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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그림이다 - 동서양 미술의 완전한 만남
손철주.이주은 지음 / 이봄 / 2011년 11월
평점 :
다, 그림이다-동양화로 말을 걸면 서양화로 대답하다
그림 속으로 걸어 들어가 보면 예쁘고, 재미있고, 비밀스럽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많음을 본다.
오늘 동양화와 서양화가 만나서 문답을 주고받는 책을 만났다.
동양화와 서양화는 종이의 재질이나 그리는 방법, 분위기 등이 분명히 다를 텐데, 같은 주제를 놓고 주거니 받거니 대화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
동양화로 말을 걸면 서양화로 대답하고 서양화로 말을 걸면 동양화로 대답하는 정~말 특이한 책이다.
동양미술에 해박한 미술평론가 손 철주와 서양미술을 전공한 성신여대 미술교육과 이 주은 교수의 문답은 편지처럼 주고받는다.
손 철주가 동양화를 꺼내 놓고 예스럽고 고전적으로 지적 유희를 펼쳐 놓으면 이 주은이 서양화를 꺼내 들고 세련되고 현대적인 필치로 편안하고 부드럽게 맞장구를 쳐 준다.
그림을 통한 삶의 대화 같다. 동서양 화합의 장 같다. 그런 대화가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 하고 있다는 것에 놀랍다. 그건 아마도 인간 삶의 보편적 주제들을 다뤄서 그런가.
14세기에서 19세기에 이르는 동양화와 15세기 르네상스에서 20세기까지의 서양화 속에서 나누는 이야기들.....
그리움, 유혹, 성공과 좌절, 나는 누구인가, 나이, 행복, 일탈, 취미와 취향, 노는 남자와 여자, 어머니, 엄마 ....
이 10개의 주제를 가지고 여러 개의 그림 속을 유유자적하며 노닐다 보니, 그림에 대한 높은 벽이 조금씩 무너지는 느낌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뜻이겠지.
종이에 그리면 그림이고, 마음에 그리면 그리움이다....
그리움은 어디서 옵니까. 아무래도 부재와 결핍이 그리움을 낳겠지요.....
화가는 예부터 이제까지 허구한 날 그림을 그려댑니다. 무슨 그리움이 그리 사무쳐 그릴까요....
세상과 그림, 어느 것이 옳은가
봄볕 내려오니 피지 않는 꽃이 없구려.
손 철주의 글은 초록빛이고
이 주은의 글은 보랏빛이다.
낮에 스치듯 바라본 그림이 간혹 내 의지와 상관없이 나의 심연을 흔들어 놓을 때가 있어요...... 아득히 오래 전에 처음 벌어진 그 경이로운 경험과 그것이 지금 내게로 익숙한 듯 새롭게 다가온 느낌, 그 둘을 그림 속에서 찾을 수 있길 바랍니다. 신선하고 순결한 과일을 술로 만들어 건조한 우리의 일상에 촉촉함을 선사했던 바쿠스의 포도주처럼 요.
그리움은 무엇입니까.
손 철주가 짧아서 그리운 봄날을 더욱 애틋해 하며 당나라 시인 설도의 '춘망시' , 고려의 이규보의 '꽃 심기'를 읊조린다. 그리고 신윤복의 <연당의 여인>에서는 울 혈진 그리움을, 김홍도의 <미인 화장>에서는 님을 기다리는 예쁜 그리움을 , 작자미상의 <서생과 처녀>에서는 가깝고도 목마른 그리움을 얘기하며 질문한다. 그리움은 무엇입니까.
이 주은이 답을 띄운다. 그리움은 지나간 것들에 대한 애틋함인 가요라며 요시토시 <시노부가오카의 달>을 보여 준다. 기다리다 그리워하다 꽃이 된 사연을 담은 빈센트 반 고흐의 <아몬드 꽃>을, 모든 첫 것은 그리운 법이라며 조반니 볼디니의 <첫 과일>을 펼쳐 보인다.
이렇게 10개의 주제들을 놓고 저자들은 서로 나누고 호응하며 공감해 나간다.
다 그림이다.
그렇지. 하루하루가 그림의 한 장면 맞다. 맞아.~
오늘이라는 캔버스 위에 내 주변을 배경으로 나를 그려 가는 것. 그래서 세상사 모두가 다 그림이라고 했나 보다.
그림을 그리는 것도 어렵지만 남의 그림을 보고 이해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것 같다.
그래도 그림에 관련된 책을 꾸준히 읽다보니 미술의 세계가 주는 숨은 이야기와 의미에 끌려서 자꾸만 그림 속으로 빨려 들게 된다. 그림 뒤에 가려진 뭔가를 알아가는 느낌에 전율하기도 하고, 여태 높게만 느껴지던 벽이 확~실히 친근하게 느껴져 흐뭇해하기도 한다. 이해와 공감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는 뜻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