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마술사 무블 시리즈 2
이원태.김탁환 지음 / 민음사 / 201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연히 텔레비전에서 눈길을 끄는 영화 예고편을 보게 되었다. 영화 <집으로>를 통해 팬이 되어버린 배우 유승호가 주연을 맡은 영화 <조선 마술사>였다. 신비로운 느낌을 주는 모습이 매력적이라 어떤 영화일까 궁금했었는데 이렇게 원작 소설로 먼저 만나게 되어 더욱 기쁘다. 그동안의 경험상으로 영화보다는 항상 소설이 더 흥미진진했고, 나만의 상상이 더해져 더 아름다웠으며 더 감동적이었기에 딱히 영화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나지는 않았는데, 이 소설을 읽다보면 영화는 어떤 느낌일까? 라는 생각이 자주 든다. 아마 내 상상력을 뛰어넘는 마술이라는 세계 때문은 아닐까 싶다.

 

이 소설은 조지 3세의 넷째 아들 켄트 공의 딸이 빅토리아 여왕이 되는 마술 같이 일이 벌어지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숨 쉴 틈없이 몰아치는 일정에 지쳐가는 여왕에게 멜버른 경은 그녀를 위해 특별히 만든 책을 건넸는데, 그 책은 '카타리나 파인에 관한 열두 가지 소문과 한 가지 진실'이라는 제목으로 대관식 후 있을 축하 공연을 위해 런던으로 오는 중인 유럽 최고의 마술사 카타리나 파인에 관한 내용이었다. 멜버른 경은 대관식 전날 여왕 홀로 카타리나 파인의 마술을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약속을 잡아주었다. 10년 전 혜성처럼 등장하여 유럽 전체를 떠들썩하게 만든 카타니라 파인에 대한 소문을 합쳐 그려 보면 그녀는 인간의 형상이 아니었다. 물론 그것은 인간이 아니라고 불릴 만큼 마술 솜씨가 탁월하단 뜻일 게다. 여왕이 카타리나를 만날 때, 자신이 읽던 책이 제목과 내용이 모두 사라지고 텅 빈 책만 남은 것을 알게 되었다. 카타리나는 열두 가지 소문뿐만 아니라 한 가지 진실마저도 진실이 아니었기에 진실을 담은 글자가 단 하나도 없는 것이라 말하며 직접 자신의 진실을 들려주겠다고 한다고 말한다. 그렇게 카타리나는 자신이 맑은 청, 밝을 명. 청명이라는 이름을 가진 공주였음을 시작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렇게 소설은 카타리나가 빅토리아 여왕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로 기록되고 있었다.

 

조선의 도읍지 한양 사람들이 물랑루가 부르는 곳은 마술을 펼치기에 더없이 넓고 아늑한 판이었다. 만석이면 1000명이 동시에 마술을 구경할 수 있었고, 마술 판 위 허공엔 각종 도구들이 매달려 순서를 기다렸으며, 비둘기와 까치와 까마귀와 앵무새 들이 저마다의 줄에 앉아 가끔 날개짓을 하는 곳이었다. 창문이 없는 물랑루는 관객이 입장한 후 문을 닫아걸면 외부의 빛이 전혀 들지 않았는데 물랑루 관객의 눈엔 오로지 마술사와 그가 선보이는 마술 외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이곳 물랑루를 주름잡던 광대패 이름은 환희단으로 이 패의 흥망을 쥐락펴락하는 으뜸 마술사가 바로 환희였다. 이 이야기의 여주인공 이름은 청명으로 그 가을 나이는 열일곱 살이었다. 궁궐에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옹주로 어머니 소원 조씨는 딸을 낳은 후 사흘 만에 세상을 떠났고, 그후로 청명은 줄곧 보모인 정 상궁 손에 자랐다. 왕은 청명을 가엾게 여겨 출궁시키진 않았지만 곁에 두고 각별히 아끼지도 않은 탓에 청명의 거처는 폐가처럼 고요했다. 청명은 제 모습이 도드라질수록 궁궐에 머물기 힘들고 목숨까지 위태로울 수 있음을 어려서부터 깨달았기에 자신을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숨고 숨고 또 숨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청명은 다른 비빈이나 공주와 옹주들이 가지 않는 곳만 골라, 인적 드문 밤에 돌아다니길 즐겼다. 청명의 유일한 벗 조은미는 영의정 조상갑의 외동딸로 소원 조씨는 조상갑의 배다른 동생이었다. 청명은 은미에게 환희란 이름을 처음 듣게 되고 물랑루를 찾아가지만 청명은 환희보다는 물랑루란 건물에 더 관심이 많았다.

 

 

 

우연을 가장한 필연도 있고 필연을 가장한 우연도 있다. 어느 쪽이든 인연은 인연이니 쉽게 끊고 흩어지기 어렵다. 이왕 시작된 인연이라면 우연들을 모아 하나의 필연으로 엮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 필연을 대표하는 단어가 '사랑'이다. (본문 167,168p)

 

은미의 일가붙이라며 물랑루로 간 청명은 마술을 하던 환희에게 지목을 당하게 되고, 올라가기 싫다는 청명과 올라오라는 환희 사이에 실랑이가 생기면서 두 사이의 인연이 생기게 된다. 마술사가 마술 하나를 익히기 위해 집요하게 연습에 몰두하는 것처럼 환희의 집요함은 사람을 향해서도 마찬가지였다. 환희는 청명을 감동시키지 않고는 물랑루에서 벌이는 마술이 모두 헛되다는 망상까지 밀려들었다. 20년 전 용상에 등극한 왕은 무예를 집대성한 새로운 서책을 만들라는 밀명을 홍동수와 송가자에게 내렸는데, 이는 조선의 무예만 정리하는 게 아니라, 청국와 일본과 안남과 멀리 회회의 무예까지 두루 살펴 장점은 취하고 단점은 버려 그림과 글로 정리하는 명실상부 세계 최고의 병서를 만들라는 것으로, 그 후로 17년 동안 송가제는 지금까지 이 세상에 나온 모든 병서를 규장각에서 검토하였을 뿐만 아니라 직접 선발한 화원들과 힘을 합쳐 『환단무예지』의 초고를 완성했다. 헌데 청나라 사신이 데려온 귀몰에 의해 이 책이 텅 빈 책으로 남게 된다. 왕은 환희를 종구품 규장각 검서관으로 임명하여 이 난관을 헤쳐나가려 했고 환희는 청명을 조수로 두게 된다.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은 사랑을 확인하게 되고 환희는 마술사가 되어 조선에 오기까지의 일들을 청명에게 들려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청나라 사신이 태자의 아홉 번째 후궁으로 청명옹주를 정하게 되고 환희는 청명을 위한 목숨을 건 마술 대결을 펼치려 한다.

 

 

 

사랑을 지키고 행복할 것인가, 사랑을 잃고 불행할 것인가. 사랑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던질 것인가, 목숨을 지키기 위해 사랑을 던질 것인가. 강력한 적을 제압하려면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그때 우리는 이런 질문을 남자 주인공에게 하게 된다.

자, 이제 어떻게 할 겁니까? (본문 254,255p)

 

마술이라는 환상적인 묘사와 마술 가운데 최고라는 사랑 이야기가 어우러져 두근거리는 로맨스를 탄생시켰다. 조선의 옹주와 마술사라는 신분의 벽을 넘어선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가 화려한 마술보다 더 화려하게 펼쳐지고 있다. 책을 읽다보면, 조선 시대에 마술사가 과연 있었을까? 라는 궁금증이 인다. 이 궁금증에 알아보니, 이 소설은 연암 박지원이 청나라 열하를 여행하고 쓴 기행문 [열하일기]의 [환희기]에서 시작되었는데, [환희기]에 열하의 장터에서 본 요술들을 기록한 부분으로, 박지원의 [열하일기] 안에는 조선시대에도 마술사가 있었다는 작은 기록이 있다고 한다. 그 작은 기록은 판타지와 곁들여져 풍부한 이야기로 재탄생되었고 영화, 웹소설, 책 등 다양한 컨텐츠로 크게 기록하게 된 것이다. 출간 전 카카오페이지에서 7만 독자가 선택한 소설 <<조선 마술사>>를 읽고나니 환희로 변신한 유승호의 연기가 더욱 기대되면서 영화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졌다. <<조선 마술사>>로 마술 같은 아름다운 로맨스에 한 번 빠져보시길~!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묻겠다. 이븐, 1000개가 넘는 그대의 마술 가운데 최고는 무엇인가?"

이븐은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사랑입니다."

"사랑?"

"마술은 사람을 속이는 일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옵니다.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 가운데 최고는 단연코 사랑입니다. 사랑에 빠지면 사랑하는 두 사람이 변하고 세상이 변하고 우주가 변하지요. 저는 사랑을 믿습니다." (본문 402p)

 

(이미지출처: '조선 마술사' 본문에서 발췌)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살리미 2015-12-31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어제 영화로 먼저 봤어요. 영화를 보고나서 김탁환 이원태 작가와 무비톡을 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얘기를 듣다보니 소설이 훨씬 더 재밌을 것 같아서 책으로 다시 읽어보고 싶더라고요. 역시나 영화에서는 상상을 구현해내기가 힘든 부분이 많으니 이야기가 많이 생략되었어요. 물랑루 하나 만드는데만해도 7억이 들었다니까요.
동화세상님 이야기를 듣고나니까 소설 내용이 더욱 궁금해집니다^^

동화세상 2015-12-31 16:13   좋아요 0 | URL
영화 보셨군요...저는 `출발 비디오 여행`을 통해서 영화 내용을 접했는데, 잠깐 사이였는데도 소설이 더 나은거 같더라구요...ㅎㅎ 꼭 읽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