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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로 읽는 서양철학사
호리카와 데쓰 지음, 이선희 옮김 / 바움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에피소드로 읽는 서양철학사- 철학을 철학자의 사생활과 엮어 놓았어요.~~
요즘 <세상은 왜 존재하는가> 라는 책을 읽으면서 인간의 실존에 대한 생각이나 질문들이 꽤나 흥미롭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흔히들 철학이라 하면 딱딱하고 어렵고 재미없다는 반응이 대부분 일 것이다. 나도 그랬으니까......
내용이 방대하고 어려울수록 징검다리 같은 책을 찾게 되는데 그래서 고른 책이 <에피소드로 읽는 서양 철학사> 이다.
이 책의 저자는 호리카와 데쓰. 1947년 고베에서 태어나 호세이대학 경제학부를 졸업하고 지금은 삿포르대학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전공은 현대사상과 사회사상사이다.
철학적 사유에 철학자의 인생, 철학 사상들이 섞여있다. 재미있게 읽고 쉽게 접근하라는 저자의 의도대로 철학자들의 일화들은 친근하게 다가온다.
중세 기독교 중심의 스콜라 철학의 시대를 벗어나 인간 중심의 새로운 사조를 열었던 17세기 데카르트, 스피노자에서 시작하여 19세기 칸트, 헤겔, 마르크스 에 이르고 20세기 니체, 프로이트, 비트겐슈타인, 도킨스, 리처드 로티에 이르기 까지 모두 22인의 근대와 현대 철학자들에 대한 철학과 삶에 소소한 일화를 곁들여서 소개하고 있다. 딱딱한 철학이론서가 아니라 개인적인 삶과 에피소드로 양념을 한 부드럽고 감칠맛 나는 요리 한 접시를 먹는 느낌이다.
철학자들 중에는 데카르트나 비트겐슈타인처럼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난 사람도 있고, 홉스나 칸트처럼 서민 집안에서 태어난 사람도 있다. 달랑베르처럼 어머니에게 버림받은 사람도 잇고 루소처럼 자식을 버린 사람도 있다. 결혼 생활이 행복한 사람도 있고 불행한 사람도 있으며, 엄청난 고통 속에서 죽은 사람도 있고 안락사 상태에서 편안히 눈을 감은 사람도 있다. 니체는 만성 두통에 시달리다 마지막에는 미쳐서 죽었다. 나치 당원이었던 하이데거는 용케 살아남았지만, 유대인인 후설은 나치의 학대 속에서 삶을 마감했다. 인생의 풍경은 사람에 따라 다르다. 철학자들은 제각기 다른 출생과 환경 속에서, 어떻게 스스로 목숨을 끊지 않고 자신의 세계와 인생을 이해하고 화해했을까?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것은 철학자들의 그런 이야기다. (프롤로그에서)
'신체는 자동 기계이다'라고 했던 데카르트. 프랑스에서 태어났지만 사람들을 만나기 귀찮아해서 네덜란드로 이주한다. 이자만으로 하인을 부릴 정도의 여유 있는 삶이어서 하인을 부리며 평생 독신으로 산다. 잠깐 가정부와의 사이에 딸을 두지만 5세에 병으로 죽는 딸을 보며 의학을 중시하게 된다. 53세 때 스웨덴 여왕의 끈질긴 초대로 추운 겨울을 스웨덴에서 보내다 결국 폐렴으로 세상을 떠나게 된다.
'나는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며 인간을 자동기계처럼 생각했던 데카르트.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는 그의 말처럼 생각하는 기계, 뇌를 가진 유기적 조직체로서의 인간의 존재 이유는 생각에 있으리라. 물론 어떤 생각을 하느냐가 중요하겠지만 말이다.
'야망을 가져라.'고 했던 데이비드 흄과 <에밀>을 쓴 장 자크 사이의 스캔들, 30세 가까이 나이차이가 나는 연인의 저택에서 숨진 로크, 정해진 시간에 산책하는 것이 취미였던 칸트, 한 여인 루 살로메를 둘러 싼 수많은 지식인들 즉, 릴케와 니체, 프로이트, 퇴네이스 등과의 염문설, <이기적인 유전자>, <만들어진 신> 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동물학자 리처드 도킨스의 이야기들이 흥미롭다.
평소 철학을 멀게만 느껴 온 사람들에게 철학을 가까이 할 수 있는 터를 제공해 주는 것 같다. 철학자들의 사생활을 들여다보는 본능적인 호기심도 충족시켜 주면서 철학의 문을 열게 하고 있으니까.
이 책을 읽다 보면 각기 다른 환경에서 치열하게 살다간 철학자들의 세계가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은 듯 느껴진다. 그래도 천재적이면서도 괴짜기질까지 보여 흥미롭기도 하다. 아마도 그런 경험들이 철학으로 이론으로 녹아들고 객관화 된 것이 아닐까. 서양철학을 깊이 있게 다루지는 않았지만 그래서 더욱 읽기에 수월하다. 철학으로 다가서기 전에 읽고 갈 징검다리 같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