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 이야기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라이프 오브 파이-이안 감독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를 먼저 봤다. 2D영화로. 보고 나서야  3D영화도 있다는 것을 알았고, 스테디셀러 '파이 이야기(얀 마텔 작)' 가 원작이라는 것도 알았다. 이 소설로 맨 부커상을 수상한 것도.

 

벵갈 호랑이, 구릿빛 인도 소년, 227일 간의 태평양 표류……. 그럴듯한 이야기에 환상적인 영상들이 합쳐져서 눈 앞 가득 온갖 블루빛깔(110 가지 정도라 한다.)들의 향연은 나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놀라움의 도가니 속으로 몰아넣었다. 마치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가 된 기분으로 영화 속에 빠져 들었다.

16살 소년 파이, 동물원을 운영하는 아버지, 원예학 전문가인 다정한 어머니, 운동 밖에 모르는 형, 4식구는 부족함이 없는 행복한 인도 생활을 하던 중에 인도정치 상황이 불안해지자 캐나다 이민을 결정한다. 동물들은 미국 대형 동물원에 팔아 버리기로 하고 동물들을 배에 태워 인도를 떠나던 중 필리핀을 지나 세계에서 가장 깊은 바다, 마리아나해구를 지나면서 배는 난파된다. 겨우 구명보트에 타게 되고 정신을 차렸을 땐 벵갈 호랑이, 하이에나, 오랑우탄, 한 쪽 다리가 부러진 얼룩말과 함께 있음을 알게 된다. 곧 이어 벌어진 생존게임에서 얼룩말과 오랑우탄을 죽인 하이에나를 호랑이 '리처드 파커'가 잡아먹자 파이는 호랑이를 길들여 살 것이냐, 호랑이를 처리하고 혼자 절대고독을 이겨 낼 것인가를 고민하게 된다. 결국 혼자 남았을 때의 외로움이 더 공포이고 절망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호랑이를 길들여 공생하기로 한다.

거대 빌딩 같은 혹등고래, 떼 지어 날아다니는 날치, 낮에는 생명의 섬이지만 밤에는 식인 섬으로 탈바꿈하는 끔찍한 떠다니는 섬. 99% CG로 탄생한 벵갈 호랑이. 마치 한 편의 동화 같고 만화 같은 영화.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장면들로 인해 태평양 위를 표류하는 파이가 된 듯이 몰입하여 생존게임을 벌였다.

삶에 여러 가지 얼굴이 존재하듯 바다세계도 아름다우면서도 공포스런 면이 있고 신기하면서도 절망스런 면이 있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유일한 생존자의 입장에서 배의 보험처리 여부를 놓고 담당자와 인터뷰 할 때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믿기지 않는 이야기 앞에 좀 더 현실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라는 독촉에 파이가 들려주는 또 다른 이야기.

"두 분이 원하는 게 뭔지 알아요. 놀라지 않을 이야기를 기대하겠죠. 이미 아는 바를 확인시켜 줄 이야기를 말이죠."

자신을 취재하러 온 작가 앞에서 한 이야기.

"어느 이야기가 사실이든 여러분으로선 상관없고 또 어느 이야기가 사실인지 증명 할 수도 없지요. 어느 이야기가 더 마음에 드나요?"

소년의 별명 파이. 원주율을 뜻하듯 순환되지 않는 무한소수 즉, 무리수의 대표주자처럼 파이의 이야기는 또 다른 모양으로, 다른 이야기로 어디에선가 계속되고 있을지도. 무한히 쭉-. 이야기의 상상력과 주인공 이름이 어쩜 이리도 어울릴까 .

 

한 번 쯤은 현실을 떠나 동화 속으로 빠져 보는 것도, 육지를 떠나 물 속세계로 잠영해 보는 것도, 지구를 떠나 우주 밖으로 유영해 보는 것도, 땅위를 떠나 땅 속 깊이 파고 들어가는 것도, 그런 상상과 공상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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