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옮겨놓으려던 기사를 찾아 옮겨놓는다. 김기찬 사진집 <골목안 풍경 전집>(눈빛, 2011)에 대한 리뷰기사다. 평소 사진책에는 주목하지 않아서 책의 존재를 모르고 있었는데 방송대TV의 '책을 삼킨TV'에서 다룬다고 하여 알게 됐다. 정서적인 만족도로 치자면 '올해의 책'으로 꼽을 만하다. 지난 세대 한국인의 삶을 그대로 담고 있다. 서울의 풍경이라지만 골목안 풍경은 내가 살았던 지방도시들의 풍경과 별로 다르지 않다. 사진에 찍힌 얼굴들도 그렇다. 2005년에 타계한 작가에게 뒤늦게 경의를 표한다. 



한겨레21(11. 09. 12) 좁은 길 사이 펼쳐진 아름다운 가난

사진하는 동네 바깥에서 김기찬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이름 석 자를 대면 “누구?” 하고 되묻거나 “최민식, 강운구는 아는데…”라며 겸연쩍어하기 일쑤다. 이럴 때 그가 찍은 사진을 보여주면 상황이 달라진다. “이 사진 봤는데” 하며 반색하거나 “작가 이름이 뭐랬지?”라며 자세를 고쳐잡는 경우가 열에 아홉이다. 나물을 손질하는 아낙, 숙제 하는 아이들, 잡담하는 노파들, 흘레붙은 똥개 한 쌍 등 1970~80년대 한국의 대도시 어디서나 볼 수 있던 빈민촌 골목길의 살가운 풍경이 그의 사진엔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작가 공지영이 달동네에서 보낸 유년시절을 회상하며 쓴 자전소설 <봉순이 언니>의 표지를 장식한 것도 1994년 김기찬이 찍은 서울 도화동 사진이었다.

 

집의 연장이자 소통의 공간  
<골목안 풍경 전집>(눈빛 펴냄)은 김기찬이 <골목안 풍경>이란 이름으로 낸 6권의 사진집과 미공개 유작 34점을 한데 모은 책이다. 실린 사진이 500점이 넘는다. 김기찬은 1968년부터 골목길 사진을 찍기 시작했는데, 서울역 뒤 산동네인 중림동이 주요 무대였다. 처음 중림동을 찾던 당시를 회상하며 2003년 김기찬은 이렇게 적었다.

“1960년대 말. 사진 찍는 것이 좋아서 카메라 한 대만 달랑 메고 서울역전과 염천교 사이를 오가며 삶에 지친 사람들을 찍다 흘러든 곳이 중림동 골목이었다. …중림동은 참으로 내 마음의 고향이었다. 처음 그 골목에 들어서던 날, 왁자지껄한 골목의 분위기는 내 어린 시절 사직동 골목을 연상시켰고, 나는 곧바로 ‘내 사진 테마는 골목안 사람들의 애환, 표제는 골목안 풍경, 이것이 곧 내 평생의 테마이다’라고 결정해버렸다.”(589~590쪽)

30년 넘게 사진을 찍는 동안 골목길의 바깥 풍경은 현기증 나게 변했지만, 골목안의 시간은 정지돼 있거나 아주 느리게 흘렀다. 1990년대 중반에 찍은 사진이지만, 그 안에 담긴 모습이 2000년대보다 1970년대와 더 닮아 있는 데서도 드러난다. 88올림픽을 치르고, 국민소득이 1만달러를 향해 달려가던 시절임에도 골목길의 아낙들은 길바닥에서 누룽지죽을 나누고, 아이들은 몰려나와 고무줄을 넘는다. 이들에게 골목길은 여전히 집의 연장이자, 소통의 공간이다.  

이런 김기찬의 작업은 종종 최민식의 그것과 비교된다. 두 사람 모두 평생을 일관된 주제를 가지고 작품 활동을 했다. 도시의 가난이다. 최민식은 거리에서 조우하는 가난한 사람들의 얼굴을 정면으로 클로즈업해 찍었다. 김기찬은 산동네에 머물며 골목길이란 공간과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함께 사진에 담았다. 최민식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이 말한 ‘결정적 순간’(사진의 내용과 형식이 일치되는 순간)을 포착해 가난한 자의 삶에 대한 애정과 가난을 방치한 사회에 대한 분노를 표출했다. 반면 김기찬은 가난의 고통보다, 가난에도 불구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펼쳐보이려 했다. 이를 두고 사회학자 윤일성은 ‘분노하는 자의 시선’(최민식)과 ‘그리워하는 자의 시선’(김기찬)의 차이로 구분하기도 했다.(‘도시빈곤에 대한 두 가지 시선-최민식과 김기찬의 사진 연구’)

김기찬에게 골목길이 그리움의 대상인 것은 그 자신이 산동네 골목길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사실과 관련이 깊어 보인다. 그는 고백한다. “어렸을 적 아름답게 채색되었던 기억을 더듬으며 내가 뛰어놀던 골목을 찾는다. 도심 한가운데, 빌딩숲 그늘에 가려 보이지 않던 우리들의 고향의 모습이 떠오른다. 삶이 힘겹고, 딛는 땅이 비좁고 초라해도 골목안 사람들에게는 아직도 서로를 아끼는 훈훈한 인정이 있고, 끈질긴 삶의 집착과 미래를 향한 꿈이 있다.”(33쪽)  

공동체를 향한 불멸의 소망
물론 가난한 자들의 삶이 왜 훈훈하고 아름답기만 했겠는가. 골목길은 세상의 모든 슬럼이 그러하듯 더럽고 냄새나고, 다툼과 악다구니가 넘쳐나는 비루함의 공간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김기찬의 골목길 사진에서 남루와 비참의 기운이 풍겨나지 않는 것은 사진을 찍는 자의 마음과 시선이 부드럽고 따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찾던 서울의 골목길이 급격한 재개발로 하나둘 사라지고 ‘제2의 고향’인 중림동마저 1997년 철거됐을 때, 작가의 그리움은 물리적 대상을 잃고 부유할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말년의 작품 활동이 골목을 떠난 사람들의 변화한 모습을 담는 데 바쳐진 것도 이런 사정과 무관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소설가 신경숙은 “과거에 묶여 있는 시간을 자유롭게 풀어주고자 한 노력”(478쪽)이라고 평가했지만, 평생의 업으로 삼으려던 작업을 중도에 포기해야 하는 작가의 슬픔이 화면 곳곳에 묻어나는 건 어쩔 수 없다.  

중림동 산동네가 사라지고 8년 뒤인 2005년 김기찬도 죽었다. 68살이었다. 도시연구자 김형국이 “사람이 한반도 땅에 정착해서 집단 취락을 이룬 이후 줄곧 이어져온 유구한 역사의 공간 양식”(228쪽)이라고 평한 골목길도 그 사이 서울과 대도시에선 대부분 자취를 감췄다. 이로써 골목길은 그리움의 대상에서 애도와 멜랑콜리의 대상이 됐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골목길에 투사됐던 ‘공동체’를 향한 도시인들의 소망은 시간이 흘러도 소멸되지 않으리란 점이다. 이미 김기찬의 사진 속에서 그것은 ‘부재하는 현존’이라는 역설적 방식으로 불멸의 삶을 획득하지 않았는가.(이세영 기자) 

11. 09.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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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사람 2011-09-13 0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서울에 30년을 살고 미국 온 사람인데 요즘 서울의 모습을 보면 한편 슬프고 한편 화가 납니다.

도시 개발을 이런 식으로 싹 밀어버리고해야 되는지...

내가 다니던 중학교는 아예 없어졌고 중고등학교 시절에 살았던 곳은 재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전부 아파트로 되어 버렸고. 서울은 과거를 지우고 사는 곳입니다. 무식한 놈들이 서울 행정을 맡고 있는 탓이죠.

위의 사진을 보고 슬픈 생각이 나서 한자 적었읍니다. 김기찬은 여기서 처음 보는 사람입니다만 아주 귀한 사진을 남겼군요.


로쟈 2011-09-13 09:58   좋아요 0 | URL
재개발 덕분에 먹고 살게 된 이들이 많으니까요. 그걸로 정치도 하고...

숲노래 2011-09-14 0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무라 이헤이, 토몬 켄.
이 두 사람을 나란히 읽어 본다면,
사진책이 '책'으로 무엇을 말하는가를
알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느끼면 돼요.

로쟈 2011-09-14 17:58   좋아요 0 | URL
검색이 안되는 저자들인데요. 번역돼 있나요?
 

김기찬 사진집 <골목안 풍경 전집>(눈빛, 2011)에 관한 리뷰기사가 생각나 한겨레21을 찾아갔다가 읽은 건 '신형철의 문학사용법'이다. 몇번 옮겨놓은 적이 있는데, 박형준 시인의 <생각날 때마다 울었다>(문학과지성사, 2011)에 대한 감상도 '짠'한 데가 있어서 스크랩해놓는다.    

한겨레21(11. 09. 12) ‘천진하게’와 ‘물끄러미’의 어긋남

8월30일 오후 4시경 서울 상수동의 어느 카페에 자리를 잡은 나는 그 뒤로 거의 2시간 동안을 한 편의 시만 읽고 또 읽게 된다. 하필 맨 처음 펼친 시가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문제의 그 시는 박형준의 새 시집 <생각날 때마다 울었다>(문학과지성사)의 표제작이다. 그렇게 2시간을 보내고 나는 다음과 같은 문자메시지를 시인에게 보내지 않을 수가 없었다. “표제작만 몇 번을 다시 읽는 중입니다. 가슴이 아파요. 이런 아픔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생각날 때마다, 읽겠습니다.” 그 시를 옮긴다.

“그 젊은이는 맨방바닥에서 잠을 잤다/ 창문으로 사과나무의 꼭대기만 보였다// 가을에 간신히 작은 열매가 맺혔다/ 그 젊은이에게 그렇게 사랑이 찾아왔다// 그녀가 지나가는 말로 허리가 아프다고 했다/ 그는 그때까지 맨방바닥에서 사랑을 나눴다// 지하 방의 창문으로 때 이른 낙과가 지나갔다/ 하지만 그 젊은이는 여자를 기다렸다// 그녀의 옷에 묻은 찬 냄새를 기억하며/ 그 젊은이는 가을밤에 맨방바닥에서 잤다” 총 10연으로 돼 있는 시의 전반부다. 뒷이야기는 이렇다.

“서리가 입속에서 부서지는 날들이 지나갔다/ 창틀에 낙과가 쌓인 어느 날// 물론 그 여자가 왔다 그 젊은이는 그때까지/ 사두고 한 번도 깔지 않은 요를 깔았다// 지하 방을 가득 채우는 요의 끝을 만지며/ 그 젊은이는 천진하게 여자에게 웃었다// 맨방바닥에 꽃무늬 요가 펴졌다 생생한 요의 그림자가/ 여자는 그 젊은이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사과나무의 꼭대기,/ 생각날 때마다 울었다” 여기까지다. 나는 이 시의 묘미가 부사(副詞)에 있다고 생각하면서 이 시가 품고 있는 이야기를 이렇게 복기했다.

반지하방에 사는 사내가 있다. 사과나무에 “간신히” 열매가 맺힐 때 그에게도 “간신히” 사랑이 왔다. 방바닥에서 사랑을 나눴다. 그래서 여자는 허리가 아팠다. 여자가 한동안 오지 않는다. “때 이른” 낙과처럼 “때 이른” 이별이 오려는가. “하지만” 사내는 여자를 기다린다. 요를 사두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오면 요를 깔고 사랑을 나누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여자는 왔다. 이 “물론”은 절묘하다. 두 개의 뉘앙스가 함께 있어서다. (1)그래, 간절한 마음만 있으면 사랑은 뜻대로 되는 거지! (2)이 답답한 사내야, “물론” 오기야 하겠지, 그러나 그런들?

언뜻 (1)인데 결국은 (2)였다. 사내는 요를 깔고 “천진하게” 웃지만 그녀는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한다. 그녀가 기뻐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그녀의 마음속에선 어떤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렇게 그녀는 영영 떠났다. 사내는 지금 사과나무를 보며 울고 있지만, 뭘 알기는 하고 우는가? 요 하나가 방을 다 채울 만큼 작은 그의 방이 문제였다는 것을, 사랑하는 여자를 침대에 눕히지도 못하는 그 가난이 문제였다는 것을, 그런 줄을 모르는 이의 간절함은 상대방에게 오히려 잔인함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그러니 이 시는 결국 “그 젊은이는 천진하게 여자에게 웃었다”와 “여자는 그 젊은이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라는 두 문장으로 요약된다. 아니, 더 짧게는, “천진하게”와 “물끄러미”의 어긋남에 모든 게 들어 있다. 사내가 창피해했거나 화를 냈거나 혹은 허세라도 부렸다면, 그녀는 희망을 가졌을지 모른다. 그러나 사내는 “천진하게” 웃었다. 그녀는 깨달았을 것이다. 이 사내는 바뀌지 않겠구나, 나는 이 천진함을 견디지 못하겠구나, 결국 이 사내를 미워하게 되겠구나. 그러니 그녀의 “물끄러미” 안에는 또 얼마나 많은 슬픔이 있었을까.

그날 저녁에 사람들을 만났고 이 시를 보여주었다. 놀랍게도 의견이 갈렸다. 요를 산 뒤부터의 이야기는 남자의 슬픈 환상인 것처럼 보인다는 의견이 있었다. 여자가 오기는 했으되 다른 여자가 아니었겠느냐고 짐작하는 이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내가 만든 이야기를 버릴 수 없었다. 누군가 물었다. ‘생각날 때마다 우는’ 남자의 마음을 알겠느냐고. 나는 되물었다. 허리가 아프다 했더니 침대가 아니라 요를 사는 남자가 슬퍼서 떠나는 여자의 마음을 알겠느냐고. 여하튼 너무 슬픈 시라고 투덜거리며, 우리는 경쾌하게 술잔을 부딪쳤다.(신형철_문학평론가) 

11. 09. 11.   

P.S. 시를 읽으며 떠올린 건 신경림 시인의 '가난한 사랑노래'이다.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란 구절로 시작해서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 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이라고 마무리되는 시이다. 예전에 학원에서 중학생들한테 국어를 가르칠 때, 지문에서 나올 때마다 왜 이런 시가 교과서에 들어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투덜거렸었다. 청소년들에게 '감동'을 주기는커녕 너무 '노골적'이란 생각이 들어서였다('가난하면 사랑도 버려야 한다'는 게 이 시의 '교훈' 아닌가?). '생각날 때마다 울었다'도 비슷한 싱숭생숭함을 느끼게 한다.  

한편, '천진하게'와 '물끄러미'의 대조를 읽어낸 이 칼럼에서 평론가가 준비한 비장의 부사는 물론 '경쾌하게'다. 그리고, '여하튼'. 여하튼 경쾌하게! 칼럼에는 이 '너무 슬픈 시'에 대한 두 가지 반응이 나온다. (1)가슴이 아파요. 이런 아픔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2)우리는 경쾌하게 술잔을 부딪쳤다. 가슴 아픈 일들이 많은 세상이지만, 여하튼 남은 연휴를, 골목안에서 활짝 웃고 있는 아이들처럼 경쾌하게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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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1-09-11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천진하게'와 '물끄러미' 그리고 '경쾌하게'가 서로 어긋났던 기억이, 추억할 수 있는 것의 전부인 그 무수한 '심심하게'들이 생각납니다ㅎㅎ 명절이라고 마땅히 갈 데도 없는 저 같은 '심심이'를 위해 좋은 글을 선물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석 잘 쇠세요~^^

로쟈 2011-09-12 14:59   좋아요 0 | URL
마땅히 갈 데가 있다고 덜 심심한 것도 아닌데요.^^ 연휴 잘 보내시길...

서투른_독서 2011-09-12 0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몸을 누일 방이 절실했던 대학시절, 눅눅하고 어두워 심장까지 축축해져버릴 것 같던 자취방이 생각나네요. 한자리에 오래 머물 수 없다는 불안을 껴안고 잠들어야 했던 그 시절... 다리를 뻗으면 허술한 문에 엄지발가락이 닿았던 고시원과 자취방... 그래도 그때는 가난이 수치의 대상이 되지 않아 자유로울 수 있었지만, 지금 이 시대는... (굳이 시인의 말이 아니어도) 눈물이 나네요. 이 시대의 대학생, 청년들을 위해 기도하고 싶은 밤입니다.

로쟈 2011-09-12 15:00   좋아요 0 | URL
세월이 더 좋아져야 정상인데요..^^;

singing 2011-09-15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으며 감동한 저는...;;;ㅠㅠ 저라면 감동했을 듯해서.. 제가, 이래서 안된다니까요;;
'맨방바닥에 꽃무늬 요가 펴졌다 생생한 요의 그림자가..'
그림자마저 생생한 요라니..젊은이가 해줄 수 있는 것의 최대치가 요라서 그 사랑의 생생함인지, 요에 함축된 어쩔 수 없는 가난의 생생함인지..(그림자라니 후자쪽?)
암튼 아픈시네요.. 아프다..
 
실재의 사막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추석 연휴에 묻히게 됐지만 오늘은 9.11 테러 10주년이 되는 날이다. 미국에서 나온 관련서들이 그래도 조만간 몇권은 소개되지 않을까 싶다. 국내서로는 이슬람권 전공자들이 쓴 <이슬람>(청아출판사)이 9.11 이후 가장 큰 화제를 모았던 책으로 돼 있다. 그밖에 어떤 책들이 있는가란 기자의 질문을 받고 나도 생각나는 대로 몇권을 주워섬겼는데, '추천서'라기보다는 '관련서'로 든 것이었다. 지난주 기사를 옮겨놓는다.   

  

한국일보(11. 09. 03) '추악한 전쟁' '경도와 태도' 등 읽어볼 만

"글쎄요. 아직 번역 안 된 해외서적 가운데는 읽을만한 게 더러 있긴 한데." 중동전문가인 인남식 외교안보연구원 부교수는 9ㆍ11 테러와 이후 세계의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 읽을만한 책을 추천해 달라는 부탁에 다소 망설이는 눈치였다. 전문가의 머릿속에 이거다 하는 책이 얼른 떠오르지 않는다는 건 그만큼 국내의 관련 도서층이 빈약하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뜸을 들인 뒤 인 교수가 추천한 책은 3권. 우선 미국 abc방송 기자 존 쿨리가 쓴 <추악한 전쟁>(이지북 발행)이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소련의 영향력을 제거하기 위해 지원한 이슬람 테러 조직이 결국 미국에 칼끝을 겨누는 과정을 잘 보여준다. 그리고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이 쓴 <경도와 태도>(21세기북스). 9ㆍ11을 전후해 자신이 쓴 칼럼과 일기를 모은 책으로 9ㆍ11로 자살을 감행한 이들은 누구이며 이슬람 세계는 왜 이들에게 암묵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는지, 미국인들은 왜 분노의 표적이 됐는지에 대한 생각들이 펼쳐져 있다. 최근 출간된 <진리를 향한 이정표>(평사리)도 추천 목록에 들어갔다. 이슬람 과격파의 아버지로 불리는 사이드 쿠틉이 옥중 집필한 책으로 이슬람 원리주의의 이념 구조를 알 수 있다. 



인문학 서적을 중심으로 활발한 서평활동을 하고 있는 이현우씨는 슬라보예 지젝의 <실재의 사막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장 보드리야르의 <테러리즘의 정신>(동문선), 테리 이글턴의 <성스런 테러>(생각의나무)를 추천했다. 9ㆍ11과 테러의 이면에 도사린 철학적인 문제들을 짚어본 책들이다. 지젝의 책은 <실재계 사막으로의 환대>(인간사랑)라는 제목으로 국내 번역출간됐으나 절판된 것을 이씨 등이 새로 번역해 낼 계획이다. 지젝은 책과 같은 제목의 창비웹진 투고에서 9ㆍ11로 분명해진 것은 '이런 폭력은 텔레비전 스크린을 통해 안전한 거리에서 바라보기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미국이 이제 직접적으로 이런 폭력에 개입되었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슬람 역사서로는 정수일 전 단국대 교수가 쓴 <이슬람문명>(창비), 레바논계 프랑스 소설가 아민 말루프의 <아랍인의 눈으로 본 십자군 전쟁>(아침이슬) 정도가 많이 읽혔다. 최근 출간된 미국 저술가 타밈 안사리의 <이슬람의 눈으로 본 세계사>(뿌리와이파리)도 반응이 좋다.(김범수기자) 

11. 09. 11.  

P.S. <실재의 사막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에 대해선 작년에 <로쟈와 함께 읽는 지젝> 연재를 통해 다룬 바 있는데, 내달에는 이 연재를 묶은 단행본과 함께 새로운 번역본이 출간될 예정이다(나는 새 번역본 출간을 제안하고 감수를 맡았다). 나름대로 9.11 10주년의 의미를 생각해본 결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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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가게재습격 2011-09-11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재의 사막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개정판이 나온단 말씀이시죠? <로쟈와 함께 읽는 지젝>과 엮어 필히 업어와야겠네요!^^

로쟈 2011-09-12 15:01   좋아요 0 | URL
네, 10월중엔 나올 듯해요. 독촉을 받고 있으니.^^;

쉽싸리 2011-09-11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에 연재하신 지젝관련 글을 책으로 내신다니 반갑습니다. 연재를 초반에 좀따라가다가 놓쳤었거든요. 아무래도 책으로 엮여야 든든한거 같아요.^^

로쟈 2011-09-12 15:01   좋아요 0 | URL
저도 그렇습니다.^^

헌내 2011-09-11 1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재의 사막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재번역이라...ㅋ 기대됩니다!!!!

로쟈 2011-09-12 15:02   좋아요 0 | URL
네, 이번엔 많이 읽히면 좋겠어요...

singing 2011-09-15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또 나오는군요 ^^ 책꽂이에 로쨔쌤컬렉션 자리도 마련했겠다, 이제 준비할 건 질끈머리끈이네요ㅎㅎ. 연재를 미처 따라가지못하구 주저앉았는데...
보드리야르도 어려웠구...겁은 나지만 도전!!^^..

2011-09-17 09: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18 22: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명절 연휴가 시작된다고는 하지만 밀린 원고 더미와 씨름해야 하는 처지에선 휴일도 달갑지 않다. 차라리 '휴일은 없다!'고 말하고 싶다. 당장 읽을 책은 아니지만, 이번주에 구입한 도서목록에는 미국의 대한 환상에서 께어나라고 일갈하는 책 두 권도 포함돼 있다. 김광기의 <우리가 아는 미국은 없다>(동아시아, 2011)와 크리스 헤지스의 <미국의 굴욕>(아름드리미디어, 2011)이 그것이다. 서평기사를 찾아 스크랩해놓는다. '짝퉁 미국'인 나라의 미래는 좀 다를지 생각해봐야겠다...  

경향신문(11. 09. 10) "미국 위기 본질은 승자독식에 의한 신뢰의 위기”

미국 전역에서 도로를 파헤치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쉽게 닳는 아스팔트 대신 비용이 적게 드는 자갈을 깔기 위함이다. 재정압박 때문에 낡은 도로를 방치하는 주 정부도 허다하다. 미국의 한 교수는 이를 다루는 세미나를 개최하면서 ‘석기시대로의 귀환’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석기시대’는 곳곳에서 관찰된다. 뉴욕과 시카고 같은 대도시를 포함해 미국 전역에서는 ‘집에서 닭 키우기’가 유행이다. 경기침체로 주식인 육류를 사서 섭취하기가 어렵게 되자 직접 병아리를 사서 키워 닭고기와 계란을 먹으려 한다는 것이다.

김광기 경북대 교수(48)가 최근 펴낸 <우리가 아는 미국은 없다>(동아시아)에서 보여주는 미국의 모습은 생경하다. ‘치부’를 애써 들춰냈다기보다 일상 그 자체가 치부가 돼 버린 미국인들에 대한 세밀화다.

김 교수는 지난 7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자신 또한 1990년대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을 때는 미국을 ‘하나의 전범’으로 생각했다고 했다. “2008년 안식년을 미국에서 보내면서 ‘콩깍지’가 벗겨졌습니다. 미국은 그 전에 알고 있던 것과 완전히 변했다는 것을 느꼈어요.”

물론 2007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몰락’을 말하는 것은 새롭지 않다. 사회학자로서 김 교수가 집중한 것은 경제위기의 통계적·수치적 측면이 아니라 미국 사람들의 ‘일상 생활’에 드러난 쇠퇴의 조짐들이다. 그는 작은 풍경들을 포착해 “고구마 줄기를 뽑아내듯” 그 속내를 읽는 데 집중했다.

2010년 8월 조지아주 애틀랜타 인근의 이스트포인트에서 공공임대주택 신청서를 배부하는 날 3만명의 시민이 몰렸다. 인구가 4만여명인 이 작은 도시에서는 이날 혼잡으로 62명이 다쳤다. 경제위기로 미국에서 2010년 한 해에만 집을 압류당한 사람들이 105만명에 이르면서 유일한 희망으로 공공주택이 떠오른 때문이다. 노숙자 수가 불어나 관리비용이 증가하자 비행기를 태워 다른 주로 보내는 주 정부도 있었다. 

책에서 미국의 음울한 풍경은 계속 이어진다. 1972년 이래 처음으로 미국의 수감자가 줄었지만, 범죄가 줄어든 게 아니라 교정비용을 줄이기 위해 재소자들을 조기석방한 때문이었다. 주 경찰들은 공용 신용카드를 주유소에서 받아주지 않는 탓에 연료를 넣지 못해 순찰을 돌지 못한다. 공공학교들은 학생 수 탓이 아니라 운영할 돈이 없어 문을 닫고 있다.

김 교수는 미국의 위기가 단순히 경제적 위기가 아니라고 말한다. 사회적 ‘신뢰의 위기’라는 것이다. “미국에 머물면서 아파트 잔디밭에서 아이들을 놀게 할 수가 없었어요. 온통 개가 쏟아낸 배설물들이 널려 있었죠. 처음 유학왔을 때만 해도 그런 일은 상상할 수 없었습니다. 얼마 전에는 뉴햄프셔주에서 개똥이 너무 많으니 유전자를 검사해서 추적하자는 얘기도 나왔다고 해요.” 금융위기를 불러온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자체도 상환을 생각하지 않는 무분별한 대출, ‘가불 문화’ 때문에 일어났다는 것이다.

‘추천서’ 한 장이면 모든 것을 신뢰하던 미국의 분위기도 사라졌다. 미국의 어느 중학교에서는 재정 확충을 위해 학생들이 20달러의 초콜릿을 사면 점수를 올려주겠다고 해 논란을 빚었다. ‘신뢰의 위기’는 고위층부터 일반인들에게까지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금융위기를 불러온 자들은 회전문인사를 통해 다시 정·재계에 진출하고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 사람들은 고의로 차를 버리거나 불을 지른 뒤 보험금을 청구하고, 렌터카에 기름 대신 물을 채워 반납하기도 한다.

이 신뢰의 위기는 결국 상위 10% 사람들이 미국 전체 수입의 절반을 가져가는 ‘승자독식’ 때문이라는 것이 김 교수의 생각이다. 앞의 얘기로 돌아가면 요즘 미국인들이 총과 닭, 씨앗을 사려고 안달인 까닭은 ‘나 외에 타인의 도움은 없다’는 절박한 인식 때문이다. “건국이념으로 내놓은 자유와 평등, 인권과 정의라는 것들은 어느새 사라졌습니다. 우리도 언제까지나 맹목적으로 미국을 따라서는 안됩니다. 미국이 외환위기 때 ‘글로벌 스탠더드’를 내세우며 투명성을 요구했지만, 금융위기를 보면 가장 불투명한 집단이 그들이었죠.” 김 교수는 “있는 그대로의 미국 모습을 보여주는 자료들을 학자적 양심을 걸고 보여주고 싶어” 이 책을 썼다고 말했다.(황경상기자)  

내일신문(11. 09. 10) 감추고 싶어하는 미국에 관한 5가지 불편한 진실

비판적 언론인이자 작가인 저자 크리스 헤지스는 단언한다. 미국은 현실과 환상을 구분하지 못한 채 죽어가고 있다고. 프로 스포츠, 연예산업과 유명인 문화, 리얼리티 예능 프로가 전 국민의 눈과 귀를 홀리고 일상을 규정하는 나라, 소수의 지배층이 권력과 돈, 지식과 정보를 독점한 채 자신들의 이익과 목적을 위해 그것들을 마음대로 조작하고 이용해 먹는 나라라고.

미국은 현재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이자 자본주의의 꽃으로 불린다. 크리스 헤지스는 이런 미국에 메스를 들이댄다. 미국의 숨은 치부를 날카롭게 비판하면서 미국이 처한 위기, 나아가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처한 위기의 본질을 통찰하고 있다. 그 결과 저자는 "미국은 지금 죽어가고 있다"고 선언한다. 이 파탄의 조짐은 단순히 금융위기에만 그치지 않는다. 정치 경제 문화에서부터 일상과 정신세계에 이르기까지 체제와 삶 전반에서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본다.

이런 사회에서는 본모습보다 이미지가 더 중요하고, 진실보다 광고와 선전이 더 설득력 있다. 그래서 이런 사회에서는 잡동사니 정보와 유명인의 뒷공론이 지식이 되고, 포르노는 사랑이 되며, 교육은 체제 유지와 권력 세습의 도구가 되고, 심리학은 행복을 파는 돌팔이 과학이 되며, 빚은 경제를 끌어가는 동력이 된다.

이런 사회에서는 현실이 절망스러울수록 더욱 공상에 집착하며 선동과 허풍에 의존해 위로와 안심을 구한다. 역사가 증명하듯이 이런 선동은 사람들의 눈을 가리고 오락을 제공하면서 독재정치로 나아간다. 오늘날 정부와 기업이 하나로 결탁한 이른바 '법인형 국가' '기업정부'의 결과가 바로 그것이다. 저자는 미국이 지적 능력, 도덕성, 교육, 정신, 경제 면에서 돌이킬 수 없는 위기에 빠져들고 있음을 통찰한다. 그리하여 미국이 이런 환상들에서 깨어나 자기 앞에 놓인 엄연한 한계와 맞서지 않으면 끝내 파멸에 이르고 말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한다.(안찬수 기자) 

11. 09. 10.  

P.S. "상위 10% 사람들이 미국 전체 수입의 절반을 가져가는 ‘승자독식’" 문제와 관련해서는 최근에 나온 대니얼 리그니의 <나쁜 사회>(21세기북스, 2011)도 참고할 만하다. 사회 양극화 문제를 다룬 책으로 "저자 대니얼 리그니는 우리 사회를 부익부 빈익빈의 악순환으로 몰고 가는 ‘마태 효과’(The Matthew Effect)를 모든 사회 분야에 걸쳐 연구한 최초의 학자다. 그는 이 책을 통해서 경제 분야의 마태 효과에 대한 분석뿐 아니라 정치.과학.교육.문화 등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마태 효과로 인해 일어나는 양극화 현상을 설명하고, 사회를 ‘나쁘게’ 만드는 마태 효과의 모든 것을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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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la 2011-09-10 15:15   좋아요 0 | URL
한가위 잘 쇠세요!
뜬금없이...

로쟈 2011-09-10 18:51   좋아요 0 | URL
네, 즐거운 연휴 되시길...

토토랑 2011-09-11 03:10   좋아요 0 | URL
으흠.. 참 여러가지 생각이 드는 페이퍼네요. 지금 미국 샌디에고에 머물고 있거든요.
지난번 미국 외환부채 상한액 증액 법안관련 이슈때도 우리나라 언론에 오히려 기사가 나지..
미국엔 은행에 근무하는 사람조차도 뭐 그거요~ 벌거 아녜요 하는분위기..왠지 물어본 사람이 무안해질정도의 시큰둥한 반응
대선 끝나고 나면 영향있겠죠 한마디 끝...

어느 동네를 가든지 카트에 짐 싣고 밀고다니는 노숙자들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고..
옆에 카운티에는 쌍둥이 학교 보내는데 Supply list로 학기초에 보내는 학용품만 백만원어치 샀다고 하네요..
미국에 오래산 시민권자들은 멕시코애들 노인들 과잉복지 때문에 재정이 어렵다는 그런 인식도 많은거 같아요. 다자녀 혜택이 좀 있다보니 멕시코나 이민자들이 자녀가 많거든요.

그치만 아직 영어 못하는 옆에서 보기에는,, 주급으로 주는 월급과 월세....
집세가 방 2개 조그만 아파트가 $1600 정도 하거든요. 수욜날 주급은 주는데 그날은 마트가 좀 붐벼요. 세금때고 월 400만원 받는다 쳐도, 주급이면 100만원..월세내야할돈 떼고 최소 $400 제하고, $600 남으면 마트한번 갔다오면 또 돈 나가고 이래저래 뭐 사면 또 없고. 정신바짝 안차리고 관리안하면 돈 모으기 힘들겠드라구요.

집값의 10% 현금만 들고 있어도 집 살수 있는데,,그게 월세보다 훨 싸게 치는데도.. 2~3 천만원 정도의 목돈을 마련 못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라고 하네요. 그 참 이런사람들이 우리나라오면 못살겠구나 싶기도 하고. 한 편으로는 여기서 Job 못잡은 애들이 우리나라와서 그냥 영어강사 몇년 뛰다가 가는구나 싶기도 하고 여러가지 생각이 들더라구요..

미국의 미래와 한국의 미래.. 그 참..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문제네요. 로쟈님이 골라주신 책 한 번 읽어봐야겠습니다.

로쟈 2011-09-11 09:53   좋아요 0 | URL
보통의 한국인이 생각하는 미국과 실제 미국은 많이 다른 듯해요. <미국의 굴욕>의 원제대로 '환상의 제국'이라고 할까요...

미국사람 2011-09-15 03:09   좋아요 0 | URL
토토님 예기에 한마디 합니다.
저는 뉴욕쪽이라 서부쪽과는 상황이 좀 다르긴 합니다. 감안하시길

여기서는 지금 집값의 10% 가지고는 집을 못사구요 30% 정도는 주어야합니다. 문제는 30%를 주어도 은행에서 융자를 잘 안내줍니다.(단 금리는 엄청 쌉니다.) 토토님 말씀은 100%까지도 융자해주던 2008년 리만 브라더스 붕괴 이전 상황입니다.

지금 미국은 1945년 전쟁 종결 이후 최악의 경제 상황입니다. 1929년 처럼 대공황이 나야 되는데 대공황 경험이 한번 있으니 미 중앙은행에서 모든 수단과 방법을 통해 공황이 오는 것을 막고 있는 중이라 보면 됩니다.

만일 2009년 이후에 미국에 와서 현 상황만을 보고 미국에 대해 말씀하신다면 최악의 상황만 보일테니 토토님과 같은 관찰이 나오겠지요.

물론 현재의 미국은 지옥행 기차를 타고 있는 중이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1998년 한국의 환란 이후 상황과 비슷하다고 보면 될 듯 합니다.

소개하신 <우리가 아는 미국은 없다>라는 책도 비슷한 내용이라 생각됩니다. 읽어보지 않아 말하긴 어렵지만 개별적으로는 다 맞는 말이지만 전체적으로는 맞다고 하기 어려운 책일 겁니다.
 
민주주의 읽기

대선을 일년도 더 남겨놓고 있지만 서울시장 보선과 안철수 열풍으로 '정치의 계절'은 벌써 시작됐다. 그런 분위기에 부합하려는 듯 정치와 정치철학에 관한 책들도 연이어 출간되고 있다(아마도 곧 봇물을 이루지 않을까 싶다). '정치학' 전문출판사 후마니타스에 나온 로버트 달의 <경제 민주주의에 관하여>와 <제프리 골드파브의 <작은 것들의 정치>가 바로 눈에 띄는 책들이다. 프랑스철학자 랑시에르의 국내 '데뷔작'이었던, 하지만 오역으로 한바탕 물의를 불러일으켰던 <민주주의에 대한 증오>가 새 번역자를 만나 <민주주의는 왜 증오의 대상인가>(인간사랑, 2011)란 타이틀로 다시 나왔다. 랑시에르의 민주주의론을 다시 읽어볼 기회다. 개인적으론 강의준비도 할 겸 데이비드 헬드의 <민주주의의 모델들>(후마니타스, 2010)과 함께 로버트 달의 <민주주의>(2011, 10쇄), <민주주의와 그 비판자들>(문학과지성사, 2006, 3쇄)도 어제 주문해서 받았다. 달의 책 두 권은 모두 1999년에 한국어판이 나왔는데, 아직 절판되지 않은 스테디셀러다. 이런 책들을 묶어서 리스트를 만들어놓는다. 


8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민주주의는 왜 증오의 대상인가
자크 랑시에르 지음, 허경 옮김 / 인간사랑 / 2011년 9월
15,000원 → 14,250원(5%할인) / 마일리지 430원(3%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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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정치적 평등에 관하여
로버트 달 지음, 김순영 옮김 / 후마니타스 / 2010년 8월
10,000원 → 9,000원(10%할인) / 마일리지 5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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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민주주의에 관하여
로버트 달 지음, 배관표 옮김 / 후마니타스 / 2011년 9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양탄자배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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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들의 정치- 혁명 전통의 잃어버린 보물
제프리 골드파브 지음, 이충훈 옮김 / 후마니타스 / 2011년 9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2011년 09월 09일에 저장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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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11-09-09 09:30   좋아요 0 | URL
데이비드 헬드의 민주주의 모델들은 정말 좋은 책이라 생각됩니다~ 저는 90년 판으로 읽었는데, 새로 나온 책은 번역과 편집이 어떨지 궁금하네요..

개인적으로 헬드의 이 책은 로베르토 보비오의 <자유주의와 민주주의>와 함께 민주주의에 관련된 명저 중 한 권으로 꼽는 책입니다~

저두 서점에 가서 어떤지 구경이나 해 봐야 겠습니다!

로쟈 2011-09-09 09:52   좋아요 0 | URL
네, 말그대로 '교과서' 같은 책이네요...