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하지만 훌륭한 책이다. 끝에 반전도 있었다.

 

책에 드러난 단서로 55세 저자의 평생 독서량을 산정해 봤다. 아무리 적게 잡아도 얼추 1만5천 권이다(전제의 약간 변경으로 2만 권일 수도 있겠다. 저자 말처럼 시간은 가변성의 대표 원인이다). 해외 출장 때도 엄청난 분량의 읽을 책을 끌고 다닌다. 저자는 인류 발명품 중 여행 가방의 바퀴를 크게 인정한다. 그래서 이 책 700페이지에 저자 교양과 전문성이 미어터질 지경이다. 다독가며 다상량가의 머릿속에는 대체 무엇이 들었을까 궁금하다면 이 책을 꼭 추천하고 싶다. 독자를 완전히 들었다 놓았다 한다. 읽는 내내 정말 정신 못 차렸다.

 

책은 애매하거나 불명확한 점이 없다. 오히려 과도할 정도로 자세하고 반복적이다. 저자의 친절함 덕분에 개념은 무척 명료하다. 그런데도 책 읽는 동안 내 생각과 감정은 추처럼 좌우로 오락가락한다. 게다가 상하로 큼지막한 널도 뛴다. 아주 신기한 경험을 했다.

 

이러니 책 읽으며 내 의식의 흐름을 되새김질 안 해볼 수 없었다. 난 편향된 독서와 생각으로 특정 사상에 치우쳐 있었단 느낌이다. 말 그대로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봤다. 저자는 세상 그대로 모든 걸 솔직하게 일단 인정하자고 주장하는 느낌이다. 비대칭의 자본주의는 '소수 승자의 독식' 일수밖에 없으니, 그런 현상을 받아들이고 해결책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누가 프래질과 안티프래질한 상황을 잘못 판단하고 누가 의도적으로 속이려는지 살펴 보자는 것이다.

 

책에는 저자가 싫어하는 인물 몇 명이 나온다. 그중 한 명이 상황 판단 못 한다고 보는 장하준 교수다. 저자 표현 그대로 옮기면 "이제 악당 경제학자 장하준의, 단순한 것이 더 낫다는 식의 강력한 주장을 살펴보자"라는 식이다. 저자는 장하준 교수와 같은 정부 개입주의자 주장에 반대한다. "개입주의자들은 긍정적 행위에 관심을 갖는다. 긍정적 정의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어설픈 지성은 정부의 행위를 존중하고 찬양한다. 그리고 어설픈 정부 개입으로 인해 재앙과 함께 불만을 초래하게 된다. 그 다음에는 더욱 어설픈 정부 개입이 뒤따르고 또 다른 재앙을 초래한다."

 

신자유주의 사상가로 알려진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에 대해서는 다소 긍정적 태도를 보인다. "하이에크는 안티프래질 범주에 있다고 간주할 수 있다. 그는 20세기 철학자이자 경제학자로 사회주의 계획경제에 반대했던 사람이다. 그 이유는 가격 시스템은 거래를 통해서 사회 속에 심어진 지식을 들추어내는데, 사회계획가가 이런 지식에 접근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어떤 면에서 보면 그는 집단 지성을 믿었지만, 지성을 대체할 만한 옵션을 이해하고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신자유주의 선동가며 <세계는 평평하다>는 책으로 세계화를 주창한 토머스 프리드먼은 "눈 마주치고 나서는 구역질이 났다"고 표현한다. "그는 세계화가 프래질을 일으키고 그 부작용으로 극단적인 사건을 초래하고, 적절하게 작동하기 위해 더 많은 여분을 요구하게 된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세계는 평평하다'라는 식의 세계화 사상을 전파했다"고 신랄하게 비판한다.

 

책 전체가 대체로 이런 식이다. 특히 중간에 읽기 그만둔 분들은 '자본주의는 소수를 위해 다수 희생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으로 이 책이 이해될 수도 있겠다. 독자에게 여러 가지 주장이 서로 모순되어 보이지만, 저자는 복잡계 하나로 모든 현상을 일관되게 설명한다. 저자의 스토리 저작 의도가 이랬다. "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에는 소설을 시작하기에 가장 완벽한 첫 문장을 찾기 위해 인생의 일부분을 보낸 사람이 등장한다. 그 인물은 첫 문장을 찾고 나서는 그 문장에서 파생된 한 권의 책을 썼다. 그러나 독자들은 첫 문장을 이해하고 그 진가를 알기 위해 책 전체를 읽어야 한다."

 

비대칭인 자본주의의 '소수 승자 독식'에 대한 해결책을 책 마지막에 윤리 문제로 모색한 것은 좀 안타깝다. 본론의 스팩터클에서 맥이 빠진 느낌이다. 차라리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의 해결책이 더 현실적이다. 개인 도덕성은 집단에서 발현되지 않는다는 주장이 더 ‘나심 탈레브’다울 수 있었다.

 

 

 

 

 

 

 

 

 

 

 

 

 

 

자신 평소 인식과 많이 달라 마음 불편한 책을 읽어야 한다고 조언한 분의 말씀이 생각났다. 편협하지 않고 생각의 폭을 넓히기 위해 하이에크 책도 읽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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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10 16: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6-10 19: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6-10 20: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글이 경쾌하고 친절하다. 어둡고 끈적하고 불친절했던 7년 전 <블랙 스완> 비해 글 스타일이 많이 달라졌다. 나심 탈레브는 사라지고 말콤 글래드웰의 <아웃라이어>를 읽는 느낌이다. 독자에 따라 호불호가 있을 수 있겠다. <블랙 스완>이 예외 상황의 발생 가능성과 여파를 필사적으로 설득했다면, 이 책은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무엇을 해서 이득 볼지를 재치있게 설명한다. ˝내가 예측했던 2008년 등 각종 예외적 금융위기 봤지? 거봐 내 말대로잖아, 난 그 난국에서 돈도 벌었어. 그러니 앞으로 내가 하라는 대로 해봐˝와 같은 느낌을 주는 전작의 실천서다.

저자는 열세 살 때부터 (현재 55세다) 일주일에 60시간씩 꾸준하게 다양한 책을 읽었으며, 금융 투자 리스크 분야에서 20년간 현장 경험을 했다. 저자 주장은 믿음이 가며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몇 가지 궁금한 점도 있다. 우선 세상은 정규분포를 따르는 경우가 많은지 멱함수 분포를 따르는 경우가 많은지 궁금하다. 저자가 주로 말한 금융이나 소득 부분은 멱함수를 따른다는 것이 이제 상식이지만, 저자가 지나치게 모든 세상일을 멱함수 상황으로 일반화해 적용하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이 책은 실천서로서 예외 사건 발생 가능성이 정규 분포 꼬리보다 더 길고 두툼한 롱테일의 멱함수가 지배하는 불확실한 일에 우리는 더욱 민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수긍된다. 그렇지만 저자 주장대로 살 수 있는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될지 의구심이 든다. 이런 식이다. ˝나는 틀에 박힌 교육을 신뢰하지 않는다. 학교보다는 사설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도서관 안팎에 존재하는 무작위성에서 이익을 취하는 사람이라면, 멍청이가 되지 않고 지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실제 저자는 학교보다 홀로 독서로 학창 시절을 보냈다. 그럼에도 미국 와튼스쿨에서 MBA, 프랑스 파리 대학에서 금융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솔직히 몸소 실천하는 저자가 부러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일반인들이 예외적 행동으로 발생할 리스크, 예를 들면 학교를 등시하고 책만 읽다가 사회 시스템에 접속 못 하고 깡통 차는 위험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 자식을 그렇게 교육 시킬 수 있을까? 저자는 이에 대비해 `바벨 전략`도 제시한다. 바벨 전략은 이집트에 있었다던 바벨탑과 전혀 상관없다. 핼스장에서 볼 수 있는 역기의 양쪽을 말한다. 지금 당신이 낮에 프래질한 월급쟁이라면, 저녁에 칼 퇴근 후 안티프래질한 대리기사를 병행하거나 베스트셀러가 될 책을 쓰면서 멱함수 세상의 불안정성에 대비하라고 강조한다. 사실 그는 그렇게 해서 억만장자가 되었고 그렇게 못하는 난 여전히 가난하다.

저자가 경멸하는 것 중 환원주의와 스파노자의 충족이유율이 있다. 물론 이것에 대한 저자 입장에 동의한다. 부분은 전체가 아니다. 하지만 인류는 대상을 알기 위해 부분으로 나눠 분석하여 전체를 이해한다. 전체를 이해할 방법이 아직 분석 이외 없기 때문이다. 충족이유율도 마찬가지다. 현상에 반드시 원인과 목적이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충족이유율을 근거하지 않으면 세상을 분석하고 이해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저자의 대안 없는 비판에 반대한다고 말하면 때를 쓰는 것일까 아님 철이 덜 든 것일까?

물론 저자는 복잡계를 이해하려 들지 말라고 통 크고 점잖게 충고한다. 그냥 안티프래질한 상황에 대비하고 그때 큰 이득을 보라고 말한다. 대비하는 방법은 `팅커링`이다. 저자는 본인의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신조어 만들기를 좋아한다. 수십 개가 나온다. 본인 생각이 세상에 없는 단어와 개념이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안티프래질도 사전에 없는 말이다. 소쉬르가 랑그와 파롤로 설명하고 들뢰즈가 노마드를 차용한 것과 같다.

아래 사진과 같이 저자의 팅커링 개념을 보니 로또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 근데 또 점잖게 복권 당첨금은 아니란다. 이 책을 현재 한 3분의 2까지 읽었다. 꼭 끝까지 읽어 보리라. 내가 정말 좋아하는 저자로서 나머지의 반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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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6-08 2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자가 금융을 독서와 현장 경험으로 이해했다니 놀랍습니다. 주체적인 공부의 장점을 강조한 저자의 말에 공감하면서도 과거 대학 시절을 부끄럽게 만드네요.. ^^;;

북다이제스터 2015-06-08 21:46   좋아요 0 | URL
저도 반성 많이 했습니다 ㅠㅠ
 
내일의 경제 - 복잡계 과학이 다시 만드는 경제학의 미래
마크 뷰캐넌 지음, 이효석.정형채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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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9 15일 투자 은행인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했다. 그 다음 날 세계 시장은 붕괴되었고 세계 주식 시장에서 10조 달러( 1 350조 원) 이상의 돈이 사라졌다. 전 세계적으로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경제적 고통을 받았다.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은 왜 경제학자들이 경제 위기를 예측하지 못했는지, 그리고 적어도 그런 일들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경고를 하지 않았는지 질문했다. 이미 1996년에 존 케시디는 <뉴요커>지에서 경제학이 데이터에 의해서 검증되지 않은, 그리고 비현실적인 가정들에 둘러싸인, 고도로 이상적인 이론의 상아탑 속으로 사려져 버렸다고 비판했다. 또한 2011년 하버드대학교에서 <맨큐의 경제학> 수업을 듣는 700명의 학생들은 성명서를 발표하고 경제학 수업을 거부했다. 교수들이 강의하는 경제학 이론 대부분이 현실 상황을 전혀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는 이유였다.

 

 

복잡계 물리학

현대 경제학에 대체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일까? 이 책 <내일의 경제>는 현대 경제학으로 경제의 급격한 변동을 전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복잡계 물리학으로 경제학 연구의 새로운 방향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사실 초기의 경제학도 물리학에서 주요 개념을 차용하였다. 1872년에 프랑스의 경제학자 레옹 발라는 미분 방정식을 이용하여 경제학을 최초로 수학화한 인물이다. 이전 시대의 아담 스미스, 제러미 벤덤 등은 정치경제 분야의 철학자였다. 레옹 발라는 경제 시스템의 균형점과 자연에서의 균형점 사이에 유사성이 있다고 보았다. 자연계를 보면 작용하는 모든 힘들이 서로 상쇄돼 시스템이 균형 상태에 놓을 때, 비로소 균형이 이루어진다. 한 행성이 궤도에서 별 주위를 돌 때 행성을 안으로 끌어 당기는 별의 중력과 그것을 밖으로 밀어내는 원심력이 서로 만나면서 균형을 이루는 것과 같다. 레옹 발라가 경제학에 수학을 끌어드린 이유는 경제 시스템, 특히 가격을 예측 가능하게 만들겠다는 의도였다. 그렇기 때문에 예측을 위한 안정적인 균형점만을 고려한 것이다. 그러나 경제 시스템을 포함하여 세상에는 불안한 균형(Dynamic Equilibrium)도 있고 균형점이 여러 가지인 시스템도 많다.

아무튼 이 책의 저자인 마크 뷰케넌이 현대 경제학의 대안으로 제시하는 복잡계 물리학은 지진, 기상, 세포분열 등 자연계에 폭넓게 나타난다. 이는 규모와 빈도 관계를 멱함수(Power Function: 거듭제곱법칙 분포)로 나타낸 학문이다. 지진에서 진도 규모가 2배가 되면 지진 빈도가 4배 덜 일어난다는 것이며, 경제의 대폭락도 지진의 멱함수 법칙을 거의 유사하게 따른다는 것이다. 자연계뿐만 아니라 경제학이 멱함수를 따르는 이유는 요소들이 상호작용하며 양의 되먹임(Positive Feedback: 기하급수적 증가)을 하기 때문이다.

양의 되먹임이 중요한 점은 우리 인간들이 상상하기 매우 힘든 리먼 브라더스 파산 사태와 같은 겉잡을 수 없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종이 한 장을 꺼내 30번 접어 보자. 접을 수도 없겠지만 접을 수 있다고 가정하면 그 종이의 높이가 대략 얼마가 될지 상상할 수 있는가? 113km로 서울 강남에서 충북 세종시까지 거리다. 이를 상상할 수 있었는가? 오늘 사과 1개를 창고에 넣고 다음 날 2, 셋째 날 4, 넷째 날 8개 등 매일 두 배씩 늘려 한 달(31) 간 창고에 넣는다면 마지막 날 몇 개의 사과를 넣어야 하는지 상상할 수 있는가? 2조 개의 사과가 된다는 것을 상상하기 어렵다. 이것이 양의 되먹임이 지닌 힘이다. 각 단계는 일을 더 크게 만들 뿐만 아니라 커지는 값 자체를 증가시켜 우리 기대를 훨씬 뛰어넘는 결과를 낳는다.

복잡계 학문은 세상의 인과 관계를 우리의 상식과 다르게 보도록 하고 있다. 우리는 극적인 사건에는 반드시 극적이고 중대한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식의 사고 방식으로 큰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특별한 이유를 찾게 만든다. 그러나 복잡계 학문은 작은 사건과 큰 사건의 발생 원인이 동일하다고 보고 있다. 단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던 작은 사건이 누적되어 있다가 임계값을 넘게 되면 큰 사건으로 폭발하는 것이다. 이러한 것이 복잡계의 불안정성(Metastability) 이론이다. 안정적으로 보이는 시스템도 실제로 매우 불안정하며 작은 사건 하나가 임계 단계에 덧붙여지면 큰 사건으로 변화한다. 내재적으로 불안정하고 위험한 상황은 매우 오랜 기간 동안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지속될 수 있지만 반드시 궁극적으로 재앙을 부른다.

 

 

수요와 공급의 원리 한계

1천 페이지가 넘는 <맨큐의 경제학>은 지난 200년 동안 축적된 수 백 가지의 경제학 이론을 포함하고 있다. 그 많은 경제학 이론은 인간은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한다.’ ‘시장은 균형을 향해 움직인다.’ ‘시장은 대부분 효율성을 달성한다.’ 10개 정도의 기본 가정에 쌓인 탑이다. 이 가정들은 과연 옳은 것일까?

모든 경제학 입문은 수요와 공급에 대한 기본 아이디어에서 출발한다. 가격은 수요가 충분히 떨어질 때까지 혹은 공급이 충분히 제공될까지 오르다가 수요와 공급이 같아지는 지점에서 형성되어 경제적 요인들이 균형을 이룬다는 이론이다. 즉 수요에는 한계 효용 체감 법칙과 공급에는 한계 수익 체감 법칙이 결합되면 시장은 자연스럽게 가격이라는 균형 메커니즘이 된다는 것이다. 이는 시장이 서로 상반되는 목표와 요구가 만들어 내는 엄청난 복잡성을 가격 체계로 조직하고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수요와 공급 법칙은 인간의 합리적 선택을 기본 전제로 하여 사람들이 현실에서 실제로 어떻게 결정을 내리는지 설명이 필요한 까다로운 문제를 피해간 것이다.

이제 사람들은 인간이 투자에 대한 결정을 포함해 어떤 결정을 내릴 때 전혀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사실 상 완전한 합리성이라는 그 말 자체가 논리적 이치에 맞지 않는다. 합리적 투자자가 몇 일간 계속 하락하고 있는 보유 주식 일부분을 팔아야 할지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해 보자. 그는 합리적인 인간으로서 의사 결정 이전에 정보 수집과 심사 숙고를 거듭할 것이다. 그러나 주식이 계속 하락하는 상황에서 지나친 정보 수집과 심사 숙고는 처분의 타이밍을 놓쳐 큰 손해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완벽하게 합리적인 투자자는 정보 수집과 심사 숙고에 얼마나 시간을 투자해야 할지 사전에 고민해야 한다. 이 고민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영원히 계속된다. 완벽한 합리적 인간은 얼마나 심사 숙고 해야 하는지 고민의 시간을 또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 합리성은 그 자체로서 논리적 모순이며, 환상이다.

경제학자들도 이 문제를 인식하고 인간의 합리성이라는 개념을 인간의 합리적 기대로 약간 변형시켰다. 이 이론은 사람들이 비록 미래를 알지 못하며 때때로 미래를 예측하는 데 완전 실패하더라도 어떤 결과들이 가능한지 그리고 그 가능성은 얼마인지 합리적으로 알고 있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가정은 신기술의 등장과 같은 사회의 창조적 파괴를 전혀 반영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합리적 기대의 세상에서는 주택 가격이 미래에도 계속 올라갈 것이라는 비합리적 기대로 은행 융자의 빚이 쌓이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경제학의 합리적 기대 가정과는 반대로 현실의 이런 비합리적 기대가 미국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일으켰다.

 

 

효율적 시장 이론의 한계

주식시장은 소위 멋대로 걷는 듯한 행동(Random Walk)을 하여 시장 움직임을 예측할 수 없고 오늘 일어난 일은 내일이나 다음 주에 일어 나는 일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설명하는 경제학의 효율적 시장 이론(Efficient Market Theory)’를 우리는 오래 동안 신봉해 왔다. 이 이론은 자본시장의 가격이 정보를 충분히, 즉각적으로 반영하고 있어, 투자자는 정보를 통한 초과 수익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경제학은 시장의 불안전성을 제거하고 시장을 더욱 효율적으로 만들기 위해 정부가 시장 규제를 완화하고 금융기관이 더 많은 파생금융 상품을 만들었다. 효울적 시장 이론에 바탕을 둔 이 두 가지는 시장을 이상적인 시장에 더욱 가깝게 만드는 것처럼 보였다. 특히 옵션이나 선물, 신용부도 스와프와 같이 위험을 헷지(Hedge)하는 파생금융 상품은 위험하지 않거나 위험과 상관관계가 없거나 심지어 음의 상관관계를 갖는 곳으로 위험을 전가하여 시장을 더욱 효율적으로 만든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이런 위험 공유는 실제 투자자의 위험을 낮춘다 하더라도 너무 많은 투자자들이 서로 연결되면 전체 시스템은 불안정하게 된다. 심지어 아주 작은 위기가 발생하더라도 위기가 전파되는 경로가 증가되기 때문에 되먹임 현상이 발생하여 개별 투자자의 재정적 허약함이 증폭된다. 금융시장에서 작은 위기는 주로 레버리지 관련한 마진 콜(Margin Call) 때문에 발생한다. 레버리지란 금융상품 매입을 위해 투자자가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것을 말한다. 마진 콜은 투자상품 가격이 특정 수준 아래로 하락하여 가치 손실이 발생하면, 투자자는 대출 은행에 빌린 돈을 일부 상환하여 레버리지 수준을 낮춰 현금 보유량을 늘려야 하는 의무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헤지편드 회사는 잠재적 이익을 높이기 위해 은행에서 상당히 많은 돈을 빌리기 때문에 레버리지가 높은 상황이다. 이 때 우연한 계기로 누군가가 소유하고 있던 헤지펀드를 싸게 팔 경우 주식 가치가 떨어지면, 다른 투자가는 떨어진 주식 가치만큼 주식을 팔아 마진 콜을 하며, 이 마진 콜을 위해 처분된 주식이 다시 주식 가치를 떨어뜨리는 되먹임이 주식 폭락 사태를 일으킨다.

물론 헤지펀드 회사들은 적어도 1년 이상 혹은 10년 동안 레버리지를 이용하여 투자하더라도 아무 문제가 없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면 왜 특정 시점에 주식 폭락 사태가 발생하는가? 레버리지가 낮을 때에는 시장이 크게 움직일 확률이 낮다. 그러나 헤지펀드 회사가 레버리지를 높이기 시작하면 시장의 움직임이 종종 임계값을 넘기 시작하며 극적인 가격 폭락이 일어날 확률이 매우 높아진다. 금융상품의 레버리지가 시장의 효율성을 가져다 줄 수도 있지만 안정성을 크게 훼손할 수 있다. 위험은 시스템 그 자체(레버리지 제도 혹은 마진 콜 제도 등)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이 어떻게 상호 작용하는지에 있다.

또한 시장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한 초단타 거래 프로그램이 주식 시장의 급격한 붕괴를 가져 올 수 있다. 현재의 초단타 거래 프로그렘은 초당 2만 번의 거래가 가능하다. 경제학자들은 초단타 거래 프로그램이 거래 비용을 낮추고 시장의 유동성을 증가시키며, 주식 가치의 정보가 가격에 더 잘 반영되도록 하여 시장을 더욱 효율적으로 만든다고 믿고 있다. 만약 거래가 정보를 전달하는 행위라면 거래는 가격을 더 정확하게 만들 것이고, 따라서 시간을 포함해 거래에 제한이 되는 모든 요소를 없애면 더 좋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초단타 거래 알고리즘이 본질적으로 속도 경쟁 측면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너무 많은 정보를 이용해 오랫동안 분석할 수 없고 전략이 상대적으로 간단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단순한 전략은 타인이 상대적으로 쉽게 모방할 수 있다. 시장에 알려지는 성공적인 전략은 다수의 참여자가 쉽게 모방하고 적용하여 같은 방향의 전략으로 쏠리게 만든다. 즉 시장의 균형이 무너지는 것이다. 시장의 균형이 무너지는 순간은 참여자 수보다 전략의 수가 적어지는 순간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듯 시장은 균형을 향해 움직인다는 경제학의 기본 가정이 현실에서는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또한 경제학에서 금융 모델 중 가장 유명한 것이 자본자산 가격결정 모델(CAPM: Capital Asset Pricing Model)이다. 장기적으로 주식의 기대 수익률은 주식의 위험률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는 이론이다. 이 이론의 오류는 가난한 사람부터 부자까지 동일한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다고 가정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세상에서는 부자가 훨씬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또한 모든 투자자는 다양한 투자 상품의 수익 전망에 대해 완전히 동일한 관점을 갖는다고 가정하였다. 만일 이렇게 된다면 모든 합리적 투자자들이 같은 주식만을 원할 것이라는 비현실적인 가정을 하고 있는 것이다.

 

 

부의 불평등과 조직 흥망의 원인

저자의 전작인 <사회적 원자>에는 현대 경제학이 잘 설명하지 못하는 부의 불평등과 기업 성장의 비밀을 사회나 조직 내에 발생하는 멱함수로 설명하고 있다. 현대 경제학에서 진보 경제학자는 부의 불평등이 자유시장 자본주의의 실패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자유시장 자본주의에서는 부유한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도록 되어 있다는 것이다. 반면 보수주의 경제학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부자는 그만큼 능력이 뛰어나고 열심히 일했기 때문이라 설명한다.

100여 년 전 이탈리아의 통계학자 파레토가 밝혔듯 어느 나라에서나 소수가 국부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대부분의 국부를 소유한 소수 부자의 비율은 나라마다 다소 다르지만 한 국가의 부가 늘어남에 따라 약 2.5의 거듭제곱에 따라 부자의 수가 줄어드는 멱함수를 따른다는 것이다. 이 법칙에 따르면 부가 10배 늘어날 때마다 그 만큼의 부를 소유한 사람의 숫자는 6분의 1로 줄어든다. (예를 들어 100억원을 가진 사람은 10억원을 가진 사람의 6분의 1이다.)

원인은 부의 가치가 상대적이기 때문이다. 일을 하면서 아이를 혼자 키우는 가난한 어머니는 1천만원의 손실도 큰 타격이 된다. 하지만 부자는 수 억 원을 잃어도 별로 대수롭게 여기지 않을 수 있다. 이것은 투자에 영향을 준다. 부자가 가난한 사람보다 가진 재산에 비례해서 훨씬 더 많이 투자할 수 있다. 따라서 투자의 이득은 덧셈이 아니라 곱셈으로 증가(양의 되먹임)하기 때문에 인구 집단 사이에서 거대한 부의 불평등이 자연발생적으로 일어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돈을 버는 재주가 똑 같아도 이런 일은 나타나고 부자가 단순히 더 똑똑하거나 열심히 일했기 때문에 부자가 된 것이 아닌 것이다.

한 국가에서 기업의 규모도 멱함수를 따른다는 조사도 있다. 매출액이 S인 회사의 수는 1/S에 비례한다. 즉 매출액이 100억 원인 회사의 수는 매출액이 200억 원인 회사보다 정확히 4배 더 많고, 매출액이 200억 원인 회사의 수는 매출액이 400억 원인 회사보다 정확히 4배 더 많다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한 기업의 흥망도 멱함수를 따른다. 경쟁력을 가진 기업은 조직구성원의 협력이 성공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기업은 구성원의 협력과 그에 따른 이득을 통해 성장하지만, 일정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인원 수가 많아지고 협력을 좀 먹는 무임승차가가 나타난다. 무임승차자가 협력하는 사람의 수보다 많아지는 어느 순간 조직은 쇠퇴의 길로 들어 선다. 우리는 흔히 조직의 발전을 소수의 탁월한 리더십이나 역량으로 설명하려고 하지만, 장기간 동안 잘 되는 회사는 다수 구성원들이 협력 정신이 잘 유지할 수 있도록 관리된 것이다. 구성원의 협력이 기업 성장의 핵심이다. 복잡학계의 멱함수는 리더십 등 개개인의 요소적 특성이 아닌 개인이 서로 상호작용하는 힘으로 설명되는 분야다.

 

 

대마필사

경제학은 오랫동안 균형이라는 잘못된 개념에 기초하고 있다. 시장은 균형 상태 쪽으로 자연스럽게 가는 경향이 있다는 잘못된 발상을 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학자들은 어떤 동요나 충격도 그 시스템이 균형을 잡도록 되돌려 놓는다는 아담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할 것이라 믿고 있다. 경제학자들이 정책적 조언을 위해 분석하는 것도 새로운 정책이 균형에 빨리 적응할지에 대한 것뿐이다. 예를 들면 정부가 세금을 올리면 예상되는 시장의 균형 상태가 어떻게 바뀌는지 분석할 따름이다. 하지만 균형 상태로 돌아가지 않고 혼돈 상태로 시장이 변화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경제학자들이 흔하게 하는 모든 분석에는 그것을 설명할 방법이 전혀 없다. 균형 상태에 대한 경제학자들의 믿음은 불안정성과 양의 되먹임을 소홀히 하고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전제로 하고 있다. 따라서 자주 일어나는 예외적 현상의 원인을 알 수 없게 만든다.

이러한 현대 경제학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저자는 복잡계 물리학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복잡계 물리학은 물리적인 대상만 연구하는 학문이 아니라 질서와 조직화, 변화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 답하는 과학이다. 상호 작용하는 부분들이나 요소들이 전체 시스템에서 집단적 패턴이나 행동을 왜 초래하는지 설명할 수 있는 학문이다. 이런 학문적 특징 때문에 복잡계 물리학은 시장이 왜 그렇게 자주 위기에 빠지는지를 분석하고 위기를 예측하기 위해 연구되고 있다. 물론 복잡계 물리학으로 경제 거품이 언제 붕괴할지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불안정성과 극적인 변화를 이끄는 되먹임에 초점을 맞추어 경제 거품이 왜 예측하기 어려운지를 시장의 역동성으로 이해할 수 있는 틀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다음 번 금융위기의 시발점은 어느 곳이 될까? 복잡계 물리학 개념으로 보면 다른 다수의 기관들과 서로 연결된 거대하고 복잡한 금융기관이 금융위기 촉발의 중심점이 될 것이다. ‘대마불사(大馬不死)’가 아니라 바로 그 대마가 금융위기의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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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와 소음 - 미래는 어떻게 당신 손에 잡히는가
네이트 실버 지음, 이경식 옮김 / 더퀘스트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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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회사는 연간 매출목표를 수립한다. 설명을 위해 필자가 잘 알고 있는 회사를 예로 들어 보겠다. 이 회사는 금년 7월까지 18개 사업부서 중 13개 부서가 플러스, 마이너스 1퍼센트 범위 내에서 누적 매출목표를 달성했다. 모든 부서들은 작년 말에 금년 매출을 예측했고, 금년 7월까지 수십만 명의 개인 고객(B2C)과 수천 개의 기관과 사업(B2B) 하여 목표 1퍼센트 범위 내에서 실적을 달성한 것이다.

독자들도 이런 비슷한 목표 달성 경험을 많이 했을 것 같다. 이럴 경우 흔히, 사업 목표 수립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실적은 목표로 수렴한다고 표현을 많이 한다.

 

 

미래를 예측하는 법

예로 든 회사도, 대부분 회사들처럼, 매출목표 수립에 특별한 것은 없다. 한 마디로 누구도 미래를 알 수 없다는 생각이다. 어떤 부서는 작년 대비 몇 퍼센트 성장 혹은 감소로 금년 매출목표를 단순하게 예측했을 것이다. 또한 어떤 부서는 3년 혹은 5년 간 추세치를 반영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1퍼센트 범위 내 실적 달성 현상으로 기업 내외(內外) ‘구조적환경 변화와 예측의 관계를 알아 볼 수 있다. 즉 이 회사의 금년 시장 환경은 과거에 비해 - 비록 올해 세월호 사고 등 우려할 만한 일들이 있었지만 - ‘크게바뀌지 않았고, 그들의 금년 사업 방식도 과거에 비해혁신적이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미래에 시장 환경과 사업하는 방식이 구조적으로 변화할 것을 예상하여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 궁금하다.

이에 대한 근본 고민을 서술한 것이 이 책 <신호와 소음 : 미래는 어떻게 당신 손에 잡히는가, 원제 - The Signal and The Noise : Why So Many Predictions Fail - but Some Don't>이다. 저자가 말하는신호는 예측에 도움되는 진리이고, ‘소음은 우리가 진리에 다가가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 한다.

이 책은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이 그토록 왜 어려운지, 또한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예측을 잘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를 제시하고 있다.

 

 

저자에 대해서

저자인 네이트 실버는 좀 특이한 사람이다. 직장 업무 시간에 취미로 야구 투수의 성적 예측 프로그램인 PETCO을 개발하여 큰 돈을 벌었으며, 그 프로그램은 현재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또한 그는 카지노에서 통계확률 기법으로 15천 달러를 따고 다니던 KPMG 경영/회계컨설팅 회사를 그만 두었다.

2008년 어느 날 선거 예측 인터넷 블로그를 개설하고, 당해 미국 대통령 선거 50개 주 중 49개 주의 선거 결과와 상원의원 35명 전원의 당선자를 정확하게 예측했다. 특히 2012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대부분의 여론 조사 기관들이 공화당 롬니 후보의 승리를 예측했을 때도, 저자는 민주당 오바마의 승리를 예견했고, 그것도 미국 50개 모든 주의 선거 결과를 100퍼센트 맞혔다. 그 후 그는 선거 예측의 대중적 스타가 되었다.

 

 

선거 예측 비법

이런 놀라운 선거 예측 정확성에 저자의 특별한 노하우가 있을 것만 같다. 하지만 저자의 예측 방법은 여타 전문 선거 여론조사 기관들과 비교해 보면 의외로 단순하다. 그의 방법은각종 여론 조사 기관이 특정 선거 기간에 발표한 조사 결과를 취합하고 개별 여론조사 기관의 과거 예측 정확도를 가중평균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했다는 것뿐이다. 그러나 이런 단순함에도 몇 가지 중요한 의미가 내포돼 있다.

우선 저자의 선거 예측 방법 중특정 선거 기간이란 뜻을 보자. 당연한 얘기지만 여론 조사는 선거일에 가까울수록 정확도가 높아진다. 선거 하루 전날 여론 조사에서는 특정 후보가 5퍼센트 정도만 앞서면, 언론에서 아무리 박빙이라 떠들어대도, 그 후보의 승리 가능성은 95퍼센트가 넘는다고 한다. 거의 절대 뒤집어 질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 선거 일년 전 여론 조사에서 특정 후보가 5퍼센트 앞선다고 보도될 경우 그 후보가 당선될 확률은 59퍼센트로써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각종 여론 조사 결과를 취합했다는 저자의 다소 복잡한 선거 예측 방법을 살펴보자. 저자의 방법과 비교를 위해 예를 들면, 몇몇 정치 전문가들은 지역 특성 등 몇 가지 단순한 변수들로 선거를 예측하려 시도한다. 그러나 저자는 이런 단순한 모델로 선거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한다. 정치는 아주 작은 변화가 엄청나게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는 분야기 때문에, 단순한 변수로 복잡한 정치를 절대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고슴도치와 여우

더 중요한 것은 이런 단순한 변수로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고 믿는 그 사람의 성향 - 저자는 이런 사람을 고슴도치라고 명명했다 - 때문에 그 모델의 예측 정확성이 낮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고슴도치 성향은 세상이 한 두 가지 단순한 원리로 돌아간다고 거대 담론을 믿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잘못된 새로운 정보를 접하더라도 자신의 잘못된 믿음을 오히려 더욱 공고하게 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이런 사람들이 예측을 잘못했을 경우상황과 조건이 예외적이라 예측을 하지 못했다는 표현을 많이 한다. 그렇지만 대중들은 고슴도치의 이런 심플한 성향 - 세상을 단순 명료하게 설명하는 사람을 더 좋아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티핑 포인트>, <아웃라이어>, <다윗과 골리앗> 등을 쓴 말콤 글래드웰과 유명한 칼 마르크스, 지그문트 프로이드 등을 대표적 고슴도치 성향의 사람으로 들고 있다.

또 다른 저자의 선거 예측 방법 중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것이여론 조사. 전통적이긴 하지만 여론 조사는 발생 가능한 거의 모든 변수가 조사 결과에 함의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다양한 많은 사람이 모인 집단은 제 각각 관점에 따라 다른 유형의 정보를 취득하고 판단하여 다양한 변수들이 여론조사에 자동으로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여론 조사는 대중의 지혜를 이용한 것으로 집단 예측이 개인 예측보다 10~25퍼센트 더 정확하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저자가 제시하는 선거 예측 방법 중객관적으로 판단했다는 내용을 살펴 보자. 예측은 불확실한 상황에서 판단하는 것으로 100퍼센트 정확한 예측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모든 예측의 마지막 단계는 사람의 판단이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확한 예측을 위해 사람의 예측 성향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예측력이 높은 사람을 - 고슴도치와 대비하여 - 여우라고 명명했다. 여우라는 사람의 성향은 정확한 예측을 위해 여러 가지 사소한 것도 중요하게 여기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활용한다. 또한 본인 예측을 확률적으로 표현하고 이론보다 관찰을 중시한다. 이런 특징 때문에 여우 성향의 사람들은 세상의 많은 것을 예측하기 어려우며, 불확실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믿는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여우가 자신감과 확신이 부족하다고 종종 오해를 하며, 세상을 단순 명료하게 설명하는 고슴도치를 더 좋아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우의 이런 신중하고 꼼꼼한 성향 때문에 여우가 고슴도치보다 미래를 훨씬 더 잘 예측할 수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예측은 왜 어려운가

저자는 예측의 어려움을 제시하기 위해 예측이 빈번하게 틀리는 분야인 기상, 지진, 전염병, 경제 등 다양한 영역을 소개한다. 하지만 저자가 설명하는 방식은, 이 책 제목처럼, 소음에서 신호를 뽑아 내는 방법을 독자들에게 훈련 시키려는 듯 다소 복잡하게 예측의 어려움을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필자가 그 내용을 다시 정리해 본다.

우선 (1)예측이 갖고 있는 특징인 불확실 조건을 먼저 설명하고, (2)예측에 사용된 변수가 타당할 경우에도 여전히 예측이 틀릴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이고, (3)예측을 위한 변수가 누락될 경우 발생하는 문제와 마지막으로, (4)예측 변수를 잘못 선정했을 경우 소음이 발생하는 문제 등 네 가지로 정리하여 설명하겠다.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 예측의불확실 조건이다. 예를 들어 우주의 1억 년 후를 현재 예측하고자 할 때, 우리는 예측할 수 없다고 믿는다. 그 이유는 광대한 우주를 예측하기 위해 우리가 현재 알고 있는 변수가 너무 적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가정해 보자. 만약 우리가 현재 모든 예측 변수를 알고 있다면 우주의 미래를 정확히 알 수 있을까? 쉽게그렇다고 대답하기 전에 기본 전제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몇 가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전제는 우주는 (법칙적으로) 완벽하여 변수가 확정되어 있고, 인간이 모든 예측 변수를 안다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이 아인슈타인이 생각했던결정 인식론(숨은 변수 이론)’이다.

반면 우주는 확정돼 있지 않고 무작위적이라 우주를 완벽하게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불확실 조건’, 불확정성 인식론이다. 특히 불확정성 인식론은 이론 물리학자 베르너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Uncertainty Principle : 양자역학에서 입자는 성질 상 현재의 위치가 없기 - 무작위적이기 - 때문에, 우리는 입자의 미래 위치를 예측할 수 없다는 것)가 확산되면서 많은 지지를 얻고 있다.

특히, 우리가 학교 때 배운 것처럼, 결정 인식론(숨은 변수 이론)은 어떤 측정 속에 내재되어 있는 불확실성이 통계적으로 종 모양의 정규분포를 따른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통계론을 빈도주의 방법론이라고 하는데, 표본이 많아지면 예측 정확성의 오차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그러나, 예를 들면, 극히 드문 대형 사고인 세월호 사고와 유사한 일의 재발생을 우리가 예측하기 위해 기존의 어떤 표본을 활용할 수 있을까? 표본과 자료를 무척 많이 보유하고 있지만 우리는 주식시장의 미래를 왜 예측하기 어려운가? 그리고 아이스크림 판매량과 산불 발생 모두 여름에 증가한다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현실에는 왜 특별한 의미가 되지 못하는 것일까? 이렇듯 세상의 온갖 예측 대상은 결정론보다 불확실한 조건이 훨씬 많다고 한다.

 

 

모든 신호를 알고 있지만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운 두 번째 이유는 예측에 사용된 변수가 타당하더라도 쉽게 해결할 수 없는 다양한 문제가 있기 때문이란 것이다.

먼저 예측 변수들 간 상호 역동성 때문에 예측이 어려운 경우다. 여기서 역동성이란 변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폭되며 상호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버터플라이 효과). 따라서 소수점 다섯 자리 아래의 미묘한 예측 변수 차이가 결과적으로 큰 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현재의 컴퓨터 성능 수준을 고려하면, 일주일 이상 장기 일기 예보의 정확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고 한다. (참고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상청에서 과거 날씨를 단순 평균하여 장기 날씨를 보도하는 이유는 단순하게 고객의 관심거리 충족 수준이라고 한다.)

타당한 예측 변수를 갖고 있어도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운 또 다른 이유는 자기부정적(Self-Concealing) 예측 오류 때문이다. 자기부정적 예측오류란 예측 자체가 예측 결과를 악화시키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자동차를 운전할 때 GPS는 막히지 않는 거리를 예측하여 내게 추천 한다. 그러나 GPS는 내게만 추천하는 것이 아니라 다수 사람들에게 그 동일 거리를 추천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추천 받은 다수가 동일한 도로에 몰려 결국 교통이 막힌다는 것이다.

 

 

신호가 과잉/과부족 되면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운 세 번째 이유는 예측에 도움되는 변수가 빠졌거나 혹은 예측에 도움되지 않는 변수가 추가 됐을 때 발생할 수 있다.

먼저 과잉 적합성(Overfiting) 문제다. 과잉 적합성이란 예측 모델에 팩트 - 과거의 관찰 또는 관측 사실 - 를 지나치게 많이 반영하는 것이다. 대표적 사례가 2011년에 강력한 9.1 규모의 지진이 후쿠시마를 강타하여 발생한 원자로 붕괴 사고다. 여기서 우리는 9.1 규모 지진의 발생 가능성을 예측해 볼 수 있다. 자세한 설명을 위해, 우선 복잡 학계에 널리 알려진 멱 함수(거듭제곱법칙 분포)를 알 필요가 있다. 멱 함수는 지진의 규모와 빈도 관계를 표현한 것으로 진도 규모가 1씩 커질 때마다 지진 발생 건수는 10분의 1씩 줄어든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진도 6의 지진은 진도 7의 지진보다 10배 더 발생한다. 이런 단순한 멱 함수로 계산하면 일본 후쿠시마에 진도 9.1 지진은 약 300년마다 한번 발생한다. 이런 발생 빈도가 충분히 많다고 볼 수도 있고 적다고 볼 수도 있지만, 전문가들 의견은 이 정도 발생 가능성에 일본의 안전 성향과 경제 수준을 고려하면 일본이 사전에 충분하게 조처를 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일본은 이런 단순한 멱 함수에 후쿠시마 원자로의 위치 등 개별 특성(팩트)을 추가했다. 이럴 경우 지진 발생은 13천 년에 한 번 발생하는 것으로 가능성이 매우 낮게 나온다. 우리는 예측을 위한 변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예측 정확도가 증가한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단순한 멱 함수 모델에 팩트를 추가하여(과잉 적합성) 이런 잘못된 결과가 발생한 것이다.

먼저 생각해 봐야 할 것은, 다시 언급하지만, 우리는 지진 발생의 전체 변수를 알지 못한다(불확정성 인식론).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단편적으로 (우연히) 알게 된 추가적인 팩트가 멱 함수 내 여타 변수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알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추가적인 팩트가 예측을 위한 중요 인과관계 변수인지도 확실하지 않다. 따라서 과잉적합된 예측 모델은 신호가 아닌 알려지지 않은 소음에 더 적합하게 적용되어 예측이 매우 잘못될 수 있다.

반대로 예측에 도움되는 변수가 빠졌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로는 회귀분석 등으로 미래를 외삽(Extrapolation : 데이터가 없는 부분을 가깝다고 생각하는 데이터로 미루어 추정하는 것)하는 경우에 예측이 잘못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오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거나(인구 증가, 전염병 확산 등), 구조적인 변화가 있을 수 있는 대상을 예측할 때 오류가 발생한다.

 

 

소음이 끼었을 경우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운 마지막 이유는 예측 변수를 잘못 선정했을 경우다.

우선 관찰자 효과(Observer Effect : 관찰자의 관찰이 관찰 대상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 때문에 미래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경제학은 정책 입안자가 특정 변수를 주목하면, 예를 들어 정부가 주택가격 부양책을 쓰면 그 변수는 예측을 위한 경제지표로 가치를 잃는다고 설명한다. 일반적으로 통계학은 독립변수와 종속변수가 존재하고, 이들 변수는 서로 엄격하게 분리된다고 전제 하지만, 사실 실제 현실에서는 구분되는 경우가 많지 않다고 한다.

이렇듯 예측에는 신호가 불완전하고 소음이 낄 여지가 많기 때문에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총합적 예측(Aggregate Forecast)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경제 분야는 특정 개인의 예측보다 총합적 예측을 했을 경우 GDP 예측은 20%, 실업률 예측은 10%, 인플레이션 예측은 30% 더 정확해 진다고 한다.

 

 

예측 정확성 높이기

예측이 이렇게 어렵다면 정확한 예측은 정말 불가능해 보인다. 저자도 통계학자 조지 박스 박사의 말을 인용한다. “모든 모델은 빗나간다. 그러나 몇몇 모델은 유용하다.” 저자는 이런 유용한 예측 모델로 베이즈 정리(Bayes’s Theorem)를 제시한다. 이 모델을 만든 토마스 베이즈는 1701년 영국에서 태어난 통계학자며 신학자였다.

베이즈 정리는 암호 해독, 핵 잠수함 추적, 산재 보험 설정, 암의 원인 규명, 대선 결과 예측, 스팸 이메일 필터링, 질병 예측 및 수익 계산 등 다양한 분야에서 300여 년 동안 사용된 공식이다. 우선, 숫자로 표시된 공식보다 베이즈 정리의 철학적 배경을 먼저 아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신학자인 베이즈의 평소 고민은신이 진정 자비심이 넘치는 존재라면 어떻게 이 세상에 고통과 사학함이 존재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었다. 그가 내린 결론은인간의 불완전성으로 신의 완전성을 오해하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즉 신이 설계한 우주를 우리 인간이 온전하게 이해하지 못 하지만, 사실 신은 완벽하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베이즈는 인간이 완벽한 신, 우주 혹은 자연을 어떻게 하면 알 수 있을지 고민했고, 인간이 자연에 대한 진리를 조금씩 점차 알게 되면 궁극적으로 진리에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는 완벽한 자연과 불완전한 인간 사이의 괴리를 인정하고, 그 둘인 지식과 무지 사이의 영역을 확률로 본 것이다.

 

 

베이즈 정리

따라서 베이즈 정리는우리가 어떤 대상에 갖고 있던 초기 믿음을 객관적이고 새로운 정보로 업데이트할 때 보다 개선된 새로운 사실을 알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베이즈 정리는 매우 단순하다. 3개 변수의 사칙연산뿐이다. 공식은 xy/{xy+z(1-x)}이다. x는 사전 확률(완벽한 자연)이며, y z는 새로운 사건(불완전한 인간)이다. 여기서 사전 확률인 x가 중요한데, x객관적인 정보를 말한다.

이 책의 간단한 예를 보면, 결혼한 당신이 집에서 못 보던 동성(同性)의 속옷을 발견했을 때 배우자가 바람 피우고 있을 가능성을 공식에 적용해 예측해보자. 당신은 배우자가 바람 피운다는 전제에서 낯선 속옷이 발견될 확률(y=50%)과 배우자가 바람을 피우지 않는다는 전제에서 속옷이 발견될 확률(z=5%)을 추정했다. 이것을 당신이 속한 사회의 모든 배우자가 바람을 피울 확률(x=4%) - 예로써 연구 통계치 등 - 에 적용하여 당신 배우자가 현재 바람 피울 가능성을 예측(29%)하는 것이다.

참고로 당신 배우자가 바람 피웠을 가능성이 29퍼센트로 낮게 나온 주요 이유는 사회 전체가 건전 하기 때문에 이것이 반영된 것이다. 반대로 사회가 건전하지 않다면 당신 배우자가 바람 피웠을 확률은 급속히 올라간다. 한 마디로 주관적 상황을 객관적 사실로 보정하여 예측한 것이며, 현재의 특정 상황과 그 상황의 전체 구조를 동시에 반영하는 것이 베이즈 정리의 요체다.

추가로 한가지 흔한 예를 더 보겠다. 어떤 40대 여성이 엑스레이로 유방암 검사를 받았는데 양성 판정이 나왔다. 확정 판정을 위한 추가 조직 검사를 받기 전에 그녀는 인터넷을 찾아 보았다. 그녀는 실제 유방암에 걸린 40대 여성이 양성 판정을 받는 경우가 무려 79%(14명 중 11상대적으로 분모 숫자가 작다는 것을 기억하자)라는 것을 알았다. 또한 유방암이 아닌데도 검사 실수로 양성판정을 받을 오류 가능성이 10%(986명 중 99상대적으로 분모의 숫자가 크다는 것에 주목하자)밖에 안될 정도로 확률이 매우 낮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럴 경우 모든 여성은 몹시 불안해한다. 그러나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 그 이유는 더 큰 그림(전체 구조)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 세계 40대 여성이 유방암에 걸릴 실제 확률은 1.4%(1,000명 중 14)라는 객관적, 구조적 사실을 베이즈 정리 공식에 넣어 반영하면, 여성이 양성 판정을 받았더라도 실제 유방암이 아닐 확률이 90%(110명 중 99)나 된다.

한편 이 사례를 이해할 수 있는 미국 성인은 3퍼센트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만큼 우리의 직관과 다르기 때문이다. 사람은 부분으로 전체를 이해하기 어려워하고, 이해하지 못하면 직관은 틀릴 수 있고, 현실을 왜곡해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베이즈 정리의 핵심은 객관적인 새로운 정보(x)를 지속업데이트하여 예측 정확성을 높이는데 있다. 그러나 주의할 점은 업데이트하는 새로운 정보가 예측에 도움되는 의미 있는 정보여야만 한다는 것이다. 정보는 인터넷 시대에 매일같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이렇게 넘쳐나는 정보 홍수 속에 예측을 위한 의미 있는 변수 찾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도 빅 데이터 시대에 예측 오류의 증대 가능성을 염려하고 있다.

 

 

구조와 예측

사전 확률(x)과 새로운 사건(y, z)으로 표현되는 베이즈 정리를 보고 있으면, 좀 뜬금없지만, 경영학의 오랜 화두인 구조와 전략 관계를 표현한 유명한 두 문장이 떠오른다. 경영학자 챈들러(A. D. Chandler)구조는 전략을 따른다(Structure follows strategy, 1962)’ 하였고, 경영학자 부르좌(L. J.  Bourgeois)전략은 구조를 따른다(Strategy follows structure, 1980)’고 하였다.

조금 더 풀어서 설명하면, 기업이 특정 전략을 수립하여 실행할 때 전략의 성공을 높이기 위해서는 전략에 적합한 조직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챈들러 설명이다. 반면 부르좌 표현은 현재 당신 조직의 구조가 심오한 의도 없이 거의 자연 발생적으로 생긴 - 한마디로 그냥 방치된 - 조직이라면, 그 구조의 잘못된 속성 그대로 종종 잘못된 전략이 실행된다는 것이다. 두 경영학자 생각이 모두 옳은 거 같다. 하지만 부르좌 표현이 훨씬 현실적으로 들린다. 조직 구조는 단순한 조직도가 아니다. 조직 구조는 구성원, 지위, 계층, 역할, 책임, 업무 절차, 기술 등이 상호 연계하는 유기체다. 유기체는 그냥 놔두면 자연 발생적으로 지향성 없이 변화하는 속성을 갖고 있다.

베이즈 정리로 예측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사전 확률(구조)를 끊임없이 업데이트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마찬가지로 조직 구조도 전략을 갖고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해야 한다. 많은 기업의 CEO들이 직원들에게 매출 목표만 할당하고, 미달했을 경우 엄중한 책임을 묻는다. 기업의 매출 향상 목표가 당면한 중요 과제라면, 베이즈가 강조한 구조를 먼저 업데이트해야 예측된 목표 달성 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 당신 회사의 조직 구조는 언제 업데이트 되었는가? 조직이든 예측이든 미래에 정확하게 다가갈 수 있게 하는 것은구조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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