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신 말의 목을 베다
황윤 지음, 손광산 그림 / 어드북스(한솜) / 2013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삼국지 같은 삼국시대 이야기~~김유신 말의 목을 베다.

 

 

 

 

예전에 학교에서 역사를 배울 때는 단편적인 지식들에 대한 암기가 전부였다.

한 가지 사실에 대해 깊이 있는 생각을 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러서인지 철이 들면서 역사책 속에는 훨씬 많은 재미있는 사실들이 숨겨져 있음에 전율하기도 했다.

 

 

이번에 읽은 책에서도 새로운 사실을 많이 알게 되었다. 평소 김유신에 대해서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낯선 사실들을 읽으면서 그 새로움에 즐거웠다.

 

20130706_115238_resized[2].jpg

 

 

<김유신 말에 목을 베다.>

 

이 책의 저자는 황윤.

어른들을 위한 위인전이라는데 그 묵직함에 놀랐다. 460쪽의 분량이라면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는 뜻이리라.

글과 그림이 같이 있어서 삼국지를 읽는 느낌도 들었고 손수 발로 뛰며 자료를 모으는 방식으로 생동감과 생생함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는 데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이 책은 고증을 바탕으로 한 액자소설 기법으로 구성하였다고 한다.

 

 

 

작가가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경주 김유신 묘 앞에 있는 비석은 2개인데 그 중 오른쪽에 있는 1934년 조성된 비석은 陵이라는 한자에 물이 젖으면 墓로 변한다고 한다. 왕의 무덤인 陵과 일반인의 무덤인 墓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는데 신기한 사실이다.

그런 양면성이 김유신에 대한 평가와도 관계있을까.

김유신에 대한 오늘날의 평가가 극과 극을 달린다고 한다.

피도 눈물도 없는 간웅일까, 가야계 신라인의 한계를 극복한 시대의 영웅일까.

저자는 이러한 의문들에 호기심을 가지면서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역사책이나 위인전을 보면 어렸을 적의 가정환경과 주변관계를 눈 여겨 보게 된다. 어렸을 적의 경험과 추억이 성인이 되었을 때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늘 들어 왔기 때문이다.

 

김유신은 아버지 김서현과 어머니 만명부인 사이에서 태어난 멸망한 금관가야의 왕손이다.

증조할아버지는 금관가야의 마지막 왕 김구해, 할아버지는 관산성 전투를 승리로 이끈 김무력, 아버지는 만노군(지금의 진천군)의 태수, 어머니는 진흥왕의 아우인 숙흘종의 딸인 만명부인.

 

그의 가문은 진골에 가야계에 신라왕실의 피가 섞인 셈이다.

 

 

정통 왕경인(경주인)이 아닌 가문을 빨리 일으켜 세우려면 어떤 게 필요할까.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전쟁에서 뛰어난 공을 세웠기에 집안의 지위가 올라가지만 아직은 미약한 수준... 그렇기에 김유신의 고민도 컸으리라.

 

20130715_215205_resized_1[1].jpg

 

 

 

신라가 영토를 넓히고 삼국을 통일하는 과정에서 화랑제도가 미친 영향은 어느 정도 일까.

 

김유신은 15세가 되자 화랑이 되어 낭도를 거느리고 심신수련과 체력단련을 하면서 국가에 충성을 다짐하게 된다.

 

그는 여사제라는 설도 있는 천관녀의 집에 자주 가는 것을 알고 어머니가 반대하자 가지 않겠다고 맹세 한다. 하지만 화랑들과 술을 마신 후 취한 채 집으로 오던 중 말이 인도한 곳은 천관녀의 집...

그 사실을 알고 그는 자신의 사랑하는 말의 목을 단칼에 베어 버린다.

그 과감하고 단호한 선택이 그의 일생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생각을 행동으로 실천하는 엄격함이 그의 전 생을 타고 흐르는 것을 보면 무인의 기개가 느껴지기도 한다.

 

 

 

 

화랑은 신라가 적극적으로 영토를 넓히면서 그 넓어진 영토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지키기 위해 무장조직이 필요하게 되자 진흥왕 시대부터 운영한 제도였다.

15세부터 18세에 이르기까지 청년들을 모아 군사훈련과, 체력단련, 학문을 배우게 하던 인재양성 집단이다.

처음에는 예쁜 여자 둘을 내세워 인재를 모으다가 서로의 미모에 질투하다 죽어 버리는 사태가 발생하자 진골 출신의 남자들을 골라 단장하고 꾸며서 화랑으로 내세웠다고 한다. 김유신의 무리들은 용화낭도라고 불렀는데, 용화 낭도는 미륵을 쫓는 무리라는 의미이므로 불교신앙단체를 의미하기도 한다. 즉, 김유신을 미륵으로 간주했다는 의미다.

 

 

 

당시 신라는 불교신앙을 이용해 나라의 기틀을 잡으려던 시기였다.

신라왕은 자신을 전륜성왕이라 하여 불국토라는 이상 국가를 통치하는 존재로 설정했다고 한다.

미륵의 현신인 화랑이 죽기를 각오하고 싸울 때 다음 시대엔 더 좋은 모습으로 나타난다는 불교 신앙이야말로 정복전쟁의 당위성을 갖추어 주는 셈이다.

 

 

화랑도에서 배우던 세속오계에 임전무퇴, 살생유택이라는 조항이 그런 종교적 의미까지 가지면서 그들에게 살생의 특권을 부여했다는 사실이 놀랍다. 단지 용기를 주기 위한 것, 생명존중 사상이 담겨 있는 게 아니라 정복과 지배적 안정, 통합을 꾀하기 위함이었다니.....

 

 

 

국가의 기틀을 잡기 위해서 신라가 선택한 불교와 화랑도는 삼국통일에 도움을 준 듯하다.

 

 

 

김유신은 나당연합군이 백제를 공격할 때에 신라군 총대장이 되어 계백장군이 거느린 백제군을 황

 

산벌에서 만난다.

 

계백은 자신의 가족을 죽이고 전장에 나왔기에 죽기 살기로 싸우고 있었다. 패색이 짙던 신라진영

 

에 김유신은 귀족의 자제들인 화랑들을 출동시킨다. 결국 계백의 군사들을 무찌르고 백제를 멸망

 

시키는 신라군사들.....

 

 

문무왕 8년(668) 고구려를 공략할 때도 신라군 총사령관이 되어 고구려를 멸망시켰고, 삼국의 영토

 

에 야심을 드러내던 당나라 군사도 물리치면서 통일의 위업을 완수하게 된다.

 

 

결국 김유신은 문무왕으로부터 태대각간(太大角干)이라는 신라 최고의 관직을 받고 흥덕왕 때는

 

흥무대왕으로 봉해지기도 한다.

 

 

 

김유신과 김춘추가 사돈이 되는 과정도 흥미롭다.

 

김유신과 친밀하게 지내던 김춘추가 공을 차며 놀다가 김유신이 일부러 김춘추의 옷끈을 밟아 떼

 

어버린다. 그리고 동생 문희에게 옷끈을 달아 주게 한다.

 

 

그러다 문희가 결혼도 하기 전 김춘추의 아이를 갖게 된다. 김유신은 선덕 여왕이 남산에 놀러 나

 

오는 날, 문희를 화형 시키는 것처럼 보인다. 이 광경을 보게 된 선덕 여왕은 김춘추의 소행임을 알

 

고, 문희를 살려내 김춘추와 혼인을 하도록 명한다.

 

 

신라 토착 세력들의 배타성을 넘어서 가야출신 가문의 영화를 회복하기 위해서 노심초사했던 김유

 

신은 동생 문희를 김춘추와 혼인시켜 왕족 가문과의 결합을 지혜롭게 해결한다.

 

 

20130715_215114_resized[2].jpg

 

 

 

 

 

 

나라가 확장해가고 국가의 기틀을 잡으려는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신라가 불국토가 된 이야기를 읽으며 신앙으로 단합시키고 왕권 유지를 위해 불교신앙을 받아들이는 지배자들의 속성을 보게 된다.

화랑에, 세속오계까지 윤리적으로 뭉치게 해 놓았던 신라는 덕분에 영토를 확장하면서도 안정적인 기틀을 잡아 간다.

 

 

신라가 삼국을 통일하던 중심에 있었던 김유신.

목숨을 바쳐서 나라를 지키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지닌 지도자의 용맹과 지혜가 나라의 운명을 좌우할 수도 있음을 보며 인재가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게 된다.

 

 

 

화랑정신으로, 불교정신으로, 가문에 대한 책임감, 나라에 대한 충성심, 여인에 대한 일편단심으로 살았던 한 시대의 영웅 김유신.

 

 

 

김유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개인문제나 신라에 국한하지 않고 삼국시대의 한반도 및 동아시아의 역사를 전반적으로 다루고 있다. 그래서 1500년 전의 신라 경주, 한반도 전체, 동아시아가 다시 살아난 느낌이었다.

 

 

 

이 책은 새로운 스타일의 성인을 위한 위인전이다. 다양한 자료들을 고찰해서인지 김유신 연구서 같기도 하다.

예전에 알던 김유신이 전혀 새롭게 다가온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봄덕 2013-07-15 22: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단편으로만 알던 김유신을 새롭게 알게 해준 책. 역사책이 재미있는 이유를 알게 해준 책. 이야기에서만 끝나지 않고 교훈과 깨달음을 얻게 해 준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