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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과학 기자로 22년간 활동한 후 얼마 전 은퇴했다. 그 이전 17년 간 해외 통신원으로 재난과 폭력, 정치 소요 같은 극적인 사건을 접한 후 난 더 이상 그러한 일에 흥미나 관심을 잃었다. 기자는 늘 새로운 경험을 갈구하기 마련이다. 기자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뉴스라고 불리는 거의 모든 사건에서 일종의 유사성을 발견한다. 그럴 때 운 좋은 소수는 과학이, 인간 활동 분야에서 거의 유일하게, 하늘 아래 늘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한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1977년, 끝없이 반복되는 전쟁과 정치에 신물 날 즈음 나는 과학 저술가가 되었다.

 

 

때로는 물리학과 화학, 분자생물학, 우주물리학 분야에서 중요한 발견이 한꺼번에 물밀 듯 쏟아져 나오는 것을 목격하는 과학 기자가 발견의 중요성과 의미를 과학자보다 더 먼저 알아차리기도 한다. 예를 들어, 1965년 펜지아스 박사가 공중 모든 방향에서 나오는 미세한 극초단파 무선 신호를 우연히 발견했다는 소식을 <뉴욕타임스>의 과학 기자 윌터 셜리번이 전하면서, 그 발견이 ‘우주가 빅뱅에서 탄생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최초의 구체적인 증거’라고 설명했다. 설리번 기사를 읽은 펜지아스 박사는 설리번 기사를 읽고 나서야 우리가 어떤 일을 했는지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과학 기자가 받을 수 있는 최고 찬사를 설리번에게 보낸 것이다.

 

 

중요한 발견을 다루는 기사를 쓸 때 참고하는 원 자료는 대개 꽤 빈약한 편이다. 발견이 갖는 의미를 판단해서 맥락을 부여하는 일은 전적으로 과학 기자 몫이다. 그래서 과학 기자는 평생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는 학생이 되어야 한다. 물론 과학 자체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과학자들이 주로 참조하는 전문 학술지는 이해는커녕 읽는 것조차 쉽지 않다.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예를 들면, 권위 있는 학술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는 적어도 첫 두 문단은 논문이 다루는 주제를 전공하지 않은 물리학 박사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재 조건을 추가했다. 이러한 상황이지만, 과학 분야에서 발견이란 대부분 아주 작은 발걸음이므로 기자가 이전 단계를 이해하고 있다면 새로운 발견도 대체로 이해 가능한 맥락 안에 놓이게 된다.

 

 

과학 기자가 기사를 작성할 때 비결 중 하나는 개념과 발견, 공식 특징을 전달하기 위해 비유를 사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비유가 아무리 효과적이라도 진짜 아이디어를 결코 정확하게 표현할 수 없으며 때로는 잘못 전달하기도 한다. 양성자를 쿼크 세 개가 담긴 ‘콩 주머니’에 비유하는 정도는 괜찮을 것이다. 그렇지만 양성자 가속기를 ‘원자 충돌기’로 표현하면 물리학자는 움찔하며 당황할 것이다.

 

 

과학 기자와 과학 독자는 때때로 과학 이론에 KO패 당한다. 하지만 초끈이론을 구성하는 극악무도한 수학이나 AIDS 바이러스의 복잡한 전술 같은 것들을 이해하려고 애쓴 경험은 그 자체가 보상이다. 그 과정이 평탄하지는 않다 하더라도 말이다.”

 

 

그 자체가 어떤 보상일까? 내게는 항상 내 상식을 뛰어넘는 '신선한 충격'이라는 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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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질문에 노벨 물리학 수상자 한 명은 즉시 날카롭게 ‘아니오!’라고 답했다. 그는 초자연적인 존재, 특히 신에 대한 믿음은 인류 안녕에 위협이 된다고 선언했다. 반면 종교를 믿는 과학자들은 자신 믿음에 대해 공공연하게 이야기하기도 한다. 어떤 이들은 종교를 믿지만 수 세기 동안 정의된 그대로 과학을 믿기도 한다. 즉 자연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을 설명하기 위해 자연 세계를 관찰하며 과학 이론을 조건부로 받아들인다. 여기서 조건부라는 것은 실험이나 관찰로 얻은 증거에 의해 뒤집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물론 신의 존재로 뒤집어질 조건도 포함되는 듯 하다.)

 

 

어떤 과학자들은 과학과 종교가 별개 영역이라고 간단하게 말한다. 진화생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는 ‘겹치지 않는 교권’이라는 표현으로 이런 관점을 제시했다. 굴드 박사가 보기에 과학은 ‘우주가 무엇으로 구성되었으며, 사실 왜 그런 식으로 작동하는지 이유’를 다루는 영역에서 권위를 지닌다. 종교는 ‘궁극적인 의미와 도덕 가치라는 문제’에서 지배력을 행사한다.

 

 

어떤 이들은 과학과 종교가 분리될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과학자의 도덕적 가치는 과학자의 연구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과학자는 자신이 믿는 인간으로서의 소명과 의미, 가치를 표지로 삼아서 따르기에, 사실상 가치와 의미가 분리될 있다는 주장은 ‘우리가 배운 과학사와는 잘 들어맞지 않는다.’

 

 

1997년 <네이처>는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생물학자와 물리학자, 수학자의 40퍼센트가 신의 존재를 믿는다고 답했다. 그것도 특정되지 않은 단순히 불멸의 존재가 아닌, 설문지의 표현에 따르면, 자신 소망에 ‘답을 받을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기도를 올리는 신의 존재를 믿었다. 반면 또다른 과학자들은 자연 법칙 뒤에 존재하지만 개입하지는 않는 신을 믿는다고 말한다. 그들은 ‘신앙은 별개의 문제다. 신앙은 마음의 문제고 과학연구는 결과가 전부다’라고 말한다.

 

 

물론 자신이 신을 믿는다는 사실을 밝히기를 꺼리는 과학자도 있다. 과학자에게는 초자연적인 어떤 종류의 작용이나 활동에 기댈 이유가 없다는 전제가 붙기 때문이다. 즉 과학자에게는 지식의 궁극적인 원천이 과학이라는 자부심이 있다. 하지만 자연을 관찰하는 것만으로는 인간으로 존재한다는 것의 의미를 결코 이해할 수 없다. 내가 왜 여기에 있으며 그것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알 수 없는 것이다. 과학은 이런 질문에 답할 힘이 없다. 그런데 그런 질문이야말로 우리가 우리 자신에게 물어야 할 가장 중요한 질문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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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반은 태아를 위한 생명보조장치다. 태반은 마치 적군처럼 자궁에 침투해 엄마를 9개월간 통제하고 태아 생명을 유지한다. 원반 모양이며, 한 면은 자궁막에 붙고 다른 한 면은 태아 탯줄에 연결된다. 태반은 배아세포를 키운다. 때로는 후산(後産)이라고 부르는데, 아기가 태어난 뒤 따라 나오기 때문이다. 무게는 보통 450그램 정도로 태아 몸무게의 6분의 1정도다.

 

 

태반은 산소와 영양을 공급하고, 폐기물을 처리하면서 태아의 폐와 간, 콩팥 등 장기가 제 역할을 할 수 있게 될 때까지 장기 기능을 대신한다. 만약 태반에 문제가 생기면 유산, 사산, 조산, 저체중, 임신중독증 등 치명적인 결과를 낳는다. 임신중독증은 엄마 혈압을 높이므로 엄마와 태아 둘 다 생명에 위협이 된다. 일반적으로 태반이 평균보다 크거나 작으면 문제가 생긴다.

 

 

이런 태반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태반에 대해 알려진 바는 놀라울 정도로 적다. 이를테면 태반은 인간과 공생하는 ‘미생물이 모인 군집’이라는 주장이 제기된 것은 최근 일이다. 이런 미생물 군집이 태아 면역체계 형성을 보조하고, 훗날 태아가 세상에 나와 성장할 때에도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있다.

 

 

어떤 문화에서는 태반에 종교적인 의미를 부여해서 반드시 태우거나 정해진 의례에 따라 처리한다. 최근 일부 여성이 태반을 먹는 일에 매료되었다. 익혀 먹거나, 갈아서 마시거나, 건조해서 알약으로 만들어 먹는다. 태반을 이런 식으로 먹어도 안전한지, 어떤 효과가 있는지 아직 입증된 바는 없다.

 

 

과학자들이 인간 태반을 묘사할 때 듣기 거북한 단어가 반복해서 등장하곤 하는데 바로 ‘침습(浸濕)’이다. 배아가 자궁에 닿는 순간 자궁막에서 태반이 형성된다. 엄마 몸 조직 깊숙이 뿌리를 박은 다음 동맥에 공격적으로 연결해서 영양을 빨아들인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태반을 암에 비유하기도 한다. 다른 포유류는 대부분 태반이 그렇게까지 깊숙이 파고들지 않아서 부착 부위가 표면에 머문다.

 

 

어떤 과학자는 태반을 엄마 몸에 달라붙은 기생충으로 묘사한다. 태반은 말 그대로 자궁에 파고들어 배아에 영양을 공급하기 위해 엄마 혈액에서 영양분을 빼돌린다. 태반은 임신 10~12주차가 되면 자궁 혈관에 침투해서 길이가 약 50킬로미터나 되는 모세혈관을 만들어낸다. 산소와 영양을 공급받기 위해 형성된 꽈리 조직을 펼치면 그 면적이 총 14제곱미터에 이른다. 매 분마다 엄마의 혈액 중 20퍼센터 정도가 이 태반을 통해 흐른다.

 

 

태반은 침투 능력이 매우 뛰어나서 엄마 몸의 거의 어느 부위에서나 형성할 수 있다. 심지어 자궁이 아닌 조직에 도달하더라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가끔 나팔관 등 자궁 밖이나 복부 다른 부위에서 임신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이런 경우 급속도로 성장하는 침습적 태반 때문에 장기가 파열되기도 한다. 태반이 기존 제왕절개 등으로 자궁막이 얇거나 거의 없다시피 한 곳에 형성되기도 하여, 엄마는 과다출혈로 사망하는 것을 막으려면 자궁 전체를 드러내는 방법밖에 없다.

 

 

임신중독증은 태반 관련 질환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 병을 앓는 임신부는 대부분 태반 크기가 비정상적으로 작다. 알 수 없는 이유로 태반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서 성장하는 태아의 필요를 충족하지 못한다. 임신중독증일 경우 태반은 엄마의 혈압이 높아지도록 비정상적인 분자를 한 무더기 쏟아낸다. 심지어 엄마 혈관을 파괴한다. 엄마의 혈압상승은 태반에 혈액을 더 많이 순환시키려는 시도 때문인 듯 하다. 하지만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 이런 증상을 치료하는 유일한 방법은 출산뿐이다.

 

 

임신 중 사산이 일어났을 때 태반은 많은 것을 알려준다. 사산 절반은 끝내 원인을 알 수 없지만 대부분 감염이나 엄마 면역체계가 태반을 거부하는 예외적인 상황 때문에 발생한다. 태반은 기본적으로 자궁 내 생활의 연대기다. 임신 중 자궁 내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간과 콩팥, 호흡기, 내분기계 등 많은 장기 역할을 대신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기와 엄마 건강에 대해 많은 정보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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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무작위와 패턴 이야기


"끊임없이 질서를 추구하는 인간 뇌에 무작위성만큼 당혹스러운 것도 없다. 하지만 완벽하게 순수한 무작위성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내기란 매우 어렵다. 수십 년간 비밀에 쌓여 있던 소련 암호 체계도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무작위로 나열한 암호에 패턴이 생기는 바람에 미국 암호 해독자들이 소련 암호 체계에서 천천히나마 규칙을 발견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했다.

 

 

숫자를 암호로 사용하더라도 일단 가장 자주 목격되는 숫자 패턴이 마침표를 의미한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다. ‘a’나 ‘the’ 같은 관사가 그 다음으로 자주 목격되는 숫자 패턴으로 기록되어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언어에서 마침표 다음에 자주 목격되는 숫자 패턴은 명사를 가리킬 것이다. 운도 조금 따라야 하겠지만, 이런 식의 추측을 하면서 정교한 통계 분석 기법을 적용해 이런저런 시도를 하다 보면 잡음에서도 의미를 추출할 수 있다.

 

 

이런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소련은 암호표에 따라 메시지를 숫자 나열로 바꾼 다음에 긴 난수를 더했다. 이렇게 하면 암호 자체도 패턴이 없는 그래서 이론상으로는 해독 불가능한 난수가 만들어진다. 그렇지만 소련 스파이는 이 메시지를 해독할 수 있다. 발신인과 수신인 모두 암호 체계의 기본 원칙인 ‘일회용 노트’를 사용해 어떤 난수를 더했는지 알기 때문이다. 일단 한 번 사용한 난수 노트는 폐기한다. 그래서 ‘일회용 노트’라는 명칭이 붙은 것이다.

 

 

이런 식으로 암호화한 메시지를 중간에 가로챈 사람에게는 의미 없는 잡음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변환에 아무 규칙이 없기에 암호 해독자들이 통계 기법을 적용해도 걸리는 부분이 없다. 하지만 어떤 암호 체계도 난공불락은 아니다. 우선 난수를 생성하는 작업 자체가 굉장히 까다롭다. 예를 들면 동전을 던지면 앞면과 뒷면이 같은 확률로 나와서 무작위 패턴을 형성한다. 하지만 동전이 완벽할 경우에만 가능한 일이다. 실제 앞면과 뒷면은 같은 확률로 나오지 않는다. 동전에 새겨진 음각 때문에 앞면과 뒷면 무게가 달라진다.

 

 

일회용 노트 약점은 완벽한 난수이여야 할 뿐 아니라 무한한 숫자를 생성해야만 제대로 작동한다. 소련은 메시지 양이 늘어나면서 난수가 점점 줄어들었고, 결국 암호 사용자들은 절대 해서는 안 될 행동을 했다. 난수를 재사용한 것이다. 덕분에 소련 스파이들이 미국 땅에서 만든 공든 탑이 무너지고 말았다. 무작위 마법은 깨졌고 암호화된 메시기에 의미(패턴)가 스며들기 시작했다.”<뉴욕타임스 과학>(뉴욕타임스, 2018)

 

 

“우연이 지배하는 밴퍼드 법칙은 일상 생활에서 단순한 숫자의 발생 빈도도 서로 다르다는 걸 보여 준다. 두 자리 수 이상 숫자에서 1이 첫 숫자가 될 확률은 30% 정도이고, 2가 첫 숫자가 되는 경우는 약 18%이고, 계속 이어지다가  9는 약 5%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어떤 사건이 정말 임의적인 것과 단순히 임의적인 듯 보이는 것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음악 재생의 셔플 기능은 노래를 확률적으로 뒤섞어 임의적으로 만드는 방법인데, 무작위 세상에서는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같은 가수의 같은 노래를 듣게 되는 경우가 너무 자주 발생하여 사용자는 뒤섞기 방법이 무작위적이지 않다고 믿게 된다. 그래서 스티브 잡스는 아이팟의 셔플 기능을 ‘더욱 임의적으로 느껴지도록 만들기 위해서 덜 임의적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춤추는 술고래의 수학 이야기>(까지, 2009)

 

 

 

 

 

 

 

 

 

 

 

 

 

 

 

 

2. 파이 이야기


“파이는 무한히 서로 다른 숫자로 반복되지 않는 풍부함을 담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풍부함이 둘레를 지름으로 나눈다는 단순한 규칙에서 도출된다는 사실에 감탄하게 된다. 이것이 수학의 특성이다. 수학에서는 아주 기초적인 공식이 놀라울 정도로 다양한 현상을 낳는다.

 

 

파이는 초월수로 이루어진, 여전히 미지 세계인 또 다른 우주로 통하는 창문이기도 하다. 파이는 우리가 살면서 마주치는 몇 안 되는 초월수다. 대개 초월수가 아주 드물 거라고 생각하지만 실은 반대다. 칸토르는 수 전체를 두고 보면 거의 모든 숫자가 초월수라는 점을 증명했다. (초월수가 아닌 수는 0으로 수렴한다. 극히 적다는 의미다.) 파이는 인간 지식이 얼마나 제한적인지, 인간이 아직 한 번도 탐구하지 못한 영역이 얼마나 넘쳐나는지 일깨워준다.

 

 

원의 둘레와 지름 비율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고정적이지 않을 수 있다. 파이를 써서 측정한 넓이는 그 원을 물리적으로 직접 측정한 넓이와 결코 똑 같은 수 없다. 구 위의 원의 지름은 납작한 종이에 그린 같은 크기의 원의 지름보다 길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실제로 우리 우주에 조금이라도 곡선이 있다면 이 비율로 정의된 파이는 우리가 생각하는 수와는 다른 수가 된다. 이는 우리가 수학적 추상화로 현실을 개략적으로 나타낼 때 언제나 예상되는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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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9-04-23 10: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원둘레와 지름의 비인 ‘파이‘도 현실속에서는 다르게 나타나는 것을 보면서 이상과 현실의 차이를 새삼 느끼게 됩니다^^:)

북다이제스터 2019-04-23 19:10   좋아요 1 | URL
네, 저도 이글을 읽으니 황현상 선생이 ‘자신이 무지할 뿐 아니라 무지에 둘러쌓여 있다는 점을 아는 것이 참 공부’라고 하신 말이 기억 났습니다. ^^
 




1.

“뇌는 잘 준비된 생식기관이다. 그런 측면에서 남성과 여성 뇌는 아주 큰 차이를 보인다. 그 차이는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작용 때문인데, 테스토스테론은 신체 다른 부분을 남성화하는 것만큼이나 철저하게 뇌도 남성화한다. 남성과 여성 뇌에 존재하는 차이가 작다거나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거나 몇몇 극단적인 경우에만 차이 난다는 생각은 오해다. 예를 들자면, 대부분의 남성은 어떤 섹스를 하고 싶은지 아주 확고한 자기만의 생각이 있지만 반대로 여성은 좀 더 유연하다.


남성은 태어나기 전부터 성적 정체성이 정해지는 듯하다. 반면 여성은 동성애자로 태어나는 사람도 있지만 인생에서 아주 늦은 시기에 동성애자가 되는 사람도 분명히 있다. 동성애 원인에 대한 좀 더 직접적인 단서로 ‘형제 출생 순서 효과’가 있다. 형이 많은 남성일수록 동성애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다. 남성 동성애는 엄마 자궁에서 연달아 남자아이를 임신할 경우 모계로 이어지는 면역체계가 반응을 일으키는 것이다. 존재가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反남성 항체 같은 것이 있어서 출산 전에 발생하는 전반적인 뇌의 남성화를 방해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형제 출생 순서 효과는 아주 뚜렷하다. 동성애자 남성 약 15퍼센트 정도가 그 효과에 영향을 받는다. 남성 1~4퍼센트 정도가 동성애자라는 가정에 기반하면, 형이 한 명 늘어날 때마다 남자아이가 남성에 매력을 느낄 확률이 33퍼센트씩 증가한다.


그런데 X염색체에는 특이할 정도로 많은 뇌 관련 유전자가 존재한다. 남성은 X염색체를 딱 하나만 갖고 있으므로 X염색체 유전자에 어떤 유리한 돌연변이가 발생하더라도 자연 선택을 통해 그 돌연변이를 빠르게 활성화시킬 수 있다. 그래서 남성 배우자를 까다롭게 선택하는 여성이 남성 지능을 보고 장래 남성 배우자를 선택한다고 가정하면, X염색체에 왜 그렇게 뇌 관련 유전자가 많은지 설명될 수 있다. 수많은 X염색체 관련 뇌 유전자 복사본이 여성에게는 두 개가 있지만 남성에게는 한 개밖에 없다는 사실로 미루어 보아, 신경질환이 남성에게 더 흔하다. 여성은 유전자 복사본 두 개가 모두 돌연변이를 일으켜서 문제가 생길 확률이 적기 때문이다.


그리고 비록 남녀 지능지수가 같긴 하지만 남성 경우 지능지수가 평균인 사람이 상대적으로 적고 양극단에 있는 사람이 더 많다. 남성 X염색체가 하나이기에 변이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 그것이 인간 뇌가 불과 250만 년 동안 세 배나 커진 원인을 설명할 수 있다고 말하는 학자도 있다.


2.

생물학자들은 최근 동물 세계에 일부일처제 같은 것은 거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암수 간에 강력한 유대관계가 있다고 추정됐던 종들 사이에서도 외도가 만연하다. 예를 들어 생물학자들은 오랫동안 여러 종의 새 가운데 일부일처제인 경우가 94퍼센트에 달한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새들은 평생 함께 살지만, 은밀하게 바람을 피우거나 윤간을 당하기도 한다. 어느 둥지에서든 새끼 새가 그 둥지에서 함께 거주하는 수컷 자식이 아니라 다른 수컷 자식인 경우가 평균 30퍼센트를 넘었다.


부정의 상당수는 암컷이 저지른다. 들판에서 토끼와 엘크, 얼룩다람쥐를 추척한 결과, 학자들은 이런 동물 종의 암컷이 하루에도 여러 수컷과 교미한다는 것을 밝혔다. 암컷들은 교미 후 매번 상대의 정액 대부분을 몸 밖으로 배출하는데, 다음 교미를 준비하는 행위로 보인다. 학자들은 암컷이 여러 수컷 정액을 몸에 보관하고 있으며, 그렇게 서로 다른 정자에서 서로 다른 수정란이 생김으로써 새끼의 유전자 다양성을 보장해주는 것 같다.


과학자들은 새로운 연구를 통해 문란한 행동이 수컷 전유물이라는 오랜 고정관념이 거짓임을 밝혔다. ‘그건 다 헛소리다. 다른 외도 상대를 찾는 것은 수컷이나 암컷 모두 마찬가지다.’ 정절을 지키는 포유류 종 비율은 2~4퍼센트로 한심한 수준이다. 짝짓기와, 거의 만연되어 있는 부정에 관한 새로운 통찰로 이제 일부일처제가 당연하다고 보는 생물학자는 아무도 없다. 관찰하는 그 어떤 종에서도 말이다. 생물학자들은 모두 한때 그렇다고 믿었던 규칙을 고쳐 쓰고 있다.


무엇보다 동물들의 성생활이 얼마나 복잡다단한지 알면 알수록 놀랍다는 것이 생물학자들의 말이다. 누구와 함께 사느냐와 누구와 교미하느냐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학자들은 일부일처와 배우자 부정에 관한 수많은 오해가 다윈 시대부터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당시 생각에 수컷과 암컷 모두 헌신적으로 새끼를 먹이고 보호하지 않으면, 새끼들은 날 수 있는 시기까지 살아남을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렇게 안정적으로 새끼를 기르기 위해 일부일처제가 필요했다고 추정한 것이다.


외도를 하려고 궁리하는 쪽은 분명 암컷이었다. 집에는 새끼를 기르는 데 필요한 안정적인 배우자가 있고, 더 우월한 수컷 유전자를 물려받은 새끼를 최소한 한 두 마리쯤 더 가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암컷이 최고 유전자를 적극적으로 찾아 나선다는 생각과도 일치한다. 예를 들면, 암컷 제비가 외도를 할 때, 암컷 제비는 항상 자신 배우자보다 꼬리가 조금이라도 더 킨 수컷과 교미한다. 제비들 사이에서 긴 꼬리는 기생충을 더 잘 견디는 증거로 인식되어 암컷이 낳는 새끼에게 이롭다. 그래서 배우자 꼬리가 아주 짧은 암컷 제비가 외도를 가장 많이 한다.


여왕벌이 무려 수벌 25마리까지 교미하는데, 불쌍한 수벌은 교미를 끝내기 위해 여왕벌 몸 위에서 생식기를 터뜨려야 한다. 그런 다음 수벌은 죽지만 교미의 흔적만큼은 확실하게 남긴다. 여왕벌은 400만 개의 알을 수정시키는 데 필요한 정자를 얻으려 수많은 수벌과 교미하지만, 학자들이 밝힌 바로는 양으로만 따지면 수벌 한 마리가 여왕벌에게 필요한 정자를 모두 제공할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여왕벌의 낭비성 행위는 새끼에게 유전적 다양성을 확보해주려는 의도로 추정된다.


인간 여성은 바람을 피우기 위해 남성이 너무 세세하게 감시하지 못하게 하는 수단을 마련하는 쪽으로 진화했는데, 일례로 가임기가 되었을 때 신체적으로 아무런 단서도 제공하지 않게 된 것을 들 수 있다. ‘남성이 배우자가 배란기인지 모른다면, 배란기에 배우자를 지키는 데 온 힘을 쏟을 수 없다. 여성은 그 틈을 타서 번식을 위한 선택을 할 수 있다. 여성에게 유방이 생긴 것도 그런 선택권을 확보하려는 또 하나의 방안이었을 수 있다. 대형 유인원 사이에서 원뿔형 유방은 젖이 나온다는 신호다. 따라서 번식 측면에서 그런 암컷은 가치가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성 유방이 항상 부풀어 있으면, 남성은 가임기가 언제인지, 수유기가 언제인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남성은 언제 배우자를 지켜야 할지 가늠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역시, 나탈리 엔지어 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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