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성애를 말하다 - 이성애, 동성애, 양성애 그리고 사랑이 없는 무성애, 다시 쓰는 성의 심리학
앤서니 보개트 지음, 임옥희 옮김 / 레디셋고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사랑할 자유 vs 사랑하지 않을 자유 - 무성애를 말하다.

 

 

과학자 아이작 뉴턴, 여성 소설가 에밀리 브론테, 탐정 셜록 홈즈, 수학계의 전설인 폴 에르디쉬, 아폴론의 사랑을 거부한 요정 다프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역사와 신화 및 문학 속의 다양한 인물들 중에서 사랑에는 관심 없는 연구자나 예술가, 일 중독증인 사람들을 보게 된다.

그들은 육체적 욕망보다 자신의 일에 모든 것을 집중하는 것으로 쾌감을 얻는다.

그들이 이뤄낸 업적을 보면 무성애적인 상태가 이상한 것이 아니라 당연한 것이고 위대해 보이기까지 한다.

 

이 책의 저자는 의사출신의 캐나다 브록 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인 앤서니 보개트다. 그는 세계 최초로 현대 무성애 이론을 집대성한 '무성애의 아버지' 다. 평소 무성애, 성적인 욕망, 성적 경향성, 출생 순서와 성적 정체성 등에 대한 연구가 관심 분야다.

 

세상에는 이성애, 동성애. 양성애가 있다면 무성애도 있다고 한다.

처음 듣는 단어다.

 

 

전체 인구의 8% 정도가 동성애자라면, 1% 이상이 무성애자라고 한다.

무성애는 성적 욕망을 지속적으로 느끼지 못하는 것을 의미하며 보통은 성욕을 느끼지만 상대와 성관계를 원하지 않는 경우, 감정적으로 끌리지만 성욕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 성욕도 느끼고 감정적으로도 끌리지만 신체적인 성관계를 거부하는 경우, 성을 혐오하거나 관심을 갖지 않는 경우 등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성적 욕망이 결핍된 사람인 무성애의 개념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2000년부터다.

무성애의 역사에서 데이비드 제이는 대단히 중요한 인물이다.

그는 무성애 교육 네트워크인 '에이븐'의 창시자이며, 사람들에게 무성애를 알리기 위해 노력해 왔던 사람이다.

 

 

성욕이 없다고 비정상일까. 섹스가 없다고 행복하지 않은 걸까.

섹스리스 부부이지만 잘 사는 사람이 있듯이 섹스가 없어도 행복해하는 사람은 분명 있을 것이다.

 

무성애자라고해서 사랑이라는 감정 자체가 없는 걸까. 문학과 예술을 통한 사랑의 체험도 불가능 할까.

저자는 무성애자라고 해서 언제나 로맨스가 결여된 것도 아니고, 로맨틱한 감정과 성욕은 별개라고 한다.

 

무성애가 성욕의 부재든, 성욕의 억제든 새로운 화두이지만 그리 낯설지 않다. 그 이유는 역사 와 문학 속에서 이미 봐왔기 때문이리라.

특히, 창조적인 활동이나 몰입이 필요한 일에는 무성애적인 상태가 도움이 됨을 알고 있다. 왜냐하면 무성애적인 상태는 고차원적이고 분석적인 사유가 지배할 수 있는 상태니까.

 

사랑하는 일이 고통스러워 사랑 자체를 포기하는 자, 몰입할 과제가 흥미로워 육체적 욕망을 억제하고 모든 집중력을 일에 몰입한 과학자와 예술가들....

무성애적인 상태, 금욕의 상태에서 열정의 대상에 집중함으로써 느끼는 카타르시스, 그 절정의 쾌감이 있기에 문학에, 음악과 미술에, 과학과 수학에 몰두할 수 있었으리라.

 

저자는 무성애자들은 누구에게도 위해를 가하지 않으며 질병이거나, 성격이상도 아니라고 말한다.

그렇지. 누구나 사랑할 자유가 있듯이 사랑하지 않을 자유도 있는 것이다.

 

우리는 누구라도 잠깐의 무성애를 늘 경험하지 않은가.

사랑과 섹스의 광기를 보고 있으면 무성애 상태야말로 지적으로 집중할 수 있는 상태다. 성직자들의 금욕도 맑은 영혼을 유지해서 정화의 상태를 소망했기에 가능한 것이었지.

예술과 문학, 대중문화에 만연한 성 논리 속에서 자신만의 성의 자유를 찾아 자신만의 관심분야에 집중하겠다는 건 권리이며 자유다.

 

무성애보다 위험한 것은 스토킹, 데이트폭력, 의부증, 의처증, 성도착증 등 이니까.

사랑과 성에 대한 압박감 때문에  잘못된 사랑의 형태들은 정말 위험하다.

 

 

이 책에는 사랑을 모르고 살았던 역사상 인물들, 사랑 없는 섹스, 섹스 없는 사랑, 유머 속의 성, 성을 완전히 배제한 유머의 모습, 예술과 미적 세계에서의 성 등에 대한 유쾌한 연구들을 담았다.

 

성에 대한 학문적 관심에서 출발한 전혀 새로운 사실이지만 인간의 성적 본질에 대한 흥미로운 통찰이다.

 

이성애, 동성애, 양성애, 무성애는 정상이냐, 비정상이냐가 아니라 자유의 문제가 아닐까.

사랑의 대상이 문학, 음악, 미술, 한 인간에 다양하게 나타날 수도 있으리라. 앞으로 무성애자가 점점 더 늘어날까. 줄어들까 괜한 호기심이 발동한다.

시대가 바뀌고 있으니까. 나만의 삶을 살고자하는 사람이 늘어날 것만 같은데...

자신만의 시간과 여유를 즐기려고 하는 사람이 늘어날 것만 같은데....

 

처음으로 접한 무성애에 대한 역사적, 생물학적, 사회학적 접근이 흥미롭다.

이 책을 읽으면서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사회를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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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덕 2013-07-27 0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라토닉 러브와는 다른 , 무성애의 개념이 아리송하기는 하지만 책을 읽다 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은 넓고 사람들의 생각과 취향도 다양하니까. 개성과 자유의 관점에서봐도 늘어날 추세 같은데... 점점 다양해지는 세상이니까 취향을 존중해 줘야 겠다는 마음 뿐이다.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