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을

 

 

며칠 전, 친구들을 만났다. 넷이 만났는데 내게 한 친구가 물었다. 요즘도 블로그에 글을 쓰느냐고. 그렇다고 답했더니 무슨 글을 쓸 게 그리 많으냐고 물었다. 생각해 보니 그랬다. 서재에 리뷰와 페이퍼를 합쳐 266편을 올렸는데 내가 생각해도 무슨 글을 쓸 게 그리 많았을까 싶었다.

 

 

어디에 있는 블로그냐고 다른 친구가 물었다. 나는 대답하지 않고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난 왜 그때 알라딘이라는 인터넷 서점에 대해 말하지 않았을까? 왜 블로그의 주소를 가르쳐 주지 않았을까? (참고로, 내 친구들의 반쯤은 이미 이곳 서재를 알고 있다. 이곳을 알지 못하는 나머지 친구들에게 가르쳐 주지 않음을 말하는 것이다.)

 

 

집에 와 생각해 보니 이런 것 같다. 난 내가 쓴 글을 친구들이 보는 게 창피한 것이다. 당당하게 내 글을 보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내 글에 자신이 없는 것이다. 친구들과 얘기를 나눈 일로 내가 내 글쓰기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알게 되었다. 인간은 그렇다. 자기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모른다. 어떤 일이 생겼을 때 그 일을 계기로 자신에 대해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뻔뻔해져야겠다고 다짐했다. “저를 시장으로 뽑아 주세요. 제가 시장으로서 가장 잘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라고 말하는 사람처럼 뻔뻔해져야겠다고 다짐했다. 뻔뻔함이 없다면 시장으로 출마할 수 없는 것처럼, 뻔뻔함이 없다면 글을 계속 쓸 수 없을 것 같아서다.

 

 

 

 

 

 

 

2. 아십니까?

 

 

독자 여러분은 위의 1번의 글에서 제가 가장 말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1) 글에 자신이 없다는 것.

2) 뻔뻔함이 필요하다는 것.

3) 인간은 자기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모르고 있다는 것. 어떤 일을 계기로 알게 될 뿐이라는 것.

 

 

어떤 문제이든 길게 쓴 것이 정답일 가능성이 높다. 정답이기 위해서 자세하게 설명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서도 3)번이 정답이다. 나는 독자들이 1)번과 2)번은 물론이고 3)번까지 알아주길 바라는 것이고 특히 3번을 강조하고 싶은 거였다. 하지만 독자들은 다 알지 못한다고 서머싯 몸은 말한다. 

  

 

작가는 책 한 권을 쓰느라 몇 달을 보내며 자신의 진심을 쏟아붓지만, 그 진심을 읽는 독자는 거의 없다.(윌리엄 서머싯 몸)

- 도러시아 브랜디 저, <작가 수업>, 111쪽.

 

 

서머싯 몸의 말에서 진심을 ‘성의’로 해석할 수도 있고 ‘진실’로 해석할 수도 있고 다르게 해석할 수도 있겠다. 나는 진심을 ‘진실’로 해석하였다.

 

 

‘글을 쓰는 이는 자신이 깨달은 진실을 담아 글을 쓰지만 그 진실을 읽는 독자는 거의 없다.’는 것.

 

 

나 역시 남들이 쓴 글의 진실을 알기가 쉽지 않다는 걸 느끼곤 한다. 책을 읽으며 또는 이웃 님들의 서재에서 글을 읽으며 그런 생각을 한다. ‘내가 제대로 읽은 걸까?’라고.

 

 

 

 

 

 

 

 

 

 

 

 

 

 

 

 

 

 

 

 

 

 

 

 

3. 왜 글의 진실을 말로 설명하지 않는가?

 

 

이렇게 글의 진실을 알기가 쉽지 않은데, 왜 작가들은 소설에서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진실을 말로 설명하지 않는가, 하는 의문을 가진 적이 있다. 어떤 소설을 읽으면 작가가 말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를 모를 때가 있어서다. 어째서 ‘해설’은 없고 ‘상황’만 있을까?

 

 

나중에 이것에 대한 답을 찾았다. (물론 내 개인적인 생각의 답일 뿐이다.) 작가는 전하고 싶은 것을 상황으로만 보여 주고 싶기 때문이라는 것. 그것을 말로 설명하는 순간 그 소설은 중요한 것 하나를 잃기 때문이라는 것. 바로 독자에게 ‘스스로 해석하는 능력’을 줄 기회를 잃기 때문이라는 것. 그것이 작가가 해설가로 나서지 않는 이유라는 것.

 

 

예를 들어 설명해 본다.

 

 

<안나 카레니나>라는 소설에서 안나는 기차 안에서 매력적인 브론스키를 알게 되고 나서 페테르부르크에 도착했을 때 마중 나온 남편을 보고 생각에 잠긴다.

 

 

페테르부르크에서 기차가 멈추자마자 그녀는 내렸다. 맨처음 그녀의 눈에 띈 것은 남편의 얼굴이었다. ‘세상에! 어째서 저이의 귀는 저렇게 생겼을까?’ (…) 특히 그녀를 놀라게 한 것은 남편을 보는 순간 일어났던 자신에 대한 불만의 감정이었다. 이것은 그녀가 남편과의 관계에서 오래전부터 느끼고 있던 익숙하고 위선에 가까운 감정이었다. 그녀는 이전에는 이 감정을 알아채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은 뚜렷하고 가슴 아프게 그것을 의식한 것이었다.

- 톨스토이 저, <안나 카레니나>에서.

 

 

‘세상에! 어째서 저이의 귀는 저렇게 생겼을까?’의 문장은 남편의 귀가 못생겼음을 느꼈다는 걸 뜻한다.

 

 

(이 부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박웅현 저, <책은 도끼다>에 나와 있다.)

 

 

<인생의 베일>이라는 소설에서 키티는 매력적인 타운센드를 알게 된 뒤 타운센드와 남편을 보고 생각에 잠긴다.

 

 

타운센드는 키가 컸다. 최소한 185센티미터는 될 거라고 키티는 생각했다. 게다가 외모도 아름다웠다. 첫눈에 봐도 아주 건강했고 군살이라고는 손톱만큼도 찾아 볼 수 없었다. 그는 방 안에서 옷맵시가 가장 뛰어날 정도로 옷을 입는 감각도 좋았다. 게다가 그는 그녀가 좋아하는 똑똑한 남자이기도 했다. 그녀의 눈은 월터(남편)에게로 옮아갔다. 월터는 앞으로 좀 더 신경 써서 옷을 입어야 할 것이다.

- 서머싯 몸 저, <인생의 베일>, 61쪽.

 

 

‘월터는 앞으로 좀 더 신경 써서 옷을 입어야 할 것이다.’의 문장은 남편의 모습이 후졌음을 느꼈다는 걸 뜻한다.

 

 

이 두 가지의 소설에서 모두, 작가는 해설가의 역할을 하지 않고 등장인물들의 상황만 보여 준다. 만약 작가가 해설가의 역할까지 한다면 이렇게 썼으리라.

 

 

톨스토이는 이렇게 썼으리라. 

 

 

페테르부르크에 내린 안나는 남편을 보자마자 꼴보기 싫음을 느꼈다. 매력적인 남자인 브론스키을 만난 직후였기 때문이다. 기혼자가 배우자 아닌 누군가에게 마음을 빼앗기게 되면 상대적으로 배우자가 볼품없는 사람으로 보이는 법이다.

 

 

서머싯 몸은 이렇게 썼으리라.

 

 

매력적인 타운센드를 알게 된 뒤 키티는 남편이 후져 보였다. 기혼자가 배우자 아닌 누군가에게 마음을 빼앗기게 되면 상대적으로 배우자가 볼품없는 사람으로 보이는 법이다.

 

 

그런데 만약 이렇게 친절하게 해설해 주는 소설을 읽는다면 소설이 얼마나 재미없겠는가. 그건 마치 작가가 음식을 씹어서 독자에게 먹여 주는 것과 같다. 작가의 할 일은 맛있는 음식이 차려진 상을 독자에게 주는 것일 뿐이다. 그것을 맛보는 것은 독자의 몫이어야 한다.

 

 

 

 

 

 

 

 

 

 

 

 

 

 

 

 

 

 

 

 

 

 

 

 

 

4. 해설가는 우리 자신이기 때문이다

  

 

앞의 1번에서 이렇게 쓴 글이 있다. 

 

 

집에 와 생각해 보니 이런 것 같다. 난 내가 쓴 글을 친구들이 보는 게 창피한 것이다. 당당하게 내 글을 보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내 글에 자신이 없는 것이다. 친구들과 얘기를 나눈 일로 내가 내 글쓰기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알게 되었다. (인간은 그렇다. 자기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모른다. 어떤 일이 생겼을 때 그 일을 계기로 자신에 대해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만약 내가 1번의 얘기로 소설을 쓴다면 위의 글에서 괄호 안에 있는 글을 빼야 할 것이다. 이것이 해설이기 때문이다. 이런 해설은 소설의 가치를 떨어뜨린다. 소설은 현실의 삶을 겪으며 그것을 해석하는 우리의(독자의) 능력을 키워 줄 수 있는 소설이 될 때 가치 있는 소설이 된다. 그러므로 소설가는 해설가로 나설 것이 아니라 해설가의 역할을 독자에게 넘겨주어야 한다.

 

 

작가의 할 일은 ‘등장인물들의 상황을 읽고 무엇을 느끼고 생각해야 하는지’를 독자에게 과제로 내 주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그 과제를 독자 스스로 해결하도록 훈련을 시키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이런 훈련을 통해 독자는 현실의 삶을 읽어 내는 능력 즉 해석(해설)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는 것이다. 이 능력이 필요한 이유는 우리의 현실의 삶은 상황만 있고 해설가가 없기 때문이다. 현실의 삶에서 해설가는 바로 자신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소설에서는 해설가가 없다. 소설을 읽는 사람이 해설해야 한다. 현실의 삶에서도 해설가가 없다. 현실의 삶을 사는 사람이 해설해야 한다.

 

 

이 글의 마지막은 다음의 글로 장식한다.

 

 

지혜란 누구한테 배울 수 있는 게 아니고, 다만 그 누구도 우리를 위해 대신 수행해주지는 않는 여행을 통해, 그 누구도 우리를 위해 면제해주지는 않는 노력을 통해 우리가 스스로 발견해야 하는 것일세.

- 알랭 드 보통 저, <프루스트가 우리의 삶을 바꾸는 방법들>, 94쪽.

 

 

지혜란 누구한테 배울 수 있는 게 아니고, (…) 우리가 스스로 발견해야 하는 것임을 기억하자는 뜻에서 이 글을 뽑아 옮겼다.

 

 

(참고 사항) : 옮긴 글에서 '여행'을 '정신적인 여행'이라고 읽어야 할 것 같다.

 

 

 

 

 

 

 

 

 

 

 

 

 

 

 

 

 

 

 

 

 

 

 

...............................

<후기 1>

 

이 글의 소제목으로 네 개를 썼다. 네 개의 소제목에 대해 설명하자면 이렇다. 1번과 2번이 서로 짝을 이루고, 3번과 4번이 서로 짝을 이룬다.

 

1.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을

2. 아십니까?

 

3. 왜 글의 진실을 말로 설명하지 않는가?

4. 해설가는 우리 자신이기 때문이다

 

이건 사족이다. 이렇게 일일이 설명하면 글의 가치를 떨어뜨리기 때문에 사족이다. 독자 스스로 알아차릴 기회를 필자가 빼앗았다는 얘기다. 독자의 상상력을 필자가 차단시켰다는 얘기다.

 

 

 

................................

<후기 2>

 

나는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을 말하지 않고 글을 끝내면 답답하다. 독자가 모를까 봐 걱정이 된다. 그래서 나 같이 소심한 사람은 소설을 쓰면 안 되는 것이다.

 

소설을 읽는 것은?

 

된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녀고양이 2014-06-15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역시 제 블러그를 현실 세계에 있는 분들에게 친절하게 알려주지 않습니다. 알라딘 블러그는 일종의 가면 하나를 벗은 장소인데, 이런 모습이 쑥스럽고 불편할 것 같아서요... ^^

각자의 해석이 다른 소설이 훌륭한 소설로 남는 것 같다는 생각을, 언니의 글을 읽으면서 했네요. 논점이 분명해야 하는 글이 있고, 아닌 글이 있네요. 하기사 지나치게 뻔한 글은 강요하는 것 같아서, 상상력이 없는 것 같아서, 과일의 액즙이 풍성하게 느껴지지 않아서 끌리지 않더라구요.

페크pek0501 2014-06-15 15:52   좋아요 1 | URL
마고 님, 안녕?

으음... 저는 이 서재를 갖게 되면서 신기해서 글 쓰는 친구들에게 이곳을 알려 줬어요. 저처럼 이런 블로그를 만들라는 말과 함께요.

그런데 제 글이 쌓이면서 언제부턴가 이곳에 제가 아는 이들이 들어온다는 게 부담스럽더군요. 아는 이들이 없다면 보다 편히 글 쓸 수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님은 이곳이 가면 하나를 벗은 장소라고 했는데 맞아요. 그런데 다른 측면에서 보면 가면을 하나 쓴 곳이기도 해요. 방문자들 대부분이 제 실명을 모르기 때문이죠.

각자의 해석의 다양성... 그래서 문학은 어려운 것 같아요. 다양한 시각을 유도할 수 있는 문학이 좋은 문학이라는 점에서요. 까뮈의 <이방인>처럼요.
저는 명료하고 명쾌한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소설 창작과는 맞지 않다는 걸 깨달았어요. 좋아하는 것과 잘할 수 있는 것은 별개인 거죠.
저는 소설 팬일 뿐인 거죠.

요즘 글쓰기 책을 보고 있는데 기초부터 다시 배우고 있단 생각이 들어요.
제가 새롭게 배운 것들을 중심으로 정리해서 조만간 글을 올릴 예정이에요.
그런데 그 몇 권을 언제 다 읽으려나...

또 봐요, 반가운 님!!!^^^

다크아이즈 2014-06-15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설에서의 <말하기 기법(설명)>과 <보여주기 기법(묘사)>을 예시로 보여주시네요.
말하면 망하고, 보여주면 흥해요. ㅋ
이론처럼 쓰기가 쉽지 않다는 걸 다행으로 여겨야할까요.
잘 쓰는 소설가가 넘쳐나면 우린 뭘 읽어야할지 심히 행복하게 혼란스러워해야하니까요. ㅋ


글에 자신이 없어서 친구에게 블러그를 알려주지 않게된다는 페크 언냐 의견에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ㅋ 알려주고 싶지 않은 게 일반적인 생각 아닐까요. 아는 누군가가 내 블러그를 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쓴다는 자체가 부담이 되기도 하잖아요. 아무도 모르게 불특정다수를 향한 (진솔한) 글을 쓸 수 있으면 좋겠는데, 현실에서는 그게 어렵지요? 자기 보호 본능 때문이지 글에 자신이 없어서가 아니라는 걸 인정해주시어요. 왜냐면 페크님 글은 참으로 당당하고 매력적이기 때문입니다.^^*

페크pek0501 2014-06-16 08:18   좋아요 0 | URL
"말하면 망하고, 보여주면 흥해요." - 이런 훌륭한 말을 남겨 주시다니 감사드려요.
이 말 한 방이면 되네요. 외워 놓겠어요. ㅋ

자기보호본능... 으음~ 그런 것도 같네요. 자신감 결여가 아니란 말이지요?
제 글에 자신감이 넘치면 저는 얼마든지 제 블로그 주소를 가르쳐 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착각이란 말이죠? 어쩌면 님의 말씀이 진실일지도 모르겠군요. 앞으로 시간을 갖고 분석해 보겠습니다.

제 글이 당당한지 저는 몰랐어요. 의식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그게 맞는 것도 같아요. 들킨 것 같은 느낌이 순간 들었거든요.
겉으로 보이는 당당함과 속에서 웅크리고 있는 심리적 위축, 이 두 가지를 제가 다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어떤 게 저의 참모습에 더 가까운지 모르겠어요. ㅋ
창피하다는 생각은 자주 합니다. 뻔뻔해져야겠단 생각도 자주 합니다. 뻔뻔하지 않으면 글을 쓸 수 없을 것 같아요...
오늘도 뻔뻔하기!!!!!!!!!!! 입니다. ^^(이런 댓글도 뻔뻔해야 쓸 수 있어요.)

맨 마지막 말씀은 호평이네요. 응원의 뜻으로 감사하게 접수합니다. ^^


잘잘라 2014-06-16 0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확실히 페크님은 더 자주, 더 찐하게, 뻔뻔하실 필요가 있구요!!

3) 자신을 알게 되는 계기.. 정말요. 제가 오늘 처음으로 빵을 만들었거든요. 잘 되서 맛있게 먹었는데요.. 아아, 빵 먹자마자 밥이랑 김치가 왜 그렇게 땡기든지요. 결국, 오이소박이 한 탕기 꺼내서 밥 한그릇 뚝딱- ㅋㅋㅋ 그리고는 '빵은 아니야.. ㅠㅠ' 이랬다니까요. 아이쿠. 잔뜩 사들인 제빵도구들을 우짤꼬.. 잠이 안 옵니다요. 이 일을 계기로 저는 '빵도 좋고 밥도 좋지만 밥이 백만 배는 더 좋다는 거'랑요, 빵 없이는 살아도 밥, 김치 없이는 못 산다는 것을 확실히 일게 되었습니다요. ㅎㅎ

페크pek0501 2014-06-16 08:22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재밌고 의미 있는 댓글을 남겨 주셨네요.
그러고 보니 저도 경험이 있네요. 어느 날 빵이 먹고 싶어서 사 왔는데(모카 로울 케익인가) 하루만에 질려서 그 다음날엔 그 남은 것을 먹기 싫은 거예요.
역시 밥과 김치과 최고죠. 매일 밥상에 올라와 있어도 싫증이 안 나잖아요.

어떤 일이 터져야만 알 수 있는 것? 인간의 마음...

님 덕분에 유쾌한 하루가 시작될 것 같아요. 감사드립니다. ^^

노이에자이트 2014-06-19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편으로는 사람이 하는 동작을 아주 세밀하게 묘사한 문장을 읽는 재미도 있더군요.요즘 작가들 중엔 하성란 씨가 그런 것에 능합니다.

스티븐 킹이나 딘 쿤츠의 소설 작법에도 대화 한 마디나 아주 짧은 문장으로 상황을 정리하는 기법을 익히라고 조언하죠.이거 못하면 직업작가가 될 수 없으니까요.

페크pek0501 2014-06-20 12:48   좋아요 0 | URL
그렇죠. 소설을 읽을 때 주제니 결말이니 이런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작가의 세밀한 관찰력 덕분에 인간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게 중요하죠.
그런 재미로 소설을 읽는 거죠.
드라마도 그래요. 불륜을 저지르다가 이혼하고 새 연인에게 가지만 조강지처가 그리워 돌아온다, 뭐 이런 이야기나 결말보다 그런 과정에서 보여 주는 인간의 모습들이 재밌어서 시청을 하는 거죠.

스티븐 킹은 <유혹하는 글쓰기>에서 자신의 역량을 유감없이 보여 주죠.
작가는 아무나 되는 게 아닌 것 같아요. ^^


 

 

 

친정에 갔다 왔다. 집에 오니 할 일이 줄지어 있다. 할 일을 끝내고 컴퓨터를 켰다. 알라딘의 내 서재에 들어갔다. 방문자가 몇 명인지를 확인하고 새 댓글이 없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이웃 님들의 서재에 들어가서 글을 읽었다. 어느 서재에선 여러 글을 읽었고 어느 서재에선 ‘글을 참 잘 쓰네.’라고 생각되는 글을 꼼꼼히 두 번 읽었다. 어느새 시간이 흘러 버렸다. 컴퓨터 앞에 있으면 시간이 잘 갔다. 부리나케 옷을 바꿔 입고 모자를 쓰고 밖에 나갔다. 한 시간을 걸었다. 걷는 건 나의 습관 중 하나. 초여름이지만 해 질 무렵이라 덥지 않았고 공기가 맑았다. 요즘 미세먼지가 있는 날이 있어서 이렇게 맑은 날이면 좋았다. 걷는 것도 좋았다. 집에 오는 길에 시장에 들러 몇 가지를 샀다. 오자마자 저녁 준비를 했다. 그리하여 하루가 다 날아가 버렸다. 내가 표나게 한 일이라곤 여러 서재에 들어가서 글을 읽었다는 것과 댓글을 다섯 개 남겼다는 것뿐. 책을 읽지 못하고 글을 쓰지 못하고 하루가 가 버렸지만 그래도 하루를 허투루 보낸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남의 글을 읽으며 배운 게 있었고 댓글을 썼으므로. 특히 내가 댓글을 쓰는 것은 서재 주인에게 응원한다는 메시지를 담는 일이므로 좋은 일을 했다고 생각했다. 말하자면 덕을 쌓은 거지.

 

 

 

 

 

 

 

.................................................

쓰고 보니 싱거운 글. 그래서 소금을 치고 싶은 글. 그래도 올린다.

 

 

 

 

 


댓글(18)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14-06-10 16: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6-11 08: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6-11 16: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6-13 10: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무개 2014-06-10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응원한다는 메세지라는걸 알고 있었어요. ^^

아참. 동서문화사에서 나온 <달과 6펜스/맥주와 과자> 결국엔 사려고 장바구니에 넣었어요.
다른게 필요한게 있어서 금액을 맞추다보니 소설은 거의 구매하지 않지만,
몸의 작품이니까 구매하기로 결정!

페크pek0501 2014-06-11 08:58   좋아요 0 | URL
님의 응원의 뜻도 접수하겠습니다.
맥주와 과자, 읽고 어떤지 글 올려 주시면 보러 가겠습니다.
그건 못 읽었어요. 달과 6펜스 책이 두 권이나 있어서요.
예전에 에세이에서 마광수 교수가 그 작품을 극찬했던 게 기억납니다.
즐거운 독서가 되시길...

blanca 2014-06-10 1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오늘 은근히 덥네요. 그리고 이 글 안 싱거워요^^;; 이런 글도 좋아요. 생각해 보니 친정 부모님이 오시기만 자주 했지, 아기 낳은 후 같은 서울인데도 친정에 거의 안 갔네요. 부럽습니다.^^

페크pek0501 2014-06-11 09:04   좋아요 0 | URL
예, 블랑카 님. 더워졌어요.
안 싱거운 가요? ㅋ 쓰고 보니 시시해서 잘못 올렸나 생각하며 걸었답니다.
그런데 댓글이 많아 제가 깜놀~ 했어요.
알라디너들의 반응은 늘 예측불허입니다.
공들여 쓴 글엔 무관심하다가 말이죠... 히히~~
친정은 걸어서 다닐 정도로 가까워서 자주 갑니다. 어머니 혼자 사시기에 적적하실 것 같아 일주일의 반은 가게 됩니다. 저도 걷는 운동도 되고요...
자주 보려면 일단 가깝게 사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

"이런 글도 좋아요."라는 님의 말씀에 힘이 퐁퐁 솟는군요. ^^감사합니다.

마태우스 2014-06-10 1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일해야 하는데 인터넷 서핑을 너무 오래 하는 게 악습입니다ㅠㅠ 놀고나서 머리를 쥐어뜯는데, 페크언니처럼 긍정적인 사고를 가져야겠습니다. 그리고 안계신 동안 댓글 안달아 죄송합니다 제 댓글이 반갑게 페크언니를 맞아야 하는데...

페크pek0501 2014-06-11 09:06   좋아요 0 | URL
머리를 쥐어뜯고 싶을 때, 저도 있습니다. 동지를 만났군요. 반갑습니다.
제가 긍정적인 사고를 가졌나요? 얘기가 그렇게 되나요?
여러분의 댓글에서 제가 배우는 게 많습니다. ^^

프레이야 2014-06-10 1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정말이지 제가 너무 오랜만이죠??^^
유월도 어느새 열흘이나 지나가네요. 저는 그저 이래저래 여행 좀 다니고 그러느라
서재에 소홀했어요. 무언가 기록을 한다는 사실 자체가 소중한 것인데 기록하지 않고
그저 마음에 남겨둔 것들이 쌓이네요. 그러다 점점 잊혀져갈 것인데^^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면서 또 이렇게 고즈넉한 저녁을 맞이합니다.
좋은날들 보내세요^^ 건강은 아주 좋아요.

페크pek0501 2014-06-11 09:08   좋아요 0 | URL
어맛, 누구신가요? 반가워요. 무척...
잘 지내시나요? 제가 안부 전하는 메시지를 올렸습니다만... 보셨는지요?
책을 쓰시나, 그랬네요. ㅋ여행을 다니셨군요. 좋겠습니다.
그만 쉬시고 나타나시지... 그랬어요.
쉬시는 중에 댓글을 주시고... 감사합니다.

프레이야 2014-06-11 14:24   좋아요 0 | URL
그만 쉬어야지요^^ 그러잖아도 방명록 보고 온 거였어요. ㅎㅎ
제가 너무 오랜동안 인사도 없이 ..ㅠ 무지하게 반가웠답니다.^^

페크pek0501 2014-06-13 10:10   좋아요 0 | URL
그만 쉬시라고 저도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안 계시는 동안, 저 외로웠어요... ㅋ

2014-06-10 19: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6-11 09: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4-06-11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가 참으로 쓱쓱 가버리네요. ^^
오랜만에 약간의 여유를 가지고 있어요. 언니, 잘 지내시지요?

페크pek0501 2014-06-13 10:11   좋아요 0 | URL
나이를 먹을수록 시간의 속도가 점점 빨라진답니다.
학교에 다닐 땐 그렇게 가지 않던 시간이 말이죠. ㅋ
 

 

 

1. 음미하는 책 읽기 : 조금 전, 커피를 다 마시고 나서 ‘아차 깜빡 했네.’ 이랬다. 컴퓨터 화면을 보면서 커피를 마셨는데 커피의 맛을 음미하지 않고 물을 마시듯 벌컥 마신 거였다. 커피의 맛을 음미하지 않은 걸 후회했다. 이런 일이 생긴 건 컴퓨터 화면을 보며 커피 생각을 하지 않고 딴 생각을 했기 때문이고 커피가 식어서 커피가 뜨겁지 않았기 때문이다. 딴 생각을 하지 않았다면 그리고 커피가 뜨거웠다면 천천히 마시며 맛을 음미할 수 있었을 텐데. 이런 경우 커피를 또 마시게 되어 연거푸 두 잔을 마시게 된다. 이번엔 제대로 맛을 음미하며 마시기 위해서다.

 

 

현재의 순간에 집중하기, 커피를 마실 땐 커피만 생각하기. 이것을 못했다.

 

 

책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책을 읽을 때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딴 생각을 하지 말고 문장뿐만 아니라 문장 부호와 행간까지 꼼꼼히 그리고 천천히 읽는다면 이것이 바로 ‘음미하는 책 읽기’가 될 것이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깊이 읽기’가 된다.

 

 

<작가 수업>을 읽다가 만난 다음의 글을 기억해 놓기로 했다.

 

 

작가는 책 한 권을 쓰느라 몇 달을 보내며 자신의 진심을 쏟아붓지만, 그 진심을 읽는 독자는 거의 없다.(윌리엄 서머싯 몸)

- 도러시아 브랜디 저, <작가 수업>, 111쪽. 

 

 

내가 책 한 권을 읽고 나서 작가가 하고 싶었던 말을 얼마나 이해했을까를 생각해 보면 백 퍼센트를 이해했다고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커피의 맛을 제대로 음미하지 못했던 것처럼. (서머싯 몸의 말을 내 맘대로 이해했다는 걸 밝힌다.) 

 

 

 

 

 

 

 

2. 책을 추천할 때 : 글 쓰는 사람은 최소한 한 가지의 책임이 따른다. 자기의 글에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책임이란 글을 쓸 때 ‘거짓’이 아닌 ‘사실’을 써야 하는 책임을 말한다. 그러니까 거짓으로 글을 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내가 어떤 책을 추천하는 글을 쓸 때가 있는데 이런 때에도 그런 책임이 마땅히 따른다.

 

 

‘페크 님이 추천하는 책을 읽었는데 읽기 지루했다. 앞으론 페크 님이 어떤 책을 추천하는 글을 신뢰하지 않겠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로선 신뢰가 떨어지는 글을 쓴 셈이니 주의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책을 추천할 땐 신중해진다.

 

 

 

 

 

 

 

3. 소설을 쓰고 싶다면 : 책을 읽다가 다른 사람들에게도 읽히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글을 만날 때가 있다.

 

 

예를 들면 다음의 글.

 

 

소설을 쓰고 싶어하는 후배들에게 가끔 주제넘은 충고를 한다. 나 자신은 소설을 단 한 줄도 써본 바 없으면서 말이다. “인물의 내면을 말로 설명하겠다는 생각을 접어라. 굳이 말해야 한다면, 아름답게 말하려 하지 말고 정확하게 말해라. 아름답게 쓰려는 욕망은 중언부언을 낳는다. 중언부언의 진실은 하나다. 자신이 쓰고자 하는 것을 장악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 장악한 것을 향해 최단거리로 가라. 특히 내면에 대해서라면, 문장을 만들지 말고 상황을 만들어라.” 그러고는 덧붙인다. “카버를 읽어라.”

- 신형철 저, <느낌의 공동체>, 287쪽.

 

 

 

 

 

 

 

 

 

 

 

 

 

 

 

 

 

 

 

 

 

아름답게 말하려 하지 말고 정확하게 말해라.

 

 

아름답게 말하지 못하는 것은 나의 약점이라서 맘에 드는 말이다.

 

 

장악한 것을 향해 최단거리로 가라.

 

 

묘사에 약한 것도 나의 약점인데 (장황하게 묘사하지 말고) 최단거리로 가라는 것도 맘에 드는 말이네. 

 

 

카버를 읽어라.

 

 

카버의 작품을 읽어서 배우라는 말이다. 주목할 만한 카버의 작품이 <대성당>이다. 이것이 신형철 문학평론가가 추천하고 김연수 작가가 옮긴 책이라고 하니 신뢰가 팍팍 가네. 내용이 궁금해진다. 궁금한 것은 못 참을 듯. 그러니 앞으로 읽게 되겠지.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9권. '헤밍웨이 이후 가장 영향력 있는 소설가', '리얼리즘의 대가', '미국의 체호프' 등으로 불리며 미국 현대문학의 대표작가로 꼽히는 레이먼드 카버. (…) 그러나 카버의 진면목은 무엇보다 단편소설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그런 까닭에 전 세계 많은 젊은 소설가들이 좋아하는 작가로 주저 없이 '레이먼드 카버'를 꼽는다.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역시 카버의 팬을 자처하며, 그의 소설을 직접 번역해 일본에 소개하기도 했다. (…) <대성당>은 단편작가로서 절정기에 올라 있던 레이먼드 카버의 문학적 성과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그의 대표작이다.

- (알라딘, 책소개)에서.

 

 

 

 

 

 

4. 헛꿈이라도 꾸기 : 소설을 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다. 내 주위에도 많이 있다. 나도 한때 소설을 쓰고 싶어 했다. 그때가 삼십 대 초반이었다. 내가 본받고 싶은 단편 소설을 하나 정해서 그 작품을 일곱 번이나 읽어 봤다. 여러 번 읽으면 소설을 쓸 수 있는 줄 알았다.

 

 

지금은?

 

 

지금은 그렇지 않다. 소설가들은 특이한 집단의 사람들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소설 쓰기는 나 같은 부류의 사람들이 넘볼만한 일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나에 대해서 진작 알았다면 그런 실수를 또는 착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 실수는 내 정신에 영양분을 공급했다. 소설을 쓸 수 있으리라는 착각 때문에 소설을 많이 읽었고 그래서 문학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게 되었으니까. 그래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 도움이 되었으니까.

 

 

그래서 이런 결론을 내린다.

 

 

‘헛꿈이라도 꾸기. 무슨 꿈이든 그 꿈을 위해 노력하며 사는 게 그렇지 않은 것보다 좋다.’

 

 

 

 

 

 

 

5. 꿈을 가진다면 : 이미 읽은 책을 펼쳐 밑줄 그어져 있는 부분만 골라서 다시 읽는 것은 내 취미다. 다시 읽으며 그 뜻을 음미하길 즐긴다. (나는 책을 읽을 때 좋은 글에 밑줄을 긋는 버릇이 있다.)

 

 

난 말야, 아주 행복하다네. 이것 봐. 내 시 교정지일세. 알아두게. 다른 사람들은 (이곳에서) 불편에 괴로워할지 몰라도 난 아랑곳하지 않네. 꿈을 가지고 살면서 시간과 공간의 지배자가 되기만 한다면, 생활 환경이 무슨 대수겠는가.

- 서머싯 몸 저, <인간의 굴레에서 2>, 169~170쪽.

 

 

꿈을 갖고 시간과 공간에 개의치 않고 살면 불행한 시간들을 견딜 수 있다는 것.

 

 

인생에서 재미있는 것 한 가지는 최고만 고집하다 보면 대개 최고를 얻게 된다는 것이다.(윌리엄 서머싯 몸)

- 도러시아 브랜디 저, <작가 수업>, 37쪽.

 

 

얼마나 집중하느냐가 관건이라는 것. 자신의 생각대로 인생이 만들어진다는 것.

 

 

 

 

 

 

 

 

 

 

 

 

 

 

 

 

 

 

 

 

 

 

 

 

 

6. 당신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무엇? : “당신이 하고 싶은 일과 잘할 수 있는 일이 일치하지 않을 때 당신은 어느 쪽을 위해 노력하며 살겠는가?”

 

 

..........

A : 당신은 무엇을 하고 싶습니까?

B : 칼럼을 쓰고 싶습니다. 특히 인간 심리에 대한 칼럼을 쓰고 싶어요.

A : 그런데 당신은 요즘 무엇을 쓰고 있습니까?

B : 단상을 쓰고 있습니다.

A : 그렇다면 당신은 미래에 무엇을 쓰게 될지 저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B : 뭐라고요? 내가 미래에 무엇을 쓸지 나도 모르는데, 당신은 안다고요?

A : 예, 알지요. 당신은 미래에 단상을 쓰게 될 것입니다. 현재 당신이 하고 있는 일이 당신의 미래를 말해 주기 때문입니다.

B : 으음... 일리 있는 말이네요. 하지만 백 퍼센트 믿을 순 없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을 테니까요.

A : 당신이 단상을 쓰고 있다는 건 그쪽에 당신의 취향이 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앞으로 당신의 글쓰기 능력도 취향이 있는 쪽으로 발달하게 될 겁니다.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B : 당신의 말이 맞는다면 난 미래에도 단상이나 쓰고 있겠군요.

..........

 

 

 

참고로, 단상의 뜻은 (네이버 사전으로) ‘생각나는 대로의 단편적인 생각’이다. 생각나는 대로 쓰는 것이니 완결된 구성법으로 쓰지 않아도 되어 누구나 쓸 수 있는 글이 단상이다. 칼럼에 비해 얼마나 쉽게 쓸 수 있는 글인가. 잘 쓰기가 어려운 게 문제이긴 하지만.

 

 

앞의 질문을 다시 한다.

 

 

“당신이 하고 싶은 일과 잘할 수 있는 일이 일치하지 않을 때 당신은 어느 쪽을 위해 노력하며 살겠는가?” 

 

 

내 대답.

 

 

“저는 쉽게 할 수 있는 일을 먼저 하게 되더군요. 어려운 일은 나중으로 빼지요. 칼럼을 쓰고 싶지만 어려워서 단상을 쓰고 있듯이 말입니다.”

 

 

 

 

 

 

 

7. 똑같은 건 있을 수 없다 : 자신이 경험하는 상황이 남과 똑같을 수 없고 자신이 경험하는 감정이 남과 똑같을 수 없다. 그래서 작가들은 같은 소재와 같은 주제로도 얼마든지 명작을 탄생시킬 수 있는 것이겠다.

 

 

아그네스 뮤어 매켄지(1891~1955, 스코틀랜드 작가)는 『문학의 과정』에서 이렇게 말한다.

“그대의 사랑과 나의 사랑, 그대의 분노와 나의 분노는 똑같은 이름으로 불린다는 점에서 서로 매우 비슷하다. 하지만 우리의 경험과 이 세상 어느 두 사람의 경험에 비추어볼 때 그 둘은 완전히 똑같을 수 없다.”

이 말이 그야말로 진실이 아니라면 예술은 토대도 기회도 없을 것이다.

- 도러시아 브랜디 저, <작가 수업>, 145쪽. 

 

 

글을 쓸 때 중요한 건 소재나 주제가 아니다. ‘다른 사람의 눈’이 아닌 ‘자기만의 눈’으로 보고 느낀 것을 쓰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만 개성 있고 독창성 있는 작품이 나올 수 있다. 어찌 보면 똑같은 감정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은 글을 쓰는 사람에겐 축복이다. 남들이 이미 썼던 소재나 주제로도 얼마든지 자기 방식으로 새롭게 쓸 수 있으니까.

 

 

 

 

 

 

 

8. 작가가 되고 싶은가 글을 쓰고 싶은가 : 작가가 되고 싶다는 것과 글을 쓰고 싶다는 것은 다르다. 작가가 되고 싶다는 건 작가라는 직업을 갖고 싶다는 것이고, 글을 쓰고 싶다는 것은 직업과 상관없이 단지 글을 쓰고 싶다는 것이다. 가수가 되고 싶은 것과 노래를 부르고 싶은 것이 다르듯이 그 둘은 다르다.

 

 

예술가는 비평가에게 귀를 기울일 시간이 없다. 작가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은 비평을 읽지만, 글을 쓰고 싶어하는 사람은 비평을 읽을 시간이 없다.(윌리엄 포크너)

- 도러시아 브랜디 저, <작가 수업>, 89쪽.

 

 

오직 글을 쓰고 싶은 사람은 자기 글에 대해 비평가가 어떻게 평가하는지에 관심이 없겠지. 작가로서의 위치가 중요한 게 아니라 쓰고 싶은 글을 쓰는 게 중요할 테니까. 그러므로 비평을 읽을 시간이 없겠지. 비평을 읽을 시간에 차라리 글을 쓰고 있을 테니까.

 

 

예전에도 쓴 적이 있는데 나는 작가라는 직업을 갖는 건 싫다. 고정 수입이 있는 직업을 따로 갖고 살면서 취미처럼 글을 쓰는 게 좋다. 그래야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있고 즐길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물론 글을 잘 쓸 자신이 없으니까 이런 생각을 하는 거겠지만.)

 

 

 

 

 

 

 

9. 감탄하는 것에 대하여 : 요즘 매일 해 질 무렵에 한 시간 가량 걷는다. 어제도 걸었다. 어머니에게 내가 만든 두부조림을 갖다 주기 위해 친정에 가느라 걸었고, 집에 돌아올 땐 어머니가 만든 장조림을 가지고 걸었다. 걸으면서 춥지도 덥지도 않은 딱 알맞은 날씨가 얼마나 아름다운지에 감탄했다. 걸으면서 나무들의 푸름이 얼마나 아름다운지에 감탄했다.

 

 

어느 책에서 읽었다. 감탄을 잘하는 건 예술가 기질이 있기 때문이라고. 내게 예술가 기질 같은 건 전혀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있다는 것인가. 으음... 그래서 내가 예술을 사랑하고 글을 쓰며 사는 것인가.

 

 

 

 

 

 

 

10. 또 여름이 왔다 : 날씨가 더워졌다. 여름은 또 이렇게 시작되려나 보다. 같은 여름이라고 해도 매년 다르다. 유난히 더 더운 여름이 있고 덜 더운 여름이 있다. 사람에 따라서도 더위를 느끼는 정도가 다를 것이다. 요즘 날씨에 대해서도 다르겠지. 시원한 수영장에 들어가고 싶을 정도로 많이 덥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 정도로 더운 것은 아니고 시원한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을 정도로 조금 덥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또 이 정도의 날씨가 뭐가 더운가 하고 말할 사람도 있을 듯.

 

 

사람에 따라 각자 다르게 느끼는 게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그래서 요런 후진 단상의 글도 좋게 봐 주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겠지, 하고 기대할 수 있으므로.

 

 

 

 


댓글(9)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tella.K 2014-06-07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1번의 인용문이 좀 서글프군요. 하지만 현실일 거여요.
그래도 써야하는 사람이 소설가겠죠.
신형철의 말은 정말 음미해 볼만한 말이로군요.
저는 갈수록 소설은 안 읽게되요.
할 수만 있으면 소설은 쓰고 싶은데 말이죠.
재미없으면 소설을 안 읽으니까 소설가는 어쩌면 원맨쇼하는 거랑
비슷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요.
언니가 저리 써 놓으시니 커버를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읽고 싶은 책은 많은데 많이 읽을 수 없음이 늘 안타깝군요.ㅠㅠ

페크pek0501 2014-06-07 19:07   좋아요 0 | URL
오늘 얼마나 더운지, 밖에 나가 깜짝 놀랐어요.
집에 있을 땐 모르겠더니... 집 오자마자 세수부터 했네요.
화장을 하면 더 더운 것 같아요. 그렇다고 썬크림을 안 바를 수도 없고...
들어오면서 강냉이와 아이스크림 사 가지고 왔어요. 요런 걸 먹어 줘야 더위를 잊을 수 있겠다 싶어서요.

카버의 작품은 저도 사 볼 생각이에요. 문장이 얼마나 훌륭하면 그런가 싶어서요.
저도 소설보다 에세이를 많이 읽게 되는 것 같아요. 책을 살 때 보면 에세이 류가 월등히 많아요.

저도 읽고 싶은 책은 많은데 인생은 짧아서 안타깝죠. 하루는 또 얼마나 짧은가요...

아, 무플일 뻔했는데 님이 구해주셨어요. 감사합니당 ... ^^

마녀고양이 2014-06-11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 글이 단락단락 참으로 좋아요.
하나씩 음미하면서 읽었네요. 서머셋 몸의 인용구가 참으로 와닿아요, 꿈이 있고 시간과 공간의 지배자가 된다라는... 그리고 현재의 커피 한모금을 음미하는 것으로 지금-여기를 산다는 것도...

여름이 정말 빨리 다가와요.
그냥 멍한 시간이 좋아요, 코 끝에 공기가 흐르는 시간이예요.

페크pek0501 2014-06-13 09:54   좋아요 0 | URL
오랜만에 놀러오셨네요. 반가운 마고 님.
진행 중인 일은 잘 되고 있겠지요? 제가 그 일을 빨리 끝내기를 바란다는 걸 알아 주세요. 그래야 님을 많이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ㅋ

시간과 공간의 지배자가 되기만 하면 볼품 없는 집에 살면서도 멋진 저택에서 살 수가 있겠지요. 그러려면 육체는 땅을 밟았으되 정신은 다른 곳을 지향해야 되겠죠. 바로 꿈을 향한 정신이 필요한 거죠.

이번 여름... 더운 게 싫어서 저는 벌써 늦여름을 기다려요. 8월 중순이 지난 여름을요. 저는 8월 중순부터 9월 중순까지가 좋아요.
바빠도 충분한 휴식을 가지고 사시길... 또 봐요.^^

노이에자이트 2014-06-11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을 읽는 사람이 무슨 뜻인지 쉽게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쓰기 위해서도 상당한 훈련이 필요하죠.그 다음 중요한 건 역시 단락을 구성하는 문장들 간의 일관성입니다.이 단계로 정착하기가 참 어렵죠.하나의 문장을 명료하게 쓰는 것보다 더 높은 훈련이 필요하니까요.저도 이게 잘 안 돼서 고민입니다.

페크pek0501 2014-06-13 09:57   좋아요 0 | URL
반가운 님!
저는 초심의 마음으로 요즘 글쓰기에 대한 책을 읽고 있어요.
글쓰기란 항상 어렵죠.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만족하기보단 자신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싶을 거예요.
노력과 훈련이 답인 듯해요. 우리 노력하면서도 즐기자고요.
저는 배워 가는 게 재밌어요.

노이에자이트 2014-06-13 14:07   좋아요 0 | URL
새로운 것이 싫다면 마음이 늙은 것이고, 그 반대로 늘 배우는 것을 즐기면 마음이 젊은 증거랍니다.결론--- 페크 님은 마음이 젊은 상태!

페크pek0501 2014-06-14 14:39   좋아요 0 | URL
하하하~~~ 님의 말씀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답니다.
새로운 것이 싫다면 마음이 늙은 것이고, 그 반대로 늘 배우는 것을 즐기면 마음이 젊은 증거랍니다, 라는 말씀은 맞고요... 하지만 제 마음이 젊은 상태라는 건 반은 맞고 반은 틀려요. 문학이나 예술을 배워가는 것은 좋아하지만 기계를 다루는 방법을 배우는 건 좋아하지 않아요. 예를 들면 스마트폰 사용이나 자동차 운전 같은 거요. 이런 건 더 새로운 게 나와 뭘 배워야 한다면 저는 도망가고 싶을 거예요. 흐흐~~

노이에자이트 2014-06-16 00:10   좋아요 0 | URL
음...그런 분야에 취약하군요...
 

 

 

1.

오늘은 6월 1일. 새 달을 시작하는 첫날이다. 새 달의 첫날이라는 것에 의미를 두고 이 글을 쓴다.

 

 

 

 

 

 

2.

5월에 글을 많이 올린 줄 알았다. 여섯 편 올렸나 일곱 편 올렸나, 하고 서재를 들어가 보니 네 편이었다. 이번 달에 올린 글이 겨우 네 편이라니, 적게 올렸잖아, 이러면서 급하게 글 두 편을 올렸다. 그것이 3일 전이었다. 급하게 올린 글인 걸 방문자들께서 아셨는지 공감 수는 낮았다. 공감 3, 그리고 공감 1.

 

 

‘공감 1’이 귀엽다고 느꼈다. 얼마 만에 받아 보는 공감 1인가. (귀엽지 않습니까? 그러니 ‘공감 1’의 글에 아무도 공감을 누르지 마세요. 공감 1을 그대로 보존하고 싶으니까요. 숫자 1을 보면서 ‘겸손’을 배우겠습니다.)

 

 

 

 

 

 

3.

이렇게 산다. 어, 날짜가 벌써 이렇게 되었잖아. 나 그동안 뭐 한 거야? 시간은 이렇게 흘렀는데 난 정지되어 있었던 거잖아. 이번 달에 책을 몇 권 읽었지? 글은 얼마나 쓴 거지?

 

 

분발해야지, 하면서 각오를 새로이 한다.

 

 

내가 정지되어 있었던 거라고 느꼈다고 해도 삶은 바쁘게 돌아갔다. 어떤 날은 쉬지 못해 발바닥이 아플 정도로. 어떤 날은 걷는 운동을 못할 정도로. 

 

 

 

 

 

 

4.

요즘 방문자가 많아졌다. 새 글이 없는데도 방문자가 백 명이 넘은 날도 있던데 왜 그런지 궁금해 죽겠다. (알고 계시는 분은 댓글로...)

 

 

 

 

 

 

5.

최근 글쓰기에 관한 책, <헤세의 문장론>과 <작가 수업>을 읽었다. 이런 종류의 책을 수십 권 읽지 않았을까 싶다. (세어 보진 않았지만 아마도 그럴 것 같다.) 지금도 이런 책은 흥미로울 뿐 아니라 글에 대한 열정이 새롭게 생기게 해 줘서 좋아한다.

 

 

나의 삶을 두 가지로 나눈다면 책에 대해 열정이 있는 때와 없는 때로 나눠 확실히 구분할 수 있겠다. 처음 책에 매료되기 시작했을 때 마치 멋진 연인과 연애라도 하는 듯 꽤 설렜다. 그때가 서른한 살이었다. 서른한 살 이전엔 열정 없는 독서를 했다면 서른한 살부턴 열정 있는 독서를 했다고 할 수 있다. 그야말로 열독하였다. 어느 정도로 책과의 연애에 빠졌냐 하면 감옥에 들어가서 책만 읽을 수 있다면 감옥 생활을 견딜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때 모 월간지에서 자유기고가로 일했는데 그 일로 보내는 시간을 빼고 주부로서 일하는 시간을 빼고 문학 강의를 들으러 다니는 시간을 빼고 책만 봤다.

 

 

“요즘 당신에게 책 구입이란?” 하는 물음이 있다면,

 

 

“저에게 책 구입이란 ‘4박 5일은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선물’입니다. 어떤 책을 살 것인가로 고민하는 하루, 주문한 책을 기다리는 하루, 그리고 그 책들이(5~6권) 도착하면 그것들을 훑어보느라 3일 정도는 더 행복한 시간으로 이어지죠. 저는 저에게 2~3개월에 한 번씩 그런 선물을 줍니다.”라고 대답하겠다.

 

 

그런 선물을 자주 하지 않는 까닭은 읽지 않은, 쌓여 있는 책이 많아서 돈 낭비를 하는 게 싫기 때문이고, 또 선물이란 ‘자주’가 아니라 ‘가끔’ 있어야 즐거움이 배가되기 때문이다. 행복이라는 것도 아끼며 가질 필요가 있다.

 

 

아, 이 얘기를 빠뜨렸다. 책에 빠져들었던 것은 글쓰기에 관심을 가지면서부터라는 것.

 

    

 

 

 

 

 

 

 

 

 

 

 

 

 

 

 

 

 

 

 

 

6.

최근에 찜한 책은 고종석 저, <고종석의 문장>이다. 저자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는 터라 이 책을 보지 않고도 신뢰가 간다. ‘당대의 대표적인 문장가 고종석의 글쓰기 강의를 녹취 정리한 것’이라고 한다.

 

 

<불안의 황홀>에 이런 글이 있다.

 

 

고종석 선생님은 알려진 것처럼 한국어의 본질적 가능성과 한계를 외국어와 대비하여 진정성 있게 짚어나가는 언어학자인 동시에 집단주의와 국가주의를 반대하는 개인주의자의 입장에서 탁월한 시평時評을 쓰는 칼럼니스트이기도 하다. (…) 나는 선생님의 일련의 지적작업(대사회적 작업)들을 존중하고 지지하면서도 『기자들』, 『제망매』, 『엘리야의 제야』 같은 작품을 쓴 소설가로서의 고종석 선생님의 재능을 귀히 여기는 편이다. 그의 문장은 억압적이지 않다는 측면에서 다른 작가들의 문체가 공히 지향하는 지점을 반대한다. 비문단형 비주류 작가로서 선생님은 내가 감히 롤모델로 삼을 수 있는 분이다.

- 김도언 저, <불안의 황홀>, 85~86쪽.

 

 

문장이 억압적이지 않다는 것. 비문단형 비주류 작가라는 것. 좋아할 만하네.

 

 

 

 

 

 

 

 

 

 

 

 

 

 

 

 

 

 

 

 

 

7.

<불안의 황홀>은 ‘문학 일기’라는 부제에 끌려 구입한 책인데 책 제목도 좋다. 불안의 황홀이라니. 

 

 

나는 이것이 ‘불안한 젊음’이라고 읽혀진다.

 

 

고등학생 딸과의 대화.

 

 

딸 : 엄마는 젊은 내가 부럽지?

나 : 천만에, 이 나이가 얼마나 좋은데. 넌 학교 다니느라 니 나이가 싫겠다. 나 같으면 일찍 일어나 학교 가는 거 싫을 것 같아. 난 학교도 안 다니고 얼마나 좋은데 숙제도 없고.

딸 : 정말이야?

나 : 그럼,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며 사는 게 좋지, 너처럼 학교에서 하루 종일 있는 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내 삶이 얼마나 자유롭고 좋은데. 읽고 싶은 책을 맘대로 읽을 수 있는 지금의 나이가 좋아.

 

 

우리의 유치한 대화는 이런 식이다.

 

 

지금의 내 나이에서 십 년을 깎고 싶을 때가 있지만 이 나이가 좋다고 느껴질 때도 있다. 그 이유는 지나온 시간들을 돌아보면 다 지나와서 다행이다 싶은 일들이 있기 때문이다. 다시 겪어야 한다고 가정하면 싫었던 일들이 먼저 떠올라 젊은 시절로 돌아가는 게 좋지만은 않다. 젊은 시절은 고민이 깊고 불안한 시절이 아닌가. 취직 문제, 결혼 문제, 출산과 육아 문제, 그리고 진로 문제 등으로.

 

 

어디에 취직을 할 것인가로 속씨름을 해야 하고 어떤 사람과 결혼해야 할 것인가로 속씨름을 해야 한다. 취직을 하려면 여러 번 낙방의 고배를 마셔야 하고(처음부터 취직되는 건 드문 일이니까), 연애를 하면 싸우면서 여러 번 이별과 만남을 반복해야 한다.(첫사랑과 결혼하게 되는 건 드문 일이니까) 이런 생각을 하면 젊은 그때보다 지금의 시간이 차라리 평화롭고 좋다. 마음의 여유도 생기고 좋다. 선배들이 늙어가는 것도 좋다고 한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것 같다. 나이 먹어 가면서 얻어지는 것들이 분명히 있다.

 

 

내가 삼십 대 초반이던 시절. 그땐 그 나이가 아주 많은 줄 알고 지금부터 새로운 걸 시작하긴 늦어 버린 게 아닐까 불안해 했다. 그러면서 마흔 살에 작가가 되신 박완서 작가 님을 떠올리며 용기를 내곤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새로운 걸 시작해도 충분히 되는 나이였는데... 결코 늦은 게 아니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렇다.

 

 

지금의 나이도 그렇지 않을까. 십 년이 지나고 나면 '그때 시작해도 늦지 않았을 텐데.' 하고 생각하지 않을까.

 

 

공인중개사 자격증에 도전해 볼까 하는 사오십 대의 사람들에게, 그리고 방통대에 도전해 볼까 하는 사오십 대의 사람들에게 파이팅을 외쳐 드린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것이라면서. 하고 싶을 땐 망설임 없이 하라면서. 결과보다 과정을 즐기라면서.

 

 

백 세 시대로 가고 있는 지금, 새로운 삶이 만들어지는 새로운 시작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본다.

 

 

 

나도 뭘 더 배워 볼까, 생각 중이다. 최근에 내가 찾은 강의가 있다. 칼럼니스트를 양성하기 위한 강의이다. 그 강의를 들으면 칼럼을 잘 쓰는 법을 배울 수 있을 것 같다. 칼럼니스트가 되겠다고? 뭐 꼭 그런 건 아니고 관심 있는 걸 배우면 즐겁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다. 같은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즐겁겠고. 내게 적극 추천하는 친구도 있고. 또 강의 들어본 지가 오래되었으니.

 

 

 

 

 

 

 

8.

이것도 잘하고 저것도 잘하면서 살 수 있을까? 예를 들면 집안일도 잘하고 직장일도 잘하며 살 수 있을까? 어머니 역할도 잘하고 직업적으로도 성공할 수 있을까? 돈도 잘 벌고 글도 잘 쓸 수 있을까? 내가 알기론 한 가지의 성공을 위해선 다른 것들은 대충 해야 할 것 같다. 우리 몸의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어서 어떤 일에 70프로를 쓴다면 다른 일엔 30프로밖에 쓸 수 없으므로.

 

 

어느 페이퍼에서 이런 글을 봤다.

 

 

‘제대로 사는 인간'이란 정말 중요한 것에 힘을 몰아주고 나머지는 대충 살아야 제대로 사는 것이라고 한다.

- 송숙희 저, <당신의 책을 가져라>에서.

 

이 문장에 꽂혔다. 일상이 복잡하여 한 방향으로만 갈 수 없는 현실에서, 다방면으로 잘해야 하는데 그렇게 할 수 없는 현실에서 이 문장에 위안을 받는다. 중요한 것에만 집중하고 나머지는 대충 하기, 이것이 삶의 요령일 듯하다.

 

 

 

 

 

 

9.

아이스크림을 사오다가 경비 보시는 분을 만나면 하나 골라 드시게 한다. 떡이 생기면 (우리 식구는 떡을 좋아하지 않아서) 내가 다니는 미용실 원장에게 갖다 준다. 그럴 때 뭔가 좋은 일을 한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진다. 아마도 그 순간에 착하게 살고 있다는 생각이 만족감을 주는 것 같다.

 

 

그래서 우린 미워하는 사람에게 이런 말을 해 주고 싶은가 보다.

 

 

“당신의 호의를 받기 싫어요. 왜냐하면 나는 당신에게 만족감을 주기 싫으니까요.”

 

 

 

 

 

 

 

10.

나쁜 일이 생기면 내가 죄를 지은 게 없나 하고 생각해 보게 된다. 가령 돈이 든 지갑을 잃어버렸다고 하자. 그럼 우선 속이 상하고 그 다음엔 왜 지갑을 잃어버리는 일이 생긴 거지 하는 물음과 함께 내가 어떤 죄를 지어서 그 벌로 잃어버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나의 과거 시간을 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죄를 지으면 벌을 받는다는 이 미신 같은 생각을 언제부터 갖게 되었는지 알 수 없다. 믿을 만한 근거가 없는 이 생각은 어떻게 살아 왔느냐 하는 것이 앞으로 어떻게 살게 될 것인가를 결정한다고 보는 생각으로 통한다. 뿌린 대로 거둔다고 보는 것이다. 내가 옳지 않은 일을 경계하며 사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독일의 철학자 니체는 우리가 잘못을 저지르지 않아야 하는 이유가 도덕을 위해서가 아니라고 한다. 두려움 때문도 아니라고 한다. 신앙의 이유도 아니라고 한다. 우리가 잘못을 저지르지 않아야 하는 이유는 단 하나, 마음속에 그늘이 생기지 않기 위해서라고 한다.

 

 

 

 

 

 

 

 

 

 

 

 

 

 

 

 

 

잘못된 행동이나 부정을 저지르지 않아야 하는 이유는 도덕을 위해서가 아니다. 누군가로부터 야단맞거나 칭찬받거나 혹은 나중에 있을 앙갚음이 두려워서도 아니다. 신앙의 이유도 아니다. 부정을 저지르지 않아야 하는 이유는 마음의 평안과 행복에 상처를 내지 않기 위함이다. 이미 누구나 느끼고 있다. 자신이 저지른 사소한 부정, 단 한 번의 거짓말로 마음속에 그늘이 생긴다는 것을. 잔잔한 마음의 바다에 풍랑이 일고, 청명한 공기와 밝은 햇빛을 방해한다는 것을.

- 시라토리 하루히코 (엮은이), <초역 니체의 말 2>, 169쪽.

 

 

잘못을 저지르고 나면 마음속에 그늘이 생긴다는 것. 누구나 그럴까?

 

 

그렇게 되길 바란다. 누구나 잘못을 저지르고 나면 마음이 평화롭지 않기를 바란다. 누구나 잘못을 저지르고 나면 당당하게 살 수 없기를 바란다. 그래야 제대로 돌아가는 세상이 되지 않겠는가.

 

 

하지만 큰 잘못을 저지르고 나서도 그늘 없이 태연하게 사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문제다. 반성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문제다. 니체가 한 말은 그런 사람들을 제외한, 상식적인 사람들에 한해서만 적용할 수 있을 듯하다.

 

 

나라 전체를 슬픔에 빠지게 한 ‘세월호 참사’만 해도 그렇다. 반성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한다. 또 한 번 슬픈 이유다. ‘세월호 참사’가 주는 교훈을 우리 모두 잊지 않기를.

 

 

(나도 반성할 게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하겠다.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tella.K 2014-06-01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느 새 6월이어요. 세월 참 빠르죠?
앞에서 세면 빠른데 뒤에서 세면 그래 시간은 이렇게 흐르지 아쉬울 게 없어요.
이상해요. ㅎ
고종석은 정말 탁월한 언어학자겸 작가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의 책을 한 권인가,
두 권 밖에 안 읽었어요.ㅠ

따님과 나눈 대화가 재밌네요.
저도 학교 때 엄마를 엄청 부러워한 때가 있어요.
학교 다니는 게 얼마나 머리를 많이 쓰는 건데요.
그래서 엄마 같이 단순하게 살고 싶었죠.
특히 엄마는 자고 싶을 때 언제든 잘 수 있는데 저는 그러지 못해 늘 부러웠어요.
근데 엄마는 늘 잠이 안 온다고 지금도 투덜대시곤 하죠.ㅋ

지금 살아 보니 알겠어요. 만날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는 게
진짜 사람의 진을 빼놓는 것 같아요.
이걸 좀 더 단순화 시키거나 빼면 인류가 좀 더 많이 발전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걸 왜 해야하나 앞으로 얼마나 더 하고 살아야 하나 그런 생각 자주해요.
언니의 생각에 동의는 하지만
그래도 할 수만 있으면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긴 해요.
대신 학교도 안 다니거나 충분한 자유를 보장해 준다면 금상첨화겠죠.
다시 젊어진다는데 마다할 건 없잖아요. ㅋㅋ

페크pek0501 2014-06-02 08:01   좋아요 0 | URL
무플을 면하게 해 주셔서 감사드려요. ^^
고종석 님은 언제부터 읽어야지, 했는데 읽을 기회가 없었네요.
이번엔 꼭 읽어야겠어요.

저는 자랄 때 엄마를 부러워하는 걸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나이 들면 무슨 재미로 사나, 오히려 그런 생각을 했네요.

아, 님도 집안일이 진을 빼놓는 걸 아세요? 시간이 아까울 때가 많아요.
집안일에 지쳐 누워 버리다가 하루가 다 가 버릴 때도 있어요.
특히 장을 봐 와서 반찬을 많이 만들어 놓고 게다가 대청소까지 한 날은요.

젊은 시절로 돌아가는 게 꼭 좋지만은 않은 게...
십 대는 학교를 다녀야 해서 싫고
이십 대는 취업과 결혼 문제 때문에 싫고
삼십 대는 출산과 육아 때문에 싫고 - 외출도 맘대로 못하죠.
사십대부터 좋은 것 같아요.

젊음이 좋긴 하죠. 젊음이 좋다는 것 자체엔 이견이 없습니다만 요즘 우리 큰애를 보면 이 시대에 대학생이 아닌 게 다행이다 싶어요. 스펙 쌓기 위해 얼마나 바쁜지 살이 쪽 빠지더라고요...

난 그냥 이 나이 할래요. ㅋㅋ 좋은 하루 보내세요. ^^

아무개 2014-06-02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역 니체의 말 II >
오늘 오전에 50 페이지 정도까지 읽었어요.
기대한것과 조금 다르긴한데 이제 시작이니....

저는 지금의 나이도 나쁘지 않아요.
그렇다고 딱히 좋은것도 아니지만..
돌아가고 싶은 나이때가 있긴 한데,
또다시 그렇게 살지는 못할것 같네요.

한차례 비가 쏟아지더니
좀 시원해 진거 같기도 하네요.

페크pek0501 2014-06-03 16:37   좋아요 0 | URL
님은 책을 많이 읽으시는 것 같아요.
저는 요즘 많이 읽기보다(그럴 수도 없고) 깊이 읽기로 하고 있어요.
니체의 문장이 내용도 좋지만 문학적인 표현 때문에 더 좋았어요.

몸이 젊어지는 건 좋지만 걸어온 길을 또 걷는 건 싫더라고요.
그래서 이 나이에 만족할 수 있는 듯해요.

지금 비 옵니다. 모처럼 비 오는 휴식, 같은 날이에요. ^^
행복한 독서 하세요.

세실 2014-06-02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호 페크님 글 재미있어요^^
고종석의 문장은 저도 사놓고는 아껴두고 있답니다. 님 글 읽으니 더 기대됩니다.
요즘 당신에게 책 구입이란?
제게 책 구입은 스스로를 위로하는 선물입니다.
택배 받는 날은 왠지 아침부터 설레이면서 엔돌핀이 솟아요~~ 가슴이 콩닥콩닥^^ ㅎㅎ

페크pek0501 2014-06-03 16:41   좋아요 0 | URL
호호호~~~ 제가 제일 듣고 싶은 말을 해 주시다니... 재밌다는 것.... ㅋ
벌써 고종석 님의 책을 사신 거예요? 관심이 비슷하다니까요.
저도 책 사 놓고 저건 뒀다 야금야금 읽어야지, 하는 게 있어요.
저도 책의 위로를 받습니다. 책은 변심도 배신도 거짓말도 하지 않으니 좋아요.

맞아요 택배 상자 받을 땐 부러운 사람이 없는 것 같아요.
비 와요, 세실 님... ^^

마태우스 2014-06-02 2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따님이 중년의 즐거움을 모르는군요. 하기야, 모르는 게 당연하겠지만요^^ 칼럼니스트가 되는 법 강의라니, 저도 그런 강의를 한 적이 있어요 준비가 부족해서 망하긴 했지만...ㅠㅠ 참참, 글 안써도 방문자가 많은 것은 예전 글들을 읽어보게 만드는 매력이 있단 뜻이랍니다

페크pek0501 2014-06-03 16:44   좋아요 0 | URL
고딩이 중년의 즐거움을 우찌 알겠습니까.
마태우스 님이 그런 강의를 하신 적이 있군요. 깜놀~~
서울에서 또 하시게 되면 알려 주세요. (몰래 가서 봐야징...그리고 사인 받아 오고... 댓글로 알려 줘야징. 사인 받은 사람들 중 한 명이 저예요, 라고... )
키득... 재밌겠다.
방문자가 많은 이유, 믿을 순 없지만 믿고 싶은 말씀을 해 주셨어요.
감사드려요. ^^
 

 

 

세상엔 확실하게 말할 수 없는 것들이 많다. 예를 들면 이런 것도 그렇다. 

 

 

 

1.

잘생긴 남자는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바람둥이일 확률이 높다. - 맞다.

잘생긴 남자는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바람둥이일 확률이 높지 않다 - 이것도 맞다.

 

 

 

우리 사촌들 중 잘생긴 남자들이 많다. 사촌 오빠들도, 남동생들도 잘 생겼다. 그들을 관찰한 결과 잘생긴 얼굴과 바람둥이 기질은 상관관계가 없어 보인다. 그들은 애처가이고 순종파 같기 때문이다. 내가 알기론 오히려 잘생긴 사람은 예쁜 여자를 덜 밝히는 것 같다. 못생긴 사람일수록 예쁜 여자를 밝히는 것 같다. 그 이유는 자기가 가지지 못한 것을 갖고 싶은 욕망 때문이 아닐까 한다. 키 작은 남자일수록 키 큰 여자를 좋아하고 가난한 여자일수록 부유한 남자를 좋아하는 것처럼.

 

 

 

누군가 이런 말을 해서 웃었다. 차라리 잘생긴 남자하고 결혼해서 바람피우는 꼴을 보는 게 낫지, 못생긴 남자하고 결혼해서 바람피우는 꼴을 어떻게 보느냐고. 못생긴 남편이 아내를 무시하고 바람피우는 꼴은 더 괘씸하다고. 끼악, 캭캭캭 웃었다.

 

 

 

요즘 젊은 여자들은 남자의 외모를 많이 따지는 것 같은데 배우자 선택에 있어서 외모가 뭐 그리 중요하랴. 중요한 건 ‘내면’이라는 걸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고상한 생각을 품을 줄 아는 사람과 고상한 생각을 전혀 품을 줄 모르는 사람과의 차이를 주시해야 하지 않겠는가.

 

 

 

만약 앞으로 딸애들이 배우자감으로 생각하며 남자를 사귀는 일이 생긴다면 잘생기지 않은 남자이면 좋겠다. 그 이유는 그런 사람이 잘생긴 사람보다 왠지 더 신뢰가 가기 때문이다. 혹시 외모에 반해 다른 단점들을 놓쳐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잘생기지 않았는데도 사랑하게 되었다면 분명히 그에겐 어떤 장점이 있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렇다.

 

 

 

“얘들아 잘생긴 얼굴을 뜯어먹고 살 것도 아니니 외모는 보지 마라. 외모에 집중하는 순간 다른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 만다.” 

 

 

 

결론 :

통계를 보면 아마도 잘생긴 남자는 그렇지 않은 사람과 비교해서 얼굴값을 할 확률이 더 높을 듯. 잘생긴 남자가 바람둥이일 확률은 60퍼센트 정도. 즉 잘생긴 남자 10명 중 6명은 바람둥이이고 4명은 바람둥이가 아니라는 결론. (어디까지나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2.

담배를 좋아하는 것을 보니 술도 좋아하겠군. - 맞다.

담배를 좋아하는 것을 보니 술은 좋아하지 않겠군. - 이것도 맞다.

 

 

 

우리 사촌들을 보면 담배를 좋아하는 부류와 술을 좋아하는 부류가 딱 나뉘어 있다. 담배를 많이 피우는 사람은 술을 좋아하지 않고 담배를 아예 피우지 않는 사람은 술을 좋아한다. 사람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 있는 것 같다.

 

 

 

반면에 담배와 술을 다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결론은 담배와 술의 상관관계는 없는 걸로, 사람마다 다른 걸로 정리하겠다.

 

 

 

 

 

 

................................................................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하신지요?

 

 

 

 


댓글(2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마립간 2014-05-29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책 하나 추천해 드릴께요.^^
'가짜논리'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84314447

위 이야기는 논리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조사를 통한 통계로 결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결과가 나오면 그 과정을 뒷받침할 논리를 만들어내겠지만요.

마을 공동체였을 때는 외모가 중요하지 않았죠. 오랜 접촉을 통해 인간성을 판별할 수 있으니, 도시화되면서 빠른 시간내에 사람을 판단해야 하니, 외모의 중요성이 강조되었습니다. 외모와 인간성 중간에 있는 것이 재력을 나타낼 수 있는 물건(자동차, 고가수입사치품), 그리고 학벌입니다.

결혼하고 며칠 살다가 헤어질 것이라면 외모가 중요할 수도 있겠지요. 제가 배우자의 조건으로 성격을 운운하면서 많은 비웃음을 샀습니다. 솔직히 돈이나 외모 중에서 하나를 택하라고.

페크pek0501 2014-05-29 22:15   좋아요 0 | URL
가짜논리, 세상의 헛소리를 간파하는 77가지 방법... 멋진 책이군요. 찾아보겠습니다.
모든 건 통계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거겠죠. 통계가 나오는 책은 뭐든 책밌더라고요. 인간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 주기 때문이에요. 늘 궁금한 건 인간...

결혼생활에서 중요하게 생각할 건 돈이나 외모보다 성격인 것 같아요.
성격 좋은 배우자가 최고라는 거죠.(제 생각임.) 돈은 뭐 집안이 망할 수도 있는 거고, 실직 당할 수도 있는 거고 외모는 매일 보면 미인이라도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을 테고... 결국 상대의 성격과 가치관에 좌우되는 게 결혼생활일 것 같아요.
외모를 보고 배우자를 고르지만 정작 살아 보면 내면에 의해 결혼생활의 분위기를 좌우한다가, 되겠네요.
막상 살아 보니 뭐가 중요한가?, 이것 설문조사를 해서 통계 내고 싶군요.
결혼 전과 결혼 후가 다르게 나올 듯해요. ^^

마립간 2014-05-30 08:18   좋아요 0 | URL
진화론에 의하면, 남자는 여자에게 교제 전 성경험이 있었는지가 중요하고 (남의 아이를 부양하고 싶지 않으니), 여자는 남자에게 교제 후의 성겸험이 중요하죠. (아이의 부양 능력을 다른 곳으로 돌리게 되니.) 남자는 출산을 위한 건강한 여자가 필요하고(그래서 젊고 이쁜 여자), 여자는 자신과 자녀을 부양할 남자의 재력이 중요하죠.(그래서 돈 많은 남자.)

이와 같은 이론은 결혼 정보 회사의 결혼 성사를 통계를 보면 일치한다고 합니다.

페크pek0501 2014-05-31 12:23   좋아요 1 | URL
님의 말씀으로 싹 정리가 되네요.
그런데 생활패턴이 바뀌니 생각도 바뀌는 것 같아요.
여자들도 요즘 경제력이 생기니까 자기가 돈 벌면 되고 남자가 요리를 잘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는 여자들도 있더라고요. 우리 큰애만 해도 졸업반인데 그런 생각을 하더라고요. 살림 잘하는 남자가 좋대요. 돈은 자기가 벌겠대요. ㅋㅋ

아무개 2014-05-29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은 이쁜아내 얼굴
뜯어먹고 사신다구...^^;;;

페크pek0501 2014-05-29 22:16   좋아요 0 | URL
어맛, 아무개 님... 꺄악... 재밌는 댓글이에요. 호호~~

마립간 2014-05-30 08:20   좋아요 0 | URL
저는 마태우스님의 배우자 분을 보지 못했는데, 제 안해는 TV에서 봤다고 합니다. 미모가 출중하다고.^^

페크pek0501 2014-05-31 12:24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네요...

세실 2014-05-30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전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잘 생긴 사람이 좋아요~~~ 현빈, 현빈!! ㅎㅎ
잘 생긴 사람은 실수해도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종종 있던데......제 경우를 꼭 짚어서 하는건 아닙니다~~~~ 3=3=3=3=3=

페크pek0501 2014-05-31 12:27   좋아요 0 | URL
안녕 세실 님!!!!!!!!!!
현빈... 꺄악... ㅋㅋ
저는 현빈의 팬은 아니지만 그 정도면 멋지죠.
저는 십년 전쯤 오대규 라는 탤런트의 팬이었어요. 우리 애가 저를 팬클럽에 가입시키기까지 해서 이메일 자주 왔어요. 무슨 모임이 있으니 오대규 님이 보고 싶으면 오라는 거죠. ㅋㅋㅋ 나이가 십 년만 젊었어도 가는 건데... 그 뒤에 제가 탈퇴했나 봐요. 더 이상 이멜이 안 오는 걸 보면... 오래된 이야기입니다.
저도 팬하고 싶어요. 그런데 지금은... 없네요. 찾아봐야징...

stella.K 2014-05-30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그러니깐요. 여자들 남편 바람 피우는 현장 딱 걸려서 보면
상관녀가 자기 보다 못 생기면 그렇게 자존심 상한다잖아요.
반대로 어떤 사람은 바람도 능력인데 내 남편 너무 가정에만 충실하면 그것도
자존심이 은근 신경 쓰인다는 말도 있고.ㅋ

그런데 나이들면 들수록 확실히 잘 생긴 사람이 못 생긴 사람보다
낫다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들더군요.
그래서 아줌마 아저씨들이 아이돌을 더 좋아한다잖아요.
그거 정말 이해가요.ㅎ
그니까 잘 생긴 건 보기에만 좋으면 되구요,
같이 살 사람은 잘 생기진 않아도 인격, 됨됨이 따질 것들이 더 많은 거죠.

전 요즘 sbs 모닝 와이드의 최기환 아나운서가 눈에 들어오더라구요.
그 프로 몇 년을 두고 봐도 느낌이 없었는데 요즘 참 잘 생겼구나 늦게 느끼는 거 있죠?
보통 잘 생긴 사람은 금방 질리는 단점도 가지고 있던데.
클났어요. 늦바람 난 것 같아.ㅋㅋ



마립간 2014-05-30 15:31   좋아요 0 | URL
부와 권력을 가진 사람이 외모가 출중한 배우자를 얻기 때문에, 그리고 그들의 자녀는 부모 중의 한 사람이 외모가 뛰어나기 때문에 자녀의 외모까지도 뛰어나죠. 외모는 사회활동에서 유리한 점이 있고. 그러니까 부와 권력이 외모와 선순환을 가져오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나이들면서 다른 사람들의 외모에 대한 매력을 느끼는 것이 줄고 있습니다. 제 경우에 대한 나름대로 해석은 TV, 인터넷을 통해 기준이 워낙 높이 설정되었다고 판단했습니다만.

stella.K 2014-05-30 18:23   좋아요 0 | URL
그건 그래요. 모임에 나가도 그렇고,
거리에 나가 봐도 그렇고 잘 생긴 사람은 그리 많지 않죠,
그래서 잘 생긴 사람이 더 도드라져 보이고 희소성이 높은 것처럼 인식되지
않나 생각합니다.
하지만 잘 생긴 사람이 모든 면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건 아니죠.
그럴 가능성은 많지만.
못 생겨도 특출난 뭔가가 있으면 그것을 더 빛나게 만드는 것도
생존전략의 하나라고 봐요.ㅋ


페크pek0501 2014-05-31 13:39   좋아요 0 | URL
스텔라 님.
아, 바람도 능력이란 말씀은 공감이 안 가네요. 그런 능력은 없는 게 좋죠.
저는 저보다 더 예쁜 여자와 바람 나면 더 열받을 것 같아요. 약 오르고...
저보다 못한 사람이면, 그래 니들끼리 살아봐라... 이럴지 몰라요. 화딱지 나서...
너희 질릴 때까지 살아 봐라... 킥킥...

누구의 팬이 되는 건 좋은 현상... 행복지수가 올라갑니다.

저는 외모보다 더 중시하는 게 있으니 분위기예요. 사람마다 풍기는 분위기가 다 다르잖아요. 아무리 잘생겨도 욕이나 하고 무식해봐요., 어디 끌리나...
그러나 지적인 분위기를 풍기면 좀 못 생겨도 봐 줄 수 있어요.
지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것, 이것 멋지지 않나요.
뭘 물어 봐도 철학자 이름을 딱딱 대면서 설명하면 저는 매료될 것 같아요.
예전에 논술 지도사 자격증을 따려고 강의 들으러 다녔을 때 정말 멋진 교수님을 만났죠. 키도 작고 아주 못생겼는데도 우리 수강생들 전부 사랑에 빠졌지 뭐예요.
그분의 박학다식 게다가 유머가 곁들여진 강의에 전부 매료되었죠.
그런데 그분, 여자한테 질린 적이 있는지 우리가 모여서 밥 한 번 먹자고 해도
일체 사절, 좀 웃겼어요. 나이도 많으신 분이었는데 누구와도 사석을 갖지 않겠다는 철칙을 세우신 듯해요.
그런 분의 강의를 또 들을 수 있는 행운이 앞으로 올까요? 싶네요.


페크pek0501 2014-05-31 12:44   좋아요 0 | URL
마립간 님.
"부와 권력이 외모와 선순환을 가져오죠"
- 정말 그런 것 같아요. 삼성 가만 봐도 미인들이 많잖아요.

댓글로 와글와글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신 두 분께 감사드립니다. ^^

노이에자이트 2014-05-31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지적인 분위기로 철학자 이름을 대면서 이야기하고...박학다식하고 유머가 곁들여진 강의를 할 줄 알고...제 이야기로군요.저는 밥 먹자고 하면 거부도 안 합니다.게다가 미모도 좀 되는데...군살도 없고 복근도 발달되어 있구요...

페크pek0501 2014-05-31 13:57   좋아요 0 | URL
으음~~ 노 님의 말을 다 믿어야 할지 말지...ㅋ 사실인 것도 같지만...
미모는 질릴 때가 있지만 지성미는 안 그런 것 같아요.
예전에 진중권 님이 티브이 나와 따다다닥 논리정연하게 말하는데 멋있더군요.
동안이라 꽤 젊은 줄 알았는데 저보다 겨우 한 살 적더군요. 제 또래라는 게 깜놀~이었죠.
그런 사람의 강의를 듣는다면 많은 여성들이 금방 팬이 될 듯...
군살... 복근... 이런 데에 약한 여성들도 많겠죠... 그런 여성들에 제가 포함될까요. 안 될까요... 비밀이에요. ㅋㅋ




노이에자이트 2014-05-31 23:37   좋아요 0 | URL
단언컨대 포함되겠지요.

페크pek0501 2014-06-01 14:41   좋아요 0 | URL
ㅋㅋ 제가 비밀이라고 한 이유는 저도 제가 뭘 더 좋아하는지 몰라서예요.
제가 이십 대엔 가냘프게 생긴 여성적인 남자를 좋아했거든요. 성격도 남자답기보다 섬세한 사람이 좋고요. 그런데 지금은 잘 모르겠어요. 남성적인 것도 여성적인 것도 다 괜찮은 것 같기도 하고.
아마 지성미에 가장 끌리지 않을까 싶어요.^^
박학다식에다 글 잘 쓰고 유머까지 있다면 우러러 볼 듯해요.

으음~ 그래도 복근을 좋아하는 여성들이 많으니 잘 관리하시길... ^^

노이에자이트 2014-06-01 23:15   좋아요 0 | URL
운동하다 보니 복근이 생긴 것이지 애초부터 몸매 만들기 위주로 다듬은 건 아니에요

외모가 아무리 좋아도 입만 열면 품위없고 무식한 소리 하는 사람이 매력있게 보이긴 힘들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