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우의 소설 '마음의 부력'을 읽고 있다. 지금 당장 읽고 있다는 얘기는 아니다. 올해 들어 처음으로 접한 활자라는 의미에 가깝다. 공연히, 소설의 허두 몇 문장을 옮겨 보겠다.


  "아내는 자기 모르게 돈을 쓸 데가 있었느냐고 물었다. 늦은 저녁 식사를 마친 다음이었다. 나는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을 켜기 위해 리모컨을 찾는 중이었다. 내가, 무슨 말이야? 하고 묻자 돈, 나 몰래 무슨 돈이 필요했느냐니까, 하고 덧붙였다." 


 나는 언젠가 이승우가 일상을 다룰 때, 주인공의 심리를 집요하게 기술할 때 열화와 같은 독자의 역할을 감당하게 된다고 쓴 적이 있다. 바로 이런 식의 문장들로 시작하는 이승우의 소설을 나는 좋아한다(이 소설이 어떻게 진행될는지는 아직은 예상하지 못하겠다. 다만 저 네 문장을 읽었을 뿐이니까).

 가령, 장편소설 '그곳이 어디든' 같은 경우- 당장 책이 없어서 기억에 의존하자면- 아내가 화장대 앞에서 화장을 하고 '나'는 침대에 누워 있다. 아내는 전 남자친구가 자신을 찾는다면서 가 봐야 한다고 한다. '나'는 극심한 부조리를 느낀다.


 그러고 보면 내가 좋아하는 이승우의 소설은, 아내와의 대화로부터 비롯하는 것 같다. 이외에도 증좌가 될 만한 소설들이 있을 것 같은데, 떠올리고 싶지 않다. 만취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승우의 소설의 문장에서는 '하고'가 너무 잦게 구사된다는 점이 자못 못마땅하다. 


 "내가, 무슨 말이야? 하고 묻자 돈, 나 몰래 무슨 돈이 필요했느냐니까, 하고 덧붙였다."

 

 -> 내가 무슨 말이냐고 묻자 돈, 나 몰래 무슨 돈이 필요했느냐니까, 하고 덧붙였다.


 음, 바꿔 보니 두 번 쓰는 게 차라리 좋아 보이는군?


 흠흠, 자야겠다.

 내일은 오오랜 산책길에 나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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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21-01-17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취상태@_@; 오타가 보이지 않는데요. 신기합니다ㅎㅎ 산책 즐기시길요^^

한수철 2021-01-17 22:44   좋아요 0 | URL
서재에 올린 글은, 취했다고 해서 오타가 나는 일이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글 자체가 싱겁고, 딱히 신경 쓸 만한 요소가 없어서인가 봐요. 반면 동시간대에 수기로 메모를 해 놓은 걸 보면 아주 가관도 아닙니다. ㅎㅎ^^

오늘 산책의 끝에서 나리기 시작한 눈을 기분 좋게 맞은 게 아령칙하게 기억나는 밤입니다.

나른하네요. 약간의 독서를 해볼 요량인데, 달밤 님은 어떤 시간을 보내고 계신지 궁금하군요.... ;)
 

 오랜만에 집에 돌아와 앉아 있다. 누가 뭐 훔쳐갔나 좀 둘러보다가 1) 창 밖이 시끄럽길래 내다보지는 않고 소리를 통해 나리고 쌓여가는 눈을 선점하려는 자들이구나, 하는 결론을 내렸다. 2021년이 소의 해라는 건 지금 알았다. 검색해 본 것이다. 물론 무슨 해니 띠가 어떻니 그런 건 내 관심사가 아니다. 그냥 검색해 봤다고 말하고 싶다.

 이제 나는 맥주를 마시면서 앞으로 무엇을 하며 살아갈지 고찰해 볼 전망이다.

 하기 싫은 건 하지 않고 산다는 점에서는 작년과 다를 바 없는 인생일 것이다.

 다만, 올해는 하고 싶은 건 반드시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2)


 그리고 페이퍼에 글을 쓰면 주석을 다는 습관은 언제부터 생긴 건지 모르겠는데 오늘 이후로는 금하겠다.

 뭐든 시작하면 반복해야 하는 타입의 인간이지만 말이다.


 창 밖의 가족 다섯이 단란해 보인다. 3)

 작은 강아지는 하울링을 하고 있고 아이 둘은 뛰논다. 부모는 저만치에서 그런 아이 셋을 바라보며 대화를 나눈다.

 부모는, 부부는 심각한 대화중인지도 모른다. 

 작은 강아지도 놀고 싶은 모양이다. 뛰어가서 같이 놀면 되는데, 왜 안절부절 울고만 있지?


 바보 강아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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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누가 뭘 훔쳐갔는지 알 수 없었다.

    그냥 내 집이 뭔가 낯설게 여겨졌다.


 2) 하고 싶은 걸 머릿속으로만 공글리던 지난날이었다.


 3) 같이 가서 놀고 싶을 만큼 뭔가 재밌는 소리의 총합이 나를 창 밖으로 결국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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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시무스 2021-01-06 23: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눈 길 헤치며 퇴근하다 편의점들러 4캔 만원 맥주를 정성스레 샀어요!ㅎ 저도 올해 고민 좀 해보려구요! 따뜻한 하루되시구요!

한수철 2021-01-07 00:08   좋아요 2 | URL
막시무스 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더불어 네 캔의 맥주로 하루의 신산을 날려버리시길요!!! ;)

감사합니다, (모두가) 따듯한 하루!

moonnight 2021-01-16 21: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수철님^^ 늦었지만(죄송;) 새해 인사 드립니다. 좋은 일들 함께 하길 기원합니다^^ 저는 늘 그렇듯 한 잔 합니다. 주말 좋아요^^

한수철 2021-01-17 04:02   좋아요 0 | URL
달밤 님!^^ 제가 더 죄송하지요. 한데... 저는 부모님에게도 ‘먼저‘ 새해 인사를 안 드리는 놈이고 보니(철들어라 그러시길래, 아닌 게 아니라 요샌 만년필 들 힘도 없는데 어떻게 철을.... 같은 대답을....) 이런 저를 이해해 주실 거라고 믿고 덕담 감사히 받겠습니다. (꾸벅)

달밤 님도 올 한해 보다 자유로운 인생을 구가하시길 바라고 좋은 일도 많은 나날이기를 기도, 드리겠습니다.

한잔 다 하셨겠구먼요. 좋은 꿈 꾸시길, 더불어 바라겠습니다. ;)

네, 좋은 주말입니다!
 

 4만명의 구독자를 가진 유튜버 孫형과 두 달 만에 만나 간단히 치맥을 했다.

 나는 두 달 전까지만 해도 그가 방송을 켜면, 일종의 매니저로서, 방송 흐름을 위해 열일을 했는데 1) 지금은 아니다.

 왜냐하면 그는 이제 스스로가 영상을 찍고, 편집을 한 뒤 사후 송출하는, 즉 녹화방송 유튜버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내 조언을 받아들인 건지도 모른다.2)

 20시 40분께 우리는 목례를 나누고는 헤어졌다.

 무려 덕담을 몇 마디 주고받았던 기억이다. 3)


 아무려나 나는 아무래도 마신, 맥주가 좀 부족한 기분이라서 지금부터 카스 네 캔가량 더 마실 전망이다.

 더불어 정용준의 소설 '내가 말하고 있잖아'를 읽으며 마셔도 좋으리라.

 나는 이 작가를 이번에 처음 알았는데, 이런 문장이 좋았다. 소개를 해 볼까. 4)


 그 문장이 각별히 좋아서는 아니고, 한 가지 일에 매진하지 못하는,

 해찰을 부리는 타입의 나로서는, 귀로는 음악을, 눈으로는 활자를 좇으며


 맥주를 마시는 걸 좋아하는 스타일인 모양인가?


 아무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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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기실, 왜 일을 안 하는 거냐고 신경질을 내던 손형이 떠오른다.

   해석하자면 내가 싫어하는 얘기를 왜 삭제하지 않았느냐는 얘기 같았다.

   나로서는 읽지는 않더라도 형식적 수용만큼은 하라고 조언했다는 생각이다.


 2) 감정 통제도 못하는 주제에 무슨 실시간 방송을 하려고 하느냐. 싸우려고?

   그 지점만큼은, 때려치워라. 안 때려치우면 내가 때려치우게 해 줄 수도 있다.


 3) 남은 이틀 뭐 해요?

    그냥 집에 있을 생각입니다.

    나도 그래요. 

   네.

  그래요, 그럼.

  네네.


 4) "학교가 끝나자마자 교문을 향해 전력으로 달렸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벽에 기대고 서서 하교하는 학생들을 봤다. 1학년 남학생들이 지나갔고 여학생들이 지나갔다. 선생이 통화를 하며 지나갔고 2학년 여학생들이 소리를 지르며 지나갔다. 검은 자동차가 지나갔고 급식 차가 지나갔다. 그리고 3학년들이 지나갔다." p36 


  요새도 저학년이 저층, 고학년은 고층을 사용하나?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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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시무스 2020-12-29 23: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유머에 빵터집니다!ㅎ 내일 엄청춥데요! 따뜻한 하루되시길!ㅎ

한수철 2021-01-06 21:43   좋아요 0 | URL
오늘은 눈이 많이 오네요. 창 밖으로 아이 둘과 작고 시끄러운 개와 부모가 함께 노는 게 보여요.^^

막시무스님도 따듯한 하루 보내시고, 추위 대비도 잘하시길요. ;)
 

 어쩌다 보니 요 며칠 생활 사이클이 뒤죽박죽되었다. 그래서 그랬겠지만 새벽 1시께 나는 산책에 나섰고, 대략 만오천보가량 걸었다. 결과론이지만, 걷기, 잘한 것 같다. 아무려나 걷는 동안 세상의 전반적 기조는 블랙이었지만, 수시로 스쳐 지나가거나 지나치는 경찰차의 경광등과 조금만 걸으면 모습을 환히 드러내는 편의점 1) 덕분에 '가능태로서의 인적을 향한 막연한 고마움'이라고 말해버리고 싶은 감정에 돌연히 사로잡혔다가 금세 풀려났던 기억이다. 2) 이상의 시와 김수영의 시를 번갈아 가며 읽고 싶다는 욕망도 일었던 것 같고, 왜 나는 요새 글 한 줄 책 한자 읽는 게 어려울까 고찰해 보기도 했다. 3) 


 아무튼 올해가 5일도 채 남지 않았구나 생각하면, 기도 안 찬다.

 

 생각하지 말자. 

 녹차 마셔야겠다.

 아 맞다, 아하 노래도 좀 들어야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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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걷는 동안 GS25 네 곳, 세븐일레븐 두 곳, CU 일곱 곳과 직간접적으로 마주했다.

    '그렇다면 CU가 1등 편의점인가' 같은 생각을 하다 만 기억이 난다.


 2) 평소의 나는 주로 인적이 없거나 드문 곳 위주로 다닌다.


 3) 금전욕 때문이다. 이 금전욕에 대해서는 나중에 페이퍼에 풀어보거나 말겠다.


 4) 동네친구 J가 며칠 전에 아하의 출세작 '테이크 온 미'의 어쿠스틱 버전을 카톡으로 보내며

   이 노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질문 비슷하게 했는데 그 당시 내가 금전욕에 지나치게 사로잡혀 있던 나머지

   음악 따위를 들을 형편이 아니어서 무시해 놓고 이제서야 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내 음악적 취향의 지형도에 아하는 없는데 어떻게 팀 이름을 아하라고 지을 수 있었지? 생각하면 전율이 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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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간 뭐랄까, 평온한 밤이다.


 나는 맥주를 한잔 마시며, '알 수 없는'이라는 제목의 한국 경장편 소설을 읽고 있다. 지금 당장 읽고 있다는 말은 아니다. 읽다가, 멈췄다. 일단.


 이 소설은, 어느 영리보험회사에 다니는 삼십 대 후반의 찌질한 남성이,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 만난, 처음 보는 형제들과 겪는 좌충우돌 형식의 어떤 알 만한, 재미는 있는, 재미만 있는, 소설이다.


 그래도 나는 이 소설을 높게 사는데, 소설이란, 재미만 있으면 된다는 생각이기 때문이다. 


 근데 약간 술이 넘치면 안통이 오는바, 


 내일 다시 독서를 이어가야 하리라는 전망이다.


 실은

 

 내 서재에 오는 모든 분들께1) 한 마디 하려고 글을 끼적였다.


 메리 크리스마스

애나

 해피 뉴 이어!




 ************************************

 1) 어떻게 알고 오시는지 재밌고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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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시무스 2020-12-24 2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일 남은 부분 독서와 함께 즐거운 크리스마스되십시요! 맥주 맛있게 드시구요!ㅎ

한수철 2020-12-27 03:07   좋아요 1 | URL
아이고, 어떻게 지나 보냈는지 모르겠네요. ;)

암, 내년에는 막시무스 님이 어떤 글을 쓰시는 분이고, 어떤 생각을 가진 분인지 틈틈이 엿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ㅎㅎ^^ 실은 올해는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는 게 없어서... 아무것도 알려고 하지 않으며 지내왔거든요. 내년에는 무엇이든- 물론 호감이 있어야겠지요- 알아야겠다는 생각입니다.
흠흠

모쪼록 연말 시마이.... 아니, 마무리 잘하시고요, 댓글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