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모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33
사가와 미츠하루 지음, 장은선 옮김 / 자음과모음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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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리 네 명은 같은 사건에 말려들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발생한 상처에 대한 반응과 대처는 넷이 서로 다르다. 거기에 정답은 없다. 시간을 들여서 각자의 머리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 (본문 75p)

 

누구나 불행과 마주하게 되지만 사람마다 불행에 반응하고 대처하는 방법은 모두 다를 것이다. 내가 읽어왔던 수많은 책을 통해서 깨달은 것은 '절망의 또 다른 이름은 희망'이라는 것이었다. 제26회 쓰보다조지 문학상 수상작인 <<우리 이모>>의 주인공 요스케를 통해서 다시 한 번 그 의미를 이해하게 되었는데,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절망 속에서 희망을 발견하고 변화하는 요스케의 성장과정이 참 예쁜 성장소설이다.

 

카이세이 명문학교의 중학생으로 엘리트 코스를 밟아가고 있던 요스케는 아빠가 불륜으로 인해 고객에게서 받은 돈을 착복했다가 체포된 탓에 가족이 박살나고 결국 명문 중학교에서 퇴학당한 후에 엄마의 언니, 이모가 운영하는 사포로 시의 아동보육시설인 호보사에 위탁되는, 그야말로 하루아침에 엉망이 된 인생을 맞게 된다. 이모와 이십 년 넘게 연을 끊고 살아온 엄마로 인해 요스케가 이모를 만나게 된 것은 처음이었다. 호보사에서 생활하던 중 요스케가 알게 된 이모는 도회지에서 유복하게 살고 싶다는 자신의 바람을 이루기 위해 아빠를 남편으로 선택했던 엄마와 달리 스스로 자신의 인생을 개척하려고 노력했던 사람이었다.

요스케는 갑자기 변화된 자신의 삶에 불안해하지만, 자신이 불러온 불행에 맞서는 이모와 제각기 사연을 가진 호보사의 친구들과 부대끼면서 경험하게 된 새로운 체험을 통해서 지금까지는 알지 못했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며 성장해 나가게 된다.

 

자신이 불러온 불행에 맞서는 것과, 고난을 피하려 발버둥치다가 불행해진 것과는 하늘과 땅만큼 다르다. (본문 95p)

 

스스로 자신의 인생을 개척하려 노력했던 이모는 그동안 많은 실패와 불행을 겪게 된다. 반면 엄마는 '얼마나 안전하고 부유하게 살 것인가'를 인생 최고의 주제로 살았다. 이렇게 두 사람은 서로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갔다. 그러나 결국엔 두 사람 모두 남편에게 배신당했고, 사십대가 된 지금은 죽어라 일을 해야만 하는 어려운 상황에 놓여졌지만 그 불행을 만나고 맞서는 방법은 너무도 달랐다. 인생을 개척하는 과정 속에서 자신이 불러온 불행에 맞선 이모, 고난을 피하려 발버둥치다가 불행해진 엄마, 그 상황에서 그들이 대처하고 삶을 살아가는 법은 너무도 달랐는데, 절망적인 상황에서 만나게 된 이모를 통해 요스케는 자신의 처한 상황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타쿠야만큼은 아니지만, 나 역시 이모에게 감탄하고 있다. 그럼 엄마는? 감사하고 있지만, 감탄하고 있지는 않다. 희로애락이 분명한 이모와 다르게 엄마는 언제나 부드러웠다. 이모도 젊은 시절 꿈꾸었을 생활과는 전혀 다른 인생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엄마가 아빠가 벌여놓은 일을 처리하기 위해 허둥대고 있는 반면, 이모는 이 상황이 어렵다고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혼자서 열네 명의 중학생을 돌보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고, 게다가 모두들 복잡한 사정을 품고 있다. 우리 엄마라면 절대 할 수 없을 일이다.

아빠가 횡령죄로 체포되지 않았다면 이모나 타쿠야를 만나지도 않았겠지. 우리 엄마를 이렇게 냉정한 눈으로 바라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본문 86, 87, 88p)

 

세상에 홀로 남겨진 듯한, 기댈 곳이 전혀 없는 상태였던 요스케는 호보사에서 이모와 친구들을 만나면서 아주 약한 인연일지라도 그들이 자신에게 존재한다는 사실에 감사해 한다. 일이 잘못되어도 미련이나 후회를 남기지 않고, 자기가 벌인 일의 책임은 스스로 지겠다는 이모의 결의를 보면서 성장해가는 요스케는 '절망의 또 다른 이름은 희망'임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우리 이모>>는 청소년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요스케의 이모처럼 인생을 살아가다보면 마주하게 되는 실패와 불행 속에서도 힘껏 살아가기를, 그리고 자신의 꿈에 다시 도전하기를 응원한다. 젋은 시절 꿈꾸던 연극을 다시 시작하는 이모의 모습은 바로 우리에게 꿈을 꾸는 법을 일깨워준다.

 

청소년 소설이었지만 성인인 내가 읽기에도 부족함이 없는 감동과 용기 그리고 가족애가 있었다. 지금 불행과 마주하고 있다면, 절망을 느끼고 있다면, 혹은 새로운 꿈을 꾸고 싶다면 이 책 <<우리 이모>>를 적극 권해본다. 이모를 통해 분명 희망과 새로운 꿈을 꿀 수 있게 될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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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더 낫게 실패하라 - 위기의 순간을 사는 철학자들
이택광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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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이었던가. 우연히 SBS에서 방영하는 시사프로그램 <최후의 제국>을 시청한 바 있다. 총 4부작으로 기획된 이 프로그램은 최적의 시스템이라 불렸던 자본주의는 왜 이렇게도 많은 부작용을 야기하고 있는 것일까? 라는 질문에서 시작하였고, 격변의 시대에 던지는 '이제 인류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에 대한 경고를 보냈다. 어디 자본주의 뿐일까? 정치, 사회이념 등도 위기에 봉착했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이렇게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벌어지고 있는 위기의 순간에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인류는 어디로 가야하는 것일까? 저자 이택광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철학자들에게 묻고 있다.

 

 

이들을 호명해서 내가 묻고 싶었던 것은 이 세계에 대한 철학자들의 사유였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사태에 대한 철학자들의 생각을 종합해볼 수 있다면 훨씬 입체적인 시각을 제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다른 이론가에 대한 평가도 물어봤다. 단순한 호사 취미 때문이 아니라 그렇게 하면 각자의 입장을 들어보고 맥락을 쉽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철학은 실패에 대한 사유다. 따라서 찰학은 또다시 실패할지언정 다시 시도하기를 요청하는 것이기도 하다. 철학자들이 경제학자들과 다른 점을 여기서 짚어낼 수 있다. 자본주의가 실패하는 바로 그 위기의 순간에 철학은 새로운 체계를 사유한다. 위기의 순간을 사는 것이야말로 철학자의 본질이자 사명이라는 것이 이 책에 실린 철학자들 사이에 합의되어 있는 명제다. (본문 9~11p)

 

이 책은 '철학자의 세계를 여행하기 위한 약도'와 '철학자들을 만나다'라는 두 부분으로 나뉘어 소개한다.

'철학자의 세계를 여행하기 위한 약도'는 포스트구조주의 이후, 왜 프랑스 철학인가?, '정치적인 것'의 계보학, 영국의 신좌파, 이탈리아적인 차이, 철학과 아시아를 통해 저자의 이론, 사유를 만날 수 있게 되는데 여기서 우리는 낯설지만 흥미진진한 이론의 콜로세움으로 들어서게 된다. (본문 24p)

 

상대적으로 침묵에 빠진 한국의 지식계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인하대학교 철학과 김진석 교수는 언젠가 한국은 '이론 생산'에 실패한 사회라고 지적하면서 이론이 아니라 다른 실천의 맥락을 찾아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바로 이런 실패의 지점에 세계사상의 흐름에 힘을 보탤 수 있는 이론 생산의 근거가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이것을 굳이 '한국적'이라고 불러야 할 이유는 없겠지만 여하튼 김진석 교수가 예측했던 그 지점보다 세계사상사의 지도가 훨씬 확장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 흥미진진한 전환의 시기에 우리가 서 있는 것이다. (본문 59p)

 


이어 '철학자들을 만나다'에서는 저자가 슬라보예 지젝, 자크 랑시에르, 지그문트 바우만, 가야트리 스피박, 피터 싱어, 사이먼 크리츨리, 그렉 램버트, 알레르토 토스카노, 제이슨 바커 등 아홉 명의 철학자들과 각기 나눈 인터뷰의 내용을 엮었다. 경제적 발전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지적인 호기심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슬라보예 지젝, 민주주의 죽음이 운위되는 시절에 민주주의에 대한 중요한 내용들을 주장했던 자크 랑시에르의 현 상황의 입장, 현재 우리는 정치적 공백의 시기를 살아가고 있으며, 옛날 방식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으며, 새로운 방식들도 마지못해 미적지근하게 시도되고 있을 뿐이기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게 만드는 것이 파산이라면 새로운 방식들은 이 파산의 기회를 대체한다고 지그문트 바우만은 말하고 있다.

 

단지 자신들의 집에 머물면서 자신들의 일상적인 업무에 매여 있던 사람들이 거리로 내려와 그곳에 자리 잡을 때, 그리고 두려움을 갖고 있던 사람들이 권력과 맞서기를 더 이상 무서워하지 않을 때, 침묵하던 사람들이 말하기 시작하고 자신들의 목소리를 들리게 할 때 기존 권력의 권위는 발가벗겨진다. (본문 101,102p)

 

내가 한국 독자들에게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조언은 자신의 삶에서 이루어지는 선택에 대해 자신이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자신의 선택에 대해 당신이 인지하고 있든 그렇지 않든, 또는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든 책임을 지는 것은 필연이다. 설령 책임지는 것을 거부하더라도 책임은 언제나 강렬하게 남아 있을 것이다. 달리 말해 당신의 선택의 결과를 주의깊게 고려하고 당신 자신과 당신 주변에 있는 다른 사람들, 그리고 얻는 것과 잃는 것을 면밀하게 따져본 뒤에 선택을 하라는 것이다. 그 선택이 무엇인지, 또한 그 선택이 초래할 문제들에 대해 최대한 파악하고자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어려울지라도 그 노력을 통해 선택의 결과를 평가하고 추후에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본문 153p)

 

민주주의적인 직관을 배양하는 것에 관심을 갖고, 교육자의 걸을 걸으며 주력하는 가야트리 스피박은 인터넷을 총체성과 혼동하지 말아야 하며, SNS는 해악이 가지 않는 선에서 인상적인 속도를 발휘하는 까닭에 이 기술에 따른 결과는 독이면서도 약임을 이야기한다. 호혜적인 관계를 위해 협동하고 사회 전체를 위한 최선을 추구해야 하며, 인간 본성과 조화를 이룬 정치체제가 필요하다는 피터 싱어, 정치라는 것은 무엇인가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인식'하는 윤리적 확신에서 출발한다는 사이먼 크리츨리는 실망은 끝이 아니라 시작임을 이야기한다. 아시아의 현실을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한국은 다른 근대성의 차원이라는 점에서 서구에 말해줄 수 있는 것이 많다는 그렉 램버트, 자유주의 정치학은 자기 입장을 정당화하기 위해 광신주의를 이용한다고 말하는 알베르토 토스카노는 우리에게 필요한 생각은 '다른 세계'에 대한 것이라기보다 이 안에서 내재적인 것을 바꾸는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진리는 훨씬 더 도전적임을 이야기하는 제이슨 바커는 투쟁은 아무런 변화도 이끌어내지 못하겠지만 싸움은 중요한데 이는 미래에 더 큰 정치적 도전을 실행할 수 있기 때문임을 이야기한다. 죽어버린 자유민주주의 대신 젊은이들이 새로운 정치를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는 도처에 있다. 여기에서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 물론 신자유주의가 붕괴에 직면한다면 붕괴되지 않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 그렇지만 전 지구적 경제가 균형을 유지하는 한 앞으로 오랫동안 우리 사회가 붕괴 위기를 맞지 않는다고 해도 이상할 것은 없다. 자본주의는 언제가 위기 상태다. 오늘날 그 차이는 규모이지 질적인 문제가 아니다. (본문 228p)

 

위기의 순간에 철학은 새로운 체계를 사유하고, 다른 점을 짚어낸다. 이에 위기의 순간을 사는 것이야말로 철학자의 본질이자 사명이라는 명제 속에서 풀어낸 <<다시 더 낫게 실패하라>>는 또다시 실패하더라도 다시 시도하기를 요청한다.

사실 철학은 선호하는 장르가 아닌 탓에 책을 읽는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흥미로웠던 것은 위기를 맞고 있는 지금,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인 탓이리라. 편독이 심한 나로서는 새로운 장르를 경험해보고, 무지했던 분야에 대한 새로운 앎에 대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앞서 언급했던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조금이나마 관심을 갖고 의문을 가졌던 부분을 자문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깊은 작품이라 하겠다.

 

가능한 것과 불가능 한 것 사이에서 비로소 사유의 혁명은 시작된다. 이 경계의 혁명에 대한 이야기들을 이 책에서 들어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위기의 순간을 사는 철학자들은 답을 제시한다기보다 우리 자신에게 그 답을 고민해보도록 주문한다. (본문 11p)

 

(사진출처: '다시 더 낫게 실패하라'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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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의 특별한 꿈 노란상상 그림책 13
정소현 글.그림 / 노란상상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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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 가지씩은 타고난 재능이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자신에게 어떤 재능이 있는지조차 모른 채 힘겹게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는 너무도 많습니다. 때로는, 그런 삶 가운데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나서 현실이 바뀌는 상상을 해 본 경험도 있겠지요. 이야기 속 주인공 레오는 우리 모습이자, 바로 제 이야기입니다. 레오처럼, 누구나 내 안에 특별한 '꿈'이 있을 거라는 믿음으로 꿈을 향해 나아간다면 언젠가는 분명 이루어질 겁니다. 모든 이가 이 이야기처럼 꿈을 이루면 좋겠습니다. (본문 中)



중학교 3학년생인 딸아이는 꿈이 없습니다. 물론 초등학교 시절에는 화가, 만화가, 선생님 등 수많은 꿈을 꾸었지요. 하지만 자라면서 그 꿈들이 모두 사라졌습니다. 처음엔 아이에게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묻고 또 물으며 조바심을 내곤 했지요. 그러다 문득, 아이의 꿈들이 사라진 것이 지금 교육 현실로 인해 좋은 성적, 좋은 대학이라는 엘리트 코스를 밟기를 바라는 부모의 바람에서 시작된 것은 아니었나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결국은 그릇된 부모의 바람이 아이의 꿈을 짓밟아버린 꼴이 되었지요. 지금은 우리 아이가 스스로 꿈이 무엇인지를 생각할 수 있도록 묵묵히 기다려주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자신의 재능이나 꿈을 찾게되리라는 믿음 때문이죠. 물론 그 믿음이 바람 앞에 촛불처럼 흔들리고 부모인 저는 자꾸 조바심을 내곤 하지만, 오늘 <<레오의 특별한 꿈>>을 읽으면서 그 믿음을 굳힐 수 있었습니다. 사실 이 그림책은 4~7세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작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와 함께 읽으면서 부모인 저도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던 거죠.



깊고 깊은 숲 속 '꿈마을'에 사는 사람들 머리에는 각자의 꿈이 담긴 '델'이 하나씩 있었지요. 하지만 레오의 머리에만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레오는 '델'이 생기기를 간절히 바랬지만, 델은 쉽게 생기지 않았어요. 그런 레오를 보며 수군거리는 사람들로 인해 레오는 점점 슬퍼졌지요. 레오는 용기를 내 소원을 들어 준다는 마법의 숲을 찾아갔고, 그곳에서 만난 황금새의 도움으로 드디어 나무 마법사를 만나게 됩니다. 레오는 특별한 '델'을 갖고 싶다고 부탁하죠.



"얘야, '델'은 그렇게 쉽게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란다. 네 생명과 함께 만들어지는 거니까. '델'의 모양은 만들 수 있지만, 능력을 만들 수는 없단다." (본문 中)



레오는 신비한 능력이 없어도 '델'의 모양만이라도 만들어 달라고 졸랐고, 나무 마법사는 '델' 모양을 만들어 주며 물에 젖으면 사라지니 조심해야 한다는 말과 함께 간절한 마음으로 기다리면 꼭 '델'이 생길 거라는 말도 잊지 않고 해주었습니다.
레오는 신이 났지만, 친구들은 델이 가짜라는 걸 금방 알았고 레오는 또 슬퍼졌지요. 가짜 델은 차라리 없는 게 낫다고 생각한 레오는 마법사의 말을 생각해내고는 호수로 들어갔습니다.
가짜 델은 정말 사라졌고 레오는 물속에서 진짜 '꿈'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지요. 그리고 물 위의 떠로은 레오의 머리 위에 눈부시게 반짝이는 '델'이 생겨났습니다.



레오는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꿈을 이룬다는 것은 기다림과 인내의 열매라는 사실을요. (본문 中)



<<레오의 특별한 꿈>>은 머리에 델을 달고 있는 꿈마을이라는 배경으로 그려진 판타지 그림책입니다. '델'이라는 소재를 통해 꿈을 자연스럽게 녹아냈지요. 델이 생기기를 간절히 바라는 레오는 조바심이 생기고, 마법사를 찾아가게 되지요. 하지만 '델'은 마법으로 이루어지는게 아니었어요. 꿈을 향한 레오의 기다림과 인내를 통해 만들어진 것이었지요.
레오는 우리 아이들에게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다면 레오처럼 꿈이 꼭 이루어질 것임을 이야기합니다. 멋진 꿈이 눈부시게 빛나는 레오의 모습은 무척이나 행복해보였습니다.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많은 기다림가 인내가 필요하지요. 그러나 그 기다림과 인내는 멋진 꿈, 눈부시게 빛나는 델을 만들어 줄 것입니다.



<<레오의 특별한 꿈>>은 판타지 속에 꿈과 꿈을 이루기 위한 노력이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스며듭니다. 그리고 레오가 델을 꿈꾸듯 우리 아이들도 꿈을 꾸게 되겠지요.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인내해야 한다는 사실, 그것이 결코 헛되지 않음을 이해하게 되었을 것입니다. 작은 아이와 함께 책을 읽은 저는 우리 아이가 그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격려하고 용기를 주며, 조바심내지 않고 믿고 기다려주려 합니다. 결코 늦지 않았을 우리 큰 아이에게도 말이죠.

(사진출처: '레오의 특별한 꿈'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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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고래 외뿔이 - 교과부 동북아역사재단 독도사랑상 수상작
장석주 지음, 송영경 그림 / 킨더랜드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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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 작년 6월경 읽었던 작가의 <독도 고래>를 떠올렸다. <독도 고래>에서 주인공 외뿔이를 통해 꿈에 대해 이야기 했는데, 그와 함께 외뿔이를 통해 바라보는 고래 사회의 모습은 우리 인간 사회에서 보여지는 편견과 선입견과 우리 사회의 큰 문제가 되고 있는 왕따, 권력을 가진 자의 횡포 등을 보여줌으로써 인간 사회의 모순도 함께 지적한 바 있다. 이 작품은 내게 외뿔이가 삶과 죽음을 이해하고, 꿈을 갖게 되는 성장 과정을 엿보면서 행복을 추구하고자 하는 개개인들에게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가를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깊은 여운을 남겨준 작품이었다. 그렇다면 저자는 어떤 의도로 <<독도 고래 외뿔이>>를 재탄생 시킨걸까? <독도 고래>가 성인 동화로 주목을 받은 이후 '독도사랑상'을 수상하게 되었는데, 저자는 어린이들에게 상상력과 역사에 대한 관심을 고취시키기 위해 고심을 거듭해 어린이 동화 <<독도 고래 외뿔이>>로 재탄생시키게 되었다고 한다.

 

 

 

<<독도 고래 외뿔이>>의 주인공 외뿔이는 상괭이고래로 몸집이 작고 지느러미 대신 융기가 있고 몸통 빛깔은 청회색이며, 머리가 작고 이마가 둥글다. 외뿔이의 이마에는 큰 상처로 인해 생긴 흉터가 있고, 그 흉터가 아문 자리가 작은 혹처럼 솟아나 있는데, 고래들은 모두 그것을 뿔이라 생각했으며 그래서 별명도 외뿔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독도 근처에서 태어나 자란지 삼 년이 된 외뿔이는 배의 스크루와 충돌한 친구의 죽음과 상어 떼로부터 공격을 받은 엄마의 죽음으로 아픔을 겪게 된다. 아빠없이 자란 외뿔이는 애비 없는 자식이라는 수군거림과 따돌림을 받으며 어려서부터 외톨이로 지냈는데 엄마의 죽음으로 더욱 혼자가 된다. 엄마의 죽음으로 상처입은 외뿔이는 바위섬 하얀 갈매기로 인해 죽음을 이해하게 되지만, 약한 친구들을 괴롭히는 고래 족장의 아들과 그를 따르는 고래들과의 다투게 되고, 사건의 진실이 외면된 채 아버지도 힘 있는 친척도 없는 외뿔이와 가장 가난한 친구 이방인만이 고래학교에서 퇴교 징계를 받게 된다.

다행이도 그런 외뿔이를 이해하고 응원해 준 흑범고래는 절망에 빠진 외뿔이엑 자신을 만들어 가는 꿈을 잃지 말라며 꿈 법칙을 알려준다. 외뿔이는 흑범고래 덕분에 '아빠처럼 용감하고 지혜로운 고래가 되는 꿈' (본문 99p)을 갖게 되고, 아빠가 봤다는 바닷 속 바다를 향해 여행을 떠나게 된다. 순탄치 않은 여행으로 상어의 공격을 받기도 하지만, 흰긴수염고래와의 만남으로 함께 멋진 여행을 하기도 한다.

 

 

"여행을 하면서 무얼 보았느냐?"

"큰 얼음덩어리를 보았습니다."

"또 무얼 보았느냐?"

'크릴새우 떼를 보았습니다."

"그밖에 또 무얼 보았느냐?" (본문 117,118p)

"그래, 멋진 여행이 되길! 그리고 무엇인가 보기 바란다." (본문 120p)

 

긴 여행 끝에 외뿔이는 그리워하던 아빠와 전설 속의 금뿔고래를 만나게 되지만, 바닷속 바다에서 쫓겨난 반란군 우두머리인 흑마왕이 독도를 비롯한 전세계의 고래들을 몰고 돌아와 평화로운 나라를 뒤엎었고 그로인해 왕과 총리대신 자리에 있던 아빠와 금뿔고래는 쫓겨나 유배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무엇보다 외뿔이가 태어나 자란 독도가 대규모의 습격으로 위험에 처해있다는 소식을 접한 외뿔이는, 이 세상에 저절로 얻어지는 낙원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대왕고래 아래 늑대의 무리들은 주요 요직을 하나씩 차지하고 앉아 높은 세금을 거두며 사치와 방탕으로 날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당연히 국방은 소홀했지요.

150여 척의 해나라 어선들이 독도를 침범해 가던 그 순간, 상어 250마리를 앞세운 해나라의 물고기 공격진은 물 밑에서 빠르게 접근해 갔습니다. 길 안내는 바로 해나라의 앞잡이가 된, 늑대의 무리 중 하나가 맡고 있었습니다. (본문 136p)

 

 

작가는 <<독도 고래 외뿔이>>를 어린이를 위한 동화로 재창작했다고 했으나, 이 작품은 <독도 고래>만큼이나 어른들을 위한 동화로 손색없는 작품이었다. 이 작품은 외뿔이를 통해서 꿈을 이야기하고, 선입견과 인간 사회의 모순을 질책하고 있으며,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 역사 의식을 고취하고 있다. 우리 땅인 독도를 빼앗기지 않으려면 독도에 관한 우리의 역사 의식이 바르게 서 있어야 한다. 이 작품은 역사에 관한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전달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역사에 대한 관심, 독도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에는 충분했다. 덧붙혀 흑범고래가 들려주는 꿈 법칙을 통해 아이들이 꿈을 갖고 자신을 만들어갈 수 있는 기회로 삼는다면, 이 보다 더 좋은 독서가 없으리라 생각된다.

 

(사진출처: '독도 고래 외뿔이'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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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기 만화 한국 대표 문학선 10
김동화 그림, 황순원 원작 / 주니어김영사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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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부터 성인까지 아우르며 우리가 필독서로 생각하는 작품들이 몇 있다. 그리스 로마 신화, 한국문학, 세계명작, 삼국지 등이 바로 그러한데, 필독서이니만큼 초등학생들이 읽기 쉽고 이해하기 쉽도록 다양한 장르와 구성을 가진 작품들이 앞다투어 출간되고 있다. 특히 삼국지, 그리스 로마 신화는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장르인 만화로 구성된 책들이 많이 출간되면서 다소 어려운 내용들을 이해하기 쉽게 구성하여 어릴 때부터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나 역시도 삼국지, 그리스 로마 신화는 만화책으로 소장하고 있는데, 장르의 특성상 아이들이 재미있게 읽고 있는 편이다. 세계 명작, 한국 문학선 역시 필독서이니만큼 소장하고는 있지만 사실 아이들이 선호하여 읽는 편이 아닌지라, 어느 날 문득, 이러한 문학 작품도 만화 장르로 출간된다면 아이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 잠시잠깐 생각해 본 적이 있다. 특히 세계 명작은 애니메이션을 통해서, 만화책을 통해서 많이 접하고 있지만, 한국 문학은 쉽게 만나보기가 어려운 탓이다. 만화를 선호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미지나 영상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만화 장르가 가진 장점을 이용하는 것은 굉장히 효율적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렇게 잠시 떠올렸던 생각은 곧 잊고 있었는데, 주니어김영사에서 <만화 한국 대표 문학선> 시리즈를 출간되었다는 소식에 우리 아이들이 한국 대표 문학을 만나볼 수 있는 폭을 넓혀주었다 생각하니 얼마나 반가운지 모르겠다.

 

 

이 시리즈는 <메밀꽃 필 무렵>을 필두로 <아달의 후예><사랑 손님과 어머니><동백꽃><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운수 좋은 날> 등 현재 13권까지 출간되어 있다. 그 중 한국 대표 문학 중 가장 좋아하는 <<소나기>>를 먼저 읽어보았는데, 만화의 단점을 배제하고 장점만을 쏙~ 뽑아내어 수록된 구성은 내용이 알차고 작품을 이해하는데 손색이 없었다.

 

 

흔히 소설 원작의 만화라고 하면, 그저 소설을 쉽게 읽히기 위해 줄거리를 요약해 놓은 학습만화류의 도서를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그것은 문학작품으로서도, 만화 그 자체로서도 생명력을 지니지 못한다. 이야기가 아무리 소설의 근본이라지만 그저 줄거리만 알았다고 해서 결코 그 소설을 읽었다고 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때로는 아름다운 문장으로 자연을 찬양하고, 때로는 날카로운 심리묘사를 통해 인물의 내면을 잔인하게 파헤치면서 독자들로 하여금 삶의 본질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마련해 주는 게 바로 소설이다.

그런 의미에서 <만화 한국 대표 문학선>은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만화가 자신의 고유한 영역에서 예술성을 획득했을 때, 원작 소설의 향기와 가치를 그대로 공유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만화의 각 컷에서 등장하는 인물의 생생한 표정과 몸짓, 심지어는 옷의 주름과 같이 사소한 요소 등을 통해 원작에 묘사된 등장인물의 내면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추천의 글 中)

 

 

열번 째 이야기 <<소나기>>는 황순원의 소나기, 별, 독 짓는 늙은이, 학을 비롯하여 오영수의 화산댁이, 하근찬의 수난이대, 이무영의 제1과 제1장 등 총 7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황순원의 작품 외에는 국문학사를 통해 제목과 특징만 접해봤던 작품이었는데, 원작의 느낌을 그대로 살린 새로운 문학 <만화 한국 대표 문학선> 시리즈를 통해 처음 읽어보면서, 내면을 그대로 반영한 인물의 표정이 작품의 느낌을 더욱 잘 표현주어 단편 소설 속에 담겨진 우리 민족의 '한'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유년의 상처를 겪으면서 성숙해지는 소년의 이야기를 담은 [소나기], 밉게 생긴 누이가 어머니를 닮았다는 말을 인정할 수 없는 아이, 어머니를 대신해서 자신을 보살피는 누이가 싫은 아이가 누이의 죽음 뒤에야 누이를 생각하는 이야기 [별], 시대의 변화에 따라 밀려날 수 밖에 없는 지난 것들을 상징하는 송영감, 현대 문명 앞에서 소멸되어 가는 전통적인 것을 고집하는 인물의 집념과 좌절을 통해 급격히 변모하는 사회의 한 단면을 그린 [독 짓는 늙은기], 6.25 전쟁으로 서로 적군이 되어 만난 어릴 때 친구였던 두 사람이 적대적 현실이 아닌 어릴 적 친구로 돌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학], 두메에 묻혀 사는 화산댁이를 부끄러워하는 막내아들 부부를 통해 지극힌 속물적인 인물을 묘사한 [화산댁이], 일제 강점기와 6.25 전쟁으로 팔과 다리를 잃은 두 부자가 힘을 합쳐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이야기를 통해 서로 의지하며 살아간다면 어려운 현실을 극복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수난이대], 낭만적으로 그리던 모습과 전혀 다른 시골에서의 생활에 적응해가면서 자신이 키운 곡식에 대한 애정을 느끼게 되는 수택의 농촌 생활을 담은 [제1과 제1장]까지, 각 작품마다 우리나라의 격변기로 인한 아픔이 그대로 녹아들어 있었다.

 

 

<<소나기>>는 원작의 느낌을 그대로 살리면서 만화가 주는 장점을 더하여 만화장르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한 듯 하다. 한국적인 느낌을 담은 삽화는 원작 고유의 느낌이 드러나도록 하여 작품의 느낌을 이해하기가 훨씬 수월했다. 한국 문학 읽기를 즐겨하지 않던 아이도 이 시리즈에 관심을 갖는다. 이렇듯 <만화 한국 대표 문학선> 시리즈는 우리 아이들이 한국 문학을 접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데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출처: '소나기'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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