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글리 러브
콜린 후버 지음, 심연희 옮김 / 북폴리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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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간의 로맨스를 절묘하게 그려내기로 유명한 《어글리 러브》의 작가 콜린 후버는 "사탕처럼 달콤해서 계속 음미하고 싶은 문장, 이해할 수 없는 설정도 이해하게 만드는 필력, 설레게 했다가 가슴 아프게 했다가 마음을 들었다 놨다하는 작가"라는 평을 들으며 로맨스 독자들에게 "마약 작가"라는 별명을 얻었다고 하네요. 저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작가의 글을 접해보았는데 그 별명답게 달달함부터 농도 짙은 이야기까지 로맨스의 모든 것을 이 한 권의 책에서 보여주고 있네요. 가끔 로맨스 소설이 땡길 때가 있는데 그럴 땐 이 작가의 책이 제격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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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글리 러브》의 남녀 주인공은 캐릭터가 그다지 신선한 느낌은 없습니다. 가슴 아픈 과거를 감추고 있는 비밀스러운 남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남자를 사랑하는 여자. 이렇듯 소설이나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캐릭터이긴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저자의 필력으로 식상함은 잘 커버된 듯 합니다. 물론 결말도 흔히 예상할 수 있는 스토리이지만 그 결말이야말로 독자들이 원하는 결말이 아닐까 싶어요. 흔한 스토리와 캐릭터라 할지라도 남자 주인공 마일스가 가진 비밀스러움이, 예상치 못한 비밀이 흡입력을 주고 있어 뻔한 소설이 아닌 괜찮은 로맨스 소설로 기억남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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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학 석사 과정에 들어가기 위해 샌프란시스코에서 여행기 조종사로 일하는 오빠의 아파트로 이사오게 된 테이트는 이사온 첫날 술에 취해 문을 막고 누워 있는 남자와 먼저 마주하게 됩니다. 그는 앞집에 사는 오빠의 동료이자 친구인 마일스로 레이철이라는 여자의 이름을 부르며 힘겨워하고 있었지요. 둘의 만남은 이렇게 그닥 상쾌하지 않게 시작되었지만 테이트는 마일스에게 끌리게 됩니다. 그리고 머지않아 마일스 역시 자신에게 끌리고 있음을 테이트는 알게 되지요. 그리고 그들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기회를 갖게 됩니다. 하지만 마일스는 사랑을 원치 않습니다. 과거를 묻지 않고, 미래를 기대하지 않는 관계로 남기를 바라죠. 하지만 테이트는 둘의 관계에 희망을 걸어봅니다. 하지만 마일스는 테이트의 작은 희망마저 무참히 짓밟고 마네요. 너무도 나쁜 남자인데 너무도 사랑스럽게 그려놓은 저자가 야속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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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할 수 없다는 마일스, 그의 비밀스러운 과거는 현재와 6년 전의 마일스 이야기가 번갈아가며 보여지는 구성 속에서 보여집니다. 사랑할 수 없게 된 마일스의 과거 역시 테이트와 마일스의 현재 관계만큼이나 안타깝기만 하네요. 과거의 아픔으로 인해 현재의 사랑을 거부할 수 밖에 없는 마일스와 그런 마일스를 사랑하는 테이트, 그들의 이야기는 가슴 설레이는 달달함, 가슴 아픈 갈등과 슬픔 등 독자들에게 다양한 감정을 선사합니다. 마일스의 과거를 현재와 과거의 교차 서술로 구성하여 보여준 것이 더 강한 흡입력을 주었던 거 같아요. 신선한 소재는 아니었지만 로맨스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의 마음을 충족시키기에는 충분했던 작품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아픔, 상처, 달달함, 찐한 애정신까지~ 로맨스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소설 《어글리 러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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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 '어글리 러브'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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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의 탄생 - 아는 만큼 더 맛있는 우리 밥상 탐방기
박정배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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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김없이 음식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다. 채널을 돌리면 음식 프로가 대부분이다. 프로그램을 즐겨보는 사람이라면 너도나도 음식에 관해 프로가 된다. 음식 프로그램을 즐겨보는 편은 아니지만 가끔 시청하다보면 아는 것만큼 음식을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걸 느낀다. '아는 만큼 맛있는 우리 밥상 탐험기'라는 부제가 눈길을 끄는 책 《한식의 탄생》의 저자 박정배는 음식평론가와 여행작가로 음식 관련 다수의 방송에 패널로 출연하고 있으며 현재 KBS <대식가들>의 고정패널, 팟캐스트 <술주나 안주나>의 진행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음식을 주제로 다수의 글을 쓰고 책을 펴낸 인물이다. 저자는 우리나라 음식 이야기가 중구난방임을 꼬집으며 이 책을 통해 정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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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이 오르는 미나리로 만든 미나리강회를 초고추장에 꾹 찍어 먹으면 이건 봄을 먹는 겁니다." (본문 2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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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제1부 계절의 향기 따라에서 장, 육회, 미나리강회, 청포묵, 복달임 음식, 냉면, 콩국수, 은어, 물회, 빙과, 수제비, 깍두기, 냉국수, 추어탕, 전어, 송편, 꼬막, 해장국, 떡만둣국, 메주, 홍어, 막걸리, 명태, 수정과, 과메기에 대해 이야기하고, 제2부 날마다 기분 따라에서는 설렁탕과 곰탕, 감자탕, 돼지국밥, 북엇국, 부대찌개, 짜장면, 소갈비, 삼겹살, 치킨, 참게장, 비빔밥, 상추쌈, 고추장, 참기름, 장아찌, 젓갈, 콩나물, 당면, 쥐포 등에 대해 다루고 있다. 이 책은 각 음식의 이름에 관한 유래, 음식이 탄생한 배경, 시대별 혹은 지역별 요리의 변천사, 조상들이 음식을 먹었던 기록 등이 재미있게 수록되어 있다. 저자는 《한식의 탄생》을 쓰면서 옛 문헌과 자료를 면밀히 검토해 우리 음식의 기원과 뿌리를 재조명하고자 했다고 한다. 이에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음식을 먹고 기록한 덕분에 여러 가지 잘못된 사실을 바로잡을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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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세기부터 이어 온 수제비의 생명력은 놀라울 정도다. 밀가루를 대충 반죽해서 국물에 툭툭 뜯어 넣는 수제비에서 간단학 단순한 것의 힘을 느낄 수 있다. (본문 6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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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와 함께 쓰여진 이야기는 읽기 쉽고 재미있다. 인생처럼 음식에도 새옹지마가 있는데 그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밀가루라고 한다. 수제비는 1950~1970년대 도시 빈민들이 가장 즐겨 먹는 일상의 음식이었으나 사실 1940년 이전의 수제비는 여름철 별식이었다고 한다. 1943년에 조자호가 쓴 《조선요리법》에 나오는 수제비 조리법을 보면 쌀 대응식이라기보다는 기품 있는 요리와 같다. 이에 저자는 세월 따라 유연한 변화를 보이면서도 오랫동안 살아남은 간단하고도 단순한 것의힘을 수제비 한 그릇에서 느낄 수 있다고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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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시작되면 김장을 담그고, 겨울이 끝날 무렵에는 장을 만든다. 이는 우리 조상들의 가장 중요한 생존 의례였다. (본문 119p)

부대찌개는 음식물 쓰레기에서 탄생한 음식이 아니다. 미군부대에서 불법 유통된 소시지와 햄을 한국식으로 먹으려고 하다가 만들어 낸 음식이다. (본문 18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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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에는 집에서 메주 띄우는 냄새가 늘 곤역이었다. 하지만 겨울의 한기와 균을 품은 메주는 된장과 간장으로 재탄생되어 몇 년을 견딘다. 된장과 간장 없는 한국인의 밥상은 생각조차 할 수 없는데, 메주를 띄우는 풍경조차 볼 수 없는 지금 그 시절의 그 냄새가 이 책을 읽다보니 그리워진다. 겨울이 지나 묵은 김치를 먹기 위해 만들어진 김치찌개에 미군의 전투식량인 햄과 소시지, 한국인의 가편식과 대중식의 대명사인 라면 사리가 곁들어지면서 부대찌개는 한국 현대사가 낳은 먹거리의 중첩이자 살아 있는 화석(본문 186p)이 된 부대찌개는 저녁 반찬이 고민일때마다 해먹는 음식 중 하나이다. 부대찌개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통해 알게 되면서 부대찌개의 맛을 더욱 잘 알게 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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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것만큼 그 음식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음을 《한식의 탄생》을 통해 알게 된 듯 하다. 우리가 흔히 먹는 음식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음식의 맛을 더하고 있다. '맛있는 건 먹어 보는 것이 아니라 읽어 봐야 한다'는 문구에 절로 공감이 간다. 많은 음식관련 프로그램이 있어 쉽게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겠지만, 이 책에서는 그 많은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얻을 수 없는 다양하면서도 흥미로운 이야기거리가 있고 진정한 음식의 맛이 담겨있기에 저자가 직접 발로 뛰어 써내려간 《한식의 탄생》 읽어보길 권한다. 이 책 속에서 한식의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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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 '한식의 탄생' 본문,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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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필요한 시간 - 나를 다시 살게 하는 사랑 인문학
사이토 다카시 지음, 이자영 옮김 / 와이즈베리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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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평생 사랑을 하면서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게다. 남녀간의 사랑뿐 아니라, 가족, 부모, 자식, 친구 등 우리는 그들과 사랑하고 그것을 통해 살아갈 힘을 얻고 있다. 우리가 이렇게 평생 사랑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고는 하나, 사랑만큼 어려운 과제 또한 없을 것이다. 그러기에 많은 이들이 사랑에 대해 말하고자 하고, 알고자 하는 것이리라. 이에 <혼자 있는 시간의 힘>, <곁에 두고 읽는 니체> 등 다수의 베스트셀러를 통해 한·일 300만 독자를 열광시키며 인문학과 실용적 지식의 융합을 전파해온 사이토 다카시는 인간이 고대부터 오랜 시간에 걸쳐서 만들어온 사랑의 의미지를 《사랑이 필요한 시간》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허무하고 괴로움에도 불구하고 왜 사랑을 하고, 진정한 사랑은 무엇이며, 연애 감정을 성장과 성공의 발판으로 만들 수 있는지 그렇다면 그 실천 방법은 무엇인지를 01 사람은 왜 사랑을 하는가 / 02 연애, 그 다양한 형태 / 03 현대판 남녀의 연애 풍경 / 04 우리도 사랑할 수 있을까 총 4부로 나누어 폭넓게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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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인간의 근원에 가까운 욕구다. 사랑을 받게 되면 인생을 살아갈 힘, 열심히 일할 힘, 공부에 매진할 힘 등 여러 가지 에너지가 솟아난다. (중략) 사랑은 어떤 일을 계속해나갈 수 있게 해주는 에너지의 근원이다. 사랑이 없다면 수고에 대한 보람이 따르지 않는다. 일을 아무리 열심히 해도 보람이 없다면 나는 '도대체 무엇을 위해 일하는가'라는 회의를 품게 된다. 성공을 해도 허무해질 뿐이다. (분문 2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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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사람은 왜 사랑을 하는가? 라는 질문에 대해 '강력한 동기를 가지고 살아가는 일은 혼자서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만약 혼자서도 인생을 충실히 살아갈 수 있다면 사랑하는 대상이 없어서 고독해도 전혀 불편하지 않을 것이 때문이라는 것. 이에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사랑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저자는 강조하고 있다. 사랑하고 있을 때에는 에너지가 외부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그 느낌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황홀한데 우리는 그 느낌을 통해서 삶에 더욱 충실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고전문학을 비롯한 다양한 매체를 통한 인용과 사례로 가족애, 신, 현대의 연애 풍경 그리고 연애 역사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이야기를 건넨다. 그 속에서 우리는 '최고의 사랑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구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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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포세대를 넘어 5포세대인 현 상황에 대해 저자는 에도시대로 돌아가 생각한다. 가난 속에서도 애를 키웠던 그 시대를 돌아보며 저자는 결혼을 못하는 이유가 경제상황 때문이 아니라고 역설한다. 오히려 여유가 생기면 자기 생활을 지키고 싶어지고, 상대방을 나의 행복을 키우줄 대상으로만 바라보게 되는 것이 더 큰 이유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너무 '조건'만 생각하기 때문에 남녀관계마저 각박해진 것이란다. 결국 조건을 따지기 보다는 '이 사람이라면 어떻게든 함께 해나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먼저여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모두가 가난했던 시절에도 결혼을 했으니 말이다. 너무도 힘든 시대적 상황이지만 저자의 이야기에도 귀기울여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또한 저자는 사랑은 습관이라고 했다. 애정관계에서 필요한 것은 일정 기간 이상 서로의 '버릇'을 이해하고 각자의 다른 습관 뭉치가 얽혀 새로운 습관 체계를 만들어가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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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서적이지만 다양한 예시로 듣는 이야기는 너무 무겁지 않게 쉽고 재미있게 이끌어가고 있다.평생을 사랑하며 살아가지만 사랑이 무엇인가에 대한 정의는 우리의 영원한 숙제로 남아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사랑이 필요한 시간》을 통해 그 답을 찾아갈 수 있다. 쉽게 읽을 수 있지만 그 의미만큼은 진중한 이야기었다. 사랑이 가장 어렵고 힘들다고 느껴지는 현 사회에서 이 책이 우리의 삶에 구세주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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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 '사랑이 필요한 시간'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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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일간의 엄마
시미즈 켄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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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떤 미사여구와 뛰어난 상상력을 가졌다 하더라도 실화만큼 감동을 주는 이야기가 또 있을까? 《112일간의 엄마》는 일본 요미우리 TV [ten.]의 메인 캐스터로 유명한 방송인 시미즈 켄이 쓴 실화 에세이로 일본 아마존 베스트셀러이며 번역가와 편집자를 울린 실화이다. 아이를 안고 있는 행복한 엄마의 얼굴, 그리고 책 제목에서 어떤 내용일지 대략 짐작할 수 있었다. 엄마가 되고서부터는 엄마, 아이를 소재한 이야기에는 그렇게 눈물이 난다. 비록 몇 번 접해본 소재임에는 분명하지만 이 실화 에세이만이 전할 수 있을 가슴 따뜻해지는 뭉클한 감동을 기대하며 책을 펼쳐보았다. 이 책《112일간의 엄마》는 엄마인 나오가 화자가 아닌 그의 남편, 즉 저자인 일본 방송인 시미즈 켄이 화자가 되어 이야기를 건넨다. 그래서였을까? 엄마 나오가 아닌 남편 시미즈 켄의 관점은 기대한만큼의 감동을 건네주지는 못한 듯 하지만 가족이 '함께'하는 것에 대한 의미를 생각할 수 있는 의미있는 시간은 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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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든 내 편이 되어주는 사람이 있다-그것은 나에게는 아주 대단한 일이었다. 무엇보다 여유가 달랐다. 같은 일, 같은 행동을 하고 있어도 어딘지 모르게 안정감이 들었다. 불안감만 컸던 캐스터 일도 그랬다. 물론 불안을 완전히 없앨 순 없었지만 조금은 긴장을 풀고 편한 마음으로 임할 수 있게 되었다. 나오 덕분이다. (본문 4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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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정보 버라이어트 프로그램 위주로 일해왔던 저자가 저녁 보도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되면서 보조 스타일리스트 중 한 명인 나오를 만나는 것에서 시작된다. 보도 프로그램을 시작하면서 긴장감과 신경이 곤두섰던 그는 누군가에게 약점을 내보이기 어려웠으나, 나오는 약점을 보여도 괜찮은 건가? 라는 생각이 들게 했고, 그녀는 약점을 보여도 따뜻하게 감싸주었다. 그렇게 나오로 인해 옷을 갈아입는 시간이 그에게는 치유의 시간이 되었고 나오라는 존재가 큰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그렇게 연인이 되었지만 나오의 태도는 사귀기 시작하고 나서도 변함이 없었고, 별다른 대화가 없어도 즐겁고 왠지 기분이 좋아졌다. 그 소중한 시간들로 인해 두 사람은 결혼을 했고 1년이 지난 뒤에 임신을 하게 된다. 하지만 트리플 네거티브 유방암이라는 진단을 받게 되면서 행복의 절정에서 느닷없이 '생명을 선택하느냐 마느냐'하는 기로에 내몰리게 된다. 하지만 저게 갖고 싶다느니, 이걸 사달라느니, 하는 말을 일절 입에 올리지 않던 아내였던 나오는 처음으로 분명히 낳고 싶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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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분주히 돌아다니며 방법을 찾아보았지만 뚜렷한 방법을 찾지 못하다가 유선 클리닉에서 셋이 살 수 있다는 희망을 주었다. 수술, 항암제, 출산, CT와 MRT, 항암제 탁산, 방사선 치료를 순서로 치료 방침이 정해지면서 나오는 엄마가 될 준비를 했다. 그렇게 두 사람의 아들이 태어났지만 나오는 출산 후 일주일이 지나도 좀처럼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했고 결국 간과 뼈, 골수로 전이되었음을 알게 된다. 한가닥의 희망을 걸고 새로운 치료법도 시도해보지만 그마저도 나오의 암을 치료하지는 못했다. 저자는 세 사람이 함께하는 여행을 계획했고 표지 속 행복해하는 나오의 모습을 담아낼 수 있었다. 비록 112일간의 엄마로 지냈지만 나오는 자신의 목숨보다 아들을 더 사랑했다. 시미즈 켄을 위해, 뱃 속의 아이를 위해 아파도 힘들어도 울지 않고 늘 환하게 웃었던 나오의 모습은 독자들에게 더 아프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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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 괴로움, 슬픔, 불안, 기쁨. 당사자가 가장 힘들다. 그렇다면 주변 사람은 무얼 할 수 있을까. '함께' 고민하고, 괴로워하고, 슬퍼하고, 기뻐하고, 웃고, 울고……. 그리고 '함께' 미래를 믿고, 함께 '지금'을 산다. (본문 18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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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겨운 순간에도 가족을 위한, 타인을 위한 배려를 잃지 않았던 나오, 암과 싸우는 자신보다 주변 사람들이 더 힘들거라고 말하는 나오는 죽는 순간까지 그렇게 웃음을 잃지 않았다. 다양한 병으로 고생하는 분 그리고 그 가족들에게 정답이 있을까? 저자는 병마와 싸우는 분들과 그의 가족들에게 '함께'하기를 이야기한다. 그것이 서로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으니 말이다. 나오와 시미즈 켄에겐 가족 셋이 함께 하는 것이 정답이었던 게다. 마지막까지 운명과 마주하며 셋이 함께하기 위해 용기 내었던 가족의 모습은 뭉클한 감동을 선사한다. 자신보다 가족을 먼저 생각하며 밝음을 잃지 않았던 나오의 아름다운 모습은 보는 이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 비록 짧은 112일이었지만 그녀의 이런 마음이 남은 가족에게 앞으로 살아갈 날의 힘이 되어줄 듯 싶다. 더불어 그녀는 독자들에게도 '함께'의 의미를 선사하며 희망과 용기를 선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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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사회 - 타인의 공간에서 통제되는 행동과 언어들
김민섭 지음 / 와이즈베리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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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대학 시간강사가 대리기사가 되었다. 대학의 '유령'이 밤거리를 달리는 '몸'으로 변한 것이다. 그러나 주인 옆에서 주인 자리에 앉는 몸은 행위가 통제되고 말이 통제되며 사유가 통제된다. 핸들과 액셀과 브레이크를 작동하는 손과 발이 남아 있지만 그조차 내비게이션의 규율 아래 있다. 그리하여 《대리사회》는 정확히 은유한다. 우리 모두 스스로 주체라고 믿지만 실은 '거대한 타인의 운전석'에 앉아 있는 대리인간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을. _추천의 말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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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사회》라는 책 제목을 보고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우리나라의 시국이었다. 나라를 통치해야 할 대통령이 자신의 의지가 아닌 다른 사람의 말에 의해 그저 대리인으로서 국정을 운영해왔다는 사실 때문이리라. 국민들은 자신들의 의지로 촛불집회에 참석했고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하고 있지만 한 국회의원은 종북세력에 의한 선동이라 말하고 있는데, 그 속내를 들여다보자면 그 역시도 대리라고 말하고 있는 것과 다를바 없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리인간으로 살아가고 있는 현실에서 우리는 지방대학 시간강사에서 대리운전기사가 된 저자 김민섭을 통해 《대리사회》의 단면을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스스로 주체적인 사람으로서 살아가고 있다고 믿고 있는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사실이 무엇인가를 알아야만 한다. 그래야 우리가 스스로 하고 있는 촛불시위에 대해 누군가로부터 대리인간이라는 어처구니없는 말을 듣지 않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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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민섭은 대학.대학원을 떠나본 일이 없는 현대소설 연구자로 대학을 세상의 전부로 살았다. 그런 그는 어느 날 '나는 대학에서 노동자로 존재하고 있는가'하는 의문이 들었고 노동자로도, 학생으로도, 나아가 사회인으로도,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쉽게 규정할 수 없었기에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라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지방시'를 쓰며 스스로의 삶을 쉽게 규정할 수 없었기에 낙담하고 깊이 절망하면서 대학의 맨얼굴과 마주하게 되면서 그는 대학을 나와 맥도날드에서 일하게 된다. 그는 맥도날드에서 '노동자'로, 그리고 '사회인'으로서의 대우받았음을 느낀다. 그는 대학에서 조교와 시간강사로 존재했던 8년을 '유령의 시간'으로 규정지었으며 그것은 '대리의 시간'이었다고 말한다. 온전한 자신으로서 존재하지 못하고 타인의 욕망을 위해 보낸 시간이었기 때문이란다. 그런 그가 대리운전 기사를 하면서 이 사회가 거대한 타인의 운전석이며, 모든 개인은 타인에게 순응을 강요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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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회는 거대한 타인의 운전석이 된다. 모든 개인은 주체와 피주체의 자리를 오가면서 주체가 되기를 욕망하고, 타인에게 순응을 강요한다. 그런데 그것은 사회가 개인에게 보내는 욕망과 그대로 일치한다. 특히 국가는 순응하는 몸을 가진 국민을 만들어내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그 어떤 비합리와 비상식과 마주하더라도 그에 대해 사유하지 않는 국민이 늘어나기를 바란다. 대신 순응하지 않는 이를 감시하고 격리해 나가면서 자신들의 욕망을 대리할 '대리국민'을 양산해 낸다. 그러한 국민/개인들은 국가/조직이 얼마든지 간편하게 통치/통제할 수 있다. (본문 35,3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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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저자는 1부 통제되는 감각들 / 2부 대리인간이 되는 가족들 / 3부 주체가 될 수 없는 대리노동 / 총 3부로 나누어 "내가/우리가 이 사회에서 주체성을 가진 온전한 나로서 존재하고 있음을 증명할 수 있는가"하는 질문에 답을 찾아간다. 그에게 대리운전은 '대리의 시간'을 몸의 언어로 확인하는 과정이었고 타인의 공간에 침투해 대리사회의 일원으로 살아왔음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타인의 운전석이라는 가장 좁은 공간에서 바라본 우리 사회의 모습 그대를 보았고, 그곳에서 '행위''말''사유'라는 세 가지 통제를 경험했으며 이를 통해 우리를 통제해 온 대리사회의 괴물인 이 사회가 만들어낸 견고한 시스템과 마주해야하며 온전한 나로서 사유하고, 또 주변의 또 다른 나를 주체로서 일으켜세워야 함을 역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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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는 우리를 '대리인간'으로 만든다. 나아가 소중한 사람들에게 희생을 강요하게 한다. 그러한 대리사회의 욕망은 결국 모두를 집어 삼키고, 주체로서의 자리 역시 빼앗는다. 하지만 그러한 고난의 시간을 추억으로 남겨서는 안된다. (본문 13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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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운전의 경험은 대리사회, 대리인간으로 사유를 넓혀갔고 온전한 나로서의 존재를 생각케 한다. 폭넓은 사유를 주고 있지만 저자는 대리운전을 하면서 겪은 에피소드를 통해 웃음을 건네기도 한다. 곳곳에 수록한 웃음코드를 통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 대리인간으로서의 의미를 생각해보게 되는 책이기도 하다. 한 국회의원은 우리 국민모두가 대리인간으로서 광장에 나가고 있는 듯 이야기하고 있지만 우리는 온전한 나로서의 존재로 대리사회를 벗어나고자 하고 있다. 지금 우리는 온전한 나로서 촛불을 들고 있는 것이다. 강요된 타인의 욕망이 아닌 자신의 욕망으로 앞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음을 우리는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이 현 상황에서 엿볼 수 있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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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는 경계에 있다. 다만, 한 걸음만 물러설 용기를 가지면 된다. 대리인간으로 밀려날 것인지, 스스로 물러서고 다시 나아오는 주체가 될 것인지,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본문 252p)

p.s 저자의 의도와 달리 현 시국으로 인해 서평이 좀 감정적으로 쓰여진 것에 대해 양해바랍니다

(이미지출처: '대리사회' 본문,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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