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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를 위한 다섯 가지 선물
에란 카츠 지음, 김현정 옮김 / 민음인 / 2013년 5월
평점 :
절판
뇌를 위한 다섯 가지 선물-기억과 망각에 대한 추리소설같은 이야기....
처음 제목을 봤을 땐 뇌 과학서인지 인지심리학인지 아리송했다. 그런데 막상 개봉해보니 소설이었다. 뇌의 과학적 원리를 다룬 자기계발서인 셈인데, 추리소설처럼 전개하는 스토리텔링 기법이 참~ 특이하다.
소설을 이렇게도 쓸 수 있구나. 아니지, 뇌 과학서를 추리소설처럼 쓸 수 있구나.
어쨌든 처음 몇 장을 읽으면서 받은 느낌은 충격, 감탄, 이색적이라는 것이다.
주인공들이 세계주요도시, 특히 아시아의 주요 도시를 돌아다니며 각 나라의 뇌와 관련된 지혜를 모으는 것도 이색적이다. 과학을 소설처럼 쓴 색다름에 끌려 줄줄 읽었다. 하지만 내용이 과학적이어서 그런지 시간은 좀 걸리는 책이다.
누구나 태어날 때부터 갖고 있지만 미처 깨닫지 못하는 잠재력들...... 이 책은 그 잠재력을 깨워주기 위해 썼다고 한다. 원치 않는 기억이나 불필요한 정보를 삭제하고 좋은 기억을 채워 넣는 법, 치명적인 실수를 예방하고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법, 충동과 욕망을 통제하는 법, 상대를 효과적으로 설득하는 기술에 대한 현실적인 지침서이다. 성공률이 90%에 달하는 방법을 따라하다 보면 상대를 설득할 수 있다는 비법도 터득할 수가 있다.
저자는 이스라엘 출신의 에란 카츠다. 천재적 기억술로 유명하며 기억력 부문에서 세계 기네스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지금도 기억력 관련 강연, 저술, 프로그램 개발에 열정적이다.
이 책에는 아시아 학생이 보낸 편지가 발단이 되고 도화선이 되어 소설을 끌어 나간다. 방콕, 뭄바이, 서울, 베이징, 도쿄 등의 아시아 도시여행과, 문화유적과 유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특히 세종대왕의 한글창제, 신라 승려 월명이 쓴 제망매가, 고려의 승려 보조국사 지눌, 한글, 금속활자, 대장경판 등의 이야기가 과제의 해결 논리로 나오기도 한다.
한국인들도 잊고 있던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꽤 깊이 있게 다루고 있어서 놀랍다. 어쩌면 유대문화와 아시아문화를 있는 교량역할을 기대해 볼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숱이 풍성한 반백의 곱슬머리인 50살의 제롬 좀머 교수. 어느 날 어렴풋하지만 익숙한 냄새의 향을 지닌, '아시아 학생의 선물' 이라고 적힌 편지 한 통을 받게 된다. 그러나 좀머 교수는 그 향의 정체나 편지를 보낸 이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어서 고민에 빠진다.
늘 학생들에게 질문을 하라고, 과제를 내주고 해답을 찾아오라고 했던 그다. 그러나 이번엔 반대로 학생이 과제를 내줄테니 증명해 보이라는 상당히 직설적이고 도전적인 내용의 편지다.
교수님은 과제를 좋아하시나요? 그러셨으면 좋겠네요. 제가 교수님께 과제를 좀 내드릴까 하거든요. 인간의 두뇌에 숨겨져 있는 보물과 관련된 다섯 개의 과제를 내드릴 겁니다. 교수님께서 직접 그 보물이 무엇인지 알아내시기 바랍니다. 불가능한 것을 증명해 보여야 하는 거지요. 즉, 인간에게는 숨겨진 능력, 평소에는 결코 사용하지 않는 놀라운 능력이 있다는 것, 그리고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이익을 위해 두뇌의 숨겨진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시면 됩니다. 제가 교수님께 드리는 다섯 개의 선물이라고 생각해 주세요. 교수님께서 이 세상에 전해 줄 선물, 그 선물을 받고 나면 이 세상은 결코 예전과 같지 않을 겁니다.
이 과제를 수행해 주세요. 그러면 교수님이 지금 스스로에게 던지고 있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을 거예요.
제가 앞으로 던질 질문의 답을 찾기로 결심하신다면 , 그것이 교수님의 삶에 돌이킬 수 없는 충격을 줄 수도 있습니다. 교수님께서 그 모든 일을 잘 견뎌내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존경을 담아, 당신의 아시아 학생으로부터.....
좀머 교수의 잊혀진 과거는 무엇일까. 그는 왜 망각해 버린 걸까. 기억을 되살릴 수는 있는 걸까. 아시아 학생이 잊고 싶은 고통스런 기억은 무엇일까. 그녀가 어떻게 해야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두 번째의 편지에서는 필요로 하지 않는 파일을 머리에서 지울 수 있도록 미선 씨에게 망각이라는 선물을 주라고 하는데...
결국 그의 수강생인 한국계 미국인 미선의 도움을 받아 과제를 수행하기 시작하는 좀머....
각기 다른 장소에서 각기 다른 방법으로 미션 쪽지가 주어질수록 서로의 아픈 과거도 들어나고 상처를 치유하게도 되는데....
'모든 일이 끝나고 나면 제롬이 충격 받는다.' 는 사실이 소설을 읽는 내내 긴장감을 팽팽하게 유지시킨다.
과제 수행 과정에서 모은 뇌를 위한 다섯 가지 선물은 무엇일까.
첫째, 망각의 선물-필요하지 않은 정보와 원하지 않은 기억을 삭제하는 것이다.
살기 위해서는 잊어야 한다. 감정이 강렬할수록 기억도 강렬하다. 사람을 미워하는 건 오히려 자신이 고통 받는 역설적인 상황을 만든다. 그러니 용서를 통해 기억의 강도를 낮추는 거다. 성서에 나온 것처럼 일흔 일곱 번 용서를 하며 기억의 고통을 약화 시켜야 한다. 용서는 가장 위대한 힘이다.
잊고자 하는 문제에 집중하고 의식적으로 두뇌에 삭제명령을 내린다. 제 아무리 강렬한 감정이라 하더라도 두뇌에 명령을 내리는 방법을 통해 얼마든지 삭제가 가능하다.
기억의 왜곡도 가능한 놀라운 기억의 메커니즘.... 얼마든지 부정적인 기억을 왜곡해 두뇌가 그 기억을 긍정적인 것으로 여기도록 만들 수 있다. 21일 동안 하루 5번씩 잘못된 기억을 심으며 반복해서 상상하면 그게 결국 진짜 기억으로 바뀐다. 매일 아침 두 사람에게 좋은 기억을 만들어 주는 것도 자신의 기분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
둘째, 안전하다는 믿음이 주는 선물-실수를 방지하고 의사 결정을 개선하는 것이다.
피곤하거나, 짜증나거나, 타이밍이 좋지 않을 때는 결정을 미뤄야 한다. 그리고 방해 요인을 피해야 한다. 직관도 하면 할수록 발달하는 후천적 기술이다.
로드맵을 작성할 때는 양질의 변수 서너 개만 염두에 두어라.
가슴과 논리가 충돌하면 가슴을 따라야 한다. 직관을 따른다는 것은 결국 뇌의 작동에 의한 것이다.
자신이 직접 구하고 찾아낸 것만 믿어야 한다.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현명한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즉각적인 만족을 연기하고 인내심을 키워라. 겸손한 마음으로 모든 것을 대하는 사람은 진실을 명확하게 바라볼 수 있다. 미래에 더 나은 결정을 내리려면 무엇보다 자기비판도 중요하다.
셋째, 욕망의 선물-자제력을 발휘하고 압박감에서 벗어나 후회 없는 삶을 사는 것이다.
자각하지 못하는 대상을 통제할 수는 없다. 생각하고 행동하라. 바람직하지 않은 충동이 일어나면 다른 곳으로 분산 시켜라. 진정한 지혜는 쌓아 두는 것이 아니라 줄이는 데 있다. 절제함으로써 오히려 행복을 얻게 된다. (본문 중에서)
쾌락주의자는 결국 욕망을 최소화 하는 사람이다. 실현가능한 목표는 자신감을 키우는 데 도움을 준다. 매일 조금씩 자제력을 발휘하는 연습을 하라. 지킬 수 있는 약속 지키고 충동이 일어나면 주의를 분산시킨다. 줄여 나가는 미덕을 실천한다.
넷째, 설득의 선물-중국인의 지혜가 담긴 5단계 비즈니스 전술과 유대인의 비결
상대의 마음을 감동시켜라.
성공한 사람처럼 보여라.
사업에 도움이 될 인맥을 형성하라.
설득할 사람이 보내는 신호를 주시하라.
상대가 감탄할 완벽한 순간을 만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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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째, 미의 선물- 완벽한 감탄의 순간을 만들어 내기 위한 일본의 신경미학 법칙
아름다움은 조화로운 삶과 감정적인 행복의 균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아름다움은 우리의 감정을 자극하며 우리가 하는 모든 일에서 완벽을 추구하게 한다. (본문 중에서)
뛰어난 기억력은 성공에 도움이 되지. 반면 뛰어난 망각능력은 건강한 삶을 위한 축복과도 같아. 우리는 부정적인 기억을 왜곡해 두뇌가 그 기억을 긍정적인 것으로 여기도록 만들 수 있어. 뿐만 아니라 사건이 발생하는 바로 그 순간에 어떤 기억을 심어 넣을지 미리 결정할 수도 있다네. (본문 중에서)
이 책의 마지막에는 흐느끼는 외침이 있다.
한 사람이 동시에 두 사람을 사랑할 수도 있을까요?
어찌 이럴 수가 있을까. 서로가 사랑했던 과거에 대해서 여자는 완벽하게 기억하고 남자는 완벽하게 망각한다. 아시아 학생은 결국 제롬의 첫사랑이었다. 그들의 사랑했던 기억들이 잊혀지는 과정이 너무 가슴 아프고 절절하고 먹먹하다. 과제수행을 통해 남자도 여자도 치유를 받게 되지만 잃어버린 세월을 어찌 되돌릴 수 있을까.
기억과 망각에 대한 설명을 스토리로 풀어서 때론 추리소설처럼, 때론 로맨스처럼 재미를 주지만 그 속에는 깊이 있는 뇌 심리학에 대한 명언들이 가득하다. 저자의 스토리 텔링 수준이 정~말 환상인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