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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빌라
백수린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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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6권에서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꿈속의 귀마동'이다. 

길상이 꾸는 꿈 이야기다. 길상은 길을 헤매다 허허벌판에 홀로 있는 집 한채를 발견한다. 거기에는 노인 한 사람이 살고 있다. 노인은 그곳이 말이 돌아오는 '귀마동'이라는 동네라고 소개한다. 말이 돌아온다는 것이 뭔 뜻인고, 물으니, 이런 사연이다.

귀마동에는 여, 남으로 이루어진 연인 한쌍이 찾아온다. 그들은 헤어지지 않고 영원히 함께 있고 싶어한다. 노인은 이들에게 말을 한 필씩 내어주며, 절대로 고삐를 놓치면 안 된다고 당부한다. 그들이 말을 타고 오랜 시간 걸어가 함께 어떤 강을 건너가면, 이제 다시 이별은 찾아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단 한쌍도 그 강을 건너지 못했다. 말들은 결국 노인의 집으로 다시 돌아오는데, 이상하게도 한 마리의 말은 동쪽에서, 한 마리의 말은 서쪽에서 돌아온다. 말 위의 두 사람은 쪼글쪼글 주름진 노인이 되어 있고, 심지어 서로를 알아보지 못한다. 대체 그 연유가 무엇인고, 물으니, 노인은 대답한다.

먼 길을 가면서 계속 깨어있기란 힘드니 두 사람은 꾸벅꾸벅 졸기 시작할 테고, 말들은 멋대로 가다 점점 길이 어긋나 서로 다른 방향으로 가기 시작했을 거라는 얘기다. 딱 한쌍, 돌아오지 않은 이들이 있으나 이들도 강을 건넌 건은 아니었다. 여자가 말에서 떨어져 죽어 말만 돌아왔고, 남자는 여자를 찾아 헤매느라 돌아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퀴즈: 이들은 누구일까요?) 


남편과 만난 이래 가장 심하게 싸운 후 관계 회복 중인데, 귀마동 이야기가 와닿는 바가 있다. 결혼 후에 이어지는 긴 시간에는 생활의 피로가 가득하다. 말고삐만 꼭 붙들면 된다고 생각하고 옆 사람 신경쓰지 못하면, 결국 꾸벅 조는 사이에 두 사람의 방향은 갈라져 버린다. 영원히 함께 하자는 사랑의 약속을 위해 강을 건너려던 두 사람이, 종래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고 마는- 결혼생활이란 노력의 연속, 그걸 잊으면 까딱 귀마동 꼴이 된다는 것. 



백수린 작가의 <여름의 빌라>는 작은 어긋남의 순간들을 세심하게 포착하고 있다. 


해외에서 만나 각별하게 마음을 나누는 사이가 된 두 여성이 다시는 서로 연락하지 않게 된 어긋남에 대하여('시간의 궤적'),

해외에서 알게 된 노부부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해 만난 또다른 여행지에서, 상대의 입장과 깊은 속내까지 헤아리지 못하여 일어난 어긋남에 대하여('여름의 빌라'), 

소위 '몸테크'를 위해 달동네로 이사온 중산층 가정의 아이가 어렴풋이 느끼는 계층의 문제, 그리고 평생 한발짝 물러나 안전한 곳에서 부당함을 외면하게 되리라는 깨달음의 순간에 대하여('고요한 사건'), 

아빠와 이혼하여 미국으로 떠난 엄마를 만나러 갈 때마다 조금씩 어긋나는 마음에 대하여('폭설), 

아이를 낳으며 애써 눌러놨던 몸에 대한 인식을 깨닫게 된 아내와 이를 짐작조차 하지 못한 남편 사이의 어긋남에 대하여('아직 집에는 가지 않을래요'), 

헌신적이었던 할머니의 짧은 연애를, 돌아가신 후 일기장을 통해 알게 된 손녀가 느끼는 이질감에 대하여('흑설탕 캔디'),

기분 좋았던 어느 여름밤, 노인을 돕다가 실수로 일어난 사건 때문에 삶의 어딘가가 살짝 어긋나버린 순간에 대하여('아주 잠깐 동안에'), 

다른 세계의 아이들이 결국 자기 세계로 복귀하기 전, 함께 경험한 짧고 강렬한 교차의 순간에 대하여('아카시아숲, 짧은 입맞춤').


사람은 저마다 다르고, 어느 찰나에 잠시 서로의 마음이 교차하더라도 결국에는 다른 방향으로 흐르게 마련이라고. 그 어긋남에 대해 결정적 단서를 제공한(예를 들어 '시간의 궤적'에서 언니의 지난 연애에 대한 미련을 비난한 것이나. '여름의 빌라'에서 한스에게 일어난 일을 알지 못한 채 백인의 좁은 생각으로 치부하여 비난을 퍼부은 것) 사람을 질책하기보다 그건 인간들 사이에 내재하는 근본적인 한계이니 수용할 수밖에 없다고, 그래도 시간이 흐르면 다시 교차하는 이해의 순간이 찾아오기도 하니 너무 절망할 일도 아니라고, 조곤조곤 말해주는 것 같다. 


한편 한편이 다 조금씩 감정을 건드리는 데가 있었지만, 특히 좋았던 건 '흑설탕 캔디'였다. 결말에서 할머니가 손에 꼭 쥔 무언가(흑설탕 캔디)를 아끼는 손녀가 조르는데도 내어주지 않으면서, "이건 내 거란다"라고 말하는 장면은 기억에 오래 남을 듯 하다. 

알라디너TV 이번 주제가 '여름'하면 떠오르는 책이라고 해서- 내가 찍을 건 아니지만 - 뭐가 있을까 떠올려보다가, 아직 읽지 않고 찜해두기만 했던 이 책이 떠올랐다. 떠오르니 갑자기 너무 읽고 싶어 빌려왔는데, 이 여름이 가기 전에 읽기를 잘했다. 별 네개를 찍었지만 '북적북적' 어플에서는 4.5개를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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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22 17: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8-22 18: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mini74 2022-08-22 18:0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제목도 표지도 여름이 확 느껴집니다 ~

독서괭 2022-08-22 18:11   좋아요 3 | URL
미니님, 여름이 가기 전에 읽어보시지요~^^

공쟝쟝 2022-08-22 18: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 저도 이 책 있어요. 표지가 예뻐서 샀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데 너무 책장 안쪽에 있나봐요. 안보임. 이 여름이 가기 전에 읽을 수가 없겠군요. 헤헤. 작은 어긋남들 때문에 감정이 건드려지고 싶을 때 읽도록 하겠숩니당!

독서괭 2022-08-22 19:18   좋아요 4 | URL
안 그래도 쟝쟝님 페이퍼 봤어요 ㅋㅋㅋ 이 사람 사놓고 안 읽었구나 했지요 ㅋㅋㅋ 책장 한번 뒤집어야 찾으시겠네요. 내년 여름을 기약해보아요!!

페넬로페 2022-08-22 20: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늘 만난 지인분이 토지 16권에서 포기했다고 했는데 독서괭님은 토지로부터 그 지평을 넖혀 가시네요. 여름의 빌라, 저도 읽고 싶었는데 여전히 아직입니다^^

독서괭 2022-08-24 12:19   좋아요 2 | URL
16권에서 포기하셨다고요..!! 거의 다 왔는데.. 제가 다 아쉽네요;;
페넬로페님, 올여름 놓치셔도 내년 여름이 있습니다!^^

미미 2022-08-22 20: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괭님의 문해력이 돋보이는 리뷰네요^^* 귀마동의 의미가 절묘하게 와닿습니다. 개인적 바람으로는 알라디너 TV를 이웃 분들이 더 많이 하셨으면 좋겠어요. 거기선 또 얼마나 많은 매력들을 보여주실지 기대되거든요. 여름의 빌라 담아갑니다.ㅎㅎ

독서괭 2022-08-24 12:20   좋아요 1 | URL
문해력이라니! ㅎㅎ 감사합니다, 미미님. <여름의 빌라>는 아주 사소하고 미묘하게 어긋나는 관계들을 잘 그려낸 것 같아 좋았어요. 미미님도 좋아하실 듯요. 알라디너TV는 제가 할 능력이 안 되어 ㅎㅎ 미미님은 계속 해주세요^^

그레이스 2022-08-22 20: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좋았던 책입니다.^^

독서괭 2022-08-24 12:25   좋아요 1 | URL
그레이스님 리뷰 읽고 왔어요! 넘 좋네요!^^

그레이스 2022-08-24 12:30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

책읽는나무 2022-08-23 00:1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관계는 훌륭하게 회복 중이신 거죠??^^
여름이라서....그러신 거죠??
그리고 귀마동의 퀴즈는 정답이??? 궁금합니다.
백수린 작가의 <여름의 빌라>는 제가 좋아하는 작가의 가장 좋아하는 단편집이에요.
괭님 열거해 주신 단편들 제목과 내용들이 새록 새록 기억이 떠오르네요? 다른 책들은 시간이 지나면 거의 다 기억이 안나던데...ㅋㅋㅋ
단편들 대부분 좋았었는데 저도 <흑설탕 캔디> 저도 가장 좋아합니다. 저는 할머니 주제의 단편집에서 이 소설을 접하고 백수린 작가를 처음 알게 되었는데 좋았어요.
좋다고 떠벌리다가 북플친님 몇 달 전 이 책 읽고 좋다고 하셨는데...좋죠? 하다가...내가 떠벌린 줄 기억도 못해 좀 부끄러웠던 적 있었네요^^;;;;
괭님의 리뷰 읽고 제가 다 흐뭇함을 안고 갑니다. 그것도 여름 가기 전에 말입니다ㅋㅋㅋ

독서괭 2022-08-24 12:29   좋아요 3 | URL
훌륭하게..는 모르겠지만 회복 중인 것 같고, 일단 제가 꺠달은 게 있어서 마음이 좀 편해졌습니다^^
여름은 여러모로 힘드네요. 더위 많이 타는 첫째가 짜증도 많이 내고.. 밤에 뒤척일 때도 많고..
백수린 작가님 저는 처음 읽어봤는데, 책나무님이 가장 좋아하는 단편집이었군요! 제가 잘 찾아 읽은 것이었습니다 ㅎㅎ
<흑설탕 캔디>를 가장 좋아하신다니 더 반갑습니다. 하이파이브!
책나무님이 이 책 많이 홍보하셨군요. 저는 책읽아웃에서 김하나작가가 추천했던 걸 기억하고 있었는데, 드디어 읽었네요. 올여름 큰일 하나 했습니다^^

난티나무 2022-08-23 06:1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 저도 읽었습니다! ㅎㅎㅎ 몇개월 뒤에 다시 읽어봐야지 싶네요, 글 보니까요.^^

독서괭 2022-08-24 12:31   좋아요 1 | URL
난티나무님 읽으셨군요! 페이퍼 쓰신 건 봤습니다. 재독하시면 꼭 리뷰를~^^

단발머리 2022-08-23 21:0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독서괭님 이 리뷰 너무 좋고 또 이 책도 좋을 거란거 알지만 읽고 나면 제 맘이 너무 말캉말캉해질 거 같아서 못 읽을 거 같아요 ㅠㅠㅠ 차라리 비현실적 사랑을 긍정하는 나의 이 허약함을 어찌하면 좋단 말입니까 ㅠㅠㅠ

독서괭 2022-08-24 12:39   좋아요 2 | URL
말캉말캉?? 왜요, 단발님, 마음이 말캉말캉해지면 안 되는 거예요?ㅜㅜ 그래서 the love hyphothesis를 다시 읽으신 것인가요 ㅎㅎ 이 책은 막 감성을 엄청 자극하고 그렇지는 않고, 관계에 대해 새삼 생각해보게 하는 것 같아요. 화자의 덤덤한 서술 때문인지. 그래서 더 좋은 듯요?

새파랑 2022-08-26 16: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었는데 아쉬우면서도 여름 느낌이 나서 좋았습니다 ㅋ 역시 책의 핵심은 제목과 표지인거 같아요~!! 관계회복이 잘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독서괭 2022-09-04 16:47   좋아요 1 | URL
새파랑님에게는 너무 슴슴한 맛이 아니었을지!^^ 제목과 표지 정말 중요한 것 같습니다 ㅎㅎ 그게 편집자의 능력이겠죠? 관계회복 잘 하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토지 5 - 2부 1권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마로니에북스) 5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토지 5권! 이 대하소설의 2부에 해당하는 첫권이다. 

1부는 평사리 마을을 주요 배경으로 해서 최참판댁과 평사리 마을 사람들에게 일어난 일들을 다뤘다. 1부 마지막에서 평사리 마을의 몇몇 사람들과 함께 서희, 길상이는 간도의 용정으로 떠난다. 2부는 용정에 도착한 후 벌써 3년? 정도의 시간이 흐른 뒤부터 시작된다. 서희는 열아홉살이 되었다.


내가 틀림없이, 토지를 10권 정도까지는 읽었다. 읽었단 말이다.. 그런데 어느 정도 굵은 줄기와 몇몇 에피소드는 기억나는 1부와 달리 2부는 정말 하아아아나도 기억이 안 난다;; 안 읽은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새롭다.. 그냥 처음 읽는 거라 치자. 

토지를 시작한 사람은 많아도 끝낸 사람은 많이 않을 터. 많은 사람들이 1부는 끝냈지만 2부에서 중도 탈락하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2부에서는 1부에서 등장했던 사람들도 많이 사라지고, 윤씨 부인의 슬픈 비밀과 평산,귀녀의 음모 등 아침드라마 뺨치던 줄거리도 마무리 되었으며, 간도 땅이라는 낯선 고장의 낯선 정치상황이 구구절절 펼쳐지기에, 중간에 놓기 힘든 1부를 끝낸 후 다른 책으로 새서 다시 돌아오지 못하기가 쉬울 것 같다. 하지만 좀 적응되면 역시나 재미난 인간사가 펼쳐진다. 


어느새 자라나 용정 바닥을 쥐락펴락하는 상인이 된 서희의 모습이 놀랍고 서희와 이상현, 길상의 삼각관계도 흥미롭지만, 5권의 중심은 용이와 임이네, 월선이 세사람의 파란만장한 동거생활인 듯하다. 5권의 시작부터 강렬하게 존재감을 드러낸 임이네는 마지막까지 대단하다. 뻔뻔하고 그악스럽기로 임이네 만한 인물이 있을까 싶다. 꼴보기 싫긴 한데, 어찌 보면 굉장히 비전통적인 인물로, 전통적 여성상에서 벗어난 놀라운 캐릭터라 여겨지기도 한다. 그가 월선이 운영하는 국밥집에 붙어서 몰래 돈을 빼돌려 모으는 행태는 하나뿐인 아들 홍이를 위한 모성이라 하면 쉽게 이해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도 아니다. 그는 홍이를 자기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무기로 내세울 뿐, 모정 같은 건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전통적 여성상에 가까운 월선이는 임이네에게 속절없이 휘둘린다. 결국 5권 마지막에서 용이는 결단을 내리는데..? 이들의 미래는 과연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서희와 길상이의 관계는 복잡미묘하다. 이상현을 대하는 서희의 심중 묘사도 그렇고, 참 작가님이 사람의 심리를 깊이있게 들여다보고 심도깊게 묘사한다 느꼈다. 그간 로설이나 드라마 등을 통해 은근히 익숙해진 신분을 초월한 사랑이야기, 그 낭만성에 부합하는 예는 구천이와 별당아씨 이야기다. 이들은 아씨와 머슴이라는 신분차를 뛰어넘어 사랑했고, 도망쳤고, 끝내 비극적 결별을 맞았다. 그러나 서희는 별당아씨와는 그 성정이 매우 달라 그런가(아버지를 닮음), 길상이와의 신분차를 인식하고 그어놓는 마음의 선이 확고하다. 그러면서도 길상이와의 혼인을 염두에 두고 있는데, 5권 끝부분에서는 그런 서희의 마음을 '야망을 위해서라고 포장하려 하지만- 엄마인 별당아씨의 일을 생각해도 그럴 수밖에 없고- 실은 길상이에 대한 깊은 애정이 아닐지'(오디오북으로 들은지라 확실하지 않음) 짚어본다. 길상이 편의 마음도 복잡한데, 그는 서희에 대한 아주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고 스스로 이를 잘 알고 있으나("서희애기씨는 연꽃이다, 꾀꼬리다"), 서희와 혼인할 경우 그 순정이 훼손될까 두려워한다. 결국 둘이 결혼할 것 같긴 한데, 둘의 관계는 어떻게 흘러갈지? 관전포인트! 


2부에서 주목해야 할 것 같은 인물들이 있다.

김평산의 첫째 아들로 사고뭉치였던 거복이, 그가 김두수라는 이름으로 용정에 나타난 것이다. 그는 어릴 때 버릇 못 고치고 일본 영사관에 협력하는 개차반으로 자라났는데, 용정땅을 사러 다니는 한편 술집에서 사온 여자 금녀가 전애인 윤이병에게 도망가자 잡으러 가서 윤이병을 앞잡이로 삼는 등 바쁘게 움직인다. 김두수를 증오하는 금녀는 그에게 잡혀가는 길에 묵은 숙소에서 김두수를 죽이러 온 사내들에게 인질로 붙들려 가는데(기뻐하면서), 알고 보니 이들은 용정에서 김훈장이 신세지고 있는 정호네 삼촌이었고 독립운동가였다. 이 금녀의 앞날은 또 어찌 되려나? 

또 한명, 5권 막판에 등장하여 놀라운 존재감을 자랑한 전라도 남자 주갑! 그 덕분에 경상도 사투리, 함경도 사투리 뿐 아니라 이제 전라도 사투리까지 구수하게 들을 수 있다 ㅋㅋ 이 남자 입담이 참 대단하여, 윤보의 뒤를 잇는 듯하다. 앞으로의 활약이 기대된다. 


이렇게 리뷰까지 썼으니 이제 안 잊어버리겠지?? 

토지 오디오북 듣기는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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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08-12 15:3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괭님의 꾸준한 토지 오디오북 듣기 응원합니다^^ 저 오늘 낮에 산책하면서 듣는데 칠성이가 아내한테 하는 말 듣고 빡쳐서 급 끄고 음악 들었어요ㅠ 하… 진짜 너무하더라고요.

독서괭 2022-08-12 15:46   좋아요 3 | URL
응원 감사합니다 화가님!^^ 저도 응원해요!
칠성이 진짜 ㅋㅋㅋ 육성으로 들으니 더 그렇죠? 근데 뒤로 갈수록 임이네가 빡치게 만듭니다 ㅋㅋ

거리의화가 2022-08-12 15:54   좋아요 2 | URL
ㅋㅋ 임이네는 1권에서도 좀 별로긴 했어요. 뒤로 갈수록 빡치게 만든다니~ 아이고...ㅎㅎㅎ

독서괭 2022-08-12 17:44   좋아요 1 | URL
5권에서 임이네 땜에 진짜 뒷목 잡습니다 ㅋㅋㅋ

다락방 2022-08-12 15:5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 토지 1권 초반 듣고 있는데 저도 완전 새롭더라고요. 계속 ‘오 이거 페이퍼 써야겟다‘ 하는 부분이 나와요. 저 토지 읽었을 때 페이퍼 쓴 기억 없거든요. 진달래 화전 말고는... ㅋㅋㅋㅋ
아주 재미있게 듣고 있어요. 아 너무 좋아요!
그리고 저는 토지 이미 완독한 사람입니다. (뿌듯) 음화화핫.
5권까지 가셨다니, 독서괭 님 정말 대단하세요. 저도 분발하겠습니다!

독서괭 2022-08-12 17:45   좋아요 0 | URL
진달래 화전에 꽂히셨던 초독 ㅋㅋㅋㅋ
토지 완독하신 다락방님, 존경합니다..! 하지만 기억은 별로 안 나신다니 저랑 큰 차이가 없으실수도ㅎㅎㅎ
이번에는 들으시면서 페이퍼 많이 남겨주세요.
화가님과 다락방님이 함께 들으신다고 생각하니 더 힘이 납니다^^

미미 2022-08-12 16: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한국 소설 읽은게 언제인지 까마득하네요. 괭님 벌써 5권!!!! 지난번 셰익스피어 오디오북도 괭남 따라 들으며 좋았었는데 한번 들어볼까요? 이럴 운명이라서 지금껏 윌라 첫달무료를 이용하지 않은건지, 운명인지ㅋㅋㅋ

잠자냥 2022-08-12 17:25   좋아요 3 | URL
미미 님도 저랑 다부장님처럼 사대주의자였군요?! ㅋㅋㅋㅋ

다락방 2022-08-12 17:30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대주의 여기붙어라!!!

미미 2022-08-12 17:46   좋아요 2 | URL
후ㅋㅋㅋㅋㅋㅋ사대주의자 커밍아웃 하게될줄 몰랐습니다

독서괭 2022-08-12 17:46   좋아요 1 | URL
셰익스피어 오디오북 좋았죠 미미님~^^
이거슨 운명입니다. 윌라 첫달무료, 토지 오디오북 듣기로 시작해보세요! (광고 아님)
/ 사대주의 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2-08-12 17: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 이거 리뷰도 뭔가 드라마 같아요. 오디오북으로 들으면 진짜 드라마 같을 거 같은데, 그래서 리뷰도?!

독서괭 2022-08-12 17:47   좋아요 1 | URL
퇴근길에만 오디오북으로 듣다보니 발췌하려고 뒤적일 수도 없어서, 안 적어두면 금방 잊을 것 같더라고요. 그래도 인물이며 이야기가 워낙 강렬해서 기억 나는 부분만 적어도 이 정도입니다 ㅋㅋ

mini74 2022-08-12 17: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 괭님 따라 1권 샀어요. 20살엔 읽어야 된다고 해서 읽었지만 지금은 읽고싶어서 읽는 중. 기억은 가물가물하지만 뭐가 다를지 궁금해요 ㅎㅎㅎ

독서괭 2022-08-12 17:48   좋아요 2 | URL
오 미니님! 종이책으로 사신 거지요? 20살에 읽으셨을 때랑은 느낌 완전 다르실 겁니다^^ 훨씬 재미나게 읽으실 것 같아요. 미니님 리뷰도 기대되네요~!

햇살과함께 2022-08-12 20: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3부까지 읽고 나가떨어진 자~
내용은 하나도 기억안나네요.
드라마에서 본 최서희의 매서운 눈빛만^^
집에 셋뚜로 있으니 언젠가 읽어보겠습니다~

독서괭 2022-08-13 17:09   좋아요 1 | URL
와 3부까지 읽으셨다니 많이 가셨는데 아쉽네요!! 중간에 딴 책으로 새고 나면 기억이 잘 안나 돌아오기 힘들어지는 듯 합니다^^; 갖고 계시다니 다시 한번 도전하실 날이 있겠죠!

페넬로페 2022-08-12 22:2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괭님 리뷰 읽으니 넘 토지 읽고 싶어요.
저는 사대주의자는 아니고 우리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인데도 토지는 손이 안 가더라고요.
읽고 넘 열받을 것 같아서요.
하동의 최참판댁 촬영지에 가 본적이 있어요^^

잠자냥 2022-08-13 09:06   좋아요 2 | URL
그것은 너무 길어서… ㅋㅋㅋ

독서괭 2022-08-13 17:10   좋아요 1 | URL
길어도 너무 길쥬 ㅋㅋㅋㅋ 읽고 열받는 장면도 많지만 재미가 더 크네요~^^ 저도 하동 한번 방문해 보고 싶어요. 토지 완청 후 계획해봐야겠습니다~^^

새파랑 2022-08-13 10: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시 책은 읽고 나서 리뷰를 써야 안까먹는거 같습니다 ^^ 벌써 2부를 읽으시는군요~!! 독서괭이 아니라 독서호랑이 이십니다~!!

독서괭 2022-08-13 17:11   좋아요 1 | URL
독서호랑이 ㅋㅋㅋ 어흥 ㅋㅋㅋ 퇴근길에 듣고 있으므로 제가 출근하는 한은 계속 들을 예정입니다^^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지음, 박은정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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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은 폐허를 연상시킨다. 불타 버린, 인적 없는, 누구도 자세히 들여다보고 싶어하지 않는 폐허. 

스베틀라나 알렉스예비치는 아무도 없는 그곳에 가 잿더미를 뒤적인다.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았던 거기엔 조용히 잊혀져 가던 형상들이 있다. 나지막이 중얼거리는 목소리들이 있다. 더 깊이 파헤칠수록, 꺼져가던 불티가 날린다. 아직도 뜨거운 그 잿더미가 그녀는 무섭지 않았을까. 얼마나 많이 손을 데이고 마음을 데었을까. 

독자는 이 책을 두가지 방법으로 읽을 수 있다. 작가가 정성스레 모아둔 잿더미에 최대한 가까이 다가가 그 뜨거움을 느끼는 것, 한발짝 물러서서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것. 한가지 방법을 고수하기는 힘들었다. 가까이 다가가면 너무 고통스러워 독서를 지속하기 어려웠다. 한 걸음 물러서면 책 속의 목소리들은 유령처럼 쉽게도 흩어졌다. 안전거리를 유지하며 먼나라 일처럼 바라보게 되면 이 독서는 무용하다. 그걸 알기에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 하며 적정거리를 찾으려 애썼지만, 적정거리라는 게 과연 있을까 의문스럽다. 결국 마음을 데여가며 천천히 읽어나가는 것이 이 책의 올바른 독법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기한에 맞춰 바쁘게 읽은 이번 나의 독서는 실패라 해야겠다. 



나는 왜 살아남았을까? 무엇을 위해? 생각해보면...... 그건 아마 지금 이렇게 그때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 187쪽


나는 전쟁을 모른다. 겨우 열 몇살짜리 소녀들이 전쟁에 필요한 게 무언지도 모르면서 조국을 지키겠다고 최선전으로 달려가게 만드는 신념도 모른다. 동상이 무엇인지, 굶주림이 무엇인지, 고문이 무엇인지 모른다. 내 가족을 죽인 이에 대한 들끓는 증오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것들을 몰라도 여성으로서, 딸로서, 어머니로서 이들이 토로하는 고통에 감응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전쟁 상황이 아니어도 느낄 수 있는, 나 역시 경험한 내용도 있었다. 바로 여성성을 버리라는 요구와 지키라는 요구 사이의 갈등, 그 사이에서 정체성이 분열되는 고통이다. 


"우리는 애를 참 많이 썼어...... '여자들이 그렇지 뭐!'라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그리고 우리가 남자들 못지 않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남자들보다 더 많이 노력해야 했어. (...) 그렇다고 우리가 어떻게 남자가 되겠어? 그럴 순 없는 거지. (...) 진군할 때였는데...... 여자병사들 200명 정도가 앞서가고, 남자병사들 200여 명이 그 뒤를 따랐어. 푹푹 찌는 날씨에 30킬로미터를 쉬지 않고 걸었어. 자그마치 30킬로미터를! 그렇게 계속 걷는데 우리가 지나간 자리, 모래 위로 빨간 얼룩들이 남는 거야...... 붉은 자국들이..... 그러니까 그건...... 왜, 우리 여자들의 그거 있잖아...... (...) 바지가 다리 위에서 그대로 말라붙는 바람에 꼭 유리바지처럼 뻣뻣하게 굳어버렸어. 살이 베어서 상처가 났더라고. 가는 내내 피냄새가 진동을 했어. 그런데도 우리에게 지급되는 건 아무것도 없었지...... - 356, 357쪽


직업을 가지게 되면, 물론 직업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소위 '사회생활'이라는 것을 하게 되면서 요구되는 덕목들이 있다. 문제는 개인의 매력이라든지 사적인 영역에서 요구되는 덕목과 그것이 남성들에게는 (대체로) 일치하지만 여성들에게는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치하기는 커녕 대척점에 있다. 적극적이고, 자기 주장을 잘 관철하고, 남자들과도 스스럼 없이 어울리고, 술을 잘 마시고, 힘든 일을 마다하지 않고, 육체적으로 강한 여성은 업무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다만 그 와중에도 비슷한 남성은 있는 그대로 칭찬을 받는 반면 여성은 '저래가지고 결혼은 못하지', '여자가 저렇게 드세가지고' 등등 뒷말을 듣는다). 그러나 여성으로서의 매력평가(주로 남성들에 의한) 면에서는 그 반대되는 특질들이 요구된다. 엄마로서의 이미지도 마찬가지다. 남자 옆에서 조용히 미소지으며 그를 드높여주는 여성이 '현모양처'로 높은 평가를 받는다. 많은 여성들이 남성과 비교당하지 않기 위해 분투한다. 그러나 어쨌든 여성인 우리는, 남성과 똑같아질 수는 없다. 남성 중심으로 구축된 세계에 들어간 여성들은 자기 자신을 그대로 유지하기가 어렵다. 남성 중심 세계의 최고봉이라고 할 수 있는 군대, 그것도 전시의 군대에는 여성들을 위한 자리가 없었고 그것은 남성병사는 몰라도 되는 여러 가지 불편과 괴로움을 여성병사는 겪어야만 했다는 뜻이다. 


사실 그거 말고도 힘든 건 또 있었어. 여자라서 겪는 어려움이었다고나 할까. 나중에 분대장이 됐는데, 분대원이 전부 어린 남자병사들인 거야. 우린 하루종일 발동선에서 지낼 때가 많았거든. 그런데 아휴, 배는 작지, 화장실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지, 병사들이야 남자니까 배 밖으로 볼일을 해결하면 그만이었지만 여자인 나는? 참다 참다 도저히 못 참겠어서 바다로 뛰어든 것만 몇 번이었다니까. 그러면 병사들이 '하사관님이 물에 빠졌다!'고 소리치면서 나를 끄집어올려주는 거야. 그래, 그런 사소한 어려움들이 있었어..... 하지만 그게 정말 사소한 일이었을까? 나중에 나는 그 일로 치료까지 받았는걸......  - 195쪽 


가장 가슴 아픈 건 그네들의 노력과 고통이 전혀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여러가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전선에서 싸워 조국을 지켜냈다는 자부심과 동지의식이 있었던 전쟁터와 달리, 전쟁이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가자 소녀병사들은 외면당한다. 남성들은 이들을 모른 척하고 전쟁을 직접 겪지 않은 더 천진하고 아름다운 여성들에게로 간다. 같은 여성들마저 이들을 적대시한다. 다만 전장에서 만나 결혼하여 삶을 꾸려간 이들도 있다. 이 책은 이런 다양한 개인의 경험들을 임의로 분절하여 주제별로 모으지 않고 한 사람 한 사람의 언어 그대로 전달한다.  


- 하지만 그 여자들이 고국을 지킨 건 사실이잖아요? 조국을 구해냈다고요......

- 그건 그렇소만...... 그런 여자들이랑 정찰은 같이 갈 수 있을지 몰라도 결혼은 하지 않을 거요. 그게, 그래요...... 우리 남자들은 여자들 엄마나 아내로 생각하는 데 익숙해요. 결국은 아름다운 숙녀에게 익숙하다는 거요. (...) 전쟁은 남자들의 일이오. 그런데도 남자들 이야기는 그렇게 쓸 게 없는 거요?  - 166쪽


처음에 우리는 과거를 숨기며 살았어. 훈장도 내놓지 못했지. 남자들은 자랑스럽게 내놓고 다녔지만 우리는 그러지 못했어. 남자들은 전쟁에 다녀왔기 때문에 승리자요, 영웅이요, 누군가의 약혼자였지만, 우리는 다른 시선을 받아야 했지. 완전히 다른 시선...... 당신한테 말하는데, 우리는 승리를 빼앗겼어. 우리의 승리를 평범한 여자의 행복과 조금씩 맞바꾸며 살아야 했다고. 남자들은 승리를 우리와 나누지 않았어.   - 221 쪽


조국이 우리를 어떻게 맞아줬을 것 같아? 통곡하지 않고는 이 이야기를 할 수가 없어...... 40년이 흘렀는데도 여전히 뺨이 화끈거려. 남자들은 나 몰라라 입을 다물었고, 여자들은...... 여자들은 우리에게 소리소리 질렀어. '너희들이 거기서 무슨 짓을 했는지 다 알아! 젊은 몸뚱이로 살살 꼬리나 치고..... 우리 남편들한테 말이지. 이 더러운 전선의...... 군대의 암캐들아......' 우리는 정말 온갖 말로 모욕을 당했어......  - 429쪽


전쟁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힘들었어. 그런데 전쟁 후에도 고통을 겪어야 했지. 또 한번의 전쟁을 치러야 했으니까. 앞선 전쟁만큼이나 끔찍한 또 한번의 전쟁. 무슨 이유인지 남자들은 우리를 저버렸어. 모른 체했지. 전쟁터에서는 그렇지 않았는데.   - 550쪽 


초반에는 소녀병사들이 동료병사들로부터 당했을 법한 성적 위협이나 적국의 여성을 상대로 한 강간 등 이야기가 거의 나오지 않았다. 후반부에는 조금씩 언급되었는데, 아마도 그런 이들은 여전히 입 밖에 내기 어려웠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살아남기 위해 사랑하지 않는 사람 곁에라도 있어야만 했던 절박함. 


나는 그 사람을 사랑하지 않았어. 좋은 사람이었지만 사랑하는 마음은 안 생기더라고. 하지만 몇 달 후에 그 사람 막사로 거처를 옮겼지. 달리 어떡해? 사방이 남자들인데, 그 남자들이 무서워 떨며 지내느니 한 남자랑 같이 사는 게 낫잖아. 오히려 전투에 나가는 건 무섭지 않았어. 전투가 끝나고, 특히 전선을 재정비하면서 쉴 때가 무서웠지. 총탄이 빗발치고 포탄이 불을 뿜을 땐 나를 '누이! 누이!'라고 부르다가도 전투만 끝나면 나를 어떻게 해보려고 다들 기회만 엿봤으니까..... 밤이면 막사에 틀어박혀 아예 나가질 않았어......   - 411쪽


"독일군은 여자병사들은 포로로 잡지 않았어...... 바로 총살해버렸지. 아니면 자기 병사들 앞에 끌고 나와 '자, 여기 이것들은 여자가 아니다. 추악한 괴물이다'라고 하거나. (...)

우리 간호병 하나가 독일군에게 붙잡혔어...... 하루가 지나 우리가 그 마을을 공격해 들어갔는데 사방에 죽은 말이며 오토바이며 장갑수송차 등이 나뒹굴고 있더라고. 독일군에게 잡혀간 우리 간호병을 찾아냈지. 세상에, 눈알이 도려내지고 가슴이 잘려나가서는...... 놈들이 말뚝에 박아놓았더라고. (...) 그 아이는 겨우 열아홉 살이었어. 우리는 그 아이 배낭에서 가족이 보낸 편지들과 고무로 된 작은 파랑새를 발견했어. 애들이나 가지고 노는 장난감 고무새를......"   - 243쪽


이 부분은 가장 울컥했던 내용이다. 장난감 고무새를 소중히 간직하고 전쟁터에서 버티던 열아홉 소녀... 다시 읽어도 눈물이 난다. 모진 전쟁, 모질다. 독일군이라고 해서 특별히 잔인한 괴물일까? 열아홉살 소녀를 말뚝에 박아놓는 것은, 그것이 독일의 문제일까? 아니다. 러시아군도 마찬가지였다. 전쟁의 가장 잔혹한 심연을 들여다보는 듯하다. 


생각나...... 성폭행당한 독일 여자를 봤어. 여자는 알몸으로 바닥에 누워 있었어. 다리 사이에 수류탄이 박힌 채...... 지금은 부끄럽지만 그때는 그걸 보고도 수치심을 느끼지 못했어. (...) 독일인 아가씨 다섯 명이 지휘관을 찾아왔어. 흐느껴 울더라고...... 산부인과 의사가 아가씨들을 검진했더니 여자들 그곳이 많이 상해 있었어. 심하게 찢겨 있었지. 팬티는 온통 피로 물들고...... 밤새 성폭행을 당한 거야. 병사들이 줄을 서서 그 짓을 한 거지...... 

(...)

용서하는 게 쉬웠을 거라고 생각해? 멀쩡하고...... 새하얀....... 벽돌지붕의 집들을 보는 게 아무렇지도 않았을 거 같냐고...... 장미가 탐스럽게 핀 집들...... 나는 그들도 고통스럽기를 바랐어...... 당연히...... 그들의 눈물을 보고 싶었지...... 한순간에 착한 사람이 될 수는 없어. 올바르고 선한 사람이. 지금 당신처럼 그런 훌륭한 사람이. 그들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들기까지 나는 수십 년이 걸렸어......   - 517, 518쪽


전쟁의 참혹함은 밤새 성폭행을 당해 피로 물든 여성들을 보면서도 이들이 적국의 여성들이라는 이유로, 내 조국을 엉망으로 만든 적국의 국민이라는 이유로 이들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조차 상실하게 만든다. 

지옥도 한복판에서도 엿보이는 연민과 사랑은 더욱 값지다. <완벽한 아이>에서 저자가 사랑 한점 받지 못하며 감금과 학대 속에 살아가면서도 개나 말 같은 동물들과 교감을 나누며 버텨나가는 모습이 마음에 많이 남았는데, 이 책에 나온 고양이 이야기도 오래 기억하게 될 것 같다. 


우리는 4년 동안 난방화차를 몰았어. 아들도 데리고 다녔지. 우리 아들은 전쟁 내내 고양이도 한번 못 보고 지냈어. 그러다가 키예프 근처에서 우연히 고양이 한 마리를 발견한 거야. 폭격기 다섯 대가 우리 기차를 향해 무차별 공격을 퍼붓고 있는데, 우리 아들은 고양이를 꼭 껴안고 그랬어. '아유, 착한 우리 고양이, 너를 만나서 내가 얼마나 좋은지 알아? 여기 우리 말고 아무도 없으니까, 자, 내 옆에 앉아. 내가 뽀뽀해줄게.' 애는 애였어...... 아이는 언제나 아이다운 법이지...... 아들은 '엄마, 우리한테 고양이가 생겼어요. 우리도 이제 진짜 집이 생긴 거예요'라며 잠들곤 했어.   - 502쪽 


그네들의 세계에서는 일상과 존재가 하나였고, 따라서 존재의 흐름은 그 자체로 가치가 있었다. 그들에게는 전쟁도 평범한 삶의 한때일 뿐이었다. 그네들의 이야기 속에서 나는 사소한 것이 위대한 것을 압도하는 순간을 여러 번 목도했다. 역사마저 간단히 제압해버리는 순간을.   - 338쪽


이 책이 전쟁에 관한 거시적 시각은 보여주지 못한다는 비평도 있던데, 내 생각은 조금 다른다. 

전쟁이 어떤 정치적 이유로 일어났고, 어떻게 진행되었고, 어떤 여파를 미쳤고 등등은 이미 많이 다뤄졌다. 그런데 아주 큰 부분이 통째로 빠져 있었으니, 전쟁을 겪은 여성들의 목소리가 그것이었고, 저자는 그 부분을 캐치하여 집중 조명함으로써 부족분을 채워 전쟁을 더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했다. 전쟁은 남성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 총들고 싸우는 것만이 전쟁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 빨래전담 병사가 있을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저자는 전선에 가지 않고 집에서 가족을 지켜낸 이들의 이야기도 빼놓지 않는다. 



우리 남편은 전쟁터로 가면서 서럽게 울었어. 어린 자식들을 차마 두고 갈 수 없어 가슴이 찢어졌지. 하지만 우리 애들은 너무 어려서 아직 자신들에게 아빠가 있는지조차 몰랐지. 중요한 건 모두 보살핌을 받아야만 했던 아이였다는 거야. 막내는 너무 어려서 내가 안고 다녀야 했어. 남편이 막내를 받아 안더니 가슴에 꼭 끌어안았어. 나는 남편을 쫓아 달려나갔어. 밖에서 재촉하는 소리가 들렸지. '전원 일렬종대!' 남편은 막내를 품에서 떼놓지 못하고 그대로 안은 채 정렬했어...... 군인 한 명이 남편에게 소리소리를 지르는데도 남편은 아이를 안고 눈물만 펑펑 쏟았지. 아이의 옷이 다 젖을 정도로. 나는 아이들을 데리고 마을 밖까지 남편을 쫓아갔어. 아마 5킬로미터는 달렸을 거야. 다른 마을 여자들도 마찬가지였어. 우리 애들이 넘어지는데도 나는 막내를 안고 계속 달렸어. 남편은 자꾸 뒤를 돌아보고, 나는 그런 남편을 따라 달리고 또 달렸지.   - 459쪽 


나는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어...... 가족들도 모두 무사했지...... 엄마가 온 가족을 살리셨어.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살리고 여동생과 남동생을 살렸지. 그리고 나도 살아 돌아왔고......

1년 후에 아빠도 돌아오셨어. 훈장을 여러 개 받아오셨더라고. 나도 훈장 하나와 메달 두개를 받아왔지. 하지만 우리 가족의 결론은 그랬어. 우리집에서 진짜 영웅은 엄마라고. (...) 결국 엄마가 가장 가혹하고 끔찍한 전쟁을 치른 셈이지. 아빠는 단 한 번도 훈장을 달지 않으셨어. 훈장약장도 달고 다니신 적이 없지. 아빠는 엄마 앞에서 훈장을 내놓고 자랑하지 않으셨어. 부끄럽다고 하셨지. 불편해하셨어. 엄마는 훈장도 메달도 없었으니까......   - 535쪽


전쟁은 남자들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여자들은 조국을 지키는 일에 아무것도 기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 전쟁과 영웅과 총과 탱크에 대한 아주 조금의 로망이라도 있는 사람이 있다면, 꼭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나도 찬찬히 이 책에 다시 접근해보고 싶다. 하지만 그때에도, 내내 고통을 감당하며 물러서지 않을 수 있을지 자신은 없다...  


 

덧) 읽다가 깜짝 놀란 부분! 


게토에 우리집은 따로 없었어. 어느 낯모르는 사람의 집 다락방에 얹혀 지냈지. 아빠는 우리가 가진 것 중에서 제일 값나가는 물건인 바이올린을 내다팔려고 했어. 나는 후두염이 심하게 와서 누워 있었는데...... 열이 펄펄 끓고 말도 제대로 못할 지경이었지. 아빠는 바이올린을 팔아서 먹을 걸 사올 요량이었어. 아빠는 내가 죽을까봐 두려워했지. 엄마도 없는데 내가 죽을까봐...... 걱정 어린 엄마의 말 한마디 못 듣고 따뜻한 엄마 손길 한 번 못 받고 죽을까봐. 당신의 귀한 응석받이 딸이...... 사랑스러운 딸이...... 아빠가 돌아오길 3일을 기다렸어. 아는 사람들이 와서 아빠가 살해됐다고 알려주기 전까지. 사람들 말이, 아빠가 바이올린 때문에 돌아가셨다는 거야......  - 131쪽


아니 이것은...!! <나는 고백한다>가 떠오르지 않는가? 스토리가 다르긴 하지만. 유대인, 비싼 바이올린, 바이올린 때문에 살해당한 아빠... 저 바이올린이 실화속 비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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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08-05 13:0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무엇보다 여성이라고 무시당하고 전쟁이 끝나고 돌아가서도 냉대받았던 그들의 이야기였어요. 너무 속상하더군요. 전쟁터도 하나의 사회구나~ 자기들의 무리에 껴주지 않고 비하하거나 조롱하는 태도가 괘씸했어요. 결국 여성들이 자신의 능력으로 평가받아야 하는 구조도~ 이 책은 깊게 담그어야 얻을 수 있는 바가 많은 책임에 동의합니다.

독서괭 2022-08-06 10:10   좋아요 2 | URL
맞아요~ 그렇게 아무것도 여성에게 준비된 것이 없는 환경에서 버텨가며 조국을 지켰는데, 남성들이 영웅대접을 받는 것과 달리 여성들은 오히려 숨겨야 했던 상황이 넘 속상했어요 ㅜㅜ 이런 문화적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데 남자들만 군대가서 고생한다는 둥의 이야기랑도 같은 맥락 같아요. 화가님 공감 감사합니다^^

페넬로페 2022-08-05 13:4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독서괭님의 글을 읽으며 전혀 실패한 독서가 아니라고 생각되는데요.
이 정도의 글을 쓰려면 그만큼 책 속으로 깊이 들어갔다는 거예요.
이 책 읽으며 제가 놀라고 경악했던 부분이 다 떠올라요.
여러 가지 쇼킹하고 슬픈 사연이 많았는데 그 중에서 소련군이 독일에 입성해서 한 행동들요.
인간들은 꼭 당한만큼 돌려준다는 그 마음들이 힘들었어요~~
바이올린, 진짜 나는 고백한다가 떠오르네요^^

독서괭 2022-08-06 10:13   좋아요 4 | URL
페넬로페님, 실패한 독서가 아니라는 말씀을 해주시니 고맙습니다. 전쟁터에서 시신이 나뒹구는 참혹함, 부상병 이야기들도 많았지만 리뷰에는 많이 담지 않았어요. 소련군은 독일군과 달리 독일군 부상병들도 치료해줬다는 에피소드도 많이 나오지만 약간은 조국미화가 있지는 않을까 의심이 들었는데, 독일 입성해서 저지른 강간 이야기에 역시나 싶었습니다 ㅠㅠ
바이올린 이야기 재밌었어요. 자우메 카브레가 혹시 여기서 모티프를 얻었나?? 싶고 ㅎㅎ

단발머리 2022-08-05 13: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읽으셨을 때도 힘드셨겠지만 이렇게 기록으로 남기는 일도 쉽지 않았을텐데 수고많으셨습니다, 독서괭님!
누이! 누이! 부르며 같이 전투에 참여하던 남자들이 밤마다 어떻게든 해보려고 접근한다는 이야기가, 저도 오래 기억에 남아 슬펐습니다. 그리고는 다른 여자들과 결혼하겠죠. 여성은 끝까지 군인이라 여겨지지 않았던 현실, 하지만 여성들은 실제로 군인의 일을 감당했던 거고요.
전쟁의 추악함, 그 잔인함을 생생한 목소리로 들려주는데 이 책이 특별한 의미가 있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너무 좋은 리뷰였습니다. 혹.... 이 책이 부담되어 못 읽으시는 분들이라면 독서괭님의 이 리뷰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잘 읽고 갑니다!!

독서괭 2022-08-06 10:19   좋아요 3 | URL
누이! 라고 부르다가도 어떻게 해보려고 했다는 말이 저고 슬프게 느껴지더라고요. 말하는 여성들조차 “남자들이 여자 없이 4년을 보내는 건 쉽지 않다”는 다소 정당화하는 말을 전제로 깔더라구요. 그건 욕망의 문제가 아니라 욕망을 실현할 수 있는 힘과 권력의 문제인데.. 그래도 비열한 짓을 저지르지 않고 소녀병사들을 잘 챙겨준 남자들도 많아보여 다행스럽긴 했어요. 당장 우리나라에 이런 일이 생기면 어떻게 될까? 상상해봤는데 여자들 군대 가면 당장 주변 남자들에게 성폭력 당할 것 같다고 예상되어 착잡하더라고요.ㅠㅠ
단발머리님 과분한 칭찬 감사합니다..!! 하지만 이 리뷰로 충분하지 않으니 꼭 직접 읽어보시라 말씀드려야겠네요 ㅎㅎㅎ

미미 2022-08-05 14: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괭님 잘 읽었습니다. ^^*
전쟁영화들이 참 많지만 전쟁속 여성의 비극을 주제로 한 영화는 최근에 와서야 더 만들어지고,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그런 영화중 한편의 댓글에도 어떤 남성이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더라구요. 남성들의 전쟁 이야기는 넘치는데 여성의 서사는 그것과 달라서 이해되지 않는것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관심을 두지 않아 마치 부재한것처럼 여겨지고 멸시받던 여성의 목소리가 그 나름의 형태와 색체를 가지고요.

독서괭 2022-08-06 10:22   좋아요 3 | URL
어떤 남성들은 여성의 목소리를 부인하고 보는 것 같아요. 여성의 고통이 인정되면 남성의 고통은 인정을 못 받는다고 생각하는 건지 뭔지.. 자기가 결코 알 수 없는 종류의 고통 앞에서는 겸허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예요.
“나름의 형태와 색채를 가지고” 라는 말씀이 좋네요. 미미님 공감 감사합니다^^

건수하 2022-08-05 21:3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독서괭님 리뷰를 제가 좋아하는데.. 이번에도 역시 좋아요.

독서괭님 리뷰를 보고 나면 아 나는 정말 머리로만 생각하는 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 마음을 쓰며 읽고, 그 마음을 잘 들여다보고 그걸 쓰시는게 좋아요.

독서괭 2022-08-06 10:26   좋아요 3 | URL
앗 수하님 제 리뷰를 좋아하신다니, 이런 과찬을 해주시니 넘 감사합니다😳 수하님 글 보면 머리로만 생각한다는 느낌 아닌데, 그런 생각을 하셨다니..! 여성주의책읽기 도서 리뷰는 좀더 공들여 쓰기는 합니다 ㅎ 분량도 많고, 읽으며 느껴지는 바가 많아서 머릿속에서 며칠 굴리다가 정리해요. 리뷰쓰고 나면 확실히 머리에 많이 남아 좋네요! ^^

책읽는나무 2022-08-06 10: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늘 최선을 다하시는 괭님은 실패한 독서가 아닌 거죠^^
읽을 수록 또 세세하게 책 내용이 떠오르는 것 같아요. 그만큼 괭님의 리뷰는 자세하고, 친절합니다.
수류탄 이야기는 아직도 끔찍합니다ㅜㅜ

근데 마지막 인용문 저도 그땐 그냥 읽고 지나갔었는데 <나는 고백한다>를 읽고 있으니 저도 순간 바이올린 이야기에 착각하며 읽었네요. 이 바이올린이 그 바이올린인 줄...작가는 혹시 이 이야기를 전해 듣고 소설을 구상한 것인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듭니다.
소름 돋네요!!

독서괭 2022-09-04 13:47   좋아요 1 | URL
수류탄 끔찍하죠 ㅜㅜㅜ 늘 최선을 다한다고 칭찬해주시니 고맙습니다 책나무님!^^
그쵸, 나는 고백한다 비알 얘기랑 이 얘기랑 비슷하죠!ㅎㅎ 근데 전에 작가인터뷰 하나 봤는데 왜 바이올린이냐는 질문에 특별한 계기는 없다고 했던 것 같아요. 우연의 일치?? 아무튼 재미납니다. 2권 읽고 계신가요? 저 2권 첫부분이 젤 헷갈렸는데 다시 읽으니 좀 이해가 되네요 ㅎㅎ
라고 아래 대댓글이 아닌 그냥 댓글로 달아버린 걸 단발님이 알려주셔서 다시 답니다😅

독서괭 2022-08-07 17:3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수류탄 끔찍하죠 ㅜㅜㅜ 늘 최선을 다한다고 칭찬해주시니 고맙습니다 책나무님!^^
그쵸, 나는 고백한다 비알 얘기랑 이 얘기랑 비슷하죠!ㅎㅎ 근데 전에 작가인터뷰 하나 봤는데 왜 바이올린이냐는 질문에 특별한 계기는 없다고 했던 것 같아요. 우연의 일치?? 아무튼 재미납니다. 2권 읽고 계신가요? 저 2권 첫부분이 젤 헷갈렸는데 다시 읽으니 좀 이해가 되네요 ㅎㅎ

단발머리 2022-09-03 08:43   좋아요 1 | URL
독서괭님! 안녕^^ 이 댓글 따로 달려서 ㅋㅋㅋㅋㅋㅋ 책나무님은 이 댓글의 존재를 영원히 모를 수 있다는 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알려드립니다. 아침에 독서괭님 방에서 놀다가 발견했어요^^

독서괭 2022-09-04 13:47   좋아요 1 | URL
앗 제가 왜 그랬을까요 ㅋㅋ 복사해서 다시 달아야겠네요 ㅋ
감사합니다 ㅎㅎ 글이 안 올라오는 방이라 민망하네요..🫣

책읽는나무 2022-09-04 15:53   좋아요 0 | URL
모르고 넘어갈 뻔했는데 단발님 덕분에~ㅋㅋㅋ
역시 지적인 단발님!!!^^
괭님은 이제 코로나 괜찮아지셨나요?
울 아들 딱 괭님 리뷰 올리신 이즘 코로나 걸려서 방에다 격리시키고 관찰했는데 좀 심하게 하고 넘어가던데...괭님은 어떠셨나? 걱정됐어요^^
암튼 모두 자나깨나 건강 챙기기!!!

독서괭 2022-09-04 16:19   좋아요 1 | URL
크흑 나무님 저는 첫째가 먼저 걸렸는데 어려서 격리가 안 되니 저랑 둘째도 며칠 뒤 걸려서요. 곧 8월 마무리 페이퍼와 함께 안부 전할게요~!

scott 2022-08-09 00: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괭님의 리뷰를 찬찬히 읽으니
이 책을 처음으로 읽었던 그 순간이 떠오릅니다

작가님이 인터뷰 하실 때 눈가에 눈물이 가득 ㅠ.ㅠ

현재 루마니아에서 피난 온 우크라이나 여성과 아이들 돕고 계신다고 하네요..


이분의 아연의~
책 읽으시면
괭님 가슴이 타들어 갑니다 ㅠ.ㅠ

독서괭 2022-08-12 14:56   좋아요 1 | URL
오 스콧님, 작가님 인터뷰를 봐야겠네요. 현재도 우크라이나 피난민들을 돕고 계시다니 대단한 분이세요!
<아연 소년들>이었나요? 스콧님 페이퍼에서 본 것 같은데,
가슴이 타들어간다니 섣불리 손대면 안 되겠네요ㅜㅜ 전쟁 이야기는 좀 시간을 두고 읽어야겠습니다ㅠㅠ
 
나는 고백한다 3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71
자우메 카브레 지음, 권가람 옮김 / 민음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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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발카르카의 비에 젖은 거리를 걸으며 비로소 나는 내 가족 중 한 사람으로 태어난 것이 결코 용서할 수 없는 실수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 비오는 오늘, 3권 완독을 끝내며 이 소설의 첫 문장을 되새기지 않을 수 없다. 이제 다시 읽기 시작하는 1권은 더 깊은 매력으로 나를 끌어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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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07-13 12:3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우앙 다 읽으셨다. 만세!!

독서괭 2022-07-13 12:35   좋아요 3 | URL
만세!! 다락방님은 언제 시작하세요? ㅋㅋ

다락방 2022-07-13 14:10   좋아요 3 | URL
... 네? ..... =3=3=3=3=3=3=3=3=3=3=3=3

공쟝쟝 2022-07-13 16:26   좋아요 2 | URL
만세! 만세! 만세!

잠자냥 2022-07-13 14: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 첫 문장부터 확 사람 잡아댕기죠-
완독을 축하합니다.

독서괭 2022-07-13 14:45   좋아요 3 | URL
3권에서 저 문장이 다시 나오는데.. 1권으로 돌아가지 않을 수 없었어요. 좋은 책 추천 감사해요~!^^

책읽는나무 2022-07-13 16: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우와...3 권까지 완독!!!
부럽네요^^
축하드려요^^
저도 오늘 다시 첫 장으로 돌아가 저 첫 문장 다시 한 번 더 읽었는데, 저랑 동시간대에 읽은 첫 문장이로군요?? 신기합니다^^

책읽는나무 2022-07-13 16:03   좋아요 2 | URL
근데 다시 1 권부터 읽기 시작하시는 건가요???
아싸~~~♡

독서괭 2022-08-02 12:36   좋아요 2 | URL
나무님, 진도 많이 나가셨나요? ㅎㅎ 전 1권 재독했습니다. 나머지도 재독 끝내고 리뷰 써야 하는데..하는데..

책읽는나무 2022-08-02 13:14   좋아요 2 | URL
벌써 1권도 재독 완독??@.@
전 이제 100여 페이지 남았어요^^

독서괭 2022-08-02 13:48   좋아요 2 | URL
오 책나무님 끝까지 파이팅입니다^^ 2권부터 더 재밌습니다!

scott 2022-07-13 16:0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괭님 완독 추카! 합니다!서울도 장맛비로 도로가 물바다 ㅎㅎ 괭님 다시 1권으로 돌아가신다에 사알짝 한!표를 ^^

독서괭 2022-08-02 12:36   좋아요 2 | URL
스콧님 감사합니다~^^ 1권 재독 끝냈습니다! 다시 보니 안 보이던 게 보이네요^^

그레이스 2022-07-13 22:4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독서괭님 완독 축하드립니다! 부러워요!
저는 언제 시작할지...;;

독서괭 2022-08-02 12:37   좋아요 2 | URL
그레이스님 감사합니다~^^ 언제든 운명의 그날이 오겠지요! ㅎㅎ

mini74 2022-07-15 22:2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완독 축하드려요. 전 몇 번 더 읽었던. 가끔 좋았던 부분 꺼내서 읽어보곤 합니다 *^^*

독서괭 2022-08-02 12:37   좋아요 2 | URL
미니님 감사합니다~^^ 몇번 더 읽으셨군요!! 저도 1권 재독하고 나머지도 재독 예정입니다^^
 
토지 4 - 1부 4권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마로니에북스) 4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악, 윤보야아아아ㅏㅏㅏㅏ 너마저.. ㅠㅠㅠㅠㅠ 

4권 끝무렵에 질렀던 마음의 소리다. 한줄 처리된 윤보의 사망 소식. 아 작가님 너무해요.. 초독에는 몰랐던 윤보의 매력에 빠져있던 참인데.. 정들면 떠나보내시는 작가님 ㅠㅠ 윤보가 누군지 기억나지 않으신다면: 바른말 잘하는 곰보목수입니다. 

반면, 용이와 월선이, 임이네의 지긋지긋한 관계는 계속된다. 이 세사람 관계.. 아니 그전에는 임이네가 아닌 강청댁이 있는 삼각관계였는데, 여튼 용이와 월선이의 사랑이 이루어지지 못한 탓으로 계속되는 삼각관계는 정말이지 아침드라마는 댈 것도 아닌.. 징글징글하다.. 아니 좀, 용이랑 월선이 둘이 맺어줬으면 이 길고긴 불행이 생기지 않았을 텐데, 무당딸이, 선영봉사가 뭐 대수라고 어휴.. 셋중 제일 꼴보기 싫은 건 임이네지만(갈수록 더 진상임..), 제일 미운 건 용이다. 니놈이 임이네 덜컥 임신만 안 시켰어도 이런 꼴은 안 보잖아! 야 이놈아! 떠난 월선이 기다리는 게 그리 힘들더냐! 월선이는 그토록 니 생각만 하는데.. 부인들에게 맞아가면서도.. 어이구 답답이. 


아이고 이 귀여운 것들, 하며 들은 부분 이제 성숙한 여자태가 나는 봉순이와 들끓는 청춘 길상이 사이의 미묘한 기류다. 잘생긴 길상이가 이제 남자로 보이는 봉순이. 시내 나가면 남자들 눈이 막 돌아가도록 예쁜 봉순이건만, 길상이는 슬슬 피하기만 한다. 길상이 마음은 뭣인가, 궁금해서 듣는데. 나무하러 간 길상이를 따라간 봉순이가 은근히 들이대자 길상이가, 

"니같이 화냥기 있는 가시나는 싫단 말이다!" 하고 소리를 지른다.

아니 이노무 시키가..? 그런 못된 말은 어디서 배웠어! 이노므 자식 떼찌떼찌! 

하지만 곧이어 길상은 후회하면서 '화냥기는 내한테 있지..'라고 부끄러워한다. 그는 연모의 마음도 없으면서 봉순이에게 육체적으로 끌리는 것을 견딜 수 없어 피해왔던 것. 그래, 역시 길상이는 괜찮은 놈이다. 휴. 


4권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윤보를 앞세운 마을 사람들이 밤중에 조준구가 차지한 최참판댁으로 쳐들어가는 장면이다. 서희가 조용히 방관하는 가운데 이들은 고방을 열어 재물을 모두 가져간다. 정말이지 너무나 아쉬웠던 것은 조준구 부부를 끝내 찾지 못하고 떠난 것. 이들 부부는 잽싸게 사당 마루 밑에 숨어 있었는데, 이를 눈치챈 삼수놈이 몰래 가서 속닥속닥 나한테 한몫 떼어 줄 것을 약속하라고 협박한 뒤 윤보 일행에게 감춰준 것이다. 끝까지 비열하고 나쁜 삼수놈.. 또 어리석기도 한 놈. 그는 조준구가 그 언약을 지킬 거라 믿었을까? 역시나 조준구에 의해 삼수는 일본경찰에게 끌려가 총살당한다. 그의 말로는 자업자득이지만, 조준구 부부와 남겨진 서희는 수모를 당한다. 

서희는 "길상이 놈이, 나를 죽으라고 내버려두고 갔다!"라며 분노하는데, 그 후 길상이, 용이, 김훈장, 이부사댁 도령 상현 등이 공모하여 서희 등을 데리고 간도로 떠나는 과정에서 서희의 길상에 대한 분노가 드러나는 장면은 없다. 나중에 어떻게 둘의 관계가 전개될지 흥미진진. 홀로 떠난 봉순이는 또 어찌될지 궁금하다. 


4권으로 1부가 마무리되고, 2부부터는 간도에서의 생활이 시작된다.

그런데 4권까지 듣고 나니, 아, 작가님이 짜놓은 이 구성에 소름이 돋는다.

1권 첫 장면이 한가위 잔치 장면으로 시작하지 않나? 젊었던 서서방, 용이 등이 북치고 장구치며 마을을 돌아다니고 아낙들은 구경하고, 교과서에 실렸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래서 <토지>를 읽지 않았어도 많은 이들이 알고 있을 바로 그 장면, 서희가 머슴들을 피해 마당을 돌아다니는 분주한 모습과 대비되게 최치수의 방에서 들려오는 스산한 마른 기침 소리.. 이때 '최참판댁'이라는 왕조를 가진 평사리 마을은 한없이 평화로웠고 풍요로웠다. 이것은 4권에서 한가위에도 꽹과리 소리 없이 한산하기만 한 장터를 보며 씁쓸해 하는 마을 사람들의 대화로부터 새삼 떠올리게 되는 장면이다. '최참판댁'의 몰락, 그리고 대한제국의 몰락, 보수적인 전통의 몰락, 구세대의 몰락, 농민의 몰락. 1부는 하락 하락, 오직 하락만을 거듭해가다가 몰락에 이르러, 끝내 고향을 등져야만 했던 사람들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이 몰락의 씨앗은, 저 흥겨웠던 1권의 첫 장면에 이미 심겨져 있었던 것이다. 귀녀는 이미 최치수를 노리고 있었고, 구천이와 별당아씨의 만남은 이루어졌다.. 


서희의 그 독하고 냉정한 성미에도 불구하고, 아주 어린 시절- 다섯 살인가?- 부터 이 아이를 지켜봐온 독자는, 서희를 미워할 수 없다. 이 꼿꼿한 양반의 자손이 새로운 환경에서 어떻게 성장해 나갈지.. 기대된다. (마치 처음 읽는 것처럼 ㅎㅎ)

참, 별당아씨의 "진달래꽃을 따다가 당신께 화전을 만들어 드리고 싶어요"라는 애처로운 대사는 4권에서 나온다. 별당아씨의 죽음과 구천이의 꿈에서밖에 울지 못하는 지독한 슬픔. 

근데, 20대에 읽을 때만큼 사랑이야기에 가슴 아프지는 않네? 흠. 역시 나이와 상황에 따라 중점적으로 보고 느끼는 부분이 다른가 보다. 


오디오북으로 토지 듣기는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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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2-07-12 12: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오 정들면 떠나보내는 건… 토지는 박완서판 <킹덤?>이란 말인가…. 우오오오….. 괜히 듣고 싶네요? ㅋㅋㅋㅋ 이따, 일하면서 들어야겠다 ㅋㅋㅋㅋㅋ

독서괭 2022-07-13 12:14   좋아요 0 | URL
킹덤을 안 봐서 ㅋㅋ 거기서도 많이 떠나보내시나요 ㅋㅋ 워낙 장편인데다 시대배경도 그렇다 보니 좀비가 안 나와도 많이들 죽네요 ㅜㅜ

거리의화가 2022-07-12 12: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토지 오디오북 시작했거든요~ 듣고 나서 댓글 달겠습니다ㅎㅎㅎ 괭님 계속 듣기 응원해요!^^

독서괭 2022-07-13 12:15   좋아요 1 | URL
오호호 화가님 반갑습니다~~ 재미있게 들으시면 좋겠네요^^ 응원 감사해요!

새파랑 2022-07-12 14: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디오북으로 들으시면 몇달 걸리실거 같아요. 차라리 이번에 약속을 깨시고 책을 구매하시는것도 좋을거 같아요 ^^

독서괭 2022-07-13 12:15   좋아요 2 | URL
아니 새파랑님 요즘 댓글 일관성 무엇 ㅋㅋㅋ 알라딘 직원이신가요? ㅋㅋㅋ 근데 저 토지 전집 소장하고 있지롱~요! 둘 데가 없어서 본가에서 안 가져오고 있지만요^^

다락방 2022-07-12 15: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아 진달래꽃이 4권에 나오는 겁니까!! 저는 6권이라고 생각했어요.
리뷰 읽고 나니까 토지 다시읽기 하고 싶네요. 그러나 21권... 두둥-

독서괭 2022-07-13 12:16   좋아요 1 | URL
네 4권에서 나오길래 다락방님에게 알려드려야겠다! 했어요 ㅋㅋ
1~4권까지의 1부만 다시 읽으셔도 괜찮을 것 같아요^^ 물론 책구매 페이퍼 보면 재독하실 시간은 없으실 것 같습니다 ㅋㅋ

단발머리 2022-07-18 13: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정말 20년 전에 읽어서 하나도 기억 안 나는데ㅋㅋㅋ 그 최수지가 서희를 맡았던 드라마에서 (길상이는 제 스탈 아니었죠) 봉순이가 길상이 좋아하는데 길상이가 왕자님으로 변하는 순간에 봉순이의 절망감이...... 아, 눈에 선하네요. 저도 다시 읽고 싶은데 영 자신이 없네요. 그냥 독서괭님 리뷰로 갈음할까 ㅋㅋㅋㅋㅋㅋ 싶습니다.

독서괭 2022-08-02 12:40   좋아요 0 | URL
오 단발님. 저는 토지 드라마는 못 봤어요! 봉순이가 2부에서는 안 나오고 있는데 뒤에 다시 등장하겠죠? 제가 계속 오디오북 들으면서 리뷰 열심히 쓸테니 부족하나마 단발님 기억 상기용으로 써주세용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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