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친정어머니가 연로하셔서 내가 반찬을 만들어 주 2회 갖다 드린다. 냉동실에는 고기와 생선이 있고, 냉장실에는 계란과 김치가 있어 서너 가지의 반찬만 만들어 갖다 드리면 된다. 냉동실과 냉장실을 채우는 것도 내가 한다. 이번에는 표고버섯볶음, 가지무침, 콩나물무침을 해서 갖다 드렸다. 다음에 갖다 드릴 반찬과 겹치지 않게 하기 위해 사진을 찍어 둔다.
그래도 빨래와 청소는 할 수 있다고 하셔서 다행이다. 매일 노인정에 가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오는 것도 다행이라 여긴다. 어머니를 보면서 사람이 어떻게 늙어 가는지 잘 알게 되었다. 늙어 가는 것은 참 서글픈 일이다. 팔십 대 중반인 어머니는 이제 걸음마저 느리다.
어머니가 병원에 갈 일이 있을 땐 내가 모시고 간다. 정기적으로 약을 타 오기 위해 병원에 가야 하는 날이 있다. 고혈압, 당뇨병, 변비 등이 있어 내과에서 약을 타 오기도 하고, 안과에서 안약을 타 오기도 한다. 어머니의 말에 따르면 요즘 노인들은 약이 있어 살 수 있는 것이라 한다. 만약 전쟁이 나서 병원 건물이 폭파되어 약을 구할 수 없다면, 노인들은 다 죽고 말 것이라고 어머니와 나는 말하곤 한다. 인간의 평균 수명이 길어진 것은 약 때문이니 의학 발달 덕분이라 하겠다. 무병장수(無病長壽) 시대가 아니라 유병장수 시대가 되었다.
100세 넘게 장수하는 것이 과연 좋은 것인지는 의문이다. 내가 100세 넘게 산다면 삶이 지루하게 느껴질 것 같다. 노인정에 가는 것도, 친구를 만나러 다니는 것도, 책을 읽는 것도, 글을 쓰는 것도 노화로 인해 불가능할 때는 무슨 낙으로 살아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운이 나쁘면 치매에 걸려 가족 모두를 고생시킬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장수는 축복이 아니라 재앙일 수 있다.
2.
글을 쓰는 지인들과 함께 ‘매일 5분 필사’를 하고 있다. 작년 10월 중순부터 시작했으니 거의 1년이 다 되어 간다. 우리가 공유할 수 있는 네이버 밴드를 하나 만든 후 그곳에 각자 읽은 책에서 좋은 글을 뽑아 필사해서 올리는 것이다. 비공개로 운영되다 보니 부담이 없다. 멤버는 4명.
우리가 글을 올리는 곳은 이런 곳이다.
1) 매일 꾸준히 읽고 쓰기.
2) 각자 독립적으로 공부하기.
3) 서로 지치지 않게 연대하기.
노트북으로 필사하는 것이라 힘들지는 않지만, 내가 바쁘거나 피로할 때는 생략하는 날도 있어 오늘 올린 글이 271일차였다. 그러니까 오늘 271번째로 글을 올렸다는 말이다. 1년 동안 매일 글을 올린다면 365번 올리게 된다. 나는 1년 동안 290번쯤 올리게 될 것 같다. ‘매일 5분 필사’라고는 하지만 사실 5분 이상이 걸린다. 오늘은 니체의 책에서 세 문단을 뽑아 필사해 올렸다.
3.
책 세 권을 완독했다. 그중 한 권은 재독한 것이다. 리뷰를 써서 남기고 싶은데 리뷰를 쓰려고 하면 머리에 쥐가 나고 몸살이 날 것 같다. 리뷰 쓰는 게 왜 이리 어려운지... 칼럼을 기고하는 동안에는 리뷰를 쓰는 건 포기해야 할 것 같다. 현재 내게 중요한 건 칼럼이다.
4.
프리드리히 니체, <초역 니체의 말 Ⅱ>, 삼호미디어, 2014년 출간.
* 176 고민의 작은 상자에서 탈출하라
고민하는 사람은 언제나 틀에 박혀 있다. 기존의 사고방식과 감정이 부유하는 비좁은 상자 속에 갇혀 있다. 그곳에서 나올 꿈조차 꾸지 못한다. 고민의 상자는 죄다 낡은 것이 채우고 있다. 낡은 사고방식, 낡은 감정, 낡은 자신. 그곳에 있는 모든 것은 조금도 발전하지 않은 과거에 머무르며 같은 가치, 같은 이름을 가진다. 사실 이를 깨닫는 것만으로도 이미 고민의 상자에서 탈출하는 방법을 아는 것이다. 이름과 가치를 스스로 결정해보라. 병을 새로운 세계를 향한 다리라 이름 붙이고, 고난과 수고를 인생이 주는 시련이라 이름 붙이고, 방황을 편력이라고 이름 붙이고, 빈곤을 현재를 만족하는 연습이라고 이름 붙이고, 역경을 도약의 기회라고 명명하듯이. 그것만으로 상자는 새로운 가치로 자연스럽게 채워진 전혀 다른 공간이 된다. 그리고 삶은 풍요로움에 더 가까워진다.(210쪽)
⇨ 글이 잘 안 풀려서 글과 씨름하고 있을 땐, 자신이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하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