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키친하우스 (체험판)
캐슬린 그리섬 / 문예출판사 / 2013년 6월
평점 :
판매중지


흑인노예와 백인노예의 가족보다 진~한 사랑과 음식이야기 -키친 하우스

 

 

제목에서부터 가족 간의 따스함과 군침 도는 음식냄새가 솔~솔 풍긴다.

그러다 백인 주인님이 살던 빅하우스를 위해 음식과 노동을 지원하던 노예들의 숙소가 키친하우스라는 설명에 어두운 이야기겠구나 했다.

하지만 읽어 내려가면서 따뜻함과 끈끈함을 느끼게 되는 소설이다. 와~ 대반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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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들의 고단한 생활, 백인들의 잔인함과 비인간성을 다루고 있지만 이 소설 속에 흐르는 것은 가족 간의 끈끈한 사랑이 테마다.

한 핏줄이 아니어도 어렸을 때부터 같이 자란다면 형제나 가족 이상의 정을 느끼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통~하나 보다.

어렸을 때의 사랑받고 인정받은 추억, 사랑 없이 학대 속에 자란 경험 등이 자라면서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것도 세상 어디에나 똑 같나 보다.

희망을 갖는다는 것은 삶에 생기를 주지만 희망을 잃는다는 것은 살아갈 의욕을 상실하게 하나 보다.

 

 

노예로 사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알지만 누구에게도 그런 말을 할 수 없었던 시절의 이야기. 법으로도 , 인력으로도 어찌할 수 없었기에 그저 당하는 게 전부였던 노예들의 세계.

운명이거니 숙명이거니 하며 받아들이던 시절의 인권이야기가 가슴을 아프게 하지만 그렇게 복종만 강요되는 세상에서도 가족 간의 정이 누구보다 끈끈했던 흑인노예와 백인노예의 이야기를 읽다 보니 사랑과 믿음의 힘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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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캐슬린 그리섬. <키친하우스>는 그녀의 첫 소설이다. 출간 직후 무명의 신인 이라는 점에서 큰 관심을 받지 못하다가 미국의 여러 독서클럽에서 독자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출간 2년 만에 '2012년 화제작'으로 떠오른 소설이라고 한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을 통해서 입소문이 나서 베스트셀러에까지 오른 작품이라는 설명에 공감이 간다. 기존에 읽은 노예들의 이야기와는 다른 관점이다.

이 책은 남북전쟁 이전 18세기, 버지니아 주 담배농장에서 살았던 노예들의 이야기를 다룬 역사소설이다.

 

 

백인 노예 소녀 라비니아.

라비니아는 아일랜드계 교사였던 부모님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충격을 받고 모든 기억을 잃은 채 키친하우스로 오게 된다. 백인이면서도 주인님의 노예가 된 것이다. 어리고 제대로 먹지 못하는 자신에게 따뜻한 온정을 베푸는 흑인 노예 부부를 마마와 파파라 부르며 따르게 된다. 그리고 몇 살 위인 혼혈 노예 벨이 라비니아를 거의 딸처럼 키우게 되면서 그녀에게서 친숙한 정을 느끼게 되고......

주인님이 돌아가시고 마님의 병세가 나빠지자 헌신적인 간호를 했다는 사실을 인정받아 마셜의 이모님이 사는 윌리엄스버그로 동행하게 된다. 거기서 다른 삶을 모색해보지만 달리 방법은 없고, 계약노예 신분에서 벗어날 때 쯤 멋진 청년이 된 마셜의 청혼을 받아들인다.

윌리엄스버그에서의 좋은 환경보다도 늘 키친하우스를 동경한 그녀. 소꿉놀이 흑인 친구들, 흑인 부모들이 늘 그리웠던 그녀는 드디어 마셜과 함께 돌아오는데...

 

 

흑인 노예 벨.

벨은 흑인엄마와 빅하우스 주인님 사이에 태어난 혼혈 딸이다. 어렸을 적에는 빅하우스에서 사랑받고 살았지만 엄마가 일찍 돌아가시고 주인이 백인 아내를 맞이하면서 키친하우스로 쫓겨난다. 그래도 주인은 다른 사람들 몰래 자신의 딸을 아끼고 특별한 감정을 갖지만 이 사실을 모르는 마님은 남편의 정부로 오해한다. 그녀의 아들 마셜도 자신에게는 없는 아버지의 사랑이 벨에게 향하는 것을 보며 오해와 증오심을 키우게 된다. 마셜의 증오와 성폭행으로 인해 아들까지 낳으면서도 자신이 마셜의 누이라는 말도 못하고 그저 참기만 한다.

거대한 법과 제도 앞에서 아무 힘도 없는 그녀는 증오심을 키우기는 하지만 키친하우스를 너무도 사랑한다. 왜냐하면 그곳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로, 자신의 사랑을 가다리는 사람들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사랑은 아무리 힘든 일에도 견디게 하나 보다.

 

 

이 소설은 노예의 삶을 다루고 있지만 노예제도의 부조리에 맞서서 노예해방을 외치진 않는다.

해방문서를 받아 노예 신분에서 벗어나는 것보다 더 절실한 것은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사는 것이다.

더 좋은 환경에서 자유롭게 사는 것보다 어릴 적부터 자신을 받아주고 사랑해주던 가족들과 사는 것이 최고의 행복이었던 것이다.

이 소설은 혈연이 아니어도 한 곳에 오래 머물면서 다져진 우애가 가족 이상의 뭉클한 감동이 있음을 말하고 있다.

피부색이 다른 두 노예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흑인과 백인, 노예와 주인, 속박과 자유보다

가족, 사랑, 선과 악 에 대한 기본 원칙들을 말하고 있다.

더 행복해야 할 빅하우스는 무너지고 불행해 보이는 키친하우스는 살아남는 것을 보면서 사랑과 희생을 생각해 본다. 어렸을 적에 사랑을 받고 자란 아이와 애정 결핍 속에 자란 아이의 결말도 흥미롭다.

   

노예제도의 비인간성을 목도하고, 노예들의 고달픈 하루를 보기도 하지만 결국 사랑이 승리함을 보면서 가슴 한 쪽이 따스해지는 소설이다.

키친하우스를 통해 요리되는 각각의 음식들과 빵들에 대한 묘사는 너무도 생생해서 직접 맛보는 듯하기도 했다.

 

이 소설은 노예들의 대합창이고 대서사시다. 가정의 따스함을 노예시절을 통해 풀어낸 매력적인 이야기다.

 

 * 이 책은 한우리 서평단의 지원을 받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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