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보도는 “사실 옳지만, 실제 진실이 아닐(factually correct but substantially untrue)” 수 있다. 소위 보수라고 알려진 언론뿐만 아니라, 진보 신문사도 공정 보도를 하지 않는다. 이 책 출간 당시 한겨레 편집부 차장이던 저자는 한겨레도 편향되었다고 지적하며, “정체성 관련 문제 제기가 안팎에서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2002년 한겨레 노동조합은 한겨레 공정성 역시 ‘조중동’과 오십보백보이며, 가치 재정립이 시급하다고 자성” 목소리를 높였다.

 

언론이 자유롭고 독립적일 뿐만 아니라, “국민 합의와 통합을 이끄는 공론장(public sphere) 역할을 수행”하고, 객관적 사실을 바탕으로 공정하게 보도하는 것은 과연 가능할까? 언론 기관이 사유화되어 있다는 것은 문제 원인의 일부인 것 같다. 오히려 언론이 국영화되면 문제는 더 심각해질 수 있다. 게다가 한겨레는 “특정 사주가 없어 독립된 편집권을 행사하는 데 제약 없는” 경영 지배체계를 갖추고 있지만 편향된 보도에서 자유롭지 않다.

 

보도가 편향되는 이유는 우선 “언론사 내부 정치 입장이 보도에 개입하기 때문이다. 언론 사주의 정치 입장과 이해관계는 지면 정체성을 좌우할 정도로 절대적 영향을 미친다.” 2005년 조선일보는 신문법 헌법소원을 청구하며 밝힌 이유서에서 “자본 투자로 기업을 설립하고, 필자나 기자를 고용해 신문을 발행한 것도 표현 자유로써 보호되어야 하고, 미디어 소유자로서 원하는 뉴스나 의견을 선택, 편집하여 발간할 자유가 있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게다가 “사주 생각과 기자 소신이 부딪칠 때 사주 권리가 우선한다”는 글 내용에 비춰 보면, 언론사주의 보도 태도를 분명히 알 수 있다. 따라서 “편집권 독립보다 사주 신문발행권이 우선되는 환경에서 언론종사자들 각성과 내부 개혁으로는 언론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언론 독립성 위협은 외부에도 있다. “정치권력과 광고주, 시민단체, 독자 등이 압력 단체”로 작용한다. 그 중 “정치권력은 언론과 숙명적 길항관계에 있으며, 언론 광고매출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거대 재벌의 경우 지면 정체성을 위협할 정도로 심각하다.” “2004년 삼성의 주요 언론매체 광고비는 3,091억 원으로 거대 광고주 압력은 언론의 절박한 생존 문제여서 해결방안 마련조차 쉽지 않다.”

 

프랑스 구조주의 철학자 루이 알튀세르에 따르면 “언론은 종교, 교육기관과 더불어 이데올로기적 국가기구”이기 때문에 “체제에 대한 복종을 재생한다”고 설명한다. 영국 문화이론가 스튜어트 홀은 “사건은 뉴스 제작 과정에 반영되는 순간 이데올로기 영역으로 들어간다”고 말한다. 더욱이 뉴스는 “독자 신념과 해석 방식을 배경으로 작동”하여 공정한 보도 기사라도 원래 뜻과 다르게 수용될 수 있다.

 

그런데도 저자는 “뉴스생산자가 감정과 주관, 추론을 배제하고 사실을 보도하며, 입장이나 이해가 상충하는 양자에게 기회를 주어 공정성과 균형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언론이 존재하는 한 끊임없이 추구해야 할 중요 명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저자 속뜻은, 언론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신문들의 왜곡과 조작 방법을 독자에게 자세히 알려 “안목을 높일 의도”로 이 책 쓴 것처럼 보인다. 이제 책임은 우리 독자에게 넘어왔다. 저자가 소개하는 신문사 조작 기술은 정말 현란하다. 그 중 손쉽게 속아 넘어갈 만한 몇 가지만 남긴다.

 

“미국이 이라크와 전쟁에서 어떤 성능의 첨단무기를 동원하는지 스포츠 중계하듯 보도하게 되면, 전쟁 부당성이나 비극성은 독자 관심에서 자연스럽게 밀려나게 된다. 대중은 희생자 관점이 아닌 언론보도에 따라 작전수행자 관점으로 접근하고, 결국 권력과 자본은 언론이 펼친 장막 뒤에서 현실 대세를 배후조종하게 되는 것이다.”
“선전 언론이 정치권의 파편화된 갈등을 계속 보도하는 것은 국민의 정치 혐오증을 부채질하여 사회 변화를 저지하고 현 질서를 유지, 보존시키는 데 궁극적 목적이 있다.”
“정치인이나 유명인사의 단순한 실수나 무시해도 될 사소한 발언들을 중요한 발언인 양 침소봉대하여 시선을 끌게 하는 것은, 독자가 세상 큰 흐름을 이해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정치선거 기사에서 언론이 ‘텃밭’ ‘안방’ ‘적진’과 같은 표현을 사용하거나, 각 지방의 사투리를 곁들인다면 지역주의를 부추기려는 선전선동을 하는 것이다.”
“같은 이해관계를 가진 언론과 정치인이 적대세력에 타격을 가하기 위해 폭로나 의혹을 제기하면, 다른 한쪽이 이를 근거로 의혹을 부풀리는 식으로 서로 주장을 주고받으면서 여론 영향력을 키워나가는 수법을 ‘의혹 주고받기 핑퐁게임’이라고 한다.”
“추측이나 가정을 전제로 ‘유력’ ‘사실상 결론’ 등의 단어를 통해 원하는 방향으로 분위기를 몰아가는 것은 언론사 이해관계나 기득권 지키기와 관련되어 있다.”
“시시비비를 따지기에 앞서 감정적 단어인 ‘논란’ ‘물의’ ‘파장’ ‘파문’ ‘우려’ ‘고조’ ‘확산’ ‘격감’ 등을 사용하는 것은 독자에게 선입견을 심어줘 선동하려는 전형적 여론몰이 방법이다.”
“’~인가(새로운 권력유착인가)’ ‘~이냐(단순 후원금이냐)’ ‘~하나(새해 넘기나)’ 따위의 추궁 혹은 반문형 제목은 독자를 ‘설마 아닌 땐 굴뚝에 연기 나겠나’ 식의 의구심을 갖도록 만드는 것이다.”
“성격이 서로 다르거나 비슷한 기사들을 가깝게 배치해 한 덩어리 기사로 읽히게 하여, 딸림 기사가 메인기사 내용을 지지하거나 반박하기 위한 보조 역할을 담당하게 하는 교묘한 편집기법이 있다.”
“’사업을 빨리 정리하고 해외로 떠날지 고민하는 사람이 많다’거나 ‘한국이 자멸할 것 같아 걱정’이라는 식의 (경제) ‘위기론’ 기사는 보수 기득권세력이 개혁정책에 맞서는 가장 강력한 무기인 동시에, 파업 노동자를 사회로부터 ‘왕따’ 시키는 유력한 도구이다.”
“국가 간 분쟁을 최고지도자 사이의 성격 대결로, 또는 사회 구조적 모순을 일부 범법자의 파렴치한 개인 행위 결과로 묘사하는 인물 중심 보도가 독자를 정책과 이슈에서 멀어지게 하며 사회현상 인식을 왜곡시킨다.”
“인물 클로즈업 사진은 독자 감정이입과 정서적 반응을 유도할 목적이며, 보수적이고 상업적 신문일수록 즐겨 사용한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인물사진 비중은 조선일보가 49%, 한겨레가 33%이다.”

 

 


책에는 위 예시 이외 수십 가지 화려한 조작 기술을 소개한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을 염두에 두고 신문 읽기가 가능한 독자가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차라리 <뉴스의 시대>에서 제시된 알랭 드 보통의 조언이 더 현실적인지도 모르겠다. “뉴스에는 바람직한 편집 방향이 존재한다. 하지만 뉴스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 그런 무가치한 뉴스를 멀리하고 자신 내면을 들여다봐야 한다.” 다수 국민이 특정 언론을 멀리한다면 시장 원리가 작동하여 자동 정화될지 또 누가 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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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5-11-05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는 언론사도 기업처럼 자본의 논리에 제일 많이 휘둘릴듯하더군요,,,

북다이제스터 2015-11-06 18:52   좋아요 0 | URL
네, 자본이 가장 무서운 듯 합니다.

cyrus 2015-11-05 1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쉽지 않은 방법이지만, 세상의 진실을 제대로 보려면 보수, 진보 진영의 신문을 함께 보면서 비교를 해야 합니다. 적어도 논설이라도 서로 비교해서 읽어봐야 합니다. 그래야 특정 현상에 대한 장단점을 파악할 수 있거든요.

북다이제스터 2015-11-06 1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말씀하신 방법도 좋을 듯 싶습니다.
근데, 전 좀 자신이 없습니다. 그들 수법에 쉽게 속을 것 같습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