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크푸르트학파의 명맥을 잇고 있는 철학자 악셀 호네트의 대표작 <인정투쟁>(사월의책, 2011)이 출간됐다. 예전에 <인정투쟁>(동녘, 1996)이라고 나왔던 책인데 15년만에 정식으로 판권계약을 맺고 다시 나온 것이다. 부제는 '사회적 갈등의 도덕적 형식론'. 특히 한국사회의 여러 갈등양상을 해명하는 데 유익한 시사점을 제공해주기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물론 기억에 매우 딱딱한 책이었다). 발빠른 소개기사가 올라왔기에 스크랩해놓는다. 호네트의 책은 더 소개되는 듯하다...     

서울신문(11. 08. 24) 권력 아닌 무시 때문에 사회적 갈등 표출

사회적 갈등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권력 투쟁’이다. 이는 갈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주지만 갈등 자체를 회의적으로 만들기도 한다. 정치 혐오증으로 귀결될 수 있는 것이다. 또 하나의 시각은 ‘계급 투쟁’이다. 경제적으로 소외된 이들의 반발에 초점을 맞추는 시각이다. 이는 분배적 정의를 실현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환원적 속성 때문에 다양한 갈등을 모두 돈 문제로 치환시킬 우려가 크다. 그래서 나온 게 ‘인정(recognition) 투쟁’이다.

예컨대 노사 갈등은 총파업으로 월급 인상을 얻어내는 것만큼이나, 노동자로서의 가치를 인정받고 존중받는 것이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사회적 갈등이란 인정을 유보한 채 무시하고 냉대하고 모욕을 주는 데서 출발한다. 무시는 분노를, 분노는 투쟁을 불러온다. 정치, 경제, 문화 등 각 분야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갈등을 하나의 키워드로 포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론적 매력이 크다는 평이 나온다. 



테오도어 아도르노·막스 호르크하이머, 위르겐 하버마스에 이어 3세대 비판이론가로 꼽히는 악셀 호네트(독일 프랑크푸르트대 교수)의 저서 ‘인정 투쟁-사회적 갈등의 도덕적 형식론’(사월의책 펴냄)이 담고 있는 내용이다. 독일 철학자 헤겔에게서 빌려온 인정 투쟁은 정치적 대표성(representation)이나 경제적 재분배(redistribution)가 아니라 개인의 정체성이 문제의 핵심이요, 그 개인의 정체성은 타인의 인정에 의해서 성립한다는 것이다.

2008년 이명박 정권을 뒤흔들었던 ‘촛불 시위’도 그 예다. 아무리 광우병 발병 확률이 몇백만분의1 운운하며 과학적 근거를 들이대도 시위의 근본은 ‘정부가 국민을 무시했다.’고 느꼈다는 데 있다. 영국 폭동 등 유럽 상황도 비슷하다.

관심은 이 인정 이론이 어디까지 뻗어나갈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호네트는 인정의 3가지 차원으로 ▲정서적인 측면에서의 ‘사랑’ ▲법적 제도적 차원에서의 ‘권리’ ▲사회 공동체 차원에서의 ‘연대’를 제시한다. 이는 호네트의 또 다른 책 ‘분배인가, 인정인가?’(국내 미출간)에 좀 더 자세히 소개돼 있다. 낸시 프레이저 미국 뉴스쿨 사회과학대학원 교수와의 논쟁을 담은 이 책에서 프레이저는 인정 이론이 불평등한 분배구조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는 비판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호네트는 불평등한 분배구조 밑에도 사회적 인정구조의 왜곡이 깔려 있다고 반박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경제적 불평등이 인간에 대한 어떤 무시에서 기인하는가를 밝혀낸다면, 분배정의를 또 하나의 도덕 원칙으로 확립시킬 수 있으리라고 주장한다. 국내에 번역 소개될 예정인 호네트의 신간 ‘자유의 권리-민주적 인륜성에 대한 소고’가 주목되는 이유다.

호네트의 제자이자 ‘인정 투쟁’ 번역자인 문성훈 서울여대 현대철학담당 교수는 “한국 사회는 단순하게 경제적 이익이나 정치적 권력을 둘러싼 갈등으로 치부하기 어려운 독특한 갈등 구조를 갖고 있는데 그게 바로 사회적 무시”라면서 “그렇기에 호네트의 인정 투쟁 이론은 한국 사회를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데 가장 적합한 틀”이라고 지적했다.

돈 없다고, 못 배웠다고, 못생겼다고, 장애자라고, 동성애자라고, 외국인 노동자라고, 여자라고 무시당하는 상황이 정치경제적 투쟁만으로 해소될 리 만무하다는 것이다. 결국 해결책은 이들의 인정 투쟁을 수용하는 것으로 결론날 수밖에 없다.

문 교수는 “호네트의 인정 이론에서 중요한 점은 사회적 인정이란 단지 상징적 차원에서 인정을 뜻하는 게 아니라 권리나 제도, 사회적 연대 등을 통해 구체화되어야 한다는 점”이라면서 “오늘날 진보적 사회운동의 규범적 목표를 새롭게 정립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교수는 프랑크푸르트대학에서 호네트의 지도로 박사학위를 받았다.(조태성기자) 

11. 08. 25.  

P.S. 호네트의 정치철학 내지 사회철학에 대한 해설은 <현대정치철학의 모험>(난장, 2010)과 <프랑크푸르트학파의 테제들>(옹기장이, 2010)에 실린 글을 참조할 수 있다. <당신은 어떤 세계에 살고 있는가?>(한울, 2010)에도 그 질문에 대한 호네트의 대답이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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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날이 새면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실시되는 날이다. 나로선 서울시민이 아니기에 '딴 동네' 얘기이긴 하지만, 모두의 예상대로 오세훈 시장이 시장직에서 물러나는 뜻깊은 기회가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굳이 투표장에 가지 않고 무관심하게 대응하는 것만으로 그런 기회를 만들 수 있다니 주문해서도 얻기 어려운 기회가 아닌가 싶다. 민주주의의 힘을 보여줄 때다. 한편, 얼마전에 현대사 전공자들의 보수학술단체에서 교과서에 나오는 '민주주의'를 자유민주주의'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는데, 왜 그게 '꼼수'에 불과한지 정리해주는 기사가 있기에 스크랩해놓는다. 말은 '민주주의냐 자유민주주의냐'이지만 실상은 (김어준식 어법을 빌려 말하자면) '민주주의냐 꼼수 민주주의냐'이다. 국민들도 그동안 충분히 속을 만큼 속았다. 이젠 갚아줄 때도 됐다...  

한겨레(11. 08. 24) “한국의 자유민주주의는 변질된 개념유신헌법의 독재정권 정당화서 비롯”

‘민주주의’와 ‘자유민주주의’를 놓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지난주에는 <조선일보>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의 초청으로 방한했던 래리 다이아몬드 스탠퍼드대 교수의 말을 인용해 크게 보도했다. “자유민주주의는 더욱 질 높은, 심화된 민주주의”라는 그의 말을 끌어들여, 민주주의보다 자유민주주의를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결정적인 물음이 빠져 있다. 한국의 일부 세력이 주장해온 자유민주주의가 과연 다이아몬드 교수가 말한 자유민주주의와 같은 것이냐는 물음이다. 



박명림(사진) 연세대 교수는 계간지 <역사비평> 가을호에 실을 ‘박정희 시기의 헌법 정신과 내용의 해석’이란 논문에서 박정희 시대의 헌법 문제를 심층적으로 들여다보고, 한국 자유민주주의의 허구적인 성격을 파헤쳤다. 독재를 정당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한국의 자유민주주의는 과거에나 지금에나 민주주의 정신과 거꾸로 가고 있다고 비판한 것이다.

한국 자유민주주의는 박정희 시대와 따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1972년 영구집권을 위해 유신헌법을 만들 때, 이전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말이 헌법 전문에 처음으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그 이전인 1948년 건국헌법 때부터 1969년 3선헌법에 이르기까지 헌법 전문의 같은 부분에는 자유민주주의라는 규정과는 거리가 먼 ‘민주주의 제(諸)제도’란 말이 쓰였다.

박 교수는 특히 유신헌법 때 들어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말에 대해 “우리가 흔히 한국의 국가정체성으로 인식하고 추구해오던, 냉전시대 반공주의로 이해했던 좁은 의미의 자유민주주의(liberal-democracy)와 다르다”고 지적한다. 이를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내주는 것은 현행 헌법에 대한 법제처의 공식 영어번역이라고 한다. 법제처 공식 누리집을 보면, 전문과 제4조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the liberal-democratic basic order’가 아니라 ‘the free and democratic basic order’로 옮기고 있다.

이는 유신헌법이 참조했던 1949년 독일기본법의 ‘자유로운 민주적 기본질서’ (freiheitliche demokratische Grundordnung)라는 독일어 원문에 충실하게 옮긴 것이다. 이 조항은 파시즘과 전체주의, 공산주의 등으로부터 민주주의를 적극 방어하고자 만들어진 조항이다. 그런데 한국의 유신헌법은 이 조항을 따오면서 본래의 ‘자유롭고 민주적인 기본질서’를 ‘자유민주주의’라는 이름의 협소한 냉전시대 반공주의의 논리로만 적용했고, 실질적으로는 오히려 본뜻과 정반대로 자유민주주의를 억압하고 독재정권을 정당화하는 데 썼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박정희 정권은 ‘반공’을 위해서라며 유신헌법을 내세웠으나, 여기에서마저 자가당착적인 모습을 보인다”고 비판했다. 유신쿠데타를 앞둔 박정희 정권이 ‘헌정변개’를 사전에 국가보안법상 이적단체인 북한에 통고해주는 등의 모습을 보인 것이 단적인 사례라고 한다. 유신헌법과 함께 만들어진 한국의 자유민주주의는 반공도 뭣도 아닌, 오로지 독재정권을 정당화하려는 수단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오늘날 한국에서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강조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박 교수는 “과거에 권위주의를 뒷받침했던 자유민주주의가 오늘날에는 복지·형평·포용·균등 등을 반대하고 시장만능주의를 추종하는 논리로 쓰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또한 진정한 자유민주주의와 거리가 멀다고 한다. 서구 자유민주주의의 흐름을 보면, 시장만능주의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 사회경제적 요소들을 적극적으로 끌어안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로버트 달, 조지프 슘페터와 같은 주요 자유민주주의 이론가들의 행보에서도 이런 경향성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래리 다이아몬드도 지난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경제 민주화’”라고 말하기도 했다.

박 교수는 “유신헌법이 건국헌법과 건국정체성을 부인하고 만들어낸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헌법조항은 우리가 아직도 유신의 잔재를 극복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며 “이를 바로잡기 위해 헌법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규정을 애초 건국헌법의 정신에 맞게 ‘민주주의 제(諸)제도’나 ‘민주적’으로 복원·통일하거나, 독일기본법에 담겨 있는 본뜻대로 ‘자유롭고 민주적인 기본질서’로 확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건국헌법처럼 사회민주주의를 헌법정신으로 규정하고 지향할 수도 있다고 제안했다.(최원형 기자) 

11. 08.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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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11-08-24 08:56   좋아요 0 | URL
교육과정 개정 때마다 '역사' 분과는 난리가 나네요. 문장 꼬투리 잡아 좌편향 교과서라고 낙인 찍어버리더니 이젠 아예 집필기준을 고치려드니...

로쟈 2011-08-24 12:31   좋아요 0 | URL
일부라 하더라도 자칭 '역사학자'들이 나서서 설쳐대더군요...

Daniel 2011-08-24 16:24   좋아요 0 | URL
후마니타스 출판사에서 로버트 달 교수님의 (다른 출판사에서 기존에 번역되었던) 경제민주주의 서설을 재번역해 9월중순이면 볼 수 있답니다. 정치적 평등에 관하여도 읽다보면 시장경제의 위세를 정치적 불평등의 한 이유로 꼽으시더군요. 과연 미국은 저자의 기대(?)대로 정치적 평등으로 갈 수 있을까요? 티파티의 부상이라든지 이번 부채관련협상을 보면 그런 기대와는 더 멀어지는 것 아닐꺼 싶습니다.

로쟈 2011-08-25 11:28   좋아요 0 | URL
그렇게 가지 못하는 것도, 혹은 그러다 붕괴되는 것도 반면교사로 남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국사회도 마찬가지고요...

msjpolitics 2011-08-25 18:04   좋아요 0 | URL
"래리 다이아몬드"가 "학문"에 있어서는 일가를 이룬 학자라는 것임에는 분명하지만, 그의 의견을 무비판적으로 한국사회를 이해하는 도구로 사용하는 것은 굉장히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는데요...물론....그 신문사가 그런 것들까지 고려했을지는 만무하지만요...로버트 달이나 립셋이 상정하고 있는 민주주의와 래리 다이아몬드가 생각하는 민주주의 간에는 다르다는 생각이 요즘 많이 듭니다...
p.s.달의 "on democracy"도 번역되어있군요:) 나와 있다보니, 돌아가는 상황들에 둔감해지는 것들이 이런데서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로쟈 2011-08-25 22:59   좋아요 0 | URL
달의 책은 민주주의 이론가들 가운데서 가장 많이 소개된 듯해요...
 
"논어는 성경이 아니다"

리링의 <집 잃은 개>를 둘러싼 논쟁 소개기사에 이어서 국내 논어 번역사를 일별해준 기사도 옮겨놓는다. 논어 읽기에 참고할 만하다.  

 

교수신문(11. 08. 16) 국내 논어 번역 어떻게 전개됐나 

근대적 의미에서 우리나라 논어 번역의 시작은 1908년 최남선이 창간한 잡지 <소년>의 제9호 (1909년 8월)부 터 제12호(1909년 11월)까지 실린 「소년논어」에서 찾을 수 있다. <소년>이 일제에 의해 강제 폐간되면서 「소년논어」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소년논어」는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적 논어 번역’이란 자리에 손색이 없음은 물론이고, 시간을 뛰어넘어‘번역의 전범’이라 평가받아 마땅하다.  

「소년논어」의 탁월성은 일제강점기에 번역된 두 종류의 번역서와 비교할 때 더욱 두드러진다. 1922년에 유교경전강구소에서 간행한『諺譯걩語』와 1932년 이범규가 간행한『言解四書』는 여전히 전통적 방식을 답습하는 데 그쳤지만 그보다 훨씬 앞서 최남선은「소년논어」를 통해 전통을 근대로 번역하는 가치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일제강점기의 번역이 한자어를 중심으로 우리말토를 붙이거나, 한문을 단순히 한글로 바꿔 놓았을 뿐 우리말을 적극적으로 쓰지 않았던 것에 비해, 광복이후 1960년까지의 논어 번역은 전면적으로 우리말을 중심으로 번역문을 싣고 있다는 점에서 확연하게 다르다. 따라서 이들 번역서는 논어의 내용을 당시의 언어생활의 변화추세에 맞춰 새롭게 번역했다고 할 수 있다. 곧 유가철학원전의 대표격인 논어를 번역대상으로 삼았기에 내용상으로는 전통적인 것을 계승했다고 할 수 있지만, 전통적 표현방식과의 결별을 선언했다는 점에서는 논어에 대한 인식의 수준이 한층 높아졌다. 



계승한 것과 결별한 것
50년대의 대표적인 번역서로 1956년 통문관에서 간행한 이가원역『논어신역』을 들 수 있다. 이 책에서는 논어의 첫 번째 문장에 나오는 ‘學而時習’을‘배운 글을 복습한다’고 번역하고 있으며, ‘有朋自遠方걐’또한‘함께 연구하는 벗’으로 번역하고 있다.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익힌다는 것인지 불분명한 이전의 번역에 비해 ‘글을 익히는 것’을 학문의 구체적 대상으로 분명히 하고 있다는 점에서 진일보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학자의 본분을 글을 배우는 데 국한하고 있으니 이는 원문이 지닌 실천적 의미를 놓친 셈이다. 또‘벗이 찾아와 나와 함께 연구한다’는 번역문을 봐도 실천적 행위보다는 강단학자의 연구하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그리고 있으니 아무래도 아쉽다.

60년대의 논어 번역서로는 1969년도에 을유문화사에서 간행한 차주환역 『논어』를 주목할 만하다. 이 책은 비슷한 시기의 번역서들이 ‘성경의 존엄성’을 말하거나 ‘총명한 성인의 가르침’운운한 것과 비교할 때 비교적 객관적인 시각에서 논어의 성격을 규정하고 있다. 또 기존의 논어가 모두 원문을 번역문의 앞뒤에 병기하고 있는 데 비해 이 책은 원문을 책의 말미에 따로 엮어두었다. 번역문만으로 논어를 읽게 하겠다는 의도가 분명히 보인다. 또 논어 첫문장의‘不亦說乎’와‘不亦樂乎’를 풀이하면서‘說’은‘마음 속으로부터 우러나는 희열’이고, ‘樂’은 ‘사람들과 학문성취에 뜻을 두고 같이 공부하는 즐거움’이라고 풀이해 ‘열’과 ‘낙’의 차이점을 분명히 의식하고 번역에 반영한 점이나, ‘불역군자호(불역)’를 “군자답지 아니하냐”라고 번역한 점 등은 이전 번역에 비해 정확도가 높아졌음을 보여준다.

70년대에는 이전의 그 어느 시기보다 많은 양의 논어 번역서가 간행됐지만 그 중 주목할 만한 책으로는 단연 이을호역 『한글논어』를 들 수 있다. 1974년 박영사에서 문고판으로 간행된 이 책은 기존의 번역서는 물론이고 당시의 일반적인 번역의 수준을 단번에 뛰어넘는 뛰어난 성과물이다. 이 책은 원문의 함의를 충분히 전달하면서도 원문에 얽매이지 않고 과감하게 우리의 일상 언어로 바꿔 번역했으며, 자연스러운 대화체를 사용함으로써 마치 공자의 육성을 직접 듣는 것처럼 생동감 있게 번역했다. 또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고 명료하게 번역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원문과의 대칭적 구조까지 살린 탁월한 번역이다. 게다가 삶의 문법이 분명히 보이는 번역으로 권위의 굴레를 벗고 일상 속으로 다가오는 공자를 보여주고 있다. 

80년대에는 70년대보다 오히려 적은 양의 논어 번역서가 출판됐지만 내용면에서는 번역의 정확성이 향상됐기 때문에 질적으로는 어느 시기보다 풍성하게 결실을 맺은 때이기도 하다. 이 중 거론할 만한 번역으로는 1984년에 간행된 안병주외역『논어』, 1989년에 간행된 김학주역 『논어』와 김종무저『논어신해』, 1990년에 간행된 성백효역 『논어집주』가 있다. 이 중 안병주외역 『논어』는 유학, 한국철학, 동양철학 전공자 8명이 참여해 번역한 공역으로 번역의 정밀도 부분에서 기존 논어의 문제점을 상당히 해소한 역작이라 할 만하다. 또 중국문학전공자의 번역인 김학주역『논어』도 전공자의 장점이 돋보이는 정밀한 번역과 상세한 주석 등 여러 가지 장점을 겸비한 책이다. 아울러 1989년에 간행된 김종무역『논어신해』또한 거론할 만한 논어번역서이다. 이 책은 실질적인 ‘역자’인 김종무를 ‘저자’로 표기하고 있을 정도로 새로운 해석을 많이 제시하고 있다. 기존의 번역은 대체로 역자가 주희의 주석이나 정현의 주석을 임의로 선택하여 번역하고 있는데, 이 책은 기존의 주석을 대체로 비판하면서 번역자 자신의 견해를 중심으로 전혀 새로운 내용의 논어를 구성하고 있다.   

이처럼 80년대에는 새롭고 참신한 번역서가 많이 간행됐지만 그 중에서 학계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번역을 들라면 1990년에 간행된 성백효역 『논어집주』를 들겠다. 성백효역 『논어집주』는 지금까지 전공자들에게 가장 많이 읽히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한문을 학습하는 교재로 꾸준히 읽히고 있다. 『현토완역 논어집주』라는 제목의 이 책은 그 당시 비중이 점점 줄어들고 있던 주희의『논어집주』를 완역한 번역서다. 무엇보다도, 당시까지 본문 번역과 주석 내용이 정확하게 일치하는 거의 유일한 번역이기 때문에 학술적 가치 또한 높다. 또 이 책은 이후 유사한 아류번역서들이 나올 정도로 학습에 편리하게 구성돼 있을 뿐만 아니라 한 글자 한 글자를 놓치지 않고 철저하게 축자역을 하고 있어서 한문을 정확하게 익히려는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아울러 새로운 해석과 새로운 주석이 주류를 이루는 상황에서 조선조의 독서인들이 가장 많이 읽었던 『주자집주』를 처음으로 완역함으로써 학술적 균형을 도모했으니 번역사적 의의 또한 매우 크다.

90년대의 논어 번역은 완전 한글 번역이 주류를 이뤘다. 1998년에는 한필훈역 논어 『한글로 읽는 논어-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가 나왔고 1999년에는 김형찬역 논어 『논어이야기』가 나왔다. 이 두 책은 한글 번역문을 앞에 놓고 원문은 뒤로 보내 번역문 만으로 논어를 읽을 수 있게 배열했는데 모두 자연스러운 우리말로 편안하고 쉽게 공자의 일상을 그려내고 있어 읽기에 부담이 없다.

2000년에 나온 황희경역 『논어』는 ‘삶에 집착하는 사람과 함께하는’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데, ‘헌책 중의 헌책’인 논어에서 새로운 생각거리를 찾을 때 읽을 만한 책이다. 이 책은 공자를 신성시하거나 완전한 존재로 가정하지 않고 우리가 공자를 넘어서서 생각해볼 만한 여러 문제를 제안하고 있다. 논어 밖에서 논어를 바라보는 길을 터주는 독창적인 저자물이다. 



2002년에 나온 배병삼역 『논어』는 통치자와 백성의 관계에 대한 공자의 생각을 전하는데 각별히 공을 기울인 참신한 번역이다. 예를 들어, 덕치나 효에 대한 공자의 말이나, 계강자와의 대화에서 보여준 공자의 말을 정치적 맥락으로 풀이한 내용은 상당한 개연성이 있어서 논어를 정치학적 관점에서 읽고자 하는 이에게 추천할 만하다. 



최근에 나온 논어 중 주목할 만한 번역서로 2010년에 이지형이 완역한 정약용의 『논어고금주』와 올해 나온 박성규역 『논어집주』를 빼놓을 수 없다. 『논어고금주』완역은 한대와 송대의 경학 전통을 18세기 조선 지식인의 문제의식으로 가로지른 우리 역사상 가장 독창적인 논어주석서의 완역이라는 점에서 노작 중의 노작으로 높이 평가해야 할 것이다. 또 박성규역 『논어집주』는 ‘주자와 제자들의 토론’이라는 부제가 보여주듯, 주희의 집주를 단순히 번역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해당 주석의 내용과 연관이 있는『사서혹문』,『 주자어류』,『 주자문집』등을 추적해 주희의 견해가 성립된 근원을 탐색하고 있다. 논어를 읽으면서 주자학의 장대한 세계관을 음미할 수 있게 해주는 수작이 아닐 수 없다.

디딤돌을 딛지 않는 학계 풍토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최남선이 근대적 의미의 논어 번역을 시작한 이래 수많은 걸작이 탄생했다. 하지만 우리 학계에서는 아직 이런 결과물을 정당하게 평가하고 있지 않다. 연구자라 해도 일반적으로 우선 만나는 논어는 번역서일 것이다.

그런데도 번역서들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없으니 우리는 아직도 ‘논어를 제대로 만나지 못하고 있다’고 하면 과장일까. 학계에서조차 논문을 쓸 때 원전을 인용하면서 이들 번역서를 참고하는 경우를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논어를 번역하는 번역자들 또한 앞선 번역을 참고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번역서는 연구 과정에서 없어서는 안 될 디딤돌 같은 것. 디딤돌을 딛지 않고 거센 물살을 잘 건너기는 어려운 법이다. 좋은 번역서를 잘 활용하면 원문을 제대로 만나는 건 물론이고 원문을 뛰어넘어 더 다양한 사상의 줄기 안에 들어서는 즐거움도 맛본다. 오랜 시간 공들여 번역한 결과물을 연구자들이 읽지 않는다면 번역의 노고를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전호근 경희대·한국철학) 

11. 08.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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瑚璉 2011-08-21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차주환 역 논어로 논어에 처음 발을 들이게 되었는데 다시 보니 반갑네요.

로쟈 2011-08-22 21:45   좋아요 0 | URL
저는 최근에 황종원 베이징대 교수 번역본으로 다시 구했습니다...

담연 2011-08-28 2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성규 역주 논어집주가 걸작입니다. 학교에서 그분의 강의를 들었는데, 번역에 대한 원칙이 매우 철저하고 엄격하신 분입니다. 풍우란의 <중국철학사> 번역자로서 중국철학에 대한 넓은 이해도 가지고 계시며, 주자 철학을 전공하셨기 때문에 주자 집주에 관하여 누구보다도 능통하십니다. 언젠가는 철학과 시간강사실에 직접 찾아가서 출간을 축하드리고 선생님 책에 저자 서명을 받은 기억이 납니다.

로쟈 2011-08-27 22:13   좋아요 0 | URL
아 풍우란 번역자시라면 믿어봄직하겠네요. 저도 구해봐야겠습니다.^^
 

지난주 교수신문의 특집은 '중국 ‘喪家狗(집 잃은 개) ’논쟁과 새로운 고전 읽기의 문화적 아이콘 ‘리링(李零)’'이었다. 리링 교수의 <논어, 세번 찢다>(글항아리, 2011) 출간을 계기로, 아직 번역되지 않았지만 그의 <집 잃은 개>가 중국에서 불러일으킨 논쟁을 소개하고 국내에서 논어가 어떻게 번역돼왔나, 공자를 어떻게 볼 것인가를 살펴보았다. 이 중 '집 잃은 개' 논쟁에 대한 소개기사를 스크랩해놓는다.      

교수신문(11. 08. 16) 대륙신유가들은 왜 그에게 발끈했을까

2000년대 중반 무렵에 이르러 중국에서는 이른바‘논어열기(論語熱)’라고 부르는 거센 바람이 불었다. 거국적으로 불어 닥친‘논어열기’의 진원지는 바로『논어』에 관한 두 권의 책이다. 하나는 베이징사범대학의 위단(于丹)이 쓴『論語心得』이고, 다른 하나는 베이징대의 리링(李零·사진)이 쓴『집 잃은 개 : 논어를 읽다』(원제: 『: 我讀論語』)이다. 위단의 책은 집집마다 한 권씩 비치해 뒀다고 말할 만큼 일반인들에게 널리 읽혔다.  



그러나 일부 학자들은『논어』의 몇몇 구절을 뽑아다가 마음대로 해석해 개인의 명성과 부를 축적하는 데 이용한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마디로『논어』연구자도 아닌 젊은 여성이‘성인의 말씀’을 상업적으로 이용했다는 이유에서 소위 전문가를 자처하는 사람들이나 전통적 가치를 존중하는 일부 보수적인 사람들로부터 비판 아닌 비난을 받았다. 리링의 경우 역시 엄청나게 많은 부수의 책이 팔리기는 했지만, 위단의 경우와는 달리 주된 독자는 학생이나 식자층이었고, 인터넷과 학술회의석상에서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집 잃은 개 : 논어를 읽다』(이하『집 잃은 개』)를 비롯한 리링의『논어』관련 저서들은 바로‘대륙신유가’들의 이런 노력과 배치된다. 아니, 바로 그들의 그러한 노력을 비판하고 저지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 그는 공자에 대한 무조건적인 숭배를 거부하고, 『논어』를 유토피아로 인도할 신성한 경전으로 취급하는 것에 반대한다.

리링이 전하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공자는 성인이 아니고『논어』는 성경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공자는 그저 불운한 지식인일 뿐이고, 『논어』는 제자서와 같은 유가의 전기에 불과하다. 그가 책의 제목으로 정한‘집 잃은 개(喪家狗)’는 바로 그러한 공자의 모습을 압축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리링은 공자는 성인이 아닐 뿐만 아니라 공자는 결코 자신이 성인으로 불리기를 원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공자는 스스로“결코 그들과 비교할 수 없다”고 생각했으며, 실제로 공자는“세상에 살아 있을 때는 천자가 아니었고, 공작의 제후도 아니었고, 후작의 제후도 아니었으며 성인도 아니었다.”

‘말세의 책’, ‘학계의 만담꾼’비난 이어져
그는 공자가 두 가지 상반된 모습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즉 살아 있는 공자 혹은 진짜 공자가 있는가 하면, 죽은 공자 혹은 가짜 공자가 있다는 것이다. 리링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공자는 죽은 공자 혹은 가짜 공자라고 말한다. 즉 공자 사후 추종자들과 역대의 제왕들에 의해 그럴 듯하게 포장된 숭배의 대상이나 얼굴마담으로서의 공자, 예를 들어‘大成至聖文宣先師孔子’와 같이 화려한 옷을 입고 거창한 명함을 내미는 공자는 원래의 공자가 아니라 위조된 공자, 가짜 공자라는 것이다. 중국의 위대한 교육자, 최초의 훈장이 바로 살아 있는 공자의 모습이고 그것이 진짜의 모습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이념적인 틀에 꿰어 맞추는 방식도 부정하고 대중들의 입맛에 맞게 논어를 그저 말랑말랑하고 보기 좋게 버무려 내는 것이 아니라 고고학, 문자학, 문헌학적 증거를 동원해『논어』에서 원래 말하고자 한 것이 무엇인지, 공자와 그 제자들의 면모가 어떠한 것이었는지를 밝히는 데 주력했다. 예를 들면 공자 사상에서 핵심 개념이라고 할 수 있는 仁에 대해 그는“사람을 사람으로 대하는 것이다”라고 풀이했다. 즉 사람을 도구가 아니라 사람 그 자체로 대접하는 것이 바로 仁의 본뜻이라는 해석이다. 그는 먼저 자기를 사람으로 대하고, 그 다음으로 다른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는 것이 바로 공자가 말한 仁이며,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지 않는 것은 仁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仁에 대한 해석은 상당히 신선한 느낌을 준다.

『논어』에 대한 그의 독특한 해석의 예를 하나 더 보자. 어떤 사람이 공자에게 원한을 끼친 자에게 은덕으로써 갚으면 어떠냐고 물었다. 그러자 공자는‘以直報怨’이라고 대답했다. 이 구절을 주희는 원한에 대해서는 곧음, 즉 공평무사함으로써 갚는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리링은‘直’을‘똑같은 것’을 뜻한다고 보아 이 구절을 원한에는 원한으로써 갚는다고 풀이했다. 仁의 해석에 비해 상당히 낯설게 느껴지지만, 공자가 이 구절을 말하기에 앞서 원한에 대해 은덕으로 갚는다면 은덕에 대해서는 무엇으로 보답할 것이냐고 물었던 점을 감안하면 원한 맺힌 사람에게 공평무사한 마음으로 대한다는 해석보다는 리링의 해석이 오히려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리링의『집 잃은 개』에 대한 비판은 주로 문화보수주의자 혹은 대륙신유가라고 부르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그들은 대부분『집 잃은 개』는 신성모독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어떤 이는 지극히 감정적으로 리링의 책을‘말세의 책’이라고 말하기도 하고 심지어는‘쓰레기’라고까지 비난하기도 했다.

다분히 감정적인 이런 비난 외에 대륙신유가의 맏형 격인 천밍(陳明)은 비교적 논리적인 형식의 글을 발표해 리링을 그저 훈고에만 매달리는 고사변학파와 같다고 하면서 그를‘학계의 만담꾼’이라고 비아냥거렸다. 리링에 대한 비판은 대개 공자를‘喪家狗’, 즉‘집 잃은 개’에 비유했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그가 밝힌 모습이 공자의 진정한 모습이 아니라거나『논어』에 대한 그의 해석에 문제가 있다는 식의 비판은 매우 드물다. 리링은‘집 잃은 개’라는 표현은 공자를 모욕하는 말이 아니며, 그 자신도 그럴 의사가 없고 또 그런 뜻으로 사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리링은“가슴 속에 어떤 이상을 품고 있든 현실 세계에서 정신적 가정을 찾지 못한 사람은 모두 집 잃은 개다”라고 말한다. 사실 이 정의는 상당히 멋있어 보인다. 하지만, 공자를 인류가 발생한 이래 가장 위대한 성인이라고 받들고, 『논어』를 반 권만 가지고도 천하를 다스릴 수 있는 절대적 진리를 담고 있는 구세의 경전으로 간주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결코 용납할 수 없는 무엄한 도전으로 보일지도 모를 일이다.

식상한 도덕적 교훈과 살아 있는 목소리
이 책을 통해 리링이 의도한 것은 2천여 년 동안 그에게 겹겹이 입혀놓은 정치적, 도덕적, 종교적 옷을 벗겨 버리고, 온갖 화려한 색깔로 치장해놓은 분칠을 닦아내 공자의 참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논어』의 진정한 의미를 우리에게 알려줌으로써 허구가 아닌 실질적인 토대를 기반으로 새로운 전통을 만들어가자는 데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의 의도가 옳은지 아닌지, 그리고 그의 작업을 통해 공자와『논어』의 진면목이 드러났는지 아닌지를 먼저 따져보는 것이 일의 순서일 것이다. 어쨌거나 나는 리링의 책을 통해 공자가 보다 우리에게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느꼈고, 『논어』에서 식상한 도덕적 교훈이 아니라 공자와 그의 제자들의 살아 있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리링의『집 잃은 개』로 인해 촉발된 논쟁은 공자나『논어』를 비판하는 측과 공자나『논어』를 옹호하는 측의 논쟁이 아니라 공자의 생각과는 상관없이 그를 신봉하려는 태도와 공자의 원래의 모습과 그의 생각을 존중하려는 태도 사이의 대립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리링의 방대한 저술『집 잃은 개』는 다음과 같은 말로 끝난다. “공자는 중국을 구제할 수 없고, 세계를 구제할 수도 없다. 애초부터 구세주 따위는 없었고, 또 신선이나 黃帝에 의지하지도 않았었다. 인류의 행복을 창조하기 위해서는 전적으로 우리들 자신에게 의지해야 한다."(김갑수 호서대 연구교수·중국철학) 

11. 08. 21.  

P.S. 개인적으론 리링의 <논어, 세번 찢다>를 읽으며 비로소 <논어>가 어떤 책인지 감을 잡을 수 있었다. <동양을 만든 13권의 책>(글항아리, 2011)과 이중텐의 <백가쟁명>(에버리치홀딩스, 2011)으로부터도 많은 계발을 얻었다. 책상맡에는 진순신의 <논어 교양강의>(돌베개, 2010)와 함께 미야자키 이치사다의 <논어>(이산, 2001)도 놓여 있다. 번역중이라는 <집 잃은 개>의 출간을 고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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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논어 번역 어떻게 전개됐나
    from 로쟈의 저공비행 2011-08-21 15:21 
    리링의 <집 잃은 개>를 둘러싼 논쟁 소개기사에 이어서 국내 논어 번역사를 일별해준 기사도 옮겨놓는다.논어 읽기에 참고할 만하다. 교수신문(11. 08. 16) 국내 논어 번역 어떻게 전개됐나근대적 의미에서 우리나라 논어 번역의 시작은 1908년 최남선이 창간한 잡지 <소년>의 제9호 (1909년 8월)부 터 제12호(1909년 11월)까지 실린 「소년논어」에서 찾을 수 있다. <소년>이 일제에 의해 강제 폐간되면서 「소
 
 
2011-08-22 17: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22 21: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미셀 푸코의 콜레주 드 프랑스 강의록 가운데 <안전, 영토, 인구>(난장, 2011)가 출간됐다. 언젠가 '푸코 르네상스'란 기사도 뜨고 강의록도 여럿 나오는 걸로 예고돼 있었지만 계속 미뤄지는 모양이다. 그나마 <안전, 영토, 인구>만이 여름을 넘기지 않았다. 겸사겸사 리스트를 만들어놓는다. <셩명정치의 탄생> 같은 강의록도 조만간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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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영토, 인구- 콜레주드프랑스 강의 1977~7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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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19 20:1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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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20 12:0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