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경 - 동양 고전에서 배우는 이기는 기술
자오촨둥 지음, 노만수 옮김 / 민음사 / 2013년 4월
평점 :
절판


쟁경-그대~ 원하는 것을 얻고자 한다면 동양 고전에서 지혜를 배우시라.

 

 

'동양 고전에서 이기는 기술' 을 부제로 달고 나온 <쟁경>.

이 책을 읽으면서 중국 논변의 역사가 서양 토론의 역사보다 깊고 유려하다는 점을 깨닫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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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의 <사기>를 읽어야겠다고 결심하던 와중에 만난 책 <쟁경>

보고 싶고 읽고 싶던 멋진 책, <쟁경>을 매일 소중히 펼쳐 읽으면서 지적 유희란 이런 건가 싶기도 해서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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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책을 받자마자 제일 먼저 펼친 곳은 맨 마지막을 장식하는 청대의 옹정제였다. <보보경심>을 읽은 직후였기에 주인공 약희의 남자로 나오는 사황자 옹정제의 논변이 궁금해서였다. 순전히 소설 탓이다. 강력한 카리스마에 정제된 언변이 매력적이지만 때론 너무 잔인한 사황자 옹정제의 논변을 읽으면서 자꾸만 <보보경심>의 장면이 떠올라서 제대로 집중하지 못했다. 이럴 수가! 소설과 역사가 혼동되고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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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전국시대의 관중, 안자에서 시작해 청대 옹정제까지 82명의 논변가에 대한 오마주인 <쟁경>.

 

이 책은 4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중에서도 춘추 전국 시대의 논변이 가장 많다.

 

1부 책사들이 천하를 종횡하고 논변의 백가쟁명이 일어나다 -춘추 전국 시대, 30명

 

탁월한 안목과 빼어난 논변으로 제나라 환공을 중원의 패자로 만들다-관중

키 작고 볼품없는 외모에서 촌철살인의 말솜씨를 뽐내다-안자

강대국 사이에서 정나라를 작지만 강한 나라로 만들다-자산

백성 편에 서서 통치자에 맞선 중국 최초의 직업 변호사-등석

성스러운 척, 아는 척을 그만 두면 천하가 평안하다-노자

비유를 통해 진리를 드러내다-공자

네 나라로 출사하여 춘추 대륙의 판도를 크게 변화시키다-자공

천하가 어지럽거늘 마땅히 의로움을 행해야 하지 않은가-묵자

백성이 귀하고 사직은 그다음이고 군주는 하찮다-맹자

자유를 갈망하고 권세를 가벼이 여기다-장자

부귀를 헌신짝처럼 여기고 고결한 뜻을 지녀 숨어 살다-진중

다섯 수레의 책을 읽어 학식이 풍부하고 절묘한 비유로 변론하다-혜시

논리학자들이 기괴한 논변 명제로 자아도취에 빠지다-변자 학설 21사

괴이한 논변으로 천하를 놀라게 하다-공손룡

숨어 사는 은사였지만 말재주로는 겨룰 만한 맞수가 없다-위모

송곳 끝이 자루를 뚫고 나오다-맹상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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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 순우곤, 추기, 노중련, 무령왕, 귀곡자, 장의, 소진,

범저, 채택, 우경, 모초, 순자, 한비, 이사

 

2부 백가쟁명이 끝나고 궁정 논변이 펼쳐지다.―양한. 위진 남북조 시대, 21명

 

역이기, 육가, 괴통, 동중서, 동방삭, 소무, 염철 회의, 장석지, 유향, 곡영, 왕충, 진번, 모자, 제갈량, 등지, 진복, 유총, 석호, 부생, 소연, 범진

 

3부 쟁신을 육성하여 궁정 논변의 황금기를 이루다.― 당나라. 송나라 시대,15명

 

당태종, 위징, 무측천, 적인걸, 요승, 한유, 백거이, 조광윤, 손석, 범중엄, 구양수, 왕안석, 정호, 주희, 이강

 

4부 소수 민족 정권과 함께 논변의 격변기를 맞다- 원나라. 명나라. 청나라 시대, 16명

 

개묘, 장양호, 주원장, 주윤문, 방효유, 왕진, 유근, 왕수인, 해서, 양계성, 장거정, 만력제, 동림당, 위충현, 이지, 옹정제

 

 

나는 이 중에서도 관중의 논변과 안자의 논변을 읽으면서 큰 감동을 받았다.

 

포숙아와 관중의 우정, 관포지교로 유명한 바로 그 관중의 이야기에서는 성현의 지혜를 엿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죄수의 신분에서 단숨에 재상이 되어 제나라 환공을 중원의 맹주로 앉혔다는 관중.

그의 논변에는 백성들을 소중히 여기는 중민사상과 애민사상이 짙게 배어 있다.

 

"임금은 무엇을 귀하게 여겨야 하오?" 라는 제나라 환공의 질문에

"마땅히 하늘을 귀하게 여겨야 합니다.(......)임금이 된 자는 바로 '백성을 하늘로 여기라'는 뜻입니다. 백성이 임금과 함께 편안하고, 백성이 임금을 도와주면 강성해지는 것입니다. 그러지 않고 백성이 임금을 탓하면 위태해지고, 백성이 임금에게 등을 돌리면 필경 망하고 마는 것입니다." 관중의 변론은 민심의 향배가 통치자의 명운을 결정한다는 진리를 선명하게 보여 준다. -본문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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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조회 때 날아가는 기러기를 보며 제나라 환공과 나누는 문답, 어리석은 노인네의 망아지 에피소드를 나누며 하는 문답들은 단순한 질문과 답변의 수준을 넘는다. 논변 고수의 경지가 어떠한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안자의 논변은 너무 멋져서 할 말을 잃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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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고 볼품없는 외모에서 촌철살인의 언변을 구사한 논변 천재인 안자.

부드러움 속에 예리함이 있고 단순한 비유에 지혜와 기지가 번득이는 설득력은 범접할 수 없는 위엄을 느끼게 한다. 어린 아이 같은 놀이를 즐기는 임금에게 참새 새끼로 인애의 마음을 깨우친 일, 추운 겨울 날 황금신발을 신고 위세를 떨치려 한 왕을 호되게 꾸짖는 과감한 직언, 사냥을 좋아하고 국정을 소홀히 하는 경공에 올리는 간언, 경공의 논리에 감춰진 허점을 간파하고 반박하는 논리에 안자가 다시 태어났으면 어떨까 싶기도 했다.

 

사마천은 "명재상 안영이 오늘날 살아 있다면 나는 그의 채찍을 드는 마부가 되어도 좋을 만큼 흠모한다."라고 했다.―본문 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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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동감이다.

 

'귤화위지'부분에는 논박하는 사신 안자와 자신의 잘못을 곧바로 인정하는 초나라 왕이 나온다. 한 나라 임금의 입장에서 자신이 무시했던 사신을 곧바로 인정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안자의 논변이 얼마나 기지가 넘쳤으면 그랬을까. 한 방에 훅- 가는 느낌. 이런 안자와 초나라 왕을 보고 있자니 둘 다 멋지고 존경스럽다.

표면적으로는 온화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말에는 칼과 화살을 쏘는 듯 신랄함을 갖췄다는 안자. 그런 외교관 또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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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를 가진 자들의 논변은 단순한 토론이나 말재주 이상이다. 단순한 설득 이상이다. 서양의 토론은 맞수가 되지 않을 정도로 지혜롭고 문학적이고 대범하기까지 하다. 촌철살인의 품격과 목숨을 건 용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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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노래가 있는가 하면 은유와 비유의 통쾌한 역설도 있다. 사리에 맞고 논리 정연하기에 반론의 여지가 없고 권력자마저 수긍시키는 막강한 파워. 우아하고 예술적이며 파워풀하다.

 

이 책은 에피소드 형식으로 기술되어 있어서 소설처럼 읽으면 된다. 깨우침과 가르침이 가득해서 마치 탈무드를 읽는 느낌도 난다.

 

1000쪽 가까운 분량의 논변의 역사를 읽노라면 우리의 정치인, 기업경영인들, 나아가 학생, 교사, 부모님과 아이들이 모두 읽었으면 한다. 그리고 이 책에서 지혜를 얻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금

귓가에 울리는 소리가 있다.

용기와 지혜를 가진 현자들의 말을 들어라. 뎅~뎅~뎅~

새겨야 할 대목이 구구절절이 차고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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