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포도밭
허은순 지음, 박은지 그림 / 현암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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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포도밭>>을 처음 만났을 때 저는 <포도밭의 보물>을 생각했습니다. 아버지, 포도밭, 세 아들이라는 공통된 소재때문이었죠.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포도밭의 보물>은 근면함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했습니다. 그 이야기가 재구성된 그림책이겠거니...생각하고 읽은 그림책인데, 뜻밖에도 큰 수확을 얻은 느낌입니다. 우리는 참 많은 것을 소유하고자 합니다. 권력이나 부 그외 많은 것을 갖고 싶어하고 지금 가진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원하지요. 하지만 우리에겐 이 보다 더 소중한 것이 있습니다. 이 그림책에서는 권력, 부, 그리고 학문보다 더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일깨우지요.



성경에서 '나봇의 포도밭' 사건을 읽고 저자의 상상력을 더하여 완성된 작품이 바로 <<아버지의 포도밭>>입니다. 성경이 모티브가 되었지만 스토리에서 종교적 색깔을 느낄 수는 없었으나 작품에 대한 작가의 해설에는 종교적 색깔이 조금 입혀진 듯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종교가 없는 제가 거리낌을 느낄 정도는 전혀 아니었습니다. 이 그림책은 모티브가 된 열왕기상 21장 1~6절의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성경을 읽어본 적 없는 저는 거부감보다는 이 책의 모티브가 이런 내용을 담아내고 있구나, 라는 앎에서 시작되었다고 하는 편이 더 맞는 이야기일 겝니다. 이 그림책은 더 많은 것을 가지고자 하지만, 사실 우리는 참 많은 것을 이미 가지고 있고, 그 가진 것에 담겨진 의미가 더 크다는 것을 생각케 하였지요.



다디단 포다 향기가 십 리 밖까지 퍼져 나가는 아주 탐스러운 포도밭이 있었지요.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그렇게 좋은 포도밭을 가꿀 수 있는지 비법을 알려달라고 할 때마다 농부는,

"내게는 아들이 셋 있는데, 이 아이들이 포도를 맛나게 먹는모습을 보는 것이 내게는 가장 큰 기쁨입니다. 나는 아이들에게 맛좋은 포도를 주기 위해 그저 열심히 땀 흘려 일할 뿐, 다른 비법은 없습니다. 우리 아버지가 어려서부터 내게 다디단 포도를 먹게 해 주셨으니 나도 아버지처럼 하는 것뿐입니다." (본문 7p)

라고 말하곤 했지요.



세 아들을 둔 농부의 포도밭에 대한 소문은 왕의 귀에도 들어갔고, 농부의 포도밭이 궁금한 왕은 직접 찾아가 보게 되었습니다. 달콤한 포도 향기는 왕을 취하게 할 정도였지요. 왕이 가져간 포도를 본 왕비는 달큼한 포도를 먹자 포도밭에 욕심이 생겼고 왕에게 농부의 포도밭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 달라고 했습니다. 왕 역시도 포도밭이 탐났기에 농부에게 포도밭을 팔라고 했지요. 값은 농부 마음대로 정해도 좋았고, 농부가 원하면 어떤 벼슬이라도 주겠다고 했지만 농부는 팔지 않았습니다.


그런 아버지를 본 세 아들은 이해가 가지 않았어요. 왕이 되어 천하를 호령하고 싶다는 첫 아들에게도, 나라와 나라를 오가며 장사를 해서 큰 부자가 되겠다는 둘째 아들에게도, 부지런히 학문을 쌓아 세상 이치를 깨닫고 싶다는 셋째 아들에게도 아버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왕이 되는 것(큰 부자, 학문을 쌓는 것)은 좋은 일이나, 포도밭을 가꾸는 것만은 못하다. 포도밭을 가꾸는 일이 더 좋은 일이지." (본문 14p)



하지만 세 아들은 아버지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지요. 포토밭이 욕심난 왕은 결국 농부의 밭으로 군사를 보내 농부를 죽이고 포도밭을 갖게 되었습니다. 세 아들은 혼잡한 틈을 타 멀리 도망을 갔지요. 하지만 이후 포도밭에 포도는 열리지 않았고 화가 난 왕은 포도밭을 불태워버렸지요. 그래도 화가 풀리지 않은 왕은 백성들을 괴롭히곤 했습니다. 다행이 세 아들은 왕의 눈을 피해 자신들이 하고자 했던 일을 하며 살았습니다. 그렇게 자신들이 원하는 일을 하게 되었지만 근심을 갖게 된 이들은 비로소 아버지의 말씀을 이해할 수 있었지요. 그들이 원했던 것은 언젠가는 사라질 헛되고 헛된 것이었고, 그와 달리 포도밭은 오랜시간 조상 대대로 물려 내온 유산이며, 자식을 사랑하는 변치않는 아버지의 마음이었던 것입니다. 저자의 해설을 덧붙히자면, 포도밭은 조상대대로 물려 내려온 땅(유산)을 의미하며, 그것은 곧 하나님의 나라를 상징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성경이 모티브가 된 작품이기에 설명된 이야기인 듯 합니다.



"이 포도밭은 그 어떤 것을 준다 해도 바꿀 수 없습니다. 아버지가 제게 이 포도밭을 물려준 까닭은 이것을 팔아 부귀영화를 누리라는 것이 아니라, 더욱 잘 가꾸어 자손에게 물려주라는 것이니 결코 팔 수 없습니다. 저는 그저 열심히 일해서 맛난 포도를 거두어 아이들에게 주는 것 말고는 다른 욕심은 없습니다." (본문 12p)


<<아버지의 포도밭>>은 지금 내가 소유하려하고, 소유하고 있는 것들이 아무리 좋은 것이라 해도 곧 사라질 것들이지만 조상대대로 물려 내려온 유산, 즉 작품에서 말하는 땅이나 지혜는 결코 사라지지 않음을 일깨웁니다. 더불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그 유산을 세 아들에게 전해주려했던 농부의 마음 역시 사라지지 않는 위대한 유산이었지요. 이 책은 이렇듯 물질에 대한 욕심에서 벗어나 가진 것에 대한 가치와 소중함을 되새겨볼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사진출처: '아버지의 포도밭'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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