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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5 - 2부 1권 ㅣ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마로니에북스) 5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토지 5권! 이 대하소설의 2부에 해당하는 첫권이다.
1부는 평사리 마을을 주요 배경으로 해서 최참판댁과 평사리 마을 사람들에게 일어난 일들을 다뤘다. 1부 마지막에서 평사리 마을의 몇몇 사람들과 함께 서희, 길상이는 간도의 용정으로 떠난다. 2부는 용정에 도착한 후 벌써 3년? 정도의 시간이 흐른 뒤부터 시작된다. 서희는 열아홉살이 되었다.
내가 틀림없이, 토지를 10권 정도까지는 읽었다. 읽었단 말이다.. 그런데 어느 정도 굵은 줄기와 몇몇 에피소드는 기억나는 1부와 달리 2부는 정말 하아아아나도 기억이 안 난다;; 안 읽은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새롭다.. 그냥 처음 읽는 거라 치자.
토지를 시작한 사람은 많아도 끝낸 사람은 많이 않을 터. 많은 사람들이 1부는 끝냈지만 2부에서 중도 탈락하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2부에서는 1부에서 등장했던 사람들도 많이 사라지고, 윤씨 부인의 슬픈 비밀과 평산,귀녀의 음모 등 아침드라마 뺨치던 줄거리도 마무리 되었으며, 간도 땅이라는 낯선 고장의 낯선 정치상황이 구구절절 펼쳐지기에, 중간에 놓기 힘든 1부를 끝낸 후 다른 책으로 새서 다시 돌아오지 못하기가 쉬울 것 같다. 하지만 좀 적응되면 역시나 재미난 인간사가 펼쳐진다.
어느새 자라나 용정 바닥을 쥐락펴락하는 상인이 된 서희의 모습이 놀랍고 서희와 이상현, 길상의 삼각관계도 흥미롭지만, 5권의 중심은 용이와 임이네, 월선이 세사람의 파란만장한 동거생활인 듯하다. 5권의 시작부터 강렬하게 존재감을 드러낸 임이네는 마지막까지 대단하다. 뻔뻔하고 그악스럽기로 임이네 만한 인물이 있을까 싶다. 꼴보기 싫긴 한데, 어찌 보면 굉장히 비전통적인 인물로, 전통적 여성상에서 벗어난 놀라운 캐릭터라 여겨지기도 한다. 그가 월선이 운영하는 국밥집에 붙어서 몰래 돈을 빼돌려 모으는 행태는 하나뿐인 아들 홍이를 위한 모성이라 하면 쉽게 이해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도 아니다. 그는 홍이를 자기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무기로 내세울 뿐, 모정 같은 건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전통적 여성상에 가까운 월선이는 임이네에게 속절없이 휘둘린다. 결국 5권 마지막에서 용이는 결단을 내리는데..? 이들의 미래는 과연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서희와 길상이의 관계는 복잡미묘하다. 이상현을 대하는 서희의 심중 묘사도 그렇고, 참 작가님이 사람의 심리를 깊이있게 들여다보고 심도깊게 묘사한다 느꼈다. 그간 로설이나 드라마 등을 통해 은근히 익숙해진 신분을 초월한 사랑이야기, 그 낭만성에 부합하는 예는 구천이와 별당아씨 이야기다. 이들은 아씨와 머슴이라는 신분차를 뛰어넘어 사랑했고, 도망쳤고, 끝내 비극적 결별을 맞았다. 그러나 서희는 별당아씨와는 그 성정이 매우 달라 그런가(아버지를 닮음), 길상이와의 신분차를 인식하고 그어놓는 마음의 선이 확고하다. 그러면서도 길상이와의 혼인을 염두에 두고 있는데, 5권 끝부분에서는 그런 서희의 마음을 '야망을 위해서라고 포장하려 하지만- 엄마인 별당아씨의 일을 생각해도 그럴 수밖에 없고- 실은 길상이에 대한 깊은 애정이 아닐지'(오디오북으로 들은지라 확실하지 않음) 짚어본다. 길상이 편의 마음도 복잡한데, 그는 서희에 대한 아주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고 스스로 이를 잘 알고 있으나("서희애기씨는 연꽃이다, 꾀꼬리다"), 서희와 혼인할 경우 그 순정이 훼손될까 두려워한다. 결국 둘이 결혼할 것 같긴 한데, 둘의 관계는 어떻게 흘러갈지? 관전포인트!
2부에서 주목해야 할 것 같은 인물들이 있다.
김평산의 첫째 아들로 사고뭉치였던 거복이, 그가 김두수라는 이름으로 용정에 나타난 것이다. 그는 어릴 때 버릇 못 고치고 일본 영사관에 협력하는 개차반으로 자라났는데, 용정땅을 사러 다니는 한편 술집에서 사온 여자 금녀가 전애인 윤이병에게 도망가자 잡으러 가서 윤이병을 앞잡이로 삼는 등 바쁘게 움직인다. 김두수를 증오하는 금녀는 그에게 잡혀가는 길에 묵은 숙소에서 김두수를 죽이러 온 사내들에게 인질로 붙들려 가는데(기뻐하면서), 알고 보니 이들은 용정에서 김훈장이 신세지고 있는 정호네 삼촌이었고 독립운동가였다. 이 금녀의 앞날은 또 어찌 되려나?
또 한명, 5권 막판에 등장하여 놀라운 존재감을 자랑한 전라도 남자 주갑! 그 덕분에 경상도 사투리, 함경도 사투리 뿐 아니라 이제 전라도 사투리까지 구수하게 들을 수 있다 ㅋㅋ 이 남자 입담이 참 대단하여, 윤보의 뒤를 잇는 듯하다. 앞으로의 활약이 기대된다.
이렇게 리뷰까지 썼으니 이제 안 잊어버리겠지??
토지 오디오북 듣기는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