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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론 ㅣ 돋을새김 푸른책장 시리즈 6
플라톤 지음, 이환 옮김 / 돋을새김 / 200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플라톤의 국가론-현자 소크라테스와 작가 플라톤이 만났을 때
며칠 전 플라톤의 저서 <소크라테스의 변명>을 읽으면서 플라톤이란 철학자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의 스승인 소크라테스의 통쾌한 논리에 끌리기도 했지만 그의 글 솜씨 또한 만만치 않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오늘, 책장 한 켠에 밀쳐둔 플라톤의 <국가론>를 읽었다.
이 책은 소크라테스와 제자들과의 대화 형태로 시종일관 진행되지만, 그 속에는 플라톤의 생각도 깊이 있게 녹아있지 않을까.
![20130612_083837_resized[1].jpg 20130612_083837_resized[1].jpg](http://blog.chosun.com/web_file/blog/121/103621/1/20130612_084833_1a9bafd38a8c90e84a32c5aeca6f00e9.jpg)
한 때 비극작가를 꿈꾸기도 했던 그의 유려한 글 솜씨가 없었다면 오늘날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 우리가 어떻게 알겠는가.
소크라테스는 살면서 단 한 줄의 글도 남기지 않았다고 한다.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에 가서 대화하고 질문하는 형식으로 이야기를 나눈 게 다였다. 마치 예수처럼.
소크라테스에 대한 모든 기록은 그의 제자인 플라톤이라는 탁월한 작가의 작품이다. 플라톤이 있었기에 소크라테스 역시 인류의 위대한 스승으로 오늘날까지 우리의 마음속에 살아남을 수 있는 거겠지.
![20130612_084640_resized[2].jpg 20130612_084640_resized[2].jpg](http://blog.chosun.com/web_file/blog/121/103621/1/20130612_084923_a99a0b321773007f39fb27859f7ae675.jpg)
애초에 비극작가를 꿈꾸던 플라톤이 디오니소스 극장 앞에서 우연히 소크라테스를 만나게 되면서 운명은 시작된다. 전날 밤 새끼 백조가 무릎위에 있다가 날개를 퍼덕이며 기쁘게 날아가는 모습을 꿈 꾼 소크라테스는 플라톤을 보자마자, "이 친구가 바로 꿈속의 백조로군." 했다고 한다. 백조는 학문과 예술의 신인 아폴론의 상징동물이다.
운명적인 그날이후 플라톤은 이전에 썼던 작품들을 모조리 불태운 뒤에 소크라테스를 스승으로 삼고 따르게 된다. 천재가 천재를 알아보는 순간의 짜릿한 체험은 어떤 것일까.
그의 스승에 대한 존경과 사랑은 무한대였나 보다.
플라톤은 자신이 소크라테스와 같은 시대에 태어난 것을 행운이라고 했다.
나는 야만인으로 태어나지 않고 그리스인으로 태어난 것과, 노예로 태어나지 않고 자유인으로 태어난 것과, 그 중에서도 소크라테스와 같은 시대에 태어난 것을 신께 감사한다. (부록 중에서)
소크라테스가 70세를 끝으로 생을 마감할 때, 플라톤의 나이는 28세였다.
플라톤이 80년의 세월을 사는 동안 소크라테스와 함께한 세월은 7~8년 정도였던 셈이다.
25년이나 끌던 펠로폰네소스전쟁(아테네와 스파르타의 싸움)에서의 패배로 피폐해진 아테네를 보며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스승을 죽음으로 몰고 간 아테네의 민주정치에 대한 배신감은 어느 정도였을까.
소크라테스의 죽음에 충격을 받고 그가 정치에 회의를 느끼며 쓴 글이 바로 <국가론>이라는데...... 이 책은 모두 열권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내용과 형식에 있어 방대하고 깊이가 있어서 그의 대표작이라고 한다.
비극작가의 꿈을 꾸며 시나 글을 썼던 플라톤.
마치 드라마를 쓰듯 인물, 사건 배경을 나열하며 특정 주제들을 다루는 솜씨는 정말 놀랍다. 현실 문제를 다루면서도 실존인물들을 등장시키고 있고 소크라테스의 대화법을 유지하면서도 암시와 복선이 깔려있음에 여러 번 놀란다.
이 책에서는 정치, 철학, 종교, 교육, 문학, 예술, 신화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또한 정의에 대한 깊은 탐구에서 시작해 이상 국가와 올바른 인간에 대한 폭넓은 논의들이 담겨 있다. 이 책에서 시종일관 관통하는 주제는 훌륭한 삶, 올바른 삶이란 무엇인가이다.
1권 정의의 이익
2권 국가의 탄생
3권 수호자들을 위한 교육
4권 정의로운 삶
5권 공산사회와 남녀평등
6권 철학자와 통치자
7권 선의 이데아와 이상국가
8권 잘못된 국가체제
9권 지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왕국
10권 시인 추방론과 영혼불멸설
소크라테스가 철학적 논의를 가지고 말로써 사람들의 영혼을 흔들어 놓았다면 플라톤은 그의 부와 지식을 가지고 아카데미아를 세우고 교육과 저술로 사람들의 마음을 훔쳐가 버렸다. 일례로 알키비아데스는 소크라테스의 말을 듣지 않으려고 귀를 틀어막고 도망쳤다고 한다.
![20130607_175434_resized_1[1].jpg 20130607_175434_resized_1[1].jpg](http://blog.chosun.com/web_file/blog/121/103621/1/20130612_085226_00ec859470962aaad03764b1fa955db0.jpg)
유력한 정치가 집안의 귀족 청년이었던 그가 결국엔 현실 정치를 떠나 학문과 교육에 관심을 두며 아카데미아를 세웠다는 사실은 무엇을 말할까. 그의 이상국가에 대한 강력한 실천의지가 아니었을까. 스승의 철학을 전하기 위한 강렬한 열망이 아니었을까. 그는 스승이 죽은 후 철학과 저작 및 가르치는 일에 몰두하며 스승과의 지난 시간들을 음미했으리라. 그의 저서에는 소크라테스가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는 방식으로 나온다. 그것은 스승이 죽은 후에도 그는 늘 스승과 대화했다는 뜻이리라.
그러니 소크라테스가 오늘 우리 곁에 남아 있는 것도 다 플라톤 덕분이다. 땡큐~~플라톤~~
플라톤이 42세에 세운 아카데미아는 이후 1000년이나 지속되다가 유스티니아누스 황제에 의해 A. D 529에 문을 닫게 된다. 정치의 희생양이 된 것이다.
평생에 걸쳐 <국가론>을 쓰면서 이론적으로 완성한 이상국가론을 시라쿠사에 실현해 보고자 노력했지만 그의 처남인 디온의 개혁실패로 불가능을 절감한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실현가능한 차선의 국가 확립을 위해 노력한 결과물이 아카데미아를 통한 교육과 그의 저서 <법률>이다.
![20130612_083902_resized[1].jpg 20130612_083902_resized[1].jpg](http://blog.chosun.com/web_file/blog/121/103621/1/20130612_085308_9e6f2486c1bdc3fa3d1a9dc40e6e2f09.jpg)
그의 저서목록들을 보고 있으면 그가 이상 국가, 훌륭한 국가를 얼마나 염원했는지, 소크라테스를 몰라준 세상이 얼마나 야속한지를 느끼게 한다.
이 책은 어려운 철학 내용들이지만 대화체인데다 그의 비범한 글 솜씨에 끌려 생각보다 읽기가 수월한 편이다.
1권 정의의 이익에서는 마치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강의를 듣는 듯 하기도 했다.
국가를 이야기하면서 삶의 본질, 올바르게 산다는 것의 의미, 훌륭하게 산다는 것의 의미, 올바른 국가가 되기 위해 통치자들이 지녀야 할 덕목들을 다루고 있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다. 이 책이 왜 고전인지, 고전이 시공을 초월해서 감동을 주는 이유가 뭔지 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