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3월 18일) 오전에 찍은 사진이다. 뒷산에 눈이 하얗게 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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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날이 있다. 잠에서 깬 새벽에 조용한 가운데 어떤 소리가 들려온다. 무슨 소리인지 궁금해서 귀 기울여 들어 봐도 모르겠다. 혹시 비가 오는가 싶어 안방 창문을 통해 밖을 보니 베란다 창문에 물방울이 맺혀 있다. 짐작한 대로 빗소리였다. 중학교 때의 선생님이 떠오른다. 그 당시 사람들 대부분이 눈이 내리는 것을 좋아한다고 여기던 터라 비 내리는 것을 좋아한다는 선생님의 말씀이 신선하게 내 시선에 붙들렸다. 이제는 비가 내리는 것을 나도 좋아한다.
어젯밤엔 눈이 왔나 보다. 뒷산에 눈이 쌓였다. 봄기운이 느껴지기도 했던 이 3월에 눈이 오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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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책이 있다. 읽고 싶은 책이라 구매해 놓고선 다른 책을 읽느라 그것을 완독할 시간 여유가 없어서 새 것으로 갖고 있는 책을 말함이다. 그런 책이 집에 많은데 당장 완독할 수 없는 책은 새 책으로 남겨 두고 싶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나는 독서광이 아니라 책광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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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 화면에 개가 나오면 즐겨 본다. 하는 짓이 귀엽다. 그러나 만약 내가 키운다면 개보다는 고양이다. 개는 주인에게 충직하고 사랑받기를 절실히 바라는 것 같아 부담스럽다. 개의 충직에 내가 보답할 수 없을 것 같기도 하고 때론 귀찮을 것 같기도 해서다. 새침하고 도도해 보이는 고양이라면 부담 없이 키울 수 있을 것 같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집착이 강한 사람은 부담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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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며 관세 전쟁을 이어가는 것을 보며 내 생각은 ‘저러다 미국이 망하지’였다. 요즘 신문 기사를 통해 트럼프의 관세 정책에 대해 보복하려는 나라가 생기는 걸 보고 통쾌감을 느꼈고 내 예측이 맞을 것 같았다.
유럽연합(EU)은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관세에 대한 보복으로 내달부터 위스키 등 미국산 제품에 최고 5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프랑스와 다른 EU 국가에서 나온 모든 와인, 샴페인, 알코올 제품에 20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재반격했다.(연합뉴스, 2025년 3월 15일)
나는 유럽연합이 똘똘 뭉쳐 미국과 무역 전쟁을 벌였으면 한다.(이미 전쟁이 시작되었는지 모른다.) 아니 전 세계가 똘똘 뭉쳐 미국을 왕따를 시키길 바란다.
자국 우선주의 정책으로 인해 미국이 언젠가는 큰 코를 다치리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타자를 배려하지 않고 공공 의식이 없는 이기주의는 패배하게 되어 있는 것이 세상 이치라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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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에게서 암 선고를 받는 환자가 있다고 하자. 환자의 입장에서는 그 선고가 청천벽력과도 같을 텐데 의사는 태연스러운 태도를 보인다. 의사가 그럴 수가 있나 하고 생각한 분이 있다면 아래의 기사 내용을 읽어 두자.
「공감 못하는 의사가 과연 바람직한지 의문이 들 수도 있겠지만, 의사들이 주사기나 메스를 들 때마다 마치 자신이 찔리는 것 같은 고통을 경험한다면 그 또한 문제일 것이다. 대신 의사들은 자기 조절이나, 주의와 집중이 필요할 때 활성화되는 뇌 영역이 반응했다. 연구진은 "의사들은 공감을 의도적으로 줄여 환자의 고통을 그대로 느끼는 대신 이들을 어떻게 치료할지 인지적으로 생각하는 훈련이 돼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동아일보, 2025년 3월 8일)
이 기사에 따르면 좋은 마음도 과하면 독이 된다. 의사는 냉정함을 잃지 않는 게 필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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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신문 기사를 읽었다. ‘김경인 경관디자인 공유 대표’를 인터뷰한 것인데 실버타운에 절대 가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이 기사에 따르면 건강하고 자립적인 노후를 위해서는 살던 곳에서 사는 게 최선이라는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불편해지는 집을 노년의 삶에 맞게 수리하고 지역사회와 함께 살아가는 게 실버타운에 사는 것보다 낫단다.
다음은 인터뷰 내용 중 하나.
―실버타운은 반대하신다고요.
"지금과 같은 모습의 실버타운이라면 반대합니다. 그곳이 노인 격리시설로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유명 실버타운에 가보면 보안 시스템이 몇겹으로 되어있고 ‘어떻게 오셨느냐’고 묻지요. 고령자 입장에서 보호라기보다 격리되는 느낌이었어요. 가뜩이나 외로운 노인들을 으리으리한 건물에 격리시켜서 더 외롭게 만드는 거죠."(동아일보, 2025년 3월 8일)
김경인, 「나이들어 어디서 살 것인가」
이 책을 읽으면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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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적인 소설을 전자책으로 읽었다. 모파상이 쓴 ‘후회’라는 단편이다. 결혼하지 않고 살아 온 62세인 남자 싸발 씨의 이야기다. 그는 과거를 회상하다가 자신이 사랑했던 여자를 떠올렸다. 그녀는 그의 옛 친구인 쌍드르의 아내였다. 「아, 그녀를 조금 더 일찍 만났더라면! 그러나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 그에게 기회라는 것은 이미 존재하지 않았다. 그녀는 이미 결혼한 여자였던 것이다. 그렇지 않았던들 그는 틀림없이 그녀에게 청혼을 했을 것이다. 처음 그녀를 만난 순간부터 그의 마음속에는 그녀를 향한 변함없는 사랑의 감정이 자리 잡게 되었으니까.」(본문 중)
그는 혹시 그녀도 자기를 사랑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의혹에 사로잡혔다. 「‘이 의혹 속에 이대로 있을 수는 없다. 난 알고 싶다. 꼭 알아내야 한다.’ 그는 허겁지겁 옷을 갈아입으며 생각했다. ‘나는 지금 예순두 살이고 그녀는 58살이다. 그러니 그때의 일에 대해 그녀에게 물어본들 크게 부끄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는 집을 나섰다.」(본문 중)
그는 그녀의 집에 찾아갔다. 그녀가 그에게 물었다. 「”어쩐 일이세요. 편찮은 것 아니세요.“ 그가 대답했다. ”아니오, 부인. 그러나 나로서는 대단히 중요하고 또 내 마음을 몹시 괴롭히는 것에 대해 묻고 싶소. 솔직하게 대답해 주겠다고 약속해 주시겠소.“ 그녀가 미소를 지었다. ”난 언제나 솔직하답니다. 말씀하세요.“ ”좋소. 난 당신을 보았던 그날부터 당신을 사랑했소. 그걸 알고 있었소?“ 그녀는 옛날의 그 억양과 같은 투로 웃으면서 대답하였다. ”바보, 난 첫날부터 그걸 알고 있었는걸요.“ 싸발 씨는 떨기 시작했다. ”그걸…… 알고 있었다고요? 그럼……“ 그가 말을 맺지 못한 채 입을 다물어 버리자 이번엔 그녀가 물었다. ”그럼이라니오? 그게 무슨 말씀이죠?“」(본문 중)
「그가 더듬거리며 대답했다. ”그럼……, 어떻게 하실 생각이었소? 뭐라고…… 뭐라고……. 당신은 대답했을까요?“ (중략) 그는 덜덜 떨면서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그날 만약에…… 제가…… 제가 좀더 대담했더라면 당신은 어떻게 했었을까요?“ 그녀는 그 어떤 후회도 없다는 듯 행복한 미소를 짓더니 또렷한 목소리로 대답하였다. ”당신을 따랐겠지요.“ 그러고 나서는 발꿈치를 돌려 잼이 있는 곳으로 사라졌다. 싸발은 천재지변을 당하고 난 것처럼 깜짝 놀라 다시 길로 나왔다. 그는 비가 내리고 있었는데도 큰 걸음걸이로 자기 앞을 똑바로 걸어갔고, 자기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생각지 않고 강 쪽으로 내려갔다. 마치 본능에 떠밀려가듯이 오랫동안 걸었다. (중략) 그리고 추억이 그의 마음을 몹시 괴롭히는, 먼 옛날에 그들이 점심을 먹었던 그 장소에 있었다. 그는 벌거벗은 나무 아래에 있었다. 그리고 눈물을 흘렸다.」 여기서 소설은 끝난다.
아마도 그는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하지 않은 것에 대해 후회하며 눈물을 흘렸으리라. 소설 제목이 ’후회‘니까. 그런데 나는 그가 후회할 일인지 따져 보게 된다. 가령 친구의 아내에게 사랑을 고백해서 두 사람이 함께 살게 되었다고 가정해 보자. 친구의 아내와 사는 것이 잘한 일인가? 그녀의 남편은 어떻게 살아가란 말인가? 친구의 배신과 아내의 배신을 감당해야 하는 삶을 상상해 보라. 한 명의 인생을 최악의 구렁텅이로 밀어넣고 두 사람은 웃으며 행복하게 살 수 있을지 의문이다.
모파상이 이 소설에서 말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용기를 내어 상대편에게 사랑 고백을 하라는 것인가 아니면 누구나 인생을 뒤돌아보면 후회가 되는 일이 있기 마련이라는 것인가. 만일 용기를 내어 그가 친구의 아내에게 사랑 고백을 했다면 우리는 응원을 해야 할까 비난을 해야 할까?

모파상, 「모파상 단편선 1권」
내가 읽은 위의 전자책을 알라딘에서 찾을 수 없어 다른 모파상 책을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