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0분, 세계사의 오리진을 만나다 - 시대의 패러다임을 바꾼 31인 이야기
김환영 지음 / 부키 / 2013년 4월
평점 :
절판


하루 10분, 세계사의 오리진을 만나다.-역사 앞에 선 원조들, 시대의 아버지들

 

 

 

"세계는 패러다임의 역사다. 수많은 분야에서 패러다임이 생장하고 소멸하며 세계사를 엮어갔다. 우리가 살고 있는 오늘의 오리진(Origin)을 거슬러 올라가면 패러다임 메이커, 패러다임 체인저들이 나온다. 오늘은 미래의 기원이다. 내일을 위한 패러다임의 창출에도 온고지신이 필요하다." - 머리말 중에서

 

 

 

 

시대를 바꾼 위인들의 이야기는 언제 읽어도 재미와 감동, 신비와 놀라움의 세계로 인도한다. 정신적, 학문적, 예술적, 정치적으로 개척자의 길을 간 오리진을 향한 나의 존경과 감사는 아주 어릴 때부터 시작되었다. 아마도 초등학교 시절에 읽은 위인전에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싶지만 자세한 기억은 없다.

 

 

이 책에는 세계사를 이끈 오리진 31명의 이야기가 나온다. 용기와 지혜, 선견지명과 열정을 가진 오리진들. 이름하여 시대의 원조들. 앞장서서 역사를 이끈 그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우리가 있음을 안다. 각각의 위인에게서 본받을 점은 무엇이고 그것을 우리는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

 

 

 

 

보름 전 근대화 관련서적 <조선의 못난 개항> 을 읽으면서 조선시대의 근대화 과정과 개항의 타이밍을 못내 아쉬워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러시아의 근대화를 이끈 개혁군주 표트르 대제(피터 대제) 의 이야기가 가장 먼저 와 닿았다. 세계사 시간에 얼핏 들은 이름, 표트르 대제. 역사상 최초로 성공적인 서구화를 이끈 지도자이며 근대화의 원조다.

 

일본의 메이지 유신, 중국의 변법자강운동, 대한민국 산업화의 대선배격이란다. 43년의 재위기간동안 서구 열강에 먹힐 수도 있는 위기에서 서구열강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대제국으로 이끈 비결이 과연 무엇일까. 제국주의가 득세하던 그 시절, 현명하게 러시아를 이끈 그의 노력은 어떤 것이었을까.

 

아마도 그는 선견지명이 탁월한 황제였나 보다. 개혁과 개방으로 서구를 따라가는 길만이 살 길임을 파악하고는 당장 물리적, 지리적 개방부터 시도한다. 심지어 그 자신이 평민복장으로 2년 가까이 유럽을 방문하면서 직접 치과 의술, 수술법, 조선술을 배우기까지 한다. 노동자들 틈에서 땀을 흘리며 막노동을 하고 있는 황제를 상상해보시라.

 

"나는 배움이 필요한 학생이다."

 

 

라고 적힌 인장을 만들 정도였다니 그의 개혁에 대한 열의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가리라.

부동항이 없고 해군이 없던 러시아에 부동항을 개설하고 최초의 해군기지 '타간로크'를 건설하면서 발트 해를 장악한 건 시작일 뿐이었다. 인구 1400만 명 러시아에 30만 대군을 양성하면서 군사력을 키우는가 하면 서구의 기술자와 장인을 적극 초빙하기도 했고 국비 유학생을 강제로 보내기도 한다. 운하, 도로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서구식 관료제를 과감히 도입하며, 여성해방, 문화적 개혁개방, 서구식 관습도입 등으로 전근대성을 탈피하고자 한다. 그의 적극적이고 광범위한 서구화의 결과, 유럽의 변방에서 눈길조차 받지 못하던 나라에서 초강대국 러시아의 토대를 마련하게 된다.

 

역사의 흐름에는 역시 타이밍인가 보다.

한 발 앞선 근대화의 결과로 제국주의의 침략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러시아를 보면 우리의 개화시기가 떠오름을 어쩔 수가 없다. 조선이 일제의 손에 넘어가기까지 손 놓고 있었던 우리의 왕조와 재상들의 안목과 비교되는 부분이라서 안타까웠다.

 

마찬가지로 박정희 대통령의 타이밍도 절묘했다고 본다. 6.25전쟁이 막 끝나고 굶주림과 혼란의 시대에 정치는 국민들의 위안이 되지 못했고 이데올로기는 전 국토에 혼동만 가중시키던 그 시절에 닦아 놓은 것들. 그 산업화의 기반 위에 오늘의 선진 한국이 존재할 수 있음을 생각하면 타이밍을 잘 잡는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되새기게 된다. 물론 독재와 유신이라는 악재도 있지만 도로건설과 중화학공업 육성, 인재 양성, 소박하면서도 열정적인 품성 등으로 전 국민을 새마을 운동으로 단합시키고 나라를 가난에서 해방시켰다는 점에서 늘 감사한 부분이다. 조선 후기로 갈수록 나라는 더 가난해 졌고 일제시대와 6.25전쟁을 겪으면서는 거의 폐허가 되다시피 한 나라에서 정치 지도자의 입장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었을까.

 

 

이 책에 있는 다른 원조들의 이야기도 흥미진진하다.

 

 

군사독재를 거부한 미국건설의 조지 워싱턴,

분열과 대립 가득한 노예제 시대의 종지부를 찍은 미국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 역사를 꿰뚫는 리더십으로 제 2차 세계 대전을 이끈 윈스턴 처칠,

정의와 진리를 추구한 인류의 참 지도자 모세,

프랑스 통합의 상징인 소녀 잔 다르크,

기업 자본주의와 자선사업의 원조인 두 얼굴의 존 록펠러,

자동차 공장에서 복지 자본주의의 싹을 틔운 미국의 자동차 왕 헨리 포드,

장애인 권리신장을 위해 헌신한 사회운동가 헬렌 켈러,

종교를 넘어 이성의 빛으로 근대를 밝힌 근대 철학의 아버지 르네 데카르트,

근대 과학의 선구자 아이작 뉴턴,

시대를 초월해 인류의 영혼을 사로잡는 서구 문학의 기원이자 불멸의 스토리텔러 뱅크 호메로스,

인류 최고의 수학자, 학문의 순교자 아르키메데스,

서구 지성들의 언어적 모범인 유럽 문명의 아버지 마르쿠스 키케로,

과학과 모험으로 우주 시대를 그린 SF의 아버지 쥘 베른,

신을 배제한 과학, 원자론을 창시한 근대적 과학자 데모크리토스,

현대 문명의 빛을 밝힌 20세기 최고의 발명가 토머스 에디슨,

세상 모든 컴퓨터의 기원인 '튜링 머신'을 고안한 인공지능의 아버지 앨런 튜링,

인류의 삶을 바꾼 휴대전화의 아버지 마틴 쿠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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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유일한 그리스어 '유레카'를 가르쳐 준 아르키메데스, 그 열정의 수학자도 이야기하고 싶어서 근질거리지만 자꾸만 길어지는 이야기는 지루함만 줄 뿐이라서 다음에 적으련다.

 

 

세계사의 오리진이 어디 31인 뿐이겠냐 마는 이 책에는 문학, 역사, 사회, 정치, 과학, 경제 등 다양한 분야, 여러 나라, 전 시대를 아우르는 원조들이 가득하다.

아는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이야기는 언제 읽어도 재미있고 흥미롭다.

이 책은 청소년들이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책을 읽은 뒤에 꿈과 희망과 타이밍을 이야기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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