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판을 짜다 - 가치의 붕괴와 새로운 모색 인생 전환점에서 춘추전국을 읽다
장박원 지음 / 행간 / 2013년 5월
평점 :
절판


기원전 춘추전국시대를 노래하다~ - 새판을 짜다

 

 

 

기원전 770년에서 기원전 221년까지 약 550년간 지속됐던 중국의 춘추전국시대.

그 시대가 남긴 유산은 어느 정도일까.

무수한 나라들이 나타났다 사라지면서 다양한 사상가와 영웅들이 출몰했던 그 시절.

2500년 전에 있었던 춘추전국시대 이야기에 우리는 왜 이토록 열광하며 화두에 올릴까.

 

과학발달로 불가능한 것이 거의 없을 정도가 된 첨단 세상에서 뭐가 아쉬워서 기원전의 중국인들을 지겹도록 이야기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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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춘추전국시대의 가치를 세 가지 측면에서 인류의 寶庫라고 보았다.

 

 

첫째, 사람이 생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사상이 이 때 나왔다는 것이다.

서로 시각이 다른 사상들,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서로 다른 사상들은 더욱 발전해 통치이념으로, 민간 생활철학으로 꽃 피웠다. 천하를 바로 잡고자 하는 열망, 더 나은 세상을 이루기 위한 자유로운 논쟁이 유가, 도가, 법가, 묵가 등의 탄생으로 이어진 것이다.

 

 

둘째. 풍성한 스토리 속, 다채로운 인물들 속에서 스토리를 찾다보면 지금 자신의 이정표로 삼을 수 있다는 점이다.

 

셋째, 가장 중요한 유산은 우리 시대의 문제와 병폐에 대한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관자>에서는 경제학의 모든 범위를 다루고 있을 뿐 아니라 지금 겪고 있는 경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들이 포함되어 있고 <논어>에는 우리가 당면한 교육 개혁을 위한 참고사항이 풍성하다는 것이다.

 

 

 

 

 

 

혁신!!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언제나 화두에 오르는 말이 아닐까.

 

 

이 책에서는 관중의 혁신이 가장 마음에 와 닿는다.

 

 

관포지교의 우정으로 유명한 관중과 포숙.

관중의 지혜를 알아주고 끌어준 친구 포숙의 정확한 안목.

강직하고 엄격한 원칙의 사나이에게 어울리는 일이 무엇인지를 알고 감사관의 일을 맡긴 관중의 배려. 세상을 보는 눈, 사람을 다루는 일이 능숙한 관중의 잠재력을 알고 의도적으로 키워준 포숙.

 

 

나를 낳아준 이는 부모이지만 나를 알아준 이는 포숙이다. (본문 중에서)

 

 

서로 끌어 주고 당겨주는 두 사람의 모습에서 진정한 우정이란 이런 것임을 느끼게 된다.

 

 

관중은 춘추전국시대 초기에 제나라 환공을 최초의 패자로 만든 재상이다.

중국의 2대 재상으로 제갈공명과 함께 올랐다는 사실이나 제갈공명이 롤 모델로 삼았던 이가 관중이라는 사실을 보면 재상으로서의 관중은 천재적인 정치가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음식과 화려한 음악은 백성이 원하는 것입니다.

그들이 하고자 하는 것을 만족시키고 원하는 것을 넉넉하게 하면 그들을 부릴 수 있을 것입니다.(......) 부유한 사람이 충분히 소비하면 가난한 사람은 일자리를 얻게 됩니다.

이것이 백성의 편안한 삶이요, 온갖 생업을 진작시켜서 먹고 살게 하니 이것은 백성이 혼자 스스로 노력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군주가 나서서 도와주어야 하는 것입니다.

(본문 중에서)

 

 

 

관중의 경제학은 치미경제학.

사치하다+마구 쓴다.

소비를 많이 하도록 하는 경제학의 원조다. 소비가 미덕, 부의 자연스런 분배,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부의 노력 등을 그 시절에도 말하고 있었다니......

 

 

관중은 어떤 정치인이었을까.

상황에 따라 악인과도 타협할 줄 알았던 전형적인 정치인이었다. 충신은 충신대로, 간신은 간신대로 그들의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조율 능력이 탁월한 재상이었다.

 

 

오래전부터 제나라를 춘추시대 최고 강국으로 키우려는 야망을 품고 전략과 전술을 구상해 온 관중...

 

관중의 개혁의 출발점은 인간의 본질에 근거한 것...

 

 

배가 불러야 여유가 생기는 법!

곳간에서 인심이 나는 법!!

물질적 안정이 바탕이 되어야 개혁이나 혁신을 말할 수 있는 법이다.

 

 

무릇 영지를 지니고 백성을 다스리는 사람은 그 임무가 사계절 살펴서 농사가 잘 되게 하는데 있고 그 직분은 곡식을 저장하는 창고가 가득 차도록 하는 데 있다. 나라에 재물이 많으면 멀리 있는 사람도 오고 토지가 개간되면 백성이 머물러 산다. 창고가 가득차면 예절을 알고 입을 옷과 먹을 양식이 풍족하면 영광과 치욕을 안다. (본문 중에서)

 

 

 

백성을 배부르게 하고 편안한 곳에서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정치의 근간, 지도자의 임무라는 그의 생각은 지금도 통하는 명제인데....

역시 관중의 안목은 시대를 초월한다.

 

 

인간은 이기적이라는 특징을 긍정적인 힘으로 돌려놓은 최초의 개혁가는 아마 관중일 것이다. 아담 스미스가 말한 '보이지 않는 손'의 개념을 무려 2300년 이상 앞서 갈파했던 것이다. 이기적인 욕구를 충족시키는 '동기부여'를 통해 국가와 사회, 그리고 백성 개개인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고 관중은 주장했다. 대의명분이나 윤리, 도덕적 이념에 앞서 실제로 먹고 사는 것에 따라 인간과 세상이 움직인다는 것이다.(본문 중에서)

 

 

 

관중은 백성의 이기적인 본능을 먼저 채워준 다음에 그들에게 의무를 가르쳤다.

 

 

 

민심을 얻는 방법은 (백성을) 이롭게 해주는 것보다 좋은 것이 없다. 이롭게 해주는 방법은 가르치는 것보다 좋은 것이 없다. 그러므로 정치를 잘하는 사람은 밭을 개간하여 나라를 알차게 하고, 조정을 안정시켜 관청을 다스리며, 공정한 법을 시행하여 사사로운 곡절을 금지하고, 창고를 가득 채우고 감방을 텅 비게 하며 현명한 사람을 등용하여 간사한 사람을 물러나게 한다. (본문 중에서)

 

 

 

관중의 정치, 경제, 철학, 교육 사상이 녹아든 이 말은 지금에 와서 읽어도 통하는 말이다.

 

관중의 언행을 모아놓은 <관자>에는 토지개간, 수리시설 확충, 물자유통, 특산물인 소금과 수산물 활용법, 물가조절, 재정을 튼튼히 하는 법, 소비 강조 등 경제학 총서에 나오는 내용들이 가득하다고 한다.

 

 

 

경제혁신을 잘 유지시키려면 정치개혁과 인재도 필요한 법이다.

 

 

사농공상 분리정책으로 전문성을 기한 점, 그러나 능력이 있으면 신분의 벽을 뛰어넘을 수도 있는 유연한 정책을 실시한 점, 행정과 군사조직을 결합한 행정체제 개편( 다섯 가구를 하나로 묶는 작은 행정단위인 궤, 1궤를 10개로 묶은 1리, 4개의 리를 모은 1연, 10연을 모은 향) 등을 보면서 시대를 앞서간 천재적인 개혁가임에 공감하게 된다.

 

 

관중의 정치는 백성에게 최소한의 의무를 지우고, 법과 상벌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법가와 가깝다. 그러나 일단 시스템이 정착되면 모든 조직이 굴러가도록 자치를 보장하고 중앙정부의 간섭을 최소화한 측면은 도가의 무위사상과 연결된다. 인재를 발탁하고 천자를 중심으로 한 봉건체제를 확립하려고 한 점, 명분과 인의를 강조한 대목에서는 유가의 모습도 엿볼 수 있다. (본문 중에서)

 

 

저자의 말처럼 관중이 이룬 개혁들은 백성들을 억지로 쥐어짜는 정책이 아니라 합리적인 방법으로 필요한 물품이 저절로 늘어나게 하거나, 굴러가게 하는 시스템이다. 다양성과 유연성, 필요성과 적절성의 측면에서 봐도 탁월한 정책이다.

 

 

 

풍요와 건강이 주어진 시대라지만 이상사회의 꿈은 멀기만 한 지금.

아직도 세상은 전쟁과 기아, 폭력과 갈등, 지배욕과 탐욕으로 불안하기만 하다.

경제적으로도 어수선한 시절이기에, 그래서 올바른 지도자의 모습을 갈구하기에 관중의 모습이 더 와 닿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보면서 교훈과 영감, 지혜와 열정, 용기와 우정을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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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인생 전환점에서 춘추전국을 읽다.' 시리즈 6권 중에서 제 1권이다.

제 1권에는 절대적 가치가 붕괴된 세상에서 새판을 짜려고 고군분투한 혁신적 인물들에 관한 이야기가 들어 있다. 하극상과 전쟁, 배신과 암투 같은 극도의 혼란 속에서 새로운 가치를 정립했던 영웅들이 주인공이다.

관자를 비롯해서 공자, 손자, 오자, 상군, 소진과 장의, 맹상군, 한비자의 혁신에 대한 이야기가 풍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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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덕 2013-07-18 0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가치들이 이미 고전 속에 들어 있음을 봅니다. 혼란과 소통의 부재 속에서도 민생의 안정을 최우선으로 한 관중의 정치학에서 영감을 얻습니다. 용기를 갖고 소신있게 꿈을 펼치는 모습들에서 이정표를 찾게 됩니다. 난세에 영웅이 난다는 말을 오늘도 실감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