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 책을 흥미롭게 읽었다

 

 

유시민 저,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이 책은 글쓰기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 흥미로운 책일 것이다. 나도 흥미롭게 읽었다. 글쓰기와 관련하여 읽어 볼만한 글이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글이 있다.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건 다른 사람의 공감을 얻는 것.

 

 

글은 지식과 철학을 자랑하려고 쓰는 게 아니다. 내면을 표현하고 타인과 교감하려고 쓰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공감을 끌어내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화려한 문장을 쓴다고 해서 훌륭한 글이 되는 게 아니다. 사람의 마음에 다가서야 훌륭한 글이다.(91쪽)
- 유시민 저자의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에서.

 

 

넷 모두 얻거나 하나도 얻지 못한다는 것.

 

 

앞에서 말했듯이 훌륭한 글은 뚜렷한 주제 의식, 의미 있는 정보, 명료한 논리, 적절한 어휘와 문장이라는 미덕을 갖추어야 한다. 만약 이 네 가지 미덕을 갖추는 데 각각 서로 다른 훈련이 필요하다면 글쓰기는 너무나 어렵고 복잡해서 보통 사람은 할 수 없는 일이 될 것이다. 다행히 그렇지가 않다. 이 네 가지는 따로따로 배우고 익히는 게 아니다. 넷 모두 한꺼번에 얻거나, 하나도 얻지 못하거나. 둘 중 하나다.(100쪽)
- 유시민 저자의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에서.

 

 

낱말을 사용할 때 융통성을 가지라는 것.

 

 

지식을 뽐내려고 한자말을 남용하는 것, 민족주의적 언어미학에 빠져 사람들이 알지도 못하는 토박이말을 마구 쓰는 것, 둘 모두 피해야 할 행동이라고 생각한다.(187쪽)
- 유시민 저자의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에서.

 

 

 

 

 

 

 

 

 

 

 

 

 

 

 

 

 

 

 

 

 

 

 

 

 

2. 그런데 이 책엔 아쉬운 점이 있다

 

 

유시민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기술은 필요하지만 기술만으로 잘 쓸 수는 없다. 잘 살아야 잘 쓸 수 있다.(261쪽)
훌륭한 생각을 하고 사람다운 감정을 느끼면서 의미 있는 삶을 살아야 그런 삶과 어울리는 글을 쓸 수 있게 된다.(264쪽)
- 유시민 저자의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에서.

 

 

이것은 한마디로 말해 좋은 삶을 살아야 좋은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이겠다. 그런데 이렇게 쓴 저자는 과연 좋은 삶을 살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이 책에서 나쁜 글과 좋은 글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 주기 위해 나쁜 글의 예를 다른 사람들의 글에서 뽑아 왔는데, 글쓴이의 이름을 실명으로 밝혔기 때문이다. 자기 글이 나쁜 글의 예가 된 것을 글쓴이 본인이 알게 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자존심이 상하고 심지어 모욕을 받은 기분까지 들지 않을까? 물론 글의 효과 면에서만 보면 나쁜 글을 쓴 사람의 실명을 밝히는 게 좋은 건 확실하다. 독자에겐(특히 글쓰기에 관심이 많은 독자에겐) 신뢰가 가는 예가 될 것이니까. 그렇다고 하더라도 꼭 이렇게 남의 글의 결함을 들춰내야 하는지, 다른 방법은 없었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 왜냐하면 좋은 삶을 살아야 한다고 주장한 저자가 정작 자신은 누군가에게 모욕을 주는 책을 썼다는 결론이 나오기 때문이다.

 

 

여기까지 쓰고 보니 나도 글쓴이의 실명을 밝히면서 나쁜 점을 지적하고 있는 셈이네. 이런 나에게 힘을 주는 글이 있네.

 

 

그렇지만 훌륭한 책도 비판적으로 읽어야 한다. (...) 많든 적든, 크든 작든, 모든 책에는 결함이 있다. 비판적으로 독해하지 않으면 결함까지 그대로 따라 배우게 될지 모른다.(130쪽)
- 유시민 저자의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에서.

 

 

 

 

 

 

 

3. 팬을 갖고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은 하나의 책무가 따른다

 

 

글을 쓸 때 남의 결함을 들춰내는 일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만약 이런 것에 주의하지 않고 책을 내면 저자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는 독자가 생길지 모른다. 

 

 

독자 : 저자 님은 저에게 스트레스를 줬어요.
저자 : 제가 독자 님에게 무슨 스트레스를 줬다는 말인가요?
독자 : 저는 저자 님의 팬이었어요.
저자 : 그런데요?
독자 : 앞으론 남들에게 저자 님의 팬이라고 말하기가 곤란해졌어요.
저자 : 왜요?
독자 : 제가 저자 님의 팬이라고 말했더니 어떻게 그런 사람을 좋아할 수 있냐는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 있어요.
저자 : 무슨 말이죠?
독자 : 글을 잘못 쓴 글쓴이의 실명을 책에 밝혀서 글쓴이에게 망신을 준 사람을 어떻게 좋아할 수 있느냐는 거지요. 저자 님을 인격 면에서 신뢰할 수 없다는 거예요. 그러니 그런 저자 님을 좋아하는 저까지 신뢰성이 떨어지겠죠.
저자 : (...)

 

 

글을 쓸 때 글의 효과냐 글쓴이의 인격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다시 말해 글의 효과만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글을 써야 할까 글의 효과보다 글쓴이의 인격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글을 써야 할까, 그것이 문제로다.

 

 

나의 생각. 팬을 갖고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은 하나의 책무가 따른다. 팬들을 실망시키면 안 되는 책무를 말함이다.

 

 

글은 정직해서 글을 쓴 사람을 드러내고 만다. 글을 보면 글쓴이가 어떤 사람인지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그림으로 말하면 글쓴이를 세밀화로 그릴 수는 없어도 스케치 정도는 할 수 있다는 말이다. 나중에 그 스케치가 맞아떨어졌음에 놀란 적이 몇 번 있다. 세밀화가 아닌 스케치였음에도(대충 그렸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예상과 실제의 거리가 꽤 가까울 때가 많다. 그래서 글은 곧 그 사람이라고 보게 된다.

 

 

글은 곧 그 사람이니 글쓴이는 글을 세상에 내놓기 전에 ‘자기 검열’을 하는 게 좋겠다. 글을 쓴 사람으로서가 아니라 그 글을 읽는 독자의 입장에서 자기 글을 읽어 보고 문제가 없는지 따져 보는 게 좋겠다는 것이다.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을 읽고 든 생각이다.

 

 

 

 

 


.......................................................
<후기>


이 글을 써 놓은 지가 일주일이 지났는데 이제야 올린다. 이유는?
누군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일이 유쾌하지 않기 때문에 생각해 보고 올려야 할 것 같아서다.
그런데 그냥 오늘 올린다. 이유는?

1) 쓴 글을 버리자니 아까워서.

2) 버리고 나서 나중에 똑같은 내용으로 또 쓰게 될까 봐.

3) 할 말은 해야 할 것 같아서. 그래야 더 나은 세상의 방향을 잡을 수 있으므로. 

 

 

 

 

 


댓글(6)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5-07-29 12: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30 15: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5-07-29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에 또 한바탕 분 바람 때문인가요?
정말 도 닦는 심정으로 글을 써야하는 것 같은데
sns붐을 타고 글들이 많이 조악해졌어요.
사람들의 은어 사용량도 많아지고...
세종대왕이 보시면 엄청 놀라실 거 같아요.
내가 이러려고 한글은 창제한 게 아닌데 하면서 말이죠.ㅠㅋ

이 책 괜찮은가 봅니다.
요즘 글쓰기 책이 너무 많이 나오는지라
저는 작가들의 글쓰기에 관심이 많죠.ㅎ

페크pek0501 2015-07-30 15:44   좋아요 0 | URL
한바탕 분 바람을 저도 쐬었습니다.
이곳이 만만하지 않고 조심스러워야 하는 곳이긴 하죠?

글쓰기 책은 저는 다 좋더라고요. 별로 건질 게 없다고 생각되는 책도
읽는 동안은 흥미롭게 읽게 되어요. 관심사이기 때문이겠죠...

덥습니다. 잘 지내시나요?
더워서 부엌에 들어가는 대신 외식을 할까, 고민중이에요.
남편만 빼면(남편은 집밥을 제일 좋아해서) 애들은 외식을 좋아해요.

또 봅시다.

cyrus 2015-07-29 2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알고 지내는 모 일간지 기자님이 말씀하기시를, 내 글이 상대방에게 평가를 받는다거나 토론을 하면 상대방을 위해서 져주는 태도를 보여라고 조언한 적이 있습니다. 전문가도 완벽할 수 없습니다. 약점이 나올 때가 있어요.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그 실수를 정중하게 지적한 분에게는 감사하는 마음을 가진다면 원만히 지나갈 수 있는 일이에요. 그런데 상대방의 지적에 굽히면 더 안 좋은 소리를 들을까봐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든 자신의 실수를 조금이라도 덮으려고 하죠.

페크pek0501 2015-07-30 15:52   좋아요 0 | URL
맞아요. 대부분 그래요.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싶지 않지요. 자존심도 상하고 또 남들에게 실력 없는 못난 사람으로 보이기 싫어서겠죠.

으음~~ 님의 글을 읽으니 저도 져 주는 연습이 필요한 것 같아요. 제가 이기려고만 해서 추하게 느껴질 때 시루스 님이 슬며시 비댓으로 저에게 조언을 해 주세요.
˝페크 님, 그렇게 이겨려고 할 필요가 없어요. 지는 자가 이기는 자예요.˝

그러면 제가 님의 조언을 받아들여 태도를 바꿀지 모릅니다.

˝당신의 말이 다 옳다. 당신이 이겨라. 난 질게.˝라고 하면서... 하하~~

그런데 과연 그렇게 될지는 저도 모르겠어요. 가장 모르는 게 자기 자신이 아닐까 해요. 경험해 봐야만 알 수 있을 듯요. 중요한 건 상황이에요. 어떤 상황이 오느냐에 따라 저는 이런 얼굴을, 또는 저런 얼굴을 보여 주겠죠. 어쩌면 제가 갖고 있는 여러 가면 중에서 하나 고를지도 몰라요.

날씨가 더운데 시원한 도서관에서 보내십니까?
그동안 방문하지 못했는데, 님의 글을 보러 가야겠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