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당신이 직장 동료의 중요한 비밀을 알게 되었다고 가정하자. 그것을 다른 동료들에게 말할 것인가? 당신이 배려심이 깊다면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을 것이다. 타인을 배려하는 자세는 사람으로서 꼭 갖추어야 할 덕목이다.  



그런데 남의 비밀을 오히려 들추는 데 혈안이 된 인물이 있다.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 미제라블’에 나오는 빅튀르니앵 부인이다. 그녀는 공장에서 일하는 팡틴이라는 여성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는다. 빅튀르니앵 부인은 쉰여섯 살로 추녀이고, 팡틴은 젊고 아름다워서 주위에 시기하는 여자가 많다. 사람들은 팡틴이 다달이 몽페르메유의 여인숙으로 편지를 써 보내는 것을 알았고, 팡틴에게 어린애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를 수상히 여긴 빅튀르니앵 부인은 팡틴에게 어떤 비밀이 있는지를 밝히기 위해 자기 돈을 들여 멀리 있는 몽페르메유에 다녀오기까지 한다. 



그 결과 빅튀르니앵 부인은 팡틴이 그곳의 여인숙 주인 부부에게 딸아이를 맡기고 양육비를 부치고 있는 미혼모라는 것을 알아냈고, 이 사실을 발설하며 즐거워한다. “35프랑이나 들여서 다 알아냈지요. 어린애도 봤어요!”라고 그녀는 말한다. 팡틴은 유일한 피붙이인 딸아이와 함께 살고 싶지만 양육비를 벌어야 했으므로 떨어져 살 수밖에 없었다. 그런 가여운 인생을 사는 팡틴에게 연민을 느끼기는커녕 ‘타인의 불행은 나의 기쁨’이라도 되는 듯 그녀는 신바람이 난다. 



인간에게는 타인의 불행에 대해 동정하는 마음을 갖고 있기도 하지만, ‘남의 불행은 꿀맛이다’라는 일본 속담과 같이 남의 불행에 쾌재를 부르는 심보가 있기도 하다.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를 느끼는 것이다. 샤덴프로이데는 남의 불행을 고소해한다는 뜻을 가진 독일어다. 리처드 H. 스미스가 쓴 ‘쌤통의 심리학’(이영아 옮김)에서는 샤덴프로이데를 ‘쌤통 심리’로 번역했다. ‘쌤통의 심리학’은 부제가 말해 주듯 ‘타인의 고통을 즐기는 은밀한 본성에 관하여’ 쓴 책이다. 이 책에서 읽은,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처럼 남의 불행을 기뻐하는 사람은 남의 성공을 시기하는 사람과 똑같다. 즉 남의 불행을 기뻐하는 자는 시기심과 질투심이 많은 자다. 이 책에 따르면 우리는 우리 자신과 비슷하면서도 우리가 간절히 원하지만 갖지 못한 것을 누리는 사람을 질투한다. 예를 들면 ‘레 미제라블’ 속에 나오는 빅튀르니앵 부인은 본인이 갖지 못한 미모를 가진 팡틴을 질투할 가능성이 높다. 질투심에 사로잡히면 동정이나 연민을 느끼지 못하고 샤덴프로이데를 느낀다.

 


우리는 누가 가장 부러운가? 자신과 처지가 비슷하거나 활동 영역이 같은 사람들 중에서 자기보다 앞서 있는 자를 부러워한다. 그래서 정치인은 자기보다 더 출세한 정치인을 부러워하고, 노숙인은 자기보다 더 편한 잠자리를 확보한 노숙인을 부러워한다. 부러움은 시기심으로 이어질 수 있다. 누구나 가까운 친구나 형제에게 시기심을 느낀 적이 있으리라. 오죽하면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한국 속담이 있겠는가. 시기심은 자신을 타인과 비교하는 데서 생기는 고통의 씨앗이다. 인간은 누구나 시기심이 있다고 한다. 문제는 시기심이 많으면 행복한 삶과 멀어진다는 점이다. 그러나 시기심을 갖느냐, 갖지 않느냐 그 선택권은 본인에게 있다고 나는 믿는다. 



당신은 시기심이 많아 친구가 사회적으로 성공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괴로운가? 그렇다면 시기심을 없애는 데 도움이 되는 다음과 같은 방법을 권한다. 첫째, 성공한 친구의 인생에서 일부만 보지 말고 전체를 보라. 그 누구도 행복의 모든 조건을 완벽하게 갖출 수는 없기에 그 친구에게도 행복을 방해하는 요인이 있을 테니까. 둘째, 성공한 친구를 당신의 롤모델로 삼아라. 당신 주위에 롤모델이 있다는 것은 행운일 수 있다. 셋째, 당신이 큰 병에 걸려 시한부 인생을 살게 되었다고 생각해 보라. 시기심이 얼마나 하찮은 감정인지 깨닫게 된다. 넷째, 당신보다 못한 처지에 있는 사람과 비교하라. 그러면 당신은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될 것이다.  




.......................................

경인일보의 오피니언 지면에 실린 글입니다.

종이 신문에는 내일 날짜로 게재됩니다. 

아래의 ‘바로 가기’ 링크를 한 번씩 클릭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원문 ⇨ http://www.kyeongin.com/main/view.php?key=20231019010003388


 


 

(이 글과 관련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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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3-10-19 23: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타인의 불행은 나의 행복이란 이런 심리가 바로 갑질의 원인이 되기도 할 듯해요. 잘 읽었습니다.

페크pek0501 2023-10-20 16:55   좋아요 0 | URL
그래도 가난한 아프리카의 아이들이 티브이에 나오면 연민 생기잖아요. 사람이 나쁜 면만 있는 건아닌 거죠.
호시우행 님, 댓글 고맙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

yamoo 2023-10-20 09:1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제가 속한 조직은 직장동료의 비밀이란 게 없어요. 그냥 바로바로 소문이 납니다.
예컨대 제가 자격증 셤을 3개월에 합격하면...다음날에 저는 천재로 소문납니다...ㅎㅎ
말이 전해지는 단계에 따라 a라는 사실은 e를 넘어 f까지 가죠. 이런 문화가 극혐이긴 합니다만...사람 소문 얘기만큼 재밌는 것도 없더라구요..

근데 뷔트르니엥 부인과 같은 사람들은 정말 없어져야할 암적인 존재들입니다. 이런 사람들이 있어서 선량한 사람들이 피해를 보죠. 정말 극혐입니다..

쌤통의 심리학...저도 갖고 있는데 아직 읽지를 못했죠. 내 정적의 불행은 정말 제게 기분이 좋죠. 그보다 행복할 수는 없을 듯해요..^^;;

페크pek0501 2023-10-20 16:58   좋아요 1 | URL
천재 소문은 반갑겠습니다. 흥미로운 소문엔 귀에 쫑긋 서죠. 하지만 불행한 사람에 대한 건 반갑지 않을 것 같아요.
야무 님은 안 갖고 있는 책이 없는 것 같아요. 책 부자십니다. 미움의 대상에게 쌤통을 느끼는 건 어쩔 수 없는 일...
인간은 거기서 거기인 듯합니다.^^

서니데이 2023-10-20 11: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다른 사람에게 말할 수 없는 이야기라면, 처음부터 듣지 않는 게 좋은 것 같아요.
꼭 알아야 할 일이 아닌데다, 듣고 나면 그렇게 기분이 좋지도 않아서요.
샤덴프로이데에 대해 처음 들었을 때, 단어가 있는 걸 보면, 문화가 다른 지역에서도 없는 건 아니다 싶었습니다.
페크님, 날씨가 많이 차가워진다고 해요. 감기 조심하시고, 좋은 금요일 되세요.^^


페크pek0501 2023-10-20 16:59   좋아요 1 | URL
문화가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속담이 있는 걸 보면 인간은 다 비슷한 모양이에요.
오늘 날씨가 쌀쌀해요. 이제 단풍 든 나무들을 보게 될 것 같아요.
아, 그러고 보니 오늘 금욜이네요. 불타는 금욜을 보낼 이들이 있겠네요. 좋은 금욜 보내세요.^^

서곡 2023-10-20 12: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기사의 삽화가 리얼합니다 ㅎㅎ 남은 이 달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페크pek0501 2023-10-20 17:01   좋아요 1 | URL
저도 저 그림 보고 재밌었어요. 글 내용을 아침에 보고 그날에 그리는 거랍니다. 순발력 대단하죠?
서곡 님도 10월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모나리자 2023-10-20 13: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잘 보았습니다. 서곡님 말씀대로 기사의 삽화가 너무나 표현을 잘 하고 있네요.ㅎ
일본 속담에 저런 말이 있는 것은 처음 알았어요.ㅎㅎ 시기 질투 누구나 한번 쯤 안해본 사람은
없겠지요. 그렇게 한다고 해서 내것이 되는 게 아닌데도 말이지요.
우리는 성공한 사람의 겉모습만 보고 그 사람이 어떤 역경을 헤쳐왔는지는 간과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성공도 부도 그 대상을 감탄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나도 그렇게 되려고 노력해야 운이 열린다고 합니다.
시기와 질투는 패배자의 마음이라고 했어요.
추워진 날씨에 감기조심하시고 따뜻한 오후 보내세요. 페크님.^^

페크pek0501 2023-10-20 17:04   좋아요 2 | URL
이번 삽화, 맘에 듭니다. 잘 표현한 것 같아요.
일본 속담은 쌤통의 심리학, 책에 나와 있답니다. 읽자마자 메모해 두었죠. 나라마다 그런 속담이 있다는 게 흥미롭잖아요.
맞아요. 누군가의 불행으로 자신이 더 행복해지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는 선수들 보면, 그동안 얼마나 고생을 했겠나 짐작되잖아요. 성공한 이들을 볼 때도 똑같이 그런 시각으로 봐야겠지요.
준비된 자에게만 운이 온다는 것. ㅋㅋ
이제 뜨거운 국물이 좋아지는 계절에 왔네요. 마음 따뜻한 가을이 되시길 바랍니다.^^

stella.K 2023-10-20 21: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주위에 제가 질투할만한 사람이 좀 있어봤으면 좋겠어요.
정말 경기가 안 좋은지 주위에 좋은 소식 가지고 있는 사람이 없더라구요.
그냥 다행이다 싶어도 감지덕지이지인 사람만...
오히려 나한테 못되게 구는 사람이 안 좋은 일을 당했다고 하면 그건 샘통이라고 생각하죠.
안 그렇습니까? ㅋ

페크pek0501 2023-10-21 15:34   좋아요 1 | URL
내 말이 그 말이에요. 좀 잘 나가는 사람들이 있어 좋은 인맥을 형성하고 싶어요.
변호사, 의사, 교수, 정치인. 이런 사람들을 친구나 선배로 알고 지내면 마음 든든하고 폼나잖아요. 애들한테도 자랑할 수 있고요. 이것도 허영심인지 모르지만...ㅋ 시기할 게 뭐 있나요...
내게 상처 준 사람이 똑같이 상처 받는 일이 생기면 깨소금 맛이죠. 인지상정.ㅋ

희선 2023-10-22 02: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남의 불행을 꿀맛으로 생각하기도 하다니... 그건 좀 안 좋네요 자신이라도 안 좋은 일이 일어나지 않는 건 아닐 텐데... 다른 사람한테 좋은 일이 있으면 함께 기뻐하고 슬픈 일이 있으면 함께 슬퍼하는 게 좋겠습니다 그게 더 좋죠

다른 사람 비밀도 여러 사람한테 말해서 좋을 건 없을 것 같습니다


희선

페크pek0501 2023-10-22 10:23   좋아요 1 | URL
꿀맛이라니까 좀 충격이죠?
시기심이라기보다는, 남의 잘 되었을 때 ‘나는 뭐지?‘하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가라앉는 정도는 있을 수 있겠어요.
우리는 나쁜 마음으로 살지 맙시다.
날씨가 쌀쌀해졌어요. 폭염에 시달렸던 날들을 떠올리며 오늘 좋은 날 보내십시오.^^

2023-10-22 14: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0-23 12: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물감 2023-10-25 16: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백수일 땐 직장인이 부럽고, 직장 다닐 땐 백수가 부럽습니다. 이것은 남의 불행을 알지 못하고 하는 소리일까요? 칼럼니스트의 시선이 궁금합니다😀

페크pek0501 2023-10-27 13:16   좋아요 1 | URL
직장인과 비직장인의 생활 영역에서 자기가 갖지 못한 점을 부러워하는 심리로 설명할 수 있겠네요.
남의 떡이 커보이는 거죠. 인간은 자기가 누리는 편안함보다 결핍된 것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지요.
기분 나빴던 일이 머릿속에서 잘 지워지지 않잖아요. 기분 좋았던 일은 잘 잊혀지고요.
저 나름의 생각으로 써 봤습니다. 댓글, 고맙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감은빛 2023-10-31 17: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리 말에는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라는 말이 질투와 시기심을 표현하죠.
그런데 이 말에는 다른 뜻이 숨어있다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되었어요.
과거에는 씨족 공동체가 함께 품앗이를 하며 농사를 지었는데,
농사를 짓기 위해서 인변을 비료로 사용하는 것이 거의 필수였죠.
품앗이는 노동의 품앗이도 있지만, 비료를 만들기 위한 인변도 품앗이 했다고 하네요.
그래서 사촌이 땅을 사면 더 많은 인변을 생산하기 위해 배가 아파야 한다는 뜻이라고.
이게 얼마나 정확한 이야기인지는 검증해보지 않았지만,
얼핏 듣기에는 그럴듯해 보이더라구요.

저는 최근에 갑자기 외모에 대한 생각을 좀 했어요.
제가 사람들 앞에서 발표나 토론을 하거나, 행사를 진행하는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아요.
또 거리를 오가는 시민들에게 연설을 하거나, 피켓을 들고 메세지를 전하는 일도 많구요.
이럴 때에 제 외모가 지금보다 좀 더 보기 좋은, 그러니까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얼굴이었다면,
내가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지금보다 훨씬 더 빠르게,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할 수 있지 않을까
블랙핑크가 기후위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고 들었어요.
어떤 간절한 꼭 필요한 이야기를 전하고자 할 때, 평범한 외모의 아저씨가 말하는 것 보다는
잘 생기고 이쁜 사람이 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일 거라고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런데 뭐 어쩌겠어요? 저는 이미 이렇게 못생긴 외모로 태어났고,
성형수술 같은 건 할 돈도 없지만, 하고 싶지도 않고. 뭐 그러네요.
그저 잘 생기고 이쁜 사람들을 보면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페크pek0501 2023-11-02 19:11   좋아요 0 | URL
사촌이 땅을 사면~~ 그 얘기 일리가 있네요. 그게 원조인지도 모르겠네요.ㅋ
감은빛 님의 외모는 준수하실 것 같은데요...느낌상...
저도 요즘 외모 생각을 합니다. 나이가 드니 얼굴이 후져지더군요. 사진을 찍어도 잘 나오질 않아요. 신문사에서 정면으로 찍은 사진이 있으면 보내 달라고 했는데 여러 번 찍어도 보낼 게 없더군요. 다 후지게 나오는 거예요.
외모는 노력으로 안 되잖아요. 성형수술은 겁나서 못하겠고요. 재능도, 돈도 열심히 한 만큼 성과가 있는데 생각해 보니 외모는 노력으로 안 되는 거더라고요. 그래서 다음에 태어나면 예쁜 외모로 태어나는 걸 1순위로 선택하고 싶어요. 선택할 수 있다면요. 다른 건 노력으로 채워보고요. 하핫... 제가 쓰고도 웃음이 나네요.
재밌는 댓글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