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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 만세 저승 만세 ㅣ 초록잎 시리즈 6
김윤 지음, 이유진 그림 / 해와나무 / 2013년 3월
평점 :
오싹하면서도 따스한 저승탐험대!! - 이승만세 저승만세
<이승만세 저승만세>
제목만 읽어도 으스스한 분위기인데 그림까지 어두운 분위기여서 왠지 오싹한 느낌이다. 여름밤을 견디는 데는 귀신 이야기가 제격이라더니 처음부터 끝까지 저승이야기다. 오늘 하루는 오싹한 동화 한편으로 더위를 잊을 수 있을 것 같다.
떨리는 마음으로,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읽게 되는 오싹한 동화.
만세와 재수가 저승에서 만나서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다.
이 아이들의 여행은 신나는 저승 여행이 될까, 끔찍한 여행이 될까.
응급실을 찾은 저승사자들.
적패지에 적힌 이름을 저승의 법도대로 세 번 외치면 혼령이 알아서 일어나야 한다. 그러나 적패지에는 이름만 있다. 신참 저승사자의 기침으로 적패지의 글자가 번져서 생년월일시가 지워져 버린 것이다. 결국 응급실의 소년 정만세와 노인 정만세 둘 다 저승사자를 따라 가게 된다.
저승에 도착하려면 어둠의 시간을 이겨 내야 하거늘. 이 고통을 이겨 낸 자만이 비로소 저승에 들어갈 수 있느니라.
저승 앞에는 10번째에 어린이 전용 입국심사실이 있다. 입국심사를 하면서 자살해서 죽은 이재수를 알게 되고...저승 시왕의 스마트폰으로 만세와 재수의 입국심사서가 전송된다.
드디어 '두려움을 먹는 자'의 오리엔테이션이 시작된다. 심판관들의 소개와 지장보살의 소개가 끝나고 기다림의 방에서 지장보살을 만나는 만세와 재수.
지장보살은 저승에 간 사람들이 심판받는 49일 동안 사람들을 변호해주는 분이다. 일명 저승변호사. 49일 동안 7번의 심판을 받는 동안 모두가 극락왕생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세상에서 함부로 버릴 수 있는 목숨이란 애초에 없는 것이야.
머리가 좋은 재수는 저승을 미리 선행학습 해왔다며 이상한 벽에서 대왕들이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것을 유심히 본다. 그리고 만세와 함께 벽에 뛰어 든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린 곳은 도산지옥이다.
흉악무도한 범죄를 저지르거나 자살한 자들이 가는 도산지옥은 칼로 된 산이다. 칼산 정상, 칼산 둘레길이라는 단어에 웃음이 절로 난다. 저승이야기인데....
남에게 받으려고만 한 자, 남의 것을 빼앗은 자, 도둑질한 자들이 간다는 화탕지옥은 펄펄 끓는 가마솥이 대기하고 있고....
부모에게 불효한 죄, 동네 어른들을 존경하지 못한 죄, 가정을 화목하게 지키지 못한 자들이 가는 한빙지옥은 온통 얼음투성이다.
두 소년은 지옥탐험을 하면서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 돕게 된다.
칼이 숲을 이루는 검수지옥에서 저승 경찰에게 잡힌 만수는 염라대왕의 집으로 다시 가게 된다. 그리고 업경으로 과거를 샅샅이 보게 된다.
만세는 집 나간 엄마와 지방에서 일하는 아빠를 둔 서울 아이다. 늘 외롭게 혼자 지내면서 가끔은 친구들의 물건을 갈취하기도 한다. 모든 것을 다 갖고 있는 아이를 보면 꼭 자신의 것을 빼앗아 간 느낌이 들어서다. 그러나 정만세 할아버지를 알고 나서 길고양이들에게 온정을 베풀게 된다. 그러다 길고양이 구구의 은신처에 화재가 나고 만세가 구하려다 회상을 입고 응급실에 실려 간다.
한 편 재수는 공부는 잘하지만 장애를 가진 형으로 인해 부모의 관심을 받지 못해서 자살한 아이다. 부모의 관심도, 인정도 못 받는다는 생각에 산다는 게 의미가 없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업경에서 온 가족이 재수의 죽음을 슬퍼하며 자신들의 탓이라고 하는 것을 본 재수는 죽고 나서야 살고 싶은 마음을 가지게 된다.
검수지옥에서 사라진 재수가 저승 할망과 함께 염라대왕 앞에 등장하는 것을 보며 만세는 반갑게 달려가고...
결국 만세 할아버지는 화장이 되어 저승에 남게 되고, 재수는 저승동산으로 가고, 만세는 화상연고를 받고 이승으로 다시 돌아오게 된다.
만세야, 네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네 삶은 많이 달라질 게다.
오랜 저승 여행을 한 만세, 죽다 살아 온 만세는 기적같이 다시 살아 온 아이로 잠시 관심을 받게 되지만 다시 외로운 혼자가 된다.
그러나 그 전의 만세가 아니다. 엄마와도 문자를 나누게 되고 아빠와 같이 살게 되면서 심리적 안정을 찾은 만세.
지장보살과 저승 왕들을 만난 이야기가 으스스하면서도, 지옥탐험에 간담이 서늘하면서도 곳곳에 웃음 폭탄이 숨어 있는 동화다.
저승에 대한 선행학습, 에스컬레이터, 스마트폰, 저승의 디지털화라는 용어들에 웃음이 터진다.
아이들의 문제는 언제나 부모의 따스한 관심의 부족에서 비롯됨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믿어주고 인정해 주면 문제아는 생길 수 없음을 되새기게 된다.
세상에서 자신을 믿어주는 단 한사람의 어른만 있어도 아이가 잘못되지 않는다는 말이 떠오른다. 새 생명을 얻은 만세의 이야기에서 따스함을 느낀다.
* 한우리 북카페 서평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