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김영민 지음 / 어크로스 / 201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요 며칠 머리가 묵직하고 컨디션이 좋지 않다.

엊그제는 잠들었다가 밤중에 설핏 깼는데, 문득 "사는 게 왜 이렇게 힘드냐..." 하는 생각이 드는 거였다. (평소 이런 생각 잘 안하고 사는 MBTI 'S'인 자..) 아래 사진의 부둣가로 가서 새우깡 얻어먹으려는 갈매기가 바로 나다. ㅋㅋㅋ 




아 힘들어.. 힘들다.. 하며 뒤척이던 내게, 문득 요즘 듣고 있는 김영민 교수의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의 시시포스 이야기('하데스와 시시포스')가 떠올랐다. 

시시포스는 잘 알다시피 하데스에 의해 형벌을 받아 저승에서 무거운 바위를 산 정상으로 밀어 올리는 고역을 치르게 된다. 김영민 교수는 시시포스의 이 형벌은 단순한 노고도, 단순한 덧없음도, 단순한 끝없음도 아니고, 이 세가지가 합쳐져 만들어지는 가공할 괴로움이라고 한다. 이 3요소 중 하나라도 제거할 수 있다면 괴로움은 훨씬 덜어질 것이므로, 어떤 이들은 노고를 제거하고자 하고(다만 그렇게 할 수 있는 이들은 극소수), 어떤 이들은 덧없음을 제거하기 위해 보람을 찾고, 어떤 이들은 이 힘들고 덧없는 삶이 적어도 당대에서 끝나리라는 위안을 찾는다고. 

김영민 교수가 이 글에서 하고자 하는 말은- 이 괴로움에서 탈출하기 위해 번식하지 않는 걸 택하게 된 사람들에게, 정부가 할 일은 '가임기 여성지도' 따위를 만드는 게 아니라 "이 사회가 무의미한 노역장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는 일침이지만- 한밤중 뒤척이던 내게 이 이야기는 어쩐지 위로가 되었다.

내가 아이를 낳아 키우며 느꼈던 감정이 '덧없음'을 제거한 결과였구나. 아이를 낳은 후 나는 절대 아이가 다 자라 독립하기 전에는 죽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했고(이게 다짐으로 될 일은 아니지만), 운전 중 너무 졸릴 때면 다리를 꼬집고 뺨을 때리며 내가 죽으면 엄마를 찾으며 울 아이들을 생각하곤 한다. 내 시간이 훌쩍 줄어들고 고난은 늘어났지만, 허무는 자리할 곳을 잃게 되었다. <올리브 키터리지>에서 올리브는 80살이 넘어도 여전히 봄에 새로 피어나는 생명들과 햇빛에 감동하며 또 한해를 살아낸다.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달라지는 생명을 곁에 두고 본다는 것은 그 자체로 허무주의를 날려버릴 에너지를 충전하는 거나 다름없다. 다만 에너지 충전이고 뭐고 고난이 너무 크면 소용없을지니, 한 아이를 키워내는 데 엄마 한 사람에게 책임이 전가되는 환경이 되지 않도록 애써야 할 것이다.

산업부 장관 후보인 모 인사는 2010년도에 '출산 기피 부담금'을 도입하자는 칼럼을 썼다는데.. 개인 책임주의를 논하기 전에 사회의 책임을 논해주길 바란다. 


엊그제는 세월호 8주기였다. 김영민 교수의 책에 나오는 이 세월호 이야기를 듣다가 울컥,,  


2년 전 봄, 남쪽 바다에 어떤 참사가 닥쳤을 때, 그 참사는 미증유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배는 여전히 바다 위에 떠있었고, 참사가 본색을 드러내기까지 배에 탄 사람들은 걷거나 멀미하거나 전화를 하거나 화장실에 갔다. 그들은 이동중인 일상을 살고 있었고 그 일상이 물에 잠겼으며 그 과정은 전국으로 생중계 되었다. 퇴근 중인 직장인이 교통법규를 무시한 트럭에 받치는 모습이 스팸을 구워먹던 가족들에게 느리게 생중계 되는 것처럼, 그렇게 비극은 우리의 안방으로 무심히 걸어 들어왔다.  - '참사는 오래 지속된다' 중


'참사는 오래 지속된다'와 '하데스와 시시포스'를 듣고 나니 아무래도 이 책은 사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핏 예상했던 것보다 더 묵직하고 현실과 직접 닿아있는 책이다. 저자가 정치외교학부 교수이니 당연한 건가. 아직 끝까지 듣지 못했지만 일단 별다섯 주고 나머지 들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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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04-18 14:4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사서 읽어봐야겠어요.

독서괭 2022-04-18 15:01   좋아요 3 | URL
S+뒤메질 다락방님, 또 사놓고 이거 왜샀지? 고민하지 마시고요 ㅎㅎ

건수하 2022-04-18 14: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N인줄 알았으나 최근 S임을 알게된자… 저 4컷 만화에 빵 터졌어요.

육아는 축복이지만 또 괴롭습니다… (주말에 아이랑 한 판 하고 회복이 안되는 중)

독서괭 2022-04-18 15:03   좋아요 2 | URL
어 저도 약간 제가 생각이 많다고 생각했거든요..? 철학에도 관심 쬐꼼 있고..? 근데 저 갈매기 만화 본 순간 아 나는 S구나 싶었어요 ㅋㅋ 지금 새우깡이 중요하지 이 길의 끝이 중요해?!(버럭)
주말에 한판 하셨군요 ㅠㅠㅠ 아이와 관계는 회복이 더 중요하다 하니 잘 회복하시길 응원할게요..!!

건수하 2022-04-18 15:04   좋아요 3 | URL
아 아이는 멀쩡하구요… 제 멘탈이 회복이 안되고 있어요. ;ㅁ;

새우깡이나 생각해야겠어요… 감사합니다!

독서괭 2022-04-18 15:09   좋아요 2 | URL
아이는 멀쩡.. 하다니 다행이네요 ㅋㅋㅋㅋ 수하님, 맛있는 거 드시며 회복하세요~^^

미미 2022-04-18 14: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괭님 저번 페이퍼보고 주문했는데 함께 주문한 다른 책이 늦어져서
애타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 ㅡS들에게 끌리는 N으로부터ㅋㅋㅋㅋ

독서괭 2022-04-18 15:05   좋아요 2 | URL
오 미미님 벌써 주문을?? 이 책은 S에게도 N에게도 와닿는 부분이 있을 것 같아요. 평 보니까 악평도 좀 있긴 하던데.. 미미님은 어떻게 읽으실지 궁금합니다^^ 저도 N들에게 끌립니다. 제 남편도 N인 것 같아요 ㅋㅋ

거리의화가 2022-04-18 14: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S인 저 괭님 글 읽고 뭉클해집니다. 그리고 이 책 생각지도 못했던 메시지를 주는군요! 찜하겠습니다^^

독서괭 2022-04-18 15:07   좋아요 3 | URL
화가님도 S이시군요 ㅎㅎ 초반에 연달아 듣고 있자니 조금 지치는 느낌이 있었는데, 어떤 꼭지들은 굉장히 좋더라구요. 이분 신간도 궁금하네요.

공쟝쟝 2022-04-18 14:5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정말 정말 재밌게 읽었어요. 대신 김영민 겨스의 <공부.....> 는 추천 안해요. ㅋㅋㅋㅋ 그렇구나 S들은 그렇구나.... 아 한치앞도 모르는 극강은 N은 양자역학어쩌고 이러고 있는데 부끄럽네요 ㅋㅋㅋ

독서괭 2022-04-18 15:08   좋아요 4 | URL
쟝쟝님 재밌게 읽으셨군요! <공부란 무엇인가>는 별로인가요 ㅎㅎㅎ 신간 <인간으로~>는 어떨지 궁금해요. 양자역학 어쩌고 하는 N을 저는 좋아합니다^^ 같이 새우깡 먹으며 양자역학을 논하면 좋죠 뭐 ㅋㅋ 저랑 다락방님은 새우깡을 맡을게요 ㅋㅋ

공쟝쟝 2022-04-18 15:15   좋아요 5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부는 좀 별로 였는데 잠자냥님이 <인간>은 좋다고 해서 또 멀어졌던 마음 다시 추스려 도전해보려고 해요. ㅋㅋ 글 재밌게 쓰는 사람 한국에 드물긴 하져 ㅋㅋㅋ 다락방과 독서괭조합을 저도 좋아합니다 ㅋㅋㅋ

독서괭 2022-04-18 17:49   좋아요 4 | URL
아 그 책이 잠자냥님의 바로 그 ‘절구책‘이네요! 절구 땜에 좋은 평가는 까먹고 절구만 생각남.. ㅋㅋㅋㅋ

그레이스 2022-04-18 15:1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새우깡때문에 웃으며 들어왔다가 ㅠ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요즘 4월은 잔인한 달이라는 시를 자꾸 기억하며 여기저기 문자를 남기고 있는데... 황무지위에 눈이 녹으며 땅의 민낯이 드러나고 고통을 뚫고 싹을 틔워올리는 ... 암튼 요즘 너무 맘이 아픕니다.
저도 이 책 찜요!

독서괭 2022-04-18 17:50   좋아요 3 | URL
첨에 전반적으로 무거운 글을 쓰려고 했는데 갑자기 새우깡 만화가 생각나면서 시작이 개그가 되었네요 ㅎㅎ
참으로 아름다운 4월인데 이 아름다운 때 죽어간 사람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픕니다 ㅜㅜ
그레이스님께도 좋은 독서가 되길 바랍니다!^^

잠자냥 2022-04-18 16:5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 새우깡 갈매기 넘 귀여운 것 아닙니까?
그나저나 INTJ 갈매기는 동료 갈매기를 아예 안 만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2-04-18 17:51   좋아요 5 | URL
갈매기 귀엽죠 ㅋㅋ
으악 인티제는 아예 저 그림이 안 나오는 건가요 ㅋㅋㅋㅋ 아니 아무리 그 정도는 아니잖아요 ㅋㅋㅋ 쟝쟝님도 인티제 아녜요? 그럼 모여앉아 새우깡 먹으며 양자역학 논하는 그림은 불가능한 건가요 ㅋㅋ

잠자냥 2022-04-18 21:37   좋아요 4 | URL
모이지 않아요…. ㅋㅋㅋㅋㅋ

공쟝쟝 2022-04-18 23:18   좋아요 3 | URL
아 나 빵터짐 ㅋㅋ 자냥님 저 위에 제 댓글 보여요? 난 양자 역학 생각했다고 했더니 ㅋㅋㅋ 괭님은 같이 이야기 하자고 하고 ㅋㅋㅋㅋㅋ 나는 같이 이야기하자는 말은 없고 독서괭 다락방 조합은 좋다 ㅋㅋㅋㅋ 라고 말하고 있어 ㅋㅋㅋㅋㅋ (동료 갈매기 안만남ㅋㅋㅋㅋㅋㅋㅋ… 모이지않아요 ㅋㅋㅋㅋㅋ)

독서괭 2022-04-18 23:31   좋아요 3 | URL
아 그러네 진짜 쟝쟝님 모이자는 말에 맞장구 안 치면서 슬쩍 좋아하단 말로 넘어갔구만! 구렁이 담 넘어가듯이!! 진짜 안 모이는 사람들이군요 인티제 ㅋㅋㅋㅋㅋ

mini74 2022-04-18 17:1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직도 본인이 s인지 n인지 모르겠는자 ㅎㅎㅎ 입니다. 김영민교수의 글이 ㅠ 슬프네요. 4월은 슬픈 날들이 너무 많아요. 그래도 새우깡 먹고 힘내야겠죠 ㅠㅠ

독서괭 2022-04-18 17:52   좋아요 3 | URL
ㅎㅎㅎ 그렇다면 미니님은 경계에 있으신 거 아닐까요? 저도 어떤 부분은 경계에 있다고 느낍니다.
김영민교수의 저 글이 세월호가 준 충격을 잘 표현한 것 같더라고요. ‘엄마는 이미 지옥에 있어‘라는 한 엄마가 남긴 글도 너무 슬펐어요 ㅜㅜ

페넬로페 2022-04-18 18:4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오디오북으로 들으면 책의 느낌만 있더라고요. 다시 종이책으로 읽어야겠어요.
저도 새우깡 얻으러 가는 새 같기도 해요.
그래서 요즘 우울합니다.
책도 안 읽히고 글도 안쓰고~~

독서괭 2022-04-18 23:33   좋아요 3 | URL
전 운전하며 듣다보니 순간적으로 운잔에 집중하다 놓치거나 딴 생각하다 놓칠 때가 있어요 ㅎ 그래도 그와중에 확 꽂히는 대목도 있더라구요. 발췌인용이 어려운 게 가장 큰 단점입니다 ㅠ
아까 페넬로페님 서재 갔는데 요즘 거의 백자평만 쓰신 것 같아요. 휴식기가 지나면 또 힘이 나실 거라 믿습니다~!

책읽는나무 2022-04-18 22: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 갈매기의 새우깡 생각에 공감되는 저도 결국 N이 아녔고 S였었나? 생각했어요.
전 INFP 라고 몇 년째 고수해 왔었는데 딸들이 나더러 성격 좀 이상해 보인다고 다시 정확하게 체크 해보라고 하더군요?
ㅋㅋㅋ 갑자기 죄다 반대로 나올까봐 무서워서 못하겠더군요. 저와 완전 반대의 유형이 울 남편이더라구요!!!! 아~ 무섭다!!!ㅋㅋㅋ
혼자 웃다가...세월호 이야기에 음...ㅜㅜ
4 월과 5 월은 너무 슬픈 달입니다ㅜㅜ

독서괭 2022-04-18 23:36   좋아요 2 | URL
새우깡에 공감 ㅋㅋㅋㅋ 나무님, 근데 애키우며 애들이랑 싸우고 그러다보면 점점더 S가 되는 것 같지 않나요..? 애들 입에 넣어줄 새우깡 생각으로 머리가 가득 ㅋㅋ
유형 사이 경계선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다면 몇년 지나면 바뀌기도 한다더라구요~ 완전 반대가 남편님이시군요 ㅋㅋㅋ 닮아가셨으려나요?
4월 5월 풍경이 아름다워서 더 비극적인 것인 것 같아요 ㅜㅜ

햇살과함께 2022-04-19 16: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ㅋㅋ 저 네컷 너무 찰떡이네요 여기 S 한명 추가요~

독서괭 2022-04-24 23:09   좋아요 1 | URL
오 햇살님도 S이시군요! 반갑습니다~ 새우깡 얼마나 중요합니까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