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세의 문장론 - 책읽기와 글쓰기에 대하여
헤르만 헤세 지음, 홍성광 옮김 / 연암서가 / 201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헤르만 헤세의 작품 중에서 내가 읽은 것은 <데미안>, <싯다르타>, <수레바퀴 아래서>, <정원에서 보내는 시간> 등이다. 그리고 이번에 <헤세의 문장론>을 읽었다.

 

 

“이 책은 1900년부터 1960년까지의 책과 문학, 작가와 독자, 비평가, 책 읽기와 글쓰기에 대한 헤세의 글을 12권으로 된 전집에서 모으고, 전집에 수록되지 않은 것은 『책의 세계』에서 보충한 것이다”(머리말에서.)

 

 

이 책은 ‘책읽기와 글쓰기에 대하여’라는 부제가 말해 주듯이 책 읽기와 글쓰기에 대한 책이다. 나는 책 읽기에 대한 책은 무조건 관심이 간다. 글쓰기에 대한 책도 무조건 관심이 간다. 그래서 이런 종류의 책을 즐겨 읽는 편이다.

 

 

이 책에는 헤세가 독자에게 주는 메시지가 참 많다. 그중 열두 가지를 뽑고 그것과 관련하여 내 생각을 말하는 방식으로 리뷰를 써 본다.

 

 

 

 

1.

“반드시 읽어야만 하고, 행복과 교양에 필수적인 도서목록이란 존재하지 않는다!”(45쪽) 그러므로 “최우수 도서 100선이나 최우수 작가 100선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57쪽)

 

 

동의한다. 누구나 필수적으로 읽어야 하는 책이란 없다. 그저 자신이 좋아할 만한 책을 찾아 읽으면 된다. 옷은 자기의 개성대로 입으면서 왜 책은 자기의 개성대로 읽으려 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을까. 취향에 따라 옷을 골라 입듯이, 취향에 따라 책도 골라 읽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2.

“호기심으로 안달하여 온갖 시대와 나라의 습작과 졸작을 마구 집어삼킨 이보다, 가령 우리나라의 최고 작가 서너 명을 거듭 완벽하게 읽은 사람이 훨씬 풍요로우며 더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몇 권 안 되는 책을 철저히 아는 것, 그래서 그것을 읽던 수많은 시간의 감흥을 되새기기 위해 그 책을 손에 집어 들기만 하면 되는 것이 머릿속 가득 수천 권의 책 제목과 작가 이름을 막연히 떠올리는 것보다 더 고귀하고 더 만족스러우리라.”(60쪽)

 

 

동의한다. 나도 다독보다 정독이 좋다고 생각한다.

 

 

책과 친해지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 우선 책을 다양한 종류로 백 권쯤 읽어라. 그럼 좋아하는 작가가 생긴다.

- 좋아하는 작가를 정해서 그의 작품을 여러 권 읽어라.

- 그리고 그중에서 마음에 드는 작품을 골라 두 번 이상 읽어서 ‘깊이 읽기’를 하라. 그러면 작품에 대한 안목이 높아진다. 안목이 높아지면 즐겁고 유익한 독서를 할 수 있다.

- 책을 두 권 읽는 것보다 같은 책을 두 번 읽는 게 더 좋다. 열 권을 읽는 것보다 다섯 권을 각각 두 번씩 읽는 게 더 좋다.

 

 

 

 

 

3.

(자신의 습작을 읽고 나서 자신에게 문학적 재능이 있는지를 평가해 달라는 작가 지망생에게 헤세가 말한다.)

 

 

“하지만 ‘진실’을 찾는 게 그리 쉬운 문제가 아닙니다. 더욱이 제가 개인적으로 잘 알지도 못하는 어느 초보자의 습작을 가지고 재능에 대한 이런저런 결론을 내리기란 완전히 불가능하다고 생각됩니다.”(106~107쪽)

 

 

“가장 위대한 작가들의 경우에도 초창기 습작을 보면 언제나 참으로 특징적이거나 눈에 띄게 독창적이지는 않았습니다. 실러의 청년기 시에서도 놀랄 정도의 조잡함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108쪽)

 

 

“스무 살의 나이에 놀랍도록 아름다운 시를 지은 젊은 시인이 서른이 되어서는 더 이상 그런 시를 쓰지 못하거나 아니면 더 못한 시를 쓰거나 여전히 똑같은 시를 쓰는 사람도 있습니다. 반면에 서른이나 마흔이 되어서야 꽃을 피우는 재능도 있습니다.”(108~109쪽)

 

 

아무리 훌륭한 작가라고 해도 어떤 사람의 글을 보고 단번에 문학적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진실’은 겉으로 드러나기보다 숨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 또 ‘진실’이 밝혀지기까지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 

 

 

창작을 하고 싶으나 과연 자신에게 재능이 있는지를 확신하지 못해 고민하는 작가 지망생이 있다면 이렇게 말해 주고 싶다.

 

 

- 창작을 하려는 당신은 자연히 독서를 많이 할 것이다. 독서는 자기 자신에 대해 알게 해 주고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 주므로 그 자체로 유익하다.

- 그러므로 창작이 잘 되지 않아서 작가가 되지 못하고 나중에 다른 직업을 갖게 된다고 하더라도 창작하는 시절의 경험은 좋은 자산으로 남을 것이다.

- 창작을 하고 싶다면 일단 해 보라. 창작을 하는 동안은 행복할 수 있다.

 

 

헤세도 이렇게 말했다.

 

 

“누구나 직접 형편없는 시라도 지어보면 안 될까? 그렇게 해 보라. 그러면 형편없는 시를 짓는 것이 심지어 최고 아름다운 시를 읽는 것보다 훨씬 행복함을 알게 될 것이다.”(158쪽)

 

 

 

 

 

4.

“우리는 자신과 우리의 일상생활을 잊기 위해서가 아니라 반대로 우리 자신의 삶을 보다 의식적이고 성숙하게 다시 단단히 손에 쥐기 위해 독서해야 한다.”(120쪽)

 

 

독서를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말하고 있다. 나의 경우엔 책을 읽는 게 습관이 되어 버렸는데, 어떤 때엔 고민이나 걱정을 잊기 위해 책을 집어 든다. 책을 읽고 나면 정신이 분산되어서 고민이나 걱정의 크기가 반쯤 줄어든 것 같아 좋다. 이것도 내겐 독서의 장점이다. 그런데 헤세는 일상생활을 잊기 위해서 하는 독서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나와 다른 시각이다.

 

 

 

 

 

5.

“우리는 냉담한 선생님에게 다가가는 소심한 학생이나 술병에 다가가는 건달처럼 할 것이 아니라, 알프스에 오르는 등산객처럼, 무기고로 들어가는 전사처럼 책에 다가가야 한다. 또한 피난민이나 삶에 불만을 품은 사람처럼 할 것이 아니라 호의를 품고 친구나 조력자에게 다가가는 사람처럼 책에 다가가야 한다.”(120~121쪽)

 

 

독서에 임하는 태도에 대해 말하고 있다. 표현이 참 좋다. 한마디로 진지하게 책을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동의한다. 나는 연필을 옆에 두고 책에 밑줄을 그으며 집중해서 읽는다. 술병에 다가가는 건달처럼 읽지 않고 알프스에 오르는 등산객처럼, 무기고로 들어가는 전사처럼 읽는다고 할 수 있겠다.

 

 

 

 

 

6.

“사랑도 예술과 마찬가지가 아니던가. 더없이 위대한 것을 아주 조금밖에 사랑할 줄 모르는 자는 아주 보잘것없는 것에 불타오를 수 있는 자보다 훨씬 불쌍하고 하찮은 존재이기 때문이다.”(131쪽)

 

 

동의한다. 시 한 줄에 감탄할 줄 아는 사람은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행복한 사람이다. 책에 열광할 줄 아는 사람은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행복한 사람이다. 작은 것에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은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행복한 사람이다.

 

 

 

 

 

7.

“알다시피 정신분석가들 자신이 정신분석 이전 시기의 문학작품을 어디서나 자신들의 이론을 입증하기 위한 증거이자 전거로 이용했다. 그러므로 시인들은 정신분석이 깨닫고 학문적으로 표현한 내용을 항시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137쪽)

 

 

정신분석학이 등장하기 전에 시인(작가)들은 이미 그것을 표현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도스토예프스키는 정신분석학이 출현하기 이전에 그와 관련한 내용을 자신의 작품에 썼다고 한다. 정신분석학을 알지 않고도 어떻게 그게 가능할까. 자신의 경험에서 알아냈을까, 아니면 주변 사람들을 관찰하여 알아냈을까. 인간을 깊이 이해했던 도스토예프스키가 감탄스럽다.

 

 

 

 

 

8.

“거창한 문제를 제기하는 입센이나 헤벨 같은 작가들, 저 이상한 거인들은 작품에서 너무나 심오한 문제들을 울려대지만, 우리에게 전체적으로 그다지 기쁨을 안겨주지는 못했다.”(185쪽)

 

 

헤세가 <인형의 집>이란 문제작을 쓴 입센을 과소평가한다는 점에 놀랐다. 이런 작가보다 새나 하늘의 구름을 노래하는 시인을 더 좋아한다고 한다. 으음... 이것은 생각해 볼 점.

 

 

이해를 돕기 위해 헤세가 좋아하는 시구를 소개한다.

 

 

“세계는 너무나 고요하고

어스름 속에 덮여 있다

너무나 아늑하고 사랑스럽게“(304쪽)

 

 

 

 

 

9.

“세계사의 가장 훌륭한 소재를 가지고 시시한 작품이 나올 수 있고, 잃어버린 바늘이나 눌어붙은 수프 같은 아무것도 아닌 소재를 가지고도 진정한 작품이 나올 수 있다.”(280쪽)

 

 

“바로 이들, 이들 목가시인들, 풀잎 하나도 계시로 여기는 단순하고 눈 밝은 이들 신의 자식들, 우리가 보다 소박한 작가라고 일컫는 바로 이들은 우리에게 최상의 것을 안겨준다. 그들은 우리에게 ‘무엇’이 아닌 ‘어떻게’를 가르쳐준다.”(185쪽)

 

 

무엇에 대해 글을 쓰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동의한다. 글감의 선택이 중요한 게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글감은 어디서나 얻을 수 있다. 소설의 한 문장에서도 얻을 수 있는 게 글감이다.

 

 

어느 교수님이 말씀하셨다고 친구에게서 전해 들은 얘기가 있다. 사람은 마흔 살이 넘으면 더 이상 경험하지 않아도 글 쓸 게 충분하고, 마흔 살까지 경험한 것들을 다 쓰지 못하고 죽는다고 한다. 맞는 말 같다. 

 

 

나는 책을 읽으면 저절로 떠오르는 것들이 있다. 그것을 재료로 글을 쓰면 충분하다고 본다. 그러므로 독서와 사색을 할 것, 이것이 중요하다. 글을 잘 쓰기 위해 연애를 하라, 여행을 하라 등의 말은 불필요하다고 본다. 왜냐하면 경험이 부족해서 글을 쓰지 못하는 경우는 없기 때문이다.

 

 

 

 

 

10.

“그런데 나는 특히 나 자신의 책들에서 ‘흥미진진한’ 줄거리를 가장 혐오한다.”(214쪽)

 

 

“나는 세 시간 동안 책상에 앉아 ‘흥미진진한’ 문제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나는 그것을 너무나 객관적으로, 너무나 짧게, 그리고 될 수 있는 한 덜 흥미진진하게 표현하려고 했다.”(215쪽)

 

 

덜 흥미진진하게 표현하려고 했다니, 의외다. 나는 어떻게 하면 재밌는 글을 쓸 수 있을까, 하고 연구하는 편이라 동의할 수 없겠다. 하지만 문학이란 게 ‘흥미진진하게 쓰기’보다 ‘심오하게 쓰기’가 더 좋다고 한다면 이건 생각해 볼 만하다. 헤세의 <데미안>이란 작품을 떠올려 보면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내가 쓰고 싶은 글은 심오하면서도 흥미진진한 것.

 

 

 

 

 

11.

“어떠한 사상가의 어떤 책, 어떠한 시인의 어떤 시도 거듭 읽을 때마다 새로운 변화된 모습을 보이고, 다르게 파악될 것이며, 다른 울림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나는 젊은 시절 괴테의 『친화력』을 읽고 단지 부분적으로밖에 이해하지 못했으므로, 그것은 내가 이제 다섯 번째로 읽게 될 『친화력』과는 완전히 다른 책이었다고 할 수 있다!”(268~269쪽)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어떤 작품이든 긴 시간을 두고 읽을 적마다 다르게 느껴진다는 사실을 알 것이다. 읽을 적마다 새로운 작품이 탄생하는 셈이다.

 

 

 

 

 

12.

마지막으로 헤세의 메시지 중 가장 무게가 느껴지는 글을 뽑았다.

 

 

“하지만 인류 전체를 정신적으로 획일화하기 위해 민족의 특성을 없애는 것이 결코 저의 이상은 아닙니다. 오, 아닙니다, 우리의 사랑스런 지구에 다양성과 차이, 구별은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수많은 인종과 민족, 수많은 언어, 많은 종류의 성향과 세계관이 있다는 것은 근사한 일입니다. 저는 전쟁과 정복, 합병을 증오하고 철저히 반대합니다. (…) 저는 ‘위대한 단순화’에 반대하며, 질과 완벽성, 모방할 수 없는 것을 사랑합니다.”(295쪽)

 

 

동의한다.

 

 

 

 

 

 

..........................................

<후기>

 

매끄럽지 않은 문장이 눈에 띄어 번역이 잘못된 것 같다고 생각하며 읽었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다.

 

 

1) “나는 그 원칙을 근사하다고 여기며, 나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그 원칙을 단 한 달도 지킬 수 없을 것이다.”(221쪽)

 

내가 고치면 : “나는 그 원칙을 근사하다고 여기지만, 나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그 원칙을 단 한 달도 지킬 수 없을 것이다.” (또는) “나는 그 원칙을 근사하다고 여기며, 나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그 원칙을 단 한 달도 지킬 수 없을 것이라고 여긴다.

 

 

 

2) “타고난 정원사, 타고난 의사, 타고난 교육자처럼 자신의 직업에 재능을 타고난 사람은 언제나 복 받은 희귀한 현상이다.”(227쪽)

 

내가 고치면 : “타고난 정원사, 타고난 의사, 타고난 교육자처럼 자신의 직업에 재능을 타고난 사람은 언제나 복 받은 희귀한 사람이다.

 

 

 

3) “그를 움직이고 이끄는 것은 거만함이나 겸손해지려는 힘든 노력이 아니라 오로지 빛에 대한 사랑, 현실에 대해 열려 있는 자세, 참된 것을 통과시키는 능력입니다.”(300쪽)

 

내가 고치면 : “그를 움직이고 이끄는 것은 거만하거나 겸손해지려는 힘든 노력이 아니라 오로지 빛에 대한 사랑, 현실에 대해 열려 있는 자세, 참된 것을 통과시키는 능력입니다.” (또는) “그를 움직이고 이끄는 것은 거만함이나 겸손함을 위한 힘든 노력이 아니라 오로지 빛에 대한 사랑, 현실에 대해 열려 있는 자세, 참된 것을 통과시키는 능력입니다.”

 

 

 

 

 

..........................................

매끄럽게 읽히지 않는 문장이 있긴 하지만 작가의 메시지를 이해하는 데엔 무리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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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4-04-30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이 책 정말 읽어보고 싶네요.
전 헤세 오래 전에 졸업했는데...
한동안 헤세가 좋아서 <데미안>을 비로해 몇 권 읽은 기억이 나네요.
지금 읽으라고 그러면 다시 읽을 수 있을까 싶기도 한데 말입니다.

쓰신 3번 글과 관련해서 생각나는 건, 엊그제 전에 써 놨던 대본을 연출가한테 보여줬더니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다고 그러고, 설명조라는 둥 그러는 거예요.
어찌나 기분이 잡치던지. 그럴 필요가 없는데 나도 어지간히 소심하다 싶었어요.
오늘은 어떠냐구요? 날씨만큼이나 맑음이어요.
쫌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은 조짐이 보여서요. 웃기죠?ㅋㅋ

페크pek0501 2014-04-30 17:45   좋아요 0 | URL
예, 읽을 만한 책이에요. 저는 이런 류의 책을 좋아해요. 이런 책은 아무리 읽어도 질리지 않아요.
기분이 하루에도 몇 번씩 바뀌기도 하죠. 요즘 좋아하는 건 봄 공기와 걷기와 에세이예요.

아무리 문학적 재능이 있다고 해도 즐기면서 노력하는 자를 따를 수 없겠죠.
그러고 보면 재능이란 별것 아니에요.
"천재는 l퍼센트의 영감과 99퍼센트의 노력이다."(에디슨) ^^

노이에자이트 2014-05-02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명 작가들이 동시대 작가를 평가하는 것을 보면 약간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 때가 있죠.헤세가 입센을 그다지 높이 평가하지 않은 것과 비슷한 태도로, 서머싯 모옴은 토마스 하디와 헨리 제임스의 명성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 했습니다.하지만...

페크pek0501 2014-05-02 15:29   좋아요 0 | URL
서머싯 몸이 쓴 <과자와 맥주>는 토마스 하디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이라고 해서 구설수에 올랐던 것인데 좋게 쓰지 않아서였죠.
시각의 차이라는 게 있겠죠. 누구에게나 좋은 작품이란 없는 건가 봐요...^^

노이에자이트 2014-05-02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길 가다가 이쁜 여자를 보면 저절로 시를 읊게 됩니다.오~ 여인이여! 아름다운 여인이여! 내 곁에 있어주오~하면서요.

페크pek0501 2014-05-03 13:35   좋아요 0 | URL
ㅋㅋ 젊다는 증거입니다. 좋은 일이에요. ^^
 

 

 

‘이방인’ 번역 논쟁이 눈에 띄어 여러 글을 읽었다.

그러다가 어느 님의 서재에서 내가 이런 댓글을 썼다.

그대로 옮기면 다음과 같다.

 

 

 

............................................

 

저는 오래전 이방인을 읽었어요. 책세상의 것으로.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되는 곳은 여러 번 읽었던 기억이 있어요. 그래서 내용을 잘 기억해요.

문학이란 어떤 문장이든 한 가지로만 해석할 수 없는 것 즉 다의성이 있는 것이라서 무엇이 어떤 것을 의미한다고 딱 잘라 말할 순 없지만 저는 주인공을 이해하며 읽었어요.

인간은 다양하다는 것, 그리고 엉뚱한 생각을 하는 사람 또는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사람도 있다는 게 제 생각이고요. 그러나 이해하려 들면 이해하지 못할 사람은 없다고 생각해요.

 

 

 

인터넷으로 신문을 보니까 아랍인에게 총을 쏜 동기가 '태양이 너무 뜨거워서'가 아니라 새 번역본에 따르면 아랍인의 칼날에 비친 햇빛이 위협적이어서 정당방위로 쏘았다고 하던데, 만약 그렇다면 이 작품은 명작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건 당연한 행위인데 그야말로 평범한 작품으로 떨어지고 말지요. - 제 생각임.

 

 

 

제 친구 중에 이런 일이 있었어요. A가 B에게 전화를 했는데, A가 어떤 말을 했죠. 그런데 평상시엔 웃음으로 받아 넘길 수 있는 내용인데 B가 배가 고프고 짜증스러울 때 전화를 받은 거였어요. 그래서 엉뚱하게 그 짜증을 A에게 쏟아 부었죠. 마구 화를 낸 거예요. 그리고 나중에 B가 사과를 하더랍니다. 배가 무지 고프고 짜증스러울 때 전화를 받아서 그렇게 된 것이라고.

저의 개인적인 생각으론 뜨거운 태양 때문에 총을 쏘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예전에 그런 일 있었죠. 공중전화를 하기 위해 줄을 서 있는데 앞사람이 통화가 길어서 짜증이 난 거예요. 햇볕이 무지 뜨거운데 그래서 서 있기도 힘든데 앞사람이 통화가 길어지자 화가 치밀어서 그 앞사람을 칼로 찔렀다는 사건입니다. 신문에 났었죠. 인간은 이렇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뫼르소를 다 이해할 순 없지만(이건 가능하지도 않고) 저는 이런 맥락으로 이해했어요.

 

 

 

해석 불가능한 존재가 인간이라는 것에 동의하며 써 봤습니다. 뫼르소의 마음을 어찌 알겠습니까? 자신의 마음도 모를 때가 많은데... 그저 뫼르소의 마음을(또는 생각을) 추측해 볼 수 있을 뿐입니다.

 

 

 

 

 

............................................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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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4-04-25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ttp://blog.aladin.co.kr/maripkahn/6989252

다른 분들의 감상평과 다른 저의 생각을 정리했습니다. 혹시 pek0501 님, 의견 있으면 부탁드립니다.

페크pek0501 2014-04-25 20:33   좋아요 0 | URL
이 글을 올리자마자 외출할 일이 있어서 나갔다가 이제야 님의 글을 보고 왔습니다.
참, 어려운 문제인 것 같아요. 저자가 살아 있지 않으니 물어 볼 수도 없고...
그리고 궁금합니다. 무엇이 진실인지... ^^

페크pek0501 2014-04-26 23:23   좋아요 0 | URL
생각해 보니 제가 몇 년 전에 <이방인>과 연결시켜 쓴 글이 있어요.
제가 <이방인>을 어떻게 해석하며 읽었는지 알 수 있는 글이에요.
마립간 님이 제 의견을 물으신 것에 대해 이 글이 답변이 될 것 같아요.

.......................................
‘이방인’이라는 소설이 있다. 주인공 뫼르소는 양로원에서 지내던 어머니의 부음 소식을 알리는 전보를 받고도 평소와 다름없이 식당에서 태연히 점심을 먹는다. 또 자신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아랍인을 권총으로 쏘아 죽이고 나서 살인의 동기에 대하여 “그것은 태양 때문이었다.”라고 말한다. 찌는 듯한 더위와 뜨거운 태양 때문에 총을 쏘았다는 것이다. 뫼르소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정말 그렇게 느껴서 말한 것이다. 이런 뫼르소를 우리는 이해할 수 있을까.

마침내 뫼르소에겐 사형 선고가 내려진다. 검사는 이렇게 말한다.

“배심원 여러분, 어머니가 사망한 바로 그 다음날에 이 사람은 해수욕을 하고, 부정한 관계를 맺기 시작했으며, 희극영화를 보러 가서 시시덕거린 것입니다. 나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습니다.” <알베르 카뮈 저, 이방인, p126, 책세상>

검사의 말에 의하면, 어머니가 사망한 바로 그 다음날에는 해수욕을 해서는 안 되고, (이성과) 부정한 관계를 맺어서는 안 되며, 희극영화를 보러 가서 시시덕거려서는 안 되는 것이다. 어머니의 죽음 뒤에 그런 행동을 하는 사람은 정상적인 사람이 아닌 것이며 도덕적인 사람이 아닌 것이다.

정상적인 사람과 비정상적인 사람으로 나눠 생각하는 우리의 사고는 우리가 모든 사람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다는 것에 근거해서 생긴 것 같다. 그러나 우린 모든 인간을, 모든 인간의 행동과 생각을 이해할 수 없다. 사람은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살아온 삶의 역사가 다르고 사고방식이 다르며 생활방식이 다르다. 이렇게 나와 아주 다른 타인을 우리는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 타인에 대한 완전한 이해란 불가능한 일이라는 전제로, 한 가지 잣대로 누군가에 대해 정상적인 사람인지 아닌지를, 또는 도덕적인 사람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해할 수 없는 타인에 대해 우선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자세를 가져야 하고, 그래도 이해가 되지 않을 땐 ‘사람은 각기 다르다’라는 생각으로 이해하길 포기해야 하는지 모른다. 중요한 것은 인간에겐 남이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인지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남들이 보기에 엉뚱하고 우스꽝스러운 뫼르소. 그는 자신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 때문에 의사소통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 소외감을 느꼈을 것이다. 우리 모두에겐 어딘가 뫼르소와 닮은 데가 있을 것이다.
.......................................

원문을 보시려면... http://blog.aladin.co.kr/717964183/4227695

2014-04-27 16: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4-29 12: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4-29 15: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4-29 16: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4-30 00: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4-30 17: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14-05-06 0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정당방위가 되면 이방인의 가치가 떨어진다고 생각해요... 마립간님의 서재에도 들러서 논쟁을 읽어봐야겠지만요.

페크pek0501 2014-05-07 13:03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마태우스 님!

그 부분만큼은 저도 확신해요. 정당방위의 살인을 저질렀다면 그 소설이 인간을 이해하게 만드는 무엇이 들어 있다고 볼 수 없어요. 우리가 몰랐던, 작가가 짚어낸 무엇이 있기에 그 작품은 위대한 작품이 될 수 있는 거죠.

제 글에서 쓴 것 - '중요한 것은 인간에겐 남이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인지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것을 이미 카뮈는 알고 쓴 것 같거든요...

 

 

 

1.

부서가 다를 뿐 같은 회사에 다니는 A와 B는 집도 같은 동네이다. 그러다 보니 둘은 우연히 출근길에 만나기도 하고 퇴근길에 만나기도 한다. 그래서 A가 B를 차에 태워 주게 되는 일이 자연스레 생겼다. 날이 갈수록 차를 태워 주는 횟수가 늘어 갔다. A의 차를 많이 얻어 탔던 B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B는 A와 점심을 같이 먹게 될 경우엔 자기가 A의 음식값을 내어 줄 때가 많았다. 그뿐만 아니라 사무실 복도에서 무거운 짐을 나르고 있는 A를 만나면 B는 무거운 짐을 덜어 함께 날라 주었다. 어떤 날은 A가 B에게 돈을 꿔 달라고 했다. B는 거절할 생각을 하지 못하고 마땅히 도와 줘야 한다는 마음으로 A에게 돈을 꿔 주었다. 그런데 며칠 뒤에 주겠다던 돈을 한 달이 지나도 주지 않았다. B가 보기에 A는 그 돈을 갚을 생각을 하지 않는 것처럼 여겨졌다. 잊은 척하는 것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B는 A에게 돈을 갚아 달라고 말하지 못하는 자신에 대해서 생각했다. A만 나타나면 어떤 센 기에 눌린 것처럼 쩔쩔매며 대하는 자신에 대해서 생각했다. 그가 부탁하는 거라면 뭐든지 들어 줘야 하는 의무감이라도 갖고 있는 듯한 자신에 대해서 생각했다. 그 앞에서 당당하지 못하고 비굴해지는 자신에 대해서 생각했다.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퇴근길에 만난 그에게 저녁을 사 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B : 앞으로 차를 얻어 타지 않으려고 해요.

A : 왜 갑자기 그런 말씀을 하시죠?

B : 차가 밀릴 때가 많기도 하고 또 신세를 많이 지는 것 같기도 해서요.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해도 불편하지 않거든요. 그동안 매우 고마웠어요. 고마움을 잊지 않을 게요. 

 

 

A에게 이렇게 말한 B는 이날부터 지하철을 타고 집에 왔다. 앞으로 차를 얻어 타지 않고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을 할 것이다. ‘마음이 이렇게 편해지다니, 진작 그럴 걸.’ 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결론을 냈다.

 

 

‘호의는 권력이었구나.’

 

 

 

 

 

2.

이 글을 쓰게 된 것은 다음의 문장 한 줄을 읽었기 때문이다.

 

 

“호의는 강요적인 것이 되기 쉽다.”

 

 

이 문장이 들어 있는 문단을 소개한다.

 

 

 

 

 

지만 닥터 사우스는 지금 그에게 엄청난 호의를 베풀고 있다. 애매한 이유를 대고 제의를 거절하면 호의도 모르는 불손한 사람으로 보일 것임에 틀림없다. 필립은 되도록 사무적으로 보이려고 애쓰면서, 수줍은 태도로, 자기가 그 동안 절실하게 열망해 왔던 그 계획을 실천하는 일이 자기에게 왜 그처럼 중요한 일인가를 설명하려고 했다.

 

닥터 사우스는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영악한 노인의 눈에 부드러운 빛이 떠올랐다. 그가 굳이 자신의 제의를 강요하지 않은 점이 필립에게는 더 더욱 고맙게 여겨졌다. 호의는 강요적인 것이 되기 쉽다.

 

- 서머싯 몸 저, <인간의 굴레에서 2>, 461쪽.

 

 

 

 

호의가 권력이 되느냐 마느냐는 호의를 베푸는 자와 호의를 받는 자의 마음가짐에 달려 있겠다.

 

 

 

 

 

............................................

우리가 놓치기 쉬운 진실에 대하여 생각해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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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14-05-06 0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캬...이것도 정말 멋진 말이네요.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은 이런 교훈을 어디서 얻을까요...그 생각을 하니 갑자기 안타까워지네요.

페크pek0501 2014-05-07 13:05   좋아요 0 | URL
글쎄말입니다. 책에는 정말 굉장한 것들이 들어 있다고 감탄합니다.
고로 책의 가치를 진정으로 아는 자는 축복 받은 자, 입니다.
 

 

 

여객선 침몰 사고가 난 것을 모르고 어제 글을 올렸습니다.

글을 올리고 나서 어제 저녁 뉴스에서 그 소식을 접했습니다.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이런 때에 글을 올렸다는 게 죄송했습니다.

 

 

유가족분들에게 심심한 애도의 뜻을 표합니다.

더 이상 사상자가 없이 모두 무사히 구조되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길

간절히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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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18 00: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4-18 13: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14-05-06 0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세월호 사건 나고 한동안 글을 못쓰겠더군요. 근데 모르셨는데요 뭐... 글구 아래 글, 정말 제게 시사하는 바가 많았습니다. 나이들수록 칭찬에 귀가 더 열리는 저를 일깨워 주셨어요

페크pek0501 2014-05-07 13:07   좋아요 0 | URL
ㅋㅋ 칭찬에 대한 글은 제가 저에게 주는 메시지였어요.
제 글이 좋다고 말해 주는 비밀 댓글 작성자들의 말을 백 퍼센트 믿지 말자는 것, 제 글이 별로라고 생각하는 분들은 침묵한다는 것, 명심하자고 말이에요. ^^
 

 

 

1.

A 자네 오늘 기분이 좋은 것 같네. 무슨 기분 좋은 일이라도 있었나?

B 글쎄 저보고 삼십 대로 보인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지 뭡니까. 오십이 다 돼 가는데 말이죠.

A 자네 기분을 상하게 할 생각은 없지만...

B 무슨 말씀이십니까? 맘 놓고 말씀하셔도 됩니다.

A 그런 말 들었다고 다 믿지는 말라고 말하고 싶네. 진실을 놓치지 말라는 말일세.

B 무슨 말씀입니까?

A 자네가 알고 싶다면 내 생각을 말해 줄 수 있네.

B 말씀해 주세요.

A 사람이란 상대가 들어서 기분 나쁜 말보다 기분 좋은 말을 더 많이 한다네.

B 그럼 제가 삼십 대로 보인다는 말이 거짓말이라는 건가요?

A 그건 모르지. 거짓말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

B 그런데 왜 그런 말씀을 하시는 건가요?

A 내 말은 이런 것이네. 사십 대 후반의 자네를 보고 자네 나이로 보는 사람이 다섯 명이고 삼십 대로 보는 사람이 다섯 명이 있다고 치세. 이럴 때 자네에게 나이와 관련해 말해 줄 사람은 전자가 아니라 후자의 사람들이라는 거네. 전자의 사람들은 대체로 침묵하지. 더 쉽게 설명하기 위해 이런 가정을 해 보겠네. 자네를 본 열 명 중에서 자네를 나이에 비해 젊게 보는 사람이 세 명이고 자네를 나이에 비해 늙었다고 보는 사람이 일곱 명이 있네. 그럴 때 자네에게 나이와 관련한 말을 해 줄 사람은 그 세 명일세. 나머지 일곱 명은 자네가 젊어 보인다든지 늙어 보인다든지 하는 말을 일체 하지 않을 걸세.

B 그렇겠군요.

A 그렇다네. 그런데도 만약 자네가 늙어 보인다는 일곱 명의 생각을 무시하고 젊어 보인다는, 겨우 세 명의 생각을 받아들인다면 그건 어리석은 일이 아닌가. 그런 경우에 오히려 진실은 자네가 늙어 보인다는 쪽에 더 가까이 있는 건데 말이야. 열 명 중 일곱 명의 생각이면 칠십 프로의 사람들의 생각이니 과반수가 넘지 않나.

B 그렇게 되겠네요.

A 또 하나 주의할 점은 자네가 젊어 보인다고 말한 사람들이 진짜 느낀 대로 말한 것인지 아니면 그냥 자네의 기분을 좋게 해 주기 위해 빈말로 한 것인지 모른다는 점이네.

B 그렇다면 진실은 칠십 프로에서 더 올라가겠네요.

A 그렇게 되겠지. 그래서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네. 칭찬을 다 믿어서는 안 된다고 말이야.

 

 

 

 

2.

A 내 친구가 그러더군. 그 친구는 나와 동갑이어서 육십 대 중반인데 자기가 아저씨로 보이는지 할아버지로 보이는지 확실히 아는 방법이 있다는 거야.

B 그 방법이 무엇인가요?

A 지하철을 타는 거라고 하네. 그 친구가 매일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하는데 사람들이 자기를 어떻게 부르는지를 보면 안다는 거야. 빈자리가 생겨 젊은 사람들이 자기한테 자리를 양보할 때가 있대. 그럴 때 예전엔 사람들이 자기한테 “아저씨 여기 앉으세요.”라고 말했는데 요즘은 “할아버지 여기 앉으세요.”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더군.

B 그분 기분이 상하셨겠네요.

A 처음엔 놀랐다고 하더군. 진실이란 그렇게 불편한 구석이 있을 때가 많지. 누구나 자기 나이를 생각하지 않고 자기만큼은 젊어 보일 거라는 착각을 하지. 그러나 언젠가는 나이를 속일 순 없다는 것을 깨닫는 날이 온다네.

 

 

 

 

............................................

우리가 놓치기 쉬운 진실에 대하여 생각해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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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4-04-18 0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글은 재밌.. 으면서도 뭔가 마음이 곤두서게 만드네요. 칭찬이 유효할 만한 비중을 차지하는지, 그리고 그것이 진실한 칭찬인지. 말이란 것은 참 들을 수록 할수록 겁이 나는 거 같습니다. 겁만 내서는 진짜 칭찬도 진짜 진실도 놓치겠지만 말이에요.

페크pek0501 2014-04-18 13:59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

이런 메시지엔 대화체가 효과적일 것 같아서 써 봤어요. 제가 하고 싶은 얘기는 다 쓴 셈이에요.
하늘 아래 새로운 게 없다고 하지만 이런 글을 쓴 사람이 저말고 또 있는 건 아니겠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