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톤 체호프, 「체호프 희곡 전집」
당신의 인생은 멋지다는 니나(여자)의 말에 트리고린(남자)은 소설가로서 느끼는 고충을 다음과 같이 토로한다.
니나 : 당신의 인생은 멋져요!
트리고린 : 대체 뭐가 멋지다는 겁니까? (시계를 본다) 이제 그만 가서 글을 써야 합니다. 미안해요. 시간이 없어서……. (웃는다) 말하자면 당신은 가장 아픈 곳을 찌른 겁니다. 그래서 난 동요하고 얼마간 화가 나기 시작한 거요. 나의 멋지고 산뜻한 인생에 대해 이야기해봅시다……. 자, 어디서부터 시작할까요? (잠시 생각하고 나서) 사람이 밤이고 낮이고 간에 생각하면, 예컨대 달에 대해 생각하면 강제된 표상이 생겨나게 됩니다. 내게도 나름의 그런 달이 있어요. 하나의 성가신 생각, 즉 나는 써야 한다, 써야 한다, 써야 한다는 생각이 밤낮으로 나를 괴롭힙니다……. 중편소설 하나를 끝내자마자 무슨 일인지 벌써 다른 중편소설을 써야 하고, 그다음엔 세 번째, 그 후엔 네 번째 중편을……. 역마차를 타고 가는 것처럼 끝도 없이 쓰는 겁니다. 다른 방도는 없어요. 대체 여기에 무슨 멋지고 산뜻한 게 있다는 건지, 묻고 싶군요. 오, 얼마나 소름끼치는 인생입니까! 당신과 함께 있어서 흥분하고 있지만, 나는 매 순간 끝내지 못한 소설이 있다는 걸 떠올리고 있습니다. 저기 피아노를 닮은 구름을 보면서 생각합니다. 피아노를 닮은 구름이 흘러가고 있었다는 걸 소설 어디선가 써먹어야지, 하고 말이오. (중략) 작품을 마치고 나면 극장에 가거나 낚시하러 달려갑니다. 거기서 쉬면서 잊어버렸으면 하는 거죠. 그런데, 아닙니다. 머릿속에 이미 묵직한 철제 포탄이 굴러다니는 겁니다. 새로운 주제가 떠올라서 나를 책상으로 잡아당기고, 그러면 서둘러서 다시 쓰고 써야 합니다. 그런 식으로 언제나 늘 자신으로부터 편안하지 못한 거예요. 그래서 나는 자신의 인생을 파먹고 있다는 걸 느끼고, 어딘가 있는 누군가에게 줄 꿀을 얻으려고 가장 좋은 꽃에서 꽃가루를 모으고, 꽃잎을 따고, 꽃의 뿌리를 짓밟고 있다는 걸 느낍니다. 정말로 미친 게 아닌가요?
- 안톤 체호프, 「체호프 희곡 전집」, 426~427쪽.
위의 글을 읽노라면 체호프 자신이 작가로서 겪은 고충을 듣는 것 같다. “나는 써야 한다, 써야 한다, 써야 한다는 생각이 밤낮으로 나를 괴롭힙니다…….” 이처럼 소설가 트리고린은 써야 한다는 생각이 자신을 괴롭힌다고 말하지만 심심하지 않으니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건 얼마나 좋은 일인가. 퇴직할 나이가 따로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니 소설가라는 직업은 얼마나 좋은가.
“저기 피아노를 닮은 구름을 보면서 생각합니다. 피아노를 닮은 구름이 흘러가고 있었다는 걸 소설 어디선가 써먹어야지, 하고 말이오.” 이 점이 나는 좋다고 생각하는데.... 책을 읽는 재미 중 하나가 내가 글을 쓸 때 써먹어야지, 하는 것들을 책에서 발견하는 일이다. 만약 내가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면 지금만큼 독서에 빠져 살지는 않았을 것이다. 내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독서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키우고 싶다면 글을 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나의 경우 글쓰기 취미가 있어서 다음과 같은 이점이 있다.
- 지루할 틈이 없고 노년이 되어도 소일거리가 있으며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
- 혼자서도 즐거움을 누릴 수 있기 때문에 누군가에 대한 기대치가 높지 않아 가족 간, 친구 간 불화가 생길 여지가 크지 않다.
- 책을 유독 좋아하다 보니 다른 것들 이를테면 명품백이나 고급 자동차 같은 것에 별 관심이 없어 무엇을 가지지 못했다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단점이 있다면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으니 허리 디스크나 소화 불량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스트레칭과 걷기 운동을 한다.

공연 전에 2층 객석에서 찍은 사진이다.
예술의 전당에 무용 공연을 보러 갔다. 희곡과 공연과 가까워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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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성 산불이 빨리 진화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