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탱 : 두 개의 합창을 위한 미사 외
브루크너 (Anton Bruckner) 외, 톨 (Winfried Toll), 대전시립합창 / 소니뮤직(SonyMusic) / 2013년 1월
평점 :
품절


프랭크 마틴의 두 개의 합창을 위한 미사곡- 클래식전통합창의 진수를 맛보다.

 

 

 

이른 새벽

뿌옇게 흐려진 산길을 가노라면 어두운 사물들뿐이다.

점점 여명이 밝아지면 그제야 제 색깔을 찾은 사물들이 시야에 또렷이 나타난다.

가로수로 심은 벚나무에 연분홍 꽃이 피었음에 놀라며 감탄한다.

입을 크게 벌리고 맑은 공기와 꽃향기를 가슴 깊이 들이마신다.

몸속에 채워진 상쾌한 기운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깨끗하게 청소하는 기분이 든다.

 

처음 이 음반을 들었을 때 그런 느낌이었다. 내 몸 속의 뭔가가 맑아지고 밝아지고 개운해지는 느낌. 사람의 목소리에 마음을 담은 듯 아름다운 영혼의 울림들. 성스러운 느낌으로 들으니 마음이 치유되는 듯 환해지는 기분이었다.

 

 

 

 

 

프랭크 마틴의 '두 개의 합창을 위한 미사곡'.

이 앨범은 미사곡이지만 아카펠라로 된 합창곡이어서 중후하면서도 수준 높은 클래식합창곡을 접하는 기분이 들어서 놀랐다.

무반주 합창곡은 소리의 질이 고스란히 드러나는데 이 합창곡은 들으면 들을수록 멋진 화음과 깨끗한 목소리의 수준이 세계적인 것 같아서 여러 번 감탄하며 들었다.

1974년에 작고한 마틴의 대표작인 '두 개의 합창을 위한 미사' 가 20세기 합창음악 가운데 가장 기념비적인 작품이라는 평가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이 음반에는 오스트리아 작곡가 안톤 브루크너의 40여 편의 모테트들 중 가장 널리 연주되는 작품 3곡과 프랭크 마틴의 미사곡, 구스타프 말러와 요하네스 브람스의 낭만주의 가곡까지 들어 있다. 르네상스 음악과 바로크 음악, 현대 합창곡까지 포함된 전통합창음악의 진면목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할까.

 

맑고 장중한 목소리의 주인공이 대전시립합창단임에 또다시 놀란다.

대전에 살지 않으면 대전시립합창단의 음악을 접하기가 쉽지 않다.

우리나라 합창음악의 수준이, 대전시립합창단의 수준이 뛰어남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3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지역합창단이 고전음악부터 현존하는 합창음악의 대가들의 곡까지 다양한 레퍼토리를 수준 있게 소화해내며 세계무대에도 이름이 알려진 합창단이라는 사실과 합창음악의 진수를 꾸준히 보여주며 그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다는 평가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독일인 마에스트로 톨을 예술 감독 겸 상임 지휘자로 영입해서 독일합창음악의 정수를 보여주고 있다고 하는데 시간나면 공연장도 찾아가고 싶다. 이번에 거제음악회에도 참여한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천주교 신자가 아니지만 한 번 쯤 성당에 가게 된다. 고딕식 첨탑과 스테인드글라스의 아름다움에 빠져서 들어가다 보면 은은한 미사음악에 마음에 평안을 얻고 고운 음악소리에 감탄하기도 했다.

 

이 음반을 들으면서 예전에 명동성당이나 계산성당을 들어갔던 경험이 새록새록 떠올랐고 예전에 본 영화 '신의 아그네스', 천주교 신자와 정약용 형제들의 이야기를 다룬 김훈의 소설 '흑산'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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