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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리더십 - 제4차 산업혁명 시대 디지털 혁신을 위한 리더의 조건
김진호.최용주 지음 / 북카라반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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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기업 엑시엄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개인 정보를 보유하고 있어 이를 마케팅에 활용하려는 기업에 판매한다. 액시엄은 한 사람의 개인 정보를 약 1,500개 항목별로 평생 동안 추적하면서 관리한다. 당신이 어디에 살고 직업이 무엇인지는 물론이고 몸무게, 소비 패턴, 정치 성향, 가족 건강, 휴가 계획까지 속속들이 안다.


액시엄은 약 3억 명에 이르는 거의 모든 미국인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약 5억 명의 개인 정보를 보유하고, 연간 50조 건의 거래 내역을 분석한다. 미국인의 일상생활에 대해 미국 연방수사국이나 미국 국세청보다 훨씬 깊이 있게 조사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9·11 테러 당시 19명의 가담자 가운데 11명에 대한 정보를 보유하고 있어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액시엄은 일단 특정한 개인의 정보를 취득하면 그 사람에게 13자릿수로 만들어진 번호를 부여한다. 이후에는 모든 정보가 이 번호로 분류·관리된다. 수집되는 정보는 나이, 주거지, 성별, 피부색, 취향, 정치 성향부터 선호하는 휴가지, 기르는 동물, 물품 구매 행태, 교육 수준, 수입, 병력病歷, 재정 상태, 가족 관계, 잡지 구독 여부 등 엄청나게 많다. 액시엄의 장점은 그들이 가진 정보가 소비자들의 오프라인 데이터라는 데 있다. 즉,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낼 수 없는 정보다.


액시엄은 사람들이 생활에서 남기는 흔적(데이터)을 꼼꼼하게 추적한다. 예를 들면 공문서 신청, 신문·잡지 정기 구독, 각종 설문 참여, SNS 활동, 신용카드는 물론이고 보통 5~6개씩 갖고 있는 고객 서비스카드 사용 내역, 부동산 담보 대출 신청, 보험 가입 등을 수집한다. 액시엄은 자신만의 차별화된 데이터 수집 노하우로 체계적이고 광범위한 개인 정보를 엄청나게 축적해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추었다.


엑시엄은 현재 4,000개 이상의 데이터 뱅크를 관리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신용카드 회사 10곳 중 7곳, 미국의 대형 백화점 10곳 중 6곳, 세계 10대 자동차 회사 중 8개 회사도 액시엄의 고객이다. 액시엄의 매출은 2010년부터 약 9억 달러를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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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영웅 1인의 성공 신화


둘. 여건과 조건이 다른데 벤치마킹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착각


셋. 고객 불행을 기반으로 한 성공


넷. 종업원 고용을 우습게 보는 태도


다섯. 결국 돈만 많이 벌면 된다는 배금주의

 

 

 

“카지노 기업인 해리스는 빅데이터 리더십 덕분에 위기에서 세계 최대 카지노 그룹으로 우뚝 섰다. 빅데이터와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화려한 카지노 기업도 데이터 분석으로 승부를 갈랐다. 이 이야기는 어려움에 처한 기업이 데이터 분석적인 리더를 영입해 최고 성과를 거둔 사례로 유명하다. 1998년 해리스는 미국 하버드 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서비스 경영을 가르치던 게리 러브먼 교수를 영입했다. 그의 분석 지향 리더십으로 해리스는 승승장구하게 됐고, 업계 라이벌인 시저스를 인수하는 성공을 거두었다. 그가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일까?

 

 

카지노 해리스는 지역별로 산재된 자사의 카지노 시스템을 통합해 전국적으로 고객들애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데이터베이스를 고객 충성도를 높이기 위한 마케팅 정책에 적극 활용한 것이었다. 구체적으로 고객을 인구 통계변수와 지출 이력을 바탕으로 무려 80개의 이질적 집단으로 구분한 뒤 각 집단의 특성에 적합하도록 차별적으로 마케팅을 했다.

 

 

가령 개개인이 잃고 따는 금액을 실시간 추적하다가 어떤 개인이 그의 인내 한계점(영어로는 ‘pain’ threshold라고 한다), 즉 총 잃은 금액이 도박을 중지하도록 만드는 액수에 가까워지게 되면 직원이 접근해 공짜 식사나 쇼 티켓을 무료로 제공해 기분을 누그러뜨리고 계속 호텔에 머물도록 유도하는 식이었다. 그리고 직원들에 대한 인센티브나 성과급도 그들이 창출한 매출이 아니라 그들이 봉사했던 고객의 만족을 기반으로 산정했다. 이는 서비스에 만족했던 고객이 다음 해에 더 많은 돈을 지출한다는 데이터 분석 결과 때문이었다.

 

 

심지어 게리 러브먼 교수는 “우리 회사에서 해고되는 사유는 3가지다. 절도, 성희롱, 근거가 되는 데이터 없이 말하는 것’이라고 역설한 것으로 유명하다.

 

 

게리 러브먼을 영입한 후 고객들이 카지노 해리스에서 도박에 지출한 돈은 약 40퍼센트가 증가했으며, 영업이익도 평균 27퍼센트나 늘었다. 특히 2003년에서 2006년 사이 해리스 주식 가격이 14달러에서 85달러로 약 6배나 폭등했다. 또한 2005년에는 전세계 7개국에서 51개 카지노를 운영중인 세계 최대 카지노 그룹 시저스를 인수한 후 기업명을 시저스엔터테이먼트로 바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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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비판하려면 그 대상이 지닌 한계를 뚜렷이 밝혀 드러내면 된다. 이것을 비난과 혼동하면 안 된다. 저자 깜냥과 한계를 지적해 주는 건전한 비판 덕에 학문이 발전한다. 구체적으로 비판하면 (비판한 사람) 자신 한계도 함께 노출되므로 미처 생각하지 못한 점을 다른 사람이 다시 지적해 줄 수 있다. 그러면 최초 비판자인 나는 창피하여 얼굴이 화끈거리겠지만 깨닫지 못한 걸 알게 됐으니 고맙게 받아들이면 된다. 합리적으로 비판하자. 비판이나 제안으로 당신이 속한 공동체의 지적 자산은 더 풍요로워질 것이다.”<번역자를 위한 우리말 공부>(유유, 2014)

 

 

 

 

 

 

 

 

 

 

 

 

 

 

이 책 <비즈니스모델 4.0> 서문은 무척 공들여 쓴 느낌이다. 각 문장이 간결한 단문으로 읽기에 편하고, 논리 상 흐름도 부드럽다. 경영의 핵심 전략 ‘차별화’를 대중 개념어 ‘다르게’로 표현하여, 독자가 처음부터 책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다. 끝까지 읽지 않아도 책에 무엇이 담겨 있으며, 저자가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한눈에 감 잡을 수 있게 한다. 몇 페이지의 서문에서 저자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필요한 인용문이 몇 개 있다. 그렇지만 다소 적절치 않은 경우도 있다. 서문에 담긴 인용 두 가지만 말해 보자.

 

 

“진화론을 창시한 찰스 다윈은 ‘가장 강한 종이나 가장 똑똑한 종이 아니라 변화에 가장 적응을 잘하는 종이 살아남는다’고 했습니다. 이는 비즈니스에도 적용되는 말입니다. 즉 끊임없이 변화하는 비즈니스 생태계에서도 이에 적응하는 기업만이 생존하고 성장합니다.”

 

 

저자가 말한 다윈 인용문에서는 핵심 단어, ‘우연한 돌연변이’가 빠졌다. ‘가장 강한 종이나 가장 똑똑한 종이 아니라 (우연한 돌연변이로 인해) 변화에 가장 적응을 잘하는 종이 살아남는다.’ 진화론에서 종이 변화에 적응하고 살아남는 것은 단지 ‘우연’한 일이다. ‘비즈니스모델’을 의도적으로 ‘계획’하고 노력해서 만들어야 하는 기업체에는 적절치 않은 인용이다. 굳이 진화론을 경영 이론에 제대로 접목한다면, 생존과 성장을 위해서 비즈니스모델을 계획하는 것 자체는 큰 의미가 없고, 기업 성공이란 결국 대부분 ‘우연’한 일이라고 말하는 것이 원래 세상사에 더 적합(fitness)하지 않을까? 저자의  또 다른 ‘적절한’ 인용문을 보자.

 

 

“1998년 일론 머스크와 함께 온라인 신용카드 결제 시스템인 페이팔(PayPal)을 설립해 2002년 15억 달러라는 거금을 받고 이베이에 매각한 피터 틸은 ‘성공한 기업은 모두 달라서 독특한 문제를 해결하고 ‘독점’을 구축한다. 실패한 기업은 모두 비슷비슷해서 경쟁을 벗어나지 못한다.”

 

 

재미있는 인용 글이다. 이 같은 말을 한 피터 틸은 대단히 솔직하고 센스 있으며, 언어적으로도 충분한 소양이 있는 듯 하다. 그의 말 모양새가 무척 익숙한데, 톨스토이의 책 <안나 카레리나> 첫 문장과 구조가 흡사하나 내용은 반대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모습이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제 각각의 불행을 안고 있다.”<안나 카레니나 1>(민음사, 2009)

 

 

유명한 문장이라 많이 회자되며, 읽는 사람마다 해석도 다양하다. 내 해석의 도움은 ‘필요조건, 충분조건’이다. 불행한 가정은 단 한가지 필요 조건만 있어도 불행하며, 행복한 가정은 모든 충분 조건이 있어야 하기에 행복하기란 매우 힘들다는 뜻으로 보인다. 이 같은 뜻을 피터 틸 인용문에 그대로 적용하면 대부분 기업은 아무리 ‘계획’하고 노력한다고 해도 실패하며, 기업 성공은 ‘우연’한 일이며 불가능에 가깝지만, 굳이 성공하려 든다면 시장을 ‘독점’하는 방법 이외는 없다는 솔직한 표현이다.

 

 

무수한 경영학 이론이 있지만, ‘현실’적인 경영학 이론이 분명히 밝히든 혹은 감추든, 기업 생존과 성장 열쇠는 결국 ‘독점’뿐인 셈이다. 하지만 ‘독점’은 명시적으로 불법이며, 인간적으로 반사회적이다.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이 경쟁적이고, 자유롭고, 개인주의적인 것으로 믿는다면 당신은 속고 있는 것이다. 자본주의 시장은 결합, 합병, 통합, 트러스트, 위탁 등 독점으로 이루어져 있다. 독점이 이윤을 늘리며, 반면 경쟁은 이윤을 줄이는데, 자본가가 왜 경쟁을 하겠는가? 제품 생산이 몇몇 기업에 집중됨에 따라 경쟁에서 독점으로 이어지는 변화는 자본주의 시스템 안에서는 어쩔 수 없이 초래되는 불가피한 현상이다. 경쟁이 독점으로 바뀌는 것은 자본주의 시스템 안에서 ‘경쟁’ 그 자체의 속성에 기인하는 것이다.

 

 

특히 산업과 금융 자본의 결합을 통해 몇몇 기업들은 엄청난 규모로 팽창하여 독점 대기업이 되었다. 독점 자본가들은 가격을 자기 뜻대로 정하며, 그들이 가장 높은 이윤을 올릴 수 있는 지점에서 가격을 고정시킨다. 이밖에 기본적인 특허권을 장악하고 그들이 정한 가격에 따르는 후순위 기업들에게만 생산기술 사용을 허락하는 방식으로 시장 지배력을 강화한다.

 

 

독점 사업자는 높은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가격을 내리려는 소매업자들에게 제품 공급을 거절하는 정도에 머물지 않고 한발 더 나아간다. 독점 사업자는 이익 극대화를 위해 산업의 기술 발전을 방해한다. 예를 들면, 듀퐁 연구소는 저렴한 안료인 ‘모나스트랄’ 시리즈를 새로 개발했다. 이것은 탁월한 기술적 진보였지만, 그 기술이 회사의 섬유 가격 수준을 높게 유지하는데 방해가 되어 섬유 부문의 이윤을 떨어뜨릴 수 있었기에, 듀퐁은 연구소에서 개발된 안료를 상품화하지 않았다. 게다가 독점은 상품의 질을 떨어뜨린다. 내구성이 떨어지면 소비자들은 제품을 더 자주 많이 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장의 상품 수요 감소 시, 독점 기업은 가격 하락을 방치하는 대신, 생산 감축을 유도한다. 이런 정책이 노동자들에게는 실업을 의미한다. 독점 사업자는 불안정한 가격 수준에서 자신 상품을 내다파는 것을 거절함으로써 공장을 놀리고 노동자를 해고한다. 이로 인해 소비자의 소득이 줄면서 경쟁 산업의 생산물 수요까지 하락한다. 결국 소득이 줄어든 경쟁 산업의 제품 생산자들은 여전히 고가인 독점 산업의 상품들을 구입하기 힘들어 진다.

 

 

자본가들은 흔히 자신 돈을 특정 사업에 투자하면서 돈을 잃을 위험을 감수함으로써 마땅히 그에 따른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은 독점적으로 통제된 경제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 독점이 만연한 경제 시스템에서는 위험을 감수한 주체가 독점 자본가가 아닌, 노동자와 농민, 소비자다. 부익부 빈익빈 초래는 독점 때문이다. 노동자들은 점점 더 가난해진다. 독점 사업자는 노동 생산성에 상응하는 임금을 지불할 필요가 없을 뿐 아니라, 불황 시 생산 감축을 쉽게 하여 실업을 야기한다. 원료 공급지들은 점점 더 가난해진다. 독점 사업자들이 때때로 원료에 낮은 값을 지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점점 가난해진다. 독점 사업자들은 상품 가격을 높게 매길 수 있기 때문이다.”<휴버먼의 자본론>(어바웃어북, 2011)

 

 

사회를 고려하지 않고 무자비하게 돈을 벌고 싶다면, 이 책 <비즈니스모델 4.0>은 매우 훌륭한 책이다. 그렇지만 우리 공동체를 염려하고 자신 정신이 피폐해지고 황폐해지기 원치 않는 사람에게는 추천하고 싶지 않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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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는 어떻게 역사를 지배해왔는가 - 르네상스부터 리먼사태까지 회계로 본 번영과 몰락의 세계사
제이컵 솔 지음, 정해영 옮김, 전성호 부록 / 메멘토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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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시대 이탈리아 토스카나에서 활동했던 “회계학의 아버지 파치올리는 모든 장부 기록자가 모든 회계장부에 십자가를 그려 넣음으로써 기록은 ‘예수의 이름으로 해야 한다’고 권장했다.” 그만큼 회계의 정확성은 신만이 알 수 있다. “회계는 부를 위해 꼭 필요하지만, 믿기 힘들 만큼 취약하고 아주 위험한 존재다.”



“회계가 점점 복잡해지면서 사기의 가능성도 복잡해진다. 규제자들과 회계감사관들조차 미로처럼 복잡한 숫자와 재무 대수, 초고속으로 이루어지는 거래와 부채담보부증권 같은 복잡한 금융 파생상품에 직면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회계감사 법인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 사장은 감사란 애초에 불안전한 기술이며, 어떤 회사라도 위조 장부를 준비할 수 있는데 그것을 증명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주장하며, 부실한 보고서를 기본으로 한 감사가 정확할지에 대해 스스로 우려하고 있음을 인정했다.”



“은행과 기업, 정부 기관은 운영의 엄청난 규모와 복잡성 탓에 회계감사를 할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골드만삭스를 진짜로 감사하는 데 실제로 몇 명의 회계사가 필요할까? 1만 명? 4만 명? 그리고 실제로 이것이 가능한 임무인가? 어쩌면 아예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사실 현재로써는 정부와 회계감사 법인들은 박테리아처럼 끊임없이 변하는 재무 도구와 금융 수법을 따라잡을 수 없다.” 또한, 지자체와 정부의 부실 회계는 재앙의 위험에 직면해 있다. “국제회계기준위원회는 지자체와 정부의 회계가 ‘원시적 무정부’ 단계에 놓여 있다고 규정했다. 부유하건 가난하건, 모든 국가가 연금과 보건의료 비용, 사회기반시설 비용을 대차대조표에서 숨기고 있다.”



“불투명해진 세계 금융 시스템에는 경제 사이클을 넘어 이미 실패가 내재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자본주의와 근대 정부는 회계라는 내재적 약점을 안고 있다.” 이처럼 회계가 투명성과 책임성을 담보하지 못하지만, 또 다른 측면인 인간 모습을 감춘 착취 도구로서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계속 성공하는 듯하다.



18세기 영국의 웨지우드 도자기 창업자인 조사이어 웨지우드는 회사 회계장부를 비용절감이란 미명 아래 착취와 통제 도구로 사용하였다. “그는 더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것을 생산하기 위해 회계장부를 이용했다. 웨지우드는 회계를 통해 노동의 간격에 값을 매길 수 있음을 분명히 보았다. 술에 취해 ‘밥값도 못 하는 노동자들’에 대해 늘 불평하던 그는 노동자들을 더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었다. 그는 근무일 수가 아닌 작업량에 따라 임금을 계산하는 미성년 노동자가 성인 노동자보다 훨씬 저렴하고 효율적이라는 점을 파악하게 되었다.”



미국 건국 아버지 토머스 제퍼슨도 회계 기록에 능했다. “제퍼슨은 18세기 프랑스 귀족을 동경하고 그들처럼 고상하게 살기를 원하는 귀족 지주였다. 노예제와 회계는 서로 잘 맞았고, 회계장부는 쉽게 아동이나 노예의 노동을 칸 속의 숫자로 바꿔놓을 수 있게 해주었다. 노예들이 배를 타고 사슬에 줄줄이 묶인 채 미국에 들어온 것처럼, 그들은 같은 방식으로 깔끔하게 정리된 장부의 칸 속에서 상품으로 기록되고 팔려 나갔다.”



“발자크는 그의 소설 <금치산 선고>에서 회계가 ‘인간 마음의 비참함’을 감출 최적화된 도구임을 보여주었다. 회계 시스템은 도덕적 권리도, 잘못도, 심지어 행복도 측정하지 않는다”고 그는 회계의 본질을 간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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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의 재발견 - 한국 자본주의와 기업이 빠진 조직의 덫, 개정판 우석훈 한국경제대안 2
우석훈 지음 / 개마고원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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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주장 논거가 좀 거칠긴 하지만, 그 뜻은 받아들이고 싶다.
“기업 조직 내부는 이성적으로만 작동하지 않는다. 수많은 미스터리와 정열 혹은 신기루 같은 것이 작동하는 공간이다.” “중이 절이 싫으면 떠나라!” 회사 내에서 “이런 말이 나오기 시작하면 아주 좋지 않은 신호다.” 사실 “조직은 이런 말을 공식적으로 하지 않는다. 기업은 당신을 꼭 내보내야 하더라도 마지막 순간까지 ‘당신이 꼭 필요하다’고 말한다. 당신에게 정리할 시간의 여지를 주지 않고 내보내는 것이 조직을 위한 최선의 전략이다. 왜냐하면, 누군가 떠나기로 마음먹는 순간부터 개인 전략과 조직 이해가 일치할 여지가 상당히 축소되기 때문이다.” 중이 절이 싫으면 떠나라는 말은 일견 맞는 것 같지만, 대개 “언제 문을 닫을지 모르는 조직에서 이런 말이 나오기 시작한다."

 

 

기업이 외부 시장의 치열한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조직 내부에서는 지나친 경쟁을 제한하고 상호 협력해야 한다는 점은 “경제학이 찾아낸 중요 발견이다.” 회사 구성원은 조직 내 공유된 자원을 토대로 “끊임없이 협동작업을 하여 창조와 혁신으로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내야 한다. 극단적인 경쟁이 벌어지는 일은 자동차 판매원이나 보험 상담사처럼 완벽하게 개별적인 성과관리가 가능한 특수직종에서도 드물다.”

 

 

“그런데 지금 한국 조직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더 많은 경쟁을 도입하는 중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렇게 단순한 존재가 아니다. 조직 내부에 경쟁을 도입하면 더 많은 임금을 받기 위해 더 열심히 일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조직을 떠나거나 자신을 보호하여 조금이라도 안정성을 높이고자 하는 방어 패턴이 나타난다. 특정인에게 돈을 더 많이 주면 나머지 사람들도 더 많은 돈을 받기 위해 죽으라 일할 것이라고 상상하는 것은 순진한 탁상공론이다.” 게다가 요즘처럼 대기업에 들어가기 어려운 시절에 입사해 “성공한 유능한 사람들이 누군가 인센티브로 돈을 더 많이 받는 것은 ‘그 사람이 일을 더 열심히 했기 때문’이라고 순진하게 믿겠는가?” 대기업처럼 큰 조직일수록 개인 혼자 노력으로 큰 성과를 창출하기 어렵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

 

 

기업이 조직으로서 영속하고 싶으면, “조직원의 위상이 영속적일 때만 작동하는 경우가 더 많다.” 하지만 “순진한 고급 간부들이 내리는 안이한 결론은 업무 표준화를 높이고 구성원 상호 ‘대체 가능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절대 누구에게도 권한이 집중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첼 폴라니의 암묵지(tacit knowledge)에 대한 지적은 이렇게 극단적인 표준화 방식을 채택하면 조직은 결국 바보가 된다는 걸 의미한다. 이런 방식으로 진화한 기업은 자신 지식 잠재성과 숙련도에 비해 형편없는 얕은 지식 자산만 갖추게 된다.” 따라서 무분별한 해고나 아웃소싱, “순환형 보직 시스템은 조직 숙련도에 결정적인 문제를 일으킨다."

 

 

"사람을 만나서 대화하거나 은근히 협박하거나 적절하게 회피하는 네트워크 전략에서 볼 때, 한국에서 오래된 공무원들을 따라갈 정도로 노련한 민간 전문가가 없다. 하지만 직무 전문성 측면에서 보면 순환 근무하는 중앙공무원 조직은 여실히 취약점을 드러낸다. 순환형 시스템은 창조와 혁신보다 ‘협력’과 ‘청렴’을 중요 시한 제도다. 구조적으로 업무 전문성을 포기하고 다른 목표를 추구한 제도인 셈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집권 초반이 지난 후 자신 정치 파트너인 정당과 공식, 비공식 정당 부속기구와 협력관계를 단절하고 전적으로 공무원들에게만 의존하여 의사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시절에 내려진 많은 ‘결단’은 상당히 비전문적이었고 ‘스마트하다’라는 어감과 정반대 느낌을 주는 무지막지하면서 초보적인 문제점을 가진 정책이 많았다. 물론 구조적인 문제들이었다.”

 

 

또한, 조직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현재 채용 시스템에서 토플 점수와 개인 숙련도는 정반대로 움직일 확률이 90% 이상이라는 점이다.” “지방대 출신이나 장애인 혹은 단순 언어 구사능력인 영어 이외 다른 장기나 특징을 가진 사람들을 일부러 뽑고 이들이 내부 경쟁에서 즉각 패배하지 않도록 여러 보호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조직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게 한다. 조직 다양성을 증가시키는 소수자들이 “도태되지 않는 조직은 알게 모르게 조직 구성원들에게 자신들이 ‘선한 존재’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는데, 선한 사람들과 같이 일한다는 사실 자체가 조직 안정성과 응집력에 상당한 도움을 준다.”

 

 

사실 한국 “주요 경제조직들은 거의 똑같이 사오십대 마초 집단이 장악하고 있어 아직도 여성들과 일하는 법을 전혀 모른다. 기업이 여성과 일하는 법을 배우려면 전혀 다른 방식의 진화 패턴이 필요하다. 원칙만 얘기하면, 임금 유연성이 아니라 ‘노동’ 유연성을 높이는 방식이 현재로써는 가장 필요하다. 일주일에 이틀 일하는 정규직이 한국에는 없지만, 스위스 공기업과 정부기관에서는 이틀 일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재택근무를 비롯한 주2일 노동제, 장기 육아휴직과 같은 장치만으로도 여성들이 평생을 한 조직에서 일하는 선택을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사오십대 마초들 삶의 패턴에 딱 맞게 기업조직이 디자인되어 여성들이 거기에 끼어들어 전문성을 발휘할 기회가 거의 없다.”

 

 

조직이 ‘아름다운 기업’이 되기 위한 핵심은, 현재의 상호 치열한 경쟁을 조장하기 위해 인센티브 등 급여를 올려주고 노동자를 줄여 임시직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급여를 낮추고 정규직을 늘리는 것이다. “임금률을 낮추는 것은 한국에서 해보지 않은 선택이다. 현실적으로 임금증가율만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체 구성원의 표준임금을 낮추는 건 노동자 감원을 선택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어서, 차라리 사람을 내보내는 편한 선택을 하게 된다. 그래서 한국 기업은 임금률을 높이고 사람을 줄이되, 필요한 수보다 더 줄여서 총임금을 낮추는 전략을 지난 10년간 구사해왔다. 하지만 이 해법은 조직 숙련도와 다양성에 영향을 끼쳐 이런 식으로 구조조정을 몇 번 반복한 기업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

 

 

우리나라는 “사회적 비용이 상당이 높은 상태다. 소비해야 하는 최소지출액을 ‘식사는 라면 정도면 충분하다’로 기준 삼을지, 아니면 식사 때마다 ‘캐비어를 먹지 못하면 나는 죽는다’라고 할지에 따라 사회적 최소비용이 바뀐다.” “지금 만약 기업이 직원들에게 ‘우리 임금 조금만 낮출까?’라고 물으면, ‘캐비어를 못 먹으면 저는 살 수 없어요’라고 답할 것이다.” 하지만 캐비어 논쟁은 “조직 구성원의 임금을 낮추는 대신 더 높은 고용 안정성을 갖게 하는 일이고 조직의 ‘창조 잠재력’을 높이는 일이다.” 물론 동시에 “캐비어의 비용을 낮추는 일을 사회와 정부에 건의해야 한다.” 결국, 한국 사회에서 캐비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 “정부에 건의할 수 있는 조직은 현실적으로 기업밖에 남아 있지 않다. 기업 목소리가 가장 잘 먹힌다.”

 

 

청년 실업률, 손쉬운 해고, 단기 임시직 등의 문제로 한국 사회는 “축적된 모순이 폭발을 기다리며 에너지를 모으는 중이다. 폭발이 예전과 같은 시민혁명이나 민중봉기 형태로 갈 가능성은 거의 없다. 오히려 멕시코를 비롯한 중남미형 국가, 즉 극단적인 양극화 속에서 내부 붕괴로 이어져 국민경제 위기가 일반화되는 상황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혁명은 민주주의를 부르지만, 배고파서 벌어지는 폭동은 파시즘을 부른다.”

 

 

1998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아마르티아 센(Amartya Sen)이 말한 ‘현재보다 조금만 더 '가난'해지더라도 행복할 수 있다’는 주장처럼, '일자리 나눔'을 위해 근무시간 단축과 임금 인하에 대한 논의가 우리나라에서도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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