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의 힘 - 지리는 어떻게 개인의 운명을, 세계사를, 세계 경제를 좌우하는가
팀 마샬 지음, 김미선 옮김 / 사이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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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에 ‘지리’를 내세우고 있지만, 책에는 지도가 거의 없다. 내 기대와 달랐다. 물론, 기대했던 내용이 전혀 없던 건 아니다. 이런 설명들이다.

 

“브라질 면적은 미국 전체에 버금가며 브라질 27개 연방주들의 면적은 28개 유럽연합 회원국들을 합친 것보다 더 넓다.”

 

“사실 세계는 아프리카의 지리에 대해 그릇된 인식을 하고 있다. 아프리카가 얼마나 큰 대륙인지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 실제로 아프리카는 일반적인 지도에 그려진 것보다 훨씬 길다. 실제 아프리카는 미국보다 3배 더 크다. 해안 평야 지역만 해도 미국에 버금가는 크기다. 표준 메르카토르 지도를 보자. 그린란드가 아프리카와 같은 크기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아프리카는 그린란드보다 14배 더 크다. 미국, 그린란드, 인도, 중국, 스페인, 프랑스, 독일, 그리고 영국까지 다 합쳐도 아프리카 대륙에 모두 집어넣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덤으로 동유럽 대부분을 집어넣을 만큼의 공간도 남는다. 우리는 아프리카가 거대한 대륙이라는 것을 알지만 정작 지도상에서는 아프리카가 얼마나 큰지 제대로 알 수 없다.”

 

“유럽에 유독 많은 민족 국가들이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유럽 전체를 놓고 볼 때 눈에 띄게 많은 산맥과 강, 계곡들을 보면 이내 이해 간다. 유럽은 기본적으로 천 년 이상 시간을 두고 천천히 성장해온 데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지리적, 언어적으로 분리돼 있다. 베오그라드에서 다뉴브 강으로 흘러 들어가는 사바 강을 제외하면 유럽의 주요 강들은 서로 만나지 않아 교류할 수 없었다. 왜 유럽에 상대적으로 소규모 국가들이 많은지 이를 보면 이해된다. 대다수 강이 연결되어 있지 않은 탓에 어떤 면에선 이 하천들이 천연 국경 역할을 했다. 그리고 저마다 권리에 따라 경제적 영향권을 형성했다. 이런 양상은 각 하천 유역마다 적어도 하나의 주요 도시를 발전시켰다. 그리고 여기서 성장한 일부 도시가 수도들이 되었다. 다뉴브 지역의 지리, 특히 최남단 지리를 보면 북유럽평원의 큰 나라들에 비해 왜 유독 이 지역에 상대적으로 작은 나라들이 많은지 수긍 간다. 무려 18개 나라에 영향을 주는 다뉴브 연안은 그 자체로 천연 국경을 형성한다.”

 

“엄청난 인구를 보유한 중국과 인도 두 대국은 상당히 긴 국경을 마주하고 있음에도 정작 정치나 문화는 공통점이 많지 않다. 두 나라는 부딪힌 적도 거의 없다. 왜 그럴까? 그 이유는 바로 지구 위에서 가장 높은 산이 두 나라 사이에 자리 잡고 있다는 데 있다.”

 

 

사실, 책에서 저자는 지정학(geopolitics)을 다룬다고 말한다. 지정학은 지리적 요인들을 통해 국제적 ‘현안’을 이해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중국과 인도의 지리적 현안을 보면, “티베트 고원의 중요성은 8개 나라와 국경을 접하고 있고, 그래서 중국 심장부의 완충지 역할을 하고 있어서만이 아니다. 다량의 원유가 매장돼 있을 뿐 아니라 중국 핵무기 실험장도 이곳에 있다. 게다가 인도가 티베트 고원의 통제권을 얻으면 중국 심장부로 밀고 들어갈 수 있는 전초 기지를 확보하는 셈이 되는데 이는 곧 중국의 주요 강인 황허, 양쯔, 그리고 메콩 강의 수원이 있는 티베트 통제권을 얻는 거나 다름없다. 티베트를 '중국의 급수탑'이라고 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영국과 프랑스의 사이크스-피코 비밀 협정 이전 중동에는 시리아 국가나 레바논, 요르단,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는 물론 팔레스타인도 따로 없었다. 고대 이곳은 아시리아, 바빌로니아, 수메르라는 이름으로 알려졌다. 페르시아도 그곳을 통치하면서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했던 것과 같은 방식으로 나눴으며, 후일 우마이야 왕조도 비슷한 방식을 따랐다. 투르크인들은 이런 상황에 따라 이라크 지역을 모술, 바그다드, 바스라라는 세 개의 행정 구역으로 나누어 다스렸다. 그런데 사이크스-피코 밀약에서 그은 선의 북쪽은 프랑스 통치하에, 남쪽은 영국 지배 밑에 두기로 했다. 영국인들은 같은 지역을 보면서 원래 분할돼 있던 세 곳을 자기들 멋대로 하나로 합쳐 버렸다. 이는 어디까지나 기독교도들이 삼위일체를 통해서나 풀 수 있는 논리적 불가능성이지, 이라크에서는 ‘거룩하지 않은 난장판’으로 귀결됐을 뿐이다.”

 

 

이 책에는 지리학이나 지정학과 상관없는 내용이 훨씬 많다. 아마 저자가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의 터키 특파원과 BBC 기자로도 일하는 등 25년 이상 30개 이상의 분쟁 지역을 직접 현장에서 취재하면서 국제 문제 전문 저널리스트로 활동하여, 자신 전문분야에 대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던 듯 싶다.

 

 

“미국은 인간 본연의 뿌리 깊은 타인에 대한 역사적 공포를 투표를 통해 이겨낼 수 있다고 믿었다. 미국은 사람들이 하나로 통합되고 싶어 한다고 전제했다. 사실 많은 이들이 그럴 엄두를 내지 못하거나 경험적으로 떨어져 사는 것을 더 선호하는데도 말이다. 이는 인류의 슬픈 현실이지만 시기와 장소를 막론하고 역사에서 자주 드러났던 불행한 진실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제 미국은 “무장 이슬람주의자들과 수십 년이 걸릴지도 모를 싸움에 착수한 아랍 국가들에 대해서 제퍼슨식 민주주의의 발현을 장려하려던 낙관적 기대는 접은 것처럼 보인다. 단지 미군 병사들이 사막에 발을 들이는 일이 없기만을 간절히 바라면서 상황을 관리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30년 동안 미국의 쇠락이 임박했거나 진행 중이라는 예측이 유행해 왔다. 그러나 과거에도 그랬듯 현재도 이 예측은 빗나가고 있다. 지구 위에서 가장 성공을 거둔 이 나라는 이제 에너지 자급자족마저 이룰 참이다. 여전히 탁월한 경제 대국으로 남아 있으며, 나머지 나토 국가들의 방위비를 합친 것보다 훨씬 많은 액수를 국방력 증강과 발전에 투입하고 있다. 게다가 미국의 인구는 유럽이나 일본처럼 고령화하지 않았다. 2013년 갤럽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 25%가 이민을 할 경우 가장 가고 싶은 나라로 미국을 꼽았다. 같은 해, 상하이 대학은 전문가들이 뽑은 세계 최고의 대학 20개를 발표했는데 그 가운데 17개 대학이 미국에 있다. 프로이센의 비스마르크는 1세기도 훨씬 전에 이중의 의미가 담긴 다음과 같은 말을 한 적이 있다. ‘신은 바보들과 주정뱅이들, 그리고 미국에 특별한 섭리를 베푸신다.’ 이 말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해 보인다.”

 

 

책 내용 중 우리나라 이야기에 눈길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좋은 소식은 아니다.

 

 

“사실 전 세계 지도자들로서는 공공연히 북한 정권이 붕괴하는 날을 대비하자고 떠들다가 정말로 그날이 앞당겨져도 큰일이다. 그날에 대해 준비조차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한 지금의 상태에서는 일단은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이 최선이다. 현재는 이도 저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이념은 스쳐 지나가도 지리적 요소는 오랜 세월이 흘러도 그대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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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7-04-17 16: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을 읽기 전 일단 세계지리와 기후에 대한 배경지식이 있어야겠네요^^: 고등학교 때 「사회과부도」가 아쉬워집니다^^:

북다이제스터 2017-04-17 16:58   좋아요 1 | URL
저도 <사회과부도>를 보며, 두근거리며 상상의 나래를 펴던 시절이 떠오릅니다.^^
그 느낌에 여전히 ‘지리‘ 관련 책을 챙겨보려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중에 지리 책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ㅠ
 















중국 나시족 '동파문자'



신장위그루자치구는 고대 중국인이 ‘서역’이라 부르던 곳을 1759년 청나라 건륭제가 정복하여 중국 영토로 편입하면서 붙인 이름이다. 위그르족은 투르크(돌궐)계 이슬람교도다. 이후 1933년과 1944년 위그루족이 ‘동투르키스탄’의 독립을 선포하기도 했다. 하지만 1949년 중국이 우루무치를 점령하면서 이곳은 다시 중국의 한 성이 되었다.

닝샤후이족자치구는 중국 이슬람교도 후이족(回族) 인구의 5분의 1이 이곳에 거주하고 있다. 닝샤에 이슬람교가 전파된 것은 아랍제국 사람들이 당나라 안사의 난을 평정하는데 도움을 준 후, 닝샤에 자리를 잡으면서 후이족 선조가 되었다. 닝샤는 춘추전국시대 전까지만 하더라도 서융 또는 북적이라 불리는 민족들의 활동무대였다. 송대에는 서하에 귀속되었다. 서하는 탕구트족이 1038년 세웠다. 서하는 중국 서북 지역을 통치하다가 1227년 칭기즈 칸에 의해서 멸망했다.

중국 소수민족 이족(彝族)에게는 꾸냥팡이란 풍습이 있다. 딸이 만 16세가 되면 부모는 딸을 위해 작은 초가집을 지어주고 거기서 혼자 기거하게 하는데, 만 20세가 되는 젊은이는 자기가 마음에 둔 아가씨의 집에 들어가 사랑을 나눌 수 있다. 일단 두 사람이 마음에 들면 부모 동의를 받아 결혼할 수 있는데, 쌍방 부모는 자녀들의 선택에 간섭하지 않는다.

좡족(壯族)은 중국 최대의 소수민족으로 결혼 전 자유연애를 즐기며, 결혼 후에도 신부는 친정에 머물다가 명절이나 농번기에만 남편 집에 잠깐 들린다. 그러다 임신한 후 시댁에 들어가 산다.

윈난성에 주로 사는 나시족은 조상, 귀신 등을 숭배하는 다신교의 원시 무속 신앙인 동파교를 믿는다. 그들은 동파교의 방대한 경전인 동파경을 기록하기 위해 동파문자를 만들었다. 동파문자는 현존하는 세계 유일 상형문자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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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11-01 1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파육은 아는데, 동파문자는 처음 봅니다. 이 문자 모르는 사람들은 어린이들이 그린 낙서인 줄 알겠어요. ㅎㅎㅎ

AgalmA 2016-11-01 18:24   좋아요 0 | URL
저도 동파육 생각했음요 ㅎㅎ

북다이제스터 2016-11-01 18:27   좋아요 1 | URL
아, 땡기네요, 동파육ㅋㅋ
오늘 저녁은 동파육이나 먹어야겠어요. ㅎㅎ

cyrus 2016-11-01 18:27   좋아요 2 | URL
우리 모두 다함께 아재 개그를 즐겨요. 우울하고, 짜증나는 것들이 있어도 소소하게나마 웃으면서 살아가요. ㅎㅎㅎ
 
왜 지금 지리학인가 - 수퍼바이러스의 확산, 거대 유럽의 위기, IS의 출현까지 혼돈의 세계정세를 꿰뚫는 공간적 사유의 힘
하름 데 블레이 지음, 유나영 옮김 / 사회평론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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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손으로만 선 그으면 이렇게 반듯하지 않을 것 같다. 아프리카 많은 국경선은 곧은 삼각자가 꼭 필요하다. 1884년 베를린 회담에서 유럽 식민지 열강은 아프리카 분할을 매듭짓기 위해 아프리카 국경을 인위적으로 확정했다. 지역과 환경, 종족 등 모든 특성을 무시한 반듯한 직선이었다. 그렇다면 아프리카 거의 모든 국가에 분쟁을 잉태한 선 긋기인데, 내란 관련 뉴스는 매번 특정 국가에 한정되어 들려 왔다. 이유가 무엇일지 궁금했다.

 

 

유럽 제국주의자들은 "서아프리카 기니에서 동아프리카 케냐까지 대륙을 가로질러 선을 그을 때 종교적 구분선에 특히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국경과 상관없는 '이슬람 전선'은 국가 통합을 위협하고 테러리스트와 반군 행동을 부추기는 분쟁 지대가 되어 수백만 인명을 희생시켰다." 이슬람 전선에 가장 큰 희생자는 수단이었다. "기독교와 애니미즘 신도가 다수인 남부 수단 지역을 상대로 북쪽 위치한 수단 무슬림 정부는 긴 전쟁을 벌였다. 30여 년간 분쟁으로 수십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드디어 "2011년 수단 남부는 독립하여 주권 국가가 되었다. 신생  남수단 북쪽 국경은 이슬람 전선과 거의 일치한다."

 

 

이런 지도를 주제도라고 하는데, 인공위성 이미지로 나타낼 수 없는 기후, 인구, 문화 등을 묘사한 지도다. 위 주제도는 종교 지도다. 굵은 색으로 표시한 아프리카 이슬람 전선을 볼 수 있다. 저자는 지도 보는 한 가지 팁을 독자에게 제시한다. "책 한 페이지를 차지한 지도는 최소 한 페이지 글을 읽는 시간을 들여 살펴봐 주길 바랍니다. 글을 통해 얻지 못하는 중요 정보를 지도로 뽑을 수 있습니다."

 

 

지리학은 왜 중요한가? 저자는 사회를 제대로 바라보기 위해 세 가지 관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시간적(역사학), 구조적(정치학, 경제학) 그리고 공간적(지리학) 관점이다. 각각은 서로 보완해 주는데, 여기서 공간적 관점은 환경과 정치 등 광범위한 이슈 분석에 장소와 입지 중요성을 우리에게 환기시킨다." 저자 말에 공감한다. 

 

 

현재 세계에 약 200개 국가가 있는데, 공간적 위치는 고사하고 처음 듣는 국가 투성이다. 부르키니파소, 오가덴, 차드, 남오세티야, 잉구세티야, 다게스탄, 카바르디노발키리야, 아지리야, 칼미키야 등 정말 많은 국가가 낯설다. 신념과 종족, 언어, 문화, 교류를 무시한 커다란 국가 탄생이 근대의 산물이라면, 지역 특성을 반영하기 위한 독립과 분립 혹은 자치로 잘게 쪼개지려는 힘이 현재 더욱 커진다는 느낌이다. 이를 막기 위한 각 정부 탄압도 한층 증가한다. 아프리카 원래 종족 영역을 표시한 아래 '머독 지도'는 현재 국경선과 크게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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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6-02-18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제도 신기합니다!! 명쾌하게 작성하신 글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