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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오케스트라 - 리처드 용재 오닐과 함께한 1년의 기적
이보영 지음 / 이담북스 / 2013년 5월
평점 :
안녕?! 오케스트라 - 아픔을 간직한 아이들…… 음악을 통한 소통과 치유 이야기
제목이 참~~ 색다르다.
'안녕' 뒤에 ?와 !가 형제처럼 붙어 있다.
<안녕?! 오케스트라>
'리처드 용재 오닐과 함께한 1년의 기적' 이라는 부제를 보며 대단한 내용일 것이라는 짐작은 했다.
다 읽고 난 지금은 폭풍감동이라는 글자만 떠오른다.
폭풍감동…….
인종, 신분, 지역, 나이, 경제를 초월한 아이들의 하모니…….
처음엔 봄비처럼 촉촉이 가슴을 적시더니 점차 한낮의 소낙비처럼 퍼붓는 강렬함으로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아픔을 가진 아이들의 이야기가 음악적 소통을 넘어 감동과 희망과 기적을 보여 주고 있기에…….
이 책은 MBC에서 방송한 <안녕?! 오케스트라> 에 얽힌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그 방송을 보지 못한 나는 책을 다 읽은 후 확인해 보리라 마음을 먹었다가 도중에 검색해 보고야 말았다. 그들의 모습과 화음이 너무 너무 궁금하고, 보고 싶고, 듣고 싶어서였다. 들을수록 솟아나는 주체할 수 없는 뜨거운 감동…….
리처드 용재 오닐.
전쟁고아인 어머니와 함께 미국에 입양된 용재 오닐. 아빠는 존재하지 않았고 엄마는 지적 장애인.
시골에서 시애틀까지 왕복 6시간의 거리를 운전하며 기꺼이 손자의 재능을 키워주는 조부. 앉아서 불평하기 보다는 행동으로 옮기라고, 실패하든 성공하든 끝까지 도전해 보라고 격려하는 할머니.
용재 오닐은 그런 조부모 덕분에 슬픔과 우울은 행복과 희열만큼이나 소중한 삶의 일부임을 받아 들인다. 음악을 알고부터 클래식 음악과 깊은 사랑에 빠지게 되고 존재의 정체성에 대한 혼란도 극복해 나간다. 조부모의 헌신적 양육으로 드디어 세계적인 비올리스트가 된 그.
비슷한 아픔을 겪은 그이기에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을 더 뜨겁게 끌어안은 건지도 모른다.
오케스트라단에 뽑힌 아이들은 모두 25명이다.
아이들의 엄마 아빠 나라는 10개국으로 다양하고 나이 조합도 9살에서 14살까지 다양하다.
처음엔 산만하고 자신 없고 무표정한 아이들이 크로스오버 가수인 카이와 그 외 재능 기부 선생님들의 도움으로 음악을 알아가면서 점차 생기발랄함과 집중력을 보이게 되고…….
후드모자를 쓴 남자 아이 같던 소녀 선욱이, 한 음악을 만들고 싶다는 콩고난민 다니엘, '반짝반짝 작은 별'을 연주하고 싶다는 가영이, 파키스탄 아빠와 한국인 엄마를 가진 헤라, 수하 자매, 컴퓨터 게임을 끊고 차츰 친구인 바이올린을 '바린'이라는 애칭으로 부르는 원태, 비올리스트를 꿈꾸는 바울, 키르기스탄에서 온 아델리아, 악장 준마리, 평은이, 한위,.......
하나 같이 가슴 아픈 사연을 간직한 아이들은 용재 오닐 의 아픈 가족사와 성장 과정을 들으며 위로와 힘을 얻게 된다.
전남 보성으로 여행을 가서 친밀함을 다지기도 하고 자연의 소리를 듣기도 한다.
자신만의 악기를 선물 받으며 행복해서 껴안고 자기도 하고 다른 악기들과 어울려서 하는 재미를 느끼기도 한다. 용재 오닐이 몇 년째 활동하고 있는 클래식 그룹 '디토'의 <디토 페스티벌>의 '오프닝 나잇' 에 참가하는 영광도 누리게 되고, 카이의 매력적인 'You raise me up' 을 들으며 그 노래를 연주할 수 있기를 꿈꾸기도 한다.
악기를 만져 본 경험이 없던 아이들은 점차 악보에 눈을 뜨게 되고 모차르트의 자장가, 베토벤의 교향곡 제 9번 합창, 섬 집 아기 등을 연주하게 되면서 자신감과 열정을 회복해 나간다. 작곡을 배우면서 작곡의 기쁨도 알게 되고 그 곡들을 연주하는 영광도 누리게 된다.
1년의 세월이 흐른 뒤에는 고사리 같은 손으로 자신을 키워준 할머니, 할아버지, 엄마, 아빠에게 드리는 위로의 연주를 한다. 어린 아이들이 고달픈 어른들을 위로해 주려는 자장가소리......결국 안구에 습기를 차게 하는 녀석들……
이 책에는 음악적으로 경험이 없던 아이들이 점차 음악을 알게 되고 음악에 대한 사랑을 느끼면서 자신의 음악적 잠재력을 키워가는 과정들이 촘촘하게 그려져 있다.
음악이 말을 걸러 온다면 어떤 느낌일까.
아이들은 점차 음악 속으로 빠져 음악과 대화하고 음악으로 외로움을 달래고 악기연주로 적대적인 세상과 맞서 싸울 용기를 얻는다. 세상에서 얻은 상처투성이로 삶이 달콤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는 이들이지만 노력하면 그마저도 선물일 수 있음에 기쁨을 느끼기도 한다. 친구가 없던 아이들에게 친구가 생기고 즐거움을 모르던 아이들에게 기쁨의 환호가 울려 퍼진다.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하면 용재 오닐 선생님처럼, 카이 선생님처럼, 재능 기부한 선생님들처럼 될 수 있다는 희망을 펼쳐 보이는 아이들. 나아가 자신도 다른 사람에게 희망이 되고 싶다는 아이들…….
너무 예쁜 아이들의 소망에 내 마음이 다 훈훈하다.
소중한 친구들을 얻고 험한 세상과 맞서 싸울 힘, 쓰러지지 않고 끈기로 무언가를 해 낼 수 있는 힘을 얻은 아이들……. 억눌린 감정들이 풀어지면서 자신의 소망을 펼쳐 보일 때는 기쁨의 눈물이 주르륵 흐리고......
불공평한 세상을 받아들인 아이들은 이젠 더 이상 숨거나 피하지 않고 당당히 자신의 현재를 살아 갈 것이다. 욕, 놀림, 차별이 없는 세상을 꿈꾼다는 아이들의 소원대로 이뤄지길 소원하며.....
음악이라는 친구가 그들에게 준 선물이다.
현재(present)는 선물(present)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