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에 있어서 시란시인이란?

시를 읽는 사람보다 시인이 더 많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던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인들은

시를 쓰나보다.

내가 시를 다시 읽게 된 건 김경주 시인의 시 때문이었다


 

김경주 시인을 알게 된 건 아마도 김혜리의 인터뷰 집을 통해서 였던가김경주의 시를 읽고 나니 동시대의 다른 시인들은 어떤 시를 쓰는지 궁금했고이런 저런 시집들을 기웃거리다가 내가 꽂힌 시가 김민정 시인의 시들이었다.

 

시인은 뭔가 고상하고 세파에 시들지 않고 속세에 때 묻지 않은 이미지를 떠오르기 쉽상인데

김민정 시인은 누가 그런 시답잖은 소릴 지껄여하며 내 등짝을 후려치는 시를 쓴다.

 

김경주나 김민정의 시를 읽다 보면 시를 이렇게 써도 되는 건가?’하는 의문을 품게 되기도 하지만 시집을 덮을 때 즈음이면 어느새 고개를 끄덕이는 나를 볼 수 있다.

 

그럼 시를 어떻게 써야 되는데!!’

그런 그녀의 새 시집이면 더 좋았을 뻔했지만 에세이라도 사지 않을 수 있겠는가?

 

시인들이나 작가들은 어떤 단어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말하기도 한다어느 시인은 발목이란 단어를 좋아한다지발목발목계속 읽다보면 정말 발목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만 같다.

 

김민정 시인의 이번 에세이의 제목은 [각설하고,]. [여장남자 시코쿠]라는 기상천외한 제목의 작명자 치곤 너무 평범한 제목이 아닌가어쩌면 각설이라는 단어에 대한 시인의 특별한 애정 때문이 아닐까각설각설 계속 읽다보면 역시나 각설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각설하고조각보 얘기를 해보자.

시인은 조각보 전시회를 보고 왔다고 한다몰랐다 조각보를 전시까지 하는 줄은시인은 누구든지 데려가 보여주고 싶었다지.

 

 

 뛰어난 예술성을 평가해보자는 얘기가 아니라 그 작업의 고유성에 대해 생각해볼 여지를 주고 싶어서였다조각보를 이루는 천 조각 하나하나가 생생한 기억을 가지고 엮어낸 것이기 때문이다우리네 할머니가 시집올 때 입은 당의와 청홍 치마저고리를 이어 붙이고 그들의 한복에 물을 들이고 조합하는 과정 속에 저마다 생겨나는 갖가지 문양들예상치 못한 패턴들의 조화가 감탄사를 절로 불러일으키는 까닭이다서로 다른 천과 천이 자석이 아니고서야 내 손과 손이 바느질이라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서야 하나 될 수 없는온전히 사람만이 행할 수 있는 일의 귀함....”

 

어느 건물 옥상에서 거리 부감 샷을 준비하고 있을 때였다밑을 바라보고 있을 때 순간 눈에 들어온 조각보황급히 조각보로 씌운 광주리를 머리에 이고 가시는 할머니를 붙잡았다보조 출연을 부탁하고 흔쾌히 승낙해주셨는데

 

감독님 왈. “”.

군중 씬에서 조각보 하나가 무슨 대수겠냐마는 어찌나 서운하던지.

 

시인의 말마따라 그 화려한 빛깔들은 언제 다 사라졌을까?

 

시를 읽을 때 마다 느낀 건 나에겐 시를 전체적으로 이해할 만한 지능 자체가 아예 없는 것 같다.

세상엔 온통 불가사의한 시들 뿐인데김민정 시인의 시도 마찬가지그저 단편적인 언어의 유희를 즐기는 것 뿐그럼 안 되는 건가어쩔 수 없다능력 밖이니까.

 

그래서 빨기 바빴던

수많은 유방들의 속사정

몹시 문란하지 않으면

가족은 탄생할 수 없다.

 

[밤에 뜨는 여인들

 

11페이지에 달하는 장시고 그에 걸맞게 여인()의 삶을 말하는 시일텐데나로선 전체적인 의미를 말할 재간이 없고 그녀의 시집 [그녀가 처음느끼기 시작했다]처럼 성적인 함의혹은 중의의 묘미에 낄낄댈 뿐.

 

둥근 사과처럼

지구도 둥그니까

칼로 한번 깍아보라고 했다.

 

[밤에 뜨는 여인들

 

그렇다고 시인이 색녀도 아니고(...모르겠다나랑 무슨 상관?) 온통 성적인 것만 쓴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그러고 보니 에세이 집에 시 쓴답시고’ 시는 이거 달랑 하나?

 

시인은 최승호 시인을 만났나 보다시인의 시집 제목으로 최 승호 시인이 진지하게 만년필로 쓴 제목이 불닭이었다지평론가의 충고에 의기소침 한 시인에게 최 승호 시인은 네 멋대로 갖고 놀아봐라 격려하셨다고.

 


이성복 시인을 성복 언니라 부르고 싶다는 시인

 

겨울에 쓰러진 자전거를 얼까봐’ 일으켜 세워 줬다는 시인.

 

잠깐 실례 좀 해도 될까요?’ 라고 말하면 될 것을 잠깐 오줌 좀 싸고 올게요라고 말하는 시인.

 

그런 시인의 시를 기다리는 독자도 어딘가에 있다는 걸 생각해 주시고

좀 더 시를 갖고 놀아 보시길.

그래야 나도 갖고 놀잖아요.

 

참 그거 따뜻해요그치요전 졸라 빠를 수 있는 거북이를 상상하며 졸라 빠를 수 있는 달팽이를 격려하고 기대하는 마음의 여유시로 배우는 것 같아요그게 아마도 사랑이겠죠.

 

날으는 고슴도치 아가씨의 다음 시를 기다리며


(2014년 4월 25일 작성 )  


김민정 시인의 세번째 시집 <아름답고 쓸모없기를>  간행을 축하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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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6-09-24 0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장남자 시코쿠라는 제목을 김민정 시인이 붙였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어요!
대학교 때 <그녀가 처음, 느끼기 시작했다> 읽고 받았던 충격이 떠오릅니다. 여성관이 강제로 형성되는 느낌이었지요ㅎㅎ

시이소오 2016-09-24 08:58   좋아요 0 | URL
여성관이 강제로 형성됐다는건 무슨 뜻일까요, ㅋ

AgalmA 2016-09-24 0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각보가 베르트랑 <하늘에서 본 지구> 풍경 같네요~
튀면 전체를 위해 빼는 것, 퇴고할 때 그렇듯 그 조각보 할머니도 그랬겠죠. 그래서 시이소오님의 지금과 같은 다른 이야기가 또 만들어지는 것이겠고...

시이소오 2016-09-24 08:59   좋아요 0 | URL
그랬을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튀었겠죠 ^^;

꿈꾸는섬 2016-09-24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북플 소식보다가 시이소오님 글 읽으며 눈이 번쩍하고 있어요. 김민정 시인 얘기와 다른 이들의 글은 많이 읽어서 궁금하고 관심은 있었는데 아직도 못 찾아 봤거든요. 시집과 에세이 찜해두었다 읽어야겠어요.^^

시이소오 2016-09-24 10:10   좋아요 0 | URL
시에대한 고정관념이 산산이 깨지실거에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6-09-24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김민정 시집 읽고 고정관념에서 어느 정도 벗어났습니다. 그래, 맞아. 시가 왜 항상 고상해야지 ?

시이소오 2016-09-24 16:34   좋아요 0 | URL
그쵸? 곰발님 문장이 시인의 시와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

2016-09-25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적으로 고단해질 것 같은 `글` 중에 가장 큰 용기가 필요한 글을 쓰는군요, 김민정시인은요. 술자리서 참 지겨울 수도 있겠고. 사람은 다 다르긴 해도...;;;

시이소오 2016-09-25 09:06   좋아요 0 | URL
시인이 기존의 선입견과 대결을 벌인다는 느낌도 드네요. 김민정시인의 용기에 박수 쳐주고 싶어요 ^^
 
아름답고 쓸모없기를 문학동네 시인선 84
김민정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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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한국 남자치고 민정이나 은정이란 여자와 사귀지 않은 남자가 있을까? 대학 시절 방학 때마다 비디오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곤 했다. 손님들 중 내가 뽑은 미녀 넘버 쓰리가 있었으니, 한 분은 스튜어디스요 다른 한 분은 나중에 알고 보니 여배우였고, 그리고 나머지 한 분은 여대생이었다. 이 여대생이 내 대학 시절 첫 여자 친구였다. 여자 친구는 문창과에 다니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시에 문외한인 내가 김민정 시인의 시집을 꼬박꼬박 읽게 된 것은?

 

<날으는 고슴도치 아가씨>를 읽었을 때, 혹시나 해서 시인의 얼굴을 찾아봤으나 역시나 예전의 여자 친구는 아니었다. 시인의 세 번째 시집이 7년 만에 나왔다. 어느덧 시인은 이제 마흔이라는데 시인은 여전하다. 김민정 시인의 시를 읽을 때마다 , 정말 이렇게 써도 괜찮은 걸까?’하고 독자인 내가 걱정이 앞선다. ‘아버지의 좆을 시의 제제로 삼은 건 김민정 시인이 처음이 아니었을까. 세 번째 시집을 보고 시인의 부모님들은 한숨 놓으셨겠다. ‘다행이다. 더 이상 내 물건에 대해 노래하지 않다니설마 섭섭해 하진 않으시겠지. ‘내 물건이 쓸모없어진 걸까하고?

 

정말 이렇게 써도 시란 말인가? 말장난 같기도 한 이것이 시란 말인가? 시란 뭔가 고상하고 우아해야 하는 거 아닌가? 김민정 시인은 고상하고 우아한 것’, 키치적인 것에 똥을 던지고 오줌을 갈긴다. 그녀의 시는 젠체하지 않는다. 거침없이 내달린다. 하여 유쾌 상쾌 통쾌하다. 

 

....동갑내기 히로키와는 가끔 만나 커피 마시며 시 얘기를 하는 사이인데 그는 윤동주의 시를 나보다 더 많이 외우고 나보다 더 많이 베껴본 터라 내가 모르는 윤동주의 시를 토론의 주제로 삼곤 하여서 내게 반강제적으로 송우혜 선생의 <윤동주 평전>을 사게도 하였는데 그런 그가 한국에 와 처음 배운 단어는 밤도 아니고 별도 아니고 바람도 아니고 자지라 했다. 자라고 할 때는 자지, 보라고 할 때는 보지. 그렇지. 그건 맞지. 그래서 우리말 번역이 어렵다는 얘기지. 누가 저 문장을 히로키에게 가르쳤는지는 모르겠으나 웃음기 없이 술자리도 아닌 데서 듣는 아랫도리 사정이다보니 참으로 거시기하여 거시기하구나 하는데 그 거시기가 뭐냐 물으니 그러니까 나는 합치면 자보자라 하여 권유형의 자보지가 된다며 뻘쭘하니 한술 더 뜨고 앉아 있을 수밖에 없던 것이었다.

 

<그럼 쓰나>, p 17

 

 

-형부는 세상 빨고 빠는 일 중에

좆 빠는 일이 가장 쉽고

브라자 빠는 일이 가장 어렵다 하셨어

 

<엊그제 곡우>, p 18

 

수컷은 그때 그 순간에 잘도 싸기 위해 뭔가

참아주는 의뭉함이 늘 있는 모양이다

 

어디 가냐

집에 간다

대낮부터 마누라 너무 조지지 말고

해수탕 가고 없다 내 마누라

그럼 디비 자라 딸딸이 졸라 쳐대지 말고

손님 카드 긁을 힘도 없다 이 씹새끼야

 

, 그리고 헤어지나요

 

<오늘 하지>, p 30

 

어떤 망설임이 우리의 조준을 이토록 길게 끄는지

앞서거니 뒤서다가 결국엔 너 터지고 나 섞이는 소리

-

죽어도 오줌발로는 지고 싶지가 않았다

34일 동안 족히 서너 번쯤은 됐을 거다

그녀는 모를, 나만 아는

그녀와 나만의 오줌발 내기

문제는 솔직함이 아니라 유치함 같았다

 

- <시집 세계의 파편들> 첫 장면 p32

 

저거 쇼 아니야? 할 만큼 커다란 흑인 남자의 자지가 저거 쇼 아니네! 할 만큼 커다란 백인 여자의 두 젖퉁이 사이에 끼어 있다

 

<시집 세계의 파편들> 비약 삐약 p 33

 

술에 취한 남자가 어깨를 툭 쳤다

이불집 간판을 빤히 올려다볼 때였다

, 이 병신 같은 년아 뭘 야려?

꽃자리를 왜 꽃자지로 읽었을까마는

찌른다고 해서 죄다 무기가 되는 게 아니란 걸

이미 알아버린 마흔이었다

 

<시집 세계의 파편들> 운 같은 것, p 34

 

혹여 짐작이나 하시려나

당신이 이 쑤시던 이쑤시개를

내 코에 갖다 대지만 않았어도

자요, 식어요, 나요,

당신과 자주는 일쯤은

 

- <냄새란 유행에 뒤떨어지는 것>, p39

 

하자, 가 아니라

하면 할게, 라는 사람이

무조건 착할 것이라는 착각으로

우리는 오늘에 이르렀다

사랑은 독한가보다

나란히 턱을 괴고 누워

<동물의 왕국>을 보는 일요일 오후

톰슨 가젤의 목덜미를 물고 늘어진 사자처럼

내 위에 올라탄 네가

어떤 여유도 없이 그만

한쪽 다리를 들어 방귀를 뀐다

한때는 깍지를 끼지 못해 안달하던 손이

찰싹하고 너의 등짝을 때린다

 

<비오는 날 뜨거운 장판에 배 지질 때나 하는 생각>

 

 

몹시 문란하지 않은가? 이런 문란함이 없었다면 한국 현대 시사는 굉장히 황량하지 않았을까. 문란함이 없었다면 시는 탄생하지 않았다. (서른 세 편의 시) 삼삼한 시 중에 가장 삼삼한 시는 표제작인 <아름답고 쓸모없기를> 이었다.

 

 

지지난 겨울 경북 울진에서 돌을 주웠다

닭장 속에서 달걀을 꺼내듯

너는 조심스럽게 돌을 집어들었다

속살을 발리고 난 대게 다리 두 개가

V자 안테나처럼 돌의 양옆 모래 속에 꽂혀 있었다

눈사람의 몸통 같은 돌이었다

 

물을 채운 은빛 대야 속에 돌을 담그고

들여다보며 며칠을 지냈는가 하면

물을 버린 은빛 대야 속에 돌을 놔두고

들여다보며 며칠을 지내기도 했다

 

먹빛이었다가 흰빛이었다가

밤이었다가 낮이었다가

사과 쪼개듯 시간을 반토막 낼 줄 아는

유일한 칼날이 실은 돌이었다

필요할 땐 주먹처럼 쥐라던 돌이었다

네게 던져진 적은 없으나

네게 물려본 적은 있는 돌이었다

제모로 면도가 불필요해진 턱주가리처럼

밋밋한 남성성을 오래 쓰다듬게 해서

물이 나오게도 하는 돌이었다

 

한창때의 우리들이라면

없을 수 없는 물이잖아, 안 그래?

 

물은 죽은 사람이 하고 있는 얼굴을 몰라서

해도 해도 영 개운해질 수가 없는 게 세수라며

돌 위에 세숫비누를 올려둔 건 너였다

김을 담은 플라스틱 밀폐용기 뚜껑 위에

김이 나갈까 돌을 얹어둔 건 나였다

돌의 쓰임을 두고 머리를 맞대던 순간이

그러고 보면 사랑이었다

 

- <아름답고 쓸모없기를> 전문, p 8

 

김민정 시인의 시를 읽다보면 내가 알던 단어는 더 이상 예전의 단어가 아니다. 생소하고도 낯설게 느껴진다

내가 무의식적으로 쓰는 단어에 똥침을 날리는, 언어의 고슴도치 아가씨.

그녀가 다시, 느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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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09-24 0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시집 얼마전에 읽었어요..그런데 기억이 하나도 안나요..ㅎㅎㅎㅎ

시이소오 2016-09-24 09:02   좋아요 1 | URL
ㅎㅎ 저는 책 읽고 돌아서면 기억이 안납니다. ㅋ ^^

yureka01 2016-09-24 0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랑 비슷하네요..ㅎㅎㅎㅎ

시이소오 2016-09-24 09:13   좋아요 1 | URL
유레카 님 보다 제가 더 심각하죠 ㅎ ㅎ

꿈꾸는섬 2016-09-24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정말 대단한 시인이군요.
금기시하는 말들을 아무렇지 않게 쓰는 것 같지만 그 속엔 많은 뜻이 담겨 있는 것 같아요.
이런 파격적인 시인이라니 왠지 좋은데요.

시이소오 2016-09-24 10:06   좋아요 0 | URL
정말 파격적이죠? 웬만한 강심장 아니면 저렇게 못 쓸거에요 ^^

꿈꾸는섬 2016-09-24 10:13   좋아요 0 | URL
강심장! 그쵸 그것도 여자가라고 하면 비판 받으려나요. 아무래도 성과 관련한 것들은 발설하기가 쉽지 않은 저로서는 더 궁금하네요.
쓰진 못해도 읽는 것으로 대리만족해야겠어요.

시이소오 2016-09-24 16:38   좋아요 0 | URL
여자가 성에 관해 말하면 비판당하는 풍조도 하루빨리 없어져야할 것 같아요 ^^

stella.K 2016-09-24 1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민정 시인을 예전에 본 것 같습니다.
문학동네에서 무슨 일을 했던 것같은데...
털털하고 사람들과 눈을 잘 마주쳐서 이 사람이
나를 아나? 좋아하나? 뭐 그런 오해도 살짝 해 보기도 했습니다.
멋쟁이어서 설마 시인인가 했는데 시인이라고 해서 좀 놀랐습니다.
시인들 중에 그렇게 멋부리는 사람은 별로 못 봤거든요.

정말 시는 젠체하지 말아야 하는데 우리 학교 때 거 원 모라는 시인있지 않았습니까?
아, 이거 원 점점 생각이 안나 큰 일입니다.ㅠ
암튼 그 시인이 쓴 시집이 뭐 시냐 낙서 같다고 평론가들 엄청 까댓는데
과연 그런가 어리버리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오늘 날 제가 평론가들을 그렇게 싫어할 줄 알았더라면 그 시 좋다고 바득바득 우겼을 텐데...ㅋㅋ


시이소오 2016-09-24 16:40   좋아요 0 | URL
김민정시인이 시 안 쓰고 편집자 일을 했잖아요. 작가를 직접 만나고 싶진 않은데 김민정시인은 만나보고 싶네요 ㅋ^^

책읽는나무 2016-09-25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저도 김민정 시인님 보고 싶어지는데요?^^
작가의 시는 통통 튀면서도 한 두 구절에서 반짝하는 관념들이 예사롭지 않단 생각과 함께 멋진 제목들요!! 이런 제목들을 순간적으로 창작할 수 있다는건 작가 본인도 좀 쎈스 있지 않을까?란 생각을 해봤습니다
근데 진짜 멋쟁이란 말씀에 오호라~~~먼발치서라도 한 번 보고 싶으네요^^
요즘은 왜 책을 읽고 나면 그책을 쓴 작가들이 그렇게 보고 싶은지 모르겠네요??ㅋㅋ


시이소오 2016-09-25 16:55   좋아요 0 | URL
김민정시인 예전보다 꾸미고 다니시는듯 ㅎ
 


이제는 뭐 게세라 세라.  

될대로 되라.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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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23 08: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23 08: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syo 2016-09-23 09:40   좋아요 0 | URL
말씀을 들으니 ˝이기적 유전자˝가 생각나네요. ˝이기적 책더미˝.....

고양이라디오 2016-09-23 0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고싶은 책이 두 권있네요ㅎㅎ

시이소오 2016-09-23 08:35   좋아요 0 | URL
저는 두권을 아직 못 읽었네요 ㅎㅎ

기억의집 2016-09-23 0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책 진짜 많이 읽으시네요. 근데 도서관에서 한번에 많은 책 대출이 가능해요? 저흰 세권만 빌려주던데요. 그 이상은 안 된다하더라구요~

시이소오 2016-09-23 09:10   좋아요 0 | URL
엥? 저희는 스무권 대출되는뎅. 하긴 이곳도 처음엔 다섯권 밖에 안됐어요. 도서관 이용하는 사람이 많아지니까 대출권수도 늘어나고 직원들도 늘어나네요^^

고양이라디오 2016-09-23 09:13   좋아요 0 | URL
저흰 10권 되는데 10권이 적당한거 같아요ㅎㅎ

시이소오 2016-09-23 09:16   좋아요 0 | URL
고양이라디오님 말씀처럼 10권 정도가 좋죠. 20권 빌리니까 정신이 없어요 ㅎ

기억의집 2016-09-23 09:17   좋아요 0 | URL
고양이님^^ 10권이면 다닐만 할 것 같아요. 저는 세권 빌리자고 왔다갔다 교통비가 아깝더라구요. 예전엔 자전거 타고 다녔는데 올해부터는 자전거 타는 게 힘들어 집에 안 읽은 책 읽고 있어요. 대출기한은 이주 이상인가요?

기억의집 2016-09-23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무권이나 대출이 가능하다니... 부럽워요. 저는 딱 세권이라 교통비가 만만치 않아 안 가게 되더라구요. 이번에 간 것도 아주 오랜만에 들러 빌렸어요~

시이소오 2016-09-23 09:17   좋아요 0 | URL
기억의 집님이 자주자주 빌리실수록 대출 권수가 늘어날거에요 ^^

기억의집 2016-09-23 09:20   좋아요 0 | URL
저흰 안 그렇더라구요. 애들이 크니 학원비가 많이 들어 도서관에서 꾸준히 책 빌린 적이 있는데.... 저흰 맥시멈이 네권이라고 사서분이 말해주더군요. 제가 서울 변두리 중랑구 사는데... 저흰 고등학교도 유상급식이에요. 새누리 구청장이라... ㅠㅠ

책읽는나무 2016-09-23 09:20   좋아요 0 | URL
기억님!!
방법이 있어요
가족들 이름의 카드를 발급받으면 12권 빌릴 수 있어요^^
근데 많이 빌려와도 제때 다 읽어내기도 벅차더라구요ㅜㅜ

시이소오 2016-09-23 09:23   좋아요 1 | URL
아, 책 읽는 나무님말씀이 맞네요. 저도 가족 카드 만들어서 15권씩 빌렸거든요 ^^

책읽는나무 2016-09-23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도서관 가면 딱 저런 책탑을 쌓게 되는 기현상이^^
맨날 몇 권 못읽고 반납기한 되면 책 운반하기 바빠도 또 돌아올땐 한아름 안고 오는 발걸음이 즐거운 심뽀는 뭘까요?
암튼 즐독하시기 바랍니다^^

기억의집 2016-09-23 09:22   좋아요 0 | URL
그래서 울 아들한테 대출증 만들라고 학교 옆이 도서관인데 만들어 달라고 한 게 일년도 넘어요. ㅎㅎ 이젠 포기했어요. ㅠㅠ

시이소오 2016-09-23 09:24   좋아요 0 | URL
다 읽었을땐 뿌듯 하기도 합니다. 책읽는 나무님도 즐독하세요 ^^

책읽는나무 2016-09-23 09:37   좋아요 0 | URL
기억님!!
등본이나 의료보험증 같은걸 들고 가면 본인 아니어도 만들어 주지 않나요?
요즘 바뀌었군요?

기억의집 2016-09-23 09:39   좋아요 0 | URL
아마 취학전이나 초등학생은 가능하지 않을까요? 울 애는 이제 다 커서.....

양철나무꾼 2016-09-23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서관도 야간 대출 해줬으면...켁~!
야간 대출은 고사하고 저희집에 쌓아놓은 책탑이나 열심히 줄여야 겠습니다~ㅅ!

시이소오 2016-09-23 15:10   좋아요 0 | URL
ㅎㅎ 10시까지는 대출해주니 야간대출 해주네요.^^

양철나무꾼 2016-09-23 15:18   좋아요 0 | URL
허어~ㄱ~!
좋은 동네 사시네요.
10시까지 야간대출이라니, 이젠 읽지도 않고 무조건 사들이고 보는 욕심을 좀 줄일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시이소오 2016-09-23 15:21   좋아요 0 | URL
책탑을 얼마나 쌓아놓으셨을지 궁금하네요 ^^

붉은돼지 2016-09-23 11: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읽은 책 0권, 가지고 있는 책 1권...ㅜㅜ

시이소오 2016-09-23 15:12   좋아요 1 | URL
ㅎㅎ 저는 가지고 있는 책 0권 이네요 ^^;
 
나는 왜 똑같은 생각만 할까 - 문제의 함정에 빠진 사람들을 위한 창의력 처방
데이비드 니븐 지음, 전미영 옮김 / 부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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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먹고 살기 위해선 업이 업인지라 창의적인 사람이 돼야 한다. 그런데 왜 맨날 똑같은 생각만 하는 걸까? 이 책 제목은 마치 나를 위해 쓴 제목 같다. 이 책을 읽고 나서 곧바로 창의적인 사람이 된 건 아니지만 적어도 왜 내가 맨날 똑같은 생각만 하는지 이유를 알 것 같기도.

 

곤충학자 앙투안 마냥에 따르면 호박벌이 날아다니는 것은 물리법칙에 어긋난다고 한다. 개미 역시 자신의 몸무게의 백 배에 달하는 무게를 들 수 있다고 하는데, 이것 역시도 물리법칙에 어긋나지 않나. 우리가 호박벌을 붙잡고 너는 날 수 없어”, 혹은 개미를 붙잡고 너는 이런 걸 들 수 없어라고 아무리 훈계를 늘어논다한들 호박벌은 유유히 날 것이고 개미 역시 자신보다 무거운 짐을 여전히 지고 다닐 것이다.

 

저자인 데이비드 니븐은 문제를 내버려두라고 충고한다.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라는 말을 들으면 왜 우리는 코끼리 생각만 할까. 즉 문제가 문제인걸까?

 

문제를 우선시할 때 실패할 확률은 17배나 높아진다고 한다. 요즘 매일 생계에 대한 걱정뿐인데 문제를 밀쳐두고 그럼 뭘 해야 하나?

 

지루한 영화를 보라?

 

노벨상 수상자인 프랑수아 자코브는 지루한 영화를 보고 있다가 실마리를 얻었다고 한다.

오랜만에 타르코프스키 영화를 봐야 할까? 나에게 타르코프스키는 지루하지 않은데.....

(이웃님들. 자신이 본 가장 지루한 영화를 추천해 주세요 )

 

두려워하지 마라

 

두려움이 아니라 약간의 즐거움을 느낄 때 더 명료하게 생각할 수 있다고 한다. 단순한 처방은 초콜릿을 먹어라. 초콜릿을 먹는 것만으로도 창의력이 향상된다고.

 

문제에서 힘을 구하지 않으려면 작은 쪽을 취하라? 코미디 작가 앨 프랑켄은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 작가 제안을 받았다. 그러나, 페이가 다른 작가들의 절반에 불과했다. 모욕적인 제안이었다. 그러나 프랑켄은 그 쇼가 자신의 경력에서 전환점이 될 것이라 믿고 그 조건을 수락했다. .....착취를 당해야 할까? 딱히 내 경력에 전환점이 될 것 같지 않아도?

 

추상화를 감상하라.

 

저자에 따르면 우리는 불확실함과 애매모호함을 견디지 못한다고 한다. 불확실함은 무력감을 느끼게 하기 때문에. 고로 추상화를 보면 불확실성을 더 쉽게 감내하게 된다고.

 

노력하지 마라?

 

사실 해마다 나는 시나리오를 써 왔다. 쓰면 쓸수록 시나리오 쓰는 게 더 쉬워질 것이라 예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올해에만 세 번의 실패. 도대체 여태 어떻게 써왔는지 신기할 정도다. 리뷰 역시 마찬가지다. 2년 동안 500편 이상의 리뷰를 써왔음에도 글쓰기는 전혀 쉬워지지 않는다. 왜 그런 걸까? 글쓰기 코치 샤론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무슨 일이든 더 열심히 하면 자연히 익숙해진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좋은 글을 쓰려고 애를 쓸수록 글쓰기가 더 낯설게 느껴집니다. 글쓰기 규칙과 기준들을 죄다 익혔기 때문에 자기가 쓰는 단어들이 하나같이 기준에 어긋나는 것처럼 생각되거든요.”

 

기준이 너무 높아져서 일까?

 

흔들어라?

 

다르게 보고 싶다면 저자는 문자 그대로 몸을 흔들라고 조언한다. 실험에 따르면 몸을 유연하게 움직인 그룹이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창의력이 24퍼센트 더 높아졌다. 자주 몸을 흔들어야 겠다. 그렇다면 물구나무를 서도 창의력이 높아질까?

 

초안을 버려라?

 

토머스 워드의 실험에 따르면 최초의 충동이 작동되지 않을 때 우리의 창의력은 배로 높아진다고 한다.

 

다른 누군가가 되어 판을 보라?

 

포커 챔피언 셀브스트는 상대의 의중을 읽을 땐 반 박자 쉬는 것으로 반사적인 반응을 극복하려고 훈련했다고 한다. 즉 셀브스트는 의자에서 몸을 일으켜 상대방의 자리에 앉아 판을 바라보는 모습을 상상했다. 자기 패에서 눈을 돌리는 것. 그것이 평범한 선수와 비범한 선수의 차이를 낳았다. 바둑에서도 자신의 바둑알을 만지작거리지 않는 것만으로도 실력이 2단계 상승한다고 한다.

 

좁은 방에서 나와라?

 

천장이 높은 공간에 있을 때 창의력이 높아진다고 했다. 갇혀 있으면 아이디어도 갇힌다.

툭 트인 곳으로 나가자.

 

거꾸로 뒤집어라?

 

창의적인 사람들은 반의어에 25% 더 집중한다고 한다. 즉 문제를 거꾸로 뒤집을 때 정신의 수문은 열릴 수 있다고.

 

저자는 책에서 자신의 논리를 뒷받침할 여러 사례를 제시하는데 그 중에 가장 인상적인 건 동일본 여객철도 사례다. 동일본여객철도사는 산을 에두르지 않고 통과하기 위해 터널을 뚫었다. 그런데 물이 샜다. 방수 처리를 했음에도 여전히 물이 새어 들어왔다. 철도회사는 배수관, 송수관을 놓는 계획을 세웠다. 어느날 한 정비공이 목이 말라 이 물을 마셨다. 그런데 어라, 이 물이 자신이 마셔 본 그 어떤 물보다 맛있었다나. 이 정비공의 제안대로 철도회사는 이 물을 팔았다. 이 물이 오시미즈 워터라고. 오시미즈 워터는 연 매출 850억원을 기록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저자에 따르면 이미 답은 자신 안에 있다고 하는데 과연 그럴까?

차분히 앉아 명상을 해볼까?

 

지금 귀를 귀울여라

당신은 답을 가지고 있다. 해결책은 당신 내면에 있다.

그 소리를 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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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6-09-23 08: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12시간짜리 영화도 밥도 굶어가며 하루종일 보기도 하는 사람인데, 1시간 10분짜리 데릭 저먼 <블루>는 정말 지루했어요. 너무 짧아서 잠들기도 애매했고요ㅎ; 시각을 잃고 영화를 제대로 찍을 수 없는 자신의 상태를 그대로 반영해서 화면을 블루 처리하고 나레이션만으로 진행하죠. 공감도 잘 안되고 익숙하지 않은 방식에 지루했던 거겠죠. 내용은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데, 그 이미지와 나레이션의 절절함은 이 영화를 잊을 수 없게 했습니다. 스토리가 지루하면 저는 다른 걸 많이 보는 편입니다. 대사, 배경, 소품, 소리 등등. 평론가들은 극찬하지만 대중들에겐 브레송 영화도 지루하다는 악평을 듣죠. 브레송 영화도 스토리 보다 다른 게 더 독특하죠. 무엇을 볼 것인지 정하지 않고 자유롭게 본다면 볼 건 무궁무진하죠. 이건 창작 정신과도 상통하고요. ˝갇혀 있으면 아이디어도 갇힌다˝라는 표현은 공간만의 문제가 아닌 거죠.

시이소오 2016-09-23 08:45   좋아요 0 | URL
브레송 영화 저는 너무 좋아해요. 브레송 영화는 다 보고 말았네요. 데릭 저먼 영활 봐야겠습니다 ^^

컨디션 2016-09-23 0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도 알고보면 일종의 자기계발서인가 봅니다? 접근방식이 좀 다르다는 점 외에는 이렇다할 구실(?)을 하기 힘들어 보이기도 하구요..
참, 지루한 영화 뭐가 있을까나 생각해봤는데 밑천이 워낙 없어놔서 그런가, 생각나는 게 없네요 ㅎㅎ

시이소오 2016-09-23 08:54   좋아요 0 | URL
컨디션님, 대체적으로 재밌는 영화만 보신듯. 혹 나중에라도 떠오르신 영화 있으면 소개해주세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6-09-23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루한 영화 자신있게 권합니다. 앤디 워홀의 << 앰파이어빌딩 >> 추천합니다. 8시간짜리 영화인데 말 그대로 카메라가 고정된 채 빌딩만 8시간을 비춥니다. 강추 !

시이소오 2016-09-23 09:20   좋아요 0 | URL
ㅋ ㅋ ㅋ ㅋ ㅋ ㅋ ㅋ 저도 그거 얘기만 들었지만 보고 싶진 않네요. 적어도 무언가가 움직이긴해야 ㅋ

또한 저는 워홀이 싫어요 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6-09-23 09:34   좋아요 0 | URL
30분 정도 보다보면 워홀 욕하게 되죠.. 저 새끼 미친 새끼 아냐... 이런... 반응이 대부분입니다..ㅋㅋㅋ

시이소오 2016-09-23 15:14   좋아요 0 | URL
ㅋㅋ ㅋ ㅋ 워홀 미쳤죠 ㅋ

yureka01 2016-09-23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관념이 고정될수록 변화가 비례적으로 어려운 이유겠죠.
편견이 자유를 구속시킬수록 ㄷㄷㄷㄷ^^.

시이소오 2016-09-23 15:15   좋아요 0 | URL
맞는 말씀입니다.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움직여야 겠어요 ^^

CREBBP 2016-09-23 13: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나리오 작가셨군요. 어쩐지 포스가 남다르다고 생각했다는.. 멋진 직업이에요 부럽부럽
제가 본 가장 지루한 영화 스틸라이프였어요(중국, 2006) ㅋ, 보다가 10번 정도 잠들어서 겨우겨우 끝까지 봤다는. 그래도 영화는 좋았어요~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모티브로 영화화했다는 그거 (제목 까묵)도 매우 지루.. 그렇다고 해서 지루한 영화가 형편없다는 말은 아니라는..

시이소오 2016-09-23 15:17   좋아요 0 | URL
오, 지아장케 영화 지루하죠. 설리를 위하여 봐야겠어요 ^^

에이바 2016-09-23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루했던 영화는 단연 쇼아...? 3시간까지는 버티고 봤는데 그 뒤로 실패했고요. 가장 최근에 극장에서 보다 존 영화는 탕웨이 나오던 황금시대였어요. 중후반부에 좀 졸았어요. 드니 빌뇌브 영화 보다가도 좀 졸았고 이건 육체적으로 피곤한 상태에서 정신적 충격이 와서 더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요.

시이소오 2016-09-23 15:17   좋아요 0 | URL
쇼아와 황금 시대 보고 싶네요 ^^

stella.K 2016-09-23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글이라는 게 매번 알고 쓰는 것 같지가 않아요.
그렇게 글쓰기에 관한 책을 많이 읽어도 그냥 꼴리는대로 쓰던가,
쓰면 글이 되던가 매번 그런 식이죠.
그러니까 이 작법에 관한 책이 필요한 건가? 그럴 때가 많아요.ㅋ

글쎄, 지루한 영화 저도 안 본건 아닌데 갑자기 물으면 아무 생각이 않나요.
예전에 <녹색광선> 재미없다고 들었는데. 전 본적이 없어놔서리...

시이소오 2016-09-23 15:19   좋아요 0 | URL
에릭 로메르 영화도 한 지루함하죠. 볼 영화가 많아져서 좋네요 ㅋ^^

cyrus 2016-09-23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존나 열심히 쓴 글의 내용이 누군가가 먼저 생각해서 표현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맥 빠집니다. 그래서 어떤 책의 리뷰를 쓰기 전에 다른 사람의 리뷰를 봅니다. 이미 작성된 리뷰 내용과 겹치지 않도록 쓰려고 합니다. 이래서 글쓰기는 어려워요. ^^

시이소오 2016-09-23 16:16   좋아요 0 | URL
내용이 겹칠수도 있지 않나요?
사이러스님의 리뷰는 서평이라서 그럴수도 있겠네요. 저는 아직 독후감이라 ㅎㅎ

cyrus 2016-09-23 16:18   좋아요 0 | URL
서평이나 독후감이나 둘 다 비슷한 장르죠. ㅎㅎㅎ

시이소오 2016-09-23 16:24   좋아요 0 | URL
저도 한 십년후에는 서평을 쓰려구요 ㅎㅎ
 

 

저런, 일어나보니 10시였다. 아구야, 스타라이트 조식과 하나비 조식이 날라갔구나. 좀 깨우지. 아버지 모시고 조식 11시까지 하는 <락앤롤>로 갔다. 삼부자 다 생선 셋트 시키다. 늦은 아침 먹고 다시 수영장. 점심 마감 시간인 두 시를 10분 앞두고 하나비로 몰려갔으나, 카운터 직원은 수건을 몸에 안 둘렀다며 수건 가져오란다. (, 밥을 먹지 말란 거지?) 착한 동생은 묻고 따지지도 않고 수건 가지러 가고, 그 사이에 착한 남자 직원이 오더니 들여 보내줬다. 곧 정리 할거니 음식을 미리 가져다 놓으라고 해서, 10분 동안 음식만 실어 나르고, 곧 문 닫는다고 빨리 먹으라고 해서 폭풍 흡입. , 언제쯤 인간답게 밥을 먹을 수 있을까.

 

어쨌든 음식들을 목구멍에 꾸역꾸역 쳐 넣고, 또 다시 수영장에서 물놀이. 오늘은 동생이 아이들과 놀아주길래 나는 수영장 썬베드에 드러누워 괌 맥주를 마시며 마스모토 세이초의 <모래그릇>을 집어 들었다. 얼마 읽지도 못해 온 가족이 우루루 바다 쪽으로 나갔다. 가족 끼리 카누를 타고 난 이후 삼부자 끼리 카누를 타려 했다. 불과 노를 두 번 저었을까. 카누가 전복되고 말았다. 모래 사장 코 앞에서 삼부자 모두 바다에 빠졌다. (어떻게 그럴 수 있지?)

 

형은 밖에서 미는 게 어떨까?”

 

그래서 동생과 아버지만 카누를 타고

나는 카누를 밀었다.

 

이후 아들과 수영장에 설치된 네모 발판를 딛고 달리는 수중 달리기를 했다. 첫 날 세발 짝 가서 넘어졌다.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이틀째니 좀 나아지겠지. 웬걸. 또 세발 짝 가서 물에 풍덩. 수십 번 했건만 최고 기록은 일곱 칸. 이게 뭐라고 잘하고 싶은데 왜 몸이 안 따라주는 걸까. 이틀 동안 관찰해봤지만 나보다 못하는 사람은 결국 단 한 사람도 발견하지 못했다. , 이 저주받은 몸뚱아리여!

 

오늘 저녁은 퍼시픽 판타지 디너 쇼. 입구를 못 찾아 로비까지 가서 다시 되돌아 나왔다. 조금 늦게 간 탓인지 식사가 놓여 있는 곳과 가장 먼 좌석으로 안내 받았다. 음식을 가지러 갔더니, 허걱. 아니 뭘 먹으라는 거지? 먹을 건 없고, 그나마 있는 음식도 맛은 없고, 캄캄해서 눈에 뵈는 건 없고, 무슨 음악을 틀어놨는지 정신 사나울 정도로 시끄럽고......드디어 공연 시작......여성 무희들의 허리 놀림이 감탄스럽긴 하였으나......음식은 아예 싹 다 치워버려 온 가족이 배를 쫄쫄 굶고, 아들 놈은 아예 식탁에 엎어져 자기까지.

 

아버지는 화가 나셨는지 그냥 가버리시고, 결국 동생에게 키를 받는 사이에 아버지를 잊어버려 사방으로 찾아 다니고......

 

늦게 일어난 탓에 잠이 안 올 듯 하여 등산복을 입고 워킹에 나섰다. 정말 캄캄하구나. 전 세계에서 한밤에도 가장 환한 나라는 한국이 아닐까? 밤에도 밝은 게 좋긴 하지만 석유 한 방울 안 나는 나라에서 그래도 되는 건지?

 

어두컴컴한 도로 옆 길을 걷다가 공원이 보여 들어갔다. 듬성듬성 주차된 차들이 보였다. 한 자동차 트렁크 쪽에 웬 현지인 남성 둘이 보인다. 둘 중 한 명이 손짓으로 나를 부르며 오라고 한다. 그제서야 이 공원이 어떤 공원인지 감을 잡았다.

 

, 게이들의 공원이구나

 

미국 소설이나 최근에 읽었던 올리버 색스의 자서전 <온 더 무브>에서 읽었던.....

두말할 것도 없이 도망쳐 나왔다.

 

너희들에게 몸을 주기 위해 괌에 온 게 아니라구!’

 

 

주변에 걸을 만한 곳이 없어 pic를 두 바퀴 돌았더니 그제야 땀이 났다. 돌고 보니 정말 코딱지만 하다. 이렇게 코딱지만 하게 지워놓고 잘도 하루에 수십만 달러를 긁어 모으는구나!

 

샤워 후에도 잠이 안 와 로비로 나와 쿤데라의 <농담>을 읽었다. <농담>은 쿤데라의 데뷔작이라고 한다. 그러고보면 쿤데라는 가벼움에서 무거움으로 넘어간 것일까. <농담>에서 쿤데라는 가벼운 농담조차 허용치 않는 사회주의의 진지함(무거움)에 대해 비판적이었다. 그런 그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선 가벼움보다는 차라리 무거움이 낫다고 말하는 것은 아닐는지.

 

루드빅의 농담을 포용하지 못하는 사회도 무겁고 루드빅이 사랑에 빠진 루치에는 얼마나 무거운가. 목숨을 걸고 탈영한 루드빅 앞에서 루치에는 끝까지 정조를 포기하려 하지 않는다.

(이 글을 쓰고 나서 <농담>을 완독했다. 나는 루치에를 오해했다.) 읽다보니 기시감을 느끼는 문장들을 만난다. 이 문장을 어디서 보았더라.

 

그렇다. 그토록 나를 매혹시켰던 것은 루치에의 그 특이한 느림때문이었다. 서둘러 돌진할 만한 가치가 있는 목표란 없다고, 무언가를 향해 초조하게 손을 내미는 것은 아무 소용 없는 일이라고, 그렇게 체념한 마음을 발산하는 그 느림 때문이었을 거다. 그랬다. 그 아가씨가 매표소로 가서 동전을 꺼내고 표를 사고 관람실을 한 번 보고는 다시 마당으로 나오는 동안 계속 나로 하여금 그녀로부터 눈을 떼지 못하게 했던 것은 아마도 정말로 그 우수에 가득 찬 느림 때문이었을 거다.


(중략) 첫눈에 반한다는 말들을 한다. 나는 사랑이 자기 자신의 전설을 만들어내거나 그 시작을 나중에 신비화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러니 지금 그것이 그렇게 돌연히 불붙은 사랑이었다고 말하지는 않겠다. 그러나 분명 어떤 예시 같은 것이 있었다. 루치에의 본질, 나는 그것을 한순간에 깨달았다고 느꼈고 보았던 것이다. 마치 누가 밝혀진 진리를 가져와 보여주듯이, 루치에가 가져와 드러내 보인 것은 바로 그녀 자신이었다. (P98)

 

정혜윤 PD<침대와 책>에서 발췌한 문장이었다. 책을 읽으며 나 역시 루드빅처럼 나의 운명을 다시금 움직이게 만들고 싶었다.

 

이제부터 내게 운명지어진 사랑의 지평이 어떤 것인지 그 모습을 정확하게 그려주고 있었다. 그것은 나의 자유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이렇게 결정되었다는 사실, 나의 한계들, 내가 받은 선고를 나타내주는 것이었다. 그러자 두려움이 엄습해 왔다. 이 처참한 미래의 모습, 이 운명이 두려웠다. 내 영혼이 두려움으로 웅크리며 뒷걸음질치는 것이 느껴졌고, 내 영혼이 사방으로 포위당한 채 어느 곳으로도 도망칠 수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 나는 공포에 떨었다. (94)

 

사랑 때문은 아니지만 이 문장을 읽으면서

나 또한..... 공포에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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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16-09-21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저께 노려보았던 책이네요 ㅎㅎㅎ
저는 카누 탔었는데 ㅎㅎ
암튼 잼있게 지내다 오세요~

시이소오 2016-09-21 13:14   좋아요 0 | URL
저 지내다 왔어요 ㅋ ^^

초딩 2016-09-21 13:49   좋아요 0 | URL
아 아 아
환영합니다 귀국을 ㅎㅎㅎㅎㅎ

시이소오 2016-09-21 13:51   좋아요 0 | URL
귀국을 환영해 주시다뉘. 감사합니다 초딩님 ^^

다락방 2016-09-21 13: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농담]은 제가 정말 사랑하는 소설입니다. 특히나 결말은 압권이지요.

!!!!!!!!!!!!!!!!!!!!!!!!!!!!!!!

이렇게 만들잖아요... ㅠㅠ

시이소오 2016-09-21 13:41   좋아요 0 | URL
ㅋ ㅋ ㅋ ㅋ ㅋ ㅋ ㅋ
동감입니다. 이런 결말을 쿤데라는 보후밀 흐라발로부터 배웠다는데 손가락 하나 걸겠습니다.

(너무시끄러운 고독) 강추합니다^^

다락방 2016-09-21 13:47   좋아요 0 | URL
아니, 이 분이!!

저는 올해안에 더이상 책을 한 권도 사지 않기로 결심한 사람이란 말입니다!! 버럭!!

시이소오 2016-09-21 13:49   좋아요 1 | URL
ㅋ ㅋ ㅋ ㅋ ㅋ ㅋ ㅋ
빌려 읽으시면 돼용 ㅋ

시이소오 2016-09-21 14:00   좋아요 0 | URL
저는 전완근 단련을
ㆍ ㆍ쿨럭

다락방 2016-09-21 14:07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Dora 2016-09-21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조식...

시이소오 2016-09-21 16:51   좋아요 0 | URL
조식 놓ㅊㅕ 억울하네요 ㅋ

cyrus 2016-09-21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낯선 곳, 특히 어두컴컴할 때 혼자 있으면 무섭겠어요. ^^;;

시이소오 2016-09-21 17:49   좋아요 0 | URL
저는 뭐 가진게 없어서인지 무섭지 않은데 버지니아 울프의 말처럼 여성들이 밤에 맘껏 돌아다닐수 있는 사회가 되면 좋겠네요 ^^^

2016-09-22 01: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물놀이장에서 마스모토 세이초라니. 괜히 저주받은 몸이 아닌 것이었다 이해하고 맙니다 하핫 근데.. 제 pic의 기억과는 너무 다른 일정에 시스템이어서 이젠 pic이 무서워졌어요 ㅋ

시이소오 2016-09-22 01:23   좋아요 0 | URL
저희는 너무 짜여진 일정없이 놀아서요. 무서워하실것 까지야
ㅎ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