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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서두르지 않는다, 가우디
김용대 지음 / 미진사 / 2012년 7월
평점 :
신은 서두르지 않는다. 가우디 -바르셀로나를 보석으로 만든 천재 건축가를 만나다.
가우디.
그의 건축물을 많이 알지는 못하지만 모두들 칭송하고 있기에 얼마나 대단한지 늘 궁금했었다.
오늘 가우디를 만나면서 나는 할 말을 잃는다. 회색빛 콘크리트와 벽돌, 시뻘건 쇳조각이 찬란한 보석으로 탈바꿈하는 이야기에 넋을 잃는다.
안또니 가우디는 1852년 6월 25일, 까딸루냐의 작은 마을 레우스에서 태어났다. 증조할아버지부터 아버지 때까지 대장장이를 업으로 살았고 외가 또한 같은 일을 했다. 어릴 적부터 병약한 그는 쇠붙이가 멋진 그릇으로 탈바꿈하는 과정을 관찰하면서 자랐다.
그의 어릴 적 시골생활과 아버지의 망치질이 그에게 어떤 영감을 주었을까.
가우디 건축의 가장 큰 모티브는 자연이라고 한다.
땅위를 기어 다니는 벌레, 굽이쳐 흐르는 시냇물의 속삭임, 피어나는 꽃들의 환상적인 움직임들.... 그 모든 것이 그의 상상력을 자극했으리라.
마을 주변에 있는 유적지 또한 그의 관찰의 대상이었다.
빛과 형태, 자연과 유적지에 대한 관찰....
그래, 모든 예술은 관찰에서 시작하는 거였지.
내가 아는 가우디의 건축물은 까사밀라와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이다.
까사밀라
파도치는 모양의 벌집 같은 고급 맨션. 모래성 같기도 하고 사막의 석회암사원 같기도 하다.
평범한 사각형을 거부한 그의 예술혼이 남아있는 이 건물은 마치 춤을 추는 느낌이다.
모서리를 완만한 곡선으로 둥글게 처리함과 동시에 층간을 구분하는 부드러운 물결 주름을 이용해 모든 부분을 하나로 묶어 놓았다. 덕분에 외관이 물결치는 듯 한 모양이 되었다. 발코니의 주철 난간에는 뒤틀린 포도나무 줄기, 나팔꽃, 비둘기, 커다란 야자수 이파리 등이 숨겨져 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성가족 성당)
1882년 3월 19 일 성 요셉 축일에 공사를 시작해서 1935년에 일어난 스페인 내전으로 한때는 건축이 중단되기도 했지만, 지금까지도 계속 공사 중으로 유명하다. 2026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다.
신은 결코 서두르지 않는다고 했던 그의 건축철학을 잘 보여주는 곳이다. 사실적인 수많은 조각상과 다양한 상징들로 인해 엄청 정교하고 대단한 인내를 필요로 하는 작품이다. 예수의 탄생과 소년기의 행적에서부터 최후의 만찬, 십자가 위의 죽음, 부활과 승천에 이르는 스토리가 정밀하게 조각되어 있다.
구엘 공원
구엘 공원은 가우디의 열렬한 후원자였던 구엘의 주택가. 구엘이 영국에서 고급 주택가를 보고 영감을 받아 바르셀로나에도 고급 주택가를 조성하려 했던 작품이다.
동화 같은 집, 세상에서 가장 길다는 꾸불꾸불한 인체공학적 벤치, 계단 위의 도마뱀조각.......
공원 구석구석 가득한 온갖 은유와 상징들은 그리스 신화, 까딸루냐 신화, 카톨릭 신앙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한다.
지대를 깍지 않고 자연 그대로의 건축을 고집했던 가우디. 현실적인 돈 문제로 중단되었지만 바르셀로나 시가 이 부지를 매입해 시민공원으로 조성해서 무료개방하고 있다고 한다.
당신은 내가 어디서 모델을 발견하는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그것은 똑바로 서 있는 나무에게서 입니다.
줄기는 우선 큰 나무를 받치고 큰 가지는 잔가지들을 받치고,
잔가지는 잎사귀들을 받칩니다.
그리고 모든 부분이 조화롭고 장엄하게 성장합니다.
일찍이 신이 그것을 창조한 이래 이제 건축가가 그것을 창조합니다.
그의 상상력은 어디까지였을까.
문의 쇠고리를 빈대 모양으로 하거나, 문에 뱀의 날름거리는 혀로 주철 장식을 넣거나,, 구멍은 벌집처럼 해서 볼 수 있게 했다는데......
'성가족 성당'과 같은 거대한 건축물을 만들 수 있었던 그의 빛나는 통찰력과 열정, 신앙심은 거의 초인적인 경지다.
오늘날 유네스코는 가우디가 건축기술을 발전시키고 새롭게 했다면서 그의 작품들 중 일곱 곳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까사 비센스, 구엘 공원, 구엘 궁전, 구엘의 지하예배당, 까사 바트요, 까사 밀라, 성가족성당의 예수 탄생 장면과 지하예배당.
가우디의 작품에는 까딸루냐의 전통과 문화에 대한 자부심과 바르셀로나의 창조정신과, 카톨릭 신앙이 잘 어우러져 있다.
가우디. 그를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건축이 예술임을 보여 준 예술가, 천재 위의 천재, 곡선의 위대함을 보여 준 건축가.
자연을 예술로 승화시킨 건축가, 아파트도 동화적이고 몽상적일 수 있음을 증명해 보인 예술가......
바르셀로나를 건축의 도시, 예술의 도시, 가우디의 도시로 만들어 버린 가우디...
건물이 예술작품이 되고 유산이 될 수 있음을 보여 준 천재 건축가이다.
처음엔 그를 알고 싶어서 읽었던 책인데 이젠 그곳에 가고 싶다. 그가 남긴 위대한 유산을 보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