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우의 '고요한 읽기'를 읽고 있다.
지금 당장 읽고 있다는 말은 아니고, 요새 가방에 넣어 다니며 틈틈이, 틈이 나지 않는다, 읽자는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라는 뜻에 가깝다. 틈이 나지 않는다는 건 독서할 틈을 말하는 거지, 틈이라면 아주 자주 주어진다.
나는 소설에 관한 한 이승우에게서, 이승우의 책을 통해, 전부 배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설에 대한 열정이 있었던 시기에는 이승우의 책을 베개 삼았더랬다.
심지어 신촌 세브란스 근처 선술집에서 시비가 붙었을 때
이승우의 장편소설 '지상의 노래'를 꺼내
망치처럼 사용한 적도 있었다. 물론 나는 매양 상대의 수준을 맞추기 때문에, 그 당시, 상대가 어떤 상태였는지 능히 짐작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지상의 노래'는 예를 들어 수박을 반으로 쪼갤 정도로 효능적인 무기였다,고 기능적 관점에서는 평가할 수 있을 듯하다.
.....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했지?
다섯 달 정도의 금주가 깨지고 난 뒤 사흘에 한 번씩 마시고 있는데 오늘도 그렇다.
맥주와 포도인데, 포도는 좋은 맥주 안주가 아니다. 오늘 처음 알았다.
맥주는 참외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다. 경험칙인데, 또 써놓고 보니 정말 그런 건지는 잘 모르겠다.
오늘과 내일은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시간을 소비하기로 했다.
이제 영화를 한 편 보려고 하는데 문득 '조커'를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조커를 마흔 번쯤 본 것 같은데 볼 때마다 새롭다.
그도 그럴 것이 귀만 열어놓기 때문인지도.
오늘은 화면도 보자, 그런 생각이지만 아마도 듣겠지.
신간 뭐 나왔나 보러 내 서재에 들어왔다가 문득 흔적을 남긴다.
아무려나 적이, 고요한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