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체
류츠신 지음, 이현아 옮김, 고호관 감수 / 단숨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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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체문제란, 3개의 질점이 만유인력으로 당기며 운동할 때, 그 궤도를 구하는 문제로서, 풀지 못한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다만, 3개의 질점이 정삼각형을 이룰 때, 공통무게중심을 타원운동할 때는 특수해를 구할 수 있다. 행성과 위성 등은 다체(多體)문제 방정식으로 풀어야 하지만, 근사적으로 이체문제로 나타내거나, 제한삼체문제로 해결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참조)

 

중국sf를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린 위대한 소설이라 평가받는 <<삼체>>의 작가 류츠신은 8년 연속으로 중국 과학 소설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sf은하상을 수상하였을 뿐만 아니라, 중국 현대사에 대한 깊은 성찰을 바탕으로 근미래의 중국 사회를 묘사함으로써 중국 과학 소설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는 중국을 대표하는 과학 소설가라고 한다. 중국 소설은 문화대혁명 시기를 배경으로 한 청소년문학을 몇 권 접한 바 있지만 다른 장르의 작품을 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호기심을 많이 느꼈던 작품인데, 중국의 역사, 우주와의 접촉, 가상 현실 게임 등의 소재가 꽤 흥미로웠다. 그러나 과학의 전문 용어와 중국의 역사 등이 스토리 전반적으로 펼쳐져 있어 이에 대한 기본적 지식이 없다면 내용을 오롯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어 조금 아쉬운 작품이다. (아니, 기본적 지식이 없는 나를 탓해야 할 것 같다.)

 

모든 것의 모든 것이 모두 하나의 결과를 향하고 있다. 물리학은 존재한 적이 한 번도 없었고 앞으로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무책임한 행동이라는 것은 알지만 다른 방법이 없다. (본문 21p)

 

선위페이를 알게 되면서 저명한 학자들로 구성된 국제적으로 영향력 있는 학술 단체 '과학의 경계'와 접촉하게 된 왕먀오는 군으로부터 과학의 경계와 접촉한 물리학자들이 최근 두 달 사이에 잇달아 자살했기에 과학의 경계가 그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에 대한 상황 파악을 위해 협조해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자살한 명단에는 1년 전 알게 되면서 호감을 가졌던 양둥이 있었는데 왕먀오는 그들의 스파이 노릇 대신에 군과 경찰의 무지하고 어리석음을 증명하기 위해 제안을 수락한다. 왕먀오는 양둥의 남자 친구인 딩이 박사를 만나게 되는데, 그는 물리 법칙이 시간과 공간에서 불균일하며 이에 물리학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다음 날, 왕먀오는 자신의 눈에 1200:00:00를 시작으로 한 시간이 카운트다운이 되고 있는 숫자열이 보이는 것에 불안함을 느끼고 선위페이를 만나게 되는데, 그녀는 왕먀오가 연구하는 나노 프로젝트를 그만 둘 것을 권한다. 왕먀오는 선위페이가 접속하는 게임이 '삼체'라는 것을 알게 되고 게임 속 가상 현실을 체험하게 된다. 게임은 세 개의 태양이 존재하는 기이한 삼체 세계로 항세기와 난세기가 교차하는 이 세계에서 태양 운행의 규칙을 찾는 것이다. 이후 딩이 박사의 권유로 양둥의 어머니이자 천체 물리학자였던 예원제를 만나게 되고 그녀가 문화대혁명에서 어머니에 의해 물리학 교수였던 아버지가 죽음을 맞게되는 한편, 호감을 갖고 있던 바이무린으로부터 인간의 악의 일면으로 인한 상처를 받게 되고 그로인해 반동문자로 몰린 그녀가 특급 기밀 지역인 홍안 기지에서 연구를 하게 되었던 일련의 일들을 알게 된다. 이후 그녀는 몇 해전 자신이 우주로 쏘아올린 메시지에 답을 받게 되는데, 그것은 무시무시한 경고였다.

 

경고한다. 대답하지 마라! 대답하지 마라! 대답하지 마라!

당신들의 방향에는 1000만 개의 항성이 있다. 대답하지 않으면 이 세계는 송신원의 위치를 파악할 수 없다.

하지만 대답을 하면 송신원의 위치가 파악되어 당신들의 행성계는 침략당하고 당신들의 세계는 점령당할 것이다!

대답하지 마라! 대답하지 마라! 대답하지 마라! (본문 308p)

 

하지만 예원제는 "이곳에 오십시오. 나는 당신들이 이 세계는 얻는 것을 돕겠습니다. 우리 문명은 이미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능력을 잃었습니다. 당신들의 힘이 필요합니다." (본문 311p) 메시지를 보내고야 만다.

 

문화대혁명은 증오와 복수심을 짙게 남겼고 많은 이들에게 씻어내기 어려운 깊은 상처를 만들었다. 문화대혁명 당시 자라난 사람들은 도덕관념이 없는 도덕진공상태로 표현될만큼 혼란스러웠던 사회였는데, 인간의 악의 일면과 마주해야했던 그녀의 삶과 과거 따위는 기억하지도 않고 알아주지 않는 새로운 시대에서 예원제의 이상은 우주의 월등한 문명이 인류 세계로 들어오게 하는 것이었다. 문화 대혁명의 광기 속에서 모든 것을 잃은 예원제의 전 인류를 상대로 한 복수가 우주에서 보내 온 경고로부터 시작되었다.

 

과학자들의 잇단 자살로 시작된 사건은 혼란스러웠던 중국의 역사 속에서 시작되었고 그것은 중국의 현재와 미래까지 보게했다.

<<삼체>>는 우주, 과학, 역사 등 광범위한 내용 속에서 인간의 악, 역사의 오점 등을 sf소설이라는 흥미로운 장르로 풀어내고 있다. 읽기에는 어려움이 읽었던 작품이기는 하지만, 흥미로운 작품임에는 틀림이 없다. 이 작품은 미래에 대한 극단적인 설정 속에 문화 대혁명과 양탄 공정 등 중국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을 녹여내면서 중국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아우르는 류츠신의 <<삼체>>는 당대 중국인들이 생각하는 중국의 미래를 포착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출판사 서평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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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 글씨체를 잡아 주는 영어 속담 따라 쓰기 바른 글씨체를 잡아 주는 따라 쓰기 3
마선미 지음, 김영곤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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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속담은 어린이가 영어 작문에서 표현력을 키우고, 영어 회화 감각을 익히는 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이 책은 영어 속담을 영어와 한글로 동시에 익히도록 하기 때문에 이제 막 영어를 쓰기 시작하는 어린이가 부담 없이 따라 쓸 수 있습니다. 어린이가 스스로 재미를 느끼고 영어 공부 습관을 기르는 데 충실한 위크북입니다." 허혜원 서울월촌초등학교 교사

 

 

속담이란 옛날부터 전해 내려온 교훈, 비판, 풍자 등을 간직한 짧은 구절을 의미하죠. 그 속담에는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선조들의 지혜가 담겨져 있어 우리 삶의 밑거름이 될 뿐만 아니라 이해력과 표현력을 키워주기도 합니다.

글로벌 시대에 발 맞추어 영어는 이제 제2의 모국어로서 자리잡았고, 초등학교부터 배워야하는 필수교과가 되었습니다. 영어는 꾸준히 학습해야 되는 과목이라서 매일매일 영어 공부 습관이 필요하죠.

이런 이유로 속담과 영어는 우리 아이들이 알아두어야 할 과목인데, 주니어김영사에서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영어 속담도 익히고, 삐뚤빼뚤한 글씨체도 바로잡아 주면서 영어 공부 습관을 기를 수 있는 <<바른 글씨체를 잡아 주는 영어 속담 따라 쓰기>>를 출간하였습니다.

 

 

<<바른 글씨체를 잡아 주는 영어 속담 따라 쓰기>>는 영어 공부를 시작하는 어린이들이 영어 글씨를 예쁘게 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워크북으로 초등학생이 상식으로 익혀야 할 영어 속담과 명언 중 40개를 뽑아 수준별로 구성했습니다. 영어 속담에 들어 있는 영단어의 뜻을 익히고 영어 속담을 영어와 한글로 따라 쓸 수 있도록 하였지요.

 

1단계 the word 'impossible' is not in my dictionary

2단계 you become what you think of.

3단계 sincerity is the way of heaven

4단계 everything you can imagine is real

 

 

 

 

총 4단계로 구성된 <<바른 글씨체를 잡아 주는 영어 속담 따라 쓰기>>의 장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어린이들이 쓰기에 알맞은 글자 크기로 되어 있으며 알파벳의 위치를 생각하면서 따라 쓸 수 있기 때문에 영어를 쉽고 바르게 익힐 수 있지요. 영어 속담을 많이 알면 영어로 쓰거나 말할 때 영어 속담을 활용하여 명료하면서도 간략하게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표현력이 높아집니다. 영어 속담을 읽는 것이 아니라 한글 뜻과 함께 따라 쓰면서 외우기 때문에 오래 기억할 수 있지요. 영어 문법과 단어 수준을 고려하여 수준별로 구성하였습니다. 따라 쓰기를 하다 보면 손과 팔에 힘이 길러지고, 인내심과 집중력을 기를 수 있지요.

그림을 보고 속담 맞히기, 속담 속의 빈칸 채우기 등으로 재미있게 복습할 수 있도록 구성하여 지루하지 않습니다. 더불어 매일매일 영어 공부 습관을 기를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지요. 이 책은 바르고 예쁜 끌씨체를 길러 주는 데 충실한 학습서이지만, 이렇듯 다양한 장점을 지니고 있어 우리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워크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초등3학년 아들은 올해 영어를 처음 배우기 시작했어요. 다른 아이들에 비해서 많이 늦은 편이지만 꾸준히 하다보면 나아질거라 생각하고 있지요. 이 워크북의 구성이 마음에 들어 아들에게 처음 건네주었을 때에는 공부라는 인식때문인지 재미없어 하더라구요. 하지만 속담을 알아가는 즐거움에 금새 재미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워낙 글씨 쓰는 걸 싫어하는 녀석이라 알파벳 쓰는 것도 힘들어했는데, 이 워크북이 있으면 조금씩 좋아질 거 같아요. 아직은 삐뚤빼뚤 예쁘게 쓰지 못하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따라 쓰다보면 더 예쁘게 쓸 수 있겠지요? 하루에 한가지 영어 속담을 알아가는 재미에 잊지않고 하고 있어 너무 기특하답니다.

매일매일 꾸준히 하다보면 <<바른 글씨체를 잡아 주는 영어 속담 따라 쓰기>>로 인한 장점이 보이겠지요? 아이에게 큰 성취감을 느끼게 해줄 수 있을 거 같아 너무너무 기대가 됩니다.

 

이 시리즈는 어린이들이 글씨를 쓰기 시작할 때부터 바르고 예쁜 글씨체를 길러 주는 데 충실한 학습서이다. 우리말은 물론 한자와 영어까지 우리가 많이 쓰는 다양한 말들의 글씨체를 바로 잡을 수 있게 도와준다. 더 나아가 단순히 따라 쓰기에만 머무르지 않고 속담, 사자성어, 명언 등과 같이 초등학생들이 꼭 익혀야 할 내용도 함께 담겨 있어서 어휘력과 표현력도 성장시킬 수 있는 '꿩 먹고 알 먹는' 워크북 시리즈이다. (출판사 서평 中)

 

(사진출처: '바른 글씨체를 잡아 주는 영어 속담 따라 쓰기'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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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이 들려주는 자유주의 이야기 철학자가 들려주는 철학 이야기 21
서정욱 지음 / 자음과모음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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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가 들려주는 철학 이야기> 21번째 이야기는 만족한 돼지보다는 불만족한 인간이 더 낫고, 만족한 바보보다는 불만족한 소크라테스가 더 낫다고 말한 존 스튜어트 밀의 사상인 <자유론>을 다룬 <<밀이 들려주는 자유주의 이야기>>입니다. 이 시리즈는 '왜'와 '어떻게'를 저절로 깨치게 도와주는 초등학생을 위한 철학 도서로 동화 형식을 빌어 쉽고 재미있게 풀어냈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부록으로 수록된 [통합형 논술 활용노트]는 생각의 폭을 넓혀주는데 도움을 주어 더욱 알찬 구성을 자랑하지요.

 

우리는 자유를 누리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간혹 자유 속에서도 구속받는 느낌을 갖곤 하지요. 쉽게 예를 든다면, 자유를 억압하는 어른들의 잔소리가 그러합니다. 자유로운 나라에서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들이 제한적이라는 느낌을 갖게 됩니다. 왜 그럴까요? 주인공 가을이가 가지고 있는 이런 의문은 바로 우리 어린들이 한 번쯤은 궁금했던 내용이 아닐까 싶습니다. 열두 살인 가을이의 생활은 노을이가 태어나면서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동생이 잠자는 시간에는 마음대로 텔레비전을 보거나 친구를 데려오지 못했고, 엄마를 도와 집안일을 해야했기에 친구 집에 놀러 갈수도 없었거니와, 학교가 끝나면 곧장 집으로 달려와야 했습니다. 그야말로 가을이의 생활은 족쇄만 차지 않았지, 노예나 다름없었어요. 자유를 빼앗긴 노예 말이에요. 하지만 가을이는 최고의 인기 가수 래인의 모습을 보면 이런 서러운 감정이 눈 녹듯 사라지곤 했어요. 래인은 가을이의 불행한 삶을 위로해주곤 했습니다. 그런데!!!! 래인이 군대를 가게 됐다고 하네요. 가을이는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왜 군대를 가야하나요? 나라를 지키는 일이라 해서 개인의 자유를 빼앗아도 되는 건가요? 설상가상 슬픈 가을이의 마음을 단짝 친구인 슬기마저 이해하지 못하고 웃는 바람에 가을이는 슬기와도 다투게 됩니다. 결국 가을이는 래인만이 자신을 위로해 줄 거 같아서 편지를 쓰기로 하지요. 다행이도 가을이의 고민은 다음 날 수업시간에는 래인을 좋아하는 반 1등인 혜림이가 선생님에게 한 질문을 통해서 풀어갈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 정말 궁금한 게 있어요. 우리나라 젊은 남자라면 모두 군대에 가야 한다고 하는데, 그건 개인의 자유의사를 무시한 국가의 권력 남용 아닌가요?" 9본문 37p)

 

"영국의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은 자신의 저서 <자유론>을 통해 국가, 또는 사회가 개인의 행동에 대해 간섭할 수 있는 범위와 한계를 논하면서, 개인의 자유는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최대한 허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어요." (본문 40p)

 

이렇게해서 선생님은 밀과 자유에 관한 수업을 하게 됩니다. 아버지인 제임스 밀은 벤담의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 (철학자가 들려주는 철학 이야기 12권 참조)에 영향을 받고 밀을 벤담의 뒤를 잇는 공리주의자로 키우기로 하죠. 밀은 개인의 의견, 개인의 자유, 그리고 행동의 자유를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밀은 <자유론>을 통해 소수의 의견을 존중할 것을 강조했고 벤담과 달리 '공공의 행복'을 우해서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의견뿐 아니라 행동의 자유가 없다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했지요. 또한 시민의 잘못을 법이나 경찰의 힘으로 다루는 것이 아니라 시민의 입장에서 시민의 잘못을 다루어야만 '공공의 행복'이 가능하다고 했답니다. 벤담의 영향을 받은 밀은 벤담의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에서 이야기한 행복에 한 가지를 더 추가하여 쾌락의 질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됩니다.

 

밀의 <자유론>에 대해 전반적인 내용을 담아내고 있으나, 어린이들이 갖을법한 고민을 가지고 구성한 동화적 스토리에 가미한 철학 이야기는 이해하기 쉽게 다가옵니다. 동생 때문에 자유를 빼앗긴 가을이와 개인의 자유의사는 무시된 채 국대에 가야하는 남자의 이야기 속에 밀의 사상이 잘 스며든 거 같아요. 어린이들의 물음과 선생님의 답변을 통한 문답형식이나 노을이로 고민하는 가을이와 어쩔 수 없이 군대를 간 래인의 고민이 담긴 편지 형식이 <자유론>의 사상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에 이 책을 통해서 우리 아이들이 자유는 책임과 만인의 행복, 도덕적 의무에 부합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이해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철학은 까다롭고 어려운 분야라는 생각을 많이 하곤 합니다. 철학은 우리가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한 지혜를 배우는 학문인데, <<밀이 들려주는 자유주의 이야기>>에서는 철학을 배우는 이유에 한 발 더 다가선 느낌을 주었어요.

이에 어린이 스스로 깨달을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구성이 철학적 사고를 기르는데 도움을 주고 있는 유익하고 알찬 내용의 <철학자가 들려주는 철학 이야기>는 어린이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작품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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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미
구병모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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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독자들이 나처럼 <위저드 베이커리>로 구병모 작가를 처음 기억하게 되었을 것이다. 이 작품은 작가 이름 석자를 각인시켰고 그의 후속작은 늘 독자의 관심을 끌게 되었다. <<아가미>>는 계간 <자음과모음>에 연재될 당시부터 관심을 모았던 작품이었으나, 내가 구병모 작가의 작품을 다시 만나게 된 것은 청소년 소설 <피그말리온 아이들>을 통해서였고 이후 최신작 <파과>를 읽게 되면서 다시금 작가의 남다른 필력에 주목하게 되었다. 이에 시간은 좀 지났지만 그녀의 놓친 작품들을 읽어보고 싶은 마음에 <고의는 아니지만><<아가미>>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 작품은 제목의 독특함과 표지삽화만으로도 주목을 끌기에 충분했지만 이는 책을 읽어보지 않았을 때야 평할 수 있는 감탄일 뿐이다. 책을 읽다보면 어느새 그 강인한 흡입력에 빠져들게 되면서 구병모 작가의 상상력에 감탄하게 된다. 그랬다. 이 작품은 정말 간만에 페이지가 줄어드는 것에 안타까워하며 읽은 작품이었다.

 

그가 말없이 물속으로 사라져간다고 해서 놀라지 마세요. 그와 우리는 다르지 않으니까요. 우리는 동소체와도 같은 생물들이에요. 완전히 같은 원소로 이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어떻게 배열되었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는 다이아몬드와 흑연의 관계처럼. (본문 203p)

 

수중에 가진 돈에 맞춰 다리 초입에서 택시에 내린 해류는 다리 난간에 떨어진 휴대전화를 주우려다 강물에 빠지게 되지만, 다행스럽게도 누군가에 의해 구조되는데, 그는 사람의 살결이라기보다는 섬세한 그물 무늬를 가진 비늘처럼 빛나 보였다. 이 작품은 이렇게 인어 왕자를 만나게 된 해류의 진술로 시작된다.

 

아내가 사라지고 혼자 아이를 키우던 남자는 폭우와 태풍으로 정강이까지 차오른 물과 동네 주민들의 떠다니는 가재도구를 헤치고 반지하방에서 간신히 머리만 내놓고 물끄러미 아빠를 올려다보는 아이를 데리고 나와 사장에게 연체된 11개월 월급 중 1개월 치 월급치를 달라고 요구하다 사장을 살해하고 아이와 함께 이내촌의 평균 수심 약 5미터에 이르는 이내호에 빠진다. 귓가에 친 물소리에 빠져나온 노인은 지느러미가 물살을 휘젓는 소리와 함께 물에 나온 아이를 손자 강하와 함께 구해낸다. 헌데 놀랍게도 아이 귀 뒤에는 데칼코마니처럼 한 쌍을 이룬 두 개의 상처가 있었다. 이튿날 오후 죽은 남자의 시신이 올라오고 경찰은 신원을 파악한 후 유아 시신이 하나 더 발견되어야 한다며 수색을 하지만, 경찰에게 알리자는 노인과 달리 강하는 물고기 사람인 아이를 밖으로 내몰수 없었고 그렇게 아이는 '곤'이라는 이름으로 노인과 강하와 함께 살게 된다.

 

'고기새끼'라고 부르거나 어쩌다 가끔 기분이 좋을 때면 '금붕어'라고 부르는 강하에게 곤은 이틀 걸러 한 번씩 그에게 처참하게 밟혀 퍼덕거리고 온몸 군데군데 지느러미가 찢기며 비틀이 툭툭 떨어져 나가지만, 그가 이름을 불러주기만 하면 그에게로 가서 미늘에 걸려 빠져나오지 못하는 한 마리 금붕어가 되곤 했다. 강하의 괴롭힘이 있었지만 노인의 보살핌에 그저 조용히 지내던 곤의 생활은 약에 빠진 강하의 엄마 이녕이 찾아오면서 바뀌게 된다. 이녕이 죽음에 이르는 사고가 발생하고 강하는 곤을 지키기 위해 그를 떠나보내고 혼자 사건을 수습한다. 그동안 무시로 곤을 괴롭혀왔던 강하가 곤을 보내며 마지막으로 건넨  "그래도 살아줬으면 좋겠으니까." (본문 159p) 라는 한 마디는 그동안 곤을 아껴왔던 강하의 마음을 짐작할 수 있게 했다.

 

곤, 당신 이름 있잖아요. 그거 할아버지 아니고 강하가 지어준 거래요. 그렇게 부르기도 기억하기도 쉬운 단 한글자뿐인 이름을, 막상 자기가 붙여놓고 부르지도 못했대요.....강하는 그 이름을 일상적으로 부르는 것조차 두려웠던 거예요. 한 번도 제대로 마주한 적 없는 존재의 이름을 부르는 순간, 그 한 글자가 혈관을 부풀어 오르게 하고 마침내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아서. (본문 181p)

 

그렇게 헤어졌지만, 두 사람의 연결고리가 되어 준 것은 처음 이야기를 시작했던 해류였다. 자신을 구해준 신비스러운 일을 블로그에 올리게 되면서 강하의 쪽지를 받게 된 해류는 강하와 만나게 되고 곤에 관해 듣게 된다. 그런 그녀가 강이 내다보이는 작은 슈퍼에서 카운터를 보고 있는 곤을 찾아오게 되고, 곤은 미처 알지 못했던 강하와 노인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자신의 이름이 '곤'이 된 이유까지도. 학급문고 도서 [장자]를 읽던 강하는 북쪽 바다에 사는 그 크기가 몇천 리가 되는지 알 수 없는 커다란 물고기이름이 곤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강하는 아이에게 가장 어울리는 이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 물고기가 한번 박차고 날아오르면 구만 리를 날아간다는 한 줄이 일종의 예언같이 느껴져 강하는 언제 어떤 일로 떠날지 모르는 아이의 이름을 부를 수 없었던 것이다. 비로소 강하의 진심을 오롯이 알게 된 곤은 폭우로 물살에 휩쓸린 강하와 노인을 찾기 위해 지금도 바다에 살고 있다.

 

<<아가미>>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나는 처음 해류가 인어 왕자를 만났던 사실을 이야기하는 장면에서 찾았었다. 엄마를 돌보며 필사적으로 돈을 벌어야 했던 해류가 죽음에서 살아나왔을 때, 그녀는 말했다.

다음에는 정말 이런 일이 있으려야 있을 수도 없겠지만, 또다시 물에 빠진다면 인어 왕자를 두 번 만나는 행운이란 없을 테니 열심히 두 팔을 휘저어 나갈 거예요. 헤엄쳐야지 별수 있나요. 어쩌면 세상은 그 자체로 바닥없는 물이기도 하고. (본문 21p)

삶이란 해류의 말처럼 열심히 두 팔을 휘저어 헤엄쳐야 하는 곳이었다. 하지만 작가의 말처럼 산란회유를 하는 물고기처럼 힘차게 몸을 솟구치려 해도, 이 세상에 혼자만의 힘으로 호흡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본문 202p) 우리는 누군가와 함께 살아가야 한다. 호수 밑바닥이라는 삶의 문턱에서 곤이 헤어쳐 살아나올 수 있었던 것은 아가미였지만 그가 삶이라는 현실에서 헤엄칠 수 있게 된 것은 강하였듯이, 엄마를 돌봐야 했기에 필사적으로 돈을 벌어야 했던 해류가 그랬듯이, 우리가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데 숨을 쉴 수 있는 아가미는 서로 돕고 도우며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 아닐까 싶다.

 

누구나 아가미를 대신할 수 있는 존재를 곁에 두고 살아야만 한다. (본문 203p) 다행스럽게도 나에게는 아가미가 되어주는 가족이 있고, 그들이 있어 나는 오늘도 헤엄칠 수 있다. 곤과 강하를 보며 나는 그것에 다시금 감사하게 된다. 나의 아가미.

판타지를 소재로 한 굉장히 흥미롭고 흡입력이 강한 스토리였다. 그 속에 담아낸 인연, 사람에 대한 끈끈함이 진한 여운까지 남기고 있으니 이만하면 구병모 작가의 작품은 이제 그 어떤 의심없이 선택할 수 있겠다.

사실 작품에 대한 기대치를 높여놓고 보면 실망하는 경우가 참 많은데, <<아가미>>는 작가와 전작에 대한 신뢰로 인해 한껏 올라간 기대치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실망스러움이 없었다. 그런 탓에 이 작품에 더욱 후한 점수를 주게 된다. 한동안 만나기 힘들 곤과 강하의 캐릭터를 마음에 새겨본다.

 

곤 그리고 강하의 참혹하면서도 아름답기 그지 없는 소설 <<아가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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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포도밭
허은순 지음, 박은지 그림 / 현암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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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포도밭>>을 처음 만났을 때 저는 <포도밭의 보물>을 생각했습니다. 아버지, 포도밭, 세 아들이라는 공통된 소재때문이었죠.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포도밭의 보물>은 근면함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했습니다. 그 이야기가 재구성된 그림책이겠거니...생각하고 읽은 그림책인데, 뜻밖에도 큰 수확을 얻은 느낌입니다. 우리는 참 많은 것을 소유하고자 합니다. 권력이나 부 그외 많은 것을 갖고 싶어하고 지금 가진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원하지요. 하지만 우리에겐 이 보다 더 소중한 것이 있습니다. 이 그림책에서는 권력, 부, 그리고 학문보다 더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일깨우지요.



성경에서 '나봇의 포도밭' 사건을 읽고 저자의 상상력을 더하여 완성된 작품이 바로 <<아버지의 포도밭>>입니다. 성경이 모티브가 되었지만 스토리에서 종교적 색깔을 느낄 수는 없었으나 작품에 대한 작가의 해설에는 종교적 색깔이 조금 입혀진 듯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종교가 없는 제가 거리낌을 느낄 정도는 전혀 아니었습니다. 이 그림책은 모티브가 된 열왕기상 21장 1~6절의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성경을 읽어본 적 없는 저는 거부감보다는 이 책의 모티브가 이런 내용을 담아내고 있구나, 라는 앎에서 시작되었다고 하는 편이 더 맞는 이야기일 겝니다. 이 그림책은 더 많은 것을 가지고자 하지만, 사실 우리는 참 많은 것을 이미 가지고 있고, 그 가진 것에 담겨진 의미가 더 크다는 것을 생각케 하였지요.



다디단 포다 향기가 십 리 밖까지 퍼져 나가는 아주 탐스러운 포도밭이 있었지요.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그렇게 좋은 포도밭을 가꿀 수 있는지 비법을 알려달라고 할 때마다 농부는,

"내게는 아들이 셋 있는데, 이 아이들이 포도를 맛나게 먹는모습을 보는 것이 내게는 가장 큰 기쁨입니다. 나는 아이들에게 맛좋은 포도를 주기 위해 그저 열심히 땀 흘려 일할 뿐, 다른 비법은 없습니다. 우리 아버지가 어려서부터 내게 다디단 포도를 먹게 해 주셨으니 나도 아버지처럼 하는 것뿐입니다." (본문 7p)

라고 말하곤 했지요.



세 아들을 둔 농부의 포도밭에 대한 소문은 왕의 귀에도 들어갔고, 농부의 포도밭이 궁금한 왕은 직접 찾아가 보게 되었습니다. 달콤한 포도 향기는 왕을 취하게 할 정도였지요. 왕이 가져간 포도를 본 왕비는 달큼한 포도를 먹자 포도밭에 욕심이 생겼고 왕에게 농부의 포도밭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 달라고 했습니다. 왕 역시도 포도밭이 탐났기에 농부에게 포도밭을 팔라고 했지요. 값은 농부 마음대로 정해도 좋았고, 농부가 원하면 어떤 벼슬이라도 주겠다고 했지만 농부는 팔지 않았습니다.


그런 아버지를 본 세 아들은 이해가 가지 않았어요. 왕이 되어 천하를 호령하고 싶다는 첫 아들에게도, 나라와 나라를 오가며 장사를 해서 큰 부자가 되겠다는 둘째 아들에게도, 부지런히 학문을 쌓아 세상 이치를 깨닫고 싶다는 셋째 아들에게도 아버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왕이 되는 것(큰 부자, 학문을 쌓는 것)은 좋은 일이나, 포도밭을 가꾸는 것만은 못하다. 포도밭을 가꾸는 일이 더 좋은 일이지." (본문 14p)



하지만 세 아들은 아버지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지요. 포토밭이 욕심난 왕은 결국 농부의 밭으로 군사를 보내 농부를 죽이고 포도밭을 갖게 되었습니다. 세 아들은 혼잡한 틈을 타 멀리 도망을 갔지요. 하지만 이후 포도밭에 포도는 열리지 않았고 화가 난 왕은 포도밭을 불태워버렸지요. 그래도 화가 풀리지 않은 왕은 백성들을 괴롭히곤 했습니다. 다행이 세 아들은 왕의 눈을 피해 자신들이 하고자 했던 일을 하며 살았습니다. 그렇게 자신들이 원하는 일을 하게 되었지만 근심을 갖게 된 이들은 비로소 아버지의 말씀을 이해할 수 있었지요. 그들이 원했던 것은 언젠가는 사라질 헛되고 헛된 것이었고, 그와 달리 포도밭은 오랜시간 조상 대대로 물려 내온 유산이며, 자식을 사랑하는 변치않는 아버지의 마음이었던 것입니다. 저자의 해설을 덧붙히자면, 포도밭은 조상대대로 물려 내려온 땅(유산)을 의미하며, 그것은 곧 하나님의 나라를 상징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성경이 모티브가 된 작품이기에 설명된 이야기인 듯 합니다.



"이 포도밭은 그 어떤 것을 준다 해도 바꿀 수 없습니다. 아버지가 제게 이 포도밭을 물려준 까닭은 이것을 팔아 부귀영화를 누리라는 것이 아니라, 더욱 잘 가꾸어 자손에게 물려주라는 것이니 결코 팔 수 없습니다. 저는 그저 열심히 일해서 맛난 포도를 거두어 아이들에게 주는 것 말고는 다른 욕심은 없습니다." (본문 12p)


<<아버지의 포도밭>>은 지금 내가 소유하려하고, 소유하고 있는 것들이 아무리 좋은 것이라 해도 곧 사라질 것들이지만 조상대대로 물려 내려온 유산, 즉 작품에서 말하는 땅이나 지혜는 결코 사라지지 않음을 일깨웁니다. 더불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그 유산을 세 아들에게 전해주려했던 농부의 마음 역시 사라지지 않는 위대한 유산이었지요. 이 책은 이렇듯 물질에 대한 욕심에서 벗어나 가진 것에 대한 가치와 소중함을 되새겨볼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사진출처: '아버지의 포도밭'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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