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알라디너님이 선물을 보내 주셨다. 어젯밤 늦게 도착했는데 아침에야 보고(9시부터 자버린 사람..) 너무 궁금해서 뜯고 만져보다 굳이 회사에 들고와 점심시간에 조금 읽어봤다. 


소망이 있다면, 남은 삶의 시간에도 그렇게 살아 있는 것이다. 손끝에 닿는 타자기의 감촉과 백지 위에 그려나가는 검은 문양, 글을 쓰는 마음을 제외한 모든 것이 사라지는 이 고유한 세계를 잃지 않는 것이다. 그 시간만큼은 한 점 의심없이 내가 살아 있는 시간이고, 여전히 나를 살아 있게 하며, 이끌고 나가는 시간이다. 여기에 담긴 모든 글이 나의 나침반이자 항해였고, 나의 선장이었으며 선원이었다. 삶이 거기 있었다, 한 점 의심도 없이. 그리고 앞으로도 있을 거라는 사실을 안다.

  _아이가 걷기 시작할 무렵, 쓰는 사람 정지우

- 9쪽 


'저자의 말'을 딱 읽었는데, 마지막에 '아이가 걷기 시작할 무렵'이라는 부분까지 읽으니 좀 감이 왔다. 

이 책을 좋아할 수 있겠다는 감. 책을 선물받았을 때 걱정이 이 책이 별로이면 어쩌지, 라는 것인데 크게 걱정하지 않고 읽을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적인 느낌!! 

아이 키우고 생활인으로 살면서도 내 이 고유한 세계를 지켜나가겠다는 다짐을, 나도 배워보련다. 하긴 나도 작년부터 알라딘 서재를 나름 열심히 꾸려가면서 내 세계를 보존해 나가고 있다. 나에게 알라딘이라는 세계의 비중이 꽤나 크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나는 페이스북 잠깐 하다 탈퇴했고, 트위터 안 하고, 인스타그램 몇몇 팔로우 하려고 가입해서 아주 가끔 들여다보기만 하는 사람인데, 북플도 나름 SNS이긴 하지만 다른 데랑은 너무 성격이 달라서 계속 할 수 있는 것 같다. 이 미친 책쟁이들, 아휴, 제가 많이 좋아합니다 ㅋㅋ 


선물과 함께 카드도 왔는데, 감동적! 고맙습니다♥ 아껴서 읽을게요. 





댓글(21) 먼댓글(0) 좋아요(2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공쟝쟝 2022-06-14 16:51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얽.. 선물이랑 카드랑 너무 센스 터지네요.. ㅋㅋㅋㅋㅋㅋ (주책)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선물 보내면서 저도 이 책 꺼내서 오랜만에 읽었습니다.. 3년만에 읽어도 여전히 좋은 책이더라고요.

scott 2022-06-15 00:30   좋아요 3 | URL
장쟝님 이런 센쑤!👍
따숩,,,
૮₍´。ᵔ ꈊ ᵔ。₎ა

건수하 2022-06-14 17:0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공쟝쟝님이 보내주신 거고… 설마 독서괭님이 공쟝쟝님의 후배이신 건 아닌거죠? :)

선물과 카드 센스 터집니다 22

공쟝쟝 2022-06-14 17:23   좋아요 5 | URL
제가 알라딘 생활은 후배일지도? 저 고양이 프로필 사진으로 봐서는 독괭님 꽤 오랜 유저 같은 데...ㅋㅋㅋㅋ 제가 프사좀 바꾸라고 부탁해도 절대 안 바꾸는 분.. 무튼 저는 ˝이 미친 책쟁이들 좋아한다”다는 고백에서 심장이 나댔어요 ㅋㅋㅋㅋㅋ. 수하님도 저도 사랑 받는 것 같습니다 (찡긋- ㅋㅋㅋ)

독서괭 2022-06-14 17:38   좋아요 4 | URL
센스 터집니다, 네 ㅎㅎ 저도 봤어요, 쟝쟝님이 페이퍼로 후배한테 선물했단 얘기 하신 거 ㅋㅋ 그 후배는 제가 아닙니다. 알라딘 생활로 따지자면 제가 훠얼씬 선배일 겁니다. 별 의미는 없지만요 ㅋㅋ
네, 두분 많이 좋아합니다. 저 사랑한다고는 안 했어요? ㅋㅋㅋ

공쟝쟝 2022-06-14 17:42   좋아요 5 | URL
괭// 응 사랑 잘못쓴 거 알고 바꿀까? 했는데 또 콕 찝어서 ㅋㅋㅋ 암튼 나댔던 내 맘은 사랑이니까 ㅋㅋㅋㅋ 푸하하하하하하하하
수하// 아 그 후배는 ㅋㅋㅋㅋ 저는 완전 따른 후배입니다 ㅋㅋㅋ 그놈 시키 잘 사나 모르것네 ㅋㅋㅋ

건수하 2022-06-14 17:44   좋아요 4 | URL
미.. 미친… ㅋㅋㅋㅋ
근데 왜 기쁘죠? ㅎㅎㅎㅎ

독서괭 2022-06-14 17:51   좋아요 4 | URL
나댔던 내 맘은 사랑이라는 쟝쟝님 말씀하고 수하님의 기쁘다는 댓글에(미친이란 말에도 기쁘다는 걸 보니 수하님 틀림없네요 ㅎㅎㅎ) 씐나게 퇴근하겠습니다. 씐나는 하루~~^^

잠자냥 2022-06-17 14:29   좋아요 0 | URL
뭐야 쟝 이 사람 요즘 유튜브로 돈 좀 버는구만?! ㅋㅋㅋㅋㅋㅋㅋㅋ

레삭매냐 2022-06-14 17: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책 선물은 고저 사랑입니다 -

주변에 책 선물하는 사람들이
1도 없네요 ㅋㅋ

독서괭 2022-06-14 17:52   좋아요 3 | URL
저도 책 선물 잘 안 합니다. 취향을 맞출 자신이 없어서..^^;;
특히 매냐님처럼 딱딱 구해 읽으시는 분에게는 선물 어려울 것 같아요!

책읽는나무 2022-06-14 19:1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와....카드 문구!!!
멋지군요.
저런 문구의 카드를 받아도 심장 나댈 듯~ㅋㅋ
그리고 글을 쓰라고 해서 전 또 다락방님이신가??
예상하고 읽었더니 공쟝님이셨구나??
ㅋㅋㅋㅋ
오늘 완전 촉이 다 빗나갔네요ㅋㅋㅋ
신기 효력이 바닥 났어요ㅜㅜ

근데 전 괭님 프로필 사진 왜 저 그림인가? 한 번씩 궁금했었는데....오늘 글을 읽다 보니 조금 괭님 성격을 알 것도 같군요?^^
sns에 크게 삶의 비중을 두지 않는, 아주 시크한 사람였군요?ㅋㅋㅋ
근데 실제 모습은 반대일 듯 한데 말입니다!!
이건 제 촉이 맞죠??^^

독서괭 2022-06-15 12:16   좋아요 4 | URL
책나무님, 음, 제가 프로필 사진을 바꾸지 않는 이유는, 저 그림이 딱 마음에 들기 때문입니다. 절대 제가 게을러서인 것이 아닙니다.. 쿨럭
SNS에 대해 시크한 것은 아니고요, 별로 관심도 없는 사람의 별로 좋지도 않은 글에 좋아요를 눌러줘야만 할 것 같은 압박?? 내 글도 누가 읽어줘야 SNS에 올리는 의미가 있는 건데, 그럼 친구도 늘려야 하고 좋아요도 열심히 눌러야 하는데 말이예요.. 페북은 사진 공유되는 게 싫은 점도 있었고요.
알라딘은 일단 정말 좋아서 좋아요를 누르게 되니 좋고^^ 좋아요 압박도 별로 없고, 일단 책이라는 공통 분모가 있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친밀하게 느껴지고요, 또 제 글도 어떤 책 소개 페이지에 올라가니까 그냥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는 것 같고,, 그런 점들이 좋은 것 같습니다!

mini74 2022-06-14 22:0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전 독서괭님 괭인데 왜 다람쥐? ㅠㅠㅠ 이 놈의 노안 ㅎㅎㅎㅎ 괭님 축하드려요. 책선물 거기다 맘에 들 것 같은 책선물은 넘넘 행복할거 같아요 ㅎㅎ

독서괭 2022-06-15 12:17   좋아요 3 | URL
미니님 다람쥐인 줄 아셨군요? ㅎㅎㅎ 뭐 다람쥐나 고양이나 귀엽기는 매한가지 아니겠어요?^^ 축하 감사합니다. 방금도 한꼭지 읽었는데 좋네요. 저도 이렇게 센스 있는 책선물을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단발머리 2022-06-15 10:2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책선물도 멋있는데 카드도 근사하네요. 카드계의 BTS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축하드립니다, 독서괭님^^

독서괭 2022-06-15 12:18   좋아요 3 | URL
카드계의 BTS요??? ㅋㅋㅋㅋ 쟝쟝님 BTS래요 ㅋㅋㅋ 쟝쟝님이 아니라 카드지만 ㅎㅎㅎ
축하 감사합니다 단발님^^

페넬로페 2022-06-15 13: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책선물은 하는것도, 받는 것도 둘다 좋아요~~
카드까지 알라딘 서재분답게 쓰셨네요
행복하시겠어요^^

독서괭 2022-06-15 17:46   좋아요 2 | URL
이런 취향저격 선물 넘 좋습니다. 따뜻한 마음이 느껴져요.
역시 서재에서는 선물도 책선물! ㅋㅋ 로페님 감사합니다^^

그레이스 2022-06-16 22: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카드 멋지네요~♡

독서괭 2022-06-17 12:02   좋아요 1 | URL
그레이스님, 감사합니다~^^
 
레이디 크레딧 - 성매매, 금융의 얼굴을 하다
김주희 지음 / 현실문화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성매매가 얼마나 우리 가까이에 있는지, 새삼 생각해보게 된다. 
최근 읽은 책들 중 이 책과 <페이드 포>처럼 성매매를 직접 다룬 책들 말고도, 소설 속에 성매매는 자연스럽게 등장한다. 

<파친코>에는 성매매 여성이 두 명 등장한다. 한명은 고한수와 룸살롱에서 만난 여성인데, 고한수는 장례식장에 따라와 귀찮게 굴었다는 이유로 그 여성을 마구 때린다. 얼굴에 상처를 입은 여자는 더는 룸살롱에서 일하지 못하고 터키탕에 가게 될 것이고, 거기서는 5년 정도나 버티는 게 고작일 거라고. 이 부분에서 노아가 고한수를 잘라낸 것이 잘한 일이라고 진심 생각했는데... 노아야.. ㅠㅠ 다른 한명은 솔로몬(선자의 아들인 모자수의 아들)이 10대에 사귀었던 '하나'다. 하나는 아주 예쁘게 생긴 소녀인데, 어디에도 자리를 잡지 못하다가 결국 성매매에 발을 들이게 된다.

<토지> 3권에서는 칠성이가 사형당한 후 마을에서 쫓겨나다시피 한 임이네가 거지꼴이 되어 세 아이를 데리고 돌아온다. 임이네는 밥 한 그릇을 얻기 위해 백정에게도 치마를 걷어 올리며, 악착같이 버텨왔다. 숱하게 칭얼대던 아이들은 절대로 울지 않고 불평하지 않게 되었다. 이 부분을 들으며 눈물이 울컥 나왔다. 한 순간이구나. 이 구덩이로 떨어지는 건. 

이 와중에 <나는 고백한다> 1권에서도 갑자기 아드리아의 아버지가 인신매매 성매매 범죄에 연루되었다는 의혹이 등장한다. 아직 사실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놈의 성매매, 최근 읽은 소설들에 다 나오네?? ​

살면서 어려움, 특히 경제적 어려움에 처했을 때 어떤 이들은 범죄에 손을 대게 된다. 폭력집단에 들어가기도 하고, 보이스피싱 조직같은 사기집단에 들어가기도 한다. 그리고 많은 여성들은 성매매를 시작한다. 그건 우리 주변에 어떤 선택지처럼 열려 있는 구덩이 같은 게 아닐까? 평소에는 별로 신경쓰지 않고 나만 안 빠지면 되지 하는 마음으로 피해다니지만, 곤경에 처한 순간 그것은 마지막 선택지처럼 손짓한다. 
하지만 성매매는 타인을 상처입히는 대신 자기 자신을 상처입힌다. 그래서 폭력집단이나 사기집단과 동일선상에서 볼 수 없다. 동기가 경제적 어려움이라는 건 똑같을지라도. 특히 어린/젊은 여성에게, 취업을 할 아무런 기반도 없고 집에서는 나와야 하는 상황에서 내 몸 하나로 살아가기 충분한 돈을 벌 수 있다는 제안은 얼마나 유혹적일까.  


누군가 나 같은 여성들을 전력으로 비난할때, 조용히 혼자 생각한다. 당신도 나였을 수 있고, 나도 당신이었을 수 있어, 세상은 아직 약쟁이로 변하지 않은 중독자들로 가득하지 않아? 라고. - <페이드 포>, 67쪽

<페이드 포>의 저자 레이첼 모랜은 10대에 집을 나와 쉼터-노숙생활을 거쳐 성매매로 유입된 케이스다. 집에 있을 수 없으면 쉼터에 계속 있으면 되지,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곳은 장기간 거주를 위한 숙소가 아니고 어디에나 권력을 휘둘러 근거없는 규율을 강요하는 사람들은 있게 마련이다. 자유를 갈망하던 저자는 노숙을 택한다. 그러나 노숙이 어디 쉬울까? 저자는 "마음속에서 빈궁을 자유로 탈바꿈했지만 그 꾀가 오래가지 않았다. (...) 나의 자율성은 취약했고, 내 자신은 더욱 취약했기에 그땐 자유가 빈궁으로 탈바꿈했다고 느껴졌다."(91쪽)고 표현한다. 이제 추위와 배고픔 속에서 저자의 눈에 거리의 성매매 여성이 눈에 들어온다. 

 ‘나는 그걸할 정도로 충분히 강할지도 몰라. 잠자리가 소파일지 벤치일지도 모르는 이 방황에 끝을 낼 수 있어. 빌어먹을 음식이나 담배를 끊임없이 열망하고, 잘하지도 못하는 도둑질을 하지 않아도 될 거야. 이걸 할 수 있을 만큼 강하기만 하다면 다 끝낼 수 있어.‘ 그런 방식으로 성매매를 용기의 문제로 변형시켰고 그 후로 돌이킬 가망이 없어졌다. - <페이드 포>, 93쪽

이렇게 성매매 유입이 '용기의 문제', 즉 단 한번의 용기로 빈곤과 생활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마법으로 여겨지는 순간이 온다. 그리고 일단 그 세계에 유입되고 나면 그 속에서 일종의 자유를 누리게 된다고 느낀다. 

 16세 이래 10년 이상 성매매 업소에서 일한 경험을 그는 ‘자유‘라는 단어로 요약한다. 이때 ‘자유‘는 ‘남부럽지 않게‘ ‘눈치 안 보고‘ ‘당당하게‘ ‘기쁘게‘ 돈을 쓴 것으로 증명된다. 더 엄밀하게 말하면, 이때의 ‘자유‘는 자신의 욕망을 충족할 수단을 갖게 된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자유‘를 경험할 수 있었던 업소 생활은 곧 먹고 싶은 것, 입고 싶은 것, 친구에게 사주고 싶은 것을 모두 살 수 있었던 시기다. 비록 10년 넘는 업소 생활 동안 돈은 한 푼도 모으지 못했지만, 최소한 지출은 마음껏 해보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  <레이디 크레딧>, 359쪽

이들이 이처럼 ‘자유‘를 추구하고 그것을 지키고자 하는 이유는 성매매 산업 안에서 구속적 인물과 장치들이 보이지 않게 변화한 것과 관련이 있다. 그간 포주와의 대면적 관계에서 발생해 포주에 의해 조절되던 부채 관계는 새로운 금융 기법과 다양한 대출상품의 등장으로 비대면적 비인격적인 형태의 부채 관계로 전환되었다. 이런 측면에서 이들은 인격적 예속 상태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자신의 재무 상태를 관리하는 주체로 거듭났다고 스스로 정체화하게 된다. - 361쪽

해마다 터무니없는 비율로 인상되어 지금에 이른 대학 등록금은 2013년 한 해 56만 명의 대학생 채무자를 만들어냈으며, 그 결과 여자 대학생의 경우 거대한 인구 유입을 필요로 하는 현재의 성매매 산업에 주요한 인입 집단이 되었다. 이전 시대와 같은 방식의 ‘마이킹‘이나 ‘선불금을 동원하지 않아도 이미 ‘빚이 있는 젊은 여성‘인 이들이 업소의 타깃 집단이 되지 못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동시에 이 여성들, 자신의 대학 공부를 위한 비용을 스스로 책임지겠다는 결심으로 자신의 ‘몸 가치가 가장 높은 시기에 강남 유흥 업소에 진입해 스스로 ‘기회‘를 만든 이들을 누구보다 ‘합리적인 계산을 하는 이 시대 ‘젊은 여성 채무자‘의 도덕적 형상이 아니라고 말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 280, 281쪽


성매매에 대해 생각할 때 고민이 되는 지점들이 있었다.

1. 포주에 의해 업소에 얽매여 강압적으로 이루어지는 전형적인(?) 모습의 성매매가 아닌, 언뜻 자발적 또는 자의적으로 보이는 ​개개인의 성매매(조건만남 등)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전자는 당연히 피해자로 구성되어야 할 것 같은데, 후자는? 자발성/자의성을 근거로 "그게 왜 나쁘냐"며 옹호하는 입장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2. 성매매 여성들의 씀씀이가 크다면서 '여성들이 사치를 위해 성매매를 한다'고 보는 시각에 대해 - 씀씀이가 크다는 것이 사실임을 전제할 때 - 어떻게 반론할 것인가. 그리고 그들은- 폭력으로 잡아두는 포주가 없어도- 왜 성매매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가. 

이 책이 내게 어느 정도 답을 준 것 같다.

1.  애초에 내가 성매매에 관해 도덕적 입장에서 접근했기 때문에 발생한 고민임을 깨달았다. 이 책에 따르면 성매매를 바라보는 여성주의적 입장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성매매를 '노동'으로 정의하면서 자발적 노동 의지를 강조하는 입장과 성매매를 '폭력'으로 정의하면서 '성매매피해 여성'을 만들어내는 구조적 강제요인을 강조하는 입장이다 (26쪽). 이 책을 통해 저자는 반복하여 강조한다. 기존의 단순한 전제로 성매매를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도덕적이거나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서, 돈이 굴러가는 경제의 흐름 속에서 성매매가 변화해 가는 모습을 포착해야 한다고 말이다.

도덕의 회복을 통해 성매매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 기존의 여성주의 전략을 문제 삼는 이유는 이들을 고루한 도덕주의자라고 비난하기 위함이 아니다. 다만 여성주의가 개인의 도덕적 조정에 몰두하는 것은 오히려 여성들의 몸과 노동을 자본축적의 주요한 수단으로 만들어내는 작업에 공모하는 것임을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다. - <레이디 크레딧>, 49쪽

그러나 반성매매 운동이 사회복지 실천으로 한정되는 상황은 비판적으로 사유할 필요가 있다. ‘성매매 여성‘이라는 정체성이 성매매피해의 증거로 박제되어 잔여적 사회복지의 대상자로 단정되는 순간, 우리는 성매매 여성들의 피해가 만들어지는 그 경험으로 결코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성매매 문제는 여성 문제가 아니라 다시금 개인의 문제가 된다. 이러한 딜레마를 극복하기 위해서 우리가 가졌던 전제들을 다시금 질문해보는 작업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현실은 이미 알려진 지식 체계에 의해 구성되기 때문이다(조순경, 2000 182). 또한 경험은 이미 해석인 동시에 해석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언제나 경합적이며, 그러므로 언제나 정치적인 것이기 때문이다(Scott, 1991). - 75쪽

검찰은 불순 세력의 축출을 통해 안전한 사회를 (재)구축하겠다고 밝혔지만, 성매매 업주는 금융권에여성들의 선불금 서류를 안전 보장의 장치로 제출하고 대출을 받아 업소를 운영하고, 이 사회는 그것을 합법적이고 합리적인 경제행위로 인정하고 있다. 이에 대한 문제의식 없이 안전한 사회가 가능할까? - 153, 154쪽


2. 이건 내가 성매매를 둘러싼 경제의 흐름에 무지했기 때문이다. 독립하기 위해 또는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또는 하고 싶은 공부를 하기 위해 등등의 이유로 돈이 필요한 여성들은 은행의 '아가씨대출'을 통해 급전을 얻는다. 여성의 몸을 담보로 한 이 대출은 성매매라는 수익 창출의 수단을 전제하지 않고서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신용을 여성에게 부여한다. 

내가 ‘돈을 중심으로 업소 경험을 이야기해달라‘고 요청하면 여성들은 돈을 빌리고, 상환이 밀리고, 재대출을 하고, 고소당하고, 돈을 탕진하고, 이사 다니고, 각종 사기를 당한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이러한 과정 동안 여성들은 성매매 산업 구성원과 다양한 종류의 ‘부채 관계‘로 얽히게 되면서 결과적으로 성노동을 해야만 하는처지에 놓인다. 부채의 종류를 막론하고 유일하게 수익을 만들어낼수 있는 물적 담보는 이들 여성의 몸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성매매내부채 문제의 중심에 있는 고리대금은 채무자 여성들을 매춘여성으로 고정시키는 대표적인 수단이라고 볼 수 있다. - <레이디 크레딧>, 116쪽


처음에는 누구나 빨리 빚을 청산하고 이 생활도 청산할 계획을 가질 것이다. 하지만 여성들이 나름대로 계산한 부채와 지출과 비용은 언제나 현실에서 더 크다. 고객에게 '초이스'를 받기 위해 성형수술비, 꾸밈비, 옷대여비 등이 경쟁적으로 지출된다. 한번 커진 지출 규모를 줄이기는 어렵다. 열심히 하다가 몸이 축나서 결근하면 결근비 명목의 빚이 얹어진다. 업소나 사채업자나 대출은행이 여성이라는 담보물을 인간이 아니라 말 그대로 물건으로 여겨 계산에 넣듯이, 여성 스스로도 자신이 얻을 수 있는 수익을 그렇게 단순 계산한다. 그러나 인간의 몸은 기계가 아니고, 이 게임에서 여성은 지게 되어 있다.

여성들은 제한된 시간 안에서 가장 많은 손님을 만나 최대한의 수익을 창출하고자 강박적인 노력을 기울이지만 몸의 물리적 한계로 이러한 계획은 언제나 좌절된다. 자신을 중심으로 빠르게 순환하는 돈의 회로에서 물리적 한계에 직면하게 되었을 때, 여성들은 부채상환의 도덕률이나 채권자에 의한 채무 상환의 압박 때문에 또다시 부채를 끌어오게 된다. 때로는 업소나 사채업자가 현금 흐름을 유지하기 위해 여성들에게 ‘결근비‘를 메우도록 하거나 이자를 채근하므로, 여성들은 ‘몸 노동‘의 유한성에 직면하는 동시에 오히려 더욱 일을 중단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다. - P347


<페이드포>에서는 여성이 성매매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운 이유를 정서적, 사회적인 측면에서 보여준다.


이런 삶의 방식에 빠져있는 여성들이 느끼는 ‘타자성‘은 너무도 강해서 사회구성원들과 자신을 전혀 다르게 여기고 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일말의 가능성이나 실행 가능성조차 느끼지 못하게 된다. - <페이드 포>, 33쪽

점점 더 분리되고 홀로 고립돼 더욱 우울해진다. 일반 대중들로부터 갈수록멀어지고 급락은 계속된다. 계속, 계속, 그리고 계속.
위와 같은 모든 요소들이 결합돼 성매매라는 하위문화를 만들어내고, 성매매 여성들은 이 문화에 전적으로 속하며, 성매매라는 ‘세상‘에 존재하기 때문에 ‘라이프 스타일‘이라는 말이 ‘거래‘라는 말보다 훨씬 더, ‘직업‘이라는 말보다는 확실히 더 적합한 단어다. - 35쪽


구덩이는 분명히 거기 있다. 오래 전부터 있었다. 그게 점점 커지고, 깊어지고, 많아지도록 방치하거나 외면하거나 공조한 책임이, 나에게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내가 특별히 도덕적이어서도 아니고, 특별히 잘나서도 아니고, 그냥 운이 좋아서 아직까지 그 구덩이 근처에도 가보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럴 듯하게 포장되어 합법을 끼고 돌아가고 있는 이 성매매 금융시장, 그 더러운 속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어 다행이다. 


 성매매여성 중 행복한 여성은 한 명도 보지 못했고 그 후로 한 명도 만나지 못했다. 내 경험상 ‘행복한 창녀‘란 없다. - <페이드 포>, 108, 109쪽



댓글(8) 먼댓글(0) 좋아요(2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mini74 2022-06-13 16: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열려있는 구덩이란 말 정말 적절한 비유네요 독서괭님 ㅠㅠ

독서괭 2022-06-13 17:40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미니님. 계속 그 생각이 들더라구요. <돌이킬 수 있는>의 영향일 수도 있습니다..^^;

다락방 2022-06-13 17:0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독서괭 님의 리뷰를 읽노라니 독서괭 님이 이 독서를 아주 무거운 마음으로 진행하셨을 거라는 느낌이 오네요. 레이첼 모랜의 책은 같이 읽기에 더할나위 없는 책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그 책 독자적으로도 좋지만요.

결코 읽기 쉬운 책이 아닌데 읽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독서괭님. 함께 해주셔서 감사해요!

독서괭 2022-06-13 17:41   좋아요 2 | URL
정말 무거운 책이었습니다. 비교적 쉬울 거라 예상하며 시작했지만 ㅎㅎ 내용 자체가 어려운 건 아닌데 마음이 많이 무거워지더라구요. 레이챌 모랜 책 너무 좋은데 이 쪽은 읽기가 더 힘드네요ㅠㅠ 그래도 조금씩이지만 끝까지 가보렵니다.
저야말로 이렇게 좋은 책을 함께 읽을 기회를 주셔서 감사드려요 다락방님!!^^

거리의화가 2022-06-13 17:0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제가 만약 4년제 대학을 갔더라면 얼마나 더 오래 이를 갚기 위해 뼈를 갈며 생활했을까 생각해봤어요. 이 책 읽는 내내 과거가 떠올라 어떤 감정으로도 표현이 안되더군요. 자본주의, 돈 그리고 이를 이용하는 금융, 시스템의 연계. 결코 단순하게 말할 수 없고, 선택할 수도 없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독서괭 2022-06-13 17:44   좋아요 2 | URL
학자금 대출채권도 팔린다는 이야기가 충격적이었어요 ㅠㅠ 누구를 위한 제도인지 참.. 어마어마한 등록금을 벌 만한 수단이 대학생에게 딱히 있을 리 없고, 단기간에 벌어서 학교로 돌아갈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이 성매매라는 결론이 나버린다니, 슬프기 짝이 없습니다 ㅠㅠ 이 세계가 복잡계라는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참 어렵네요,, 화가님 감사합니다.

공쟝쟝 2022-06-14 17: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생하셨습니다.
저도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고 또 많은 생각을 하다가 말고 그랬던 것 같아요. 나의 많은 경험들 그 끝에, 아니 어쩌면 정 중앙에 성매매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성매매 문제를 제대로 들여다 보지 않으면 페미니즘을 안다고 말하기 어려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의미에서 레이디 크레딧은 처음 읽기 좋은 책인 듯 합니다. 여성의 몸과 성에 대한 착취를 담보로 굴러가는 이 더러운 시장을 더 똑똑히 들여다 보는 용기 내는 독서, 함께 이어가도록 하자구요!

독서괭 2022-06-14 17:40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성매매가 이렇게 전방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건지 몰랐어요. 이 책을 더 많은 분들이 읽으면 좋겠어요. 성매매를 윤리적 시각에서 벗어나서 금융의 측면으로 바라보려고 많이 애쓰셨다는 생각도 들더라구요. 많은 관계자들을 만나면서 거리유지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용기 내는 독서~ 좋네요! 함께 힘내 보아요 ^^
 
레이디 크레딧 - 성매매, 금융의 얼굴을 하다
김주희 지음 / 현실문화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성매매가 돌아가는 방식에 관해 이해할 수 없었던 부분들이 이 책을 읽으니 이해되었다. 금융, 자본, 이것들이 정말 괴물같은 것이구나. 수탈당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한 채 미래를 저당잡히고도 자유롭다고 생각하는 성매매 여성들의 모습이, 남일로 여겨지지 않아 오싹하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공쟝쟝 2022-06-11 22: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 부채는 자산이라고 배웠사온데 ㅋㅋㅋㅋㅋ

독서괭 2022-06-13 11:58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 부채가 자산이라고 결코 생각할 수가 없는 인간 여기 있사옵니다 ㅋㅋ

공쟝쟝 2022-06-14 17:09   좋아요 1 | URL
회계원리 배울 때 1번이 부채는 자산이라고 했단 말이죠? ㅋㅋ
근데 이 담보의 담보의 담보가 여성의 몸일 줄이야ㅋㅋㅋㅋㅋ 에휴.. 거기서 다 나오는 것일 줄이야... 어휴...

독서괭 2022-06-14 17:39   좋아요 1 | URL
그러니까요.. 그러니까요.. 아니 근데 쟝쟝님 회계원리는 언제 배웠어요?

공쟝쟝 2022-06-14 17:39   좋아요 1 | URL
저 경영학 전공이고 현재 사장입니다 ㅋㅋㅋㅋㅋ

독서괭 2022-06-14 17:44   좋아요 1 | URL
경영학 전공이셨군요?! 어쩐지 주식 책 같은 것도 잘 읽으시더라.. 전 경영/경제 1도 몰라서 ㅠㅠ
공사장님(??), 새우깡 챙겨가며 운영하셔야 합니다 ㅎㅎ
 
곰스크로 가는 기차 (양장)
프리츠 오르트만 지음, 안병률 옮김, 최규석 그림 / 북인더갭 / 201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곰스크로 가는 기차>를 읽는데, 어? 나 이거 읽었다??
검색해보니 이 책을 산 게 2011년인데, 이때 같이 주문했던 책이 <천국의 열쇠>, <사랑이라니, 선영아>, <내 심장을 쏴라> 였고 이 책들은 확실히 다 읽었다.
그러니 곰스크도 그때 읽었나 보다.. 어쩌면 표제작만 읽은 건지도 모르겠다. 그러고 보니 이때는 정말 소설 편향이었군.
표제작만 읽고 일단 뭔가 쓰고 싶어져서 리뷰를 쓴다.

표제작 '곰스크로 가는 기차'를 읽는데, 이거..
이 남자는 N이고, 이 여자는 S다. 틀림없어! 남자는 계속 저 멀리 곰스크를 바라보고 있고, 여자는 안락의자(새우깡)를 구한다. 
- 자꾸 새우깡 얘기를 하게 되는데 모르시는 분은 아래 링크 참고 

아내 역시 우리가 언젠가는 곰스크로 가게 될 것임을 인정했다. 하지만 그곳이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그녀에게는 어떤 느낌이나 희망, 걱정으로 다가오지 않는 것 같았다. 마치 젊은 사람이 죽음에 관해 생각하는 것처럼.  - 34쪽
​10년 전에 읽을 때는 어땠는지 모르겠는데, 아마도 이 남자의 마음에 이입해서 안타까워 했을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여자에게 이입해서 빡친다. 곰스크는 내 꿈이 아니야, 네 꿈이잖아! 왜 자꾸 "우리"라고 하지? "우리가 그렇게 기다리던 시간이 마침내 다가온 거야!"(39쪽)라니, 아내는 결코 그 시간을 기다리지 않은 것 같건만. 심지어 곰스크로 갈 생각에 골몰해 아내가 배가 불러오는 것도 모른다. 아니 언제든 떠날 생각이었으면 그것도 조심했어야지. 이 화상아.. 
"(...)나에게 안락의자 따윈 필요없어! 당신한테 여러번 얘기했잖아! 나는 곰스크로 갈 거라고, 이 빌어먹을 촌구석을 떠나서 곰스크로 갈 거라고 말이야." - 37쪽
"그러면 당신은 여기서 조금도 행복하지 않았다는 말인가요? 당신에게는 내가 있었잖아요! 당신은 오직 곰스크만을, 우리가 함께 살아온 이곳에서 등을 돌리게 될 그날만을 기다리지 않았나요?"  - 40, 41쪽 
곰스크가 어떤 곳인지조차 모르면서, 그는 지금 여기는 '빌어먹을 촌구석'이고 곰스크는 멋진 곳일 거라고 여긴다. 지금 이곳을 언제든 떠나려고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주변을 제대로 살피지 않는 그와 달리, 그녀는 완전히 이곳에 정을 붙이고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아이라는 결정타가 이들을 이곳에 정착시킨다. 
그러나 여전히 그는 곰스크에 사로잡혀 있다. 그의 한구석에는 떠나고 싶은 열망이 있고 그 열망이 그를 고독하게 한다. 
이게 참 전형적인 남성 서사 느낌이긴 한데(게다가 번역은 왜 남편은 반말하고 아내는 존대하는지?), 성별을 떠나 누구에게나 적용될 수 있는 고민이다.
'곰스크'로 표상되는 어떤 이상, 꿈, 그런 것들을 남편만 가지고 있고 아내는 가지고 있지 않은 게 아니라, 아내는 자기만의 곰스크를 이곳에서 찾았다고 생각한다. 지금 이곳, 현실의 가까운 곳에서 행복과 의미를 찾는 것- 나는 아내 쪽에 가까운 사람이다. 
현재에 대한 불만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하지만 그냥, 막연하게, 무조건, 지금 이곳, 현실의 가까운 곳에는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뭐, 남편이 어릴 적부터 아버지 얘기를 듣고 꿈꾸어 온 이상을 찾아 떠나는 것은 좋다. 
근데 그럴 거면 똑같은 꿈을 꾸는 사람을 만나든지 일단 곰스크에 가서 배우자를 찾든지 했어야 할 것 아니야? 
마치 아내와 아이가 자기의 꿈을 이루지 못하게 하고 시골에 주저앉게 만든 것처럼 여기며, 기적소리가 들릴 때마다 다락방으로 올라간다는 이 남편의 모습은 내게 하등 가여워 보이지 않는다. 

애들 키우는 아내 입장에 이입하여 화난 리뷰를 쓰긴 했지만 ㅋㅋ 이 소설이 좋지 않은 소설이라는 건 아니다. 이상을 꿈꾸며 현실에 머무르는 인간의 한계와 어리석음을 우화처럼 잘 보여준다. 지금 이 현실을 부정하고 싶어도 이것은 결국 내가 선택한 운명이라는, 선생의 입을 통해 지혜를 들려줘도 여전히 곰스크를 놓지 못하는 미련까지 말이다. 
나머지 단편들은 천천히 읽어봐야겠다. 



댓글(19)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공쟝쟝 2022-06-11 09:0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니 여기서도 새우깡 논쟁을 하고 있어요 ㅋㅋㅋ 왜 ㅋㅋㅋ 사실 f 냐 t냐가 논란의 중심인데 ㅋㅋㅋㅋㅋ 새우깡이냐 이상이냐도 ㅋㅋㅋㅋ 인간 실존의 진한 논쟁이 될 것 같아여 ㅋㅋㅋ 저는 n ㅋㅋㅋㅋ 내 친구들은 sㅋㅋㅋㅋㅋ 다행임 ㅋㅋㅋ

그런데 저번부터 남편 ㅋㅋ 진짜 아오 ㅋㅋㅋ 딱밤 좀 ㅋㅋㅋ

독서괭 2022-06-13 12:03   좋아요 1 | URL
아 f냐 t냐가 논란의 중심이예요? t는 머리로 이해가 되어야 공감을 하는 유형이라던데 ㅎㅎ 저는 f입니다. 쟝쟝님 t죠? ㅋㅋ 전 저 갈매기 새우깡 만화에 꽂혀서 S랑 N이 재밌더라구요 ㅋㅋ N끼리만 모여 있으면 밥을 제대로 못 챙겨 먹을 것 같아요 ㅋㅋ S 친구들 잘 두셨습니다!

공쟝쟝 2022-06-14 17:14   좋아요 1 | URL
네 ㅋㅋㅋ T가 공감을 잘 못한다고 사람들이 많이 오해를 하시는 데 말이죠? 제가 말입니다.. 공감을 원한다고 먼저 말해주시면 공감능력 동기화가 되는 그런 훌륭한 티입니다. 근데 버튼 안눌러주시면 계속 팩폭 들어갑니다 ㅋㅋㅋㅋㅋㅋㅋ
저의 S 친구들은 제가 흥분해서 푸코나 아렌트 따위를 떠들고 있으면, 그 와중에 고기 구워서 입에 넣어주고, 누룽지 시켜주고 그러더라고요.... 제 이야기를 듣는지는 모르겠지만 대체로 S는 멀티가 되는 종족이 아닌가.... (멀티 안되는 사람 ㅋㅋㅋ)

다락방 2022-06-14 17:27   좋아요 2 | URL
새우깡이 중요하다니까!!

공쟝쟝 2022-06-14 17:32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 먹어 ㅋㅋㅋ먹고 말해 ㅋㅋㅋ 먹어 ㅋㅋ 쟝님 좀 먹어요 ㅋㅋㅋㅋ ㅋㅋㅋ 아 ㅋㅋㅋ 귀에 쟁쟁해 ㅋㅋㅋㅋ ㅠㅡㅠ

다락방 2022-06-14 17:33   좋아요 1 | URL
쟝님은 새우깡보다 저 너머를 궁금해하더라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2-06-14 17:36   좋아요 1 | URL
저는 떨어진 새우깡 앞에서 쉬운 선택을 하는 갈매기 존재의 생겨먹음이 궁금합니다. 예속과 억압을 끊어내고 자신의 몫의 새우를 스스로 사냥하는 갈매기의 자립적 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구조… 그 구조를 가늠하는 언어…(그만해…) 잠이나 자야겟다 쿨쿨

독서괭 2022-06-14 17:36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 쟝쟝님 철학하다 먹는 거 까먹어서 굶을 판.. 옆에서 입에 고기 넣어주는 다락방님과 계속 친하게 지내세요, 꼭 ㅋㅋ

독서괭 2022-06-14 17:42   좋아요 1 | URL
쟝쟝님, 제 N인 친구 하나도 새우깡 만화 보고 새우깡 갈매기는 그냥 개그인 줄 알았대요. 어떻게 저럴 수가 있냐고 ㅋㅋㅋㅋ <갈매기의 꿈> 얘기를 하는데, 그 책 저도 10대 때 좋아했거든요? 조나단이 N이라는데,, 맞아, 그렇지, 근데 나 조나단 좋아해 - 지금 깨달았어요. N은 아니지만 N을 좋아할 수는 있다는 것을 ㅋㅋ

공쟝쟝 2022-06-14 17:45   좋아요 0 | URL
저는 주변에 s없었으면 맨발의 소크라테스가 되어서 (참)이슬먹고 살다가 굶어죽었을 거예요. 제게 청약통장도 존엄사 적금도 (그거 아냐;;;;) 현생의 쾌락도 알려주는 모든 s들에게… 이자리를 빌어 감사를….

다락방 2022-06-14 17:47   좋아요 0 | URL
나르치스…

청아 2022-06-11 09:4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확실히 재독하면 기존에 못보던 다른것들이 보일때가 있더라구요
그래서 저의 목표는 소장가치있는 100권만 남겨서 재독하기인데 지금 읽는 속도와 사모으는 빛의속도를 봤을때 기약이 없네요ㅋㅋㅋㅋ
갈매기 만화 다시봐도 재밌어요ㅋ

독서괭 2022-06-13 12:04   좋아요 2 | URL
미미님, 소장가치 있는 100권만 남겨서 재독하기- 멋진 목표인걸요?? 하지만 실현은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ㅋㅋㅋ 소장가치있는 책이라는 게 또 계속 나오지 않겠어요? ㅠㅠ 그냥 원없이 많이 보자구요 ㅎㅎ
갈매기 만화 저 너무 꽂혀서 계속 새우깡 얘기를..;;

새파랑 2022-06-11 12: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확실히 N이 맞는거 같아요 ㅋ 새우깡 이야기 다시봐도 재미있네요 ^^ 그런데 책 좋아하는 분들은 대부분 N일거 같아요 ㅋ

역시 소설 읽을때는 감정이입이 중요한거 같아요 ^^

독서괭 2022-06-13 12:05   좋아요 2 | URL
새파랑님, 새우깡 글에 댓글 보시면 은근히 S도 많습니다 ㅋㅋ 저는 애 낳아 키우면서 점점더 S가 되어가는 것 같아요;;
나(보코프)교수님은 감정이입 하지 말라셨다던데, 전 역시 감정이입을 하게 되더라구요. 이번에 아내에게 너무 감정이입이 빡 되어 버렸습니다 ㅋㅋ

다락방 2022-06-14 15: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단편집 너무 좋아하는데요, 니가 곰스크에 가고 싶어하지만 지금 여기에 머무르고 있는 것은 너의 선택이다, 너가 선택해서 지금 이 삶을 살고 있는거다, 라고 동네 선생님이 말해주는 그 장면을 정말 좋아합니다. 아무렴요.

독서괭 2022-06-14 15:39   좋아요 0 | URL
제가 다락방님 책에서 이책 쓰신 부분 찾아봐야지 생각했다가 잊고 있었는데, 이 댓글 보고 방금 찾아봤습니다(준비된 독자)! 목차 보고 짚었는데 한번에 맞췄어요 ㅋ ˝그건 나쁜 삶이 아닙니다˝!! 저도 이 책이 주려는 메시지는 좋아요, 좋은데,, 자꾸 읽으며 아내에게 이입을 해버려서 ㅋㅋㅋ 아기 안고 남자 발목 잡아 주저앉히는 고런 느낌 ㅠㅠ 성별이 중요한 게 아니라 메타포라고 생각하려 해도 이미 이입이 돼서 어쩔 수가 없네요 흑흑. 다락방님이 좋다 하셨던 마지막 단편 ‘럼주차‘만 남겨놓은 상태인데, 요거 잘 읽어보겠습니다^^

다락방 2022-06-14 15:54   좋아요 2 | URL
저도 읽은지 벌써 십년이 된 단편이라 지금 읽으면 완전히 다른 감상을 갖게 될지도 모릅니다. ㅎㅎ
저는 <럼주차> 되게 좋아했어요. ㅎㅎ

독서괭 2022-06-14 17:37   좋아요 0 | URL
다시 읽으시면 어떻게 느끼실지 궁금해요^^
 

얼마전 알코올 기운을 두르고 늦은 밤길을 걸어오는데, 나의 해방일지ost를 들어서 그런지 센치한 기분에 젖어

메모를 했더랬다. 그런데 다음 날 오전에 열어보니 없는 게 아닌가. 저장을 누르지 않고 닫았나 보다. 

별로 취한 건 아니었기 때문에 기억은 난다. 대충 이런 내용이었다. 


아주 중요한 사람들을 만나 아주 중요한 회의를 하고 아주 중요한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를 마친 후 

나의 해방일지ost를 들으며 돌아오는 길, 

문득 나 자신이 너무 하찮게 느껴지고, 

모든 것은 결국 시간 속에 사라질 일, 

이렇게 열심히 계획하고 이렇게 열심히 다투고 이렇게 열심히 도모하며 

그런데도 누구도 자신있게 행복하지 못하고... 


새우깡 찾는 S답지 않지만 가끔은 S에게도 이런 순간이 있는 것이다.. 

이게 다 무슨 소용이야,, 하며 집에 들어와 자고 있는 아이들 얼굴을 보니 

아침의 둘째 모습이 떠올랐다. 


아침, 식사준비를 하고 있는 내 곁에 온 둘째가 수줍게 말한다.
"어린이집에 가면, 다른 애들은 잘 노는데," 
응, 그런데? 하니 베란다 문 뒤에 가서 얼굴을 빼꼼 내밀더니 이런다.
"나는 엄마 생각만 해."
크흡- (마음 속 비명) 
"엄마 회사 가서 내 생각 많이 해~"
하고 씩씩하게 어린이집에 갈 듯 하더니, 준비하다가 결국 눈물이 터진다.
예전에 울 때 손수건을 주면서 비비면 아프니까 톡톡 두드려 닦으라고 했더니, 그 이후로는 눈물이 나면 손수건을 들고 다니면서 눈가를 톡톡 두드리며 흑흑 운다. 무슨 비운의 주인공인냥.. 그 모습이 또 너무 귀여워서 웃고 만다. 
저녁에 집에 오니 "엄마 하늘만큼 땅만큼 보고 싶었어요." 해서
"엄마도 하늘만큼 땅만큼 보고 싶었어." 했더니
"아니 나는 하늘만큼 땅만큼 우주만큼 보고 싶었어요!"
크흡- (마음 속 비명2) 

너 나 추앙하니? 


물론 아이들과 이런 다정한 순간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끔은 내 목청을 시험당할 때가 있다.. 

하지만 역시, 이게 다 무슨 의미일꼬..? 하는 순간에 나를 일으켜주는 건 사랑-

아이들이 양육자에게 보여주는 사랑은 원시적으로 순수한 것이어서 때로 무겁다. 

온 몸의 무게를 실어 내게 안겨들 때처럼 마음도 그렇게 온 존재를 실어서 준다. 

부모의 사랑은 가이 없다며 늘 칭송하지만, 과연 아이가 주는 사랑보다 양육자가 주는 사랑이 더 클까? 

양육자의 사랑도 처음에는 대체로 순수하다. 하지만 아이에게 점점 자기 의사가 생기면서 그 사랑에 조건이 붙어간다.

아이 역시 자랄수록 양육자에 대한 사랑의 순수함을 잃어갈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예쁜 아기를 많이 사랑해주기 위해 아기를 낳아 키운다고 믿는다. 하지만 사실은 그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는 경험을 하고 싶어서 아기를 낳는 게 아닐까? 

조건이 덕지덕지 붙어가기 전에, 더 많이 사랑해야겠다. 사랑받는 기분을 누려야겠다. 



대상항상성이 생긴 뒤에는 엄마의 이미지가 내면에 새겨져 잠시 혼자 있더라도 위안을 느낄 수 있다. 이를 ‘위안의 내재화soothing introject’라고 하며, 성인의 정서조절 능력의 밑바탕이 된다. 92/388(전자책 기준)
대상항상성은 추상적 개념이 아니다. 애착대상이 관계 속에서 보여준 수많은 위로와 지지, 포옹과 애무의 느낌, 따뜻한 미소와 눈 맞춤, 같이 놀았던 경험 등이 마음에 차곡차곡 쌓여서 만들어진 기억의 퇴적물이다. 눈앞의 현실과 손에 잡히는 감각만 존재하던 유아의 삶에 이제 기억이 자리잡고 과거라는 시제가 만들어진 것이다. 아이는 대상항상성을 머리로가 아니라 마음으로 알고 있으며,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다. 93/388

문요한 작가의 <관계를 읽는 시간>은 밑줄을 엄청 그으며 읽은지 한참 됐는데, 갑자기 생각나 메모를 열어보니 참 육아에 와닿는 글들이 많다. 내게 가장 위로가 되었던 부분은 이 부분이었다. 애착은 손상시키지 않는 것보다 회복이 중요하다고. 오히려 좌절은 꼭 필요한 요소라고. 

애착형성이 중요하다는 말이 많은 양육자들, 특히 엄마들을 옭아매고 죄책감을 주는데, 우리는 절대 완벽하지 않고 완벽할 필요도 없다. 


‘안정적 애착이란 애착손상을 주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크나큰 오해다. 그 누구보다 따뜻하고 지혜로운 양육자가 제아무리 애착손상을 주지 않으려고 애쓴다 해도 아이에게 애착욕구를 좌절시키지 않을 수는 없다. 초보 엄마일수록 더욱 그렇다. 처음부터 엄마인 사람이 어디 있겠나?

애착손상을 주지 않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애착손상을 회복하는 것이다. 애착은 한번 깨지면 붙일 수 없는 유리그릇 같은 것이 아니다. 수없이 넘어지고 다치면서도 오히려 더욱더 단단해지는 인간의 몸과 같다. 아무리 기술이 발달해 인간에 가까운 휴머노이드가 개발되더라도 인간의 굳은살을 흉내 내기란 어려울 것이다. 소재의 회복력이 좋으면 원형 복구까지는 되겠지만, 인간의 손발처럼 다치고 찢어지는 과정을 통해 더 단단해질 수는 없을 테니까.
애착은 그런 것이다. 한 번도 손상되지 않았기에 애착이 안정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수없이 깨지면서도 이를 다시 복구하고 연결시키기 때문에 단단해지는 것이다.  104-105/388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에게는 ‘적절한 애착손상’이 필요하다. (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애착손상이 전혀 없는 것은 애착손상이 심각한 것만큼 문제가 될 수 있다. ‘적절한 애착욕구의 좌절’은 세상을 헤쳐나갈 독립심을 주고, 자아중심성에서 벗어나 상호적인 관계를 맺어갈 기초가 되고, 대상의 좋은 면과 안 좋은 면을 바라보고 통합할 수 있는 시야를 준다. 좌절은 발달의 중요한 요소다. 107/388

그러므로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상처를 주고받지 않으려는 것보다 관계의 상처를 잘 회복할 수 있는 능력이다.  108/388
부모라면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부모들의 헌신으로 지금 우리 아이들은 행복한가? 아니면 나중에라도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우리 아이들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삶의 주체로서 성장하고 있는가? 만일 아니라는 대답이 떠오른다면 즉시 자녀와 자신의 바운더리를 살펴보고 조절해야 한다. 부모의 생각과 달리 아이의 삶을 좌우하는 것은 부모에게 달려 있지 않다. 질병이 치유되는 본질적인 힘은 약물이나 의술이 아니라 사람의 내적 치유력인 것과 같다. 의술이나 약물은 그 힘을 도울 뿐이다. 부모의 역할도 마찬가지다. 부모는 아이를 앞에서 끌고 가는 사람이 아니라 뒤에서 밀어주는 사람일 따름이다.  173/388



댓글(20)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청아 2022-06-10 16: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아이들이야말로 누구보다 엄마를 추앙하죠!!*^^* 괭님도 나의 해방일지ost좋아하시는군요. 저도 요즘 계속 즐겨들어요. ‘일종의 고백‘은 여성보컬 버젼도 좋아요 헨(Hen)이 부른거요

독서괭 2022-06-10 16:51   좋아요 3 | URL
미미님, 전 ost 들을 생각은 못하다가 누가 좋다고 해서 들어봤는데, 좋더라구요. 선선한 밤공기에 참 좋았어요. 찔끔찔끔 보는 중이라 아직도 끝을 못 봤지만요 ㅎㅎ 매 회 명대사가 나오네요. 일종의 고백 여성보컬 버젼도 들어볼게요^^

페넬로페 2022-06-10 17:0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우왕
독서괭님의 귀여운 둘째의 추앙!
넘 귀엽고 애틋하고 따뜻해요
제 마음이 뭉클해질 만큼요~~
대학생인 된 딸아이와 저는 요즘 대놓고
우리는 주고 받는 사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 안엔 추앙의 맘이 깔려 있어요 ㅎㅎ
저에게 다시 과거의 한순간으로 돌아갈 기회를 준다면 저는 딸아이 어렸을 때 였으면 좋겠어요.
지금도 좋지만 그래도 그때도 좋았어요^^

독서괭 2022-06-10 17:43   좋아요 4 | URL
로페님, 둘째가 한창 떼부리고 난장 피우다가 그 시기가 지나니 너무 사랑스럽습니다..ㅎㅎ
대학생이 된 따님과 추앙의 맘이 깔려 있다고 하시는 말씀도 뭉클하네요^^
저도 애들이 커가며 제게서 떨어져나가는 건 당연한 과정이지만, 그 안에 그런 맘이 깔려 있으면 좋겠어요.
애들 좀 빨리 커서 혼자/혹은 부부만의 시간을 갖고 싶다 생각하면서도 그때 되면 지금이 그립겠다 싶습니다.
지금 예쁜 시절을 잘 누려야겠어요^^

거리의화가 2022-06-10 17:2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제 부모님께 원시적인 순수함을 보였을 때가 있었겠죠^^; 음...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이 오래되서인지 떠오르지가 않네요-_-; 둘째의 그런 표현에 엄마로서 많은 감정이 드셨을 것 같아요~^^

독서괭 2022-06-10 17:46   좋아요 4 | URL
화가님, 주양육자에 대한 애착은 생존의 문제라 원시적이고 더 강렬한 것 같아요~ 위험한 상황에서 주양육자에게 다가가려는 게 본능이기 때문에 바로 그 주양육자가 나를 학대하더라도, 오히려 더 주양육자에게 의존한대요ㅠ 그 말 들으니 넘 슬펐어요. 가끔 이 사랑이 권력으로 느껴지거든요. 권력을 휘두르지 않으려고 애쓰려고요. ^^

잠자냥 2022-06-10 17:2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둘째 말에 왜 제가 눈물 나죠? 주책 ㅋㅋㅋㅋㅋ

독서괭 2022-06-10 17:48   좋아요 4 | URL
오 자냥님, 감동 받으셨다~~^^

레삭매냐 2022-06-10 17:5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알코올 기운을 두르고...

왜 이리 정겨운지요.

저도 낼 알코올 기운
두르러 간만에 출격합니다.

독서괭 2022-06-10 23:01   좋아요 1 | URL
취하는 정도보다 알코올 기운을 두른 정도가 딱 좋을 것 같습니다^^
매냐님 내일 한잔 하러 가시는군요.
알코올 기운 따스히 두르며 즐건 시간 보내세요^^

프레이야 2022-06-10 18:0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우왕 둘째 넘나 사랑스럽네요
아이가 엄마를 추앙해 줄 때가 있었는데 말이죠 ㅎㅎ 크면서는 엄마가 지들을 추앙해줘서 다 컸잖아요. 진심 연애하면 추앙만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럴 때가 좋았는데 말이죵 ㅎㅎ

독서괭 2022-06-10 23:03   좋아요 4 | URL
프레이야님, 둘째가.. 애교가.. 아휴.. 말도 못합니다 ㅋㅋ
엄마랑 아빠가 세상 최고고 모르는 게 없고 뭐 그렇다고 생각할 때가 있죠 ㅎㅎ 이 시기를 누려야겠어요.
짝사랑하고, 연애 초기에는 추앙하는 것 같아요 ㅋㅋ 콩깍지..ㅋㅋ

새파랑 2022-06-10 19:5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독서괭님은 너무 사랑받으셔서 안센치하셔도 될거 같지만 쓰신 메모는 너무 좋네요 ^^ 사랑받는 엄마 너무 멋지십니다~!!

독서괭 2022-06-10 23:04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새파랑님. 술과 밤과 음악이 섞이니 아무리 저라도 센치함이 몰려오더라구요! 인생 허무함은 애들 사랑으로 물리쳤습니다^^

햇살과함께 2022-06-10 23: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둘째 넘 귀엽^^ 저희집 둘째도 어릴 때 저를 너무 사랑해서 내가 이렇게 사랑받아도 되나? 생각한 적 많아요 ㅋㅋ 첫째는 저 닮아서 무뚝뚝한데 말이죠~

독서괭 2022-06-13 11:59   좋아요 2 | URL
햇살님도 둘째에게 많이 사랑받으셨군요! 둘째들이 대체로 첫째에 비해 애교가 많은 것 같습니다. 저도 내가 이 사랑을 받을 자격이 되나 싶을 때가 많아요^^

공쟝쟝 2022-06-11 09:1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요! 인간이 가장 사랑할 수 있는 때는 바로 그때 주양육자에 대한 사랑이라 생각합니다 ㅋ (저는 기억나요 내가 엄마를 얼마나 사랑했는지가 ㅋㅋ) 모든 성인 인간은 그런 담대한 사랑을 이미 해본 것이죠 ㅋㅋ 그리고 독립하여 자기 자신이 되어야 하는 데… 고것이.. (눈물이 맺혀있다)

독서괭 2022-06-13 11:59   좋아요 2 | URL
엄마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기억 나시는군요! 저는 그때의 마음은 잘 기억이 안 나네요 ㅎ 울 엄마는 애교를 부려도 받아주는 사람이 아니었... ㅠ ‘독립하여 자기 자신이 되어야 하는데..‘ ㅋㅋㅋ 아니 왜요, 쟝쟝님 넘 잘하고 있는데!

mini74 2022-06-11 20: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너무 예쁘고 설레요. 울 애도 그럴때가 있었지하며 아련한 ㅎㅎㅎ지금을 즐기십시오 ㅎㅎㅎ

독서괭 2022-06-13 12:00   좋아요 2 | URL
ㅎㅎㅎ 미니님, 그 시절 그리우실 때가 있죠? 지금을 즐기려 노력하겠습니다^^ 그리 길지 않은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