사 킬리안 로테문드는 성폭행 사건을 맡았다가 오히려 뒤집어쓴다. 그리고 추악한 아동 성범죄와 음란물 소지죄로 교도소에 가게 되면서 한 순간에 직장과 가정, 명예와 부를 모두 잃어버리게 된다. 그는 출소 후 세상의 모든 인연을 끊은 채 아르바이트로 그날그날을 연명하며 캠핑카에 세 들어 산다.
어느 날 마인 강에서 소녀의 시체가 발견되면서 킬리안은 다시 용의 선상에 오르게 된다.
시체는 먹지 못해 말랐고 비타민 D 결핍 증상, 온 몸에 폭행, 성폭행의 흔적까지 있을 정도로 처참한 상태다. 수년간에 걸친 학대와 굶주림의 흔적들, 과연 누가 소녀를 죽였을까.
유일한 단서라면 뱃속의 헝겊조각인데.... 범인을 잡을 수 있을까.
한나 헤르츠만은 은밀한 이야기를 털어놓게 하는 비상한 재주를 지닌 방송인이다. 출연자들의 사연에 귀를 기울이고 공감하는 연기에 뛰어나서 그녀의 프로그램은 언제나 엄청난 시청률을 기록한다. 그러나 자신의 딸과는 늘 껄끄러운 관계다. 이혼 가정이 만들어낸 전형적인 반항아인 마이케는 한 때는 거구였다가 거식증을 앓기도 했던 까칠 소녀다.
한나는 자신의 심리상담사와 이야기 하던 중 대단한 느낌의 이야기를 접하고 방송에 내 보내려고 하다가 심각한 폭행을 당한 채 트렁크에 갇히게 된다. 그리고 그녀의 상담사도 말라 죽는 죽음을 당한다.
하나의 사건도 해결하지 못했는데 사건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감성이 뛰어난 여형사 피아와 이성이 발달한 남형사 보덴슈타인은 이 사건들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까.
피아는 동창들을 만나면서 친구 엠마가 '태양의 아이들' 재단에 며느리로 오게 된 것을 알게 되고 엠마의 여섯 살 난 딸아이가 성폭행을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엠마는 남편이 시아버지의 집에 있는 것을 싫어한다는 것을 알지만 별로 개의치 않는다.
사건은 점점 오리무중인 상태에서 유력한 용의자인 킬리안도 사라져 버린다.
과연 피아의 감성은 그 촉을 발할 수 있을까. 보덴슈타인은 논리적으로 실마리를 잡을 수 있을까.
두려움 이라는 녀석에게 한 번 자리를 내주면 평생 그 횡포에 시달려야 한다.
......
함께 대화할 수도 있지만 함께 침묵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녀가 언제 말동무를 필요로 하는지 , 그리고 언제 조용히 있고 싶어 하는지 잘 알았다. (본문 중에서)
어렸을 적 부모의 사랑과 관심을 얻으려는 아이들의 노력들은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이 소설은 애교로, 반항으로, 순종으로, 거짓말로 어른들의 사랑을 받고자 하는 아이들과 그것을 이용하는 어른들의 이야기다.
버려지는 아이들에 대한 사회적인 조치들, 감당하기 벅찬 상황이 지속되면서 오는 다중인격인 해리성 장애, 피도 눈물도 없는 아동 포르노 마피아 집단, 범죄 집단과 사회 고위층과의 연계, 세상은 생각보다 정의롭지도, 청렴하지도 않다는 경고 등의 이야기들이 서로 맞물리면서 한 순간의 방심도 허용치 않는 소설이다.
소설을 읽는 내내 매 순간을 긴장하며 의심하며 범인을 찾아 헤매다 보면 어느 새 끝자락이다. 마지막까지도 사건과 열쇠들이 숨어 있기에 온통 몰입해 읽게 되는 소설이다.
이 소설은 하나의 사건에 많은 인물들이 휘말리고 다치고 희생되면서 또 다른 사건을 잉태하는 걷잡을 수 없는 범죄의 특징들을 잘 나타내고 있다.
사건의 정점에는 언제나 고위층, 권력층들이 촘촘히 연계되어 있고 마을 전체가 휩쓸리는 것은 타우누스 시리즈의 특징이다. 그러한 연결 고리들을 그물망처럼 연결하는 것이 작가의 재주다. 어린 소녀, 소년들이 문제해결에 용감하게 뛰어든다는 것도 타우누스 시리즈의 특징이다. 그래서 청소년들이 더욱 열광하는 지도 모른다.
이 소설은 아동 성폭행, 소아 성애 성향, 불법 포르노에 대한 사회적 문제를 다루고 있다.
자신이 가진 권력과 부를 이용해 사회를 가지고 노는 엘리트들을 향한 분노를 담았다. 병적인 줄 모르고 개인의 취향처럼 되고 있는 성적 취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담았다.
한 작가의 작품들을 여러 권 읽다 보면 작가 특유의 스토리 전개를 상상하며 읽는 재미가 있다. 이 작품도 형사가 되어 범인을 쫓는 느낌에 푹 빠져 읽었다. 제목에서부터 추리하며 들어갔는데 대강 얼추 맞혀버렸다. 때론 사건의 실마리와 단서들이 보이기도 해서 반 탐정이 된 기분으로 읽었다. 다 읽고 나면 타우누스라는 마을에 살고 있는 느낌까지 들었다.
여름을 이겨내는 방법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이런 방법은 어떨까.
시원하게 샤워를 한 다음에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고 추리소설을 읽는 것이다.
찌는 듯 한 찜통더위엔 스릴러가 제 격이니까.
청소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소설이다.
*한우리 북카페 서평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