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교수신문의 특집은 '중국 ‘喪家狗(집 잃은 개) ’논쟁과 새로운 고전 읽기의 문화적 아이콘 ‘리링(李零)’'이었다. 리링 교수의 <논어, 세번 찢다>(글항아리, 2011) 출간을 계기로, 아직 번역되지 않았지만 그의 <집 잃은 개>가 중국에서 불러일으킨 논쟁을 소개하고 국내에서 논어가 어떻게 번역돼왔나, 공자를 어떻게 볼 것인가를 살펴보았다. 이 중 '집 잃은 개' 논쟁에 대한 소개기사를 스크랩해놓는다.      

교수신문(11. 08. 16) 대륙신유가들은 왜 그에게 발끈했을까

2000년대 중반 무렵에 이르러 중국에서는 이른바‘논어열기(論語熱)’라고 부르는 거센 바람이 불었다. 거국적으로 불어 닥친‘논어열기’의 진원지는 바로『논어』에 관한 두 권의 책이다. 하나는 베이징사범대학의 위단(于丹)이 쓴『論語心得』이고, 다른 하나는 베이징대의 리링(李零·사진)이 쓴『집 잃은 개 : 논어를 읽다』(원제: 『: 我讀論語』)이다. 위단의 책은 집집마다 한 권씩 비치해 뒀다고 말할 만큼 일반인들에게 널리 읽혔다.  



그러나 일부 학자들은『논어』의 몇몇 구절을 뽑아다가 마음대로 해석해 개인의 명성과 부를 축적하는 데 이용한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마디로『논어』연구자도 아닌 젊은 여성이‘성인의 말씀’을 상업적으로 이용했다는 이유에서 소위 전문가를 자처하는 사람들이나 전통적 가치를 존중하는 일부 보수적인 사람들로부터 비판 아닌 비난을 받았다. 리링의 경우 역시 엄청나게 많은 부수의 책이 팔리기는 했지만, 위단의 경우와는 달리 주된 독자는 학생이나 식자층이었고, 인터넷과 학술회의석상에서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집 잃은 개 : 논어를 읽다』(이하『집 잃은 개』)를 비롯한 리링의『논어』관련 저서들은 바로‘대륙신유가’들의 이런 노력과 배치된다. 아니, 바로 그들의 그러한 노력을 비판하고 저지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 그는 공자에 대한 무조건적인 숭배를 거부하고, 『논어』를 유토피아로 인도할 신성한 경전으로 취급하는 것에 반대한다.

리링이 전하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공자는 성인이 아니고『논어』는 성경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공자는 그저 불운한 지식인일 뿐이고, 『논어』는 제자서와 같은 유가의 전기에 불과하다. 그가 책의 제목으로 정한‘집 잃은 개(喪家狗)’는 바로 그러한 공자의 모습을 압축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리링은 공자는 성인이 아닐 뿐만 아니라 공자는 결코 자신이 성인으로 불리기를 원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공자는 스스로“결코 그들과 비교할 수 없다”고 생각했으며, 실제로 공자는“세상에 살아 있을 때는 천자가 아니었고, 공작의 제후도 아니었고, 후작의 제후도 아니었으며 성인도 아니었다.”

‘말세의 책’, ‘학계의 만담꾼’비난 이어져
그는 공자가 두 가지 상반된 모습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즉 살아 있는 공자 혹은 진짜 공자가 있는가 하면, 죽은 공자 혹은 가짜 공자가 있다는 것이다. 리링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공자는 죽은 공자 혹은 가짜 공자라고 말한다. 즉 공자 사후 추종자들과 역대의 제왕들에 의해 그럴 듯하게 포장된 숭배의 대상이나 얼굴마담으로서의 공자, 예를 들어‘大成至聖文宣先師孔子’와 같이 화려한 옷을 입고 거창한 명함을 내미는 공자는 원래의 공자가 아니라 위조된 공자, 가짜 공자라는 것이다. 중국의 위대한 교육자, 최초의 훈장이 바로 살아 있는 공자의 모습이고 그것이 진짜의 모습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이념적인 틀에 꿰어 맞추는 방식도 부정하고 대중들의 입맛에 맞게 논어를 그저 말랑말랑하고 보기 좋게 버무려 내는 것이 아니라 고고학, 문자학, 문헌학적 증거를 동원해『논어』에서 원래 말하고자 한 것이 무엇인지, 공자와 그 제자들의 면모가 어떠한 것이었는지를 밝히는 데 주력했다. 예를 들면 공자 사상에서 핵심 개념이라고 할 수 있는 仁에 대해 그는“사람을 사람으로 대하는 것이다”라고 풀이했다. 즉 사람을 도구가 아니라 사람 그 자체로 대접하는 것이 바로 仁의 본뜻이라는 해석이다. 그는 먼저 자기를 사람으로 대하고, 그 다음으로 다른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는 것이 바로 공자가 말한 仁이며,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지 않는 것은 仁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仁에 대한 해석은 상당히 신선한 느낌을 준다.

『논어』에 대한 그의 독특한 해석의 예를 하나 더 보자. 어떤 사람이 공자에게 원한을 끼친 자에게 은덕으로써 갚으면 어떠냐고 물었다. 그러자 공자는‘以直報怨’이라고 대답했다. 이 구절을 주희는 원한에 대해서는 곧음, 즉 공평무사함으로써 갚는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리링은‘直’을‘똑같은 것’을 뜻한다고 보아 이 구절을 원한에는 원한으로써 갚는다고 풀이했다. 仁의 해석에 비해 상당히 낯설게 느껴지지만, 공자가 이 구절을 말하기에 앞서 원한에 대해 은덕으로 갚는다면 은덕에 대해서는 무엇으로 보답할 것이냐고 물었던 점을 감안하면 원한 맺힌 사람에게 공평무사한 마음으로 대한다는 해석보다는 리링의 해석이 오히려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리링의『집 잃은 개』에 대한 비판은 주로 문화보수주의자 혹은 대륙신유가라고 부르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그들은 대부분『집 잃은 개』는 신성모독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어떤 이는 지극히 감정적으로 리링의 책을‘말세의 책’이라고 말하기도 하고 심지어는‘쓰레기’라고까지 비난하기도 했다.

다분히 감정적인 이런 비난 외에 대륙신유가의 맏형 격인 천밍(陳明)은 비교적 논리적인 형식의 글을 발표해 리링을 그저 훈고에만 매달리는 고사변학파와 같다고 하면서 그를‘학계의 만담꾼’이라고 비아냥거렸다. 리링에 대한 비판은 대개 공자를‘喪家狗’, 즉‘집 잃은 개’에 비유했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그가 밝힌 모습이 공자의 진정한 모습이 아니라거나『논어』에 대한 그의 해석에 문제가 있다는 식의 비판은 매우 드물다. 리링은‘집 잃은 개’라는 표현은 공자를 모욕하는 말이 아니며, 그 자신도 그럴 의사가 없고 또 그런 뜻으로 사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리링은“가슴 속에 어떤 이상을 품고 있든 현실 세계에서 정신적 가정을 찾지 못한 사람은 모두 집 잃은 개다”라고 말한다. 사실 이 정의는 상당히 멋있어 보인다. 하지만, 공자를 인류가 발생한 이래 가장 위대한 성인이라고 받들고, 『논어』를 반 권만 가지고도 천하를 다스릴 수 있는 절대적 진리를 담고 있는 구세의 경전으로 간주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결코 용납할 수 없는 무엄한 도전으로 보일지도 모를 일이다.

식상한 도덕적 교훈과 살아 있는 목소리
이 책을 통해 리링이 의도한 것은 2천여 년 동안 그에게 겹겹이 입혀놓은 정치적, 도덕적, 종교적 옷을 벗겨 버리고, 온갖 화려한 색깔로 치장해놓은 분칠을 닦아내 공자의 참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논어』의 진정한 의미를 우리에게 알려줌으로써 허구가 아닌 실질적인 토대를 기반으로 새로운 전통을 만들어가자는 데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의 의도가 옳은지 아닌지, 그리고 그의 작업을 통해 공자와『논어』의 진면목이 드러났는지 아닌지를 먼저 따져보는 것이 일의 순서일 것이다. 어쨌거나 나는 리링의 책을 통해 공자가 보다 우리에게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느꼈고, 『논어』에서 식상한 도덕적 교훈이 아니라 공자와 그의 제자들의 살아 있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리링의『집 잃은 개』로 인해 촉발된 논쟁은 공자나『논어』를 비판하는 측과 공자나『논어』를 옹호하는 측의 논쟁이 아니라 공자의 생각과는 상관없이 그를 신봉하려는 태도와 공자의 원래의 모습과 그의 생각을 존중하려는 태도 사이의 대립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리링의 방대한 저술『집 잃은 개』는 다음과 같은 말로 끝난다. “공자는 중국을 구제할 수 없고, 세계를 구제할 수도 없다. 애초부터 구세주 따위는 없었고, 또 신선이나 黃帝에 의지하지도 않았었다. 인류의 행복을 창조하기 위해서는 전적으로 우리들 자신에게 의지해야 한다."(김갑수 호서대 연구교수·중국철학) 

11. 08. 21.  

P.S. 개인적으론 리링의 <논어, 세번 찢다>를 읽으며 비로소 <논어>가 어떤 책인지 감을 잡을 수 있었다. <동양을 만든 13권의 책>(글항아리, 2011)과 이중텐의 <백가쟁명>(에버리치홀딩스, 2011)으로부터도 많은 계발을 얻었다. 책상맡에는 진순신의 <논어 교양강의>(돌베개, 2010)와 함께 미야자키 이치사다의 <논어>(이산, 2001)도 놓여 있다. 번역중이라는 <집 잃은 개>의 출간을 고대해본다...


댓글(2) 먼댓글(1) 좋아요(3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논어 번역 어떻게 전개됐나
    from 로쟈의 저공비행 2011-08-21 15:21 
    리링의 <집 잃은 개>를 둘러싼 논쟁 소개기사에 이어서 국내 논어 번역사를 일별해준 기사도 옮겨놓는다.논어 읽기에 참고할 만하다. 교수신문(11. 08. 16) 국내 논어 번역 어떻게 전개됐나근대적 의미에서 우리나라 논어 번역의 시작은 1908년 최남선이 창간한 잡지 <소년>의 제9호 (1909년 8월)부 터 제12호(1909년 11월)까지 실린 「소년논어」에서 찾을 수 있다. <소년>이 일제에 의해 강제 폐간되면서 「소
 
 
2011-08-22 17: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22 21:46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