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적게
도미니크 로로 지음, 이주영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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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두빛의 심플한 표지가 눈길을 끄는 작품이다. 물질 만능 주의와 물자의 풍요 속에서 우리는 참 많은 것을 소유하고 살아간다. 지금 가진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 큰 집, 더 큰 차, 더 많은 옷과 신발 등 더더더 많이 추구하려고 한다. 결국 가지려는 자의 지나친 욕심이 사회적으로 문제를 만들어가면서 자본주의의 병폐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이에 법륜 스님의 무소유를 비롯하여 많은 이들이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음으로써 부보다 훨씬 값진 맑은 가난을 선택하고자 한다. 프랑스의 수필가인 작가 도미니트 로로 역시 <<지극히 적게>>를 통해 '적게 소유하며, 일상을 예술로 만드는 지혜'를 추구한다.

이 책은 삶의 모든 영역에서 군더더기를 빼고 본질만 오롯이 즐기는 동양적 '충만함의 철학', 그리고 '일상을 예술로' 만드는 프랑스인의 미학이 담아냄으로써 금욕주의적 고단함이 없는 '지극히 적은 삶'의 지혜를 전달한다.

 

저자가 프랑스의 수필가임을 인지하고 책을 읽는동안 느낀 의아함은 유독 일본 얘기가 많다는 점이었다. 이유인 즉, 저자가 일본에서 오랫동안 거주하면서 선 불교와 동양 철학에 깊은 영향을 받은 탓이라고 한다. 사실 나는 좀 고지식한 면이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바로 반일감정이다. 학창시절 국사교육을 통해 주입된 감정일수도 있겠다. 물론 시대가 변화했고 무조건적인 배척보다는 좋은 것은 받아들이는 수용의 자세가 필요하지만, 인성의 부족함으로 인해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그런 탓에 동양 철학의 영향을 받은 저자가 동양이 아닌 유독 일본의 영향만 받은 것 같은 내용들에 좀 불편함을 느꼈다. 이런 편파적인 나의 성향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 강한 인상을 느낀 것은 외적이나 내적으로 가볍게 살아가는 현실적인 조언을 담아냈기 때문이다.

 

지극히 적은 것에 만족하고 기뻐하면 실망할 일이 없어지고 정신적인 만족감이 찾아온다. (본문 10p)

 

행복한 삶이란 무엇일까? 예전에 읽은 공지영 작가의 <지리산 행복학교>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가진 것들을 모두 버리고 가난을 택하면서도 무척이나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렇다면 행복은 '많은 것을 소유'하는 것에 오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소유하지 않음에도 행복할 수 있는 삶, 우리는 이 책 part 1 [덜어 낼수록 충만해지는 것들]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적어질수록 마음은 자유로워지고, 소유물에 얽매이지 않아도 된다. 잠에서 깨는 순간부터 다시 잠자리에 드는 순간까지 순간순간이 소비로 이어지는 우리 생활에서 지극히 적은 것에 만족하며 살아가려면 똑똑하게 절약하고 똑똑하게 지출할 줄 알아야 하는데, 저자는 이에 부합되는 현실적인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많은 사람이 큰 것을 해낼 수 있다고 과신하면서 작은 것을 조금씩 하는 것은 우습게 생각한다. 이런 오만한 태도는 실패와 포기로 가는 지름길이다. 우리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는 것은 다름 아닌, 작지만 긍정적인 결과다. (본문 142p)

소유는 이기주의에서 나오고, 이기주의는 불행을 가져온다. '나','나의 것'은 우리를 속박하고 노예로 종속시킨다. (본문 226p)

 

'지극히 적게'라는 것은 꼭 물질적인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해야함은 물론이고 말을 아껴야하고, 주변정리를 통해 복잡한 감정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part 2 [정된된 삶이 가져다주는 깊이와 기쁨]에서는 점점 복잡해지고 불안한 세계에서는 지극히 적게 줄이는 것이 지혜로운 삶임을 강조하여 목표를 세움에 있어서나 인간 관계에 있어서도 진실하고 심플한 관계를 추구하고자 한다. part 3 [깃털처럼 가벼운 마음]에서는 지적 검소함이 필요한 이유를 통해 머릿속을 가볍게 하도록 이끈다.

 

사람들은 엄청난 양의 물건을 쌓아 두는 데 성공했지만, 세상에 대해 느끼는 즐거움은 줄어들었다. (본문 19p)

흔히 망각하고 살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선택은 우리가 누릴 수 있는 또 하나의 사치다.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 있는데도 자유라는 사치를 진정으로 누리는 사람은 드물다. (본문 255p)

 

검소한 사람과 신비주의 사상가들은 가난하기 때문에 오히려 부유함을 느낀다고 말하지만 정작 많은 것을 소유하고, 소유하려는 사람들은 부유함에 만족하지 못하고, 많은 것을 소유하려 하기에 그만큼 더 큰 절망과 실망을 하게 된다. 소유하고자 하기에 소소한 순간들로 이루어져있는 인생이 주는 참삶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우리 현대인들은 정작 우리가 누려야 할 사치는 누리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도미니크 로로가 <<지극히 적게>>를 통해 일깨우는 것은 소소함이 주는 편안함, 소소한 아름다움이 주는 지혜를 통해 삶을 즐기는 방법은 아닐런지.

 

명언이나 명작의 구절을 인용하여 임펙트있는 조언과 그녀만의 동양적 철학과 프랑스인의 미학을 담은 내용은 그녀가 추구하는 '적게'를 통한 짧은 내용에도 큰 깨달음을 선사한다. 그랬다. 페이지마다 꽉 채운 미사여구나 구구절절 설명하는 내용이 아닌 짧은 글로도 우리는 많은 것을 전달하고 전달받을 수 있었다. '지극히 적게'를 글을 통해 직접 보여줌으로써 독자에게 또 하나의 깨달음을 느끼게 한 것은 저자만의 지혜는 아니었나 싶다. 비록 나의 편파적인 시각으로 시작된 독서였지만 결국에는 그녀가 들려주는 지혜에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이 편파적인 시각마저도 결국은 쓸데없는 복잡한 감정을 소유하려는 것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를 반성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돈을 많이 벌기 위해 아등바등하기보다는 적은 돈으로 살아가는 노력을 보면 어떨까? -쥘르 르나르, <일기> (본문 4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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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 기와 마음이 자라는 나무 36
차오원쉬엔 지음, 전수정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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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빨간 기와>로 작가 차오원쉬엔의 이름은 이제 내게 낯설지가 않다. <빨간 기와>에서 중학교를 빨간 기와로, 고등학교를 까만 기와로 이미 언급한 바 있었던 탓에 <<까만 기와>>는 더 흥미를 느끼고 읽을 수 있었다. <빨간 기와>가 불안정한 시절에 사춘기를 보내는 중학생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작품이라면 <<까만 기와>>는 빨간 기와의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입학한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들이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되지만 자신의 위치에서 자신만의 인생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담아냈다. <빨간 기와>에서 린빙은 고등학교를 입학하지 못하게 되지만 학교 생활과 주변 인물들을 통해 꿋꿋하게 살아가는 법을 배웠기에 절망적이기 않을 것임을 시사했기에 이후의 삶이 무척 궁금했는데 이렇게 주인공을 다시 만나게 되니 무척이나 반갑다. <빨간 기와>에서는 이제 막 청소년이 된 이들의 모습을 담았다면, <<까만 기와>>는 청소년에서 청년이 되어가는 그들을 만날 수 있다.

 

세상이 뒤집히는 틈바구니 속에서 나는 뜻밖의 행운으로 까만 기와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 덕분에 내 미래도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본문 9p)

 

노동자의 일원으로 편입되어 가난하고 척박한 노동자의 삶을 묵묵히 견뎌 내며 꾸역꾸역 살아갈 자신의 미래를 떠올리며 한숨을 내쉬곤 하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받아들이기로 가까스로 마음먹었던 린빙은 고등학교 입학 통지서를 받게 된다. 도무지 믿기지 않는,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일어나게 된 것은 탕좡 마을 출신의 탕원푸가 권력을 잡으면서 탈락된 학생들 중 몇을 골라 입학자 명단에 올리고, 합격자 명단에 올랐던 몇 명이 탈락되면서다.

 

두창밍과 탕원푸의 끝나지 않는 권력다툼 속에 린빙은 운명의 장난처럼 그렇게 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이러한 권력 다툼은 학교 내에서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었다. 빨간 기와에서도 언급되었던 백곰보와 스챠오완의 불륜이 양쯔에 의해 들통이 나고 쑤펑에 의해 백곰보는 쫓겨나게 되지만 백곰보의 복수로 추락하게 되고, 여전히 강가 움막집에 살고 있던 왕루안 교장 선생님의 내력을 알게 된 린빙과 친구들은 왕루안 교장의 진실을 밝혀냄으로써 왕루안을 쫓아냈던 왕치완 교장 대신 왕루안을 다시 교장 자리에 올라설 수 있도록 돕는다.

 

시간이라는 건 참으로 묘해서 빨리 가기를 애타게 기다리면 기다릴수록 점점 더 더디게 가면서 사람의 애를 태우게 마련이었다. 그는 이를 악물고 모든 끈기를 동원해 시간의 톱니바퀴 속에서 시련을 견뎌 내었다. (본문 196p)

 

까만 기와에 과분한 교사였던 아이원 선생님이 담임으로 오게 되면서 린빙은 예쁘지는 않았지만 우아했던 아이원 선생님에 대한 동경과 도움으로 문학에 대한 열정을 다시 꿈꾸게 되지만, 고등학교에 입학하지 못해 힘겨워하던 자오이량은 결혼계획과 함께 자기 인생을 다시 설계하려하지만 비파에 대한 동경이 그를 힘겹게 한다. 빨간 기와시절부터 좋아했던 타오훼이에게 고백하지 못 하던 린빙은 용기 내어 편지를 쓰지만 답장을 받지 못하고 타오훼이 주변을 돌면서 짝사랑의 열병을 앓는다. 린빙과는 비둘기를 좋아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던 대장간의 푸사오추안과 메이쯔의 불륜과 애증의 관계, 지주 집안의 양원푸와 그가 좋아하는 샤렌상의 끊을 수 없는 인연의 고리 그리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이제 또 다른 인생을 위해 앞으로 나아가는 린빙의 모습 등이 연작소설처럼 그려졌다.

 

<<까만 기와>>는 독자들로 하여금 청년이 되어가는 과도기에 있는 청소년의 인생과 사랑 그리고 우정에 관한 갈등과 혼란에 관한 타인의 삶을 통해서 생각의 폭을 넓혀갈 수 있게 된다. 특히 자신이 원하는 길을 가지 못하여 혼란을 느끼는 등장인물들이 지금의 자리에서 새로운 삶을 설계하려는 과정은 청소년들에게 자신의 위치를 되짚어보는 성찰의 기회를 줄 수 있을 듯 보인다. 이 작품에서 보게 되는 또 다른 재미는 권력으로 달라지는 인간의 모습과 본성이었는데, 왕루안과 왕치완 교장을 통해 그 모습이 확연하게 드러났으며, 선과 악이 공존하는 쉬이룽의 모습도 그러하다.

 

중3 딸아이의 가장 큰 고민은 진학문제이다. 자신이 원하는 학과를 찾아 고등학교를 선택하는 친구들도 있지만, 아직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는 딸아이에게 고등학교 입학은 지금 가장 큰 장벽이다. 이 작품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길이 아닌 자리에 서서 고민하고 갈등하면서 자신의 삶을 찾으려는 인물들을 볼 수 있었기에 딸아이에게 이 책은 자신의 위치와 진학에 대한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듯 싶다.

<빨간 기와>와 더불어 청소년의 심리 묘사를 섬세하게 그려낸 <<까만 기와>>는 학교 생활 모습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절망 속에서도 꿋꿋하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을 부여해 줄 수 있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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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치열한 무력을 - 본디 철학이란 무엇입니까?
사사키 아타루 지음, 안천 옮김 / 자음과모음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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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도서에 관심이 없는 터라 작가 사사키 아타루의 이름이 생소한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일본에서 가장 주목받는 사상가인 그는 강연 및 대담 등으로 활동하며 그 결과물을 시리즈로 엮어 출간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 책 <<이 치열한 무력을>>은 이 시리즈의 네 번째 책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선호하는 장르도 아니고, 그들의 대담이 어렵게 느껴졌기에 이해하기 쉽게 수록해주면 더 좋으련만...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 내 마음을 들키기라도 했듯이 그들은 대담을 통해 이렇게 말한 바 있다.

 

대다수 사람들은 '이해가 안 되'면 무슨 이유에선지 화를 냅니다. "더 알기 쉽게 말해!"라고. 게다가 소설이나 만화의 경우 "어려운 건 재미없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내가 모르는 것은 곧 시시한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거죠.....모르니까 재미없다는 생각은 독서에 '권력욕'을 투사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본문 54,55p)

 

이런 권력욕을 과시하며 책을 읽어내려가다 이 대목에서 느끼게 되는 뜨끔함 탓인지 이후부터는 그동안 선호하지 않았던 장르를 접해보는 즐거움에 집중하며 읽을 수 있었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책을 읽다보니 처음에 느꼈던 감정과 달리 서술식보다는 작가, 평론가 등이 함께 나눈 이야기가 더 쉽게 다가온다고 생각하게 되었으니 이 얼마나 아이러니한 일인가. 이유야 어쨌든, 작가의 질책(?)이 편독이 심한 나를 인문교양 분야로 이끌었으니 이 또한 감사한 일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들이 말하는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책과 혁명에 관한 닷새 밤의 기록][정신 현상학][오쿠무라 씨의 가지][연애론][구하 전야][행복했을 적에 그랬던 것처럼] 등의 책을 읽어본 적이 없는 탓에 그들의 이야기를 온전히 이해한다는 것은 힘들었다. 다행스럽게도 몰랐던 책, 그러나 그들이 이야기함으로써 알게 된 책들이 나중에라도 읽어보면 좋겠다는 책이 되었다는 것만으로 나에게는 발전이다. 이 책에는 아사부키 마리코, 안도 레이지, 가가미 아키라, 하나에, 이치카와 마코토 등 작가와 평론가와 함게 나눈 대담 뿐만 아니라 클라이스트 [칠레의 지진],[파울 첼란 전집]을 추천하는 글, 연애에 관한 저자만의 정의와 강연했던 내용 등의 텍스트도 함께 수록하고 있다.

 

역시 말이라고 하는 것은 철저히 이물질이라는 느낌이 있습니다. 지금 여기에 계속 있음으로써 말은 존재 가능하고, 사용됨으로써 비로소 긍정되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말이라는 것은 쓸 때마다, 사람을 통해 들을 때마다 계속 갱신됨으로써 처음으로 그 순간에만 생겨난다고 해야 할까요? 계속해서 새로운 말, 갓 태어난 말이 되는 것 외에 존재할 방도가 없습니다. 말이 태어나는 곳을 찾는 게 아니라 말이 태어나는 지금을 항상 의식할 때 비로소 말이라고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본문 17p)

 

말이란 내 것인 동시에 타자의 것이기도 하나는 안도의 이야기, 책을 읽는 것에 대해 몇 번을 읽어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좋다는 이야기와 더불어 '내가 모르는 건 시시한 거야'라는 생각은 권력욕이라는 사사키의 이야기는 굉장히 인상깊었다. 2011.9.15일자 매거진하우스에 수록한 연애에 관해 사사키는 우리를 농락하는 '연애'는 12세기 유럽의 발명품임을 시작으로 어떤 참담한 재난이나 비참한 사건이 일어나도, 설령 환상이라 하더라도 이런 인간의 특권을 접을 필요는 없다(본문 78p)고 말했다. 연애도 사랑도 발명품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연애에 대한 정의를 역사와 함께 풀어낸 사사키의 글은 묘한 매력이 있었다. 철학이 무엇인가에 대한 하나에와의 대담도 재미있다. '철학'이라고 하면 좀 어렵게 느껴지지만, 지혜와 친구가 되기 위해 치밀하게 고안된 여러 가지 방법(본문 92p)이라고 생각하면 가깝게 느껴진다는 사사키의 결론이 마음에 든 탓이다. 더욱 인상깊었던 것은, 그 누구도 아닌 누군가가 된다. 지각되지 않는 자가 된다. 이는 하나의 모험입니다(본문 129p)라는 소설을 쓰는 것에 대한 이야기다. 소설, 평론, 에세이뿐 아니라 모든 표현이 쓰고 있는 사람에게 빙의가 일어남으로써 이루어진다는 후루이, 자신을 뛰어넘은 그 무엇을 쓰고 있으며, 자신을 뛰어넘은 그 무엇에 이끌려 쓰고 있으며 누군가가 되기 위해 시도하고 또 시도한다는 사사키의 말은 문학에 대한 그들의 사랑을 느끼게 해준다.

 

<<이 치열한 무력을>>은 문학, 철학 등에 관한 그들의 견해를 보여주었는데, 인문학을 자주 접하지 않는 나에게는 새로운 시각, 다양한 사고를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독서에 관한 권력욕의 투사이거나 나의 무지함으로 인한 이해력 부족으로 전반적인 내용을 재미있고 쉽게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새로운 분야에 대해 생각을 해보게 되는 계기도 되었고, 타인의 견해를 엿보는 계기도 되어 앎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이에 우리에게 남은 건 기꺼이 그 난해함의 친구로서 철학과 문학 그리고 비평이 어우러진 인문학의 만찬을 즐기는 일이다. 라는 이현우 서평가의 추천사가 와닿았다. 무거운 주제임에도 무겁지 않은 그들의 이야기는 인문학을 즐기는 법을 알려주는 작품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덧) 대담에서 자주 언급되었던 사사키 아타루의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이란 작품도 기회가 되면 꼭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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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성공 교과서
서지원 지음, 박정섭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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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을 보면서 '행복한 성공'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보게 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 좋은 직장을 얻고, 남들보다 좋은 집, 좋은 차를 갖는 것을 성공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에게도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해 공부하라고 말하죠. 그런데 이렇게 성공하고나면 행복할 수 있을까요? 우리 아이들은 성공하기 위한 길을 열심히 가고 있는데, 왜 행복지수는 낮은걸까요? 우리는 모두 행복과 성공을 꿈꿉니다. 성공을 위해 달리고 있지만 꼭 행복한 것은 아니지요. 그렇다면 행복한 성공이란 정말 무엇일까요? 부모는 아이들에게 안정적이고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는 방법은 알려주지만, 행복하게 사는 법을 알려주지 않는 듯 합니다. 물론 부모는 대부분 내 아이들이 성공해서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죠. 그렇다면 성공하는 법이 아닌 행복한 성공법을 알려줘야 할 거 같네요. 그래서 저는 <<행복한 성공 교과서>>가 비록 어린이를 위한 책이지만, 엄마인 저도 한 수 배워보려 합니다.

 

이 책은 행복의 개념보다는 성공의 개념에 초점을 두어 올바른 성공이 무엇인가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성공한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행복한 성공을 이루어낸 여섯 인물을 통해 '행복한 성공'이 가진 공통점이 무엇인가를 깨달아가게 되지요.

'나중에 행복해지려면 지금은 좀 힘들어도 견뎌야 해. 그래야 이 혹독한 경쟁 사회에서 이길 수 있어. 그게 바로 성공이야. 성공하면 행복해지지. 성공하면 지금 힘들고 괴로운 건 봄눈 녹듯이 다 사라져 버린단다. (본문 7p) ' 태연의 아빠 이야기는 자식을 둔 부모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해봤음직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네요. 아빠의 이야기를 들은 태연은 성공과 행복은 같은 것인지, 성공하면 행복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과 고민이 생겨났습니다. 성공했다고 부러워하는 대통령이나 대기업 회장, 인기 TV 스타들이 모두 행복한 것은 아니니까요. 태연의 고민에 친구들도 모두 의문이 생겼지요. 이런 아이들의 고민을 풀어준 사람이 '행성 식도전' 가게의 '행성'아저씨랍니다.  행성은 '행복한 성공'을 줄인 말인데, 행성 아저씨는 행복한 성공을 전파하기 위해 가게를 열었어요.

 

 

"사람들은 행복이 성공을 중심으로 돌고 있다고 믿고 있어. 성공이 태양이고, 행복이 성공 중심으로 돌고 있다는 거야. 그래서 성공을 해야 행복해질 수 있다고 믿는 거지. 천동설이 틀린 것처럼 세상 사람들의 생각이 틀린 거야. 난 행복이 태양이라고 생각해. 그래서 행복이 중심에 있고, 행복을 중심으로 성공의 별들이 돌고 있는 거야. 그래서 성공은 늘 행복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본문 14p)

 

아이들은 행복한 성공을 이룬 사람들에 대한 글을 써 놓은 행성 아저씨의 블로그에 접속해 그들의 이야기를 보게 됩니다. 아이들은 시민운동가이자 수행자인 법륜 스님, 컴퓨터와 사랑에 빠진 의사 안철수, 세계를 이끄는 공부 귀신 반기문, IT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스티브 잡스, 천재가 된 바보 빅터 세리브리아코프, 모두를 위한 위험한 시도를 한 소아마비 백신을 개발한 조너스 소크의 삶을 보게 됩니다.

법륜 스님은 남을 돕는 게 나를 돕는 것이기에 나눈다는 것은 바로 내가 행복해지는 기초가 되는 것임을 알게 하고, 안철수 박사는 부정적인 마음은 미래를 어둡게 만들어 멋지게 살 수 있는 기회를 빼앗아 버리기에 긍정적인 마음으로 희망을 갖도록 이끌지요. 그 희망이 긍정적 삶으로 이끌어 매순간 보람과 의미를 발견하게 하고 행복해지게 합니다.  반기문 사무총장의 이야기는 나보다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살고, 다른 사람에게 베푸는 것을 할 줄 알아야 목표를 이루었을 때 행복해질 수 있음을 알게 해주지요. 실패에 빠진 스티브 잡스를 계속 움직이게 했던 것은 바로 일을 사랑하는 것이었고, 열정적으로 몰입할 수 있는 일을 할 때 행복한 성공을 이룰 수 있음을 이야기해요. 자신의 관심사에 에너지를 집중시켜 좋아하는 것을 잘할 때까지 실컷 하다보면 그 과정에서 행복을 느끼고 결과적으로 행복한 성공을 거둠을 일깨우는 빅터, 성공을 하기 위해 꼭 필요한 능력이 바로 남들과의 소통임을 일깨우는 소크 박사 이야기까지 모두 행복한 성공이 무엇인가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렇다면 태연의 아빠가 (아니, 대부분의 부모들이) 태연에게 했던 혹독한 경쟁 사회에서 이겨 나중에 행복할 수 있도록 성공하기 위해서 지금의 불행을 참아야 한다는 말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겠습니다. 여섯 인물이 보여준 행복한 성공은 나 혼자가 아니라 나와 너 모두가 잘 사는 삶을 꿈꾸었고, 그러기위해 현재의 행복에 집중하고, 진짜 하고 싶은 일에 몰입하라고 합니다. 결국 우리가 아이들을 이끄는 성공의 길은 결코 정답이 아님을 다시금 깨닫게 되는 순간입니다. 이들은 혼자만을 위한 성공이 아닌 함께 잘 사는 방법을 찾으려 노력하고, 다 같이 행복해지는 꿈을 정하는 것이야 말로 행복한 성공으로 가는 길임을 일깨우고 있으니까요.

 

 

<<행복한 성공 교과서>>은 행성 아저씨가 소개하는 여섯 개의 이야기를 통해서 행복한 성공의 공통점을 찾고, 아이들에게 올바른 성공의 의미를 일깨웁니다. 지금까지 행복의 별이 성공을 중심으로 돌고 있다는 착각을 하며 아이들을 다그친 듯 하네요. 태연과 친구들의 고민이 바로 우리 아이들의 고민이었을 테지요. 성공의 별은 행복을 중심으로 돌고 있습니다. 저는 그 점을 기억하고, 우리 아이들이 행복한 성공을 위해 나아갈 수 있도록 현재의 행복과 하고 싶은 일에 대해 몰입할 수 있도록 뒤에서 지켜봐줘야 할 거 같습니다. 여섯 인물들을 통해 우리 아이들이 올바른 성공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을 듯 싶네요. 이제 우리 아이들이 비로소 행복한 꿈을 꿀 수 있게 되겠지요?

 

(사진출처: '행복한 성공 교과서'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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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실대로 말했을 뿐이야! - 예쁘게 진실을 말하는 방법 모두가 친구 24
패트리샤 맥키삭 글, 지젤 포터 그림, 마음물꼬 옮김 / 고래이야기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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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정직'이지요. 혹여 거짓말을 하다가 들키면 호되게 야단을 치곤 합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엄마인 저는 하루에도 몇 번의 거짓말을 하고 있어요. 직장생활로 여러 사람을 만나게 되는데, 모질게 말하지 못하는 탓에 거짓말로 핑계를 대거나, 타인의 모습에 거짓말을 곁들인 칭찬을 해주지요. 거짓말이 나쁘다는 것은 알지만 '선의의 거짓말'이라는 이름은 타인을 배려하고 있다고 스스로 위안을 삼곤 합니다. 아이들에게는 '정직'해야한다고 말하지만, 정작 사회생활에서는 언제나 정직할 수만은 없습니다. 아이들은 늘 정직해야 한다고 배우지만, 어른들은 때때로 거짓말을 하는 것을 보게 되지요. 정직과 거짓말 사이에서 혼돈을 느끼는 주인공 리비의 모습은 우리 아이들이 겪고 있을 혼란일 것입니다. 이에 이 그림책은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에게 진실을 말하는 법, 타인과 소통하는 법을 일깨웁니다.



루시랑 줄넘기를 하기 위해 현관 계단을 뛰어 내려가는 리비에게 엄마는 늙은 대장한테 여물과 물을 주었냐고 물었습니다. 리비는 '네'라고 대답하면서도 자기 입에서 쉽사리 거짓말이 나오는 것에 흠칫 놀랐지요. 버지니아 워싱턴에게 줄 웨딩드레스를 만들다 말고 밖으로 나온 엄마는 엄한 목소리로 다시 묻습니다. 그제야 리비는 터져 나오려는 울음을 꾹 삼키고 거짓말을 했다고 고백을 했지요. 엄마한테 된통 혼나고, 루시한테 놀러가지도 못 했으며, 온종일 집 밖으로는 나가지 못했지만 리비의 마음을 한결 가벼웠습니다. 리비가 엄마한테 거짓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기 때문이죠. 리비는 다시는 거짓말하지 않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이제부터는 꼭 사실대로만 말할 거야."


일요일 아침부터 리비의 '사실대로 말하기'가 시작되었고, 주일학교가 시작하기 기다리는 교회 마당에서 루시의 새 옷을 보고 칭찬하기 바쁜 아이들과 달리 루시는 옷은 정말 멋지지만 양말에 구멍이 났다고 사실대로 말하는 탓에 루시의 얼굴은 일그러졌습니다. 주일학교가 끝나고 루시가 자신을 노려보며 심술굿다고 쏘아붙이는 것이 리비는 이해가 되지 않았지요.

이틑날 아침 친구들과 어울려 학교에 가던 리비는 윌리가 지리 숙제를 못했다는 말을 듣게 되었고, 지리 수업이 시작되자마자 리비는 선생님에게 윌리가 지리 숙제를 안 해왔다고 말했습니다.

"난 있는 그대로 말했을 뿐이야."




이후에도 리비는 아주 많은 일들을 사실대로 말했고 학교가 끝날 무렵이 되었을 때는 리비와 말을 하려는 친구들이 한 명도 없었습니다. 혼란스러운 리비는 포도나무 덩굴로 뒤덮인 터셀베리 아주머니에게 물었습니다.



"진실을 말하는 게 나쁠 수도 있나요?"
"오, 무슨 말이냐. 진실은 절대 나쁘지 않아. 언제나, 늘 진실을 말해야 한단다!"

하지만 아주머니 마당이 밀림같다는 리비의 진실에 터셀베리 아주머니는 화가 났고, 리비는 엄마에게 고민을 털어놓았습니다.



"사실대로 말하더라도 문제가 될 수 있단다. 때가 적당하지 않거나, 방법이 잘못되었거나, 나쁜 속셈일 경우에 그렇지. 그러면 사람들 마음을 상하게 할 수 있어. 하지만 진심 어린 마음으로 사실을 말하면 문제될 게 없단다."



늙은 대장에게 여물과 물을 주며 엄마의 이야기를 곱씹던 리비는 늙은 대장에게 볼품없다는 버지니아의 말에 자기가 했던 '사실대로 말하기'가 떠올랐고, 엄마가 한 말이 무슨 뜻인지도 확실히 깨닫게 되었지요. 그리고 자신의 '사실대로 말하기' 때문에 속상해한 친구들 모두에게 차례로 사과했습니다. 터셀베리 아주머니에게도 말이죠.



<<나는 사실대로 말했을 뿐이야!>>는 자신의 생각을 어떻게 전달해야 하는지 알려줍니다. 터셀베리 아주머니의 '사실대로 이야기하더라도 애정을 가지고 부드럽게 말해 주면 삼키기가 훨씬 더 쉬울 거야'라는 말의 의미를 리비가 겪은 상황을 통해서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진심 어린 사실'을 말하는 것, 이것이 바로 진정한 소통이겠지요. 많은 사람들이 타인을 배려한다는 의미로 거짓말을 하곤 하는데, 리비를 통해서 소통이 무엇인가를 배우게 되네요.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착한 거짓말보다는 진심 어린 사실로 상대방을 대한다면, 더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이 그림책에서 일깨우는 예쁘게 진실을 말하는 방법을 통해 더불어가는 사회 속에서 진정한 소통을 배울 수 있었던 시간이었네요.

(사진출처: '나는 사실대로 말했을 뿐이야!'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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