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금슬금 빌렸더니 또 다시 쌓였군요. 


당장 생계를 걱정해도 모자랄 판에 책만 빌리고 있으니 


이것도 병이라면 병인듯 합니다.   


생계를 궁리하다보니 저절로 자기계발서를 읽게 되는군요. ㅋ 



쿤데라 정주행 중입니다. 


빌려온 책은 다 읽었고 

전작 까지 다섯 권 남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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뽈쥐의 독서일기 2016-10-21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한꺼번에 이만큼이나 대출이 되나요? 보기만해도 엄청 든든하네요. 밀란 쿤데라를 좋아한다고 말하면서 몇 권 안 읽었는데 저도 자극받아서 좀 읽어야겠어요...ㅎㅎ

시이소오 2016-10-21 09:58   좋아요 0 | URL
스무권까지 대출된답니다^^

붉은돼지 2016-10-21 11: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대단하신 시이소오 님~ 존경합니다.^^

시이소오 2016-10-21 11:42   좋아요 1 | URL
왜 이러시나요, 붉은 돼지님.
소생은 책을 그저 빌렸을뿐입니다요. ^^

stella.K 2016-10-21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저기 소설 쓰기의 모든 것 나두 갖고 있는데...(베시시~)
근데 언제 읽을지는 아직도 모른다는 점.ㅠ

시이소오 2016-10-21 13:07   좋아요 0 | URL
저는 재독했네요. 묘사가 가장어려워요 ^^;

stella.K 2016-10-21 13:39   좋아요 0 | URL
헉, 벌써 재독꺼정...!
저는 도서정가제 바로 직전 세트로 반값 할인할 때
사 놓고 1권 찔끔 읽고 못 읽고 있어요.

근데 묘사가 어렵던가요?
글이란 어렵다 어렵다 하면 못 쓰는 것 같고
그냥 꿀떡 써 보는 게 중요한 것 같더라구요.
어차피 초고는 본인 밖에 안 보잖아요.
글의 힘을 믿으라고 하더군요.
글을 쓰는 손맛을 느꼈으면 좋겠어요.ㅎ

시이소오 2016-10-21 13:43   좋아요 1 | URL
아, 반값 할인할때 저도 사둘걸 그랬네요.
잘 쓰려고 욕심부리면 글쓰기가 어려워지는 것 같습니다. 저 책 을 다시읽고 소설은 포기했어요 ㅋ

단지 인용된 문장중에 좋은 문장들이 많아서 고통속에서도 즐거웠네요^^

blanca 2016-10-21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책을 다 어떻게 들고 오세요? 저는 배낭에 세 권 넣으면 무거워서 최대 네 권 빌리는 것으로 소심하게 만족 중인데^^;;;
게다가 이십 분 넘게 걸어가야 하는 거리에 도서관이 있어요. 도서관이 머니까 다 읽고 빌리러 가게 되는 장점은 있더라고요. ㅋㅋ <오스카리나> 좋더라고요.

시이소오 2016-10-21 17:30   좋아요 0 | URL
저도 네 다섯권씩 가져오다보면 저렇게 되더라구요. 오스카리나 빨랑 읽고 싶네요 ^^

깊이에의강요 2016-10-22 0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독법이 따로 있으신걸까요???
항상 궁금???

시이소오 2016-10-22 12:11   좋아요 0 | URL
없는거 아시면서 ㅎ ㅎ
 
쓰기의 말들 - 안 쓰는 사람이 쓰는 사람이 되는 기적을 위하여 문장 시리즈
은유 지음 / 유유 / 2016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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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최전선>이 나온 지 얼마나 됐다고. 은유님은 부지런히 책을 쓰시는구나. 왜 우리는 책을 읽을까? 은유님의 말처럼 문장을 만나기 위해서인지도 모른다. 은유님은 쓰기의 말들을 모았다. 이 책을 읽고 어찌저찌 무언가를 썼다. <쓰기의 말들>에 자극받았기 때문이겠지. 글쓰기가 막히신 분들, 이 책을 읽다보면 막힌 글들이 뚫어뻥마냥 뻥 뚫릴지도.

 

글을 쓰지 않고도 살 수 있을 거라 믿는다면,

글을 쓰지 마라.

- 라이너 마리아 릴케.

 

나는 글을 쓰지 않고도 살 수 있을 것 같다. 고로 글을 쓰지 말아야지.

 

간절하게 원하면 지금 움직이세요

-노희경

 

새 비료를 뿌리기보다는

매일 조금씩 땅을 다져라.

- 헨리 밀러

 

우리가 힘을 얻는 곳은 언제나

글 쓰는 행위 자체에 있다.

- 나탈리 골드버그

 

매일 작업하지 않고 피아노나 노래를 배울 수 있습니까.

어쩌다 한 번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결코 없습니다.

-레프 톨스토이

 

이 책에서 가장 와 닿은 문장이었다. 허접한 내 글을 보면서 언제나 난 왜 이리 글을 못 쓸까자책하곤 한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들은 매일 매일 연습한다. 한 번이라도 멋진 글을 쓰려고 최선을 다해 노력해봤나?

 

프루스트는 다른 작가들이 통상 스쳐 지나가는 것을 분할했다.

그리고 우리에게 무한정 분할할 수 있는 감각을 주었다.

- 폴 발레리

 

적절한 장소에 찍힌 마침표만큼

심장을 강하게 꿰뚫는 무기는 없다.

-이사크 바벨

 

글쓰기에는 어떤 것도 운 좋게 찾아오지 않는다.

글쓰기는 어떠한 속임수도 허용하지 않는다.

......모든 문장은 기나긴 수련의 결과이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

 

 

난 존재들과 사물들을 대변하는 배우자이자, 그것들이 존재하는 장소이며

그것들의 증인이기도 했다.

- 아니 에르노

 

쓰다라는 동사는 작가들이 따라야 할

궁극적인 도()이다.

- 장석주

 

나는 여러분에게 아무리 사소하거나 아무리 광범위한 주제라도 망설이지 말고

어떤 종류의 책이라도 쓰라고 권할 것입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여행하고 빈둥거리며 세계의 미래와 과거를 사색하고 책들을 보고 공상에 잠기며

길거리를 배회하고 사고의 낚싯줄을 흐름 속에 깊이 담글 수 있기에 충분한 돈을

여러분 스스로 소유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버지니아 울프

 

시간은 수학적 단위가 아니라

감수성의 의미론적 분할이다.

-롤랑 바르트

 

작가의 임무는 평범한 사람들을 살아 있게 만들고, 우리가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존재라는 사실을 일깨워 주는 것이다.

-나탈리 골드버그

 

문체란, 작가가 어떤 사실을 진술할 때

드러나는 그 사람만의 고유한 어색함이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나는 그 여자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사랑한다는 국어의 어색함이

그렇게 말하고 싶은 나의 충동을 쫓아버렸다.

- 김승옥, <무진 기행>

 

신기한 것들에 한눈팔지 말고,

당연한 것들에 질문을 던지세요.

-이성복

 

문학은 슬픔의 축적이지, 즐거움의 축적은 아니거든요......세상이 따뜻하고 정상적으로 보이면 시를 못 쓰게 되지요. 그건 보통사람의 세상으로 들어가는 것이니까요.

- 최승자

 

책상 앞에서가 내 인생의

가장 큰 천국이었음을 깨닫는다.

- 최승자

 

글쓰기의 실천은 기본적으로 망설임들로 꾸며집니다.

-롤랑 바르트

 

그동안 가난했으나 행복한 가정이었는데,

널 보내니 가난만 남았구나

- 세월호 유가족

 

이 책에 실린 문장 중 가장 깊은 울림을 남겼다.

 

글을 잘 쓴다는 것은 자기 글을 믿고 자기 자신을 믿는 것이다.

위험을 감수하고, 남들과 달라지려 하고 스스로를 부단히

연마하는 것이다.

-윌리엄 진서

 

연민이 내 삶을 파괴하지 않을 정도로만 남을 걱정하는 기술이라면

공감은 내 삶을 던져 타인의 고통과 함께하는 삶의 태도다.

- 수전 손택

 

나는 영혼에 대한 이해라 이름 붙일 수 있는 이야기들을 모은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두문즉시심산杜門卽是深山 문을 닫아 걸면 이곳이 곧 깊은 산중이다.

-최순우

 

너와 세계의 싸움에서 세계를 밀어 줘라.

-프란츠 카프카

 

창작이 곧 삶이라고 할 수 없지만

때로는 창작이 삶을 되찾는 방법이다.

-스티븐 킹

 

본다는 것은 보고 있는 것의 이름을

잊어버리는 것이다.

-폴 발레리

 

 

다른 사람의 처지를 생각하고 그 처지가 되어 보는 것,

그것이 작가의 일이다.

-아모스 오즈

 

나 아닌 것을 끊임없이 자기 안에

투입해 나가는 운동성이야말로 나의

본질을 이루는 것이다.

-우치다 타츠루

 

난 아무것도 쓰지 않고 그냥 살아왔던

시간도 중요하다고 말해 주고 싶다.

- 박완서

 

글을 쓴다는 것은 나를 나 아닌 것의

실험장으로 만드는 일이다.

-잉게보르그 바하만

 

간결함이란 말해야 할 것을 적게

말하는 것이 아니라 말해야 할 것 이상을

말하지 않는 것이다.

-마르쿠스 파비우스 퀸틸리아누스

 

꽉 막히는 건 때때로 내가 잘못된 길로

접어들었다는 걸 뜻한다.

-데릭 젠슨

 

글쓰기가 단번에 완성되는 생산품이 아니라 점점 발전해 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이해하기 전까지는 글을 잘 쓸 수 없다.

-윌리엄 진서

 

유일한 참된 충고자 고독이 하는 말을 듣도록.

-스테판 말라르메

 

인간은 자기가 손에 넣고 싶다고

바라는 것을 우선 다른 사람에게

증여함으로써만 손에 넣을 수 있다.

-우치다 타츠루

 

지옥으로 가는 길은 수많은 부사들로

뒤덮여 있다.

-스티븐 킹

 

나는 옛날에는 내 위장도 미제고 내 허리도 미제인 줄 알았어예.

우리 클 때는 미제가 제일 좋았거든요.

- 김영자 할머니, <밀양을 살다>

 

너의 마음에 드는 장소는......정열적으로 묘사하면 안 되고 간결하고 명확하게

묘사해야 한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그곳이

바로 삶의 현장이고 삶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체사레 파베세

 

글 쓰는 것이 너무도 힘들 때 자신을 응원하기 위해 쓴 책을 읽습니다. 그러면서 글쓰기가 항상 힘들었으며, 종종 거의 불가능했었다는 것을 기억해 내곤 합니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책에 얌전히 누워 있는 그 글들도 어떤 막연함과 불안의 파동을 뚫고 가까스로 건져 올린 것들이다. 참으로 얄궂다. 쓰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데 쓰기 전에 불가능해 보인다. 그래도 쓰고 싶어서, 써야 하니까, 쓰지 않으면 안 될 어떤 필연적 상황에서 한 문장씩 밀고 나간 흔적들이다. 실물을 만지작거리며 나를 다독인다. 저번에 썼으면 이번에도 쓸 수 있다.

-은유

 

글쓰기의 거짓 욕망이 다른 욕망,

주체 자신도 모르는 욕망을 가리는 것입니다.

-롤랑 바르트

 

나는 글쓰기를 거짓 욕망으로 꿈꿔왔을 뿐일지도.

 

소설을 쓸 때마다 내가 소설을 쓴다고 생각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보다는

지금 나는 부엌에서 튀김을 올리고 있다라고 생각하려 합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기록한다는 것은 조수간만처럼 끊임없이 침식해 들어오는 내 인생의 무의미에

맞서는 일이기도 하죠.

- 김영하

 

정말로 진지한 소설에서는 진정한 갈등이

여러 인물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독자와 작가 사이에서 벌어진다.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자아를 허락한다는 것은 온기, 금심, 연민, 아첨, 불완전함의 공유 등을 허락하는 것이다.

이것이 빠지면 무미건조하고 사실성 없는 글이 된다.

-마크 크레이머

 

오늘이라도 늦지 않으니 썩은 자들이여, 함석헌 씨의 잡지의 글을 한번 읽어 보고 얼굴이 뜨거워지지 않는가 시험해 보아라. 그래도 가슴이 뭉클해지는 것이 없거든

죽어 버려라!

-김수영

 

작품을 완성할 수는 없다. 단지

어느 시점에서 포기하는 것뿐이다.

-폴 발레리

 

Man(인류)에 대해 쓰지 말고

man(한 인간)에 대해 쓰라.

E.B 화이트

 

글쓰기는 냇물에 징검돌을 놓는 것과 같다.

돌이 너무 촘촘히 놓이면 건너는 재미가 없고,

너무 멀게 놓이면 건널 수가 없다.

-이성복

 

 

합리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우선 감동해야만 하는 것이다.

무관심과 냉소는 지성의 표시가 아니라 이해력 결핍의 명백한 징후이다.

-한나 아렌트.

 

글쓰기 이전에는 현장에 없던 것을 발견하는 것,

바로 거기에 글쓰기의 희열이 있습니다.

-아니 에르노

 

작가가 하는 일은 사람들을 자유롭게 하고

사람들을 흔들어 놓는 일입니다.

-수전 손택

 

 

말이 몸에서 흘러나오고, 그 말들을

종이에 새겨 넣는 과정을 느끼는 것이다.

글쓰기는 촉각적인 면을 갖고 있다.

육체적인 경험이다.

-폴 오스터

 

 

사랑을 목발질하며 여기까지 왔구나

-기형도

 

글쓰기는 누구에게도 할 수 없는 말을

아무에게도 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모두에게 하는 행위다.

-리베카 솔닛

 

일물일어설, 하나의 사물을 나타내는 데 적합한 말은 하나밖에 없다.

-플로베르

 

글쓰기는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침묵으로 말을 걸고,

그 이야기는 고독한 독서를 통해 목소리를 되찾고 울려 퍼진다.

그건 글쓰기를 통해 공유되는 고독이 아닐까.

우리 모두는 눈앞의 인간관계보다는 깊은 어딘가에서

홀로 지내는 것이 아닐까?

-리베카 솔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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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한엄마 2016-10-19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거 빌려놨어요.빨리 읽어봐야지.^^

시이소오 2016-10-19 12:20   좋아요 0 | URL
술술 읽힐거에요^^

nomadology 2016-10-19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아주 재미있게봤어요. 그리고 ˝결단코 없다˝는 문장이 좋았습니다.

시이소오 2016-10-19 12:21   좋아요 0 | URL
저도 정신이 번쩍드는 문장이었습니다 ^^

2016-10-19 12: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19 12: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6-10-19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에 대한 평점이 그다지 높지 않은 이유를 알 것도 같군요.
글을 쓰고 싶어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명언들 수집하지 않을까요?
저도 한 때 저런 카테고리 만들어 놓고 제법 모았거든요.
그런데 끈기가 없어서기도 하겠지만,
막상 글은 쓰지도 않으면서 모아만 두면 안 써지던 글이 써지나?
회의가 들기도 하더군요.
그래도 모아두면 쓸모가 있나 봅니다. 이렇게 책으로 나오는 걸 보면...

시이소오 2016-10-19 18:04   좋아요 0 | URL
앗. 요즘 댓글달면 계속 사라지네. 모아두면 언젠가 쓸일이 있을것같아요. ^^

cyrus 2016-10-19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에 저자가 인용한 문장만 있는 겁니까? 저는 이 책이 글쓰기를 주제로 한 단상 모음집으로 생각했어요. ^^;;

nomadology 2016-10-19 17:52   좋아요 0 | URL
왼쪽에 인용문이 있고 오른쪽에 작가의 짧은 단상이 있어요.

시이소오 2016-10-19 18:03   좋아요 0 | URL
노마돌로지님이 설명해주셨네요. 감사합니다 ^^

사마천 2016-10-19 2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 멋진 말인데 가슴이 울렁하네요. 감사 ^^

시이소오 2016-10-20 16:26   좋아요 0 | URL
그렇죠? 저야말로 감사합니다 ^^

비로그인 2016-10-20 0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세상엔 가슴을 치는 문장이 이렇게나 많았군요...

시이소오 2016-10-20 16:28   좋아요 0 | URL
가슴을 치는 문장을 만나셨다니 포스팅한 보람이 있네요. 이다호피시님. 감사합니다 ^^

풀무 2016-10-20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은유님 티스토리 블로그 읽다가 팬(?)이 되어 틈틈이 책들도 찾아 읽고 있습니다.
쓰기와 말들은 장바구니에만 넣어두고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시이소오님 서재글 덕에 번쩍 정신이 드네요. 잘 읽었습니다.

시이소오 2016-10-20 16:31   좋아요 0 | URL
은유님 블로그 있는줄 몰랐네요. 장바구니에 있으면 주문 넣으시고 읽으실 일만 남았네요^^

풀무 2016-10-20 17:10   좋아요 0 | URL
책 내시면서는 포스팅이 뜸하긴 합니다만..
http://beforesunset.tistory.com/

시이소오 2016-10-20 17:29   좋아요 0 | URL
오, 감사합니다 ^^
 
사이토 다카시의 2000자를 쓰는 힘
사이토 다카시 지음, 황혜숙 옮김 / 루비박스 / 2016년 7월
평점 :
절판


2,000자라고 해서 덜컥 겁이 났으나, 원고지 10, A4 한 장 분량이라고 한다. A4 한 장 정도면 누구나 쓸 수 있지 않을까. 이런 부류의 책들은 대개 다 서로 서로 비슷하지 않은가? 그래서 이 책도 그저 읽고 치울 요량이었다. 그런데 자꾸 신경 쓰이는 내용이 있어서.....

 

사이토 다카시가 제안하는 세 개의 키 컨셉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저자는 2000자 정도의 글을 쓸 때 키 컨셉 세 개를 선택하라고 말한다. 세 개를 선택했으면 이 세 개의 키 컨셉을 연결하는 논리를 구축하라고 한다.

 

주의할 점은 세 개의 키 컨셉이 의미상 비슷해서는 독창적인 글이 나올 수 없다고. 예를 들어 마음’. ‘기술’, ‘과 같이 이질적인 키 컨셉을 결합했을 때 신선한 글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한다.

 

왜 세 개의 키 컨셉을 선택해야 하나? 사이토 다카시에 따르면, 그것이 우리에게 있는 잠재지식을 일깨우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독서 감상문 혹은 리뷰를 쓸 때에도 세 군데를 선택해서 코멘트를 달고, 세 가지 코멘트의 상호관계를 정리하면 글의 요지를 발견하는 감각을 기를 수 있다고 한다.

 

나는 이 책에서 한 가지 컨셉만을 다뤘다. 확실히 2000자가 안 된다. 어떤 책이든 세 가지 컨셉을 다루고, 세 부분을 발췌 인용하면, 분명 2000자 이상을 쓸 수 있을 것이다. 우연찮게 <스토너> 독후감을 쓸 때, ‘나를 매혹시키는 세 장면에 대해 썼었다. A4 2장 반 분량 정도?

 

사이토 다카시는 질보다 양이문장력 향상의 지름길이라고 주장한다. 정말 그런지는 나로선 알 수 없지만, 그의 조언대로 키 컨셉 세 개를 잡는다면 적어도 2,000자 이상은 쓸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키 컨셉 세 개로 독창적인 글이 나올 수 있을까

역시나 알 수 없는 일이다.

한 번 시도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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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adhi(眞我) 2016-10-18 09: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서평을 쓸 때 500자 기준으로 써요. 500자라는 것도 별 감각이 없지만 500자는 꼭 넘기려 하지요.
인터파크의 서평 기준이 500자여야 300점을 주거든요. 그 뒤로 버릇이 됐어요. ㅋㅋ

시이소오 2016-10-18 09:48   좋아요 1 | URL
그렇군요. 진아님 요즘 글은 족히 2,000자가 될 것 같은데요. ^^

samadhi(眞我) 2016-10-18 09:50   좋아요 1 | URL
안 그렇더라구요. 1900여 글자 겨우 넘고 다른 건 거의 700~800정도가 고작이예요.

시이소오 2016-10-18 10:05   좋아요 1 | URL
그렇다면 진아님도 세 개의 키 컨셉을 잡아 보시는 건 어떨지요?
사이토 다카시에 따르면 2.000자 쓰기가 습관화되면 책도 쓸 수 있다는데요. ^^

samadhi(眞我) 2016-10-18 10:10   좋아요 1 | URL
2000자 넘기기가 쉽지 않더라구요. 게으르기도 하고 길게 쓰는 게 힘들어서... 연습해야겠지요. 책내용에 분개할 때는 글이 길어지긴 하는데 ㅋㅋ

시이소오 2016-10-18 10:23   좋아요 1 | URL
맞는 말씀입니다. 2000자 쓸려면 2~3시간은 걸리는데 쓰기 쉽지 않죠. 열받게 하는 책 위주로 쓰심이 어떨지요? ㅋ

cyrus 2016-10-18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카시가 제안한 ‘세 개의 컨셉’이 한 편의 글을 세우기 위해(쓰기 위해서) 필요한 뼈대와 같다고 보면 되겠군요. ^^

시이소오 2016-10-18 10:24   좋아요 0 | URL
컨셉 두개로는 신선한글이 나오기 힘들다네요^^

사마천 2016-10-18 11: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늘 관심두는 저자입니다. 속도,양으로 다작을 해내는 솜씨가 대단하죠. 좋은 리뷰 감사 ^^

시이소오 2016-10-18 14:37   좋아요 1 | URL
한국 작가의 부족한 부분을 일본 작가들이 점령해 가는것 같아요. 저야말로 감사합니다 ^^

stella.K 2016-10-18 12: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사람의 글을 몇자로 정한다는 게 의미가 있는 건가 싶기도 해요.
그걸 일일이 세어 볼 수도 없구...
물론 뭐 글자 세 주는 뭔가가 있다면서요...?
좀스럽게 그걸 세는 것도 그렇지 않나요?

일단 질 보단 양이라는 말에 동의 합니다.
그러다 질로 가는 거 아니겠습니까?
많은 것에서 덜어 내기는 쉬워도 적은 것에서 늘리기는 어렵다잖아요.
그건 쌀밥에서 죽, 불어터진 라면이나 수제비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ㅋ

시이소오 2016-10-18 14:39   좋아요 2 | URL
자신이 그날 쓴 글 글자수 하나하나 꼬박꼬박 샜던 헤밍웨이가 떠오르네요 ^^

stella.K 2016-10-18 15:07   좋아요 0 | URL
그 마초가 그랬단 말입니까?
신기하네요.ㅎㅎ

시이소오 2016-10-18 17:27   좋아요 0 | URL
ㅋㅋ 그러네요 마초같은 헤밍웨이에 어울리지 않죠?? ㅎㅎ

고양이라디오 2016-10-18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핵심이 되는 내용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나중에 읽어봐야겠네요ㅎ 확실히 세 개의 컨셉을 잡으면 글의 분량도 늘어나고, 컨셉끼리 결합이 일어나면 참신한 글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리추얼>이란 책을 보니 작가들도 하루에 몇 자, 혹은 원고지 몇 매 이런 식으로 꾸준히 쓰는 분들이 많더군요. 2000자 이상씩 꾸준히 쓰면 2000자 쓰는 일이 편해지고 쉬워질 것 같습니다^^

사마천님 프로필보고 제가 댓글 달았나 싶어 깜짝놀랐습니다ㅠㅋ

시이소오 2016-10-18 15:33   좋아요 0 | URL
저도 고양이라디오님과 사마천님 헷갈려요^^;

깊이에의강요 2016-10-18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호흡이 워낙 짧아서ㅠ

시이소오 2016-10-18 15:36   좋아요 1 | URL
그 누구도강요님에게 2000자를 강요하지 않아요. 글자수는 상관없으니 자주 -응?- 써주세요 ^^

깊이에의강요 2016-10-18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혼났다 ㅋ

시이소오 2016-10-18 17:31   좋아요 1 | URL
댓글이 또 사라졌네요. 누가 지운걸까요?

에이, 제가 어떻게 혼을 내겠어요?

길건 짧건 자주 자주 오세야 해용 ㅋㅋ

깊이에의강요 2016-10-18 1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모론을 조심스레 제기해 봅니다.ㅋ

시이소오 2016-10-18 19:11   좋아요 0 | URL
ㅋ ㅋ ㅋ ㅋ ㅋ 하루키 소설에 나오는 리틀 피플 같은 걸카요? ㅋ

깊이에의강요 2016-10-18 1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키 소설을 안 읽어요ㅠ
리틀 피플이 뭘까요???



시이소오 2016-10-18 23:27   좋아요 0 | URL
앗 답글이 또 사라졌어요.

거참. 강요님한테 답글 단 이후엔 확인을 해야 겠습니다.

리틀 피플은 <1Q84>에 나오는 사악한 것들 입니다.

딱히 무슨 사악한 짓을 했는지는 애매모호하네요 ^^;
 

이상하게도 올해 노벨 문학상은 왜 그리 궁금하던지 


지난 목요일로 발표가 연기되었다는 발표를 듣고 순간적으로 확 짜증이 밀려올 정도였다. 


드디어 목요일, 고대하던 노벨 문학상 수상자 발표를 보면서 순간 멍~해 졌다. 


밥 딜런??? 


노벨문학상은 이번에도 도박사와 기자들을 바보 쪼다로 만들었구나. 


작년 수상자 스베틀라나 알렉시에비치의 수상을 점친 사람은 몇이나 될런지?    


올해 밥 딜런의 수상을 예상한 사람은 몇이나 될까? 



많은 이들의 예상을 요리조리 피해간 결정이어서 놀랍긴 했지만 

나로선 납득이 간다. 납득이.  


"자신의 신체라는 종이에 신의 행위를 나타내는 춤으로 써도 됩니다자신의 혀라는 종이에 신의 말이 스며든 꿀로 써도 됩니다무엇에 무엇을 썼다면 그것은 규칙일까요이것은 방대한 비전이 있는 것입니다그렇습니다이것을 다시 문학이라 부르는 것은 가능하지 않겠습니까무엇에 무엇을 써도 그것은 문학인 것입니다. 


.... 텍스트는 문서가 아니어도 좋습니다. 문학은 종이에 쓴 것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지브릴이 무함마드의 심장을 꺼내 씻어도 그것은 문학입니다. 우리의 텍스트는 넓습니다. 우리의 규칙은 넓습니다. 우리의 우리의 예술은 더욱 넓고 깁니다. 그렇습니다. 우리의 법은 춤추지 않으면 안 됩니다."  


- 사사키 아타루,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  p 224.

 

르장드르를 따라 사사키 아타루에 따르면 시, , 연극, 노래, 음악, 회화 등이 모두 문학이다.   

그리고 문학은 혁명의 본질이다. 


혁명이 문학적 몽상에 의해 이루어지는 일은 절대 없습니다. 혁명은 문학적인 것이 아닙니다. 다릅니다. 결코 다릅니다. 문학이야말로 혁명의 본질입니다. 혁명은 문학으로부터만 일어나고, 문학을 잃어버린 순간 혁명은 죽습니다.


- 사사키 아타루,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p114 


춤도 문학이라면, 밥 딜런의 노래 역시 문학이 아닐까. 

그리고 문학이야말로 혁명의 본질이라면 밥 딜런의 노래 역시 혁명이 아닐까.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어야 

너무 많은 사람이 죽었음을 알게될까 

친구여, 그건 바람만이 답을 알고 있네 


- 밥 딜런, <바람만이 아는 대답> 중 


실로 많은 사람이 죽었다. 

밥 딜런의 수상을 계기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는지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된다면 이번 노벨 문학상 수상이 그저 황당한 사건만은 아니지 않을까. 


( 반복하지만 이승만이 학살한 민간인 피해자는 약 백 만명 이상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어야 이승만을 국부라 떠드는 것들이 눈앞에 사라질까) 



밥 딜런의 자서전 <바람만이 아는 대답>이 절판인 줄 알고 가증스럽게도  희희낙락했으나,

출판사는 발빠르게 책을 찍어 냈다. 아, 김샌다. 김새. 자랑할라 했거늘.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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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한엄마 2016-10-15 16: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문학상 나오자 마자 알라딘을 봤는데 죄다 수입해야하는 품목 뿐이었어요.그나마 저 자서전이 유일한 책이네요. 많은 사람이 김 샜지만 그 중 출판사랑 서점이 가장 크게 김 샌 듯요.뭐-노벨상도 신이 주는게 아니라 사람이 주는 것이니까요.일단 상 받으려면 장수해야해요.고은 시인님도 90까지 실아계시면 수상 가능하실 듯 합니다.

시이소오 2016-10-15 16:46   좋아요 3 | URL
저는 고은 시인이 언제 받아도 이상 하지 않아요. 충분히 받으실만합니다. ^^

책한엄마 2016-10-15 16:51   좋아요 1 | URL
물론이죠.
다만 영어와 서양 중심으로 세상을 보는 식견 좁은 심사 위원이 가장 문제인 듯 싶습니다.^^

시이소오 2016-10-15 16:54   좋아요 2 | URL
최근 미국과 유럽이 가져갔으니 내년엔 아시아와 아프리카가 유력할지도.

내년 기대해봐야 겠네요 ^^

솔불곰 2016-10-15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밥 딜런님이 노벨상 받고 깜짝 놀랐죠
상상도 못한일이기에 ㅋㅋㅋ

시이소오 2016-10-15 17:46   좋아요 0 | URL
노벨문학상, 재밌네요 ^^

nomadology 2016-10-15 17:3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늘 보도연맹건으로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포함한 유족회 위령제에 참석하고 서울로가는 버스 안입니다. 이승만 언급하신 부분 보니 울컥하네요. 마침 귀에는 밥딜런 베스트 앨범입니다. 바람만이 알고있고, 우린 죽을 때 까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이소오 2016-10-15 17:57   좋아요 1 | URL
위령제가 있었군요.
고생하셨습니다.

보도연맹사건으로 돌아가신분들, 얼마나 원통하고 억울하셨을지.

유족분들도 아무 죄없이 너무 고통스러운 일을 겪으셨네요. 국민모두가 위령제를 지내야 할일입니다.

밥 딜런의 노래가 위로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stella.K 2016-10-15 1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 노벨문학상에 대해선 다들 비슷비슷한 반응인 것 같습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노벨상 선정위원회 해마다 참 별거다 한심해 하던 차였는데
이번에 밥 딜런이 되면서 제가 문학을 너무 좁게 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했는데 그에 앞서 사사키가 이미 그런 말을 했군요.

밥의 자서전 번역이 엉망이라고 다 들 그러던데
다시 찍어내도 살 사람이 있을까 싶어요.
조금 기다렸다 다른 출판사 다른 번역가를 선택하지 않을까요?
다시 찍어도 찝찝할 것 같아요.ㅜ
그러게 처음 낼 때 잘 낼 일이지...ㅉ
번역을 새롭게 하려면 몇 개월 걸리지 않겠습니까?
또 그동안 밥 딜런 평전이나 그의 노래를 분석한 책들이
나오겠죠.
어쨌거나 출판사들 그렇지 않아도 노벨문학상 특수를 노렸을 텐데
올해 특별히 벙쪘을 것 같습니다.ㅋ

시이소오 2016-10-15 19:33   좋아요 0 | URL
엉뚱하게도 문학세계사가 대박났네요. 복불복이네요 ㅋ ^^

stella.K 2016-10-15 19:13   좋아요 0 | URL
그새 답글을 다셨군요.
다시 읽어보니 뭔 까요?가 그리도 많은지...
편집 좀 했습니다.
다음엔 조금만 더 기다렸다 답글을 달아 주시길...
민망해 죽겠습니다요...ㅠㅋㅋ

시이소오 2016-10-15 19:38   좋아요 1 | URL
저는 전혀 못 느꼈는데요. ㅎㅎ 다음엔 한 템포 쉬고 답글 달께요ㅋ ^^

다시번역하기보단 출판사 입장에선 붕어빵찍듯 일단은 내놓지 않을까요?

실제로 하루만에 절판에서 판매로 돌아섰구요.
스텔라님처럼 고급독자아닌 일반독자들은 번역 상관없이 살 것 같아요 ^^

나와같다면 2016-10-15 2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Bob Dylan 의 가사집을 만나고 싶어요..

시이소오 2016-10-15 21:15   좋아요 1 | URL
밥딜런 가사집도 절찬판매중이던데요^^

나와같다면 2016-10-15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원서 말씀하시는 거예요? --;;
왜 저는 못찾았죠? 제목 알려주셔요^^

시이소오 2016-10-15 21:21   좋아요 0 | URL
아, 번역본이요. 원서도 살 수 있지않을까요? 정확히는 저도 잘 ^^;

고양이라디오 2016-10-18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사키 이타루의 글 인용 너무 좋네요^^ 저 책을 미리 봐서 그런지 밥 딜런 수상에 크게 놀라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시이소오 2016-10-18 15:30   좋아요 0 | URL
밥딜런수상에 개거품무는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어요 ^^
 
철학자와 하녀 -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마이너리티의 철학
고병권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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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한창 들뢰즈 원전 스터디를 할 때였다. 공부하는 사람들의 공동체가 있다는 흉흉한소문이 돌았다. 멤버 중 한 명이 갔다 왔다고 했다. ‘수유너머라고 했다. “수유리에 있는 거야? 저 잘났다는 사람들끼리 모여 오래 가겠나?”하며 피식 비웃는 척 했지만 속으론 몹시 부러웠고 오래 지속되길 바랐다. 이 책을 보고서야 수유너머가 해체됐다는 걸 알았다. 고병권의 말대로 수유의 해체를 부끄러워하기 보단 수유가 10년 동안 유지될 수 있었던 역량에 자부심을 가져도 좋으리라. 수유라는 이름은 없어졌지만 수유는 우리에게 꽤나 성실하고 유능한인문학자를 선물로 주었다. 고병권, 고미숙, 이진경, 등등.

 

어느 날 철학자 탈레스는 별을 보며 걷다가 우물에 빠지고 말았다. 그것을 본 하녀가 깔깔대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탈레스는 하늘의 것을 보는 데는 열심이면서 발치 앞에 있는 것은 알지 못한다.”

 

고병권은 하녀를 가난한 사람의 기표로 차용한다. 이 책을 통해 그는 철학자와 가난한 사람의 변증법적 일깨움을 모색한다.

 

"철학은 인간 안에 자기 극복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가르친다. 모든 것을 잃었기에 오히려 인간이 가진 참된 것이 드러난다는 걸 철학은 말해준다. 깨달음은 천국에서는 일어나지 않는다. 천국에는 우리 자신에 대한 극복의 가능성도 필요성도 존재하기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천국에는 철학이 없고 신은 철학자가 아니다. 철학은 지옥에서 도망치지 않고 또 거기서 낙담하지 않고, 지옥을 생존조건으로 삼아 거기서도 좋은 삶을 꾸리려는 자의 것이다."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에서 정여울이 인용한 윗 문장 때문에 이 책의 존재를 알게 됐다. 가볍게 읽으려했으나 마냥 가볍지만은 않은 생각거리들을 던져주었다.

 

곁에 있어줌의 존재론

 

며칠 후 한 스님을 뵐 기회가 있어 꿈 이야기를 했다. “저는 관음보살이 부러워 죽겠는데 지장보살께 잡혀서 한 대 맞았습니다.” 그랬더니 스님이 빙긋이 웃으며 말씀하셨다.

 

관음보살은 오늘날로 따지면 재벌 회장 같은 분입니다. 정말로 가진 게 많지요. 그것을 모두 나눠줍니다. 글 이름만 부르면 누구에게나 줍니다. 그런데 지장보살은 가진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줄 게 없지요. 그런데 지장보살은 가난하고 아픈 사람들 곁에 있어 줍니다.”

 

힘든 사람 옆에서 위로한답시고 누가 봐도 현명한 소릴 하느니 차라리 묵묵히 옆에 있어주는 게 더 현명한 처사가 아닐까?

 

독일어에서는 무엇이 있다는 말을 ‘Es gibt ~’라고 한다. 여기서 ‘gibt’라는 동사는 주다라는 뜻의 ‘geben’에서 온 말이다. 그러니 있음이 곧 이다. 존재가 선물이라는 말이다.

 

초조함은 죄다.

 

다른 모든 죄를 낳는 인간의 주된 죄 두 가지가 있다면 그것은 초조함과 무관심이다. 인간은 초조함 때문에 천국에서 쫓겨났고 무관심 때문에 거기로 돌아가지 못했다. 그러나 주된 죄가 단 한 가지라고 한다면 그것은 초조함일 것이다. 인간은 초조함 때문에 추방되었고 초조함 때문에 돌아가지 못한다.”

 

- 카프카, <, 고통, 희망 그리고 진실한 길에 관한 성찰>

 

고병권은 신화 속의 인물들의 예를 들어 그들의 비극이 초조함에서 연유되었다고 말한다. 아크리시오스 왕은 페르세우스의 원반에 맞아 죽고, 라이오스는 오이디푸스의 칼에 죽는다. 도덕적으로 정당하지 못한 정권들의 초조함도 흔히 몰락을 자초한다. 부마사태가 가라앉지 않자 박정희는 초조했다. 부산, 마산 시민 백 만명 정도 죽이면 아무 문제없을 것이라던 차지철의 계획을 듣고서야 마음이 흡족했다. 오늘날 청와대, 집권 여당, 검찰, 경찰 역시 초조하긴 마찬가지다. 온갖 SNS, 카톡을 훔쳐보거나 언로에 재갈을 물리고, 경찰들은 부자감세로 부족해진 세수를 메꾸기 위해 지금 이순간도 실적 올리기에 급급해 병실에 누워 죽어가는 국민이 숨을 쉬건 말건 목젖을 찌를 만큼 우리들 입속에 음주 측정기를 쑤셔 박는다. 수치가 안 나온다고? 나올 때까지 불게 하면 된다. (죽으면 좆 되는데. 실적 쾅 인데, 하긴 호갱들이야 널렸으니)

 

"철학한다는 것, 생각한다는 것은 곧바로 반응하지 않는 것이다. 그것은 지름길을 믿지 않는 것이다. 철학은 어느 철학자의 말처럼, 삶의 정신적 위회이다. 삶을 다시 씹어보는 것, 말 그대로 반추하는 것이다. 지름길이 아니라 에움길로 걷는 것, 눈을 감고 달리지 않고 충분히 주변을 살피는 것, 맹목이 아니라 통찰, 그것이 철학이다. 철학은 한마디로 초조해하지 않는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내 스스로가 초조해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이 달 카드 값은 막을 수 있을까, 월세는 낼 수 있을까매일 이런 일차원적인 고민만을 하고 있으니 초조하지 않을 리가 없다. 초조함을 지울 순 없겠지만 이 책을 읽은 이상 조금 덜 초조해하지 않을까

 

갈림길과 막다른 길

 

루쉰이 북경여자사범대학에서 강의를 할 때, 제자 쉬광핑은 군벌과 결탈한 총장에 맞서 싸우는 학생들의 대표였다. 쉬광핑은 스승이자 후에 연인이 될 루쉰에게 조언을 구하는 편지를 썼다. 루신은 자신 역시 쓰디쓴 현실을 위로해줄 설탕같은 것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므로 백지 답안지를 내는 수밖에 없겠다고 고백한 후 그럭저럭 세상을 살아가는 자신만의 철학을 참고하라고 말한다.

 

인생이라는 긴 여정에서 우리가 쉽게 부딪히는 난관이 두 가지 있습니다. 그 하나는 갈림길, 즉 기로에 서는 겁니다. 갈림길 앞에서 묵적(묵자) 선생은 슬피 울며 돌아갔다고 합니다. 하지만 나라면 결코 울며 돌아가지 않을 겁니다. 우선 갈림길 입구에 앉아 잠시 쉬거나 한잠 자도록 하겠습니다. 그런 연후에 내가 갈 길을 정하여 다시 출발하겠습니다. 길을 가는 도중 자비로운 이를 만나면 그의 음식으로 허기를 채울지언정 결코 그에게 길을 묻지는 않겠습니다. 그 역시 앞길을 모르는 건 마찬가지임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만약 호랑이를 만난다면 나무 위로 기어 올라가 호랑이가 사라질 때까지 기다리겠습니다. 호랑이가 꼼짝 않고 서서 가지 않으면 굶어 죽는 한이 있어도 절대로 나무에서 내려오지 않을 겁니다. 나무에 허리띠로 몸을 묶어서 설령 그대로 죽는다 해도 호랑이가 내 몸을 건드리지 못하게 하겠습니다. 나무가 없다면? 그러면 별수 없지요. 호랑이에게 통째로 삼켜진다 한들 어쩌겠어요.

 

두 번째 난관은 막다른 길에 다다르는 것입니다. 이럴 경우 완적(위나라 시인)은 통곡을 하며 돌아섰다고 합니다. 하지만 나는 결코 그렇게 하지 않을 겁니다. 막다른 길 또한 갈림길에서와 마찬가지로 가시밭길이라 할지라도 헤쳐 나가야지요. 온통 가시덤불로 뒤덮여 도저히 갈 수 없을 정도로 험난한 길은 아직 본 적이 없으니까요. 나는 이 세상에 본디 막다른 길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확신합니다. 게다가 운 좋게도 이제껏 그런 난관은 아직 겪어보지 못했던 것 같군요.”

 

- 루쉰, <루쉰의 편지>

 

고병권의 충고 : 그러니 당신이 길을 걷다가 난관에 봉착했다면 한숨 자는 것도 괜찮다. 애초에 먼 길을 갈 것이라고, 좀처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면 말이다.

 

수익모델로서의 인간 수용소

 

나는 이 책을 통해 미국의 교도소가 민영화되었다는 걸 알았다. 1983년에서 세워진 미국 최대의 민영교도소가 된 미국교정기업CCA, Correctinons Corporation of America1990대 후반 뉴욕 증권시장에서 수익률이 가장 높은 미국 5대 기업에 3년 연속 선정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까? 펜실베니아 주에선 두 명의 판사가 소년 교도소인 피에이 차일드 케어로부터 260만 달러의 거액의 뇌물을 받은 사실이 발각되었다. 두 판사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교장을 놀렸다는 이유로 소년을 1년 넘게 소년원에 수감시켰다. 빈 건물에 들어갔다는 이유로 혹은 월마트에서 시디 한 장 훔쳤다는 이유로 소년들은 장기 수감되었다.


신자유주의 정권은 법치를 강조한다. 한국의 경우에서 알 수 있듯이 법치주의는 민주주의와 아무 관련성이 없다. 법치란 법이 소수의 자본가들에게 다스려짐을 뜻한다. ‘형제 복지원은 신자유주의라는 옷을 입고 이 땅에서 민영교도소로 부활하지 않을까하는 상상을 해보곤 치를 떨었다. 신자유주의가 진리라 주장하는 자본가와 집권여당, , 검사의 이익이 맞아떨어진다면 얼마든지 이 나라에선 가능한 시나리오가 아닐까.

 

 

이외에도 흥미로운 주제들이 많다.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읽다가 설명할 수 없는 불편함을 느낀 사람이라면 나처럼 이 책에서 해답을 찾을 수도 있을런지도.

 

 

광기의 반대말은 건강이 아니라 길들여진 두뇌다.” 

- 니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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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alia 2016-10-13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철학은 지옥에서 도망치지 않고 또 거기서 낙담하지 않고, 지옥을 생존조건으로 삼아 거기서도 좋은 삶을 꾸리려는 자의 것이다.”

→ 위 인용문이 고병권 씨의 것 맞는가요? 저한테는 무척이나 공허하게 들립니다. 우물 안에서 홀로 수도하는 유사 현자 혹은 진지병 환자의 소리처럼 들립니다. (고병권 씨가 실제 그렇다는 것은 아닙니다만.) 전반적으로 한국 지식인들의 얘기는 모두 공허하고 영양가 없는 빈소리 혹은 빈말로 들린다는 것입니다. 지금 21세기 백주대낮인데요. 아직도 저런 공염불식 철학으로 대중들을 가르치려 드는 한국형 철학자들, 정말 한심스럽고 문제가 크다고 봅니다. 따지고 보면 공자왈 맹자왈 철학의 반복에 불과한 것입니다. 물론 이 시대에도 영원한 고전, 인간 사고의 원형, 기본 중의 기본인 공자왈 맹자왈에 끊임없이 회귀하고 자문해야 하겠지만, 그건 급격히 변화하는 현실 파악과 미래에 대한 투시/전망이 주가 될 때에만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우물 안에서 아무리 통찰적이고 수준 높은 담론을 읊어봤자, 말짱 소용없다고 봅니다. 지금 21세기 인터넷 혁명 시대는 전지구적으로 모든 것이 공개/공유/토론과 논쟁의 장에 ‘부쳐지는’ 시대입니다. 우리 학자들의 저작들이 영어로 ‘쓰여지거나’ 번역되거나 출간되는 사례가 과연 있는가요? 그런 사례는 몇몇 지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빼면 완전 제로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국 지식인들이 우물 속에 갇혀 혼자만의 담론을 읊고 있다는 하나의 증거입니다. 철학 분야 세계 유수의 학술지들을 살펴보면 한국 학자들의 논문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가뭄에 콩보다 찾기 어렵습니다. 철저하게 우물 속에서 나홀로 철학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그나마 나홀로 철학이라도 하면 다행일 것입니다. 한국 학자, 지식인, 철학자들뿐만 아니라 음주가무나 주색잡기, 권력놀음이 대다수 한국인들한테는 적격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이쪽 방면이 예술 분야하고는 그래도 또 가깝다고 할 수 있지요. 해서 한국이 문학 쪽에선 (언젠가라도) 노벨상 하나쯤은 기대함 직하다고 봐요~

시이소오 2016-10-13 13:04   좋아요 0 | URL
퀼리아님, 비판에 동의합니다. 그래도 고병권씨는 현장을 바탕으로 철학하시는분인데 ^^

마립간 2016-10-13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관음보살과 지장보살의 비유 ; 그 뜻은 알겠는데, ... 마치 기독교의 믿음(로마서 3:28, 5:1 과 갈라디아서 3:24)과 행위(야고보서 2:24)를 떠올리게 합니다.

어버이날 부모님이 제일 싫어하는 선물이 ... ; `마음`만이라는 것이라 하더군요.

시이소오 2016-10-13 13:05   좋아요 0 | URL
ㅋ ㅋ ㅋ ㅋ ㅋ ㅋ ㅋ ㅋ
지장보살보다 좋은건 그저 지폐겠네요. 지폐보살 ㅎ ㅎ

고양이라디오 2016-10-13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어봐야겠네요. 미국의 교도소 민영화이야기는 충격이네요...

시이소오님 항상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시이소오 2016-10-13 23:23   좋아요 1 | URL
한국도 이미 민영화 교도소가 있다네요. 이 책읽고 찾아보니. 헐

저도 고양이라디오님 리뷰에 항상 감사드려요^^

고양이라디오 2016-10-13 23:31   좋아요 0 | URL
신자유주의의 힘은 정말 무섭네요...
서글프네요ㅠ 무력감을 느낍니다.

시이소오 2016-10-13 23:37   좋아요 1 | URL
지금이라도 민영화 추진하는 정권은 퇴출시켜야 겠죠. 안그러면 오바마 이전 미국처럼 돈없는 환자들 병원앞에 버리는 일이 한국에서도 벌어질수도 있거든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