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내 서재의 ‘즐겨찾기등록’ 수가 202명이 되었다. 이 숫자에 황송하다.

 

 

그런데 저 숫자의 두 배 이상을 기록하신 분들이 있으리라. 세 배 이상을 기록하신 분들도 있으리라.

 

 

늘 그런 것이다. 걷는 사람 위에 뛰는 사람이 있고 또 그 위에 나는 사람이 있는 게 인생인 것이렷다.

 

 

그러나 나, 202명에 대해 과분하게 생각한다. 올챙이 때를 기억하기 때문이다.

 

 

‘행복’하기 위해선 자신이 용케 모면한 불행의 이미지를 머릿속에 늘 떠올리고 있어야 할 일이다.(79쪽)
- 에밀 시오랑, <지금 이 순간, 나는 아프다>에서.

 

 

 

 

 

2.
내가 오래전에 모 문화센터에 소설 강의를 들으러 다닐 때, 그 문화센터가 일간지 신춘문예 당선자를 가장 많이 배출시킨 곳이라고 공공연히 광고하는 걸 봤다. 그런 광고를 볼 때마다 마치 기계로 좋은 소설 작품을 제품처럼 찍어낼 수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글쓰기에도 분명히 어떤 기술이 필요한 건 맞지만 무슨 제품 생산하는 듯한 시스템 속에서 글을 쓰는 사람이 있다면 틀렸다고 본다. 그런 사람은 한 번쯤은 아니 몇 번쯤은 좋은 글을 쓸지 모르나, 좋은 글을 지속적으로 쓰는 건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소설이든 시든 에세이든 좋은 글이란 그렇게 해서 탄생할 수 없는 무엇이기 때문이다. 기술이 필요하긴 하지만 기술로만 좋은 글을 쓸 수 없다는 뜻이다. 필자의 관찰력, 통찰력, 지혜, 안목, 훌륭한 마음 등을 통틀어서 ‘고도로 발달한 정신’이라고 부른다면, 그런 정신의 세계 없이 좋은 글을 쓴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기술만 가지고는 좋은 글을 쓸 수 없다는 나의 생각에 힘을 실어 주는 글이 있다.

 

 

문장을 멋지게 쓰면 ‘글재주’를 인정받을 수 있다. ‘글재주’가 있으면 ‘써야 해서 쓰는 글’을 어느 정도 잘 쓸 수는 있다. 그러나 ‘글재주’만으로 공감을 일으키거나 존경을 받기는 어렵다.(258~259쪽)
- 유시민,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에서.

 

 

방법만 배운다고 해서 글을 잘 쓰게 되는 것은 아니다. 시와 소설을 쓰는 작가들도 재주가 아니라 삶으로 글을 쓴다고 말한다. 시사평론과 칼럼, 논술문과 생활 글은 더 그렇다. 은유와 상징이 아니라 사실과 논리로 마음과 생각을 표현하기 때문이다. 기술은 필요하지만 기술만으로 잘 쓸 수는 없다. 잘 살아야 잘 쓸 수 있다.(260~261쪽)
- 유시민,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에서.

 

 

 

 

 

 

 

 

 

 

 

 

 

 

 

 

 

 

 

 

 

 


3.
권력은 어느 세계에나 있는 것이긴 하지만 ‘신경숙 표절 사건’을 봐도 알 수 있듯이, 문학 세계에서도 권력의 힘이 막강해서 작가들이 인맥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니 어이없는 일이다. 작가는 글만 잘 쓰면 되는 것 아닌가.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인맥 따위엔 신경을 쓰지 않고 그저 자기의 길을 가고자 묵묵히 글을 쓰는 작가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면 문단과의 교류도, 인터뷰도 사양하고 게다가 저명한 문학상까지 거부했던 에밀 시오랑 같은 수필가(철학자이기도 함.)가 있다는 것이다. 멋지지 않은가?

 

 

헤르만 헤세가 쓴 글 중에 기억해 두고 싶은 글이 있다.

 

 

작가란 직업은 조용히 눈을 뜨고 기다리면서 좋은 때가 오기를 기다리는 것을 뜻한다. 그렇다면 그 일은 땀과 불면의 밤을 요구할지라도 귀중한 것이며, 더 이상 ‘일’이 아닌 것이다.(95쪽)
- 헤르만 헤세, <헤세의 문장론>에서.

 

 

긴 시간 동안 글을 열심히 쓰다 보면 어느새 좋은 작품이 탄생하여 명성을 얻게 되는 게 작가라는 직업이다. 명성은 작가의 고독한 노력 뒤에 저절로 따라오는 것이지, 인맥 관리나 해서 얻어지는 게 아닐 것이다.

 

 

 

 


4.
올해 만난 책 중에서 좋은 책 다섯 권을 뽑는다면 그중 하나로 에밀 시오랑의 책을 뽑겠다.

 

 

작가는 자기만이 아는 진실을 말하고 싶어 책을 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내 생각에 따르면, 에밀 시오랑은 이런 진실을 말하고 있네. 

 

 

자살에 관한 진실.

 

 

내가 나 자신이기 때문에 자살한다면, 그렇다, 그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온 인류가 내 얼굴에 침을 뱉을 것이기 때문에 자살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133쪽)
- 에밀 시오랑, <지금 이 순간, 나는 아프다>에서.

 

 

삶은 주체적으로 살아야 한다. 마찬가지로 죽음도 주체적이어야 한다. 나 때문에 죽을 수는 있어도 타인 때문에 죽을 수는 없다는 것.

 

 

기대에 관한 진실.

 

 

태어남이 하나의 파멸이라는 사실을 모든 사람이 인정할 때, 삶은 마침내 견딜 만한 것이 되고, 마치 항복한 다음 날처럼 투항한 자의 홀가분함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246쪽)
- 에밀 시오랑, <지금 이 순간, 나는 아프다>에서.

 

 

기대할 게 없으면 실망도 불행도 없다. 실망도 불행도 따지고 보면 ‘기대’라는 놈 때문에 생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태어남을 하나의 파멸로 보고 어떤 기대도 하지 않는다면 삶은 견딜 만한 것이 되리라.

 

 

희망에 관한 진실.

 

 

아무리 이성적인 사람이라 할지라도 희망 없이 산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사람은 언제나 자신도 모르는 새 하나의 희망을 가지고 있고, 그 의식하지 못하는 희망은 그가 내던져 버린 혹은 고갈시킨 다른 모든 명백한 희망을 보상해 주고 있다.(78쪽)
- 에밀 시오랑, <지금 이 순간, 나는 아프다>에서.

 

 

희망 없이 살겠다는 것도 알고 보면 ‘희망’일 테니까, 희망 없이 산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겠다.

 

 

성공에 관한 진실.

 

 

모든 성공은 치욕스러운 것이다. 그 치욕에서 우리는 결코 벗어나지 못한다. 물론 우리 자신의 눈으로 볼 때 그렇다는 말이다.(242쪽)
- 에밀 시오랑, <지금 이 순간, 나는 아프다>에서.

 

 

직장에서 승진했다는 것은 과장해서 말하면, 경쟁자를 짓밟았다는 걸 의미한다. 경쟁자에게 상처를 주었다는 걸 의미한다. 성공이란 이렇게 영광스럽기보다 치사하고 치욕스러운 것이다. 성공의 자리는 누군가를 밟아야만 올라갈 수 있는 곳에 있기 때문이다.

 

 

 

 


5.
남의 얘기에 공감해 주는 일은 왜 중요할까?

 

 

탈무드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심하게 다툼을 한 부부가 랍비를 찾아왔다. 자기네 부부 중에서 누가 잘못했는지를 가려 달라는 것이다. 랍비는 먼저 남편을 불러 남편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겠군요.”
“저도 그런 생각을 했을 것입니다.”

 

 

이렇게 랍비는 남편의 말에 옳다고 맞장구를 치며 들어 주었다.

 

 

잠시 후, 랍비는 아내를 불러 아내의 이야기를 들었다.

 

 

“정말 속상하시겠어요.”
“맞습니다.”

 

 

이렇게 랍비는 아내의 말에도 옳다고 맞장구를 치며 들어 주었다.

 

 

남편과 아내의 이야기를 다 들은 랍비는 아무 결론도 내려 주지 않고 부부를 돌려보냈다.

 

 

그러자 옆에서 지켜보던 사람이 랍비에게 물었다.

 

 

“랍비 님, 서로의 주장이 다른데 왜 랍비 님께서는 두 사람의 말이 다 옳다고 맞장구쳐 주었습니까?”

 

 

그러자 랍비가 웃으며 말했다.

 

 

“부부가 싸울 때에는 누가 옳다고 단정 지어서는 안 돼요. 부부 싸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 달아오른 감정을 식히는 것이랍니다. 제가 서로의 말이 옳다고 들어 주기만 하면 두 사람은 화가 식게 되지요. 제가 도와 줄 수 있는 일은 그렇게 화해할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뿐이랍니다.”

 

 

공감의 힘은 위대하구나.

 

 

 

 

 


6.
육아에 전념하던 옛날에 쓴 일기를 보니 깜짝 놀랄 만한 글이 있었다.

 

 

‘일을 갖고 글을 쓰면서 늙어 갈 것.’

 

 

아니, 내가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단 말이지? 그러니까 지금의 내 생활이 우연히 만들어진 게 아니란 말이지?

 

 

일기 쓰면 좋은 점 중 하나는 이런 거지. 시간이 많은 흐른 뒤에 보면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되는 것. 자신도 모르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것. 자신에 대한 정보를 알게 되는 것.

 

 

이렇게 말할 수도 있겠다.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게 일기장이라는 것. 그래서 내 일기장을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히 읽은 이가 있다면 그가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 자기 자신이 자기를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하는 건 착각일 수 있다는 것.

 

 

 

 


7.
어느 님이 댓글로 쓰셨다. 죽으면 ‘자기가 쓴 글’이 쓰레기가 되고 만다고.

 

 

그렇겠다. 그러니까 죽은 뒤에 ‘자기가 쓴 글’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해 봐야 하는 거다.

 

 

내가 죽은 뒤에 내 글을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해 본 적이 있다. 가족이 함께 사용하는 컴퓨터에 저장해 놓은 글, 내 개인용 넷북에 저장해 놓은 글, 유에스비에 저장해 놓은 글, 노트에 볼펜으로 쓴 글 등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생각하다가 가족에게 말했다. “내가 죽으면 내 글은 모두 불태워 줘.”

 

 

(하하~~. 이렇게 쓰고 보니 웃음이 나오네. 설마 출판사에서 나온 누군가가 내 미발표 원고를 묶어서 책으로 내자고 할까 봐서?)

 

 

(하하~~. 그게 아니고요. 아파트 공동 ‘폐품 쓰레기통’에서 내가 쓴 일기장이 굴러다니다가 누군가의 눈에 띈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러면 싫잖아요. 싫은 정도가 아니라 끔찍하잖아요.)

 

 

그러니까 종이 일기장은 불태우고, 컴퓨터에서 내 글 전부 삭제하고, 내 유에스비도 부숴 버려야 한다고 유언을 해 놓아야 하는 거다. 이 알라딘 서재는 폐쇄하라고 해야겠지?

 

 

이런 생각을 하고 보니 무섭네. 그리고 슬퍼지네. 하지만 그런 날이 오긴 올 것이니 대비가 필요하다. 영원히 사는 사람은 없으니...

 

 

 

 


8.
오십 대의 직장 동료가 내게 말했다.

 

 

“요즘 책을 안 읽으니 점점 바보가 되어 가는 게 느껴져요.”

 

 

그리고 덧붙인다.

 

 

“나이 드니까 순발력이 없어지고 판단이 느려져요.”

 

 

아, 그거였구나. 내가 독서를 하며 살아도 바보 같은 짓을 자꾸 한다고 느꼈는데 그게 나이 탓이었구나. 그러니까 나이가 들어서 내가 푼수 병에 걸린 거였구나.

 

 

내가 요즘 푼수 짓을 해서 죽겠다고 친구에게 말한 적이 있었는데 그것의 이유를 찾은 것 같다. 나이 때문이라는 것. 이삼십 대에 잘 돌아가던 두뇌가 이젠 잘 안 돌아가는 이유가 나이 때문이라는 것.  

 

 

내가 예전에도 어떤 글에 쓰지 않았던가. 독서를 해도 왜 똑똑해지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말이다. 그 답을 동료가 가르쳐 주네. 나이가 들면 머리가 나빠지나 봐. 

 

 

하지만 헤르만 헤세는 이런 말을 남겼지. 

 

 

노인이 젊은이보다 못하지 않고 노자老子가 부처보다 못하지 않으며, 파랑이 빨강보다 못하지 않다. 노인이 젊은이처럼 굴려고 할 때만이 보잘것없어진다.(130쪽)
- 헤르만 헤세, <헤세의 문장론>에서.

 

 

나이 듦은 그것대로 장점이 있다는 말로 읽혀지네.  

 

 

 

 


9.
어느 님이 서재에 새 글을 올려놓고 가림막용으로 올린 글이라고 해서 웃음이 나왔다. 무슨 말인가 하면 가장 최근에 올린 글이 창피해서 그걸 가리기 위한 목적으로 새 글을 올렸다는 말이다.

 

 

나랑 똑같잖아. 하하~~. 나도 그렇다. ‘저 글이 창피하니 빨리 새 글을 올려야 할 텐데...’ 이런 생각을 할 때가 많다. 서재에 들어와 (가장 최근에 올린) 내 글을 보면 마치 나의 발가벗은 몸을 공중에 높이 매달아 놓은 걸 보는 기분이 든다고나 할까.

 

 

이런 걸 극복해야 할 텐데. 뻔뻔해져야 할 텐데. 뻔뻔해지기가 왜 이리 어려운지.

 

 

내 글을 읽은 분들 중 한 분이 내게 말한다.

 

 

“이봐, 뭐 이런 걸 글이라고 올려? 여기가 개인 낙서장인 줄 알아?˝

 

 

내가 답한다.

 

 

“예, 여기는 개인 낙서장이에요. 제게는...”

 

 

물론, 가상해 본 물음과 답이다. 이 서재를 나의 낙서장으로 알고 앞으로 뻔뻔하게 글을 쓰겠다고 다짐한다.

 

 

 

 


10.
이 글의 마지막은 에밀 시오랑의 글로 장식한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무엇을 하십니까?
내 자신을 견딥니다.(53쪽)
- 에밀 시오랑, <지금 이 순간, 나는 아프다>에서.

 

 

나도 견디고 있다.

 

 

여러분도 견디고 있는 것이다. 

 

 

무엇을 견디고 있는지는 각자 생각해 보는 걸로... 

 

 

 

 

 

.............................................
(위 10번의 인용문에서 ‘내 자신’이 아니라 ‘나 자신’이라고 써야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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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15 22: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16 13: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yamoo 2015-08-16 0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열거하신 모든 부분에 공감을 표시합니다! 고로 추천 10개 쾅!^^

페크pek0501 2015-08-16 13:50   좋아요 0 | URL
공감하신다니 안심이 됩니다. 객관성과 주관성 사이에 어디쯤에 위치해야 하는지 모르겠거든요.

추천 10개 잘 받았습니다...^^

순오기 2015-08-16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요~~페크님!^^
공감으로 끄덕끄덕~ 인사 남겨요!♥

페크pek0501 2015-08-16 13:52   좋아요 0 | URL
오랜만에 뵈네요, 순오기 님.
끄덕끄덕 해 주셔서 좋습니다.
저는 글을 올린 지가 오래되었네, 그러면서 땜질용으로 글을 올리게 되네요.

고맙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2015-08-16 14: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19 14: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소금창고 2015-08-16 1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이책 얼마전에 읽었어요
읽고 글잘쓰고 싶은 욕심이 들더라고요

페크pek0501 2015-08-19 14:28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어떤 책을 말씀하시는 건지요?
유시민 저자의 책이라면...
맞아요. 이 책을 읽고 나면 글을 더 잘 쓰고 싶어져요.
그런 걸 느끼기 위해서 이런 류의 책을 찾아 읽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반가웠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세실 2015-08-16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크님이 추천하는 책은 무조건 장바구니에 담아 둡니다.
`일을 갖고 글을 쓰면서 늙어갈 것` 굿 입니다~~~ 저도^^

페크pek0501 2015-08-19 14:30   좋아요 0 | URL
아, 세실 님.
제가 읽은 책은 모조리 님이 읽으시고
저는 님이 읽으신 책을 읽지 않고...
이러면 제가 밀리잖아욧... 호호~~
그냥 밀리도록 하겠습니다. 저, 승부욕 없는 여자랍니다.
뒤따라가겠습니다.
월요일이 아닌 수요일이라 좋지 않습니까?

좋은 하루 되세염. ^^
 

 

 

시시한 일기니깐 바쁜 분들은 보지 마시오.
시시한 것도 읽을 수 있다는 분들만 보시오.
이왕 컴퓨터에 저장해 놓은 글이라 그냥 올려야 하겠으니...

 

 

 

1. 2015년 7월 XX일

 

그런 하루가 있다. 출근하지 않는 날이라 시간이 많은 날이면서도 집안일을 하느라 보낸 시간이 많은 것도 아니고 최소한의 집안일만 하고 그렇다고 책을 읽거나 글을 써서 알찬 시간을 보낸 것도 아니고 그저 빈둥거리다가 어느새 밤잠을 잘 시간이 되고 마는 하루. 그래서 돌아보면 내용이 없는 빈 일기장 같은 하루.

 

누구에게나 빈 일기장 같은 하루가 매일 공평하게 주어진다. 거기에다 무엇을 쓸지를 결정하는 것은 각자의 몫이다. 그러나 나는 아무 것도 쓰지 않는 날이 있다. 쓰기 싫다. 요즘 며칠 동안 그랬다.

 

빈 일기장 같은 하루를 보내는 게 싫지 않다. 더운 날씨 때문일까, 아니면 목감기가 들었는지 침을 삼키면 목이 아픈 증세 때문에 휴식할 필요를 느꼈기 때문일까? 쉬고 싶을 뿐이다. 누워서 텔레비전을 보고 싶을 뿐이다. 그렇다고 무엇에 집중해서 텔레비전을 보는 것도 아니다. 생각은 한다. 그렇다. 빈 일기장에 무엇을 채워 넣지는 않았지만 머릿속 생각은 늘 바빴다. 특히 내 미래에 대해서 머릿속 생각은 늘 바쁘다. 십 몇 년 동안 해 온 일, 전업을 할까 생각한다. 당장 한다는 게 아니라 몇 년 뒤의 일이지만.

 

빈 일기장 같은 하루를 보내면서 머릿속 빈 일기장에 가득 메운 내 생각들의 행렬을 본다.

 

 

 

 

 

2. 2015년 7월 XX일

 

내 글에 어떤 책의 글을 발췌해서 옮겨 넣을 때가 있는데 그건 그 글이 좋기 때문이지 그 저자의 팬이기 때문이 아니다. 내가 이곳에 글을 쓰면서 수백 권의 책에서 발췌하여 인용문으로 사용한 것 같은데, 설마 수백 명 저자의 팬이겠는가?

 

 

 

 

 

3. 2015년 7월 XX일

 

내 닉네임을 보면 서머싯 몸이 생각난다는 분이 계셨다. 내가 서머싯 몸의 소설에서 좋은 구절을 뽑아 인용문으로 사용한 글을 많이 썼기 때문이겠다. 얼마나 인용했을까? 오늘 세어 보니 31편의 글에 서머싯 몸의 글을 인용했다. “어떻게 알았냐고요?” “서재 태그 중 서머싯 몸이란 글자를 클릭하면 알 수 있지요.” 내가 서재 태그에 작가 이름을 넣는 이유는 내가 어떤 작가의 글을 얼마나 인용했는지를 알 수 있어서다. 서머싯 몸의 책이 나로 하여금 31편의 글에 인용문을 쓰게 만들었다니, 이만 하면 서머싯 몸의 팬이 맞네.

 

 

 

 

 

4. 2015년 7월 XX일

 

어제 ‘미술 치료’ 강사와 차 한 잔 마시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나누었다. 내가 관심을 가지며 “미술 치료 수업을 하려면 어떤 학위, 어떤 자격증이 필요합니까?”라고 물었더니 조언을 해 주네. 그 강사가 맡고 있는 수업 중 어른을 상대로 하는 ‘미술 치료’ 강좌가 있는데 수강생으로 들어가 볼까 생각해 봤다. 수강생 대부분이 주부들이라고 하네. 주1회라면 가능.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니 흥미로울 듯. 마음이 편안해진다니 흥미로울 듯. ‘미술 치료’ 강사. 참 좋은 직업 같다. 전업을 생각해 본다.

 

 

 

 

 

5. 2015년 7월 XX일

 

지난 5월이었던 것 같다. 알라딘에서 배달된 책 몇 권을 받았는데 그중 한 권이 구겨져 있었다. (<담론>이란 책이 구겨져 있었다.) 구겨진 정도가 심한 것은 아니지만 책 윗부분이 3백 쪽 가까이나 살짝 구겨져 있는 걸 보니 내 기분도 살짝 구겨졌다. 새 책을 받아 기분 좋을 날에 이게 뭐람. 알라딘에 교환 신청을 할까 하다가 말았다. 이유는? 첫째, 귀찮아서다. 둘째, 배달하는 사람을 비롯해 여러 사람들이 수고해야 하는 게 마음이 쓰여서다. 셋째, 책을 반품한 적이 있다는 기록을 남기기 싫어서다. (이거 병이지. 조금이라도 좋지 않은 기록을 남기기 싫은 것, 이거 병 같다.)

 

“앞으로 책이 구겨지지 않도록 ‘알라딘’ 관계자들은 주의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6. 2015년 8월 X일

 

어느 서재에 들어갔더니 음슴체의 글이 있음. 음슴체로 쓰면 글을 쓰는 사람도 읽는 사람도 시간 절약과 체력 절약이 되는 장점이 있음. 나도 지금 음슴체를 쓰고 있는 것임. 이런 게 바로 음슴체임. (음슴체란 ‘-음, -했음 등으로 문장을 종결하여 쓰는 방식을 일컫는 말.’이라고 함.)

 

내가 알라딘 서재에서 그동안 받은 댓글을 어제 쭉 훑어보니 이런 댓글이 있음. “페크님은 꼭 논문 쓰시는 교수님 같아요.” 웃음이 나옴. 호의적인 댓글이라고 생각해서 기분 나쁘지 않았음. 그런데 이게 나의 단점이 될 수 있다고 지금은 느낌. 앞으로 논문처럼 딱딱하게 쓰지 않기 위해 노력이 필요할 것 같음. 그런데 음슴체로 쓰니까 글이 더 딱딱한 느낌이 듦. 그래서 나는 음슴체를 사용하면 안 될 것 같음.

 

강물처럼 부드럽게, 소프트아이스크림처럼 부드럽게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 들어감.

 

 

 

 

 

7. 2015년 8월 X일

 

며칠 전, 친구에게 이메일로 안부 편지를 쓰면서 최근 일어난 알라딘 서재의 어느 댓글 사건을 잠깐 언급했다. 때로는 이곳이 마찰(충돌)이 일어나는 곳이라고 간략히 말했던 것. 남자들끼리의 마찰이라 그런지 말이 많이 거칠다고 느꼈다. 오늘 본 친구의 답장엔, 이런 저런 다른 생각들을 쓰는 게 당연한 거라고, 하나 같이 칭찬 일색이거나 비판 일색이면 그게 오히려 더 이상한 거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난조로 흐르는 글이 문제겠고, 그 비난을 감당할 힘이 없는 사람이 당했을 경우는 상처가 크겠다고, 그래도 오픈된 공간에 글을 올린다는 건 그 모든 걸 감당할 준비가 된 거라 보고 사람들은 댓글을 다는 거라고 봐야겠지, 라고 써 있네.

 

으음~~ 그런 거구나. 오픈된 공간에 글을 올린다는 건 그 모든 걸 감당할 준비가 된 거라 보고 사람들은 (때론 상대에게 상처를 주는) 댓글을 다는 거구나.

 

난 어쩌지? ‘나처럼 그 모든 걸 감당할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은 글을 올리지 말아야 하나?’ 잠시 생각이 출렁였다. ‘친구’로 등록된 이들에게만 공개하는 방법이 있다는 걸 생각해내고 그 출렁임은 정지했다.

 

 

 

 

 

8. 2015년 8월 X일

 

인터넷으로 본 글.

 

"살인자가 반드시 나쁜 놈이라고는 할 수 없다. 사람을 죽이게끔 부추기는 악한도 있는 것이다. 그런 녀석들은 10엔짜리 땜통 정도로 끝난 것에 감지덕지해야 한다."

 

사노 요코 저, <사는 게 뭐라고>에 있는 글이라고 한다. (이 책은 신간이며 일기체 형식의 산문집이다.)

 

살인자보다 더 나쁜 것은 사람을 죽이게끔 부추기는 악한이라는 것.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악한보다 덜 나쁜 살인자가 있다는 것을 안다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살인자가 피해자인 경우도 있다.

 

이 책에 관심 있어서 장바구니에 넣어 놨다.

 

 

 

 

 

9. 2015년 8월 5일

 

조금 전, 폰으로 문자 한 통이 왔다. 내가 옷을 산 적이 있는, 의류를 파는 가게의 광고 문자인데 이렇게 써 있다. ‘영혼까지 흔들리는 가격, 60%.’ 그러니까 고객들이 60프로 세일의 옷에 영혼이 흔들린다는 거지? 맞네. 60프로 세일이라니 나 흔들리네. 그런데 이 상술에 속으면 안 되는 거지. 세일해도 비싸지. 아, 그런데 반바지가 15000원이라고 써 있네. 가까운 곳이니 한 번 들러 봐야지. 더운데 반바지 하나 사야겠어. 카키색이 있으려나. 없으면 베이지색으로.  

 

 

 

 

 

10. 2015년 8월 5일

 

요즘 안구건조증 때문에 이웃 서재에 댓글을 쓰러 다니지 못했다. 그럴 시간에 내 글을 써야 돼, 라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글을 열심히 쓴 것도 아니면서. 

 

내가 오늘 쓴 댓글.

 

..........
흥미로운 페이퍼네요...

 

제가 읽은 책이면서 다시 읽어 보고 싶은 책으로 <도덕경>, <사람풍경>, <삶의 한가운데> 등이 있군요.
특히 <삶의 한가운데>는 어찌나 신선했는지 여러 번 들춰 봐서 표지가 닳았다는...
에세이 같은 소설, 또는 소설 같은 에세이로 읽었어요.


<사람의 아들>이 나왔을 당시, 이문열 저작은 거의 다 읽었었는데 이 책만 지루해서 혼났다는...
작가를 좋아할 순 없지만 몇 개의 작품은 좋았던 기억이 있는 작가예요.


가지고 있으면서 읽지 않은 책도 몇 권 보이고요. <체 게바라 평전> 같은 책이요. 앞부분을 읽다 말았어요. 다른 책을 읽느라고 그리 되었는데, 언제나 읽으려나... 내용을 대충 아니까(다른 책에서 읽어서) 좀처럼 펼치게 안 되네요.


남의 책 리스트는 참 흥미로워요. 잘 보고 갑니다.^^
..........

 

라고 오늘 어느 서재에 댓글을 남겼다. 어느 분이 추천도서 목록의 페이퍼를 올리셨기에 내가 댓글을 쓴 것이다. 남의 책 리스트가 흥미로운 이유는 뭘까? 

 

 

 

............................
지금 느낀 것. 나, 번호 매기기 참 좋아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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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5-08-05 1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음슴체! 음습체로도 읽을 수 있지 않을까요? 뭔가 음흉할 것만 같은...ㅋ
근데 아니었군요.

전 가면 갈수록 일기를 안 쓰게돼요. 블로그가 생긴 이후부터는 더한 것 같아요.
그리고 언제부턴가 뭘 쌓아 놓는 게 부담스럽더라구요.
이게 나 죽으면 다 쓰레긴데 누구더러 치우라고 이렇게 싸놓나 싶어서요.ㅠ

페크pek0501 2015-08-05 23:53   좋아요 0 | URL
음슴체. 생각해 보니 일기 쓸 때 길게 쓰기 싫어서 ~~뭐뭐 했음, 이라고 짧게 쓰곤 했는데 그게 음슴체라는 건 이번에 처음 알았어요.

일기 쓰면 좋은 점은 나중에 보면 내가 예전에 어떤 생각을 했는지 무엇을 했는지 알 수 있다는 거예요. 오래된 일기를 지금 보면 재밌어요. 깜짝 놀랄 일도 있지요. 가끔 내가 모르는 나를 발견하기도 되거든요.

죽으면 글이 쓰레기된다고요?

그래서 저는 이미 식구들에게 유언을 해 놨답니다. “내가 쓴 글은 모두 불태워라.”
괜히 아파트 공동 ‘폐품 쓰레기통’에서 굴러다니다가 누군가의 눈에 띄면 싫잖아요. 유에스비도 부숴 버려야 해요.
알라딘 서재는 폐쇄해야겠죠?

이런 글 쓰고 보니 무섭네요. 그런 날이 오긴 올 거잖아요. 영원히 사는 사람은 없잖아요.
아잉............무서워라............

stella.K 2015-08-06 11:09   좋아요 0 | URL
ㅎㅎ 언니도 애교가 많으시군요. 뿌잉뿌잉~ㅋㅋ

페크pek0501 2015-08-06 11:26   좋아요 0 | URL
나, 애교 많나요? 으음~~ 내 친구들이 보면 웃겠어요.
애교가 아니라(제가 애교 있는 여자라면 얼마나 좋겠어요...) 어리광이 좀 있어요.
예전 아버지 앞에서 어리광부리던 게 튀어나올 때가 있다는...

cyrus 2015-08-05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아는 이웃이 서로 논쟁에 뛰어들어서 다투는 모습을 보면 누구 편을 들어줘야할지 모르겠어요. 분명히 제 눈에는 두 사람 다 잘못한 점이 한 두 가지는 보이는데 이걸 댓글로 전하다가는 두 사람 사이를 이간질하는 것 같아서 그냥 지켜봐요. 제가 중재하는 역할을 좋아하는데, 중간에 끼어들기가 무척 조심스러워요.

페크pek0501 2015-08-05 23:55   좋아요 0 | URL
맞아요.
다만 바라는 것은 그 일로 인해 크게 마음 다치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고,
한 사람이라도 그 일로 떠나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그 누가 되었든 알라딘 서재를 떠나는 분 있으면 섭섭할 것 같아요.


감은빛 2015-08-06 0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한때 써머싯 몸 팬이었어요.(지금은 아니지만요)
그런데 pek0501 이란 닉네임과 써머싯 몸은 무슨 관련이 있나요? (궁금해요!)

살인자보다 더 나쁜 악한 이야기 공감이 가네요.
실제 본인 손으로 사람을 죽인 적은 없더라도,
어떤 결정과 명력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인간들이 있죠.
지금 이 시각, 이 나라에도 그런 나쁜 인간들이 셀수 없이 많지요.

페크pek0501 2015-08-06 00:46   좋아요 0 | URL
어멋! 감은빛 님, 오랜만이에요. 반갑습니다.

제 닉네임과 서머싯 몸은 아무 관련이 없어요.
서머싯 몸의 팬이 되기 전에 만들어진 닉네임이니까요.
지금은 팬이 아니시군요. 저는 여전히 팬이에요.

우리들의 위험한 고정관념 중 하나는 범죄자는 무조건 나쁘다, 라고 생각하는 거라고 봐요. 사실 범죄자가 아니면서 나쁜 사람들이 있는데 그건 간과하죠.


책을사랑하는현맘 2015-08-06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번호를 매겨 10번까지 할 이야기가 있으시다는 것이 재미있고 놀랍네요.^^
사소한 것에 대해서도 의미를 부여하고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 능력이겠지요~
전 좀 단순한 면이 있어서 말이 짧아요. 글도 짧구요.ㅎㅎ
짧은 글들이 재미있어서 바쁘지만(!) 다 읽었습니다~자주 놀러올게요^^

페크pek0501 2015-08-07 11:11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당~~~.
시시한 글이라 그냥 버릴까 하다가 이렇게 모아 보니 한 편이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시시한 글을 올릴 땐 눈치가 좀 보여요. ˝이봐, 뭐 그런 걸 글이라고 올려? 여기가 개인 낙서장인 줄 알아?˝ 하고 말할 분이 있을 것 같거든요. 그래서 첫 줄에 바쁜 분들은 보지 마시오, 라고 썼는데 그래서 아마 (제 생각엔) 동정 점수를 줘서 공감 수가 올라간 것 같아요.
저는 동정표도 좋아해요. 저를 미워하는 분만 없으면 되어요. 하하~~
(아, 제가 너무 솔직했나요?)

책을 읽었으되 리뷰 - 완결된 글쓰기 - 를 쓸 수 없는 병에 걸렸어요. 그러니 이런 글이라도 쓰는 수밖에요.

저도 님의 서재에 놀러 갈 꼬예요.
고맙습니다...

세실 2015-08-08 07: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의 벗이신 페크님, 무더위 잘 이겨내고 계시죠?
님을 좋아하면서 서머싯 몸 책을 아직도 안읽은 제가 부끄러워 집니다. 면도날 있어용^^
소소한 일상이 모여 역사가 되겠지요?
페크님 일상이 궁금한 알라디너가 많다는걸 기억해 주세요.
오픈된 공간에 글을 쓴다는건 모든걸 감당할 준비가 된거라는 글...
저도 여전히 감당 못합니다.
얼마전 제 글에 악플이 달려 글 자체를 삭제했지요.
전 그저 일기 쓴다는 맘으로 올린건데, 리더가 어쩌구저쩌구 하는건 정말이지...
그냥 모든걸 존중해주었음 좋겠어요.
글이 맘에 안들면 못본척하면 되는걸....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말이예요^^
행복한 주말되시길요~~♡♡

페크pek0501 2015-08-08 11:51   좋아요 0 | URL
세실 님. 오늘 늦잠 자도 되는 주말인데 벌써 댓글을 쓰셨네요.
나의 벗이신 페크 님, 이라고 쓰시니 기분이 좋은 걸요.
하하~~ 좋아하는 사이에는 책도 같은 걸 읽어야 하는 건가요? 재밌으셔...
<면도날>은 읽을 만해요. 재밌어요. 저는 이런 소설이 좋아요.

저는 점점, 편한 쪽으로 글을 쓰게 되네요. 이런 글이 부담 없고 편하거든요. 완결할 필요가 없는 쪼가리 글쓰기니까요.

악플이 있었군요... 에고... 기분이 상하셨겠어요.
그런데 님에게 악플을 달 뭐가 있었을까요. 이상하네요.
제 말이 그 말이에요. 글이 맘에 안 들면 못 본 척하고 그 다음엔 들어오지 않으면
되지 웬 관심? 표현일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말이네요.
저는 오늘 친정에 슝~ 날아가야 합니다.
님도 행복한 주말되시길요~~♡♡

2015-08-09 00: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09 10: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09 10: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09 11: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09 11: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09 12: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1. 이 책을 흥미롭게 읽었다

 

 

유시민 저,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이 책은 글쓰기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 흥미로운 책일 것이다. 나도 흥미롭게 읽었다. 글쓰기와 관련하여 읽어 볼만한 글이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글이 있다.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건 다른 사람의 공감을 얻는 것.

 

 

글은 지식과 철학을 자랑하려고 쓰는 게 아니다. 내면을 표현하고 타인과 교감하려고 쓰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공감을 끌어내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화려한 문장을 쓴다고 해서 훌륭한 글이 되는 게 아니다. 사람의 마음에 다가서야 훌륭한 글이다.(91쪽)
- 유시민 저자의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에서.

 

 

넷 모두 얻거나 하나도 얻지 못한다는 것.

 

 

앞에서 말했듯이 훌륭한 글은 뚜렷한 주제 의식, 의미 있는 정보, 명료한 논리, 적절한 어휘와 문장이라는 미덕을 갖추어야 한다. 만약 이 네 가지 미덕을 갖추는 데 각각 서로 다른 훈련이 필요하다면 글쓰기는 너무나 어렵고 복잡해서 보통 사람은 할 수 없는 일이 될 것이다. 다행히 그렇지가 않다. 이 네 가지는 따로따로 배우고 익히는 게 아니다. 넷 모두 한꺼번에 얻거나, 하나도 얻지 못하거나. 둘 중 하나다.(100쪽)
- 유시민 저자의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에서.

 

 

낱말을 사용할 때 융통성을 가지라는 것.

 

 

지식을 뽐내려고 한자말을 남용하는 것, 민족주의적 언어미학에 빠져 사람들이 알지도 못하는 토박이말을 마구 쓰는 것, 둘 모두 피해야 할 행동이라고 생각한다.(187쪽)
- 유시민 저자의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에서.

 

 

 

 

 

 

 

 

 

 

 

 

 

 

 

 

 

 

 

 

 

 

 

 

 

2. 그런데 이 책엔 아쉬운 점이 있다

 

 

유시민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기술은 필요하지만 기술만으로 잘 쓸 수는 없다. 잘 살아야 잘 쓸 수 있다.(261쪽)
훌륭한 생각을 하고 사람다운 감정을 느끼면서 의미 있는 삶을 살아야 그런 삶과 어울리는 글을 쓸 수 있게 된다.(264쪽)
- 유시민 저자의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에서.

 

 

이것은 한마디로 말해 좋은 삶을 살아야 좋은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이겠다. 그런데 이렇게 쓴 저자는 과연 좋은 삶을 살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이 책에서 나쁜 글과 좋은 글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 주기 위해 나쁜 글의 예를 다른 사람들의 글에서 뽑아 왔는데, 글쓴이의 이름을 실명으로 밝혔기 때문이다. 자기 글이 나쁜 글의 예가 된 것을 글쓴이 본인이 알게 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자존심이 상하고 심지어 모욕을 받은 기분까지 들지 않을까? 물론 글의 효과 면에서만 보면 나쁜 글을 쓴 사람의 실명을 밝히는 게 좋은 건 확실하다. 독자에겐(특히 글쓰기에 관심이 많은 독자에겐) 신뢰가 가는 예가 될 것이니까. 그렇다고 하더라도 꼭 이렇게 남의 글의 결함을 들춰내야 하는지, 다른 방법은 없었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 왜냐하면 좋은 삶을 살아야 한다고 주장한 저자가 정작 자신은 누군가에게 모욕을 주는 책을 썼다는 결론이 나오기 때문이다.

 

 

여기까지 쓰고 보니 나도 글쓴이의 실명을 밝히면서 나쁜 점을 지적하고 있는 셈이네. 이런 나에게 힘을 주는 글이 있네.

 

 

그렇지만 훌륭한 책도 비판적으로 읽어야 한다. (...) 많든 적든, 크든 작든, 모든 책에는 결함이 있다. 비판적으로 독해하지 않으면 결함까지 그대로 따라 배우게 될지 모른다.(130쪽)
- 유시민 저자의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에서.

 

 

 

 

 

 

 

3. 팬을 갖고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은 하나의 책무가 따른다

 

 

글을 쓸 때 남의 결함을 들춰내는 일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만약 이런 것에 주의하지 않고 책을 내면 저자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는 독자가 생길지 모른다. 

 

 

독자 : 저자 님은 저에게 스트레스를 줬어요.
저자 : 제가 독자 님에게 무슨 스트레스를 줬다는 말인가요?
독자 : 저는 저자 님의 팬이었어요.
저자 : 그런데요?
독자 : 앞으론 남들에게 저자 님의 팬이라고 말하기가 곤란해졌어요.
저자 : 왜요?
독자 : 제가 저자 님의 팬이라고 말했더니 어떻게 그런 사람을 좋아할 수 있냐는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 있어요.
저자 : 무슨 말이죠?
독자 : 글을 잘못 쓴 글쓴이의 실명을 책에 밝혀서 글쓴이에게 망신을 준 사람을 어떻게 좋아할 수 있느냐는 거지요. 저자 님을 인격 면에서 신뢰할 수 없다는 거예요. 그러니 그런 저자 님을 좋아하는 저까지 신뢰성이 떨어지겠죠.
저자 : (...)

 

 

글을 쓸 때 글의 효과냐 글쓴이의 인격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다시 말해 글의 효과만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글을 써야 할까 글의 효과보다 글쓴이의 인격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글을 써야 할까, 그것이 문제로다.

 

 

나의 생각. 팬을 갖고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은 하나의 책무가 따른다. 팬들을 실망시키면 안 되는 책무를 말함이다.

 

 

글은 정직해서 글을 쓴 사람을 드러내고 만다. 글을 보면 글쓴이가 어떤 사람인지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그림으로 말하면 글쓴이를 세밀화로 그릴 수는 없어도 스케치 정도는 할 수 있다는 말이다. 나중에 그 스케치가 맞아떨어졌음에 놀란 적이 몇 번 있다. 세밀화가 아닌 스케치였음에도(대충 그렸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예상과 실제의 거리가 꽤 가까울 때가 많다. 그래서 글은 곧 그 사람이라고 보게 된다.

 

 

글은 곧 그 사람이니 글쓴이는 글을 세상에 내놓기 전에 ‘자기 검열’을 하는 게 좋겠다. 글을 쓴 사람으로서가 아니라 그 글을 읽는 독자의 입장에서 자기 글을 읽어 보고 문제가 없는지 따져 보는 게 좋겠다는 것이다.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을 읽고 든 생각이다.

 

 

 

 

 


.......................................................
<후기>


이 글을 써 놓은 지가 일주일이 지났는데 이제야 올린다. 이유는?
누군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일이 유쾌하지 않기 때문에 생각해 보고 올려야 할 것 같아서다.
그런데 그냥 오늘 올린다. 이유는?

1) 쓴 글을 버리자니 아까워서.

2) 버리고 나서 나중에 똑같은 내용으로 또 쓰게 될까 봐.

3) 할 말은 해야 할 것 같아서. 그래야 더 나은 세상의 방향을 잡을 수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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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29 12: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30 15: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5-07-29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에 또 한바탕 분 바람 때문인가요?
정말 도 닦는 심정으로 글을 써야하는 것 같은데
sns붐을 타고 글들이 많이 조악해졌어요.
사람들의 은어 사용량도 많아지고...
세종대왕이 보시면 엄청 놀라실 거 같아요.
내가 이러려고 한글은 창제한 게 아닌데 하면서 말이죠.ㅠㅋ

이 책 괜찮은가 봅니다.
요즘 글쓰기 책이 너무 많이 나오는지라
저는 작가들의 글쓰기에 관심이 많죠.ㅎ

페크pek0501 2015-07-30 15:44   좋아요 0 | URL
한바탕 분 바람을 저도 쐬었습니다.
이곳이 만만하지 않고 조심스러워야 하는 곳이긴 하죠?

글쓰기 책은 저는 다 좋더라고요. 별로 건질 게 없다고 생각되는 책도
읽는 동안은 흥미롭게 읽게 되어요. 관심사이기 때문이겠죠...

덥습니다. 잘 지내시나요?
더워서 부엌에 들어가는 대신 외식을 할까, 고민중이에요.
남편만 빼면(남편은 집밥을 제일 좋아해서) 애들은 외식을 좋아해요.

또 봅시다.

cyrus 2015-07-29 2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알고 지내는 모 일간지 기자님이 말씀하기시를, 내 글이 상대방에게 평가를 받는다거나 토론을 하면 상대방을 위해서 져주는 태도를 보여라고 조언한 적이 있습니다. 전문가도 완벽할 수 없습니다. 약점이 나올 때가 있어요.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그 실수를 정중하게 지적한 분에게는 감사하는 마음을 가진다면 원만히 지나갈 수 있는 일이에요. 그런데 상대방의 지적에 굽히면 더 안 좋은 소리를 들을까봐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든 자신의 실수를 조금이라도 덮으려고 하죠.

페크pek0501 2015-07-30 15:52   좋아요 0 | URL
맞아요. 대부분 그래요.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싶지 않지요. 자존심도 상하고 또 남들에게 실력 없는 못난 사람으로 보이기 싫어서겠죠.

으음~~ 님의 글을 읽으니 저도 져 주는 연습이 필요한 것 같아요. 제가 이기려고만 해서 추하게 느껴질 때 시루스 님이 슬며시 비댓으로 저에게 조언을 해 주세요.
˝페크 님, 그렇게 이겨려고 할 필요가 없어요. 지는 자가 이기는 자예요.˝

그러면 제가 님의 조언을 받아들여 태도를 바꿀지 모릅니다.

˝당신의 말이 다 옳다. 당신이 이겨라. 난 질게.˝라고 하면서... 하하~~

그런데 과연 그렇게 될지는 저도 모르겠어요. 가장 모르는 게 자기 자신이 아닐까 해요. 경험해 봐야만 알 수 있을 듯요. 중요한 건 상황이에요. 어떤 상황이 오느냐에 따라 저는 이런 얼굴을, 또는 저런 얼굴을 보여 주겠죠. 어쩌면 제가 갖고 있는 여러 가면 중에서 하나 고를지도 몰라요.

날씨가 더운데 시원한 도서관에서 보내십니까?
그동안 방문하지 못했는데, 님의 글을 보러 가야겠군요. ^^

 
- 우리 시대의 악과 악한 존재들 이매진 컨텍스트 53
테리 이글턴 지음, 오수원 옮김 / 이매진 / 2015년 6월
평점 :
절판


 

 

사람들이 ‘악’으로 보이는 행동을 하는 것은 그에게 ‘악’이 내재해 있기 때문일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기 때문일까? 범죄자가 단순히 ‘악’으로 인해 범죄를 저질렀다고 보는 것은 일차원적인 생각이 아닐까? 범죄를 저지를 수밖에 없었던 어떤 상황(또는 환경)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범죄를 저지를 수밖에 없었던 ‘분노 조절 장애’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자기 자신을 보호 또는 방어하기 위한 몸부림은 아니었을까?

 

 

인터넷의 어떤 글을 읽고 악성 댓글을 쓴 사람은 남에게 고통을 주고 싶은 ‘악’ 때문에 그랬을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기 때문일까? 악성 댓글을 쓴 것은 문제의 그 글이 자신의 아픔을 건드렸거나 자신을 분노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그런 것은 아닐까? 남의 행복에 시기심이 생겨서 그 행복을 방해하고 싶다는 순진한 생각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닐까? ‘악’ 때문이 아니라 ‘미성숙’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닐까?

 

 

이런 것들을 나는 알고 싶었다. 그래서 이에 대해 글을 써 보고 싶었다. 그러던 중 2주일 전에 일간지를 통해 신간을 소개하는 글을 읽다가 테리 이글턴 저, <악>이란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악’에 대해 탐구하는 책이라니 얼마나 반갑던지 단번에 사기로 했다.

 

 

직장에서 이런 사람들이 눈이 띌 때가 있다. 남의 흉을 잘 봐서 인심을 잃거나, 남에게 기분 상할 말을 해서 인심을 잃거나, 잘난 척을 많이 해서 인심을 잃거나 하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은 악해서 이런 걸까? 내가 보기에 이런 사람들은 악해서라기보다 단지 ‘삶의 요령’이 없어서인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렇다면 누가 봐도 악인이라고 보여지는 사람도 혹시 ‘삶의 요령’이 부족해서 악인으로 보여지는 경우가 있는 것은 아닐까?

 

 

여기까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책에서 이런 글을 읽었다.

 

 

결국 악한은 삶의 기술이 결여된 자들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보기에 삶이란 색소폰 연주하고 같아서 끝없는 연습을 거쳐 능숙해져야만 한다. 악한 자들에게 삶이란 요령부득의 문제다. 뭐, 우리 중 아무도 삶이란 문제에 관해 자신할 수 없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저 살인마 잭Jack the Ripper보다야 사는 요령을 좀더 터득한 정도랄까. (...) 그렇지만 악한 자들이 삶의 기술에 엄청나게 무지하다면 나머지 우리들의 수준은 그것보다 조금 나은 정도다.
이런 의미에서 악은 매일 마주치지는 않더라도 우리의 일상생활에 관련이 깊다. (158~159쪽)

 

 

또는 다른 사람의 불행을 보며 느끼는 심술궂은 쾌락을 보라. 독일인들은 이런 감정에 ‘샤덴프로이데’라는 이름까지 붙여놓았다. <인성론>에서 철학자 데이비드 흄은 우리가 타인의 즐거움뿐 아니라 고통에서도 쾌락을 끌어내며 타인의 고통에 괴로워하면서도 거기에서 얼마간은 쾌락을 느낀다고 주장한다. 흄의 관점에서 보면 이런 상황은 삶의 진실일 뿐 악마의 괴팍함은 아니다. 현실이 그렇다고 딱히 분개할 이유는 전혀 없지 않을까.(159쪽)

 

 

콜린 맥긴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닌, 악하고 가장 닮아 있는 모습이 흔해 빠진 시기심이라고 본다. 최소한 우리가 세상을 정의해온 의미에서 말이다. 시기하는 자들은 다른 사람의 즐거움을 보며 고통을 느낀다. 타인의 즐거움은 자기 존재의 결핍을 부각시키기 때문이다.(159~160쪽)

 

 

이 책을 읽다 보면 우리가 ‘악’이라고 규정하고 있는 것 중 많은 것이 사실은 ‘악’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중요한 건 ‘악’과 ‘악이 아닌 것’을 구별하는 일, ‘악(惡)’과 ‘부정(不正)’을 구별하는 일이 된다.

 

 

9 · 11 참사에는 서구가 아랍에 휘두른 기나긴 정치적 폭력의 역사를 향한 아랍 세계의 분노와 굴욕감도 한몫했다. (...) 테러리스트들을 몰지각한 괴물로 취급하는 관점을 옹호하는 사람들에게 이 폭력을 벗어날 유일한 해결책은 더 많은 폭력이다. 그리고 더 많은 폭력은 더 많은 테러를 낳고, 테러는 또 더 많은 죄 없는 생명을 위험 속으로 몰아넣는다. 테러를 악으로 규정하는 행동은 문제를 악화시킨다.(196쪽)

 

 

우리가 ‘악’에 대해 제대로 고찰하지 않으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를 아주 위험한 사회로 만들 소지가 있음을 놓치게 된다는 것. 이것은 우리가 ‘악’에 대해 고찰해야 할 필요성을 제시해 준다. ‘악’에 대한 기존의 시각을 버리고 새로운 시각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저자는 영국의 대표적인 마르크스주의 문학 평론가로, 마르크스주의 시각에서 사회, 정치, 문화에 관한 많은 책을 펴냈다. <악>은 신학, 정신분석학, 역사, 문학 작품 등을 통해 다양한 악의 실체를 분석함으로써 윤리 문제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진다.

 

 

마지막으로 소개하고 싶은 글 하나.

 

 

권력이 나약함을 질색하는 이유는 나약함이 권력의 실체가 허약함이라는 은밀한 진실을 굳이 들추어내기 때문이다. 나치에게 유대인은 끈적거리는 무나 꼴사나운 혹 따위 가장 치욕스럽고 약한 인간의 모습을 드러내는 역겨운 표식이었다. 유대인이야말로 나치라는 존재의 완전무결함을 보존하기 위해 제거해야 할 대상이었다.(127쪽)

 

 

폭력을 휘두르는 학생이 반에서 약해 보이는 학생만 골라서 괴롭히는 이유를 이해하게 만드는 글이다. 청소년을 보호해야 하는 어른으로서, ‘학교 폭력’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하는 어른으로서 생각해 봐야 할 것을 짚어 준 글 같아 밑줄을 그어 놓았다.

 

 

내가 가장 궁금한 것은 여전히 ‘인간’에 대해서다. 인간의 본질, 인간의 특성 이런 건 앞으로 공부를 해도 해도 끝이 나질 않을 것 같다. 인간이란 존재는 끝없이 탐구해야 할 대상이라는 생각을 나는 또 해 본다.

 

 

인간의 본질 또는 특성에 대해 성찰하는 책은 언제나 반갑다. 내가 궁금해 했던 것을 풀어 줄 열쇠를 줄 것 같기 때문이다. 이 책도 내가 가져야 할 열쇠 중 하나를 내게 던져 준 것 같다. 멋진 책이다.

 

 

 

 

 

...............


* 이 책엔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까?

 

- 연쇄 살인마의 순수한 악은 핵무기를 쓰자는 평범한 악보다 특별할까?
- 부도덕하고 무지한 이슬람 이데올로기 때문에 쌍둥이 빌딩은 무너졌을까?
- 테러리스트는 비뚤어진 판단을 하는 사람일까 머리 없는 괴물일까?
- 《실낙원》부터 《만들어진 신》까지, 토마스 아퀴나스부터 이슬람 테러까지 어느 뛰어난 마르크스주의자가 흥미롭게 파헤친 우리 시대의 악과 악한 사람들

 

(이 책의 뒤표지에 있는 것을 옮김.)

 

...............

 

 

 

 


스포일러가 되지 않기 위해 이 글은 여기까지...

 

 

아직 이 책의 리뷰를 올린 사람이 없네. 이 글이 이 책의 첫 리뷰로 기록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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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18 18: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19 00: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5-07-18 1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의 리뷰로군요.
악한은 삶의 기술이 결여된 자들이다란 말에 동의해요.
저는 전에 저의 작품을 올려 준 제작자를 보면서 악의 실체가 뭔지
생각해 보게 되더군요.
영혼이 느껴지지 않고 순간은 모면하기 위해 거짓말을 일삼고
험담을 하는 것도 부족해 사탄이 씌웠다는 둥 유언비어를 하지 않나
이루 말할 수가 없었죠.
근데 막상 대하고 보면 얼마나 애 같고 미숙한지 자기만 아는 미운 일곱 살
그대로였어요. 게다가 종교 망상 같은 것도 있어서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그런 사람을 조심하고 피해야 하는 건, 그런 사람은 상대로 하여금
화를 조장하고 미움과 증오의 마음을 일으켜서 악에게 굴복하도록 만든다는 거죠.
그러니까 뒤에서 뭐라고 할 지언정 함부로 건드리지도 못하겠더라구요.ㅠ

그런데 이 책은 웬지 악의 실체를 다뤘지 어떻게 하라는 대처까지는
다루지는 않은 것 같네요.

페크pek0501 2015-07-19 00:24   좋아요 0 | URL
예 오랜만에 써 본 리뷰입니다. 흥미로운 주제라서 쓰게 되었어요.
이미 스텔라 님은 많은 것을 알고 계시네요. 악처럼 보이는 얼굴 뒤의 모습이라고 할까요. 알고 나면 시시해지죠. 인간은 그것밖에 안 되는구나, 싶기도 하고요.

명쾌한 대처 방법이라든지 확실한 결말이 있으면 좋겠지만 그건 독자 스스로 알아서 하라고 하는 경우가 많지요. 이러는 게 저자로선 안전하기도 하고요. 괜히 잘못 썼다간 저자보다 더 똑똑한 독자가 이의를 제기할 수 있거든요.ㅋ

이 책의 경우, 악의 실체를 알고 나면 악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그러면 자연히 모든 사고가 달라지니까 어떤 것의 해결 방법도 달라지니까 따로 제시할 무엇이 있어 보이진 않아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제대로 알기` 이것이니까요. 그런 점에서 흥미로운 책이에요.

아, 내일은 늦잠 자는 날. 많이 잡시다.

마립간 2015-07-18 2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먼저 읽으셨군요. 저는 아직 보관함에 있습니다.

여성의 군입대로 시작된 남녀불평등과 양성평등, 지금 <가짜감정>을 읽고 <도덕적 인간은 왜 나쁜 사회를 만드는가>를 읽고 있습니다. 저는 최근의 여성주의자(들)이 (대부분의) 남성을 악으로 몰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런데 그 `악`이 제게 불분명하다는 것이죠.

페크pek0501 2015-07-19 00:15   좋아요 0 | URL
예 그리 분량이 많은 책이 아니라서 - 200쪽 가량의 책이에요 - 금방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님이 언급하신 책 두 권도 흥미로울 것 같군요. 정리해 글 올리시면 보러 가겠습니다.

이 책 역시 사람들이 악에 대해 불분명한 인식을 할 수 있다는 지점에서 출발한 책 같아요. 페미니즘을 이해하지 못하는 남자들이 악 쪽이라기보다 무지 쪽에 가까운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만약 남자가,
˝저는 그렇게 자랐다고요. 그렇게 세뇌당해서 남녀평등의 생각을 도저히 가질 수 없다고요.˝라고 한다면 할 말이 없어질 것 같아요. 그리고 남은 문제는, 그렇다면 무엇이 진짜 악인가? 하는 거예요.

악과 무지의 차이, 죄가 있으나 악은 아닌 경우, 악이기는 하되 죄는 아닌 경우 등등을 생각해 보게 되었어요. 더 공부가 필요해서 몇 권 더 읽어 봐야 할 것 같아요.

좋은 휴일 되세요. ^^

yamoo 2015-07-19 0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지 디자인이 심플하고 강렬하네요~
요즘 이글턴 번역본들이 도처에서 보이고 있습니다.
이 책도 이글턴 책...관심이 가긴 합니다. 안에 어떤 내용이 있을 지 궁금하기도 하구요~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페크pek0501 2015-07-19 00:38   좋아요 0 | URL
아, 오랜만입니다. 흥미로운 책이었어요.
인간에 대한 탐구는 언제나 구미가 당깁니다. 소설뿐만이 아니라 이런 책도요...
인간의 정신을 해부하는 책은 마치 인간에 대해 공부하는 느낌이 들게 합니다.
알아도 알아도 끝이 있을 것 같진 않지만 가 보는 데까지 가 볼 생각입니다.
많은 문학 작품을 끌어들여 읽는 즐거움을 더 주는 것 같아요.

표지 디자인, 끝내 주죠?
좋은 휴일이 되시길... ^^

라로 2015-07-19 0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악`이라는 글자 폰트가 맘에 드네요!!!ㅎㅎ 저는 스포일러 아주 좋아하는 사람인데,,,^^;;;;;

페크pek0501 2015-07-19 14:04   좋아요 0 | URL
하하하~~~ 그러시군요. 저도 그래요. 그걸 싫어하는 분이 있는 걸 알 뿐이에요.

뭔가 더 써야 할 것 같은데, 부족한 게 느껴지는데 더 이상 쓰기가 귀찮을 때,
스포일러 핑계를 대 보는 거예요.(진짜 싫어하는 분이 있기도 하고...)
그리고 더 보충해야 할 건 다른 글에서 쓰게 되어요. 어떤 글이든 길면 지치잖아요. 그래서 자르는 거죠.

반가웠습니당~~ 거기는 지금 밤이겠네요. ^^

2015-07-24 18: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24 21: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25 14: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25 12: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한수철 2015-07-30 2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새 읽고 있는 책입니다! 잠시만요.

˝악은 평범한 속물이며, 표피적인 키치로 들끓는데다, 진부하다. 악은 황제인 양 행세하려는 광대처럼 말도 안 되는 거드름을 피운다.˝

이 부분에서 멈췄었네요. ㅎㅎ

덕분에 맥주 마시며 이 다음 줄부터 읽어볼까 합니다.

뭐, 그렇다구요.... 헤헤

페크pek0501 2015-07-31 14:49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이 책을 읽고 계시는군요. 꽤 괜찮은 은유의 문장이네요.

식사는 잘하고 계시나요?

엄청 더운데 이럴 땐 차가운 물냉면이 최고인 것 같아요.
빨리 시간이 흘러 가을이 오길 기다립니다. 그땐 참 더웠어, 하면서 옛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다행인 것은 그런 날은 반드시 오고, 그런 날이 반드시 오기 위해
지금도 시간은 조금도 멈추지 않고 흐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댓글, 고맙습니다. ^^


돈케빈 2015-10-23 1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위의식에 저항하는 것이 악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저항이 악인것 같습니다. 아버지의 요청에 불응하는것 사회의 요청에 말하지 않는것 모두 포함되는데. 악을 저지르지 않게 하기위한 법이나 각각자의 신념이 부족하고 법이나 처벌도 미비하다고 생각해요. 고대에는 함무라비 법전도 있었다고 하는데 말이지요.

페크pek0501 2015-10-24 14:39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말씀하신 것에 대해 제가 아는 바가 없어서 좋은 답변을 드리지 못함을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앞으로 배울 게 많다고 느낍니다.
댓글 고맙습니다. 좋은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며칠 전 길을 가다가 다리를 저는 소녀를 봤다. 다리를 절며 걸어가는 소녀를 보자 제일 먼저 내 다리의 건강함에 감사하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다리를 절지 않아서 참 감사한 일이야.’라고. 그 다음엔 그 소녀가 가엽다는 생각과 함께 수술을 잘 받아 절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타자의 불행을 보고 자신의 처지를 먼저 생각하다니 부끄러운 일이다. 인간은 이렇게 이기적이다.

 

 

행복에 대해서도 그렇다. 누군가의 행복을 접하면 겉으론 축하하면서 동시에 마음속으론 ‘그런데 나는 뭐지?’ 하는 생각이 고개를 쳐든다. 왜 비교하게 되는 걸까? 이런 비교 심리가 친구 사이에서 우정이 깊게 자리 잡지 못하게 되는 이유가 아닐까 한다. 강준만 저, <감정독재>에 따르면 행복과 불행은 이웃과의 비교에서 생긴다. 그래서 이웃이 성공하면 ‘나는 뭔가?’ 하는 자괴감에 빠져들기 십상이란다. 그렇다면 반대로 이웃의 불행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 경우도 있겠다. ‘나는 저 정도로 불행하지 않으니 이 정도면 행복한 거야.’라는 생각으로.

 

 

에밀 시오랑은 “모든 우정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은밀한 드라마이며 미묘한 상처의 연속이다.”라고 말했다. 이것이 어쩌면 우정에 대한 진실을 제대로 말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사람들은 친구에게 나쁜 일이 생겼을 때 진심으로 위로해 주는 건 어렵지 않은데, 친구에게 좋은 일이 생겼을 때 진심으로 기뻐해 주는 건 어렵다고 말한다. 왜 그럴까? 친구에게 진심으로 기뻐해 주지 못하는 것은 친구를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친구보다 자기 자신을 더 사랑하기 때문이 아닐까? 자기 자신을 더 사랑하기 때문에 친구에게 좋은 일이 생기면 좋은 일이 없는 자기 자신을 돌아보며 비교하게 되어 그런 게 아닐까? 비교하지 않고 그저 친구에게 좋은 일이 생겼다는 사실에만 집중하면 될 텐데. 친구에게 좋은 일이 생겼다고 해서 자신이 손해 보는 인생을 살게 되는 건 절대 아닐 텐데.

 

 

친구의 불행 때문에 생기는 ‘스트레스’라는 게 있다. 예를 들면 친구가 가난하여 편안한 인생이 되지 못해 돈을 꿔 달라고 부탁하거나, 오갈 데 없으니 당분간 얹혀살겠다고 부탁할 때 받는 스트레스가 이에 해당하겠다. 아마 이런 스트레스를 겪고 나면 친구가 행복해지는 일에 진심으로 축하해 주는 마음이 저절로 생기지 않을까 싶다.

 

 

친구의 불행을 진심으로 위로하는 것보다 어려운 게 친구의 행복을 진심으로 기뻐하는 것이라면, 진정한 우정은 친구의 불행을 진심으로 위로하는 것에 있지 않고 친구의 행복을 진심으로 기뻐하는 것에 있겠다는 생각을 해 봤다.

 

  

 

 

 

 

* 이 글을 쓸 때 염두에 둔 글 **

 

 

...............
행복은 이웃과의 비교에서 나온다. 이웃은 물리적 이웃만을 가리키는 게 아니다. 친척과 친구 등 늘 이웃처럼 소통하는 사람들도 포함한다. 그래서 이웃이 성공하면 “나는 뭔가?” 하는 자괴감에 빠져들기 십상이다.(144쪽)  
- 강준만, <감정독재>에서.
...............

 

 

...............
“우리는 우리보다 뒤처져 있는 사람들을 보고 행복해하기보다는 우리보다 앞서 있는 사람들을 보고 불행해진다.” 프랑스 사상가 미셸 몽테뉴의 말이다.
“현실보다는 비교가 사람을 행복하거나 비참하게 만든다.” 영국의 성직자이자 작가인 토머스 풀러의 말이다.
“행복한 것만으론 충분치 않다. 다른 사람들이 행복하지 않는 것도 필요하다.” 프랑스 작가 쥘 르나르의 말이다.
“거지는 자신보다 많은 수입을 올린 다른 거지들을 시기할망정 백만장자를 시기하진 않는다.” 영국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의 말이다.(142~143쪽)
- 강준만, <감정독재>에서.
...............

 

 

 

 

 

 

 

 

 

 

 

 

 

 

 

 

 

 

 

 

...............
모든 우정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은밀한 드라마이며 미묘한 상처의 연속이다.(143쪽)
- 에밀 시오랑, <지금 이 순간, 나는 아프다>에서.
...............

 

 

...............
‘행복’하기 위해선 자신이 용케 모면한 불행의 이미지를 머릿속에 늘 떠올리고 있어야 할 일이다.(79쪽)
- 에밀 시오랑, <지금 이 순간, 나는 아프다>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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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5-07-13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점점 나이가 들면서 타인의 잘됨을 진심으로 축하해 주기가 참 어려운 것 같아요.
그게 그 사람을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나를 더 사랑해서란 말에 동감합니다.

요즘 강준만의 책을 읽으시는군요.
에밀시오랑의 책은 저도 읽고 싶은 책인데 언제 읽을지 모르겠어요.
에밀시오랑의 우정에 대한 생각이 왠지 얄궂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하긴 나이가 드니까 우정이 새삼 귀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그것도 알고 보면 혼자 외롭게 될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은 아닐까 싶기도 해요.
인간이란 참...ㅠ

페크pek0501 2015-07-14 22:15   좋아요 0 | URL
타인이란 거울로 자신을 비추어 보게 되어서 그런 것 같아요.
강준만과 에밀 시오랑의 책은 제게는 두고두고 보게 되는 참고서 같은 책이에요. 인용할 게 많거든요.
나이 들어 우정이 귀한 이유는 같이 나이 들어가는 처지라 연민이 생겨서가 아닐까 해요. 님의 말씀처럼 외로움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기도 하겠죠.
어제는 시원했고 오늘도 견딜 만한 더위였어요. 시원한 여름 보내시길...

세실 2015-07-12 2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는 우리 자신이 같다고 느끼는 사람들만 질투한다. 우리의 준거집단에 속한 사람들만 선망한다는 것이다. 가장 견디기 힘든 성공은 가까운 친구들의 성공이다.˝
<불안/알랭 드 보통> 중에서
친구인듯 아닌듯... 가끔 그런 생각드는데 본성인가 봅니다.
친구의 행복을 진심으로 기뻐하기는 어려운 숙제입니다^^

페크pek0501 2015-07-14 22:18   좋아요 0 | URL
<불안>을 읽으셨군요. 제가 좋아하는 책 중 하나예요. 제 글에 서머싯 몸의 글 다음으로 알랭 드 보통의 글을 많이 인용한 것 같아요. 알랭 드 보통 자신도 인용문을 많이 쓰는 작가죠.
친구의 행복에 대해서 진심으로 기뻐하기 힘든 것은 시기심 때문이 아니라 무관심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우리는 남의 행복이나 불행에 대해서 대체로 무관심하지 않나요? 자식의 진학 문제로 고민을 하는 수는 있어도 친구의 자식의 진학 문제로 고민을 하지는 않잖아요. 그러니 진학 문제가 잘 해결되었다는 소식을 들어도 크게 기쁘지 않은 건 당연합니다. 고민거리가 아니었으니까요.
인간에 대해 실망하게 되는, 불편한 진실이지만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어제 초복이었는데 삼계탕은 드셨는지요? 저는 오늘 저녁으로 먹어서 지금도 배가 불러요.

cyrus 2015-07-12 2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크님이 인용한 몽테뉴의 말은 몽테뉴가 수백 년 뒤에 나오게 될 SNS의 문제점을 예고한 듯한 느낌이 들어요.

페크pek0501 2015-07-14 22:19   좋아요 0 | URL
위대한 사람들의 생각이란 게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이어서 시대를 뛰어넘는 경우가 많지요. 우리가 고전을 읽는 이유이기도 해요.
마음이 시원한 여름이 되시길...


마립간 2015-07-13 1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우정이야말로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정서라고 가치판단을 하는데, 그 이유는 수평적 관계에서의 존경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페크pek0501 2015-07-14 22:22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부모 자식 간이나 사제지간 같은 수직적 관계가 아니네요. 게다가 친구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타자인데도 불구하고 참다운 우정을 가질 수 있다면 그건 훌륭한 일인 거네요. 그래서 그런 우정은 감동을 주지요.
저에게도 애정을 갖게 하는 친구들이 있어요. 마치 형제애와 같은 애정을 느껴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이 여름 잘 보내세요. ^^

2015-07-18 00: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18 23: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20 00: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22 12: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23 18: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24 22:0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