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영희 프리즘>(사계절, 2010)을 읽는 김에 지난주에는 <대화>(한길사, 2005)도 구입했다. 2009년 6월 25일에 나온 22쇄다. 스테디셀러인 셈. '리영희 저작집'이 품절인 상태라서 읽을 수 있는 리스트가 많지는 않다. 개인적으로는 <自由人, 자유인>을 조만간 도서관에서 대출해볼 작정이다. 몇 권 정도는 읽어보셔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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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영희 프리즘- 우리 시대의 교양
고병권.천정환.김동춘.이찬수.오길영.이대근.안수찬.은수미.한윤형.김현진 지음 / 사계절 / 2010년 2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6월 4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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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한 지식인의 삶과 사상
리영희, 임헌영 대담 / 한길사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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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시대의 논리
리영희 지음 / 창비 / 1990년 10월
26,000원 → 23,400원(10%할인) / 마일리지 1,3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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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속의 독백
리영희 지음 / 나남출판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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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바다 2010-03-03 00:38   좋아요 0 | URL
전환시대의 논리, 우상과 이성, 역정, 베트남 전쟁,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 8억인과의 대화, 10억인의 나라... 제가 가진 리영희 선생의 책들입니다. 제가 학교를 다니던 80년대 후반에는 리영희 선생의 책들은 이미 운동권의 독서 커리큘럼에서는 제외되어 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트남 전쟁>과 <역정>은 친구와 선배에게 생일 선물로 받았으니 아직 관심권에서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70년대 학교를 다녔던 분들이 회고하듯 리영희 선생의 글들이 제게는 충격으로 다가 왔던 기억은 없습니다. 아뭏든 리엉희 선생은 송건호 선생과 더불어 다시한번 그 의의와 한계가 재평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분명한 것은 더 이상 이 분들 같이 지사적인 진지함과 뜨거운 열정을 가진 분들을 찾아 보긴 힘들 다는 것입니다. 마지막 지사형 지식인이라고나 할까요...

로쟈 2010-03-04 00:48   좋아요 0 | URL
이후를 '진짜 기자의 멸종'이라고도 했더군요...

비로그인 2010-03-03 00:17   좋아요 0 | URL
ㅎㅎ리영희 저작집의 반은 가지고 있는데,,,으미, 이젠 귀서가 되었네요. 전집 12권 몽창 사둘걸 그랬어요.

로쟈 2010-03-04 00:47   좋아요 0 | URL
네, 그랬으면 '가보'가 됐을 텐데요..

2010-03-03 14: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04 00: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연 2010-03-03 16:50   좋아요 0 | URL
품절된 거 다시 나왔으면 좋겠어요~

로쟈 2010-03-04 00:46   좋아요 0 | URL
네, 동감입니다...
 

다중지성의 정원(다지원)의 제안에 따라 '레닌 재장전하기'란 기획강좌에 참여하게 됐다. 빌미가 된 건 물론 <레닌 재장전>(마티, 2010)의 출간이며 공동 번역자 가운데 다섯 명이 강사로 참여하고(알라디너 람혼님도 포함돼 있다), 조정환, 정남영 선생이 '네그리의 레닌'과 '루카치의 레닌'을 보충한다. 관심있으신 분들은 둘러보시길 바란다(http://daziwon.net/second_2010/10489).    

[기획] 레닌 재장전하기 

강사  조정환, 이현우, 한보희, 정병선, 최정우, 정은경, 정남영
개강  2010년 3월 29일부터 매주 월요일 저녁 7시30분 (7강, 91,000원)

강좌취지

최근 알랭 바디우, 슬라보예 지젝, 프레드릭 제임슨, 테리 이글턴, 토니 네그리 등 세계에서 손꼽히는 비판적 지식인들의 레닌에 대한 해석을 모은 책 『레닌 재장전』(마티, 2010)이 출간되었다. 저자들은 어떻게 레닌이란 이름으로 모이게 되었을까? 레닌이 오늘날 우리에게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이는 곧 우리 시대에는 어떠한 혁명이 가능한가를 묻는 일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2010년 2분학기, 레닌을 재장전하고, 새로운 사유와 세계의 가능성을 함께 모색해 보자.

1강  네그리의 레닌_강사 조정환 [2010 년 3월 29일] 

2강  레닌주의적 제스처와 포퓰리즘_강사 이현우 [2010 년 4월 5일]  

3강  레닌과 변증법의 프락시스(Praxis) _강사 한보희 [2010년 4월 12일] 

4강  캘리니코스의 레닌주의: 21세기의 사회주의_강사 정병선 [2010년 4월 19일] 

5강  레닌 주위의 레닌주의(들) - 포스트모던과 정치적인 것 [2010년 4월 26일]   

6강  『무엇을 할 것인가?』 에서 자생성(stikhiinyi)개념의 쟁점_강사 정은경 [2010년 5월 3일] 

7강  루카치의 레닌_강사 정남영 [2010년 5월 10일]

참고문헌

* 『레닌 재장전』, 다니엘 벤사이드 외 지음, 이현우 외 옮김, 마티,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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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가게재습격 2010-03-02 23:24   좋아요 0 | URL
도서관에서 책을 한 번 들춰본적이 있는데요. 어휴...너무 어려워서 더 읽을 엄두가 안 나더군요. 강의라면 표면적이나마 책을 이해하고 가야 건질(?)수 있는게 많을 텐데, 책에서부터 주눅이 드니 감당이 안 됩니다. 건강하시죠?^^ (괜히 댓글을 달아 초를 친듯한 느낌이...후덜덜합니다.^^;;)

로쟈 2010-03-02 23:37   좋아요 0 | URL
비교적 쉬운 글들도 있습니다. 바디우부터 읽으신 건가요? 캘리니코스나 이글턴, 지젝 등은 어렵지 않습니다...

빵가게재습격 2010-03-10 01:29   좋아요 0 | URL
가물가물한데요. 알랭 바디우가 맞는 것 같습니다...--;;;

2010-03-03 03: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03 08: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철학자 강신주의 <철학 VS 철학>(그린비, 2010)은 '3월의 읽을 만한 책'으로 꼽아놓기도 했고 알라딘에서야 따로 소개가 필요없지만, 저자 인터뷰기사를 자료삼아 스크랩해놓는다. '우리 몸에 맞는 철학'이란 문제의식을 저자는 강조하고 있다.   

경향신문(10. 03. 02) “동서양철학도 우리 몸에 맞아야”  

소장 철학자 강신주씨(43)는 철학자이면서도 적지 않은 ‘팬’을 확보하고 있다. 대학에서의 공식 직급은 ‘시간강사’이지만 강단에 얽매이지 않는다. 대중의 눈높이에 맞춘 강연, 동서양 철학사상을 끌어다가 일상의 현실에 대입시킨 저술로 그는 인문학, 특히 철학에 관심있는 독자들에겐 꽤나 유명한 저술가다.

 

강씨가 최근 ‘동서양 철학의 모든 것’이라는 대담한 부제가 달린 <철학 vs 철학>(그린비출판사)을 출간했다. 단독 저서로는 14번째의 책이다. 이 책은 본문만 820여쪽, 인명사전·개념어사전·더 읽을 책 등 부록을 합하면 900쪽이 넘는다.   

철학사의 고전 요한네스 힐쉬베르거의 <서양철학사>, 펑유란(馮友蘭)의 <중국철학사>를 서가에서 밀쳐버린다는 목표에서 출발한 <철학 vs 철학>은 구성부터가 독특하다. 1부 서양편, 2부 동양편으로 나누어 사물의 본질·행복·사유재산·사랑·언어·윤리·깨달음 등 56개 주제를 세우고, 해당 주제에 서로 대립적인 시각을 보인 동서양 철학자 112명을 등장시켰다. 각 장은 해당 주제에 대한 문제 제기에 이어 2명의 철학자를 소개하고, 마지막에는 강씨의 해설과 비평으로 구성돼 있다. 그래서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도 되고, 끌리는 주제부터 뽑아서 읽어도 된다.

철학을 본격적으로 공부한 지난 20년 동안의 모든 것을 이 책에 쏟아부었다는 강씨. 지난달 26일 그가 기획위원으로 일하고 있는 출판기획집단 ‘문사철(文史哲)’ 사무실에서 만난 강씨는 두 눈이 빨갛게 충혈돼 있었다. “개념어사전을 만드느라고 20일 동안 컴퓨터에 매달려 있었더니 탈이 나고 말았습니다. 안과에 갔더니 결막염이라고 하더라고요.”

한국의 철학계에 던져지는 비판 가운데 흔한 것이 저자는 없고, 평론가·수입상만 넘쳐난다는 것이다. 강씨 역시 그 비판에 동조했다. “외국의 사상을 수입하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닙니다. 그러나 옷을 수입한다면 긴 곳은 자르고, 짧은 곳은 이어서 우리 몸에 맞게 해야 하는데 선배들은 긴 옷을 그대로 입고 다녔어요. 오히려 옷을 건드리면 안된다고 했죠.”

강씨는 <철학 vs 철학> 역시 “평론가적 글쓰기의 완결판”이라고 했다. 하지만 20년 공부의 매듭을 짓고 새로운 공부의 출발점으로 삼은 이 책에서 동서양 철학을 ‘우리의 것’으로 재창조하는 가능성을 탐색했다. “신채호 선생이 ‘석가가 들어오면 조선의 석가가 되지 않고 석가의 조선이 되며, 공자가 들어오면 조선의 공자가 되지 않고 공자의 조선이 된다’고 개탄한 적이 있습니다. 이 말을 빌리자면 서양철학 혹은 서양철학의 우리가 아니라 우리의 서양철학 혹은 우리의 동양철학이 되어야 합니다.”

강씨는 이것이 실제로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오히려 철학의 주변부에서 살아온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작업이라고 했다. 강씨는 책의 서두에 “우리는 서양철학의 중심지도 아니고 동양철학의 중심지도 아닌 제3의 공간에서 살아왔다. 이런 악조건이야말로 우리에게 더없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제3의 시선으로 인류의 철학사를 다시 조망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라고 썼다.

강씨가 강조하는 또 다른 하나는 자유와 희망, 미래에 대한 비전을 심어주고 삶에 변화를 가져다 줄 수 있는 철학이다. “철학은 인간에게 미래와 희망을 심어주는 부류와 우울하고 체념하게 만드는 부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양쪽을 모두 보여주고 그들로 하여금 논쟁을 하도록 함으로써 전자를 제 위치에 복원시키고자 했습니다.”

책을 집필하는 동안엔 사흘 글을 쓰고 하루는 등산을 한다는 강씨는 “<철학 vs 철학>의 에필로그까지 쓰고 나니 허탈감과 함께 ‘이제 뭘하지?’ 하는 두려움이 들었다”고 말했다. 엄살이 섞여 있는 듯했다. 그의 머리와 몸은 이미 올 여름 1차분이 출간될 <제자백가> 시리즈로 옮아가고 있었다.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사상가들을 12권으로 총망라하는 큰 작업이다.(김재중기자) 

10. 03. 01. 

 

P.S. 저자의 책이 14권이라고 하는데, 내가 둘러본 건 절반쯤 되는 듯싶다. 제일 처음 읽은 건 <노자: 국가의 발견과 제국의 형이상학>(태학사, 2004)으로 저자가 장자 철학 전공이며 대단히 활달한 문제의식과 문체를 갖고 있다는 걸 알았다(속되게 말하면 그는 '장(자)빠'이고 '노(자)까'이다). 연이어 읽은 게 <장자 & 노자>(김영사, 2006)이고, <장자, 차이를 횡단하는 즐거운 모험>(그린비, 2007)은 출판사의 의뢰로 출간 이전에 읽어본 기억이 있다.  

 

저자는 <공자 & 맹자>(김영사, 2006), <회남자 & 황제내경>(김영사, 2007) 등의 책도 썼는데, 두 사람을 대조시키는 아이템은 이 시리즈를 쓰면서 착안한 것이 아닐까 싶다. 전환점이 아니었을까 싶은 책은 <철학, 삶을 만나다>(이학사, 2006)이다. 평이한 제목 때문에 별로 주목하지 않다가 나는 나중에야 장서에 포함시키게 됐다.  

 

실제로 <철학, 삶을 만나다>란 저작 자체가 대중 강의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듣기에 저자는 대학 바깥에서 오히려 더 유명한 철학자이다. 그런 강의와 연계하여 낸 책들이 <상처받지 않을 권리>(프로네시스, 2009), <철학적 시읽기의 즐거움>(동녘, 2010) 등으로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달에도 그의 강의는 아트앤스터디 인문숲(http://www.artnstudy.com/inmoonsoop/Lecture/default1003.asp?lessonidx=off_sjooKang02) 등에서 접할 수 있다. <제자백가> 시리즈의 일부도 포함하고 있는 강의인 듯하다.  

P.S.2. 한편, 인터뷰 내용에서 흥미를 끌면서 핵심적인 대목이라 생각되는 것은 이런 주장이다.   

"우리는 서양철학의 중심지도 아니고 동양철학의 중심지도 아닌 제3의 공간에서 살아왔다. 이런 악조건이야말로 우리에게 더없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제3의 시선으로 인류의 철학사를 다시 조망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서양철학도 아니고 동양철학도 아닌 '제3의 공간'과 '제3의 시선'이 과연 가능한지, '서양철학' '동양철학'이란 이분법이 유지될 수 있으며 실체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지만 여하튼 저자의 작업구도는 그러하다. 그리고 이것은 짐작에 연세대 철학과의 스승인 박동환의 계보를 따른 것이다. 박동환 교수는 단촐하게도 <안티호모에렉투스>(길, 2001), <동양의 논리는 어디에 있는가>(고려원, 1993), <서양의 논리, 동양의 마음>(까치, 1987) 등 세 권의 저서만을 남겼는데, 읽은 지 오래됐지만 나로선 서양/동양, 논리/마음이라는 이분법이 투박하게 여겨졌고, <안티호모에렉투스>에서 주창하는 '3표이론'이 괴이하게 생각됐다.  

하지만 <철학적 시읽기의 즐거움>을 보면 저자는 21명의 한국 시인들과 짝지은 철학자들 가운데 한국인으로는 '오직 박동환 한 명'만을 포함시키고 있다! 한국인으로서 20세기에 철학자라고 할 만한 사람이라곤 박동환 한 명뿐이라는 뜻도 된다(<철학 VS 철학>의 마지막 장은 '한국에서 철학은 가능한가?'란 주제로 '박종홍과 박동환'을 대질시킨다. 박종홍은 소위 '서울대 철학'의 태두다). 이를 '입증'하듯 <안티호모에렉투스>에서 한 대목을 인용했다.  

서양철학에 대해서도 동양철학에 대해서도 한국 사람은 다만 관망하고 모방할 뿐인 그래서 만들지 못하는 주변의 제삼자다. 오늘 벌어지는 현대 철학자들 사이의 논쟁은 주변에 놓인 자에게는 구경거리에 지나지 않는다.(...) 주변에 놓인 자는 일시적으로 실현된 패권의 진리가 아니라 그것이 모두 무너져 흩어진 다음에도 남아 있을 원자의 진리를 구한다. 패권의 진리를 거부하는 그는 생명의 원자, 다름 아닌 모나드 곧 생명 개체의 깊이에 새겨진 억 년의 경험과 기억을 감각에 다가오는 영원의 접점, 현재에서  재현한다.

철학에서 한국인은 제삼자이고 주변인이다, 그는 패권의 진리를 거부한다, 정도가  내가 읽을 수 있는 문장이고 나머지는 요령부득이다. 이 정도면 나는 철학의 경지를 넘어선다고 생각한다. 저자의 풀이는 이렇다.  

"박동환은 한국인이 항상 주변에 놓여 있는 제3자였다고 이야기합니다. 그에 따르면 동양철학을 대표하는 중국철학이 한반도에 들어왔을 때 한국인은 그것을 관망하고 모방할 뿐이었습니다.(...)그렇지만 박동환은 중국철학과 서양철학에 대한 한국인의 태도 이면에는 더 심오한 것이 있었다고 강조합니다. 일시적으로 번갈아가며 패권을 잡은 역사적 진리들이 아니라 영원히 지속될 생명의 논리를 한국인들이 따라왔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바로 여기서 박동환은 한국인이 가진 집요한 생명력의 기원을 찾습니다. 모든 도시의 철학, 모든 문명의 패권이 소멸해도 한국인은 도시 바깥의 논리, 즉 생명체가 가진 근원적인 삶의 논리를 체현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지요. 서양철학과 동양철학으로 대변되는 도시의 논리는 문명이 붕괴되었을 때 꿈처럼 사라질 것입니다. 그렇지만 박동환에 따르면 한국인의 삶과 사유 속에 흐르는 생명의 논리는 문명이 붕괴되어도 유지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410쪽) 

'철학적 시읽기'란 타이틀에 걸맞게 시적인 문장으로 구성돼 있지만 나로선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다(나는 한국인이 아닌가?). 열심히 등산을 하여 저자와 같은 수준의 '고도감'을 확보하기 전까지는 아마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역시나 연세대 철학과를 나온 김상봉 교수 또한 <나르시스의 꿈>(한길사, 2002)에서 20세기의 한국인 철학자로 함석헌과 함께 박동환을 꼽은 바 있다. 철학자 박동환에 대해 호의적인 편인데, 그럼에도 <안티호모에렉투스>에 대해선 신랄하게 비판한 바 있다. 오래 전 기사를 옮겨놓는다. 제삼자이자 구경꾼의 눈으로 보기에 철학자들의 세계는 오묘하고도 오묘하다...   

교수신문(02. 06. 03) 철학자들의 논쟁이 아름다운 『안티호모에렉투스』

작년 초반에 아무런 장식도 없고 저자의 이름도 밝히지 않은 ‘안티호모에렉투스’라는 철학책이 발간됐다. 저자는 박동환 전 연세대 교수(철학)로 저자가 바라보는 독특한 개념의 철학사가 집약된 책이다. 지금 이 책이 잔잔한 화제를 낳고 있다. 아니 화제라기보다, 이 책을 둘러싼 팽팽한 긴장의 광경을 연출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 적절할 것 같다. 지난 22일 문예 아카데미에서 박동환 교수와 김상봉 교수가 바로 이 책 ‘안티호모에렉투스’를 놓고 열띤 논쟁을 벌였다. 박 교수의 저작에 김상봉 교수가 날카로운 비판을 가한 것.

3표 이론으로 정리한 세계 철학사
박 교수 스스로 정립한 평생의 철학적 물음은 과연 동양(철학)은 서양(철학)과 다른 논리구조를 갖고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집약될 수 있다. 서양철학과는 다른 동양의 논리구조가 무엇인지, 더 나아가 중국철학과도 다른 한국인의 사유구조가 무엇인지 밝히는 것이 평생의 과제였던 것이다. 박 교수는 이런 사유를 집약해 ‘3표’라는 독특한 개념으로 세계 철학사를 재규정했다. 여기서 ‘표’란 한 문화에서 “명백한 지향의 표적 또는 탐구의 공통 준거가 되는 것”을 말한다.

거칠게 3표 이론을 요약하자면, ‘1표’는 고대 그리스에 샘을 두고 있는 서양철학을 ‘2표’는 고대 중국에서 연원한 중국철학을, ‘3표’는 “철학사 없는” 유럽과 중국 이외의 지역 사람들의 사유를 의미한다. 그에 따르면 서양문명의 모임살이의 형식은 ‘正體爭議’이며, 중국철학의 그것은 ‘集體不爭’이다. 정체쟁의란 동일성을 보존하고 모순을 배제함으로써 존재의 자기 일관성과 동일성을 보존한다는 것이고, 이것이 서양철학의 근본 기반이 된다. 집체부쟁이란 동일성의 원리와 반대로 모든 개별자의 존재 의미가 개체가 놓여 있는 배경인 “분리 불가능한 집체 관계” 속에서 규정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바로 이런 개념 규정을 통해 동일성의 법칙은 고대 그리스 철학자로부터 나온 것이 아니라, ‘호모에렉투스’라 불리는 고생인류가 등장한 시기부터 이미 인간의 의식 속에 자리 잡았다고 주장한다. 이쯤 되면 이 책의 낯선 제목도 이해가 될 듯 하다.

박 교수의 論究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이런 철학과는 다른 한국의 철학을 개념화하고자 한다. 한국 철학은 3표로 분류되는데, 여기서 3표의 존재방식은 바로 ‘붙음살이’이다. 이는 자연생태의 존재방식으로 이들에게는 해답의 논리는 없으나 ‘물음의 논리’가 있다. 세계를 동일성의 법칙이나 相反常性의 논리로써 파악하는 대신 이들은 세계를 하나의 암호상자로 이해하면서 끊임없이 그 “암호상자로부터 오는 신호음에 귀를 기울인다.” 철학이 일찍 성립한 서양 혹은 중국과는 다르지만, 그 이외 사람들에게도 삶의 양식이나 삶의 전략이 있다는 것이다. 그에게 철학이란 ‘생명형태’의 한 가지일 뿐임을 알 수 있다.  



양심과 절망 사이의 긴장 부재
김상봉 교수 역시 우리들 자신이 누구인가를 탐구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이고 또 그를 위해서는 우리와 타자의 차이를 밝혀야 한다는 점에는 박 교수와 견해를 일치한다. 그러나 박 교수의 논의에 대해 “주체의 개념을 무책임하게 포기했고, 타자의 개념에 문제가 있다”라고 비판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안티호모에렉투스’의 문제는 주체뿐 아니라 타자도 없다는 데 있다는 것. 이런 문제 때문에 우리 삶의 양식을 도시 문명 밖에 두는 비약을 범했고, 비판의 대상으로 떠오른 인간의 자기중심주의가 ‘왜’ 문제임을 말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김 교수의 문제제기는 더욱 근본적인 곳을 향한다. “박 교수의 이전 사유에는 ‘절망의 철학’과 ‘양심의 논리’가 조화와 균형을 이루고 있었으나, ‘안티호모에렉투스’에는 더 이상 양심과 절망 사이의 긴장된 균형이 존재하지 않는다. 여기서는 오직 절망의 의식만이 과도하게 극단화돼 있고, 양심은 자연적 필연성에 짓눌린 절망의 의식 아래서 철저히 침묵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저자에게서 실천적인 측면이 사라지고 형식적인 논의만 남는 것이 아니가하는 우려다.

이런 논평자의 해석에 대해 박 교수는 3표에서 발생하는 타자 이해방식을 친절하게 다시금 설명했다. “3표의 타자 대응 또는 방식은 생명의 고유한 탐구 활동에서 일어나는 것”이며, “개체들은 그 출연 시점으로부터 지금까지 그의 운명을 결정하는 힘, 타자에 대해 도전하며 그것을 통제하려는 노력을 했지만, 근본적으로 대결할 수 없고 통제할 수 없으며 인식할 수 없는 힘 [ ]으로서 받아 들인다.” 즉 3표에 타자 인식이 없다는 것은 잘못된 비판이라는 설명이다. 인간 삶의 실천적인 측면을 결코 간과하고 있지 않다는 대답도 저자는 빠뜨리지 않았다. 저자인 박 교수는 윤리·도덕의 실천에 앞서 현상을 있는 그대로 분석하려는 시도를 앞세웠던 것으로 보인다. 객관적이고 비판적인 개념화 작업을 우선하고 그 이후 실천적인 부분을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 박 교수의 입장이다.

철학 뿐 아니라 모든 학문에서 학문의 실천적 책임과 이론화 작업의 간극은 주요한 화두로 인식돼 왔다. 박동환 교수와 김상봉 교수의 논쟁도 이런 측면에서 그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 덧붙인다면, 퇴임 선배 철학자가 세대와 위계를 뛰어넘어 젊은 철학자의 비판을 겸허하게 수용하면서, 자기 물음을 발전시켜나가는 이 광경이 우리 학계의 논쟁 문화를 한 계단 더 성숙하게 만드는데 ‘아름다운’ 기여를 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지속적인 논쟁을 통해 자기 사유의 주름을 다듬겠다고 밝힌 박 교수가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논의를 재구성할 것인지 궁금하다.(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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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고세운닥나무 2010-03-02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동환은 근래 <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을 보며 알게 됐는데,문장의 난삽함이 요설의 지경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는 현대한국철학사를 말할 때 김영민과 그의 스승인 윤노빈을 꼽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윤노빈의 저서가 그의 기구한 인생 때문에 한 권만 우리에게 남아있지만 그 책이 주는 무게감은 소홀히 여길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연세대 철학과 출신들에 너무 후한 점수를 주는 것 같기도 하구요. 위 책에서 김상환 교수를 격찬하던데, 김상환도 연세대 출신이죠.

로쟈 2010-03-02 23:03   좋아요 0 | URL
기회가 되면 한번 읽어봐야겠군요. 김상환 교수의 책은 저도 좋아합니다...

비로그인 2010-03-02 0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경제쪽에 우석훈이 있다면 철학쪽엔 강신주라고 해야겠네요. 그 다산성은 정말 오묘합니다. 제가 아는 로쟈님 광팬이 문학쪽에서 로쟈님도 제몫하시길 바란다네요. 후끈한 찜질방 열기만 못해도 끈끈하게 성원을 보탠다고.

로쟈 2010-03-02 23:10   좋아요 0 | URL
끈끈한 압력 같은데요.^^;

mirror 2010-03-02 0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 철학계의 문제는 수입상과 평론가들만 넘쳐나기 때문이 아닙니다. 수입과 평론조차도 제대로 못해왔기 때문에 문제인 것입니다. 게으른 학자들은 아예 공부를 안 하고, 좀 부지런하고 재주가 있는 학자들은 한가지 분야에 천착할 생각을 하지 않고, 대가인양 여러가지 잡다하게 건들다가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한 것이 지금까지의 상황이었습니다. 90년대 이후에서야 기본에 충실하는 학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죠. 이것은 철학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닐 것입니다. 거의 모든 인문사회과학들이 다 그러하죠. 우리는 이제서야 기본을 조금이나마 따라가고 있는데, 박종현 선생의 플라톤 번역이라던가, 백종현 교수의 칸트 번역이 그런 실례들입니다. 고전들의 번역조차 제대로 안 되어 있는데, 무슨 독창적 철학입니까? 아마도 동양철학의 번역이 서양철학의 번역보다 상황이 더 낫다고는 말 못할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동서양 철학을 통합한다고요? 희망과 미래를 주는 철학이라고요? 아마추어 문필가들이나 하는 소리들입니다. 대중들을 상대로 글을 쓰는 사람은 그에 맞게 말하면 됩니다. 대중용 작가가 대가인양 떠벌이는 것은 과대광고입니다. 김용옥의 과오는 대중작가이자 엔터테이너로서의 본분을 망각하고 자신이 아주 대단한 철학자인양 과대광고를 했다는데 있습니다. 김용옥처럼 동양철학자들은 가끔 망상에 빠지는 것이 특기인가 봅니다. 자신의 본분에 맞는 광고멘트를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리고 박동환 교수는 연대교수였고, 김상봉 교수도 연대에서 학부 석사까지 했습니다. 당연히 재학 당시 박동환은 연대 교수였죠.
박정희와 전두환의 우리식 민주주의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김일성의 우리식 사회주의라는 것도 있었고, 지금도 현재진행형입니다. '우리식'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것 중 긍정적 평가받는 것이 있나요? 특히 이념이나 제도 중 그런 것이 있기나 합니까? 기술적으로 우리 상황에 맞추는 것 이외에 이념이나 제도를 우리식이라는 서술어를 붙여서 수정한 것은 대개 부정적인 결과만을 낳았습니다. 계파 보스 몇몇이 모여서 총리를 결정하는 일본식 민주주의란 열등한 민주주의 형태일 뿐, 서구식 민주주의에 대한 대안이 되지 못했습니다.
'우리식' 철학이라는 것이 왜 있어야 하나요? 기원 다시 말해 '원조'라는 것에 광적인 집착을 보이는 것은 한국사람들 특징인데, 이것은 부정적인 결과는 낳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철학에서 우리식 찾는 것은 반도체와 자동차에서 다른 나라를 앞지르듯이 다른 나라에서 그런 상품 내놓으니까, 우리도 내놓아야 한다는 경쟁논리까지 더해진 것 같아, 더욱 괴이합니다. 철학과 이념에서마저 우리식을 즐겨찾는 이 집착의 끝이 무엇이 될지 참으로 걱정입니다.

로쟈 2010-03-02 23:14   좋아요 0 | URL
저는 철학 문필가의 대중적 글쓰기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백종현 교수의 말대로 전문철학은 '소수'가 하는 것이니까요. 다만, 대단한 '한국철학'이 가능할 것처럼 자부심을 가질 만한 단계인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입니다. 일단 '한국어'가 그러한 철학적 사유를 감당할 수 있는지, 그런 한국어를 우리가 갖고 있는지 의문이어서요...
 

내일자 경향신문의 '문화와 세상'란에 실리는 칼럼을 옮겨놓는다. 얼추 매달 첫주에 칼럼이 나가게 됐는데, 닥쳐야 글을 쓰는 습성 때문에 오늘도 낮에 두 시간 고민하고 세 시간 동안 매달려 썼다. 바람직한 건 두 시간 이내에 쓰는 것이다. 칼럼은 두 주쯤 전에 본 영화 <아바타> 이야기로 시작한다.   

경향신문(10. 03. 02) [문화와 세상]판도라 행성의 ‘협조적 문명’

자원 고갈로 황무지가 된 지구는 대체자원이 매장돼 있는 판도라 행성에 기지를 건설하고 무분별한 채굴에 나선다. 흥행 기록을 세우고 있다는 화제작 <아바타>의 배경이다. 채굴회사는 최대 매장 지역에서 원주민을 이주시키고자 협상을 시도하는 한편, 여차하면 군사작전을 감행할 태세다. 원주민은 이주를 거부하고 곧 지구인 전투 비행단의 무자비한 폭격이 가해진다. 영화에서는 원주민 편에 선 부대원의 활약과 정당방위에 나선 자연력의 힘으로 공격을 격퇴하지만, 이 미래의 ‘대체역사’가 아닌 현실의 역사에서는 어떠했을까?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건 백인의 신대륙 개척신화에 가려진 폭력이다. 스페인 왕의 지원을 받아 황금과 향신료를 얻기 위해 인도 제국을 찾아 나선 콜럼버스의 원정대는 1492년 카리브해에서 농경생활을 하던 아라와크 인디언의 환대를 받고 돌아간다. 하지만 두번째 원정에서는 황금을 얻는 데 실패하자 대규모 노예사냥을 자행한다. “성부, 성자, 성령의 이름으로 모든 잘 팔릴 만한 노예들을 계속해서 공급해주자”는 게 콜럼버스의 생각이었다. 무장한 스페인인들의 학살과 사냥에 대적할 수 없던 원주민들은 집단으로 자살까지 했고, 그들의 수는 곧 절반으로 줄었다. 애초에 아이티섬에는 약 25만명의 아라와크족이 살고 있었지만 한 세기쯤 지나자 단 한 명도 남아있지 않게 됐다.

정복에 나선 함대의 이미지에 초점을 맞추면, 1853년 일본 에도만 앞바다에 나타나 개항을 요구한 미국 함대도 연상해볼 수 있다. 페리 제독은 군함 4척을 끌고 와서 막강한 군사력을 과시했고, 일본 막부는 미국 측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막부 시대가 종말을 고하고 천황제 근대국가로 나아가는 ‘근대 일본’의 서막이었다. 



이 새로운 시대의 정세에 일찍 눈을 뜬 후쿠자와 유키치는 일본이 서구 제국주의의 식민지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선 동일한 수준의 문명에 도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문명이 앞선 자가 뒤진 자를 지배하고 뒤진 자는 앞선 자에게 지배되는 것이 당연한 이치라고 본 그는 일본이야말로 유럽문명을 계승할 아시아의 적자라는 주장도 개진하였다. 그 연장선상에서 “중국과 조선을 대할 때에도 그들이 이웃나라라 하여 특별히 고려할 것 없이 서양인이 대하는 방식 그대로 처리해야 할 것”이라는 ‘탈아론(脫亞論)’을 제시했다. 아시아를 벗어나 유럽 문명권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일본은 구미 열강에 못지않은 패권국가로 행세했다.

제국주의 국가들의 패권 다툼에서 결국 일본의 식민지로 귀착된 조선의 운명은 어떤 민족이 압도적인 외부의 힘과 조우한 세번째 유형이 될 듯싶다. 유길준과 함께 최초의 일본 유학생이면서 미국 유학생활도 경험한 윤치호는 조선의 독립을 위해선 경제적·문화적·지적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근대국가의 시민으로서 갖추어야 할 공덕심과 공통된 대의를 위한 단합심, 진지한 노력, 자립심이 조선인들에겐 부족하다고 봤다. 특히 그는 남의 노고에 얹혀 살기를 조장한다는 이유로 유교의 도덕을 기생주의라 비판했다. 그런 점에서는 유교 사회의 윤리와 공산주의 사이에 공통점이 있다고도 주장했다. 그가 보기에 공산주의는 최고 수준의 협조적 문명을 획득한 국민에게나 가능한 것이어서 앵글로색슨인들조차 아직 도달하지 못한 경지다. 하긴 영화 <아바타>에서 지구인의 공격을 격퇴한 것은 모든 것이 서로 접속돼 있는 판도라 행성의 ‘협조적 문명’이었지만, 영화는 영화니까. 

10. 03. 01.  

P.S. 칼럼을 쓰면서 주로 참고한 책은 하워드 진의 <살아있는 미국역사>(추수밭, 2008), 박규태의 <일본정신의 풍경>(한길사, 2009), 박지향의 <윤치호의 협력일기>(이숲, 2010) 등이다. 후쿠자와 유키치에 대해선 임태홍의 <일본 사상을 만나다>(성균관대출판부, 2010)도 읽어봤다. <리얼 진보>(레디앙, 2010)에 실린 박노자 교수의 글 '좌파의 고민' 가운데, '인생의 의미로서의 사회주의'란 대목이 인상적이어서 다뤄볼까 했다가 삼일절이란 시의성을 고려해 <아바타> 이야기로 방향을 틀었다. 그래도 칼럼의 끝은 '공산주의'였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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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3-04 0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디언 학살의 과거를 S.F로 변형한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새로운 세계의 메세지는 공산주의였군요. 으음 협조적 문명이라... 비대칭 전쟁을 치룬 게릴라부대가 성공한 사례도 있죠..
그것도 협조적 문명이랄수 있는 건지요..
 

'3월의 읽을 만한 책'을 후딱 적어놓으려 한다. 새 학기를 맞아 아이와 찜찔방에 가기로 약속했기 때문이고(가장 저렴한 '가족행사'다), 해야 할 일들의 진도는 빠질 기미가 없어서 제 풀에 지치기도 해서다(언제나 저질체력이 문제다). 간행물윤리위원회의 추천 리스트를 보니 문학 분야만 아직 업뎃이 안 됐는데, 문학부터 내 맘대로 고른다.   

1, 문학 

국내 작가들의 신작 소설을 고른다. 무엇보다도 <고래>(문학동네, 2004) 이후에 6년만에 나온 천명관의 <고령화 가족>(문학동네, 2010)이 눈에 띈다. 여담이지만 2004년에 러시아에서 체류하다가 이듬해 돌아왔을 때 나만 모르던 작가가 천명관이었다. 다들 <고래>를 추천하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렸지만, 게으른 탓에 책만 사놓고 아직 들춰보진 못했다. 영화쪽에 더 주력하던 작가가 문학을 부업 정도로 간주하고 있었던 것도 독서를 미루게 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번에 인터뷰기사들을 읽어보니 이젠 문학에 '올인'할 예정이라고. 독자들도 이젠 그의 소설을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해도 좋을 듯싶다. 한 일간지의 리뷰는 이렇게 시작한다.    

천명관의 두 번째 장편소설 ‘고령화 가족’(문학동네)은 애틋하고 유쾌하다. 애틋하면서 유쾌한 이질적 결합이 가능한 이유는 인간에 대해 궁극적으로 신뢰하는 작가의 따뜻한 밑바탕과 가면을 벗어던진 진솔한 서술 태도에 있는 것 같다. 더 이상 어떻게 더 망가질 수도 없을 정도로 마이너의 최극단에 놓인 한심한 형제 자매가 있다. 강간죄를 비롯한 폭력 전과 5범인 큰아들과 영화감독을 한다고 설치다가 완전히 망해 먹고 알코올 중독자가 된 둘째 아들, 바람을 피우다 이혼을 당해 친정으로 쫓겨온 막내딸. 이 3남매가 칠순의 어머니 집으로 기어들어와 모친의 등골을 빼먹는다. 하지만 노모는 단호했다. 서술자인 둘째 아들 오 감독의 진술에 따르면 이 정도는 노모에게 약과인 것이다. “가난한 살림에 아이 셋을 키우고, 남편을 수발하고, 홀몸이 되어 큰아들 옥바라지로 한 세월을 보내는 과정이 전쟁보다 하등 나을 것도 없었을 터, 전쟁통에 학도병으로 끌려가서도 멀쩡하게 살아돌아왔던 아버지가 승용차에 치여 죽기까지 했으니까 말이다.”(41쪽) 오 감독의 진술을 계속 따라가자면 그들은 “마이너리그 중의 마이너리그, 인생의 패배자들만 모아놓은” 가족이었다.(세계일보)

편혜영의 <재와 빨강>(창비, 2010)은 엊그제 포스팅을 했으니 넘어가고 오현종의 <거룩한 속물>(뿔, 2010)은 요즘 젊은 세대를 중인공으로 한 세태소설. 사회학쪽에서도 '속물'론이 본격적으로 나오더니 이젠 대놓고 '속물'이다(거룩한!). '21세기 대한민국 속물지형도'라는 문구가 눈길을 끈다. 알다시피 알라딘의 문학웹진뿔에 연재됐던 소설이다.   

소설가 오현종(37)의 장편 ‘거룩한 속물들’(웅진 뿔)은 속물이 되지 않으면 낙오자가 돼 버리는 우리 사회의 속성을 담은 작품이다. 한마디로 21세기 대한민국 속물지형도다. 초점을 맞춘 대상은 이제 갓 대학을 졸업하고 세상에 발을 내딛는 20대다. ‘속물을 권하는 사회’에서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할 기회도, 여유도 없이 세상으로 내몰리는 안쓰러운 20대. 서울 중상위권대 사회복지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기린은 가정형편이 어려워 아르바이트를 몇 개씩 하면서도 돈을 펑펑 쓰는 친구들과 어울린다. 가방에 들어있는 화장품의 가격에 따라 인간 등급을 매기는 지은과 부잣집 딸로 명품 옷은 척척 사도 친구들에게 커피 한 잔 사는 법 없는 명이 그들이다. 기린은 이들과 어울리기 위해 A급 짝퉁 가방과 지갑을 샀고, 수입 생수병에 학교 정수기 물을 몰래 받아 들고 다닌다.(국민일보)

 

2. 역사 

이덕일 소장이 추천한 역사분야의 책은 필립 판의 <마오의 제국>(말글빛냄, 2010). 지난번에 <윤치호의 협력일기> 대신 한겨레21 서평에서 다룰 뻔했던 책이다(사정상 더 얇은 책을 골랐다). 추천자의 책소개는 이렇다.  

저자 필립 판은 대약진운동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주요 사건들에 직간접으로 참여했던 사람들을 심층 취재해 이 책을 저술했다. 한때 모택동을 아버지라고 불렀던 베이징대 여학생 린자오는 대약진운동과 문화대혁명에 홀로 맞서다 1968년 감옥에서 사형 당하는데 그녀가 옥중에서 자신의 피로 18만 단어에 이르는 수기를 썼다는 실화는 인간의 양심과 존엄성에 대한 큰 감동을 주었다. 겉으로 중국은 평온해 보이지만 중국 내부를 살펴보면 그렇지 않다고 이 책은 말하고 있다. 저자는 중국이 현재의 경제 규모에 걸맞은 정치체제로 나아갈 것인가의 여부가 중국의 미래를 결정지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마오의 그늘'이라고 할 때 아무래도 가장 큰 그늘은 문화대혁명일 텐데, 그와 관련하여 같이 읽어볼 만한 두툼한 책들이 있다는 것 정도만 덧붙인다. <문화대혁명, 또 다른 기억>(그린비, 2008)과 <80년대 중국과의 대화>(그린비, 2009) 등 '현대 중국의 목소리' 시리즈로 나오고 있는 책들은 모두 <마오의 제국>을 부피에서 압도한다. 대국에 대한 나름의 대우인 듯하다.   

3. 철학  

김형철 교수가 고른 철학분야의 책은 김용석의 <메두사의 시선>(푸른숲, 2010)이다. <문화적인 것과 인간적인 것>(푸른숲, 2000)이란 대중적인 철학서의 물꼬를 튼 저자가 10년만에 개정판을 내면서 같이 출간한 책이다. 부제는 '예견하는 신화, 질주하는 과학, 성찰하는 철학'. 저자의 문제의식이 '신화, 과학, 철학'에 모아진다는 걸 알게 해준다(물론 분량으로 보아 문제의 윤곽만을 그릴 듯싶다). 추천자의 간단한 소감.  

메두사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바로 과학이다. 그렇다면, 지혜를 사랑한다는 철학자의 작업은 무엇인가? 필로소피아, 애지愛知, 철학은 지식을 아는 것도 아니고, 지식을 모르는 것도 아니다. 지식을 사랑한다는 것은 지식과 지혜를 끊임없이 탐구하고자 하는 과정의 연속이다. 과학도 신화도 철학적 탐구 대상이 된다. 철학은 과학과 신화가 전제로 하고 있는 그 어떤 것도 이성의 비판 없이 당연시하지 않는다.

 

같이 읽어볼 만한 책은 <철학적 시읽기의 즐거움>(동녘, 2010)과 나란히 출간돼 화제를 모으고 있는 강신주의 <철학 VS 철학>(그린비, 2010). '동서양 철학의 모든 것'이 부제이고, 56개 주제에 대해 두 사람씩 대질시키고 있다. 하면 무려 112명의 '철학자'가 (주연 없는) 카메오 출연을 하는 셈인데, 일종의 '철학자 사전'으로 보아도 무방하겠다. 928쪽이란 두께 자체가 사전류의 두께이기도 하고. 아무려나 저자의 공력이 혀를 내두르게 한다. '대중적 철학서 쓰기'의 현단계를 보여준다.   

4. 정치/사회 

강정인 교수가 추천한 정치/사회분야의 책은 <핀란드가 말하는 핀란드 경쟁력 100>(바이북, 2010). 제목 그대로 핀란드인들이 말하는 자국의 다양한 모습과 강점의 소개다.  

이 책은 ‘핀란드, 국가경쟁력 세계 1위의 비밀을 말한다!’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국가경쟁력이란 정치·경제·사회·문화·교육 등 여러 분야에 걸친 국가적 역량의 총화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핀란드의 사회적 창안을 구상하고 개발한 각양각색의 인물들이 이 책의 집필에 참여했다. 여성의원 40퍼센트 할당제, 부정부패 척결, 노사정 3자주의 등 ‘국가행정’, 빈곤층의 최저소득 보장을 국민의 사회적 기본권으로 인식하는 ‘사회정책’으로부터 시작하여, 전통문화의 활성화를 통해 사회적 연대를 강화하는 ‘성탄절 길’ 등 ‘일상생활’에 이르기까지 핀란드 사회의 다양한 모습이 담겨 있다. 

연이어 관련서들이 나오고 있지만 '핀란드''는 이미 하나의 트렌드가 됐다. '남의 떡'이 될지 '남의 돌'이 될지는 두고봐야겠다.     

5. 경제/경영 

이준구 교수가 추천한 경제/경영서는 매튜 메이의 <우아한 아이디어가 세상을 지배한다>(살림Biz, 2010). '우아함'이 경제학 사전에도 등재돼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책은 우아함이 상품의 핵심적 특성이라고 말한다고.  

사람들은 왜 아이폰에 열광하는가? 이 책의 저자인 메이는 그 의문에 대한 해답의 열쇠가 아이폰이 갖는 우아함에 있다고 본다. 우아함이야말로 히트상품이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특성이라는 것이다. <우아한 아이디어가 세상을 지배한다>는 책 제목이 바로 그 생각을 잘 나타내주고 있다. 저자는 우아함이 반드시 마케팅의 측면뿐 아니라 우리 삶 전반에 걸쳐 매우 큰 중요성을 갖는다고 말한다.(...) 저자가 MBA 출신이고 마케팅 얘기를 많이 하는 것을 보면 경영서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경영서라고 말하기에는 우리 삶의 일반에 적용될 수 있는 부분이 너무나 크다. 이런 애매모호함이 오히려 책 읽는 즐거움을 더 크게 만들어 주고 있다.

표지만 보면 아무래도 나비 모양이 더 큰 원서의 표지가 더 우아해 보인다. <우아함의 탄생>(민음사, 2009)도 이왕이면 나란히 꽂아둠 직한데, 남송 시대 이후 중국 경제, 문화의 중심지였던 강남의 문화사를 다룬 책이다.   

6. 과학 

최영주 교수가 고른 과학분야의 책은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 나탈리 앤지어의 <원더풀 사이언스>(지호, 2010). 이미 '여자'와 '살아있는 것들'에 대한 책을 펴낸 바 있는, '예찬'에 남다른 소질이 있는 저자의 과학 예찬이다. 저자의 사진을 한번 찾아봤다.   

이 책은 스스로가 과학과 연애를 하고 있다는 과학 작가가 물리학, 화학, 생물학, 지질학 등 과학의 중심 분야에서 일하는 수십 명의 과학자들과 인터뷰를 통해 과학자들의 위의 질문들에 관한 답을 찾으며 과학자들이 아름답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주옥같은 이야기들을 담아 때론 인터뷰형식으로 때론 이야기 형식으로 다룬 과학 교양서이다. 때때로 동양 사람과 다른 형식의 유머러스한 그의 글을 읽는 것은 또 다른 즐거움이다.

 

7. 예술 

김춘미 교수가 고른 예술분야의 책은 유일하게 생소한 책이다. 밀드레드 프리드먼이 엮은 <게리>(미메시스, 2010). '게리'라고 하면 뭔가 싶은데, 건축가 프랭크 게리에 관한 책이라고 한다(철자는 다르지만 동생의 닉네임도 '게리'이다). 한국어판의 표지가 더 맘에 드는군.  

건축가 프랭크 게리의 세계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이 책을 잡는 순간 꼭 누구라도 한번쯤 읽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리는 한 마디로 살아있다. 어차피 건축가는 어떤 형태의 건물을 짓는 사람인데, 살아있다는 것은 무슨 말인가? 그에 대한 답은 이 책을 보면 알게 된다. 지난 10여 년간 게리가 자신의 이상을 실현해 낸 건축물의 화보와 설계과정 등이 알기 쉽게 망라되어 있다. 이 책의 3분의 2 이상은 편집자인 밀드레드 프리드먼이 게리를 직접 인터뷰해서 정리한 글로 채워져 있기 때문에 책 전체가 게리의 육성으로 이야기를 듣는 듯한 친근함이 있고 쉽다.

흠, 아래 두 작품만 봐도 이 건축가의 개성을 알 수 있겠다.

 

 

 

8. 교양  

이한우 기자가 추천한 교양서는 로렌스 쇼터의 <옵티미스트>(부키, 2010)이다. 리뷰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낙관하기 여려운 시대에 '옵티미스트'를 자처하는 것도 대단한 '낙관주의'라 할 만하다.  

이 기발한 저자는 세상의 낙관주의자들을 찾아 나선다. 그가 한 마디라도 나눈(사실 한 마디면 충분하다. 그는 ‘당신은 왜 인생을 낙관적으로 보시나요?’라는 질문만 던지기 때문이다.) 명사 목록을 보자. 빌 클린턴 전 미국대통령, 가수 믹 재거, 존 볼턴 전 유엔미국대사, 노벨문학상 수상자 해럴드 핀터 등 수십 명에 달한다. 물론 찰스 왕세자나 오프라 윈프리처럼 거절당한 경우도 있다. 무명의 저자는 어떻게 클린턴을 만났을까? 영국에서 열린 클린턴 강연회 시작에 앞서 스치듯 만났다. ‘당신은 낙관주의자인가요?’ 클린턴은 강연을 끝내려 할 때 그 이야기를 끄집어냈다. “사람들은 늘 나에게 낙관주의자인가라고 묻습니다. 물론 세상에는 문제가 산적해 있지요. 언제나 그랬듯이 말입니다. 그러나 어쨌든...우리는 결국 이겨내 왔습니다.”

하지만 요즘처럼 이런저런 자연적, 인공적 재해가 예기찮게, 또 빈번하게 일어나서야 무얼 낙관해야 할지 알기 어렵다. 이번주 한겨레21의 표지 타이틀 '이명박 취임 2주년, 아직 3년이 남았다'는 낙관쪽일까, 비관쪽일까?..  

9. 실용 

손수호 논설위원이 고른 실용서는 박희권의 <문화적 혼혈인간>(생각의나무, 2010). 이 또한 처음 보는 책이다. 제목만으론 책의 정체를 알 수 없는데, 핵심은 이렇다고 한다.      

“고대 로마 1000년 영광은 개방성과 유연함이다. 아테네는 시민권을 극도로 제한한 나머지 아리스토텔레스마저 마케도니아 출신이라는 이유로 아테네 시민이 되지 못했다. 이에 비해 로마는 식민지 사람들도 군복무를 마치면 시민권을 부여했다” “영국인은 상대방과 대화할 때 팔 하나 정도의 거리감을 유지해야 안정감을 느끼는 반면 중동이나 중남미 국가들은 팔의 절반, 즉 팔꿈치 정도의 거리를 두어야 친밀감을 느낀다” 오랜 기간 직업외교관으로 세계무대를 경험한 저자가 젊은이들을 상대로 글로벌 시대의 성공전략을 제시한 책이다. 국제사회의 명품인간은 문화의 다양성과 상대성을 수혈한 ‘문화적 혼혈인간’이라는 주장이 핵심이다.

일종의 '컬쳐코드' 익히기쯤이 될까? 그런 면에서 읽어볼 만한 책은 케이트 폭스의 <영국인 발견>(학고재, 2010)이지만, 두꺼워서 엄두는 못 내고 있다. <러시아인 발견> 같은 책도 나오면 좋을 텐데...  

10. 진보 

6월 선거를 앞두고 정치인들의 책이 많이 나오고 있다. 그래도 가장 눈에 띄는 건 <진보의 재탄생: 노회찬과의 대화>(꾸리에, 2010)이다. 진보신당 상상연구소에서 기획한 <리얼 진보>(레디앙, 2010)도 출간됐기에 어제 같이 손에 들었다. <리얼 진보>의 말미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진보의 미래>(동녘, 2009)에 대한 서평도 수록돼 있는데, 그가 실패한 자리에서 어떻게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진보 진영의 화두로 보인다. 카피는 이렇다. "노무현이 실패한 곳에서 진보는 시작된다." 홍세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편집위원의 진단에 따르면, 향후 20년 안에 진보정당이 집권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므로, 바야흐로 긴 장정의 시작이기도 하다...    

10. 02. 28.  

P.S. '이달의 읽을 만한 고전'은 찜질방에 다녀와서 덧붙인다. 일본의 국민작가 나쓰메 소세키의 대표작 <마음>을 골랐다. 지난 2007년인가 이광수의 <무정>을 다시 읽으면서 언젠가 소세키 읽기를 시도해보려고 마음을 먹었는데, 어떻든 때가 되었다. <마음>이 소세키의 대표작일뿐만 아니라 일본 국민문학의 정전이 된 배경에 대해서는 윤상인 교수의 <문학과 근대와 일본>(문학과지성사, 2009)을 참고할 수 있다.    

간단히 말하면, "'국가'와 '국민'을 환기시키는 언설이 가장 많이 내포된 작품"이어서다. 그런 의미에서 '국민문학'이란 무엇인가를 한번쯤 되새겨보게 만드는 작품이기도 하다. 소세키에 대해서는 3월에 좀더 자세히 다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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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저자 인터뷰] 삶의 바닥을 보여주는 '철학'에 대하여
    from 그린비출판사 2010-03-05 16:45 
    ㅡ『철학 vs 철학』 저자 강신주 인터뷰'철학' 어떤 이에게는 애증의 이름일테고, 어떤 이에게는 감동적인 기쁨의 이름일 것입니다. 사실 '철학책'을 읽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 중에 하나입니다. 2500년 동안 켜켜이 쌓여온 생각의 지층들을 읽어나가는 것이 쉬울 수는 없을테니까요. 그런데 그 지층을 탐사하는 데 좋은 지도가 있다면, 훨씬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제가 읽은 『철학 vs 철학』은 그런 책이었습니다. 시간의 순서를 뛰어 넘어서 주제를 중심으...
 
 
Mephistopheles 2010-03-01 0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랭크 게리..재미있는 건축가에요. 정형성을 부정하고 저리도 부정형을 고집하는 것 같으면서 그 안에 또 다른 질서를 만들곤 하니까요..^^

로쟈 2010-03-01 00:10   좋아요 0 | URL
저도 대표 건축물들의 이미지만 봐왔는데, 인터뷰기사라고 하니까 책에도 관심이 갑니다...

푸른바다 2010-03-01 19:51   좋아요 0 | URL
일전에 MIT를 방문했을 때, 위 사진 속 건물 중의 하나를 직접 봤지만 전 솔직히 좀 괴상하다는 느낌만 들었지 별루였습니다^^ 일행 중 하나에게 그 느낌을 이야기 했더니(중국 사람이었음) 오히려 저를 이상한 눈으로 보더군요. 자신은 너무 좋다면서...^^

로쟈 2010-03-02 23:17   좋아요 0 | URL
저는 건물 내부의 시점이 궁금합니다.^^

푸른바다 2010-03-01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더풀 사이언스>라는 책에 관심이 가는 군요. 미국인들의 과학 예찬은 좀 얄팍하기도 하고 과장되어 있기도 하지만 재미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로쟈 2010-03-02 23:16   좋아요 0 | URL
우리에겐 그런 얄퍅함도 부족하니까요...

파고세운닥나무 2010-03-01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윤상인 교수는 말씀하신 저서에서 나쓰메를 비판적으로 보고 있죠. 특히 천황제와 관련해서 말이에요. 제겐 여느 나쓰메 연구자와 다른 윤상인 교수의 미덕이라 생각하며 그 책을 봤습니다.

로쟈 2010-03-02 23:16   좋아요 0 | URL
네, 한데 작품론을 갖고 다룬 게 아니어서 아쉬웠습니다. 평론/시론과 작품은 서로 충돌하는 경우도 많아서요...

파고세운닥나무 2010-03-03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을 읽고 써 봤던 감상입니다. "<그 후>에서도 느꼈지만 작가는 근대성을 개인적 차원에서는 잘 이해하고 있다. 인물들은 모두 중세적 교양과 감정간의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서게 된 근대적 주체는 이상하게도 자꾸 아버지와 선생님의 애국주의와 순결주의에 눈을 돌린다. 그 눈은 천황까지 가 닿는다."

천황까지 가 닿는다는 게 제 오버인지도 모르겠네요.

로쟈 2010-03-04 00:46   좋아요 0 | URL
<마음>에 대해선 조만간 강의할 기회가 있는데, 저도 몇 마디 감상을 올려놓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