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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마음이 괴로운 사람에게 매력적인 조언을 한 적이 있는가? 혹은 매력적인 조언을 들은 적이 있는가? 나는 매력적인 조언을 글로 봤다.

 

 

 

어느 님의 서재에서 본 글을 옮긴다. (어느 님이 2011년에 올린 글.)

 

 

 

이 기회를 실컷 이용하도록 해.

넌 젊으니 가능한 한 모든 고통을 겪어보는 게 좋아.

이런 일이 평생 지속되는 건 아니거든.

-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저, <콜레라 시대의 사랑 1>, 111쪽.

 

 

 

이 글을 읽자마자 반해 버렸다. 마르케스가 이런 글을 썼다는 것에 감탄했다. 그의 작품을 오래전에 읽었는데, 바로 노벨문학상 수상작으로 유명한 <백년 동안의 고독>이었다. 이 작품을 읽고, ‘노벨문학상 작품이 뭐 이래?’ 하고 실망했고 그 뒤로 그의 작품에 대해 관심을 끊었다. 그런데 <콜레라 시대의 사랑>이란 소설에 이런 매력적인 글이 있다니. 소설을 쓰는 작가들은 참 멋지단 말이야.

 

 

 

누구에게나 힘든 시간이 있다. 병이 들어 아플 수도 있고, 누군가를 간호하느라 육체적으로 힘들 수도 있고, 속상한 일로 정신적으로 힘들 수도 있다. 남편의 사업이 망했다든지, 가세가 기울었다든지, 자식의 성적이 떨어졌다든지, 자식이 속 썩인다든지, 취직 시험에 불합격했다든지, 승진할 기회에 탈락되었다든지, 누구로부터 상처 받았다든지 여러 경우가 있을 수 있겠다. 어쨌든 남이 볼 때 작은 일이라도 본인의 일이 되고 보면 큰 일이 되는 법. 자기 손톱 밑의 가시가 제일 아픈 법이다.

 

 

 

내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을 때 누군가가 내게 이런 말을 해 줬다면 위로가 되었을 것 같다.

 

 

 

가능한 한 모든 고통을 겪어보는 게 좋아.

이런 일이 평생 지속되는 건 아니거든. (111쪽)

 

 

 

이 말을 꼭 기억해 두리라. 앞으로 힘든 시간이 닥쳐오면 이 말을 내가 나에게 해 주리라. 이 말에 위로받으리라.

 

 

 

 

 

 

 

 

 

 

 

 

 

 

이 책, 읽고 싶네.

 

 

 

 

 

 

 

 

 

 

 

 

덧붙임).................................

 

 

요즘 덥다. 초여름이 이 정도라면 앞으로 얼마나 더울지 무섭다. 하지만 무엇이든 끝은 있기 마련이니 견딜 수 있을 것 같다. ‘지까진 게 더워 봤자 반짝하고 마는 거지 9월까지 덥겠어? 9월이 되면 아침저녁으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올 텐데 뭐.’ 이런 생각으로 이 여름을 보내겠다. 

 

 

가능한 한 모든 고통을 겪어보는 게 좋아.

이런 일이 평생 지속되는 건 아니거든. (111쪽)

 

 

이 인용문을 다음과 같이 변형해 써 본다.

 

 

가능한 한 모든 고통을 겪어보는 게 좋아.

그래야 고통이 없는 날이 오면 감사하게 되고 작은 행복에도 감사하게 되거든.

 

 

가능한 한 심한 더위를 겪어보는 게 좋아.

그래야 덥지 않은 날이 오면 감사하게 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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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4-06-21 2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백년 동안의 고독 읽다 포기했어요.
재밌다고 해서 그런 줄만 알고 읽다가 결국...ㅠ
그때가 제가 20대 말쯤 된 것 같은데 다시 읽으면 좋으려나요?ㅎ
저 콜레라...는 얼마 전 드라마에 나왔잖아요. 따뜻한 말한마디요.
요즘 드라마 작가들은 자기 작품에 책 하나 슬쩍 끼워넣는 게 유행인가 봐요.
저도 멋있는 사람되고 싶은데 이렇게 안 되고 있네요. ㅠㅠ

페크pek0501 2014-06-23 15:53   좋아요 0 | URL
저는 구십 몇 년에 <백년 동안의 고독>을 읽었는데 여러 인물들이 엉켜 있어 헷갈려 아예 인물 도표를 그려 가며 꼼꼼하게 읽었답니다. 왜 이 작품을 쳐 주는지 알고 말테다, 하는 각오로요. 그런데 재미없더라고요. 시간은 얼마나 잡아 먹던지 읽고 나서 후회했어요.

아, 드라마에 나온 책인가요? 요즘 드라마를 보지 않아서요. 재밌는 걸 못 찾았어요.
오늘 비가 오네요. 시원한 하루 보내세요... ^^


stella.K 2014-06-23 18:09   좋아요 0 | URL
그 드라마는 지난 봄에 했어요. 언니 보신 줄 알았는데...
안 보셨다면 강추해요.
정도전도 괜찮은뎁쇼. 거의 끝나가지만...
지난 주말 sbs에서 <끝었는 사랑> 시작했던데
좀 괜찮은 것 같아요. 나연숙 씨가 쓴 건데 좋아하신다면 볼만한 것 같아요.
황정음이랑 차인표 나오는데 괜찮은 것 같아요.ㅎ

페크pek0501 2014-06-27 11:16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이사하느라 서재에 들어와 보지 못했어요.
차차 드라마 찾아 볼게요. 감사~~^^

stella.K 2014-06-27 14:17   좋아요 0 | URL
에고, 더운데 이사하시느라 고생 많으셨겠군요.
이사하신데는 마음에 드시나요?
부디 새로운 곳에서도 다복하게 사시길요.^^

페크pek0501 2014-07-02 12:04   좋아요 0 | URL
예, 집이 맘에 듭니다. 숲 속의 아파트예요. 서울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게 신기할 정도랍니다. 고마워요. ^^

노이에자이트 2014-06-22 0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머싯 모옴은 가난과 역경은 사람을 피폐하게 한다고 정반대되는 주장을 했는데 재밌군요.

마립간 2014-06-23 11:58   좋아요 0 | URL
저는 조건부 결론을 가지고 있습니다. 고난/역경이 그것을 당하는 사람 역치 이하일 경우 고난/역경을 극복하고 성장하지만, 고난/역경이 감당할 수 있는 역치를 넘을 겨우 그 사람을 피폐하게 만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라도 한다. 역시 같은 생각입니다. 극복하면 유익하지만, 극복하지 못하면 손해죠. 부모나 리더는 자녀나 추종자에 대해 당사자의 역치에 맞게 고난/역경의 정도를 조절해 줄 책임이 있다고 봅니다.

페크pek0501 2014-06-23 16:01   좋아요 0 | URL
마립간 님이 고견의 말씀을 해 주셨네요. 맞습니다. 가난과 역경도 어느 정도여야지 감당하기 힘들 정도가 되면 좌절하고 말지요.
또 다른 각도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사람에 따라서 다르다고요.
어떤 이는 가난으로 인해 헝거리 정신으로 극복해 나가지만 어떤 이는 가난으로 인해 심성이 삐딱해지기만 하고 극복 못하지요.
열등감도 그래요. 어떤 이는 열등감으로 인해 오히려 도전 정신을 발휘하지만 그렇지 않는 사람도 있지요. 실연 당했다고 자살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보란 듯이 더 잘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도 있지요.
그러니 서머싯 모옴도 마르케스도 다 맞는 말을 한 것 같아요.

제 생각엔 가난과 역경을 겪는 경험도 좋을 것 같아요. 단, 기간이 길면 안 될 것 같아요. ^^ 열등감이 있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단, 우월감이 있는 부분도 있어야 할 것 같아요. ^^

세실 2014-06-22 0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호 긍정의 힘이 느껴집니다.
가능한 한 모든 고통을 겪어보는게 좋아...... 음 전 고통을 얼마나 겪었을까요? 그리고 제가 겪어야 할 고통은 얼마나 남았을까요? 50줄이 코앞이다보니(앗!! 낯설다) 그냥 편안하게 살고 싶어요. ㅎㅎ
고통은 젊을때 겪는 걸로......

페크pek0501 2014-06-23 16:04   좋아요 0 | URL
저도 그래요. 고통도 싫고 명예나 부도 관심 없어요. 몸과 마음이 편한 게 최고죠!!!!!!!!!

50줄이 코앞이시군요. 부럽다...
저는 아직도 5라는 숫자가 낯설어요.
제 정신 연령은 30대려나... ㅋ


비연 2014-06-22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이 책 읽고 있어요~ 추천요~

페크pek0501 2014-06-23 16:06   좋아요 0 | URL
제가 관심 갖고 있는 책을 누군가는 벌써 읽고 있다고 하면 존경스럽습니다.
아니 벌써? 뭐 이러면서요...
비연 님이 추천하시는 거라면 꼭 읽어야겠네요. 두 권짜리인 게 맘에 듭니다.
한 권짜리는 아쉽고...
세 권짜리는 지루하고...

행복한 독서 시간 보내세요.^^

노이에자이트 2014-06-24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난을 극복하느냐 무너지느냐의 문제보다 더 불편한 진실이 있죠.고난을 극복하고 성공한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을 절대시하여 매우 독선적인 사람이 된다는 겁니다.남의 말도 안 듣고...그래서 자수성가한 남자에겐 딸을 안 준다는 사람들까지 있더라고요.여자 입장에선 유복한 집안에서 자란 남자와 자수성가한 남자, 어느 쪽이 남편감으로 더 좋다고 생각하십니까?

마립간 2014-06-25 08:36   좋아요 0 | URL
저의 선호는 자수성가한 사람입니다. 제 친구들은 최소한 부모 도움 없이 결혼하고 자립한 사람들입니다. 개인 경험에 기반한 가치관이죠.

역경을 극복한 개인적 경험이 큰 역경을 극복하지 못하는 것, 즉 장애로 작용하기도 합니다만. 경우에 따라 작은 역경 극복이 큰 역경 극복의 토대가 되기도 합니다. 그 매개 고리는 반성입니다.

반면 스스로 반성을 많이 하는 사람은 독선에 빠지기도 합니다. 이와 같은 경우에 해당하는 사람이 쿠바 카스트로입니다. 결론적으로는 과유불급이라는 것이 적당한 답이 되지 않을까요.

페크pek0501 2014-06-27 11:06   좋아요 0 | URL
노 님, 저는 남편감으로 자수성가한 사람이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노 님과 마립간 님의 의견을 머릿속에 재워 두겠습니다.
좋은 말씀입니다. 감사합니다.

댓글이 늦어 미안합니다. 어제 이사를 했답니다.
정신 없이 바빴고 앞으로도 당분간 바쁠 예정입니다. 휴우~~


노이에자이트 2014-06-26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평범한 월급쟁이의 아들인데도 남들은 제 외모가 유복한 집 도련님 같다고 하더군요.외모는 아무래도 유복한 집 도련님 같아야 좋겠죠?

페크pek0501 2014-06-27 11:08   좋아요 0 | URL
ㅋㅋ 혹시 느끼하게 생기신 것 아닌가요?

루쉰P 2014-06-27 0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잘 지내시죠? 이제는 하나의 자신만의 독특한 글 양식을 완성하신 듯 싶어요 푸하 ㅋ
흠 참 좋은 문장이에요 ㅎ 저의 사상과 일치 하는 듯 싶어 무척이나 흡족합니다 ㅋ

페크pek0501 2014-06-27 11:11   좋아요 0 | URL
오랜만입니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요? 잘 지냈겠죠?

자신만의 독특한 글 양식이라고 하셔서 제 글을 읽어 보니 다른 사람들은 이렇게
쓰지 않는 것 같단 생각이 드네요. 저마다 자기 스타일이 있는 것 같아요.
자주 뵙길 기대합니다. ^^

아, 잊지 않고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노이에자이트 2014-06-27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산뜻하게 생겼답니다.느끼와는 거리가 멀어요.

페크pek0501 2014-07-02 12:06   좋아요 0 | URL
아, 그렇습니까? ㅋㅋ
 

 

 

 

1. 단지 글을 올려야겠단 생각으로 급하게 글 한 편 써서 서재에 올렸다. 방문자들이 새 글이 없어 허탕치고 돌아가는 일이 없는 게 유일한 목적일 뿐이어서 사람들의 반응을 기대하지 않았다. 공감 영, 댓글 영이라도 좋다고 여겼다. 그런데 웬일인가. 나중에 서재에 들어가 보니 공감 수도 댓글 수도 많았다. 왜 저래?

 

 

하나의 주제로 묶어 통일감 있는 글 한 편 써서 서재에 올렸다. 이렇게 공들여 썼으므로 사람들의 반응을 기대했다. 그런데 웬일인가. 나중에 서재에 들어가 보니 공감 수도 댓글 수도 적었다. 왜 저래?

 

 

 

 

 

2. 화장하기 귀찮아서 선크림만 바르고 머리를 대충 말리고 옷을 대충 골라 입고 외출했다. 나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기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웬일인가. 만난 사람들이 나에 대해 좋아 보인다고 한마디씩 했다. 왜 저래?

 

 

마스카라까지 칠하며 공들여 화장하고 미용실에서 머리 손질을 받고 옷을 신경 써서 골라 입고 외출했다. 나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기대했다. 그런데 웬일인가. 만난 사람들이 나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왜 저래?

 

 

 

 

 

3. 어릴 적 초등학교 때 학교 준비물을 챙겨 가지 못할 때가 있었다. 그럴 때 번번이 이랬다. 선생님이 준비물을 검사해서 못 챙겨 간 나를 혼낼까 봐 걱정한 날은 준비물 검사를 하지 않았고, 걱정하지 않고 태평한 날은 준비물 검사를 했다. 이런 일이 쌓여 가면서 터득했다. 내 생각과 빗나가기 일쑤라는 것을. 그래서 걱정을 하지 않는 일엔 뭔가 잘못되는 게 있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을 갖는 버릇이 생겼고 지금도 그 버릇이 없어지지 않았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병원에서 무슨 검사를 하고 검사 결과에 대해 걱정을 많이 하면 별 이상이 없다는 결과가 나오고, 태평하게 있다간 뒤통수를 치는 결과가 나오고 만다.)

 

 

 

 

 

4. 여러분도 그렇지 않은가? 맞선을 볼 때 기대를 많이 한 날일수록 실망스럽게 느껴지는 상대를 만나지 않았는가?

 

 

 

 

 

5. 어떤 일이든 뜻대로 되지 않았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가 없는 거다. 왜? 원래 뜻대로 되지 않는 게 인생이니까.

 

 

 

 

 

6. 자신의 예상이 빗나갈 때가 많다는 것. 그것이 인생의 본질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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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을

 

 

며칠 전, 친구들을 만났다. 넷이 만났는데 내게 한 친구가 물었다. 요즘도 블로그에 글을 쓰느냐고. 그렇다고 답했더니 무슨 글을 쓸 게 그리 많으냐고 물었다. 생각해 보니 그랬다. 서재에 리뷰와 페이퍼를 합쳐 266편을 올렸는데 내가 생각해도 무슨 글을 쓸 게 그리 많았을까 싶었다.

 

 

어디에 있는 블로그냐고 다른 친구가 물었다. 나는 대답하지 않고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난 왜 그때 알라딘이라는 인터넷 서점에 대해 말하지 않았을까? 왜 블로그의 주소를 가르쳐 주지 않았을까? (참고로, 내 친구들의 반쯤은 이미 이곳 서재를 알고 있다. 이곳을 알지 못하는 나머지 친구들에게 가르쳐 주지 않음을 말하는 것이다.)

 

 

집에 와 생각해 보니 이런 것 같다. 난 내가 쓴 글을 친구들이 보는 게 창피한 것이다. 당당하게 내 글을 보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내 글에 자신이 없는 것이다. 친구들과 얘기를 나눈 일로 내가 내 글쓰기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알게 되었다. 인간은 그렇다. 자기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모른다. 어떤 일이 생겼을 때 그 일을 계기로 자신에 대해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뻔뻔해져야겠다고 다짐했다. “저를 시장으로 뽑아 주세요. 제가 시장으로서 가장 잘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라고 말하는 사람처럼 뻔뻔해져야겠다고 다짐했다. 뻔뻔함이 없다면 시장으로 출마할 수 없는 것처럼, 뻔뻔함이 없다면 글을 계속 쓸 수 없을 것 같아서다.

 

 

 

 

 

 

 

2. 아십니까?

 

 

독자 여러분은 위의 1번의 글에서 제가 가장 말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1) 글에 자신이 없다는 것.

2) 뻔뻔함이 필요하다는 것.

3) 인간은 자기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모르고 있다는 것. 어떤 일을 계기로 알게 될 뿐이라는 것.

 

 

어떤 문제이든 길게 쓴 것이 정답일 가능성이 높다. 정답이기 위해서 자세하게 설명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서도 3)번이 정답이다. 나는 독자들이 1)번과 2)번은 물론이고 3)번까지 알아주길 바라는 것이고 특히 3번을 강조하고 싶은 거였다. 하지만 독자들은 다 알지 못한다고 서머싯 몸은 말한다. 

  

 

작가는 책 한 권을 쓰느라 몇 달을 보내며 자신의 진심을 쏟아붓지만, 그 진심을 읽는 독자는 거의 없다.(윌리엄 서머싯 몸)

- 도러시아 브랜디 저, <작가 수업>, 111쪽.

 

 

서머싯 몸의 말에서 진심을 ‘성의’로 해석할 수도 있고 ‘진실’로 해석할 수도 있고 다르게 해석할 수도 있겠다. 나는 진심을 ‘진실’로 해석하였다.

 

 

‘글을 쓰는 이는 자신이 깨달은 진실을 담아 글을 쓰지만 그 진실을 읽는 독자는 거의 없다.’는 것.

 

 

나 역시 남들이 쓴 글의 진실을 알기가 쉽지 않다는 걸 느끼곤 한다. 책을 읽으며 또는 이웃 님들의 서재에서 글을 읽으며 그런 생각을 한다. ‘내가 제대로 읽은 걸까?’라고.

 

 

 

 

 

 

 

 

 

 

 

 

 

 

 

 

 

 

 

 

 

 

 

 

3. 왜 글의 진실을 말로 설명하지 않는가?

 

 

이렇게 글의 진실을 알기가 쉽지 않은데, 왜 작가들은 소설에서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진실을 말로 설명하지 않는가, 하는 의문을 가진 적이 있다. 어떤 소설을 읽으면 작가가 말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를 모를 때가 있어서다. 어째서 ‘해설’은 없고 ‘상황’만 있을까?

 

 

나중에 이것에 대한 답을 찾았다. (물론 내 개인적인 생각의 답일 뿐이다.) 작가는 전하고 싶은 것을 상황으로만 보여 주고 싶기 때문이라는 것. 그것을 말로 설명하는 순간 그 소설은 중요한 것 하나를 잃기 때문이라는 것. 바로 독자에게 ‘스스로 해석하는 능력’을 줄 기회를 잃기 때문이라는 것. 그것이 작가가 해설가로 나서지 않는 이유라는 것.

 

 

예를 들어 설명해 본다.

 

 

<안나 카레니나>라는 소설에서 안나는 기차 안에서 매력적인 브론스키를 알게 되고 나서 페테르부르크에 도착했을 때 마중 나온 남편을 보고 생각에 잠긴다.

 

 

페테르부르크에서 기차가 멈추자마자 그녀는 내렸다. 맨처음 그녀의 눈에 띈 것은 남편의 얼굴이었다. ‘세상에! 어째서 저이의 귀는 저렇게 생겼을까?’ (…) 특히 그녀를 놀라게 한 것은 남편을 보는 순간 일어났던 자신에 대한 불만의 감정이었다. 이것은 그녀가 남편과의 관계에서 오래전부터 느끼고 있던 익숙하고 위선에 가까운 감정이었다. 그녀는 이전에는 이 감정을 알아채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은 뚜렷하고 가슴 아프게 그것을 의식한 것이었다.

- 톨스토이 저, <안나 카레니나>에서.

 

 

‘세상에! 어째서 저이의 귀는 저렇게 생겼을까?’의 문장은 남편의 귀가 못생겼음을 느꼈다는 걸 뜻한다.

 

 

(이 부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박웅현 저, <책은 도끼다>에 나와 있다.)

 

 

<인생의 베일>이라는 소설에서 키티는 매력적인 타운센드를 알게 된 뒤 타운센드와 남편을 보고 생각에 잠긴다.

 

 

타운센드는 키가 컸다. 최소한 185센티미터는 될 거라고 키티는 생각했다. 게다가 외모도 아름다웠다. 첫눈에 봐도 아주 건강했고 군살이라고는 손톱만큼도 찾아 볼 수 없었다. 그는 방 안에서 옷맵시가 가장 뛰어날 정도로 옷을 입는 감각도 좋았다. 게다가 그는 그녀가 좋아하는 똑똑한 남자이기도 했다. 그녀의 눈은 월터(남편)에게로 옮아갔다. 월터는 앞으로 좀 더 신경 써서 옷을 입어야 할 것이다.

- 서머싯 몸 저, <인생의 베일>, 61쪽.

 

 

‘월터는 앞으로 좀 더 신경 써서 옷을 입어야 할 것이다.’의 문장은 남편의 모습이 후졌음을 느꼈다는 걸 뜻한다.

 

 

이 두 가지의 소설에서 모두, 작가는 해설가의 역할을 하지 않고 등장인물들의 상황만 보여 준다. 만약 작가가 해설가의 역할까지 한다면 이렇게 썼으리라.

 

 

톨스토이는 이렇게 썼으리라. 

 

 

페테르부르크에 내린 안나는 남편을 보자마자 꼴보기 싫음을 느꼈다. 매력적인 남자인 브론스키을 만난 직후였기 때문이다. 기혼자가 배우자 아닌 누군가에게 마음을 빼앗기게 되면 상대적으로 배우자가 볼품없는 사람으로 보이는 법이다.

 

 

서머싯 몸은 이렇게 썼으리라.

 

 

매력적인 타운센드를 알게 된 뒤 키티는 남편이 후져 보였다. 기혼자가 배우자 아닌 누군가에게 마음을 빼앗기게 되면 상대적으로 배우자가 볼품없는 사람으로 보이는 법이다.

 

 

그런데 만약 이렇게 친절하게 해설해 주는 소설을 읽는다면 소설이 얼마나 재미없겠는가. 그건 마치 작가가 음식을 씹어서 독자에게 먹여 주는 것과 같다. 작가의 할 일은 맛있는 음식이 차려진 상을 독자에게 주는 것일 뿐이다. 그것을 맛보는 것은 독자의 몫이어야 한다.

 

 

 

 

 

 

 

 

 

 

 

 

 

 

 

 

 

 

 

 

 

 

 

 

 

4. 해설가는 우리 자신이기 때문이다

  

 

앞의 1번에서 이렇게 쓴 글이 있다. 

 

 

집에 와 생각해 보니 이런 것 같다. 난 내가 쓴 글을 친구들이 보는 게 창피한 것이다. 당당하게 내 글을 보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내 글에 자신이 없는 것이다. 친구들과 얘기를 나눈 일로 내가 내 글쓰기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알게 되었다. (인간은 그렇다. 자기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모른다. 어떤 일이 생겼을 때 그 일을 계기로 자신에 대해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만약 내가 1번의 얘기로 소설을 쓴다면 위의 글에서 괄호 안에 있는 글을 빼야 할 것이다. 이것이 해설이기 때문이다. 이런 해설은 소설의 가치를 떨어뜨린다. 소설은 현실의 삶을 겪으며 그것을 해석하는 우리의(독자의) 능력을 키워 줄 수 있는 소설이 될 때 가치 있는 소설이 된다. 그러므로 소설가는 해설가로 나설 것이 아니라 해설가의 역할을 독자에게 넘겨주어야 한다.

 

 

작가의 할 일은 ‘등장인물들의 상황을 읽고 무엇을 느끼고 생각해야 하는지’를 독자에게 과제로 내 주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그 과제를 독자 스스로 해결하도록 훈련을 시키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이런 훈련을 통해 독자는 현실의 삶을 읽어 내는 능력 즉 해석(해설)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는 것이다. 이 능력이 필요한 이유는 우리의 현실의 삶은 상황만 있고 해설가가 없기 때문이다. 현실의 삶에서 해설가는 바로 자신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소설에서는 해설가가 없다. 소설을 읽는 사람이 해설해야 한다. 현실의 삶에서도 해설가가 없다. 현실의 삶을 사는 사람이 해설해야 한다.

 

 

이 글의 마지막은 다음의 글로 장식한다.

 

 

지혜란 누구한테 배울 수 있는 게 아니고, 다만 그 누구도 우리를 위해 대신 수행해주지는 않는 여행을 통해, 그 누구도 우리를 위해 면제해주지는 않는 노력을 통해 우리가 스스로 발견해야 하는 것일세.

- 알랭 드 보통 저, <프루스트가 우리의 삶을 바꾸는 방법들>, 94쪽.

 

 

지혜란 누구한테 배울 수 있는 게 아니고, (…) 우리가 스스로 발견해야 하는 것임을 기억하자는 뜻에서 이 글을 뽑아 옮겼다.

 

 

(참고 사항) : 옮긴 글에서 '여행'을 '정신적인 여행'이라고 읽어야 할 것 같다.

 

 

 

 

 

 

 

 

 

 

 

 

 

 

 

 

 

 

 

 

 

 

 

...............................

<후기 1>

 

이 글의 소제목으로 네 개를 썼다. 네 개의 소제목에 대해 설명하자면 이렇다. 1번과 2번이 서로 짝을 이루고, 3번과 4번이 서로 짝을 이룬다.

 

1.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을

2. 아십니까?

 

3. 왜 글의 진실을 말로 설명하지 않는가?

4. 해설가는 우리 자신이기 때문이다

 

이건 사족이다. 이렇게 일일이 설명하면 글의 가치를 떨어뜨리기 때문에 사족이다. 독자 스스로 알아차릴 기회를 필자가 빼앗았다는 얘기다. 독자의 상상력을 필자가 차단시켰다는 얘기다.

 

 

 

................................

<후기 2>

 

나는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을 말하지 않고 글을 끝내면 답답하다. 독자가 모를까 봐 걱정이 된다. 그래서 나 같이 소심한 사람은 소설을 쓰면 안 되는 것이다.

 

소설을 읽는 것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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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4-06-15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역시 제 블러그를 현실 세계에 있는 분들에게 친절하게 알려주지 않습니다. 알라딘 블러그는 일종의 가면 하나를 벗은 장소인데, 이런 모습이 쑥스럽고 불편할 것 같아서요... ^^

각자의 해석이 다른 소설이 훌륭한 소설로 남는 것 같다는 생각을, 언니의 글을 읽으면서 했네요. 논점이 분명해야 하는 글이 있고, 아닌 글이 있네요. 하기사 지나치게 뻔한 글은 강요하는 것 같아서, 상상력이 없는 것 같아서, 과일의 액즙이 풍성하게 느껴지지 않아서 끌리지 않더라구요.

페크pek0501 2014-06-15 15:52   좋아요 1 | URL
마고 님, 안녕?

으음... 저는 이 서재를 갖게 되면서 신기해서 글 쓰는 친구들에게 이곳을 알려 줬어요. 저처럼 이런 블로그를 만들라는 말과 함께요.

그런데 제 글이 쌓이면서 언제부턴가 이곳에 제가 아는 이들이 들어온다는 게 부담스럽더군요. 아는 이들이 없다면 보다 편히 글 쓸 수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님은 이곳이 가면 하나를 벗은 장소라고 했는데 맞아요. 그런데 다른 측면에서 보면 가면을 하나 쓴 곳이기도 해요. 방문자들 대부분이 제 실명을 모르기 때문이죠.

각자의 해석의 다양성... 그래서 문학은 어려운 것 같아요. 다양한 시각을 유도할 수 있는 문학이 좋은 문학이라는 점에서요. 까뮈의 <이방인>처럼요.
저는 명료하고 명쾌한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소설 창작과는 맞지 않다는 걸 깨달았어요. 좋아하는 것과 잘할 수 있는 것은 별개인 거죠.
저는 소설 팬일 뿐인 거죠.

요즘 글쓰기 책을 보고 있는데 기초부터 다시 배우고 있단 생각이 들어요.
제가 새롭게 배운 것들을 중심으로 정리해서 조만간 글을 올릴 예정이에요.
그런데 그 몇 권을 언제 다 읽으려나...

또 봐요, 반가운 님!!!^^^

다크아이즈 2014-06-15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설에서의 <말하기 기법(설명)>과 <보여주기 기법(묘사)>을 예시로 보여주시네요.
말하면 망하고, 보여주면 흥해요. ㅋ
이론처럼 쓰기가 쉽지 않다는 걸 다행으로 여겨야할까요.
잘 쓰는 소설가가 넘쳐나면 우린 뭘 읽어야할지 심히 행복하게 혼란스러워해야하니까요. ㅋ


글에 자신이 없어서 친구에게 블러그를 알려주지 않게된다는 페크 언냐 의견에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ㅋ 알려주고 싶지 않은 게 일반적인 생각 아닐까요. 아는 누군가가 내 블러그를 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쓴다는 자체가 부담이 되기도 하잖아요. 아무도 모르게 불특정다수를 향한 (진솔한) 글을 쓸 수 있으면 좋겠는데, 현실에서는 그게 어렵지요? 자기 보호 본능 때문이지 글에 자신이 없어서가 아니라는 걸 인정해주시어요. 왜냐면 페크님 글은 참으로 당당하고 매력적이기 때문입니다.^^*

페크pek0501 2014-06-16 08:18   좋아요 0 | URL
"말하면 망하고, 보여주면 흥해요." - 이런 훌륭한 말을 남겨 주시다니 감사드려요.
이 말 한 방이면 되네요. 외워 놓겠어요. ㅋ

자기보호본능... 으음~ 그런 것도 같네요. 자신감 결여가 아니란 말이지요?
제 글에 자신감이 넘치면 저는 얼마든지 제 블로그 주소를 가르쳐 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착각이란 말이죠? 어쩌면 님의 말씀이 진실일지도 모르겠군요. 앞으로 시간을 갖고 분석해 보겠습니다.

제 글이 당당한지 저는 몰랐어요. 의식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그게 맞는 것도 같아요. 들킨 것 같은 느낌이 순간 들었거든요.
겉으로 보이는 당당함과 속에서 웅크리고 있는 심리적 위축, 이 두 가지를 제가 다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어떤 게 저의 참모습에 더 가까운지 모르겠어요. ㅋ
창피하다는 생각은 자주 합니다. 뻔뻔해져야겠단 생각도 자주 합니다. 뻔뻔하지 않으면 글을 쓸 수 없을 것 같아요...
오늘도 뻔뻔하기!!!!!!!!!!! 입니다. ^^(이런 댓글도 뻔뻔해야 쓸 수 있어요.)

맨 마지막 말씀은 호평이네요. 응원의 뜻으로 감사하게 접수합니다. ^^


잘잘라 2014-06-16 0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확실히 페크님은 더 자주, 더 찐하게, 뻔뻔하실 필요가 있구요!!

3) 자신을 알게 되는 계기.. 정말요. 제가 오늘 처음으로 빵을 만들었거든요. 잘 되서 맛있게 먹었는데요.. 아아, 빵 먹자마자 밥이랑 김치가 왜 그렇게 땡기든지요. 결국, 오이소박이 한 탕기 꺼내서 밥 한그릇 뚝딱- ㅋㅋㅋ 그리고는 '빵은 아니야.. ㅠㅠ' 이랬다니까요. 아이쿠. 잔뜩 사들인 제빵도구들을 우짤꼬.. 잠이 안 옵니다요. 이 일을 계기로 저는 '빵도 좋고 밥도 좋지만 밥이 백만 배는 더 좋다는 거'랑요, 빵 없이는 살아도 밥, 김치 없이는 못 산다는 것을 확실히 일게 되었습니다요. ㅎㅎ

페크pek0501 2014-06-16 08:22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재밌고 의미 있는 댓글을 남겨 주셨네요.
그러고 보니 저도 경험이 있네요. 어느 날 빵이 먹고 싶어서 사 왔는데(모카 로울 케익인가) 하루만에 질려서 그 다음날엔 그 남은 것을 먹기 싫은 거예요.
역시 밥과 김치과 최고죠. 매일 밥상에 올라와 있어도 싫증이 안 나잖아요.

어떤 일이 터져야만 알 수 있는 것? 인간의 마음...

님 덕분에 유쾌한 하루가 시작될 것 같아요. 감사드립니다. ^^

노이에자이트 2014-06-19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편으로는 사람이 하는 동작을 아주 세밀하게 묘사한 문장을 읽는 재미도 있더군요.요즘 작가들 중엔 하성란 씨가 그런 것에 능합니다.

스티븐 킹이나 딘 쿤츠의 소설 작법에도 대화 한 마디나 아주 짧은 문장으로 상황을 정리하는 기법을 익히라고 조언하죠.이거 못하면 직업작가가 될 수 없으니까요.

페크pek0501 2014-06-20 12:48   좋아요 0 | URL
그렇죠. 소설을 읽을 때 주제니 결말이니 이런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작가의 세밀한 관찰력 덕분에 인간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게 중요하죠.
그런 재미로 소설을 읽는 거죠.
드라마도 그래요. 불륜을 저지르다가 이혼하고 새 연인에게 가지만 조강지처가 그리워 돌아온다, 뭐 이런 이야기나 결말보다 그런 과정에서 보여 주는 인간의 모습들이 재밌어서 시청을 하는 거죠.

스티븐 킹은 <유혹하는 글쓰기>에서 자신의 역량을 유감없이 보여 주죠.
작가는 아무나 되는 게 아닌 것 같아요. ^^


 

 

 

친정에 갔다 왔다. 집에 오니 할 일이 줄지어 있다. 할 일을 끝내고 컴퓨터를 켰다. 알라딘의 내 서재에 들어갔다. 방문자가 몇 명인지를 확인하고 새 댓글이 없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이웃 님들의 서재에 들어가서 글을 읽었다. 어느 서재에선 여러 글을 읽었고 어느 서재에선 ‘글을 참 잘 쓰네.’라고 생각되는 글을 꼼꼼히 두 번 읽었다. 어느새 시간이 흘러 버렸다. 컴퓨터 앞에 있으면 시간이 잘 갔다. 부리나케 옷을 바꿔 입고 모자를 쓰고 밖에 나갔다. 한 시간을 걸었다. 걷는 건 나의 습관 중 하나. 초여름이지만 해 질 무렵이라 덥지 않았고 공기가 맑았다. 요즘 미세먼지가 있는 날이 있어서 이렇게 맑은 날이면 좋았다. 걷는 것도 좋았다. 집에 오는 길에 시장에 들러 몇 가지를 샀다. 오자마자 저녁 준비를 했다. 그리하여 하루가 다 날아가 버렸다. 내가 표나게 한 일이라곤 여러 서재에 들어가서 글을 읽었다는 것과 댓글을 다섯 개 남겼다는 것뿐. 책을 읽지 못하고 글을 쓰지 못하고 하루가 가 버렸지만 그래도 하루를 허투루 보낸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남의 글을 읽으며 배운 게 있었고 댓글을 썼으므로. 특히 내가 댓글을 쓰는 것은 서재 주인에게 응원한다는 메시지를 담는 일이므로 좋은 일을 했다고 생각했다. 말하자면 덕을 쌓은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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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 보니 싱거운 글. 그래서 소금을 치고 싶은 글. 그래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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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10 16: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6-11 08: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6-11 16: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6-13 10: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무개 2014-06-10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응원한다는 메세지라는걸 알고 있었어요. ^^

아참. 동서문화사에서 나온 <달과 6펜스/맥주와 과자> 결국엔 사려고 장바구니에 넣었어요.
다른게 필요한게 있어서 금액을 맞추다보니 소설은 거의 구매하지 않지만,
몸의 작품이니까 구매하기로 결정!

페크pek0501 2014-06-11 08:58   좋아요 0 | URL
님의 응원의 뜻도 접수하겠습니다.
맥주와 과자, 읽고 어떤지 글 올려 주시면 보러 가겠습니다.
그건 못 읽었어요. 달과 6펜스 책이 두 권이나 있어서요.
예전에 에세이에서 마광수 교수가 그 작품을 극찬했던 게 기억납니다.
즐거운 독서가 되시길...

blanca 2014-06-10 1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오늘 은근히 덥네요. 그리고 이 글 안 싱거워요^^;; 이런 글도 좋아요. 생각해 보니 친정 부모님이 오시기만 자주 했지, 아기 낳은 후 같은 서울인데도 친정에 거의 안 갔네요. 부럽습니다.^^

페크pek0501 2014-06-11 09:04   좋아요 0 | URL
예, 블랑카 님. 더워졌어요.
안 싱거운 가요? ㅋ 쓰고 보니 시시해서 잘못 올렸나 생각하며 걸었답니다.
그런데 댓글이 많아 제가 깜놀~ 했어요.
알라디너들의 반응은 늘 예측불허입니다.
공들여 쓴 글엔 무관심하다가 말이죠... 히히~~
친정은 걸어서 다닐 정도로 가까워서 자주 갑니다. 어머니 혼자 사시기에 적적하실 것 같아 일주일의 반은 가게 됩니다. 저도 걷는 운동도 되고요...
자주 보려면 일단 가깝게 사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

"이런 글도 좋아요."라는 님의 말씀에 힘이 퐁퐁 솟는군요. ^^감사합니다.

마태우스 2014-06-10 1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일해야 하는데 인터넷 서핑을 너무 오래 하는 게 악습입니다ㅠㅠ 놀고나서 머리를 쥐어뜯는데, 페크언니처럼 긍정적인 사고를 가져야겠습니다. 그리고 안계신 동안 댓글 안달아 죄송합니다 제 댓글이 반갑게 페크언니를 맞아야 하는데...

페크pek0501 2014-06-11 09:06   좋아요 0 | URL
머리를 쥐어뜯고 싶을 때, 저도 있습니다. 동지를 만났군요. 반갑습니다.
제가 긍정적인 사고를 가졌나요? 얘기가 그렇게 되나요?
여러분의 댓글에서 제가 배우는 게 많습니다. ^^

프레이야 2014-06-10 1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정말이지 제가 너무 오랜만이죠??^^
유월도 어느새 열흘이나 지나가네요. 저는 그저 이래저래 여행 좀 다니고 그러느라
서재에 소홀했어요. 무언가 기록을 한다는 사실 자체가 소중한 것인데 기록하지 않고
그저 마음에 남겨둔 것들이 쌓이네요. 그러다 점점 잊혀져갈 것인데^^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면서 또 이렇게 고즈넉한 저녁을 맞이합니다.
좋은날들 보내세요^^ 건강은 아주 좋아요.

페크pek0501 2014-06-11 09:08   좋아요 0 | URL
어맛, 누구신가요? 반가워요. 무척...
잘 지내시나요? 제가 안부 전하는 메시지를 올렸습니다만... 보셨는지요?
책을 쓰시나, 그랬네요. ㅋ여행을 다니셨군요. 좋겠습니다.
그만 쉬시고 나타나시지... 그랬어요.
쉬시는 중에 댓글을 주시고... 감사합니다.

프레이야 2014-06-11 14:24   좋아요 0 | URL
그만 쉬어야지요^^ 그러잖아도 방명록 보고 온 거였어요. ㅎㅎ
제가 너무 오랜동안 인사도 없이 ..ㅠ 무지하게 반가웠답니다.^^

페크pek0501 2014-06-13 10:10   좋아요 0 | URL
그만 쉬시라고 저도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안 계시는 동안, 저 외로웠어요... ㅋ

2014-06-10 19: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6-11 09: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4-06-11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가 참으로 쓱쓱 가버리네요. ^^
오랜만에 약간의 여유를 가지고 있어요. 언니, 잘 지내시지요?

페크pek0501 2014-06-13 10:11   좋아요 0 | URL
나이를 먹을수록 시간의 속도가 점점 빨라진답니다.
학교에 다닐 땐 그렇게 가지 않던 시간이 말이죠. ㅋ
 

 

 

1. 음미하는 책 읽기 : 조금 전, 커피를 다 마시고 나서 ‘아차 깜빡 했네.’ 이랬다. 컴퓨터 화면을 보면서 커피를 마셨는데 커피의 맛을 음미하지 않고 물을 마시듯 벌컥 마신 거였다. 커피의 맛을 음미하지 않은 걸 후회했다. 이런 일이 생긴 건 컴퓨터 화면을 보며 커피 생각을 하지 않고 딴 생각을 했기 때문이고 커피가 식어서 커피가 뜨겁지 않았기 때문이다. 딴 생각을 하지 않았다면 그리고 커피가 뜨거웠다면 천천히 마시며 맛을 음미할 수 있었을 텐데. 이런 경우 커피를 또 마시게 되어 연거푸 두 잔을 마시게 된다. 이번엔 제대로 맛을 음미하며 마시기 위해서다.

 

 

현재의 순간에 집중하기, 커피를 마실 땐 커피만 생각하기. 이것을 못했다.

 

 

책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책을 읽을 때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딴 생각을 하지 말고 문장뿐만 아니라 문장 부호와 행간까지 꼼꼼히 그리고 천천히 읽는다면 이것이 바로 ‘음미하는 책 읽기’가 될 것이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깊이 읽기’가 된다.

 

 

<작가 수업>을 읽다가 만난 다음의 글을 기억해 놓기로 했다.

 

 

작가는 책 한 권을 쓰느라 몇 달을 보내며 자신의 진심을 쏟아붓지만, 그 진심을 읽는 독자는 거의 없다.(윌리엄 서머싯 몸)

- 도러시아 브랜디 저, <작가 수업>, 111쪽. 

 

 

내가 책 한 권을 읽고 나서 작가가 하고 싶었던 말을 얼마나 이해했을까를 생각해 보면 백 퍼센트를 이해했다고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커피의 맛을 제대로 음미하지 못했던 것처럼. (서머싯 몸의 말을 내 맘대로 이해했다는 걸 밝힌다.) 

 

 

 

 

 

 

 

2. 책을 추천할 때 : 글 쓰는 사람은 최소한 한 가지의 책임이 따른다. 자기의 글에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책임이란 글을 쓸 때 ‘거짓’이 아닌 ‘사실’을 써야 하는 책임을 말한다. 그러니까 거짓으로 글을 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내가 어떤 책을 추천하는 글을 쓸 때가 있는데 이런 때에도 그런 책임이 마땅히 따른다.

 

 

‘페크 님이 추천하는 책을 읽었는데 읽기 지루했다. 앞으론 페크 님이 어떤 책을 추천하는 글을 신뢰하지 않겠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로선 신뢰가 떨어지는 글을 쓴 셈이니 주의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책을 추천할 땐 신중해진다.

 

 

 

 

 

 

 

3. 소설을 쓰고 싶다면 : 책을 읽다가 다른 사람들에게도 읽히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글을 만날 때가 있다.

 

 

예를 들면 다음의 글.

 

 

소설을 쓰고 싶어하는 후배들에게 가끔 주제넘은 충고를 한다. 나 자신은 소설을 단 한 줄도 써본 바 없으면서 말이다. “인물의 내면을 말로 설명하겠다는 생각을 접어라. 굳이 말해야 한다면, 아름답게 말하려 하지 말고 정확하게 말해라. 아름답게 쓰려는 욕망은 중언부언을 낳는다. 중언부언의 진실은 하나다. 자신이 쓰고자 하는 것을 장악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 장악한 것을 향해 최단거리로 가라. 특히 내면에 대해서라면, 문장을 만들지 말고 상황을 만들어라.” 그러고는 덧붙인다. “카버를 읽어라.”

- 신형철 저, <느낌의 공동체>, 287쪽.

 

 

 

 

 

 

 

 

 

 

 

 

 

 

 

 

 

 

 

 

 

아름답게 말하려 하지 말고 정확하게 말해라.

 

 

아름답게 말하지 못하는 것은 나의 약점이라서 맘에 드는 말이다.

 

 

장악한 것을 향해 최단거리로 가라.

 

 

묘사에 약한 것도 나의 약점인데 (장황하게 묘사하지 말고) 최단거리로 가라는 것도 맘에 드는 말이네. 

 

 

카버를 읽어라.

 

 

카버의 작품을 읽어서 배우라는 말이다. 주목할 만한 카버의 작품이 <대성당>이다. 이것이 신형철 문학평론가가 추천하고 김연수 작가가 옮긴 책이라고 하니 신뢰가 팍팍 가네. 내용이 궁금해진다. 궁금한 것은 못 참을 듯. 그러니 앞으로 읽게 되겠지.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9권. '헤밍웨이 이후 가장 영향력 있는 소설가', '리얼리즘의 대가', '미국의 체호프' 등으로 불리며 미국 현대문학의 대표작가로 꼽히는 레이먼드 카버. (…) 그러나 카버의 진면목은 무엇보다 단편소설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그런 까닭에 전 세계 많은 젊은 소설가들이 좋아하는 작가로 주저 없이 '레이먼드 카버'를 꼽는다.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역시 카버의 팬을 자처하며, 그의 소설을 직접 번역해 일본에 소개하기도 했다. (…) <대성당>은 단편작가로서 절정기에 올라 있던 레이먼드 카버의 문학적 성과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그의 대표작이다.

- (알라딘, 책소개)에서.

 

 

 

 

 

 

4. 헛꿈이라도 꾸기 : 소설을 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다. 내 주위에도 많이 있다. 나도 한때 소설을 쓰고 싶어 했다. 그때가 삼십 대 초반이었다. 내가 본받고 싶은 단편 소설을 하나 정해서 그 작품을 일곱 번이나 읽어 봤다. 여러 번 읽으면 소설을 쓸 수 있는 줄 알았다.

 

 

지금은?

 

 

지금은 그렇지 않다. 소설가들은 특이한 집단의 사람들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소설 쓰기는 나 같은 부류의 사람들이 넘볼만한 일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나에 대해서 진작 알았다면 그런 실수를 또는 착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 실수는 내 정신에 영양분을 공급했다. 소설을 쓸 수 있으리라는 착각 때문에 소설을 많이 읽었고 그래서 문학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게 되었으니까. 그래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 도움이 되었으니까.

 

 

그래서 이런 결론을 내린다.

 

 

‘헛꿈이라도 꾸기. 무슨 꿈이든 그 꿈을 위해 노력하며 사는 게 그렇지 않은 것보다 좋다.’

 

 

 

 

 

 

 

5. 꿈을 가진다면 : 이미 읽은 책을 펼쳐 밑줄 그어져 있는 부분만 골라서 다시 읽는 것은 내 취미다. 다시 읽으며 그 뜻을 음미하길 즐긴다. (나는 책을 읽을 때 좋은 글에 밑줄을 긋는 버릇이 있다.)

 

 

난 말야, 아주 행복하다네. 이것 봐. 내 시 교정지일세. 알아두게. 다른 사람들은 (이곳에서) 불편에 괴로워할지 몰라도 난 아랑곳하지 않네. 꿈을 가지고 살면서 시간과 공간의 지배자가 되기만 한다면, 생활 환경이 무슨 대수겠는가.

- 서머싯 몸 저, <인간의 굴레에서 2>, 169~170쪽.

 

 

꿈을 갖고 시간과 공간에 개의치 않고 살면 불행한 시간들을 견딜 수 있다는 것.

 

 

인생에서 재미있는 것 한 가지는 최고만 고집하다 보면 대개 최고를 얻게 된다는 것이다.(윌리엄 서머싯 몸)

- 도러시아 브랜디 저, <작가 수업>, 37쪽.

 

 

얼마나 집중하느냐가 관건이라는 것. 자신의 생각대로 인생이 만들어진다는 것.

 

 

 

 

 

 

 

 

 

 

 

 

 

 

 

 

 

 

 

 

 

 

 

 

 

6. 당신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무엇? : “당신이 하고 싶은 일과 잘할 수 있는 일이 일치하지 않을 때 당신은 어느 쪽을 위해 노력하며 살겠는가?”

 

 

..........

A : 당신은 무엇을 하고 싶습니까?

B : 칼럼을 쓰고 싶습니다. 특히 인간 심리에 대한 칼럼을 쓰고 싶어요.

A : 그런데 당신은 요즘 무엇을 쓰고 있습니까?

B : 단상을 쓰고 있습니다.

A : 그렇다면 당신은 미래에 무엇을 쓰게 될지 저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B : 뭐라고요? 내가 미래에 무엇을 쓸지 나도 모르는데, 당신은 안다고요?

A : 예, 알지요. 당신은 미래에 단상을 쓰게 될 것입니다. 현재 당신이 하고 있는 일이 당신의 미래를 말해 주기 때문입니다.

B : 으음... 일리 있는 말이네요. 하지만 백 퍼센트 믿을 순 없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을 테니까요.

A : 당신이 단상을 쓰고 있다는 건 그쪽에 당신의 취향이 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앞으로 당신의 글쓰기 능력도 취향이 있는 쪽으로 발달하게 될 겁니다.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B : 당신의 말이 맞는다면 난 미래에도 단상이나 쓰고 있겠군요.

..........

 

 

 

참고로, 단상의 뜻은 (네이버 사전으로) ‘생각나는 대로의 단편적인 생각’이다. 생각나는 대로 쓰는 것이니 완결된 구성법으로 쓰지 않아도 되어 누구나 쓸 수 있는 글이 단상이다. 칼럼에 비해 얼마나 쉽게 쓸 수 있는 글인가. 잘 쓰기가 어려운 게 문제이긴 하지만.

 

 

앞의 질문을 다시 한다.

 

 

“당신이 하고 싶은 일과 잘할 수 있는 일이 일치하지 않을 때 당신은 어느 쪽을 위해 노력하며 살겠는가?” 

 

 

내 대답.

 

 

“저는 쉽게 할 수 있는 일을 먼저 하게 되더군요. 어려운 일은 나중으로 빼지요. 칼럼을 쓰고 싶지만 어려워서 단상을 쓰고 있듯이 말입니다.”

 

 

 

 

 

 

 

7. 똑같은 건 있을 수 없다 : 자신이 경험하는 상황이 남과 똑같을 수 없고 자신이 경험하는 감정이 남과 똑같을 수 없다. 그래서 작가들은 같은 소재와 같은 주제로도 얼마든지 명작을 탄생시킬 수 있는 것이겠다.

 

 

아그네스 뮤어 매켄지(1891~1955, 스코틀랜드 작가)는 『문학의 과정』에서 이렇게 말한다.

“그대의 사랑과 나의 사랑, 그대의 분노와 나의 분노는 똑같은 이름으로 불린다는 점에서 서로 매우 비슷하다. 하지만 우리의 경험과 이 세상 어느 두 사람의 경험에 비추어볼 때 그 둘은 완전히 똑같을 수 없다.”

이 말이 그야말로 진실이 아니라면 예술은 토대도 기회도 없을 것이다.

- 도러시아 브랜디 저, <작가 수업>, 145쪽. 

 

 

글을 쓸 때 중요한 건 소재나 주제가 아니다. ‘다른 사람의 눈’이 아닌 ‘자기만의 눈’으로 보고 느낀 것을 쓰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만 개성 있고 독창성 있는 작품이 나올 수 있다. 어찌 보면 똑같은 감정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은 글을 쓰는 사람에겐 축복이다. 남들이 이미 썼던 소재나 주제로도 얼마든지 자기 방식으로 새롭게 쓸 수 있으니까.

 

 

 

 

 

 

 

8. 작가가 되고 싶은가 글을 쓰고 싶은가 : 작가가 되고 싶다는 것과 글을 쓰고 싶다는 것은 다르다. 작가가 되고 싶다는 건 작가라는 직업을 갖고 싶다는 것이고, 글을 쓰고 싶다는 것은 직업과 상관없이 단지 글을 쓰고 싶다는 것이다. 가수가 되고 싶은 것과 노래를 부르고 싶은 것이 다르듯이 그 둘은 다르다.

 

 

예술가는 비평가에게 귀를 기울일 시간이 없다. 작가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은 비평을 읽지만, 글을 쓰고 싶어하는 사람은 비평을 읽을 시간이 없다.(윌리엄 포크너)

- 도러시아 브랜디 저, <작가 수업>, 89쪽.

 

 

오직 글을 쓰고 싶은 사람은 자기 글에 대해 비평가가 어떻게 평가하는지에 관심이 없겠지. 작가로서의 위치가 중요한 게 아니라 쓰고 싶은 글을 쓰는 게 중요할 테니까. 그러므로 비평을 읽을 시간이 없겠지. 비평을 읽을 시간에 차라리 글을 쓰고 있을 테니까.

 

 

예전에도 쓴 적이 있는데 나는 작가라는 직업을 갖는 건 싫다. 고정 수입이 있는 직업을 따로 갖고 살면서 취미처럼 글을 쓰는 게 좋다. 그래야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있고 즐길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물론 글을 잘 쓸 자신이 없으니까 이런 생각을 하는 거겠지만.)

 

 

 

 

 

 

 

9. 감탄하는 것에 대하여 : 요즘 매일 해 질 무렵에 한 시간 가량 걷는다. 어제도 걸었다. 어머니에게 내가 만든 두부조림을 갖다 주기 위해 친정에 가느라 걸었고, 집에 돌아올 땐 어머니가 만든 장조림을 가지고 걸었다. 걸으면서 춥지도 덥지도 않은 딱 알맞은 날씨가 얼마나 아름다운지에 감탄했다. 걸으면서 나무들의 푸름이 얼마나 아름다운지에 감탄했다.

 

 

어느 책에서 읽었다. 감탄을 잘하는 건 예술가 기질이 있기 때문이라고. 내게 예술가 기질 같은 건 전혀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있다는 것인가. 으음... 그래서 내가 예술을 사랑하고 글을 쓰며 사는 것인가.

 

 

 

 

 

 

 

10. 또 여름이 왔다 : 날씨가 더워졌다. 여름은 또 이렇게 시작되려나 보다. 같은 여름이라고 해도 매년 다르다. 유난히 더 더운 여름이 있고 덜 더운 여름이 있다. 사람에 따라서도 더위를 느끼는 정도가 다를 것이다. 요즘 날씨에 대해서도 다르겠지. 시원한 수영장에 들어가고 싶을 정도로 많이 덥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 정도로 더운 것은 아니고 시원한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을 정도로 조금 덥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또 이 정도의 날씨가 뭐가 더운가 하고 말할 사람도 있을 듯.

 

 

사람에 따라 각자 다르게 느끼는 게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그래서 요런 후진 단상의 글도 좋게 봐 주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겠지, 하고 기대할 수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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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4-06-07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1번의 인용문이 좀 서글프군요. 하지만 현실일 거여요.
그래도 써야하는 사람이 소설가겠죠.
신형철의 말은 정말 음미해 볼만한 말이로군요.
저는 갈수록 소설은 안 읽게되요.
할 수만 있으면 소설은 쓰고 싶은데 말이죠.
재미없으면 소설을 안 읽으니까 소설가는 어쩌면 원맨쇼하는 거랑
비슷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요.
언니가 저리 써 놓으시니 커버를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읽고 싶은 책은 많은데 많이 읽을 수 없음이 늘 안타깝군요.ㅠㅠ

페크pek0501 2014-06-07 19:07   좋아요 0 | URL
오늘 얼마나 더운지, 밖에 나가 깜짝 놀랐어요.
집에 있을 땐 모르겠더니... 집 오자마자 세수부터 했네요.
화장을 하면 더 더운 것 같아요. 그렇다고 썬크림을 안 바를 수도 없고...
들어오면서 강냉이와 아이스크림 사 가지고 왔어요. 요런 걸 먹어 줘야 더위를 잊을 수 있겠다 싶어서요.

카버의 작품은 저도 사 볼 생각이에요. 문장이 얼마나 훌륭하면 그런가 싶어서요.
저도 소설보다 에세이를 많이 읽게 되는 것 같아요. 책을 살 때 보면 에세이 류가 월등히 많아요.

저도 읽고 싶은 책은 많은데 인생은 짧아서 안타깝죠. 하루는 또 얼마나 짧은가요...

아, 무플일 뻔했는데 님이 구해주셨어요. 감사합니당 ... ^^

마녀고양이 2014-06-11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 글이 단락단락 참으로 좋아요.
하나씩 음미하면서 읽었네요. 서머셋 몸의 인용구가 참으로 와닿아요, 꿈이 있고 시간과 공간의 지배자가 된다라는... 그리고 현재의 커피 한모금을 음미하는 것으로 지금-여기를 산다는 것도...

여름이 정말 빨리 다가와요.
그냥 멍한 시간이 좋아요, 코 끝에 공기가 흐르는 시간이예요.

페크pek0501 2014-06-13 09:54   좋아요 0 | URL
오랜만에 놀러오셨네요. 반가운 마고 님.
진행 중인 일은 잘 되고 있겠지요? 제가 그 일을 빨리 끝내기를 바란다는 걸 알아 주세요. 그래야 님을 많이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ㅋ

시간과 공간의 지배자가 되기만 하면 볼품 없는 집에 살면서도 멋진 저택에서 살 수가 있겠지요. 그러려면 육체는 땅을 밟았으되 정신은 다른 곳을 지향해야 되겠죠. 바로 꿈을 향한 정신이 필요한 거죠.

이번 여름... 더운 게 싫어서 저는 벌써 늦여름을 기다려요. 8월 중순이 지난 여름을요. 저는 8월 중순부터 9월 중순까지가 좋아요.
바빠도 충분한 휴식을 가지고 사시길... 또 봐요.^^

노이에자이트 2014-06-11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을 읽는 사람이 무슨 뜻인지 쉽게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쓰기 위해서도 상당한 훈련이 필요하죠.그 다음 중요한 건 역시 단락을 구성하는 문장들 간의 일관성입니다.이 단계로 정착하기가 참 어렵죠.하나의 문장을 명료하게 쓰는 것보다 더 높은 훈련이 필요하니까요.저도 이게 잘 안 돼서 고민입니다.

페크pek0501 2014-06-13 09:57   좋아요 0 | URL
반가운 님!
저는 초심의 마음으로 요즘 글쓰기에 대한 책을 읽고 있어요.
글쓰기란 항상 어렵죠.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만족하기보단 자신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싶을 거예요.
노력과 훈련이 답인 듯해요. 우리 노력하면서도 즐기자고요.
저는 배워 가는 게 재밌어요.

노이에자이트 2014-06-13 14:07   좋아요 0 | URL
새로운 것이 싫다면 마음이 늙은 것이고, 그 반대로 늘 배우는 것을 즐기면 마음이 젊은 증거랍니다.결론--- 페크 님은 마음이 젊은 상태!

페크pek0501 2014-06-14 14:39   좋아요 0 | URL
하하하~~~ 님의 말씀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답니다.
새로운 것이 싫다면 마음이 늙은 것이고, 그 반대로 늘 배우는 것을 즐기면 마음이 젊은 증거랍니다, 라는 말씀은 맞고요... 하지만 제 마음이 젊은 상태라는 건 반은 맞고 반은 틀려요. 문학이나 예술을 배워가는 것은 좋아하지만 기계를 다루는 방법을 배우는 건 좋아하지 않아요. 예를 들면 스마트폰 사용이나 자동차 운전 같은 거요. 이런 건 더 새로운 게 나와 뭘 배워야 한다면 저는 도망가고 싶을 거예요. 흐흐~~

노이에자이트 2014-06-16 00:10   좋아요 0 | URL
음...그런 분야에 취약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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