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극지 - 아무도 밟지 않은 땅
홍성택 지음 / 드림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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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지 탐험 이야기에 더위가 싹~~- 아무도 밟지 않은 땅 5극지

 

 

이 책은 세계 최초로 베링해협, 그린란드, 에베레스트, 북극점, 남극점을 성공적으로 탐험한 사나이들의 이야기다.

말이 쉽지 아무도 살지 않고 가려고 하지도 않는 극한의 땅인 3극점 2극지를 성공적으로 탐험하기가 얼마나 어려울까. 거대한 자연 앞에 미약한 인간이라지만 그런 자연에 도전한 정신은 자연의 위대함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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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히말라야 등반과 극지 탐험이라는 두 분야를 오가면서 성공을 맛본 탐험가이자 등반가인 홍성택이다.

그가 위험을 무릅쓰며 등반과 탐험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의 말대로 인생을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 일까.

위대한 자연 앞에서 인간은 미미한 생명체일 뿐이라는 깨우침을 얻기 위해서 일까.

 

그가 그린란드 탐험을 끝내고 극지 탐험의 절정이라는 북극 축소판인 베링해협을 건너는 모습은 아찔하고 조마조마했다. 흘러가는 유빙 속에 떠밀리다 보면 한순간에 태평양의 미아 신세가 될 수도 있었고 배고프고 허기진 북극곰의 먹이로 희생될 수도 있었으며 빙하 사이에 끼여 어찌할 수 없는 고립을 겪을 수도 있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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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늘 성공을 확신하며 신중하고 현명하게 자연을 살피고 대원들을 살폈다. 그리고 누구도 성공하지 못했던 해협을 걸어서 건넜다.

 

베링해협은 극지 탐험의 하이라이트이자 북극의 축소판이다. 역동적으로 살아 움직이는 얼음판, 노출이 과다한 사진처럼 색깔 없는 블리자드(온도가 낮고 강한 눈보라를 동반하는 강풍), 높은 습도와 추위, 그리고 모습을 숨긴 채 우리를 끊임없이 따르는 북극곰, 이런 비우호적인 위험과 경쟁하며 탐험해야 한다. (본문 중에서)

 

일본을 경유하고 시애틀을 거쳐 알래스카 에 도착해서는 경비행기로 러시아의 프로비제니아로 날아간다. 그곳은 핵시설이 있는 군사지역이라서 허가절차가 엄격하다고 한다. 베이스캠프를 설치하고 10여일을 날씨와 얼음상태를 살피다가 드디어 베링해협을 건너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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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탐험은 예상대로 움직이는 유빙, 배고픔과 추위와의 싸움이었다.

성공이 불투명한 상태에서 생존이냐 구조냐 그것도 아니면 태평양 속에 갇히느냐 하는 앞날을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몰려올 법한데도 이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탐험을 떠나게 된다. 헬기에서 내려서 리드(얼음이 갈라져 벌어진 사이로 바닷물이 드러나 있는 곳), 유빙, 북극곰, 블리자드, 화이트아웃, 프레스 릿지(얼음과 얼음이 서로 부딪히면서 융기되어 하늘로 솟아오른 얼음 덩어리, 난빙) 과의 싸움을 읽고 있으면 상상불가다. '인간이야?' 라는 질문이 마구 쏟아진다.

 

처음부터 크고 작은 난빙대를 힘겹게, 어렵게 뚫고 지나갔고 무사히 지나왔다 싶으면 프레스 릿지가 우뚝 서있거나 큰 리드가 시커멓게 입을 벌리고 있었다. 여정 중에 곰 발자국을 보기도 했고 텐트 안에서 자는 도중에 곰이 다녀가기도 했다. 얼음을 녹여 밥을 해먹고 냄새를 맡고 곰이 나타날 까봐 변도 제대로 못 보는 고충까지 겪기도 한다. 큰 리드는 피하고 작은 리드는 건너뛰고...그러다 빠져서 얼음 기둥이 되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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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S로 좌표를 확인하고 나면 나머지는 태양, 바람, 그림자, 사스트루기(바람이 불어 눈 위에 생긴 물결무늬로 바람이 강한 극지에서나 불 수 있음.) 그리고 자신감과 본능적인 방향감각으로 가야 하는 여정...

날짜 경계선을 지날 때 오늘과 내일을 오가는 순간이동, 러시아와 미국을 오가는 공간이동을 하는 부분에서는 짜릿한 전율이 인다.

 

가장 위험한 곳에서 가장 신속하게 결단을 내리며 난빙과 유빙을 지나 아메리카 고정 얼음판에 닿기를 고대하며 곰과 동상과 추위와 배고픔과 싸웠다. 영하 30-40도의 날씨와 추위와 어둠에 맞서며 오로지 랜턴 불빛에 의지해 서로를 믿으며 나아가는 행군.

 

나는 내 능력을 믿고 싶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이 짓이 정의로운지, 아니면 미친 짓인지 생각도 판단도 서지 않는다. 오로지 앞으로만 향할 뿐이다. 넷은 묵묵히 어두운 블리자드 속으로 이동하기 시작했고, 안 된다는 것을 알기 전까지는 모든 것을 바칠 작정이다. (본문 중에서)

 

 

역동적인 얼음조각들 속에서 빨리 헤어나기 위해 밤새 행군하기도 했다. 덕분에 거의 모든 대원이 눈, 코, 뺨, 손가락 등에 동상이 걸려서 처참한 몰골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사느냐 죽느냐의 기로였기에, 움직이고 있는 얼음 속을 빨리 벗어나기 위해 쉬지 않고 걸었다. 놀라운 정신집중의 힘...

 

드디어 난빙지대를 지나 구빙대(두껍고 오래된 얼음판으로 비교적 평평하고 안정적인 얼음판)에 도착 했을 때는 안도의 한숨과 박수가 나왔다. 그리고 정확하게 목적지인 웨일스에 도착했다.

 

 

 

 

하루만 늦었어도 태평양에 떠내려 갈수도 있었던 운명...

용기 있는 자들을 하늘이 도운 걸까. 그들의 성공에는 용기 있는 자에게 주어지는 행운이 따랐을 지도 모른다.

자연은 부드러우면서도 거칠다. 투박하고 척박한 곳일수록 자연은 더욱 냉혹하고 거침없다.

그러한 자연에 그대로 방출된 그들의 도전이 무모한 것이 아니라 아름답다는 느낌이 드는 이유는 뭘까.

겁을 내며 주저하는 것이 아니라 기꺼이 즐기며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자의 열정과 생기가 느껴지기 때문이 아닐까. 그들의 도전과 열정을 보면서 아름다움을 생각한다.

 

베링 해협을 건너기 위해 19년을 준비하며 기다렸다는데 노력 끝에 성공을 거둬서 늦게나마 힘찬 박수를 보낸다. 어둠, 고독, 추위, 체력, 정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한 사람들 ...행운도 하늘도 모두 그들의 편이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속이 얼얼한 느낌이다. 빙하와 유빙, 난빙, 설원을 맘껏 보면서 영상 35도의 날씨도 잊을 정도로 정~말 시원하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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