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왜 존재하는가 - 역사를 관통하고 지식의 근원을 통찰하는 궁극의 수수께끼
짐 홀트 지음, 우진하 옮김 / 21세기북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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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왜 존재하는가-질문을 하고 떠나자! 유쾌한 모험의 세계로~~

 

 

이 책의 저자는 짐 홀트다. 그는 오랫동안 <뉴요커>에 글을 기고해온 프리랜서 작가다. 끈 이론, 시간, 무한, 숫자, 진실 등 다양한 주제로 개성 넘치는 글을 써왔다고 한다.

이 책에는 짐 홀트가 파리, 런던, 옥스퍼드 등지를 여행하며 우리 시대 최고의 지성들과 철학적인 토론을 벌인 이야기와 자신이 읽은 책 이야기가 나와 있다.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는 심오한 철학의 문제를 철학자, 신학자, 분자물리학자, 우주철학자, 신화학자, 소설가들과 나누는 토론을 읽으며 엄~청 놀랐다. 인간 본질을 탐구하는 것이 이리도 흥미로운지를 읽을수록 감탄하게 된다. 그건 아마도 저자의 박학다식함 때문이리라.

 

철학과 과학, 수학과 종교, 정치와 신화를 마구 넘나든다. 그러면서도 일관성 있는 논리 전개에 그저 감탄할 뿐이다. 필사를 해 본 적이 없지만 500쪽이 넘는 이 책을 필사하고 싶을 정도로 글 쓰는 솜씨도 매력적이다. 나는 이미 작가의 팬이 되어 세상이 有이냐 無이냐에 대한 관심보다 그의 글 솜씨에 매료되어 보고 또 본다. 아마 1년이 걸릴까.

 

 

 

 

 

세상에 무가 존재한다고 가정하자.

그렇다면 아무런 법칙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법칙도 '어떤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 법칙도 존재하지 않는다면, 모든 것이 허용될 것이다. 모든 것이 허용된다면 무는 용납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무가 존재한다면, 무는 용납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무는 그 자체를 용납할 수가 없다.

그러므로 무엇인가가 존재해야 한다. 증명 끝.

(프롤로그 중에서)

 

 

세상은 왜 존재하는가. 세상은 無일까 아니면 有일까.

평소에는 잘 생각하지 않던 주제들인데 한 번씩 철학서적들을 볼 때면 생각에 잠기게 된다.

 

 

 

 

 

 

 

 

 

어제는 산을 올랐다. 6월의 꽃들이 한참이어서인지 꽃들이 유혹한 나비와 벌들도 때를 만난 듯 날아다니고 있었다. 걸으면서 꽃과 나비들과 벌들에게 나는 물었다. 너희들은 有일까. 無일까. 윙윙거리는 소리와 팔랑 거리는 바람소리뿐이었지만 有라는 소리가 메아리친다. 분명 내 눈 앞에서 팔랑거리고 있지 않은가. 어찌 이것을 無라고 할 수 있을까. 그건 자연에 대한 무례일 것이다. 비록 지금 내 앞에 있는 저 나비가 허상이라 해도 나는 有라고 우기고 싶다. 뭐~ 無라고 존재증명을 할 수가 없으니 有라고 우기고 싶은 게다.

 

 

 

 

 

형이상학의 세계를 내가 어찌 알 수 있을까.

 

플라톤은 동굴의 인간은 진리를 보지 못하는 허상이라고 했으며 동굴을 벗어나야 진리의 세계에 도달한다고 했다. 쇠사슬로 발이 묶인 죄수가 뒤쪽의 동굴 밖을 볼 수도 없는데 어찌 진짜 세상을 알겠으며, 설령 안다고 쳐도 어찌 동굴 밖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무지한 인간의 한계일까.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라고 하며 생각하는 자신을 부정할 수는 없다고 했는데....

 

 

간혹 그런 생각을 해본다.

유일까 아니면 무일까 에 대한 존재에 대한 질문이 철학의 세계와 과학의 세계에만 국한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실생활에서도 필요한 것이 아닐까라고.

 

 

 

 

 

 

 

이 책을 읽고 있으면 철학적인 문제를 언어로 풀어낸 추론의 세계로 들어간 느낌이다. 반론과 역설, 귀납과 연역이 등장하는 논리의 세계로 들어선 느낌이어서 저자의 말처럼 셜록 홈즈 같은 탐정의 기분이 들기도 한다. 사소한 증거에서 놀라운 추리력을 발휘하는 명탐정 홈즈라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왓슨, 내가 몇 번을 말해야 하나?

불가능한 것들을 하나씩 제외하고 나면 남은 것이

비록 믿을 수 없는 일이라도

그게 분명한 사실이라는 것을? (본문 중에서)

 

 

 

 

 

 

이 책의 말미에 이 책을 준비하는 도중에 돌아가시는 그의 어머니가 나온다. 삼가 조의를 표한다. 지금 그의 어머니는 무의 상태일까. 무의 상태일까.

 

이 책에는 존재, 물질, 본질에 대한 탐구와 토론과 사유가 열정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플라톤의 이데아, 샤르트르, 하이데거,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 다윈, 안드레이 린데, 아서 러브조이, 아서 단토, 존 업다이크, 쇼펜하우어, 데카르트, 라이프니츠, 토마스 아퀴나스, 흄, 칸트, 하이데거, 호킹, 히친스, 아인슈타인 등에 이르기까지 세상의 모든 과학자와 철학자들, 수학자와 신학자들의 이름이 깨알같이 열거 되어 있다.

 

오래도록 옆에 두고 베껴보고 싶은 책을 만나서 너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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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덕 2013-06-25 1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존재, 본질, 물질에 대한 질문과 토론이 유쾌할 수 있음을 보여준 책. 지적쾌락이 무엇인지를 어렴풋이 느낀 책 . 정말 강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